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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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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쪽 | B6
ISBN-10 : 8992492871
ISBN-13 : 9788992492874
여행의 순간들 중고
저자 후지와라 신야 | 역자 김욱 | 출판사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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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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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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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후지와라 신야가 들려주는 여행의 일상! 일본에서 사진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기『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 <동양기행>, <인도방랑>, <티베트방랑> 등의 여행에세이로 잘 알려진 후지와라 신야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찾아왔다. 이번 네 번째 에세이에서는 그동안 미처 풀어놓지 못한 에피소드와 미발표 사진을 공개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주제의식을 보여주었던 이전 여행기들과 달리, 이번에는 일상에서 겪었던 단순한 사건들을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저자의 젊은 날의 치기와 실수담을 비롯해 여행의 일상에서 사소하게 부딪치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후지와라 신야
저자 후지와라 신야는 1944년 일본 후쿠오카 현 모지항 출생.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과를 중퇴한 후 여행길에 나섰다. 인도를 출발점으로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77년 『소요유기』로 제3회 기무라 이헤에 사진상, 1982년 『동양기행』(전 2권)으로 제23회 마이니치 예술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황천의 개』, 『아메리카기행』, 『인도방랑』, 『티베트방랑』, 『메멘토 모리』, 『도쿄표류』, 『침사방황』, 『시부야』, 소설 『딩글의 후미』, 『기차바퀴』 등이 있고, 사진집으로 『바람의 플루트』, 『남명』, 『천년소녀』, 『소년의 항구』, 『속계 후지산』, 『발리의 물방울』 등이 있다.

역자 : 김욱
역자 김욱은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현재 인문, 사회,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탐독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유대인의 모든 것』, 『성공한 리더십 VS 실패한 리더십』, 『희망과 행복의 연금술사』, 『유대인, 기적의 성공비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동양기행』, 『황천의 개』, 『아메리카기행』, 『천상의 푸른빛』(전 2권), 『노던라이츠』, 『여행하는 나무』, 『아미엘의 일기』, 『니체의 숲으로 가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부자나라 임금님의 성공 독서전략』, 『산다는 것의 의미』, 『지로 이야기』(전 3권), 『지식 생산의 기술』 등이 있다.

목차

산탄총과 여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이마의 지문에 대하여
꽃과 화살
극적인 국경
돌돔 공방
적군의 얼굴 사진
고독한 창밖을 쓰레기가 날아다니다
인도의 불가사의한 신체
코브라의 독을 마시다
이웃의 이방인
게네레브의 공포
성의 월경
산에 사는 바다의 맛
꽃으로 낚다
아일랜드의 사나운 바다
겨울 하늘에서 채찍 소리를 듣다
비 오는 숲 속의 여자
장미의 기억
불쌍한 해피
엔들리스 카페
지르의 바다
망명자의 배
바람의 마라카스
거초와 싸우는 사나이
부러진 로드
헤밍웨이의 집 1
헤밍웨이의 집 2
시선의 드라마
참으로 멋진 살인
텍사스의 도넛
모터홈 라이프
미국의 무덤

후기
옮긴이의 글

책 속으로

만약에 나를 마니푸리 족으로 착각한 것이라면 그들이 소수민족을 차별하듯 인도 변두리의 나락에서 나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최초로 허리에서 산탄총을 빼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카운터 옆의 낡은 등의자에 기대앉아 사뭇 무거운 짐이라도 내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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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나를 마니푸리 족으로 착각한 것이라면 그들이 소수민족을 차별하듯 인도 변두리의 나락에서 나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최초로 허리에서 산탄총을 빼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카운터 옆의 낡은 등의자에 기대앉아 사뭇 무거운 짐이라도 내려놓듯 지친 표정으로 허리에서 천천히 총을 빼냈다. 그리고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남자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도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총기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들은 그러한 커다란 총을 난생 처음 보았을 것이다. 남자들과 노파의 태도가 급변했다. 남자들은 신기한 듯 산탄총을 어루만졌고,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니는 나에게 일종의 공포심을 느끼게 된 것처럼 보였다. ―20쪽, 「산탄총과 여자」

