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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부엉이(양장본 HardCover)
188쪽 | B6
ISBN-10 : 8932024081
ISBN-13 : 9788932024080
눈먼 부엉이(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사데크 헤다야트 | 역자 배수아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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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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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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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파헤친 금서! ‘이란의 카프카’라 불리는 사데크 헤다야트의 대표작 『눈먼 부엉이』. 테헤란 명문가 출신의 작가는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란의 전통에 서구의 문학 기법을 결합하여 발전시킨 현대 페르시아 문학의 선구자였다. 가난한 예술가가 자신의 영감의 원천이자 절망의 원천인 한 여인의 시체를 암매장한 뒤, 술과 아편의 힘을 빌려 신기루의 세계로 빠져드는 모습을 그린 초현실주의 소설이다.

사데크 헤다야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이 작품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내면 풍경을 그려냈다. 출간된 지 8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이란에서는 여전히 금서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잊힌 적이 없는 작품이다. 억압의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존재의 본질적 부조리와 화해하지 못한 작가의 고통과 고독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생생하고 무시무시한 신기루에 대한 묘사와 환상적인 문장들은 염세주의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사데크 헤다야트
저자 사데크 헤다야트는 테헤란의 존경받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테헤란의 프랑스계 학교 생루이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일찍부터 유럽의 문화를 접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25년 국가 장학금을 받고 벨기에서 공학을 공부했으나 예술에만 관심이 있던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여행으로 시간을 보냈다. 1927년에는 프랑스 마른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했으나 구조됐다.
1930년 학업을 마치지 못한 채 이란으로 돌아온 헤다야트는 생계를 위해 은행에서 일하며 단편집 『생매장』을 출간하고 희곡 「사산 가(家)의 어린 딸」을 발표하는 등 작품 활동을 했다. 열성적인 고전학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했던 그는 여러 고전과 외국문학을 번역했는데, 1943년에는 이란 최초로 카프카의 『변신』을 번역 소개했다. 헤다야트는 진보적인 예술가들의 모임 ‘라바(사인조)’를 결성했지만 정부의 탄압을 받았고, 이란의 정치적 현실과 자신의 상황에 실망하여 인도로 떠났다. 1937년에 인도에서 대표작 『눈먼 부엉이』를 복사본 형태로 출간했으나 정작 이란에서는 1941년에야 일간지 『이란』에 연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재출간과 검열을 반복하다가, 2006년 이란 정부의 대축출의 일환으로 출판권을 몰수당했다. 1940년대에는 철학적인 문제보다 시대의 진실을 폭로하는 쪽으로 작품의 방향이 바뀌었으나 그럴수록 점점 더 절망에 빠져 마약과 알코올에 의지했다. 정치적 문제로 철저히 고립되고 박해 받은 헤다야트는 1950년에 파리로 갔으나 1951년 4월,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하지 아카』 『눈먼 부엉이』, 단편집 『생매장』 『세 방울의 피』 『떠돌이 개』 등이 있다.

역자 : 배수아
역자 배수아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지은 책으로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 인형』 『홀』과 중편소설 『철수』,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에세이스트의 책상』 『독학자』 『당나귀들』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나의 첫 번째 티셔츠』 『불안의 꽃』 등이 있다. 2003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2013년 현재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목차

눈먼 부엉이

옮긴이의 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 가지
- 헤다야트, 이란 그리고 『눈먼 부엉이』

작가 연보

책 속으로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타인들은 결코 그런 고통을 믿지 못하고 정신 나간 이야기로 치부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 그 고통에 대해서 묘사하거나 언급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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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타인들은 결코 그런 고통을 믿지 못하고 정신 나간 이야기로 치부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 그 고통에 대해서 묘사하거나 언급이라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남들의 태도를 따라서, 혹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의심 섞인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무시해버리려고 한다. 아직 인간은 그런 고통을 치유할 만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술을 마시고 망각해버리는 것, 혹은 아편이나 약물에 취해 인공적인 잠에 빠져드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고통은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잠시 후 더욱 격렬한 형태로 되돌아오고 만다.-P.7-8

