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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6권(2부2권)
386쪽 | B6
ISBN-10 : 8930007066
ISBN-13 : 9788930007061
토지. 6권(2부2권) 중고
저자 박경리 | 출판사 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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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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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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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대하역사 장편소설.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 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전사(前史)가 된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나가고,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살해하는데... 전21권.

저자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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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토지 6권 | pe**kw | 2007.12.0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6권 내용] 제2편. 꿈속의 귀마동 제3편, 지리산 사나이들     길상이와 서희의 ...

    [6권 내용]

    제2편. 꿈속의 귀마동

    제3편, 지리산 사나이들

     

     

    길상이와 서희의 서툰 사랑고백부분이 제일 인상깊었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특히 서희의. 

    남들에겐 차갑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징징거리는 것이

    예전의 나랑 비슷하다. 큭.

     

     

    [발췌]

     

    거리에 일본인 상점이 눈에 띈다......

    앞치마를 입고 제법 격식을 갖춘 고조오(점원)가 뛰어나오면서 "이랏사이(어서오십시요)."
    서희를 살펴본 고조오는 질린 듯 연신 꾸벅꾸벅 절을 한다.
    "나니가 고이리요우데스까(무엇을 찾으십니까)"
    서희가 멍해지며 쳐다보노라니까 비로소 조선여자인 것을 깨달은 고조오는 더욱 허리를 굽신거린다.

    조선사람이면 모두 초라하고 거지 같다는 일존의 경의였을 것이다.
    '히야! 애라이, 미분노 다가이 히도라시이나아(야아! 대단히 높은 신분의 사람인가 보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듯
    "겐상 좃또 (겐씨 잠깐만)."
    주판질을 하며 장부정리를 하고 있던 반토오(책임자)를 부른다.
    "나니까(뭐냐)?"
    고개를 든 그도 서희를 보자 후닥닥 놀란 시늉을 하며 일어선다.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비굴한 웃음을 띠며 "나니가 고이리요우데스까."
    말이 통할까?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오노꼬노 에리마끼 (남자 목도리)"
    똑똑한 발음이다.
    "하아, 하아, 고자이마스. 시바라꾸, 하이. 좃또 오마찌 구다사이 (네,네,있습니다.잠시 좀 기다리십시요)."
    아름답고 고귀해 보이는 조선여자가 일본말 쓴 것이 그에게는 크나큰 영광이었던가.

    의기양양해서 진열장을 열고 진열장 유리 위에 남자용 목도리를 펴놓는다.

    서희는 여러 개의 목도리를 차례차례 넘겨보고 나서 그 중의 진갈색을 하나 뽑아낸다. "히꾸라(얼마냐)?"
    "하아, 하이, 고엔데 고자이마스 (네,네, 오 원입니다)."
    서희는 지갑을 꺼내어 십 원을 내어준다.

    거스름과 함께 물건을 꾸려준 반토오는 "히꾸라이힝데스카라(박래품이어서)."
    그래서 비싸다는 얘긴 모양이다.

     

    방아 찌는 것만큼이나 방정맞게 절을 해대는 꼴을 본체만체 오복집을 나선 서희는

    전혀 뜻밖의 자기 행위에 놀라고 당황한다.
    '어째 내가 이걸 샀을까?'
    후회하는 것은 아닌데 화를 내며 주어야 할지 잠자코 내밀어야 할지 난감하다.
    여관에 서희가 들어섰을 때
    "이제 오시는군요."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주인 여자가 맞이한다.
    벼르고 있었던가. 여자는 건들건들, 놀려대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아무 대답이 없자 다시
    "술이 고주망태가 돼서 돌아왔습니다.

    원 세상에 대낮부터 무슨 술을 그렇게나 마셨는지 아마 지금 안손님 방에 있을 게요."
    "내 방에?"
    "네에, 그렇다니까요."


    서희는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길상은 떡 버티고 앉아 있었다.

    가라앉은 눈이 차갑게 서희를 쏘아본다.

