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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
224쪽 | | 125*189*21mm
ISBN-10 : 1190533014
ISBN-13 : 9791190533010
빈 옷장 중고
저자 아니 에르노 | 역자 신유진 | 출판사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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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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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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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같은 글쓰기
'아니 에르노'라는 문학의 시초 ‘기억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은 있을 수 있겠으나, 거짓과 허구는 없는 그녀의 글쓰기. 데뷔작 〈빈 옷장〉은 그러한 '아니 에르노라는 문학'의 시초이다. 첫 작품부터 날 것 그대로의 문장으로 스무 살의 자신이 받은 불법 낙태 수술에서 출발하여,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사춘기 시절의 상처, 가족에게 느끼는 수치심, 자신의 뿌리를 잊기 위한 노력과 부르주아층 남자아이에게 버림받은 일까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그리며 그러한 분리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한 인간을 다른 사람으로, 자신의 환경을 적으로 만드는, 문화에 대해, 하나의 문화 형태가 개인에게 한 일, 이 단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의 결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이 매끄럽고 찰랑거리기만 한 길을 지나왔다면, 아니 에르노의 책을 펼쳤을 리 없지 않은가…… "

〈빈 옷장〉을 번역한 신유진 작가는 이 책을 펼쳤을 당신의 지나온 삶의 결을 짐작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덮은 이들의 이후의 삶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는 1940년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자랐다. 루앙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후, 정식 교원, 현대문학 교수 자격증을 획득했다. 1974년 ‘빈 장롱’으로 등단해 ‘자리’로 르노도상을 수상했으며, 자전적인 글쓰기와 역사, 사회를 향한 작가만의 시선을 가공이나 은유 없이 정확하게 담아내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 ‘사진의 용도’, ‘한 여자’, ‘부끄러움’, ‘다른 딸’ 등이 있으며, 2008년 ‘세월’로 마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소설, 미발표된 일기 등을 수록한 ‘삶을 쓰다’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최초의 생존 작가가 되었다.

역자 : 신유진
파리 8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저서로는 소설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여름의 끝 사물들]과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 [열다섯 번의 밤]이 있으며,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얼굴들]이 있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 [사진의 용도] [진정한 장소] [세월]을 번역했다.

목차

이 도서는 목차가 없습니다.

책 속으로

빅토르 위고나 페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 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탄생,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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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나 페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 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탄생, 결혼, 임종, 모든 상황마다 그에 따른 기도가 존재하지 않는가, 모든 상황에 맞는 구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낙태 전문 산파의 집에 갔다가 나온 스무 살의 여자아이를 위한, 그 여자아이가 걸으면서, 침대 위에 몸을 던지면서 생각하는 것에 관해 쓴 구절. 그렇다면 나는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책은 그런 일에 대해 침묵한다. - 13p

나는 누구인가. 일단 르쉬르 식료품점의 딸이다. 언제나 우등생이며, 일요일에는 짧은 발목 양말을 신는 얼간이이자 장학생이다. 그리고 어쩌면 낙태 전문 산파에게 따먹힌, 아무것도 아닌 존재. - 16p

후회가 밀려오지만, 무엇도 견딜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조립하듯 하나씩 순서대로 재구성하고, 쌓고, 끼워 넣는다. 왜 내가 죽음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두려워하며 기숙사에 갇혀 있는지를 설명한다. 두 번의 진통 사이에 일어난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고 이야기한다. 이 소동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본다. 아니다, 나는 증오를 안고 태어나지 않았다. 내 부모를, 손님들을, 가게를 늘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타인들, 교양 있는 사람들, 선생님들, 예의 바른 사람들, 나는 이제 그들 역시 증오한다.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 19p

아기 고양이처럼 눈을 떠서 세상을 보는 행복, 모두 가져야 할 것들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내가 감탄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것이 역겹다 할지라도. 세상은 그곳에 있었다. 허기와 갈증 그리고 만지고 싶고 찢고 싶은 욕망의 수천 개의 조각들로, 질기고 수다스러운 끈으로 엮인 채, 나, 드니즈 르쉬르, 나는…… - 55p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데. 왜 나는 저 아이들과 달라야 하는가, 배에 단단한 돌덩이가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눈물 때문에 눈이 따갑다.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이것은 모욕이다. 학교에서 나는 모욕을 배웠고, 모욕을 느꼈다. - 70p

