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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도시  서울
208쪽 | | 136*201*18mm
ISBN-10 : 8967357435
ISBN-13 : 9788967357436
착취도시 서울 중고
저자 이혜미 | 출판사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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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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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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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인간이 싸우는 미세 허파, 서울 쪽방 탐사 대기록
대도시는 어떻게 먹이사슬망이 되었나
쪽방에 들어가는 순간 생은 늪이 된다 이 책은 르포다. 기자 정신으로 잠입해 취재를 하고, 하나의 단서를 잡으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증거를 수집해나간다. 사회부 소속으로 경찰서를 출입하는 일은 ‘사망’ ‘빈곤’ ‘불법’ 등 중요한 사회 문제를 사건의 발생과 종결로만 보게끔 시야를 제한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기획취재부로 옮겼다. 이제 기자 신분임을 숨기고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 혹은 부동산 투기꾼으로 가장해 쪽방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간다. 그러자 서울 대도시 밑바닥층의 빈곤 문제가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체계적인 이윤 추구 행위에 둘러싸여 있음이 드러났다.

이 책은 작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부산 출신의 저자는 서울로 진학하면서 대학 시절 내내 주거빈곤자로 불안한 생활을 했다. 기숙사, 하숙, 반지하 원룸, LH 매입임대 주택, 산동네 분리형 원룸, LH 대학생 전세자금대출이 저자가 거쳐온 주거 역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가난한 과거사를 숨겼다. 요즘 가난은 훌륭한 서사의 자원이 되기도 하지만, 악바리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불리한 약점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년 세대들이 자신이 직면한 빈곤을 외면하자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주거 빈곤사와 가난의 경험을 적극 드러내게 됐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난에 대한 한 사람의 시선이 바뀌고 넓어지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수많은 빈자, 중간 착취자, 소유주가 이 책에 등장한다. 실명을 밝히기도 하고 가명 처리한 인물도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빈곤의 실태를 이야기해준 사람들이다. 그들은 쪽방에 한번 발을 담갔다가 죽을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절망에 대하여 증언했다. 바로 서울 동자동, 창신동, 사근동 주민들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혜미
대학에서 중어중문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2015년 부산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일보에서 기획취재부 등을 거쳐 2020년 현재 정치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여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을 비롯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올해의 데이터기반 탐사보도상’ ‘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 대상’ 등을 받았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고故 이용마 기자의 말을 기자로 사는 동안 잊지 않으려고 한다.
쓰는 행위는 항상 겁나고, 결과물은 늘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쓸 때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세상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버려진 많은 말을 되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지옥고 아래 쪽방

1. ‘현대판 쪽방’ 고시원 사람들
2018년 11월 9일 국일고시원 화재 | 327호, 이명도, 64세 | 326호, 홍아무개, 59세

2. ‘비정한 도시’의 최저 주거 전선
단돈 만 원에 당신의 비참한 삶을 삽니다 | 살아서 들어가는 관棺, 쪽방 | 박씨의 쪽방

3.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
강씨 일가 | 벗어날 수 없는 쪽방의 굴레 | 쪽방에 산다는 것 |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 | 쪽방촌 생태계의 축, 중간 관리인 | ‘지옥고 아래 쪽방’을 보도하다

4. ‘지옥고 아래 쪽방’ 그 후
쪽방촌에 배달된 신문 | 다시 만난 박씨

2부 대학가 신쪽방촌

1. 자전적 ‘주거 난민’ 이야기
20대의 나는 ‘주거 난민’이었다 | 역행하는 청년 주거빈곤

2. 대학가가 쪽방촌이 되고 있다
우체통과 계량기가 집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 당신의 원룸은 ‘신쪽방’입니까 | 도심 속 섬, 사근동의 비밀 | 그들이 기숙사를 반대한 까닭 | 신쪽방 잠입 취재

3. 서울, 뜨내기들의 욕망 도시
사근동에서 온 답장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 청춘에게 더욱 비정한 도시 | ‘프로듀스 101’의 축소판, 서울