다와의 예도 있고 해서 어린 승려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반도주하는 승려는 40대가 압도적이었다. 흥미로웠다. 속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늙음을 의식하게 되는 40대는 미혹의 계절이다. 자신의 위치를 옮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그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속세로의 회귀를 결심했더라면 40대라는 나이는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원을 뛰쳐나갔다면 ‘인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가련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대신 산을 내려가는 나의 등에는 한 가지 죄가 짊어져 있었다. 다와는 나를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인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견딜 수가 없어서 도망친 게 분명하다. ―29~30쪽, 「꽃과 화살」

3K는 제3세계인이 맡아야 한다는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솔직히 말해서 역겨웠다. 우리 또래에게 학창 시절의 아르바이트라고 하면 3K가 전부였다. 나의 몸은 여름방학에 토관을 파묻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그로기 상태가 되었던 지난 과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젊었을 때는 세계와 사회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겸손함이 필요한데 육체를 혹사하는 아르바이트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내 손은 언제까지나 깨끗해야 하고, 그래서 3K는 외국인 노동자가 맡아도 상관없다는 발상은 역겨움을 넘어서는 무의식적인 차별이었다. 머리로는 차별을 부정하고 있지만 차별을 부정한다는 의식 속에 이미 차별이 난무하고 있다. ―68쪽, 「이웃의 이방인」

여행자는 주변의 이슬람 국가에서 터키로 월경할 때 상당한 섹스컬처쇼크를 받는다.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터키 인근의 이슬람 국가 남성들은 터키라는 나라에 굴절된 감정을 품고 있다. 터키에서 시리아의 시골 국경을 지나갈 때였다. 시리아의 세관원은 나의 짐을 샅샅이 조사했다. 여자의 나체사진이나 인쇄물을 숨기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했다. 그런 종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세관원은 만족과는 거리가 먼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애원하듯이, “포르노, 포르노.” 하고 중얼거렸다. 요컨대 그는 포르노의 침입을 막아내고자 직무에 충실했던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용할 포르노 사진을 구하려고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79~82쪽, 「성의 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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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써온 여행기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동양기행』,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의 작가 후지와라 신야 미처 꺼내지 못한 에피소드와 미발표 사진을 공개하다!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써온 여행기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동양기행』,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의 작가 후지와라 신야
미처 꺼내지 못한 에피소드와 미발표 사진을 공개하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수많은 글과 책을 쓴 사진가 겸 작가가 있다. 일본에서 ‘특급 작가’로 불리며 활동하고 있는 후지와라 신야다. 저자는 그동안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철학적 사유와 날카로운 시각, 삶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과 물음 등을 이야기하며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정 인도로 떠난 젊은 날의 여행을 담은 『인도방랑』과 『티베트방랑』 등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의 책들은 여행에 대한 환상이나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로 가득 찬 요즘의 여행에세이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표현한 작가의 위대함을 알 수 있는 책으로 평가받았고, 후지와라 신야라는 작가는 새롭고 독특한 글과 사진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자리매김했다.
그의 에세이는 『동양기행』(전 2권),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을 비롯해서 현재까지 국내에 일곱 권이 출간되었다. 2010년 8월에 출간된 신간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은 청어람미디어에서 소개하는 후지와라 신야의 네 번째 에세이로, 인도, 티베트, 한국, 홍콩, 대만, 터키, 시리아, 아일랜드, 쿠바, 미국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32편의 에피소드를 미발표 사진을 포함한 40컷의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후지와라 신야가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반드시 해야 했던 이야기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은 지금까지 저자가 써온 여타의 여행기와는 다르다. 그동안 저자는 일상에서 겪었던 단순하고 즉물적인 사건을 기록하는 것을 피해왔지만 이번 여행기에서는 오히려 그런 사건을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생명의 본능에 충실한 청년 후지와라 신야의 기록에서 출발한 그의 여행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블록에서 태어난 문명인들이 잃었던 순수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왔고, 저자 후지와라 신야에게 여행은 단순한 감상이 아님을 확인시켜준다. 이국적인 풍경과 타국의 문화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고, 그 경험들이 응축되어 ‘후지와라 신야’라는 인간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그러한 ‘인간 후지와라 신야’의 적나라하고 원초적인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에서 얻을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는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여행을 반복해왔지만, ‘여행의 원석’이라고 불릴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았다. 이번 여행기가, 후지와라 신야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미처 꺼내지 못한 원석들을 닦거나 형태를 정돈하지 않고 독자들 앞에 그냥 내던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확인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후지와라 신야의 독자라면 저자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반드시 해야 했던 이야기”, “늙은 아비가 어린 자녀를 앉혀두고 살아온 이야기를 두서없이 들려주는 풍경”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잠시도 같은 장소에 머물지 못하는 노마드, ‘청년’ 후지와라 신야가
자신의 발자취와 카메라에 삶의 본능을 담아낸 원초적인 여행기