내가 피하려 했거나 혹은 의도치 않게 잊어버렸던 그 말들이 사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처음의 것, 진짜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학교, 책 속의 단어들은 이제 아무 소용없다. 그것은 증발한 말들이며, 눈속임이며, 쓰레기들일 뿐이다 - 93p

아름다움, 일종의 치명적인 행복은 그쪽에 있었다. 초라한 벨 소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빛 한가운데에 끈적이는 잼이 있는 쪽이 아니다. 선은 청결한 것과 예쁜 것, 쉽게 존재하고 말하는 것, 한마디로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말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과 섞여 있었고, 악은 보기 흉하고, 끈적끈적하고, 배움이 부족한 것이었다. - 123p

문학, 그것조차도 빈곤을 나타내는 하나의 증상이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전적인 방법. -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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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낯선 여자의 집, 한 소녀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다. 뜨거운 냄비에서 꺼낸 금속 기구가 뱀처럼 고개를 든다. 그 기구의...

[출판사서평 더 보기]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낯선 여자의 집, 한 소녀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다. 뜨거운 냄비에서 꺼낸 금속 기구가 뱀처럼 고개를 든다. 그 기구의 이름을 정확히 명명할 수 없는 것은 소녀와 나의 부족한 의학적 지식 탓만은 아닐 것이다. 병원이 아닌, 어느 나이 든 여자의 주방에서 벌어지는 불법 낙태 시술을 설명해 주는 곳은, 그곳에서 사용하는 도구의 이름을 알려 주는 곳은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소녀의 말을 빌리자면, 빅토르 위고도, 페기도, 이런 상황을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정제된 문학은, 정제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났을 때 무력해진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몬 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은 빅토르 위고의 문학에도, 페기의 소설에도 없는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어떤 이는 불법 낙태 수술이라는 이 충격적인 장면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역시 아니 에르노’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강렬한 첫 장면이 ‘충격’ 장치가 아닌, 플래시백을 여는 일종의 ‘충동’ 장치라는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과거로 내달린다.

교육과 수치심을 통해 드니즈라는 화자에게 행사되는 보이지 않는 폭력
"나는 빈 옷장의 폭력성으로 시작해야만 했다."

모든 글쓰기는 자신의 이야기라지만, '자전적 소설'이란 명칭은 아니 에르노에게 부여된 명사가 된 지 오래다. 개인의 삶을 공동의 삶으로 확장해나간 소설 〈세월〉은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지금껏 당신이 읽어본 적 없는 회고록"이라는 수식을 받은 바 있다. ‘기억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은 있을 수 있겠으나, 거짓과 허구는 없는 그녀의 글쓰기. 데뷔작 〈빈 옷장〉은 그러한 '아니 에르노라는 문학'의 시초이다. 첫 작품부터 날 것 그대로의 문장으로 스무 살의 자신이 받은 불법 낙태 수술에서 출발하여,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사춘기 시절의 상처, 가족에게 느끼는 수치심, 자신의 뿌리를 잊기 위한 노력과 부르주아층 남자아이에게 버림받은 일까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그리며 그러한 분리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한 인간을 다른 사람으로, 자신의 환경을 적으로 만드는, 문화에 대해, 하나의 문화 형태가 개인에게 한 일, 이 단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칼 같은 글쓰기는 작가 자신을 찌르고, 여지없이 우리를 찌른다. ?빈 옷장?의 드니즈 르쉬르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분리되는 과정, 모든 것이 ‘나’로 뭉뚱그려져 있던 세계에서 주체와 객체로 나눠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리되고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그것은 ‘이해한다’와는 다른 의미다. 칼에 손가락을 베인 사람을 보면 내 손가락이 욱신거리듯이, 우리는 그녀의 글을 감각으로 느낀다. 살아낸 글, 살아서 건너오는 글, 그것이 바로 아니 에르노의 문학이 가진 힘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의 결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이 매끄럽고 찰랑거리기만 한 길을 지나왔다면, 아니 에르노의 책을 펼쳤을 리 없지 않은가…… "