나오며

책 속으로

“저럴 거면 우리한테 돈이나 주지그래.”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생존자 이명도씨가 못마땅하다는 듯 툴툴거렸다. 적대감이 교묘하게 섞인 빈정거림이었다. 327호에 살던 그는 창문이 있는 방에 살아서 화를 면했다. 301호에서 난 화염이 복도를 모두 막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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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럴 거면 우리한테 돈이나 주지그래.”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생존자 이명도씨가 못마땅하다는 듯 툴툴거렸다. 적대감이 교묘하게 섞인 빈정거림이었다. 327호에 살던 그는 창문이 있는 방에 살아서 화를 면했다. 301호에서 난 화염이 복도를 모두 막아버리자, 그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3층 높이의 고시원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숯덩이로 변한 현장에서 그나마 건질 물건이 있을까를 기다리며, 주민들에게 현장이 개방되는 그 찰나를 위해 초겨울 추위를 견디면서 고시원 앞을 어슬렁거렸다. 고시원 바로 옆 지하에 있는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도 “다른 기자들은 밥 한 끼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신 잿밥이라도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내색을 보였다. 이씨는 잇속에 밝은 이였다._13쪽

강병선, 강병식, 강병철, 강병윤, 강병연, 강병은. 1996년에 건축 승인을 받은 역세권 소재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 우애 좋은 가족이 쪽방 주민의 고혈을 빨아 쌓아 올린 빌딩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부 등본에는 남매 6명이 ‘소유주 칸’에 이름을 한꺼번에 올리고 있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정보지만, 눈앞에 펼쳐진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주거 취약계층이 지옥고로 내몰린다는 건 익히 알려진 현상이지만,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전선에서 ‘가족 비즈니스’ 형태로 월세 장사가 이어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고장나고 병든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직까지 쪽방으로 사용되고 있는 다섯 채의 건물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어림값으로만 추정해도 매달 1400만 원의 현금 소득을 챙긴다고 볼 수 있었다._54쪽

“여우 같은 게 사람들 살랑살랑 꼬셔서 기사를 써? ‘꽃뱀’이 다른 게 있는 게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이 ‘꽃뱀’이야!” 첫 번째 기사가 나간 5월 7일 오후. 박선기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S 슈퍼의 주인 최미자씨였다. 생각했던 반응이었지만 언어는 더욱 거칠고 날카로웠다. 듣도 보도 못한 비속어가 쏟아졌다. ‘중간 관리인’으로 지목해, 비록 기사에서 악인화했지만 최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내가 이 동네 사람들 다 신경 쓰고 명절에 밥이라도 해 먹인다”는 그의 말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네가 이 동네에 대해서 뭘 안다고 꼬리 살랑살랑 치면서 이야기 듣고 이렇게 기사를 써? 이 동네 사람들은 다 너를 믿었다고! 이 꽃뱀 같은 년이.”_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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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빈자들은 빈자끼리 서로 빈정거리고 멸시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2018년 11월 9일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다. 327호, 64세, 이명도씨는 화재 당시 창문으로 뛰어내려 살아남았다.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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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들은 빈자끼리 서로 빈정거리고 멸시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2018년 11월 9일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다. 327호, 64세, 이명도씨는 화재 당시 창문으로 뛰어내려 살아남았다.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어슬렁거리던 그는 묘한 적대감, 빈정댐, 툴툴거림으로 기자와 대면했다. 비록 고시원이지만 월세를 조금 더 내고 창문 달린 방에 살았던 그는, 7명의 사망자와 달리 그 3층 창문을 통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고시원 옆 건물 지하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한 그는 “다른 기자들은 밥 한 끼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 한다”며 잿밥을 바라는 기색으로 저자를 쳐다봤다. 잇속에 밝은 이씨는 눈치 빠르게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내놓는 가운데, 자신에 대해서는 희생자들과 다르다고 구분 지으며 ‘귀한 출신’임을 설파하려 했다.
“이래 봬도 젊었을 때 잘살았다고요. 종로 토박인데, 가세가 찌그러져서 고시원에 왔어요. 예전에는 테니스도 세 군데나 다니고 바다낚시도 가고. 올해는 여태껏 살아 있는 꽃게 한번을 못 먹었네.” 입맛을 쩝 다시다 말고, 그는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혈통 자랑이라도 하듯, 과시하면서 내뱉는 화려한 단어들은, 손톱 사이에 낀 검정 때와 대비되면서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가난한 이들이라고 해서 한가지 색깔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엄연히 출신이 다르고 계급이 다름을 드러내며 자기보다 더 가난한 이를 멸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고시원, 쪽방촌 거주자들은 열심히 일할수록 더 가난해져 절망에 허덕이는 이들이 대다수다. 궁핍이 같은 처지의 어려움을 돌보게도 하지만, 없이 사는 이들의 마음을 더 척박하게 만들어 기회주의적 생존 전략을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쪽방촌 여성 주거자들은 같은 계층의 남성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긴다. 폭염이 닥치는 여름에도 방문을 꼭꼭 잠근 채 열어두지 못하는 이유다.

