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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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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쪽 | B6
ISBN-10 : 8932902623
ISBN-13 : 9788932902623
좀머 씨 이야기 [양장] 중고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역자 유혜자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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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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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빠른 배송과 좋은 상품 상태에 감사드립니다. 5점 만점에 5점 mog*** 2018.07.20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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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 삽화와 함께 엮은 독일작가의 중편소설. 배낭을 짊어지고 이상한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걸어다니기만 하는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고 외치는 은둔자의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준다.

저자소개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이다. 쥐스킨트는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나 암바흐에서 성장했고 뮌헨 대학과 엑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 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비둘기』,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 등의 중·장편 소설과,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 등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는 레스토랑 〈로시니〉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비극적이고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영화 감독 헬무트 디틀과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로, 영화화되어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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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 정나정 님 2009.04.13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 한영수 님 2007.03.14

    (2차대전후의 시대상황)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 고은영 님 2006.09.08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회원리뷰

  •      좀머 아저씨 이야기를 하려고 작정했으면서도 날아다니는 것, 나무에 기어 올랐다는 것 등 ...

     

       좀머 아저씨 이야기를 하려고 작정했으면서도 날아다니는 것, 나무에 기어 올랐다는 것 등 전혀 다른 이야기를 종알댄다고 했듯이 <좀머씨 이야기>는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중화자인 의 성장과정에 있었던 몇 가지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내 인생의 여로와 몇 번 교차한 바 있는 인생길,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랑길을 걸어간 한 이상한 인간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좀머씨 이야기>는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좀머씨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어디서 왔는지도 몰랐으며,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몰랐다. 좀머 씨는 호두나무 지팡이를 짚고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아무런 볼일이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쏘아 다녔다. 그가 그렇게 쏘아 다니는 것은 밀폐공포증을 앓기 때문이라거나 몸의 경련을 감추기 위함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런 좀머 씨가 내 인생의 여로와 교차한 것은 네 번이다.

        폭풍우가 치고 우박이 떨어진 날, 아버지와 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좀머 씨를 보았다. 아버지는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차에 타라고 했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갈 길을 가는 좀머 씨에게 아버지가 그러다가 죽겠어요!”라고 틀에 박힌 빈말을 했다. 그러자 좀머 씨는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라고 했는데 그건 그가 한 말 중에서 유일하게 분명하고 확실하며 오해의 소지가 없는 제대로 된 문장이었다.

        카롤리나 퀴켈만이라는 여자 아이와 같이 하교할 기대에 부풀어 온갖 정성을 다하여 준비했다. 카롤리나와 같이 가는 하교길이 무산되어 내가 상심해 있을 때 좀머씨가 파란색 하늘을 배경으로 산등성이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좀머 아저씨의 다리 세 개를 찾아냈다. 마치 시계의 초침처럼 빠른 속도로 아주 작은 발걸음이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멀리 보이던 점은, 서서히 그러나 시계의 큰 바늘처럼 분명히, 지평선에서 멀어져 갔다. -58.

     

        미스 풍켈 선생님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다. 어느 날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모욕의 말을 듣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자살하려 했다. 가문비나무에 올라가 뛰어내리려는 순간 나무 아래에 있던 좀머씨를 보고 자살을 그만두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싹 가셨다. 웃기는 짓거리 같았다. 난 내가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그까짓 코딱지 때문에 자살을 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불과 몇 분 전에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 -94


        5,6년이 지나 내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좀머씨가 호수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좀머씨가 죽음을 향해 호수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좀머씨의 죽음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좀머씨가 딱 한 번 분명한 어조로 했던 말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 작중화자인 소년의 어린시절 이야기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다. 좀머씨는 어떤 사람이기에 그토록 세상과 담을 쌓고 이렇다 할 볼일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혼자서 걸어 다녔을까. 옮긴이는 2차대전 등 그가 겪은 참혹한 경험 때문에 그렇게 두려움 속에서 피해 다니는 도망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쨌든 좀머씨에게는 남달리 특별한 삶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다가 죽겠어요.”라는 아버지의 말이 틀에 박힌 빈말이듯이 좀머 씨에게 세상만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좀머 씨가 작중 인물인 의 인생여로와 몇 번 교차하면서 들려준 말은, 아니 가 그런 좀머 씨에게서 읽어낸 의미는 무엇일까? 여자 아이에게 바람맞는 일, 피아노 선생에게 모욕당하는 일은 내가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사소한 일로 실망하거나 목숨을 버릴 생각은 말아라. 이런 것일까? 어쨌든 는 자살할 생각을 버렸고 좀머 씨는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며 끊임없이 돌아다니다가 죽음을 향해 호수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는 그의 소원대로 그를 그냥 놔두었다.