〈빈 옷장〉을 번역한 신유진 작가는 이 책을 펼쳤을 당신의 지나온 삶의 결을 짐작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덮은 이들의 이후의 삶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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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빈 옷장 | sa**y2000 | 2021.02.1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빈 옷장/ 아니 에르노

    1984Books

     

     

     

    이 작품은 아니 에르노의 데뷔작이다. 이후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초기작스럽지 않은 그냥 처음부터 아니 에르노만의 문체는 그때부터 아니 에르노였다. 이렇게 충격적인 글로 문단에 얼굴을 내 밀 수 있는 프랑스 사회의 자유분방함이 또한 부럽기도 했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낡은 여자의 주방에서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소녀가 있다. 바로 저자 자신이다. 상당히 은유적으로 표현된 이 부분은 오히려 생생하게 다가온다. 불법 낙태의 경험이 없는 우리들조차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히 피비린내가 나고 낡은 주방의 도구들이 내는 삐그득 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온다. 아니 에르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어머니는 또 교회에 가서 내 시험을 위해 기도를 중얼거렸을 것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딸이 당신의 하나뿐인 딸이 임신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을 잊었다. 소설의 첫 장면에  다소 거북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몹시 불편했다. 우린 여자이기에. 단지 자궁을 가졌다는 죄로.... 1950년대를 묘사하고 있지만 낙태가 불법인 지금의 현실도 별 차이가 없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여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누가 말 좀 해주길! 물론, 임신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미 임신이 되어 버렸다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미혼모의 아기 학대 사망사건. 물론 일벌백계 해야한다. 그 이전에 미혼모와 아이를 처참한 환경에 내버려 두고 간 남자도 같이 처벌해야 하는 게 순리 아닐까? 아! 성이 전혀 성스럽지 않고 일회용이 되어 버린 이 더러운 세상은 아니 에르노의 책 첫 장면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식료품점 겸 카페를 하는 집의 딸. 장사를 준비하며 보내는 오후. 놀지 않는다. 싸움이 일어난다. 장을 보러 온 친구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쫓아낸다. 때로 아내에게 더러운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들에게 욕은 《이야! 더러운 년, 창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창녀가 왜 욕으로 사용되는가? 나는 반감이 들어서 창녀라는 욕 장면이 나올 때마다 불편했다. 같이 욕하라고 하고 싶다. 성 구매자는 더 나쁘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욕을 하는가? 그들에게는 면죄부를 씌워준다. 일방적인 것이 좋은 것은 일방통행 도로 밖에 없다. 모든 것이 상호 연관성, 사는 놈이 있으니까 파는 행위가 뒤따르는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어린 시절이 거르지 않은 채 술술 풀려나왔다. 문장들은 서로 개연성 없이 이어지지만 또 그렇게 연결이 된다. 아니 에르노에게 거대한 르쉬르 카페 겸 식료품점, 아버지의 가게는 더이상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사립학교 진학 후 현실에 눈을 뜬다.



    선생님은 《저급함》은 숨기는 게 낫다고 하셨다. 아니 에르노는 학교에서 모욕을 배웠고 모욕을 받았다. 2년 동안 금세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다. 어떤 여학생이 모르는 게 있으면 《드니즈 르쉬르 》 를 불렀고 나는 답을 말했다. 그것은 마치 내가 그 여자아이의 따귀를 제대로 때린 것과 다름없었다. 항상 1등은 모든 것을 용서해 주었다. 아니 에르노는 작품 속에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창녀, 낙태, 성교 등의 단어를 꺼냈다. 우리들의 삶은 사실 소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추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서 이런 단어들을 만나면 몹시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여성의 삶이 지금보다 더 주체적이지 못한 시대라서 그럴까? 




    지겹다. 이 모든 것을 증오한다. 나는 갇혀버렸다. 드니즈 르쉬르, 식료품 겸 카페 집 딸,  그 역겨운 시선들, 그 음란함, 무모한 손가락은 그런 것들이 남긴 나에 대한 소문. 머리가 좋은 아이로 불린 드니즈,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배운 《아름다운 것》들에게서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라는 자괴감마저 느끼는데... 어린 시절에 대한 글쓰기 숙제가 있었지만 아니 에르노는 숙제를 하지 못한다. 