돈 있는 자들은 중간 착취계층을 통한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결정적인 중간 역할을 해준 사람이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S 슈퍼의 예순두 살 된 최미자씨. 그는 핵심 취재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비타민 음료 비싸게 살 테니까 주민 한 분만 소개해주시면 안 될까요?” 쪽방촌 거주자를 만나고 싶었던 저자는 슈퍼 주인에게 부탁했다. 구석 마루에서 손녀들과 저녁밥을 먹던 최씨가 급하게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지. 이거 오천 원인데…….” 안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열 개들이 비타민 음료 상자를 저자 품에 안겼다. 잘 보이려는 마음에 음료 값으로 1만 원을 냈다. 횡재한 표정의 최씨는 주저 않고 맞은편 허름한 2층 건물로 가 예순두 살의 박선기씨를 소개해줬다.
“안녕하세요. 몇 가지만 여쭐게요. 며칠 전 청계천 옆에 있는 고시원에서 불난 거 아시죠? 그런 사고 접하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아휴, 마음이 안 좋지. 안 그래도 뉴스 보면서 속상했어요. 여기도 불나면 다 죽을 거 아니에요. 20년 넘게 이 동네에 살면서 불난 적 수두룩한데, 기사 한번 난 적이 없어요. 솔직히 고시원은 우리보다 사정이 훨씬 나아요. 돈 떨어지면 노숙밖에 길이 없는데 나이 드는 게 무섭고 막막하지.”
취재를 마무리하며 저자는 문득 세입자들의 월세를 걷고 있는 ‘이 슈퍼 주인도 작은 착취의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시스템의 공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깊이 파고들어가자 슈퍼 최씨는 최대 수백만 원의 관리비를 중간에서 관리비 명목으로 취할 뿐 실소유주는 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 박씨 등의 이야기를 엮어 쪽방촌 기사가 보도된 날, ‘중간 관리인’으로 지목된 최씨가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여우 같은 게 사람들 살랑살랑 꼬셔서 기사를 써? ‘꽃뱀’이 다른 게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이 ‘꽃뱀’이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최씨가 뱉는 언어는 거칠고 날카로웠다. 듣도 보도 못한 비속어도 쏟아졌다. “네가 이 동네에 대해서 뭘 안다고 꼬리 살랑살랑 치면서 이렇게 기사를 써? 이 동네 사람들은 다 너를 믿었다고! 이 꽃뱀 같은 년이.” 아마도 동네 관리인들끼리 기사를 돌려보고 집주인으로부터도 한마디 들은 듯했다.
그 순간 증언을 해준 박선기씨가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박씨는 저자를 여러 번 만나 자신의 생애사와 쪽방촌 착취의 생태계를 들려줬다. 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돈 있는 게 죄야? 있는 사람들이 이걸 좀 빌려주겠다는데, 쪽방 없어지면 이 사람들 다 없어지는데. 네가 월세라도 대줄 거냐고.”
본인도 세입자면서 최씨는 철저히 건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얼굴이 없다