  • 좀머 씨 이야기 | wo**i0918 | 2015.11.27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내가 초등학생일 때,우리집 옆집 옥상에는 조금 이상한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항상 왼쪽 새끼손가락을 기...

     내가 초등학생일 때,우리집 옆집 옥상에는 조금 이상한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항상 왼쪽 새끼손가락을 기르고 있었고, 아주 가끔 기타를 어깨에 매고 있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이사 왔을 때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타잔'이라 불리며 이상한 아저씨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 아저씨의 별명이 왜 타잔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 아저씨에 관한 해괴망측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다. 그 이유 때문인지 타잔 아저씨는 아이들과 자주 티격태격했다. 화가 날만도 했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일부러 놀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문에 우는 아이도 소리치는 아이도 많아 골목은 항상 시끄러웠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완전히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타잔아저씨가 이사를 간건지, 아니면 내가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 만날 수 없게 된건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좀머 씨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떠오른 기억이다. 나는 소년처럼 옆집 아저씨의 인상적인 장면을 본 것도 감추고 있는 비밀도 없는데 왜인지 오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년은 나무 타기를 즐겨하던 시절부터 자전거를 타게 되고 피아노를 배우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함께 이웃의 약간 별난 아저씨 좀머 씨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좀머 씨는 어디에서 왔는지 항상 어딜 왔다갔다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어느 날 좀머 씨는 행방을 감추고 동네 사람 아무도 그가 어디로 갔는지, 왜 사라졌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이런 좀머 씨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이제 성인이 된 소년 뿐이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도 좀머 씨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는다. 옮긴이의 글을 읽고 '아, 그런가보다'고 추측할 뿐이다. 문학평론가처럼 이 소설을 평가하지는 못하겠지만 순수한 동심으로 쓰여졌다는 것에는 바로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좀머 씨 이야기』는 말그대로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이웃 사람 좀머 씨의 기이한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나간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나'처럼 나도 소녀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좀머 씨처럼 우리에게 수수께끼 인물이었던 옆집 아저씨. 소년처럼 앞뒤로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자전거를 타지 못하던 나. 고작 6개월 배웠던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께 넌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일. 소년이 피아노 선생님 미스 풍켈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나도 피아노 선생님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었다. 소년의 피아노 에피소드는 그런 면에서 기억에 남는다.『좀머 씨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보다 이 세상 전체가 불공정하고 포악스럽고 비열한 덩어리일 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노에 찬 자각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다 문제였다. 어떤 것에 대한 예외도 없이 모든 것이 다 그랬다. -p82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내가 보기에 좀머 씨보다 더 독특하고 별난 수수께끼 인물이다. 그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경황을 알리는 사소한 것이라도 말하는 친구가 있다면 바로 절교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예민한 저자가 동심을 자극하는 동화같은 소설의 작가라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니, 오히려 예민한 은둔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놀이와 쉼의 비밀 공간, 그게 바로 아지트다. 내 삶의 경우에 있어 아지트는 크게 두 가지 스타일이었다. '우리들의 비밀기지'...