     

    아버지도 손님들과 거리를 뒀다. 술을 마시지도, 아침에 짐을 들고 출근을 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사장이라 불렀고 아버지는 권위적으로 빚을 청구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아니야. 우리는 성공한 거지, 가게를 샀잖아. 아무것도 없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 했어!》 나는 그들을 각각 믿었다. 그러나 깨닫게 됐다. 그 둘 모두가 공증인과 의사처럼 중요한 사람들 앞에서 횡설수설하는 초라한 사람이라는 것을.




    『때로 더럽고 지저분하고 보기 흉하며 혐오스러운...... 나는 모든 세균에 옮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다. 선생님들이 부모님에 대해 말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작은 괴물이자 더러운 여자애, 구석에서 헤매는 아이였다. 나는 그 두 사람을 증오했다. 나는 그들이 다르기를 바랐고 진짜 세상에 적합한, 내보일 만한 사람들이기를 바랐다.』 책에서 내운 것과 다른 가정,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일 부모님이 아니라는 것, 사춘기의 갈등과 혼란 속에 부모를 원망하고 경멸하는 모습. 자전적 소설, 읽는 내내 이 텅빈 옷장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고민해본다. ϻ 자, 이제 내 옷장을 열 차례다. 도저히 자신이 없다.




    남자친구와 키스하다가 이웃에게 들키고 어머니는 이 사실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분노하는데... 《그러다가 열다섯에 남자들과 놀아나는 이 동네 여자애들처럼 된다! 너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공부 하는 아이 라고!》 어머니는 《나는 그저 노동자일 뿐이었지만 네 나이에는 품행이 단정했어!》라고 한다. 어머니는 욕을 내뱉고 자기 욕설에 질식한다. 어머니는 울보가 된다. 아니 에르노는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무 살 낙태수술을 받던 순간을 떠올린다. 자신의 첫 소설을 '폭력성'으로 시작해야만 했다는 작가. 낙태 수술에 행해졌던 모든 물리적인 것 대표적으로 칼을 말하겠지? 그 칼에 대한 반감으로 『문학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수치심, 과거를 도려내었다. 너무 치열하고 극사실적인 한 여자의 성장을 들여다봤다. 


     
     
     

     

    스무 살 그녀, 이제 막 낙태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녀에게 나는 말해 주고 싶다. "다 네 잘못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라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 그것만 걱정하라고. 너는 너의 세계만 견고히 다지면 된다고. " 언니로써 토닥여주고 싶다. "100% 다 네 잘못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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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당했어.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부르주아들, 그 좋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지금 뱃속에서 내 수치심의 조각들을 힘겹게 꺼내는 것이라면, 나를 증명하기 위해, 구별되기 위해, 이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었다면... 임신 그러니까 그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214~215쪽

    처음 책을 읽기 전에 책표지를 본 느낌과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책표지를 한동안 바라보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책 제목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책표지 디자인의 여인의 모습과 책표지의 색감이 가지는 채도의 의미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의 이야기들은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 공간에 함께 머무르면서,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 사람들의 소음, 생활이 주는 냄새, 분주함과 어수선한 식료품점과 카페의 동선들, 오고 가는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들과 시선들과 특이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옷장이 있다. 그 옷장에 넣어야 할 옷들은 과연 있었던 것일까? 왜 빈 옷장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 그곳을, 그 사람들을, 손님들을 떠올리는 것이 역겹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세계에 있지 않으며, 그들과 어떤 공통점도 없다. 50쪽

    그녀는 사립학교에 보내졌다. 준비된 학용품들과 옷을 입고 학교에 매일 아버지의 자전거에 타고 오가는 길. 걱정도 많았던 부모님은 딸을 사립학교에 보냈다. 거주하는 곳에 사는 이웃들은 공립학교를 다녔다. 그녀가 다녔던 학교에서 그녀가 경험하는 것들은 풍습도 달랐고,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도 달랐다. 그들의 부모도 달랐고 사유하는 모든 것들이 달랐기에 그녀는 혼돈과 모욕도 당하면서 스스로 하나씩 새롭게 깨우쳐야 했다. 그녀가 스스로 정한 목표들을 하나둘씩 이루기 시작하면서 학교에서는 만점을 받는 1등 학생이 된다. 그녀는 여전히 지각을 하지만 학교 선생님은 성적이 만점이기에 그녀를 부드럽게 포용해 준다. 그녀의 이중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 현실 세상과 학교생활은 크나큰 간극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무수히 현실 세상의 부모님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부모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녀의 가게를 확인하러 오는 학교 학생들 앞에서 숨어들어간 그녀의 감정들을 전혀 읽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생생하게 소설에는 그려진다. 그녀는 혼자서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이중생활을 계속 이어간다.