중간 관리인 말고 쪽방촌 건물들의 실소유주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이 과정은 이후 수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이어진다. 박선기씨가 사는 집의 실소유주는 ‘정선심’. 60대 여성으로 옆 동네에 살고 있었다. 종로46가길(창신동)을 따라 박씨 쪽방 인근 건물들의 주소를 하나씩 정리했다. 그렇게 인근 15곳 건물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며, 등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유권과 채무관계에 대한 정보를 채워나갔다. 건물 주소, 현재 소유주의 이름, 주소, 등기 연도와 원인 등.
밤샘 작업이 지난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데이터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요주의 인물 ‘정선심’은 단 두 곳의 등본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정선심은 박씨의 쪽방 바로 옆집을 ‘강병선’이라는 인물과 함께 소유하고 있었다. S 슈퍼 건물의 등본을 다시 검토했다. 소유주는 1960년대 후반생인 강병철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강병선과 겹쳐졌다.
정선심과 함께 옆집 쪽방을 절반씩 소유한 사람의 이름이 ‘강병선’ 아니었던가. 이상하게도 이 골목에는 유독 ‘강’씨가 많았다. 만약 이 구역 건물을 몽땅 가지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고, 이를 어느 순간 자녀들이나 배우자에게 물려줬다면……? 강씨에다가 이름 항렬이 ‘병’인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형제나 남매라는 심증이 커졌다.
박씨네 쪽방 건물주 정선심.
박씨네 쪽방 기준 오른쪽 이웃집의 건물주 정선심과 강병선.
박씨네 쪽방을 관리하는 S 슈퍼 건물주 강병철.
박씨네 쪽방 맞은편 건물주 강병식.
게다가 과거에 쪽방으로 이용하다가 최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한 건물 소유주 강병은. 드러난 것만 해도 강씨 4명에 정선심까지 다섯 명이 가족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좀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팩트가 필요했다. 우선 강씨 4명과 정선심이 등장하는 주소를 모두 수집해 정리했다. 의문이 드는 지점마다 정리하고 공통점을 비교하고, 건축물대장이나 등본을 또 떼어보고 정리하고 다시 살펴보는 길디긴 작업이 이어졌다.
서울시 종로구 △△동 **-**. 집요한 추적 덕일까. 여러 차례의 검색, 분류, 필터링 끝에 나온 이 주소가 무언가를 말해주리란 것을 직감했다. 우선 강씨 일가가 창신동 쪽방촌 옆 동네인 이곳에 주소지를 올려두고 있었다. 또, 박씨가 사는 쪽방 왼쪽 이웃집 소유주 ‘최정자’ 역시 주소지가 같았다. 최정자도 강씨 일가의 일원일 가능성이 커졌다.
강병선, 강병식, 강병철, 강병윤, 강병연, 강병은. 1996년에 건축 승인을 받은 역세권 소재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 우애 좋은 가족이 쪽방 주민의 고혈을 빨아 쌓아 올린 빌딩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부 등본에는 남매 6명이 ‘소유주 칸’에 이름을 한꺼번에 올리고 있었음이 마침내 밝혀졌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정보지만, 눈앞에 펼쳐진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노숙과 주거의 경계에 놓인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전선에서 ‘가족 비즈니스’ 형태로 월세 장사가 이어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고장나고 병든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저 가난한 부류와는 다른 사람이다

“저는 제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분도 나쁘고요. 왜냐하면 빈곤하다는 것에 엮여 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내 마음은 안 가난하고,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정당화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금은 내가 사는 곳이니까, 이 집에서 나는 나아지고 있다며 ‘정신승리’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못 살아요.”
이 책의 2부는 청년 주거빈곤층에게로 초점을 옮겨간다. 대표적인 취재지는 한양대 근처 사근동으로, 초미니 원룸텔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이곳 원룸텔 주거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가난합니까? 당신은 주거빈곤층입니까?’
지금 막 죽은 고등어 눈알처럼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질문에 놀랍게도 젊은이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강한 부정을 했다. “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주거빈곤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한양대 졸업생 전동수씨는 대답했다. “제 원룸 건축물은 불법시설이지만, 제가 부산에서 살았던 아파트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제 부모님도 주거빈곤층이 아니고. 난 한 번도 주거빈곤층이었던 적이 없고. 그래서 옛날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여기는 ‘서울 집’일 뿐이지, ‘내 집’은 아닌. 그래서 그 개념을 잘 못 받아들이겠어요.”
가난을 숨기는 게 미덕이 된 사회에서,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질문은 불편하다. 이처럼 내밀한 고민과 스스로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나는 지금 가난하지 않으며, 당장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버티는 중이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내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능성을 전제하며 잔인한 착취 구조의 작동을 간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도 솔직히 그려낸다. 가난을 숨기는 청년들과 달리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가난과 사회에 대해 좀더 명징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과거 가난했던 자신을 드러내면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때로 가난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면도 있다고. 물론 이것은 결코 가난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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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집이라는 건 결국 '이 선은 넘어오지 마'라는 그런 상징이잖아요.” ...