그 소녀는, 아니 그 천사는, 내 영감의 유일한 원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의 원천이었다. 그녀는 몹시도 섬세한 존재여서 인간이 감히 그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 마음속에 경배의 감정이 솟아나게 만들었다. 만약 어떤 다른 낯선 사람, 어떤 평범한 인간의 눈길이 닿는다면 그녀는 그대로 시들어버리고 말라갈 것이다. 나는 단 한 순간도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P.24

그녀는 내 인생 전체를 독살했다. […] 이제 나는 불행과 가난의 냄새만이 진동하는 이 무덤 같은 방에서, 나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며 벽의 아주 조그만 틈새까지도 전부 장악하고 있는 이 방의 무거운 어둠 속에서, 시체와 함께 차갑고 어두운, 끝없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마지막까지, 이 방에서 죽은 그녀와 함께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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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염세주의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란의 카프카, 사데크 헤다야트 암흑의 시대에 태어난 위대한 금서(禁書)를 만난다!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파헤친 사데크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염세주의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란의 카프카, 사데크 헤다야트
암흑의 시대에 태어난 위대한 금서(禁書)를 만난다!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파헤친 사데크 헤다야트의 대표작 『눈먼 부엉이』가 소설가 배수아의 번역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사데크 헤다야트(1903~1951)는 테헤란 명문가 출신으로, 파리에서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란의 전통에 서구의 문학 기법을 결합하여 발전시킨 현대 페르시아 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눈먼 부엉이』는 한 가난한 예술가가 자신의 영감의 원천이자 동시에 절망의 원천이 되는 한 여인의 시체를 암매장한 뒤 술과 아편의 힘을 빌려 생생하고 무시무시한 신기루의 세계로 빠져드는 초현실주의 소설로, 억압의 시대와,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적 부조리와 화해하지 못한 작가의 고통과 고독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내면 풍경을 그린 이 소설은 뛰어난 상징성과 눈부신 묘사, 예리한 통찰로 문학사에 남을 작품이 되었다. 잔혹성과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작 이란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으나 대중들 사이에서는 잊힌 적이 없는 이 책은, 새롭고 신비한 페르시아 문학을 선보이는 수준을 넘어 세계문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 ‘나’는 필통에 그림을 그리는 무명의 화가이다. 어느 날 나의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삼촌이 찾아온다. 삼촌에게 술을 대접하려고 창고로 간 나는 벽 틈새로 하나의 광경을 목격한다. 검은 옷을 입은 한 소녀가 강가의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앉은 노인에게 메꽃을 건네는 광경이다. 잊히지 않는 소녀의 모습은 나의 영혼을 깊은 전율로 뒤흔들어 놓고, 나는 오랫동안 그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방황한다.
헛되이 소녀를 찾아 헤매던 내 눈앞에 갑자기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나의 집 앞에서. 소녀는 몽유병자처럼 내 집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곧 내 침대에서 그대로 죽어버린다. 나는 소녀의 시체를 절단해 가방에 넣고 먼 황무지로 가져다 묻는다. 소녀의 죽음 이후 삶의 깊숙한 무의미 속으로 추락해버린 나는 아편과 술의 도움을 빌려 기나긴 일생의 환각 속으로 몰입한다.
환각의 생에서 나는 쌍둥이인 남자의 아들로 태어난다. 나의 아버지 혹은 삼촌은 나의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코브라의 심판’에서 죽었다. 살아남은 나의 아버지 혹은 삼촌은 어머니와 함께 떠났다. 나는 코브라독주를 집안의 유물로 물려받았다. 언제든지 원할 때 그 술을 들이켜면 영원한 안식을 찾을 수 있다. 고모의 손에 성장한 나는 누이처럼 함께 자라난 고모의 딸과 결혼한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매일 밤 낯선 남자들, 애인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동침하지만 나와는 단 한 번도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 질투와 고통, 사랑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으로 나는 병에 걸린다. 무서운 고독에 시달리는 병이다. 나는 일생 동안 아프다. 병중에 나는 마침내 아내의 침실로 들어서고, 그녀와 잠자리를 하면서, 칼로 그녀를 찌른다.