이 책은 일본의 월간 《GEO》 1997년 1월호부터 1998년 10월호까지, 월간 《PLAYBOY》 1999년 8월호부터 2000년 7월호까지 연재된 글들을 모은 것으로,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저자가 정한 콘셉트가 있었다. “짧은 문장으로 여행을 묘사할 것, 사실에 입각해서 최대한 단순하고 즉물적인 에피소드로 꾸밀 것” 그렇기 때문에 32편의 짤막한 에피소드별로 구성된 이 책은 기존의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읽었던 독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무겁고 진지한 주제의식이나 심오하고 철학적인 문장을 읽고 무릎을 치며 경탄했던 것이 지난 후지와라 신야의 책이라고 한다면,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은 그런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고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후지와라 신야도 이런 면이 있었네.’ 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내용에 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아울러 그러한 동일한 경험도 후지와라 신야의 위트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면 단순히 ‘평범한’ 경험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인도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순교자라는 자각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으로 산탄총을 구입하고 입성한 인도 뉴델리의 사창가(「산탄총과 여자」), 티베트 산중의 사원에서 후지와라 신야가 묻혀온 속세의 냄새에 매혹당해 세속으로 뛰쳐나간 동자승(「꽃과 화살」), 양 열 마리만 있으면 터키 여자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시리아 국경의 경비대원(「성의 월경」), 플로리다 해안을 꿈꾸며 뗏목으로 카리브 해의 파도에 몸을 던지려 했던 쿠바의 어린 소년(「망명자의 배」), 쿠바에서 밝혀진 ‘마초 파파’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숨겨진 에피소드(「헤밍웨이의 집 1?2」) 등 저자의 젊은 날의 치기와 실수담을 비롯해 여행의 일상에서 사소하게 부딪치는 “수도 없이 발에 채였던 돌멩이” 같은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또한 1970년대 한국을 여행하며 겪은 두 편의 에피소드(「돌돔 공방」, 「적군의 얼굴 사진」)는 후지와라 신야의 시각에서 새롭게 한국을 바라본 웃지 못할 이야기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경험을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확장시키는 저자의 글을 통해, 과연 40년이 넘는 여행 경험이 허명이 아니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각 에피소드마다 그 나라에서의 ‘여행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한 미발표 사진들을 함께 실었다. 에피소드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묘사하고 상징하는 사진들은 글의 내용과 특징을 잘 살리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아울러 저자의 여행기에 힘 있는 울림을 더해준다.