     


    “집이라는 건 결국 '이 선은 넘어오지 마'라는 그런 상징이잖아요.”


    『착취도시, 서울』은 영화 <기생충>의 현장보고서라 부르기 충분하다. 이 책에선 주거를 바탕으로 착취받는 주거빈곤층이 처한 구조의 문제를 고발한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의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신쪽방촌> 보도에 대한 뒷이야기이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전제조건은 '의식주'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삼각형은 균형을 잃고 무너진다. 주거빈곤에 처한 이들은 '주'를 잃은 위태로운 상태이기에 나머지 '의식'마저 잃게 되었다.


     1부인 「지옥고 아래 쪽방」에선 쪽방에서 거주하는 주거빈민층이 겪는 문제와 쪽방의 실소유주가 행하는 부조리함을 다룬다.


     쪽방은 서울 아파트 평당 월세의 4배나 되는 월세를 내야하면서도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지 못하며, 제대로 된 집으로써의 구실을 상실한다. 그럼에도 쪽방에 사는 이들이 존재한다. 어째서 이들은 쪽방에서 살게 되었으며, 늪과 같은 쪽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쪽방은 보증금 없이도 입주할 수 있으며, 번거로운 계약 절차 없이 월세만 내면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이들을 품어줄 유일한 공간인 셈이다. 쪽방에 사는 이들은 노숙을 면하기 위해 쪽방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꿈꿀 틈도 없이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데에도 빠듯하다.

     이와 같은 쪽방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는 과연 맞는 생각이다. 자연스레 쪽방을 없애면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명쾌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허나, 쪽방이 없어진다고 주거빈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쪽방은 주거 난민을 노숙으로부터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쪽방을 비롯한 취약주거공간에 거주하는 이들은 노숙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쪽방으로 밀려난 것이다. 즉, 쪽방이 사라진다면 거주민들은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다. 쪽방을 없애기 전에, 쪽방 거주민들이 노숙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 이는 기사나 보도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허나, 언론에서 쪽방과 같은 주거빈곤문제를 다루어 사회적 담론으로 이끌어낸다면 쪽방이 노숙으로부터의 방파제 역할을 도맡고 있는 고장난 현실을 고발하여, 이를 고치기 위한 진단이나마 가능할 것이다.

     쪽방의 순기능으론 유연한 계약, 보증금 없음과 이후, 더 나은 월세방 혹은 임대주택 신청자격획득과 같은 주거상향의 여지가 있다. 허나, 주거상향은 그저 이.론.상 가능한 것이다.

     이들은 임대주택 보증금을 낼 여력이 없기에 쪽방으로 밀려난 것이다. 쪽방에서 산다는 것은 주거상향은 커녕, 현재의 삶 유지조차 어려우며, 탈출은 꿈과 같은 것이다. 쪽방에서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조차 어려운데, 임대주택 보증금 마련이 말이나 될까. 결국 쪽방에의 삶은 주거상향이 아닌,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쪽방에 사는 대부분의 거주민은 사회적취약계층에 속한다. 허나, 이 중에서도 더 심각한 위험에 내몰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과 여성이다. 쪽방에 사는 이들이 월세와 생활비 걱정을 한다면 장애인은 거동 자체에 불편을 겪고 경제활동의 경계로부터 차단된다. 또한, 여성은 삶 자체를 위협받는다.

     쪽방 관리인/실소요주는 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연금, 주거급여를 약탈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입주를 선호한다. 또한, 눈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며 진단서가 있는 장애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오랜 거리생활로 인해 진단서 조차 없는 경우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저 이웃들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쪽방으로 밀려나는 것도 모자라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것이다.

     쪽방 거주민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남성과 여성의 거주지가 구별되지 않는 공간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 여성에게 쪽방은 집으로써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며, 화장실 마저 남성과 함께 쓰는 처지에 놓인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며 쪽방 생활을 이어간다.

     필자는 '빈곤비즈니스'라는 말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허나, 이 합성어만큼 착취를 잘 드러내는 단어는 없다.