    놀이와 쉼의 비밀 공간, 그게 바로 아지트다. 내 삶의 경우에 있어 아지트는 크게 두 가지 스타일이었다. '우리들의 비밀기지' 스타일과 '나만의 은신처' 스타일. 내 유년 시절 '우리들의 비밀기지' 스타일의 아지트는 넓다란 공터였고, '나만의 은신처'는 벽장안의 다락방이었다. 우리집 옆에는 당시 주택 2개가 들어설만한 공간이 빈공터로 남아 있었는데 동네친구들과 넓디넓은 그 공간에서 여러 놀이를 하며 보냈다. 여름에는 오두막을, 겨울에는 이글루를 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흙을 파내기가 좋아 늘상 구슬치기의 독무대가 되곤 했던 곳이었다. 검은 흙을 머금고 있어 비가 내리면 큼직한 지렁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여름 해바라기 등 화초 무성한 그 곳에 비밀기지 비슷한 곳을 만들어 놓기도 했고 가져간 과자를 먹기도 했다. 좀머 씨 이야기의 화자인 '나'가 혼자서 나무타기나 자전거타기로 유년을 보냈다면 나는 동네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다방구, 딱지치기, 야구, 축구, 발야구, 팽이치기 등을 하며 유년을 보낸 셈이었다. "돌이켜보면 유년기의 거의 모든 시절을 나는 나무 위에서 보냈던 것 같다. 빵도 먹고, 책도 보고, 글씨도 쓰고, 잠도 나무 위에서 잤다." 이 친구는 조숙하지만 너무 정적이다. 내 유년시절은 화자인 독일 소년에 비해 좀더 따스하고 활기찼다.

     

    어린 시절 우리는 화성인의 지구침공과 세계평화를 근심걱정하는 조숙한 천재들이었다. 눈치코치 백단인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촉으로 어른들이 무시하거나 간파하기 어려운 그런 구석진 비밀들을 발견하곤 한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둥, 내일 있을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는 둥 얼마되지 않는 실마리로 충격에 휩싸이거나 넘치는 기쁨으로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성장통이나 신체적 변화를 놓고 한동안 과민하게 번민하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고, 거리의 풍경에 따라 자신의 기분을 알록달록 채색하곤 한다. 아이들은 자기 주변의 인물들과 풍경들을 내적으로 정리정돈해가면서 자기만의 색깔로 채색된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러다 아지트를 부수고 떠났을 때, 아니 아지트의 존재조차 기억나지 않을 무렵 소년은 어른이 된다.

     

    그렇다. 문득 '내가 성장했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언제나 성장통은 다 겪고 난 후에야 그 정체와 의미를 알게 되는 법이다. 특히 정신적인 성장통은 거개가 죽음이라는 사건과 관련이 있다. 지인의 죽음이거나 키우던 동물의 죽음이거나, 아니면 자살 미수거나. 또한 성장통은 아픔과 더불어 혐오감이나 죄책감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함께 데리고 나타난다. 독일 소년의 성장통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소년은 좀머 씨의 죽음을 목도했다. 

     

    마을마다 아이의 눈으로 보면 결코 남에게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데 행실이나 언행은 무척 의심스러운 이들이 한두명 정도 있기 마련이다. 노처녀의 히스테리함을 노년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는 피아노 선생 미스 퐁겔 할머니나 '여름'이라는 이름을 지닌 수수께끼 같은 아저씨 좀머 씨가 그러한 경우다. 특히 이웃과 어울림이 전혀 없는 좀머 씨는 마을 사람들이 보기엔 해롭지 않은 별종에 속한다. 철철이 배낭을 짊어지고 지팡이를 손에 쥔 다음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 하루종일 분주하게 여기저기 쏘다니는 좀머 씨는 주인공 유년시절의 배경을 이루고 마을사람들의 대화에 쓰이는 적절한 안주감이 되곤 한다. 좀머 씨는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심지어 개까지도 다 알만큼 유명인물이지만, 존재감은 공기처럼 투명하고 덤덤했다. 