<책속으로 추가>
배가 사라진 저녁의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며 청년이 중얼거린다.
“…미국은 어떤 곳이야?”
‘목숨을 걸면서까지 굳이…’라고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나라야.”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의 숙부 일가가 무의미하게 개죽음 당했다고 선언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다 저편에 낙원이 있다는 그의 확신은, 가령 그것이 환상이라고 해도 이 젊은이의 삶에 조그마한 위안이 될 것이다.
“갖고 싶은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어. 좋은 나라야.”
침묵을 깨고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144쪽, 「망명자의 배」

미국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에서는 ‘유색인종’이 자신을 차별한 자들에게 되돌아가 대시보드에 넣어둔 38구경을 꺼내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스토리가 전개되겠지만, 나는 그들보다 약간 냉정한 편이다. 도넛 몇 개를 둘러싼 다툼치고는 심장박동이 지나치게 빠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절반 이상을 빼앗긴 것처럼 화가 난다. 차별받는다는 것은 그런 느낌이다. 겪어본 자가 아니면 모른다.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해주기 위해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무뢰한처럼 가죽구두 끝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차별하는 놈은 차별받는 놈보다 못하다는 걸 명심해!”
자동차를 유턴해 식당으로 되돌아가는 동안 이 까다로운 표현의 영어를 몇 번이고 연습했다. 요란한 문소리에 세 사람이 놀란 눈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연습한 대로 이 까다로운 문장이 멋지게, 뿐만 아니라 위엄 있게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194~195쪽, 「텍사스의 도넛」

여행할 때 반드시 찾아가는 장소가 있다. 묘지다. 묘지에는 민족의 인생관과 인간의 생사에 대한 견해가 나타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 젊은 시절부터 뻔질나게 다녔던 인도에는 묘지라는 개념이 없다. 사람이 죽으면 태워버리거나(화장), 강에 던지거나(수장), 숲에 버리거나(임장), 새의 먹이(조장)가 된다. 대지와 강, 동물의 위 속으로 환원되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굳이 말한다면 인도 대륙 자체가 거대한 묘지라고 할 수 있다. ―203쪽, 「미국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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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여행의 순간들 | ma**eng | 2017.01.0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여행기이던 책이든 모든 창작의 결과물은 독서와 경험 그리고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후지와라 신야는 체험과 만남으로 여행기를 써왔...

    여행기이던 책이든 모든 창작의 결과물은 독서와 경험 그리고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후지와라 신야는 체험과 만남으로 여행기를 써왔다. 그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은 놀랍다. 작가의 엄청난 호기심과 인내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보통 여행가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다녔다. 게걸스럽게 기웃거리며 세계를 읽어왔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행의 원석'을 독자들에게 가공하지 않고 던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런지 "짧은 문장으로 여행을 묘사할 것, 사실에 입각하여 최대한 단순하고 즉물적인 에피소드를 꾸밀 것"이라고 하면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쓰면서 나그네로서 자기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났다고 고백하고 있다. "'무형(심정)'의 틀에서 '유형(즉물)'을 묘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여행기에서 체험은 자신의 정체성을 노출시키는 행위이다. 그는 여행가이기 이전에 사진가로서 세상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문체는 매우 건조하나 그가 겪는 일들은 박진감이 넘기고 매우 디테일이 뛰어나다. 특히 돔이나 물고기에 대한 미각은 최고의 전문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은 높이 사줄만하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동화되어 나가고 소통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모하비 사막에 나는 공동묘지에 일가족을 따라나서기도 하고 꽃으로 '구라미'라는 물고기를 낚시하러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소년 같은 호기심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적군파로 오인되어 감시를 당하고 산탄총을 들고 인도의 유곽을 어슬렁댄다. 코브라의 독을 마시고 사원의 어린 수도승의 환속에 대한 유혹의 눈을 읽어낸다든다든지 지가지 경험을 담담한 필체에 담아 자신의 생각을 쓰고 있다. 경험이 최고의 자산이다. 이 여행가의 최고의 자산이다. 써도 써도 넘쳐나는 화수분 같은 그의 경험들은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와는 다른 타인을 만나고 느끼면서 인간에 대한 증명을 하고 있다. 헤밍웨이에 관한 흥미로운 취재도 인상 깊었다. 아바나의 그의 구택에서 만나는 신부의 무신론자 헤밍웨이에 대한 놀라운 반응(인간 취급 안 함) 그리고 헤밍웨이를 상품으로 생활하며 왜곡에 앞장서는 백세가 넘은 <노인과 바다>주인공 할아버지를 소개하며 청교도적인 구시대의 교리와 어머니에 반항한 작가임을 밝힌다. 20년간이나 산 아바나의 "판카비히아'(전망 좋은집 스페인어) 속세에서 벗어나기를 갈구한 고매한 소설가의 은거지가 아니라 상류계급사회의 유행을 답습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위기와 차별 위화감 오해들을 해소해 나간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그의 진솔한 마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바다 저편의 희망을 찾아 밀항을 시도하는 '망명자의 배'편 그리고 미국에서 겪은 경찰관의 총격 살인 등 사건의 현장을 담아내고 있다. '지르의 바다'편에는 오키나와의 식당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다. 대만의 여자를 찾아 떠난 남편과의 끊지 못하는 인연을 그린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편은 소녀들을 모델로 한 '천년소녀'의 촬영 이야기였다. '소녀의 시선에 대한 기억'을 담아내려는 시도에서 모델이던 여중생들은 카메라 앞에서 변해가는 이야기이다. 마음에 변화가 생기면서 밝아지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일은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소통의 언어가 셔터이다. 그는 말한다. "셔터는 염불과 비슷한데 가 있다. 촬영자가 '기도'하면서 또는 '소망'하면서 셔터를 누르면 그 기도는 이루어진다." "마음이 표정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표정이 마음을 변화시키지 않았을까"생각한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면 통한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다니며 세상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나와 타인을 변화시키는 후지와라 신야의 글을 읽으면서 그도 이제 어떤 경지에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여행의 원석'을 잘 보여준 여행 에세이다. 