     쪽방의 실소유주들은 대를 이어가며 빈곤비즈니스를 이어간다. 이들이 대대로 빈곤비즈니스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와 다르게 쪽방투기는 수입이 보장된다. 시설을 따로 보수 점검할 필요가 없기에 추가 지출이 없으며, 민원이 들어오면 지자체에서 직접 소화기를 설치해주고 시설 점검을 해주기 때문에 무상으로 자산가치증식도 가능하다. 쪽방 입주는 별다른 계약이 없으며 보증금 마저 받지 않기에 실소유주가 건물 이용 수단을 바꾸기로 결정하면 언제든지 세입자들을 내쫓아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월세를 현금으로 받기에 실소유자는 임대수익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탈세도 가능하며 안정적인 수입원인 쪽방사업은 최고의 노후대비수단이 것이다.


    “또 남자들이다보니 가난해도 청량리에 가끔 여자랑 '몸을 풀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p.91

     해당 문장을 보고 든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연민? 분노? 역겨움? 아마 이 셋 중 하나이거나 모두일 거라 생각한다. 쪽방 거주민의 대부분이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와 주거급여를 받는다. 돈을 쪼개고쪼개서 써도 생활비가 모자를 판국에 성매매를 할 돈은 있다니, 참 어이가 없다. 물론 돈이 많든, 적든 성매매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몸을 풀러'가는 행위엔 더 큰 적대감이 든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처럼 몇 명의 몰상식한 이들이 쪽방 거주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부정적으로 물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쪽방의 주거빈곤문제가 기사화된 후, 이에 대한 정책이 나왔지만, '아동 등~'의 등에 머물렀다. 명칭이 이렇게 된 이유가 국민반대최소화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직 한국은 빈자에 대한 시선이 달갑지 않으며, 빈자에 대한 정책에 쓰이는 세금을 아깝게 여기는 형국이다.


     앞서 말했듯이 쪽방을 강제로 철거/폐쇄하는 방안은 쪽방주거민들을 노숙이란 벼랑으로 내몰 위험이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선 쪽방을 입에 올리지만 근본적 문제에 대해선 알지 못하거나 모른 쇠로 일관한다. 또한, 지자체는 집주인이 해야할 각종 안전시설물 설치를 대신 수행한다. 이는 모두 국민의 세금이기에 결과적으로 세금이 집주인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쪽방 주거민의 주거급여 -> 실소유주에게 흘러가는 형국)

     이처럼 정부에서 쪽방을 보수 점검해주는 정책은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하다. 쪽방 거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정부에서 공공쪽방을 공급해야할 것이다.


     2부「대학가 신쪽방촌」에서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쪽방에 내몰린 청년들의 주거빈곤을 고발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청년은 사회에 던져지는 순간 사회적 약자가 된다.


    "공공이 나서서 5평 임대주택을 만듦으로써, 임대업자들에게도 점점 더 작은 원룸을 공급해도 된다는 빌미를 줬다" p.130

     이처럼 정부의 5평 임대주택 사업은 임대업자들에게도 원룸의 규모를 줄여도 된다는 합리성을 줄 염려가 있다. 이와 동시에 가난의 경계로 인해 진입조차 불가능했던 역세권을 청년들에게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허나, 이미 주택 소유주들은 3평 4평 규모의 원룸을 불법으로 짓고, 공급하고, 버젓이 월세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5평 임대주택 사업을 실시하여 청년들에게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의 원룸을 제공한다면, 청년들은 기존 임대업자가 제공하던 보잘 것 없는 원룸이 아닌, 보다 넓고 저렴한, 사람이 살만한 원룸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학가가 쪽방촌으로 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임대업자들과 결탁한 정치인, 기숙사와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들이 존재함에 있다. 정치권, 대학, 기성세대, 법과 정책 중 어느 하나도 청년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생계유지의 목적이 아닌, 사업형식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이들은 비어있는 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 청년을 착취하여 얻는 얄팍한 수익을 위해 데모를 일으키면서까지 대학 기숙사를 반대한다. 이들의 기숙사신축이 지역생태계를 망친다는 논리는, 의사의 정당한 치료를 거부하는 보호자와 다름없다. 환자도 아닌 보호자 말이다.