This Book Will End Your Life

죽음의 현존은 모든 종류의 미신적 믿음을 물리쳐버린다. 우리 모두는 죽음의 아이들이다.
죽음이야말로 삶이 던지는 달콤한 유혹의 속임수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죽음은 삶의 심연에서 우리를 건져내어 자신의 품에 거두어주는 존재이다. _134쪽

『눈먼 부엉이』의 영문판에는 이란 출신 미국 작가 포로치스타 하크푸르Porochista Khakpour가 쓴 서문이 실려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에 심취한 하크푸르는 아버지에게 『눈먼 부엉이』를 사달라고 했으나 아버지는 ‘이 책은 모든 이란인들은 읽을 정도로 위대한 문학작품이지만 이란에서는 출판이 금지된 책’이라며 사주지 않았다고 한다. 딸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야 아버지는 ‘영어로 읽으면 아마 그렇게까지 우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읽고 나서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라’라고 당부하며 책을 주었다고 한다. 하크푸르도 이 책을 읽기까지 몇 년을 망설였고, 읽은 후에는 며칠 동안 음식도 먹지 못하고 열에 들떴다고 한다.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와 비견되는 사데크 헤다야트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이란에서는 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실린 채 1937년 인도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란에서는 1941년에야 잡지 『이란』에 연재할 수 있었으나 차후에 다시 출간과 검열이 반복됐으며, 출간 후 8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이란에서 이 책은 여전히 금서(禁書)이다. 이 책이 오늘날까지 금서인 이유는, 이란이 격변의 현대사를 거치며 종교적 신념과 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기준으로 만든 문화 검열의 결과이지만, 이 책에 대한 시민들의 경외심은 정치적인 차원뿐 아니라 작가 하크푸르의 아버지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했고 작가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계 학교에서 교육받으며 어려서부터 서구 문화를 접한 헤다야트는 20대에 유럽에 머물면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탐독했다. 그는 「죽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베를린의 이란계 신문에 발표할 만큼 릴케의 ‘죽음에 대한 찬미’에 경도되어 있었고, 실제로 1927년에 파리에서 첫번째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이란의 입헌혁명(1906년)과 리자 샤 팔레비의 쿠데타(1921년) 등이 일어난 이란의 변혁기에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낸 헤다야트는,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보다 더 높은 존재를 찬미한” 릴케처럼 불안정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괴로움 속에서 살아낸 인물이었다. 왕정과 독재에 반대한 헤다야트는 젊은 시절 이러한 뜻을 함께한 예술인들의 모임 ‘라바(사인조)’를 만들고 활동했으나 정치적으로 탄압받았고, 억압적 현실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좌절감으로 염세주의에 빠져 이 책의 주인공 ‘나’와 같이 술과 아편에 의지하기도 했다.