    그러나 중심을 못잡는 듯 흔들린다.
    "구경 자알 하고 오십니까? 아가씨."
    애기씨가 아니라 아가씨.
    "경치가 어떻든가요? 눈이 세 개 달렸습디까아? 코가 정수리에 붙었던가요?"
    서희는 장승처럼 선 채 길상을 내려다본다. 지독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네에? 네? 코가 정수리에 붙었더냐고 묻지 않습니까? 아가씨! 나, 나 오늘부터 최서희 종놈 아니기로 했소이다. 본시 문서 없는 종놈이고 보니 몸값 치를 필요는 없겠구요, 그 그리고 그 동안 뼈가 빠지게 머슴살일 했지마는 새경 달라고도 아니하겠소. 피장파장 줄 것 받을 것 아무것도 없으니 우리 인간 대 인간으로 나갑시다요. 아시겠어요? 네, 네? 그래 불상한 가스댁이 구경 자알 했수다. 그렇고 음...얼마나 시주를 하고 돌아오시었소? 어떤 양반네는 흉년에 보리 한 말 주고 논 한 마지기 뺏아서 떵떵 울리는 만석꾼이 되었다 그 말이고오, 음...그런데 사람은 얼마에 사시었소? 설마 보리 한 말은 아니겠지요? 아무리 사람값이 헐하기로 논 한 마지기 꼴이야 되겠습니까? 아무리 창자가 비고오 비리오른 강아지 꼴이 된 그 가스댁 모녀지만 말입니다아. 하하핫......하하핫....허나 그렇게는 안 됐을걸요? 섬섬옥수 내민 손이 부끄러움이나 아니 당했을까 이 길상이놈 걱정했수다. 아가씨! 돈방석에 앉은 놈만 도도한 줄 아시오? 피죽먹는 놈도 도도할 수 있단 말입니다. 신주 모시고 족보에 곰팡이 실은 양반네만 기고만장인 줄 아시오? 상놈 백정도 기고만장 못하란 법 없지요. 대명천지에 돈 있고 족보 있는 사람들만 사는 줄 알았다간 큰코다칠 게요. 오장육분 어느 쪽이 성할까? 그래 아가씨! 최 참판네 아가씨! 그 여자 돈 안 받지요? 이 정든님의 돈도 안 받는 여자요.  안 받지요? 네, 네? 한마디 말씀이 없으시군."
    말을 뚝 끊고 고개를 숙인다.

     

    조는가 했더니 자맥질하던 해녀같이 얼굴을 치켜세운다.

    아까처럼 차가운 눈은 아니다. 몽롱한 취안이다. 씩 웃는다.
    "최서희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어? 흥, 천하를 주름잡을 텐가? 어림도 없다!"
    어조를 싹 바꾸며 반말지꺼리다.

    장승처럼 서 있는 서희 얼국에 경련이 인다.
    ................................(중략)

     


    "이놈아!"
    드디어 서희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네에, 애기씨 말씀하시오."
    "너, 나를 막볼 참이구나."
    "네에, 막보아도 무방하구 처음 본대도 상관없소이다.

    십여년 세월 수천수만번을 보아와도 늘상 처음이었으니까요."
    길상은 끼득끼득 웃다가 또 고개를 푹 숙인다.


    서희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방바닥서 굴러떨어진 꾸러미를 주워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 그것을 길상의 얼굴를 향해 냅다 던진다.
    "죽여버릴테다!"
    서희는 방바닥에 주질러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어릴 때처럼.
    기가 넘어서 숨이 껄떡 넘어갈 것 같다.

    언제나 서희는 그랬었다. 슬퍼서 우는 일은 없었다. 분해서 우는 것이다.

    다만 어릴때와 다르다면 치마꼬리를 꽉 물고 울음소리가 새나지 않게 우는 것뿐이다.


    "나 난 길상이하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

    다 버리고 달아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단 말이야."
    철없이 주절대며 운다.
    "그 여자 방에 그, 그 여자 방에서 목도리를 봤단 말이야, 으흐흐흐흣......"
    길상의 눈동자가 한가운데 박힌다.
    "그 꾸러미가 뭔지 알어? 아느냐 말이야! 으흐흐흐..... 목도리란 말이야 목도리."
    하더니 와락 달겨들어 나둥그러진 꾸러미를 낚아챈다.

    포장지를 와득와득 잡아찢는다. 알맹이가 밖으로 나왔다.

    그것을 집어든 서희는 또다시 길상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진다.

    진갈색 목도리가 얼굴을 스쳐서 무릎 위에 떨어진다.
    "헌 목도린 내버려! 내버리란 말이야! 흐흐흐......으흐흐흐흣......"


    엄마 데려와! 엄마 데려와! 하며 발광하고 울부짖고 까무라치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

    그칠 줄 모르게 패악을 부리던 유년 시절,

    그때 서희를 생생하게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 길상이지만 길상은 어떻게 할 바를 모른다.

    술이 깨고 정신이 번쩍 들지만

    무릎 위에 떨어진 목도리를 집었다간 불에 덴 것처럼 놓고 또다시 집었다간 놓고 하면서

    서희의 울음을 그치게 할 엄두를 못 낸다.

    드디어 그는 목도리를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서

    마치 훔쳐서 달아나는 도둑놈처럼 방을 뛰쳐나간다.

     

    문밖에서 엿들으려고 서 있던 여관집 주인 여자와 하마터면 이마빡을 부딪칠 뻔했다.

    제 방으로 돌아온 길상은 우리 속에 갇힌 짐승처럼

    "미쳤을까? 애기씬 미쳤을까?" 중얼거리며 맴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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