    전학생 이름이 뭐지? 선생님이 묻자...

    낙태 시술자는 내 이름을 묻지 않았다. 57쪽

    이야기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흐르는 그녀의 임신과 낙태에 대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된다. 무수히 자신을 향한다. 그리고 성장한 환경들과 영향력을 주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상기한다. 작품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녀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품을 수 있었다.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두 번째로 읽었던 작품이라 더욱 밀접하게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너무 사실적이라 놀랍고 감정들까지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작품은 놀라운 흡입력으로 책장을 넘겼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녀의 옷장이 비었던 이유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짙은 채도로 책표지가 말을 건네고 있다. 어두운 밤거리에 홀로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빈 옷장>이라는 작품으로.

    나는 벗어나기 위해 눈을 감아야만 했다. 먹는 척, 읽는 척, 어딘지 모르는 호텔에서 자는 것처럼 해야 했다. 무엇보다 보기 흉한 것, 더러운 것, 너덜너덜한 것을 보지 말아야 했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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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옷장 | sh**jw486 | 2020.06.0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꼬박 열흘이 걸렸다, 이 책을 손에서 놓기까지. 퇴근 후 자리에 앉으면 열시. 한두 시간쯤 읽다 보면, 내일의...

    꼬박 열흘이 걸렸다, 이 책을 손에서 놓기까지. 퇴근 후 자리에 앉으면 열시. 한두 시간쯤 읽다 보면, 내일의 출근을 위해 눈을 붙여야 하는 시각이 되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어제서야 마지막 장을 덮었다. 매일 밤 나는 그렇게 ‘드니즈 르쉬르’가 있는 세상에 들렀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시간과 공간, 모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차마 가늠해볼 수 없는 그녀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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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하고 잠이 부족한 현대의 직장인에게, 이 책은 친절하지 않았다. 그녀의 회상은 참담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에 절대 주저하지 않고 계속된다. 자칫 방심하면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아 위태로웠다. 몇 번이고, 책을 덮고 속도를 늦춰야하는 순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매일 밤, 다시 이 책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의 단어가, 그녀의 세계가 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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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눈을 뜨고, 나와 같고 다름을 구분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수치심과 안도감의 자리를 오가며, 나와 타인의 경계선에서 이리저리 선을 그어댔다. 과연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세상에서 온전히 멀어졌을까. 돌아보면 그저 아득하게 멀게 느껴질 뿐, 대부분의 어린시절은 미화되고 낡고 잊혔다. 애써 들춰내고 싶지 않은, 한편에 처박아 둔 기억, 그렇게 먼지 쌓인 앨범처럼 꽂혀있을 시절을, 아니 에르노는 지금 당장 이 순간에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너무도 분명해서 되려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들. 하지만 뱉어내야 했던 고백들. 그마저도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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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나도 ‘나’를 본다. 선택적으로 기억했던 아름다운 시절, 그 너머의 나와 가족들, 친구들. 남루하고 별 볼일 없었던 언어들. 매일 밤, 멀게만 느껴지던 그녀의 세상을 오고 가며, 좁혀보려 했던 그 거리는, 이제 나와 나의 세상으로 옮겨 온 듯 하다. 이제 내가 문을 열 차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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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69 그 외의 모든 것들, 그 애를 둘러싼 것들, 우아함, 보이지 않는 타고난 어떤 것들이 부족했다. 뿔테 안경, 분홍색테 안경을 파는 반짝이는 상점, 거실, 식모. 그러나 나는 그것들 사이에 있는 연관 관계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가벼움, 경쾌한 조소가 순수한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가게나 녹색 식물이 있는 현관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그것이 바로 끔찍한 점이다. 나는 이미 결정지어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 애와 비교하면 드니즈 르쉬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서는 카페 겸 식료품점의 작은 여왕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나는 잔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무시하며 자신들의 우월함을 과시하던 수많은 타인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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