  • 여행의 순간들 | ma**eng | 2015.06.30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여행기이던 책이든 모든 창작의 결과물은 독서와 경험 그리고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후지와라 신야는 체험과 만남으로 여행기를 써왔...

    여행기이던 책이든 모든 창작의 결과물은 독서와 경험 그리고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후지와라 신야는 체험과 만남으로 여행기를 써왔다. 그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은 놀랍다. 작가의 엄청난 호기심과 인내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보통 여행가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다녔다. 게걸스럽게 기웃거리며 세계를 읽어왔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행의 원석'을 독자들에게 가공하지 않고 던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런지 "짧은 문장으로 여행을 묘사할 것, 사실에 입각하여 최대한 단순하고 즉물적인 에피소드를 꾸밀 것"이라고 하면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쓰면서 나그네로서 자기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났다고 고백하고 있다. "'무형(심정)'의 틀에서 '유형(즉물)'을 묘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여행기에서 체험은 자신의 정체성을 노출시키는 행위이다. 그는 여행가이기 이전에 사진가로서 세상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문체는 매우 건조하나 그가 겪는 일들은 박진감이 넘기고 매우 디테일이 뛰어나다. 특히 돔이나 물고기에 대한 미각은 최고의 전문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은 높이 사줄만하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동화되어 나가고 소통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모하비 사막에 나는 공동묘지에 일가족을 따라나서기도 하고 꽃으로 '구라미'라는 물고기를 낚시하러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소년 같은 호기심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적군파로 오인되어 감시를 당하고 산탄총을 들고 인도의 유곽을 어슬렁댄다. 코브라의 독을 마시고 사원의 어린 수도승의 환속에 대한 유혹의 눈을 읽어낸다든다든지 지가지 경험을 담담한 필체에 담아 자신의 생각을 쓰고 있다. 경험이 최고의 자산이다. 이 여행가의 최고의 자산이다. 써도 써도 넘쳐나는 화수분 같은 그의 경험들은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와는 다른 타인을 만나고 느끼면서 인간에 대한 증명을 하고 있다. 헤밍웨이에 관한 흥미로운 취재도 인상 깊었다. 아바나의 그의 구택에서 만나는 신부의 무신론자 헤밍웨이에 대한 놀라운 반응(인간 취급 안 함) 그리고 헤밍웨이를 상품으로 생활하며 왜곡에 앞장서는 백세가 넘은 <노인과 바다>주인공 할아버지를 소개하며 청교도적인 구시대의 교리와 어머니에 반항한 작가임을 밝힌다. 20년간이나 산 아바나의 "판카비히아'(전망 좋은집 스페인어) 속세에서 벗어나기를 갈구한 고매한 소설가의 은거지가 아니라 상류계급사회의 유행을 답습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위기와 차별 위화감 오해들을 해소해 나간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그의 진솔한 마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바다 저편의 희망을 찾아 밀항을 시도하는 '망명자의 배'편 그리고 미국에서 겪은 경찰관의 총격 살인 등 사건의 현장을 담아내고 있다. '지르의 바다'편에는 오키나와의 식당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다. 대만의 여자를 찾아 떠난 남편과의 끊지 못하는 인연을 그린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편은 소녀들을 모델로 한 '천년소녀'의 촬영 이야기였다. '소녀의 시선에 대한 기억'을 담아내려는 시도에서 모델이던 여중생들은 카메라 앞에서 변해가는 이야기이다. 마음에 변화가 생기면서 밝아지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일은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소통의 언어가 셔터이다. 그는 말한다. "셔터는 염불과 비슷한데 가 있다. 촬영자가 '기도'하면서 또는 '소망'하면서 셔터를 누르면 그 기도는 이루어진다." "마음이 표정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표정이 마음을 변화시키지 않았을까"생각한다고 한다.