암울한 현실과 인간 존재의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자유인
사데크 헤다야트


이 세상은 나에게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었다. _132쪽

『눈먼 부엉이』는 억압의 시대와,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적 부조리와 화해하지 못한 작가의 고통과 고독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으로, 비유와 은유, 상징의 옷을 입은 작가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학을 전공한다는 조건으로 국가의 장학금을 받고 벨기에로 갔으나, 예술에만 관심이 있었던 헤다야트. 그러나 고국의 문단에서 철저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헤다야트의 처지는 현실에서는 소녀를, 환상 속에서는 창녀(부인)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자멸과 파괴 외에는 열망을 끝내 이룰 수 없는 『눈먼 부엉이』의 필통 화가와 같다.
헤다야트는 전통적 특성에 서구적 기법을 더하여 페르시아 문학을 새로이 발전시킬 꿈을 갖고 있었지만, 그리고 『눈먼 부엉이』를 통해 이미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시대는 그의 꿈에 부응하기에 많이 낙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영향을 받은 그의 예술관은 그를 점점 정치적 현실과 불화하는 존재, 그리하여 작가로서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몰아갔다. 문학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좌절하고 의욕을 상실한 헤다야트는 늘 다른 세계로 가기를 원했다. 1950년, 친구에게 테헤란에서는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 가짜 진단서를 받은 덕분에 이란을 떠날 수 있었던 헤다야트는, 1951년 4월, 스위스에서 체류 비자 연장을 거부당한 이후 파리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했다. 그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고, 죽기 직전, 쓰고 있던 원고를 자기 손으로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고 한다.
부엉이는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동물이다.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부엉이가 어둠조차 볼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비극이 작가의 처지를 말하는 듯하다. 헤다야트의 작품은 당시의 시대상에 의해 정치적 문제로 많이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다루는 이런 삶의 어두운 면들은 단순히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부조리를 존재 자체의 본질적 요소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고통의 책, 영감의 책-예술가가 권한, 예술가에게 권할 책

이런 세상을 보여주면서 나에게 미련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다니, 신은 허풍쟁이, 사기꾼이란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만약에 내가 다시 태어나 삶을 한 번 더 통과하는 일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내 지각과 감각이 훨씬 더 무디고 둔감해져 있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야만 힘들이지 않고 호흡할 수 있을 테니까. _132~133쪽

나는 거울 앞에 선 채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너의 고통이 깊고도 깊구나. 그래서 눈빛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버렸어. 네가 울면, 바로 그 고통의 심연에서 눈물이 솟아나겠지. 그 심연이 없다면, 넌 아예 눈물도 없는 채로 울게 되겠지.” _140~141쪽

야만의 시대에 상처 입은, 시대를 앞서간 한 섬세한 예술가의 고통이 담긴 책 『눈먼 부엉이』는, 역시 2000년대 한국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소설가이자 번역가 배수아의 소개로 출간되었다. 배수아는 독자로서 독일어판 『눈먼 부엉이』를 접한 뒤 빠져들어 이 작품의 출간을 제안하고 직접 번역했다. 그리고 이 책 『눈먼 부엉이』는 배수아의 신간 장편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의 공간적 배경인 오디오 극장 마지막 공연작으로도 등장하고, 또한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작 「눈먼 부엉이」에도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이 소식을 들은 옮긴이 배수아는 약 8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묻혀 있던 이 작품이, 갑자기 비슷한 시기에 여러 사람들에 의해 소개되는 우연에 대해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이 책이 왜 여러 작가에게서 언급되는지, 자연스레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먼 부엉이』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독자에게 무한 확장의 여지를 주는 기회의 작품이며, 곳곳에서 반복되는 인물과 주변에 대한 동일한 묘사는 시 ? 공간과 사건의 전개를 의식적으로 혼란시켜 환상의 세계로 빠뜨리는 동시에, 작품 전체를 유기적으로 묶는 치밀한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명문을 따로 뽑아내기 어려울 만큼 버릴 것 없는 문장들로 가득 찬 이 책은 아름다움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예술가에게는 새 세계를 열어주는 영감의 책이 될 것이고, 문학인을 꿈꾸는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교본이 돼줄 것이며,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오래오래 곱씹으며 음미할 수 있는 푸짐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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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진흙 속에 핀 연꽃 같은 삶, 한 예술가를 통해 본다 이란의 카프카,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
    기사 관련 사진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파헤친 사데크 헤다야트의 대표작 <눈먼 부엉이>
    ⓒ 문학과지성사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P.7)

    충격적인 하지만 매혹적인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첫 문장에 송두리째 마음을 뺏긴 나는, 한번에 <눈먼 부엉이(사데크 헤다야트, 문학과지성사>를 읽어 나갔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진 않았다. 소설 전반에 걸쳐, 주인공의 슬픔과 절망, 죽음의 악취가 피어난다. 마치, 장례식장에서 계속 피어나는 향냄새처럼. '죽음, 무덤, 고통, 질병, 공포, 창녀' 등 작가가 계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은 이 세상의 온갖 슬픔과 좌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때로는 너무 잔혹한 표현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 속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눈먼 부엉이는 작가 자신?