     

    사교모임에 나가거나 커피숍, 백화점이나 지하철 같은 상자형 공간에 들어서면 세 부류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튀는 인간, 튀려고 애쓰는 인간, 그리고 배경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 인간. 사실 좀머 씨는 배경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 인간에 속한다. 늘상 배경으로만 머물던 좀머 씨가 주인공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좀머 씨는 화자의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미스 퐁겔 선생에게 정신적 고문에 가까운 끔찍한 꾸중을 당한 주인공은 홧김에 자살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연히 저 멀리 죽음에 쫓기며 걸음을 재촉하는 좀머 아저씨의 모습를 보고 이런 자신의 생각이 매우 유치함을 깨닫고 단념하고 만다. 대체로 나이 많은 꼰대는 동정심과 유머감각이 형편없다. 퐁겔 여사는 소년이 받았을 자극과 상처에 너무나 무감각했다.


    좀머 씨는 자신의 무존재감 때문에 오히려 마을에서 기묘한 존재감을 갖게 된다. 남들이 자기 인생에 개입하는 것에 치명적인 공포감을 가진 좀머 씨는 어느날 호의를 베푸려는 주인공 가족에게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절규를 일갈한다.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좀머 씨의 자살을 방관한다. 이 때 존재감 없이 뒷배경으로만 존재하던 좀머 씨가 주인공의 삶에 깊숙히 침투하고 남에게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 버린다. 좀머 씨의 자살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연유는 주인공이 좀머 씨의 진정성을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좀머 씨의 삶과 그 모든 우여곡절을 알지 못한다. 가령 좀머 씨는 왜 그렇게 미친듯이 걸어다닐까? 소년은 분명 오랫동안 궁리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인가? 첫사랑이나 사랑스런 자녀 같은? 그런데 누군가를 만나려면 차라리 한 장소에 오랫동안 북박혀있는 편이 더 낫다. 마을 사람들의 억측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신체적인 이유와 정신적인 이유. 신체적 이유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일어나는 극심한 근육 경련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정신적인 이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론이 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걸어다니는 것은 사실 자신을 잡아채려는 죽음의 손아귀에서 달아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죽음에 대한 좀머 씨의 강박증은 대체 왜 생긴 것일까?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 저지른 만행과 홀로코스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좀머 씨가 학살의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그가 파시즘이라는 광기의 희생자이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고 스스로 고독과 적막을 자처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런 강박증으로 인해 단 하루도 편히 쉬워보지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좀머 씨는 단 하루도 제대로 휴식을 취해 본 적이 없다. 그의 발도 그의 입도, 덩달아 그의 마음도 제대로 쉴 시간이 없었다. 호수로 걸어들어간 순간이 영원한 휴식을 누리기로 결심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좀머 씨는 평화를 찾았고, 소년은 철이 들었다.

    좀머 씨의 강박적인 쉼없는 걷기는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매우 의미 없는 행위로 보였다. 그리고 좀머 씨를 독일계 유대인으로 보느냐, 아니면 독일 나치즘의 열성당원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해석이 도출된다. 만약 좀머 씨가 독일계 유대인이라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 가족이라면, 좀머 씨의 무작정 걷기는 유대 민족의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다. 반면에, 좀머 씨가 한때 독일 열성 나치 당원이라는 가해자로 본다면, 좀머 씨의 무작정 걷기는 광기에 정신이 나가버린 나치즘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 된다. 좀머 씨의 자살에 대한 해석도 둘로 갈린다. 좀머 씨의 자살이 가해자가 죄값을 치루는 속죄적인 의미의 죽음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사회고발적인 죽음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바로 여기에 좀머 씨의 정체성을 해독하는 근본적인 아이러니가 있다.​ 아무튼 소년이 유럽 전후세대의 아이콘이라면 좀머 씨는 파시즘 세대의 아이콘일 것이다.

     

  • 좀머씨 이야기 | ba**1012 | 2015.05.1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매일 눈이오나 비가오나 햇빛이좋으나 좀머씨는 배낭하나 짊어지고 지팡이를 도움...

    좀머 씨 이야기.jpg

    매일 눈이오나 비가오나 햇빛이좋으나 좀머씨는 배낭하나 짊어지고 지팡이를 도움삼아 하루를 거르지 않고 걷는다. 그것은 동네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광경이 되 버리고, 왜 그러는 건지에 대해서는 알려하지 않습니다. 좀머씨 또한 원치 않는 일입니다.