    간절히 원하면 통한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다니며 세상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나와 타인을 변화시키는 후지와라 신야의 글을 읽으면서 그도 이제 어떤 경지에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여행의 원석'을 잘 보여준 여행 에세이다. 

  • 여행의 순간들 | ge**o | 2013.01.1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개인적으로 후지와라 신야는 인도방랑, 티베트 방랑의 저자로 알고 있다. 언제 부턴지 확실하진 않지만 이분 책들...
    개인적으로 후지와라 신야는 인도방랑, 티베트 방랑의 저자로 알고 있다.
    언제 부턴지 확실하진 않지만 이분 책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 나더라. 그래서 골라 본 책.
    저자는 일본에서 배낭여행 1세대쯤 되겠다.
    1970년대 초반 인도 여행  이외에도 중동과 동남아 지역등 지금까지 40여년을 여행해 왔다고 밝힌다.  우와~ 
     
    인도 여행에 산탄총을 품고 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탄총이 어떻게 생긴건지는 모르겠지만, 총기 소지라니... ㅋ 하긴 진짜 그럴만도 하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 대목이다. 
    나 역시 처음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날까지 걱정과 초조함으로 보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가기로 포섭? 해 논 후배 녀석이 일 때문에 못가게 되는 바람에 혼자 떠나게 되서 걱정이 이만 저만한게 아니었다.
    이미 유럽 배낭 여행의 경험은 있었지만 친구와 같이 한 여행이었고 여행하기 힘들다는 지역을 그것도 혼자 가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후에 이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는 떠나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90년대에는 배낭여행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절 이었던것 같다.
    하지만 인도나 기타 동남아 중동지역등을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은 드물었다.
    가이드북도 별로 없었고 관련 서적도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을 비롯해 몇 권 없었다.
    지금이야 생생한 여행기는 물론 컬러풀한 디지털 사진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여행가기도 전에 들던 막연한 궁금증과 설레임은 덜 한것 같다.
     