    주인공은 필통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그는 자기 자신 안에 갇힌, 철저히 고립된 존재를 그린다. 소설에 묘사된 그의 모습은 꿈과 현실을 오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나는 마치 꿈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어서 깨어나기를 원하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P.28)

    어쩌면 아편에 취한 주인공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리라. 짧지만, 몽환적이고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 탓에 나 역시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플롯이 엄청 조밀하게 짜여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 인물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지?'라는 질문을 계속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무사히)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읊는 것은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눈먼 부엉이>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름도 없다)은 작가 사데크 헤다야트의 자아였다. 작가는 이란의 대표적인 작가로 페르시아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헤다야트는 자신이 직접 남긴 기록을 통해 이렇게 소개한다.

    기사 관련 사진
     매혹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는 <눈먼 부엉이>

    "내 삶에는 그 어떤 눈에 띄는 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으며 흥미로운 요소라고는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며 확실한 학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는 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었고, 항상 패배하는 쪽이었다. 일하는 직장에서도 이름 없는 하급 직원에 불과했으며 상사들에게는 불만의 대상이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한마디로 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히고 마는, 그런 인간이었다." (p.178, 옮긴이의 말)

    무력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헤다야트. 그는 작가의 예술적 성향을 지지하지 않는 고국의 정치적 현실에 깊이 실망한다. 그는 페르시아 문학을 서구적 형태로 발전시킬 꿈을 갖고 있었지만, 시대는 그의 꿈에 부응하기에 아직 많이 낙후되어 있던 것이다(p.180). 결국 1951년 4월, 체류 비자 연장을 거부당한 뒤, 파리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한다. 

    제3세계 문학의 아름다움

    헤다야트 삶의 팔할이었던 슬픔과 좌절, 무력함이 <눈먼 부엉이> 전반에 걸쳐 흐른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자신의 우울한 모습만을 담긴 것은 아니다.

    "무정하고 냉혹하게 삶은 모든 인간의 얼굴에서 가면을 벗겨버린다.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면은 당연히 더러워지고 주름이 생기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인간은 계속해서 그것을 쓰고 다닌다.(p.136)"   

    작가는 가면을 대부분의 인간이 쓰고 다닌다고 표현한다. 이 책은 1900년대 초반(1937년)에 써졌지만, 지금 이 시대와도 잘 부합된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점점 암울해져 가는 세상을 보지 않기 위해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가면이 냉혹한 삶에 의해 벗겨질 때, 우리는 얼마나 큰 고통을 맛보게 되는가. 물론 가면이 벗겨졌을 때, 순전한 진실을 맛보게 되는 상은 있을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매일 얼굴을 대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 인간들과 내가 너무나 다르며, 너무도 멀리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들과 내가 외모가 유하하며, 아주 희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들과 연결의 끈을 유지하고 있음도 느낀다." (p.94)

    어쩌면 주인공, 아니 작가의 제일 큰 좌절은 이 문장 안에 있지 않을까? 자기가 그토록 혐오하고 구역질나게 했던 '타인, 세상'이 결국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 사실이 더욱 처절한 슬픔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 준 아내(창녀), 노인의 모습이 바로 자기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는 거울 앞으로 가 섰다. 놀라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고 말았다. 거울 속의 나는 바로 고물상 노인처럼 보였다." (p.171)

    이처럼 이 책의 여러 문장에서 현실에 대한 명징한 비판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볼 수 있다. 한편 소설가 배수아씨의 번역은, 번역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수려하고, 깔끔하다. 그녀의 멋진 번역 덕에 읽는 맛이 더했다. 역시 번역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너무 염세적인 작가의 세계관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세계관도 다양한 색깔과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혀 주는 귀중한 것이리라. 아울러 영미 소설과 일본 소설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문학 시장에도 이같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3세계 문학들이 소개되고, 읽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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