     대학정원은 점차 줄고, 기숙사의 수용인원은 한계가 있기에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늘림으로써 구멍을 메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학이 기숙사를 신축하려 하면 임대업자들은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에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고 자신의 임대업이 사업이 아닌, 생계를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대학생과의 갈등을 심화한다.

     또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불법쪼개기를 주택 실소유주에게 추천하며 컨설팅까지 해준다. 불법쪼개기로 완성된 원룸을 비싼 월세 받고 임대해주는 실소유자들, 이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받아 먹는 부동산 중개업자 모두 청년들을 주거빈곤으로 내모는 장본인이다.

     원룸 불법쪼개기로 보다 많은 임대수익을 올리게 된 실소유주들은 해당 주택이 불법임이 적발 되었음에도 이행강제금보다 임대수익이 많기에 시정하지 않는다. 최근에야 부과 횟수가 5회에서 무제한으로 바뀌었다지만, 과연 불법쪼개기 영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러한 청년주거 문제는 '세대 갈등'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서울로의 쏠림'현상을 가속화하여 서울/비서울 출신의 구분짓기를 심화한다.

     요즘 것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 불효막심한 것들이라고 평하는 몇몇의 기성세대가 존재한다. 이럴 때 청년은 말한다. 집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할 것이며, 어디서 아이를 키워야하는가?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 재생산을 요구하려면 청년의 주거빈곤 문제부터 해결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대학생들이 공부하느라 바빠서 집에 잘 있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주거권은 지켜져야 한다. 위에 나온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과연 본인의 자식, 손자에게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문제는 잘못된 집을 지은 임대업자와 이를 팔기 위해 양심까지 팔아버린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있는데, 왜 도망가고 손해보는 이는 세입자가 되는 것일까. 경험의 우위를 바탕으로 청년을 착취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을까. 정작 원룸에서 사는 세입자가 갖게 되는 계획과 이상은 소박하다. 너무나도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집, 평균적인 집으로의 회귀였다.

     책에서 신쪽방에 사는 대학생은 자신의 가능성을 이유로 현재 주변에 적나라하게 있는 불공정함을 외면한다. 자신이 여기에 머무는 이유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함이며, 가난하기에 원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

     청년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와 같이 명문대생은 원룸에서의 생활을 대학졸업장이란 밝은 미래로 버티기도 한다. 즉, 탈출할 수 있는 희망과 여지가 존재한다. 허나, 지방에서 올라온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을 하는 청년이 쪽방 탈출을 꿈꾸기란 어렵다.


     청년에게 젊음은 마냥 좋은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젊기에 고생해도 되고, 젊기에 견뎌야한다는 인식은 청년을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가둔다. 어째서 빛나기에도 모자른 청춘이 가난해도 되는 전제가 된 것이며, 청년들을 구속하는 명제가 된 것일까.

     청년의 주거빈곤 정책은 홈리스 노인, 쪽방촌의 노인들보다 뒤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젊음과 노동가능이란 점에 있다. 기성세대는 끊임없이 청년에게 미래는 나아질 것이란 환상과 희망을 심어준다. 이는 청년 스스로도 현재의 가난을 정당화하게 만든다. 청년은 나아질 것이란 환상에 갇혀 본인에게 가해지는 불공정함을 못본 체한다. 사회는 청년이 지닌 '서울에서의 상승 욕망'을 인질로 그들을 착취한다.      


     오늘날 청년은 평균을 꿈꾼다. 어쩌면 '소확행' 의식 구조가 성행했던 이유는 청년의 기본욕구기준을 낮춘 구조 덕분이 아닐까싶다. 작은 것이 아니면 행복을 취할 수 없게 되어버린 구조 덕분인 것이다.


    * 의문점


     필자는『착취도시, 서울』과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신쪽방촌> 기획 기사를 읽고난 후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1. 쪽방촌에 사는 취약노인층과 원룸에 사는 청년들 모두 '표가 되지 않는' 계층이기에 주거빈곤층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고, 정치권에서 이슈되지 않으며 사회적담론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2. 기숙사형 공공쪽방을 제공하려면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분류와 대책 역시 필요하다. 공공쪽방 부지선정은 정부 혹은 민간사업자를 통해 진행할텐데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장애인과 여성에게 각각 다른 방을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되는가?