    어느 지역이든 첫 여행의 설렘과  첫인상은  평생 두고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냄새도 오래 저장되는 기억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그때 처음 맡았던 인도 특유의 강한 향기와 냄새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인도 여행중 무조건 아시아인은 '헬로 자파니'하고 부른 이유를 이제서야 알겠다. 
    이미 많은 일본인들이 인도를 여행했고 우리는 그 뒤를 이은 후배들이었으니...
  • 이 책에 잔뜩 기대를 하게 된 것은 예전에 읽었던 후지와라 신야의 책 <인도방랑>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꽤 두꺼운...
    이 책에 잔뜩 기대를 하게 된 것은 예전에 읽었던 후지와라 신야의 책 <인도방랑>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꽤 두꺼운 책이었는데, 여러모로 압도적인 느낌과 충격이 가득했고, 
    생생한 사진을 보며 또 한 번 감탄하던 책이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삼 년간의 인도 여행 기록을 담은 예전의 이야기지만 
    이야기는 생생하게 와닿았고,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쇄를 거듭하며 그 생명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후지와라 신야의 또다른 책인 이 책도 잔뜩 기대를 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며 점점 나는 당황하게 되었다.
    세대차이라고 해야하나?
    여행을 하는 시선의 차이를 느꼈다고 해야하나?
    너무도 날선 후지와라 신야의 시선이 낯설었다.
    ‘그런 의미가 아닐 수도 있을텐데, 왜 이렇게 뾰족하게 하는거지?’
    내가 그렇게 감동받고 인상깊게 읽었던 <인도방랑>의 저자가 맞는지, 생소한 느낌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저자가 후기에 남겼듯이
    “여행의 일상에서 겪었던 단순하고 즉물적인 사건들‘을 구성한 책으로
    이 책은 지금까지 써온 여행기와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저자는 여행을 환상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서 접하게 되는 일상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일들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내보이려고 한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마드적인 삶을 살았던 후지와라 신야, 그가 노년의 나이에 여행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바라보며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팬들을 위해 립서비스하는 책이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에게 젊었을 때의 여행에 대하여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든 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 사진이 마음에 든 책이었다.

  • 청년의 방랑 | ba**uibi | 2010.09.1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먼저 지은이 '후지와라 신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없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그는 일본에서는 생활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먼저 지은이 '후지와라 신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없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그는 일본에서는 생활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니던 미술대학을 그만두고 돌연 인도로 떠납니다. 그가 말하는 생활의 진정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944년생인 그가 대학을 다닌 때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딛고 일어나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한창 경제성장의 길로 나아가고 있을 때일 것입니다. 모두들 앞만 보고 달리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였나 봅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쫓는 과정에서 점점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인간성'의 상실이 그가 말하는 진정성과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무려 3년 이상 인도대륙을 떠돌며 자기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 풍광들을 카메라 필름에 담아 와서 '인도방랑'이라는 책을 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사진을 찍어 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그가 찍어 온 독특한 느낌의 사진들과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베여 있는 글은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비록 정규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그는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고 인도 여행이후에도 근 40여년을 세계 각국을 방랑하며 몇 권의 사진집과 여행 에세이를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이 책은 미지의 세계를 떠돈 방랑의 나날 중에 포착된 서른 두 편의 여행의 순간들입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의 월간 잡지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여행한 시기와 장소는 제각각 이지만 연재를 시작할 때 지은이는 짧은 문장으로 여행을 묘사하고 사실에 입각해서 최대한 단순하고 즉물적인 에피소드로 꾸민다고 글의 컨셉을 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장을 읽으며 읽을수록 곱씹어 보아야할 대목이 풍부해지는 지은이의 다른 책과는 달리 이책은 내용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평이 많습니다. 지은이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하기는 어렵고 이 책만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지은이의 독특한 감성과 사유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사진들은 책 속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것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몇몇 컷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그의 사진집도 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서른 두 편의 에피소드 중에는 칠십년대 한국을 여행한 이야기도 두 편이 있습니다. 병영국가를 방불케하는 칠십년대 한국사회의 단면이 이방인의 시각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국적인 이미지들 속에서 낯익은 우리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느낌도 웬지 야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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