    하루는 아버지의 도움에도 자기를 제발 그만 놔 달라고 하죠.

    아이는 그 후 좀머씨를 흔한 동네의 일상처럼 그냥 익숙해진 광경으로 여기다가 자살시도를 하려고 나무에 올라갔을 때 좀처럼 쉽게 되지 않자. 한 템포 쉬고 있을 찰나 좀머씨의 쉬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걷지 않으면 죽을 것 처럼 뭔가 쫓기 듯 쉬는 모습. 쉬는게 고통스러운 좀머씨의모습을...

    그 후.. 호수로 들어가는 좀머씨를 보게됩니다. 사는게 남들과 달리 걷지 않으면 혹은 폐쇠 된 공간이란 자체를 거부하며 밖으로 밖으로만 돌았던 좀머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게됩니. 좀머씨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이하나뿐이고 사람들은 평상시 풍경에 좀머씨가 없어지자 잠시동안 좀머씨의 이야기가 화두가 됐었고 그리곤 쉽게 잊혀져갔습니다.

    아이 또한 좀머씨의 행방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죠.

    어쩌면 아이가 좀머씨의 마지막 행동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둔 이유는 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의 이리저리 내뱉는 말들이 싫어서 그리고 좀머씨에 대한 아이의 의리(?) 때문에 알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좀머씨와 함께 아이의 유년은 끝이 나고 더는 나무들 타게 될 수 없게 된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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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머씨의 이야기는

    좀머씨를 주제로 말하지만 진짜는 아이의 어린시절의 추억들과 그때의 생각들, 그리고 자기만의 환경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는 몇 없죠. 짝사랑이었던 여자아이. 이 아이와 같이 집에 갈 생각으로 몇날몇일을 어리아파하며 작전(?)을 짜며 즐거움과 그리고 그렇게 되지 못한 아쉬움들...

    처음 자살시도를 하게 된 동기부여를 한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구체적으로 주변인물과의 이야기는 두차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머씨 이야기... 좀머씨는 관계된 것이 아닌 유년시절의 호기심과 자살시도 때의 고통스러워한 모습 그리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 다 아이의 시선에서 관찰된 것들이죠.

     

    쌍빼의 그림과 어린아이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이 책은 의미를 벗어나서 너무나 동화스럽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누구에게나 순탄하지 않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라나면서 어른이 되 가면서 잃어버리고 잊혀진 누구나 사연이 있는 유년의 아련한 추억을 좀머씨와 아이의 주변의 일들을 통해서 독자에게 아이의 유년시절을 들려주며 나의 유년은(?) 이라는 자문을 하게 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유독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아이의 눈에 비친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좀머씨는 말했다.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라고. 그는 왜 그렇게 고통에 겨운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걸었을까. 무엇에 쫒기고 무엇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랬을까. 정말 밀폐공포증 때문일까.

    어떤 해석에서는 좀머씨를 작가와 결부시켜서 작가가 우리에게 하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하죠. 일본어로는 히키코모리, 요즘 우리나에도 많은 은둔형외톨이 등 어쩌면 전 좀머씨를 통해서 작가가 자신을 투영시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작가자신도 무척 미스터리하고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기에 작가가 좀머씨를 통해서 나좀 가만히 놔두라고 하는 듯 합니다.

    얇은 책이지만 그렇게 가볍거나 쉬운 작품은 아닙니다. 정말 읽은 후에도 많은 의문과 생각을 하게 하고, 예전에 읽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으면 새롭게 와 닿는 작품이죠.

    좀머씨는 특이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대한 어른들이 좀머씨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해석할 때, 유일하게 순수하게 그렇게 바라본 건 어린아이뿐이었죠. 그래서 그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던건 아이 한사람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좀머씨는 제발 그냥 날 그냥 놔두라고하면서 방해받지 않길 원하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 관심을 표해주길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이중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볼 때 좀머씨도 이렇게 생각했을까? 좀머씨는 왜 그렇게 걸었을까. 여러 생각을 합니다.

    가끔 나도 내뱉은 말과 행동르 뒤볼아 봅니다. 물속으로 사라져 잊혀져가는 좀머씨를 보면서 나는 시선과 관심을 불필요하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이 책은 많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   읽은날 : 2010년 7월 30일~7월 31일   이 책이 우리 집에 머문 것은 꽤 오래 되...
     
    읽은날 : 2010년 7월 30일~7월 31일
     
    이 책이 우리 집에 머문 것은 꽤 오래 되었다.
    이제까지 책을 펼치지 않은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좀머 씨'라는 이름이 가볍게 웃기거나 철학적인 내용일 듯한 한데
    전자보다는 후자일 것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런 책을 펼치게 된 것은 1박 2일간 시골에 다녀오면서
    간단히 읽을 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 책에 눈길이 가게 된 것이다.
    121쪽의 작은 책이니 내용이 좀 무겁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듯했고,
    군데군데 보이는 만화체의 삽화가 생각보다는 부드러운 내용일 듯해서이다.

    우선 느낌부터 말을 하면
    처음에는 힘들다가, 20여 쪽이 넘어가니 그런대로 흥미가 있었고,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는 어떤 여운에 사로잡혔다.

    작중 화자가 어린 시절에 높은 나무에 오르고,
    어린아이의 알기 힘든 자의식의 세계를 길게 서술할 때는 머리가 쑤실 정도였다.
    이 책이 소설인지 수필인지 누가 좀머 씨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책을 던지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며 책장을 넘겼다.

    15쪽에서 주인공인 좀머 씨가 등장하면서 좀 숨통이 트였다.
    좀머 씨는 괴팍한 사람이었다.
    동리의 누구와도 왕래가 없었으며,
    하루 종일 어딘가를 걸어 다니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왜 걷는지, 어디를 다녀오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아무와도 대화를 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를 살고 있었다. 

    작중 화자인 '나'는 2남 1녀인 가정의 막내아들이었다.
    이 글은 작중 화자의 성장소설이면서
    나의 눈에 비친 좀머 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나는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좀머 씨의 관찰자이기도 했다.

    내가 성장하면서 겪은 생각과 갈등들이 모두가 이해가 되었다.
    내가 피아노 교사와의 갈등을 참지 못하고 세상을 버릴 생각을 하고,
    그래서 자살의 방법으로 높은 나무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첫 부분에서 왜 그렇게 나무 이야기를 길게 썼는지 깨달았다.
     
    또한 다른 사람과 일체의 왕래가 없이
    그저 걷기만 하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최후를 마치는
    좀머 씨의 삶도 이해할 수 있는 듯했다.
    괴팍할 수도 있지만
    지극히 순수할 지도 모르는 그는
    내가 나무에 오르는 심정 못지 않게 답답한 마음으로
    세상을 피하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어른인 좀머 씨나, 어린 작중화자인 나는
    무언가 괴팍하면서도 순수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
    작가 자신이 가장 괴팍한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왕래하기를 싫어해서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고 있고,
    심지어 남과 말을 하기 싫어서 어떤 문학상도 거절했다는 작가야말로
    작중화자와 같은 자의식을 갖고
    좀머 씨와 같은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몇 십 년 만의 악천후가 몰아치던 날
    정신없이 걷고 있는 좀머 씨에게
    작중 화자의 아버지가 승용차에 타기를 여러 번 권하자,
    좀머 씨가 그것을 뿌리치면서 외친 말이다.

    문득 독자인 나도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나를 속박하고 있는 가족과 직장과 사회를 향해서….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렇게 외치면서 어디론가 걷고 싶은 마음이 일었으니
    책을 읽는 동안 좀머 씨의 세계에 중독이 되었나 보다.

    독자를 은근히 유혹하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책인 듯하다.
     
    책장을 덮으면서 생각하니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산뜻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장 자끄 상뻬의 삽화때문이었다.
    처음에 <어린 왕자>처럼 그림도 작가가 그린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삽화가는 작가와는 무관한 사람으로
    그는 그림으로서 일가를 이룬 유명 화가라고 한다.
    글의 내용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삽화가를 선택한 것도
    이 작품의 성공요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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