    3. 주거급여를 올려 기존의 쪽방을 도태하는 방법이 현실적인지, 또한 주거급여상승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2, 3번째에서 비용에 대한 물음을 가진 것은 빈자들에 대한 정책에 쓰이는 비용을 사회가 흔쾌히 허락할지에 대한 불확신으로부터 나왔다.


    * 마무리


     필자는 2년간 원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며, 『착취도시, 서울』에서 말하는 청년에 포함된다. 처음 집을 알아보러 갔을 때,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해준 몇몇의 집은 신축에 풀옵션이었기에 그럴듯했다. 건물 외관도 깔끔하고, cctv도 설치되어있었다. 허나, 절대 사람이 살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중개업자는 신축이니, 풀옵션이니하며 좁은 원룸을 포장하려했다. 당시 나는 중개업자에게 '그쪽은 여기서 살 수 있어요? 이거 팔면 양심에 안 찔려요?'라고 묻고 싶었다. 이처럼 주거는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이며, 사회에 놓인 청년이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 여기게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가능성이라는 예측불허한 미래를 담보로 청년을 착취하는 행위는 규탄받아야 하며, 『착취도시, 서울』은 이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또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거빈곤에 처한 청년의 궁함을 알리고 쪽방에서 지내는 이들의 인터뷰는 공감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당장 필자의 주변에서 작은 원룸에 갇힌 채로 지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심정이 체화된다. 주거빈곤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넘어서서 사회의 문제란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주거빈곤문제는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이자, 해당 집단에 속해 착취의 근저에 자리한 세대로서 필히 가져야할 문제의식이다.

  • “지 옥 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주거 비...


    “지 옥 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주거 비용은 나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양극화와 저성장에 도시에서 ‘도태’되어버린 이들이 근근이 먹고 자는 것만 해결하며 살아가는 곳.”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낸다는 옛말에 맞게 인구의 절반정도가 수도권과 그 근처 지역에 모여산다. 넘치는 사람들로 좁은땅덩어리에 집 값은 치솟는다.



    이 책은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가 기사거리를 쓰다 알게된 사실을 엮은 책이다.



    지방에 사는 나는 대학시절 두 달간의 서울 실습을 앞두고 고시원에 방을 얻었다. 그때까지 고시원의 환경이 이렇게 낙후된줄 꿈에도 몰랐다.


    바닥에 앉을 수 도 없이 책상과 침대는 완전히 붙어있었다. 앉거나 누우려면 침대에 있어야했고 창문도 밀어올리는 형태라 그 기능을 하지못했다.


    입맛은 당연히 없었다. 실습지에서의 식사가 아니면 밥을 아예 먹지 않았다. 사람이 주거공간 때문에 이렇게 어두워질 수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 책을 보는데 참 자기 지갑을 챙기는 장사치들에 치가 떨린다. 불법 인테리어로 4평도 안되는 방을 월 55에 받질않나, 앉거나 누윌곳 제대로 없는 일명 ‘쪽방’을 월 35에 받는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런 곳이 아니면 갈곳은 길바닥이다. 그래서 이들은 불평하지만 감사하다. 이들에게 돈을 걷는 사람들은 당연히 부자다. 건물이 몇개씩 있는...



    하지만 정부에서 이런 쪽방을 막는다면 미국처럼 홈리스들이 길거리에 널릴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런 삶이, 이런 주거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알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서울에 몰린다, 이유가 뭘까? (흔한 지방인의 궁금증)

  • <착취도시, 서울> 서평 | wh**bo | 2020.03.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맑은 고딕";">“잠만잘분 017-xxx-xxxx” 맑은 고딕";">고등학교 시절, 하교할 때마...

    맑은 고딕";">잠만잘분 017-xxx-xxxx”

    맑은 고딕";">고등학교 시절하교할 때마다 보이던 문구였다지워지지 않는 유성매직으로 담벼락과 전봇대 여기저기 써있던 전화번호였다그 전화번호가 유달리 많이 쓰여있던 집이 있었다낡고 허름해서 곧 무너질 것 같았다도심 한복판에 폐가가 있던 것도 신기해서 친구들과 담벼락 너머로 기웃거리기도 했다가끔 인기척이 들리면 무서워서 도망쳤다그 때는 폐가에 무단으로 기거하는 노숙자인줄 알았다.

    맑은 고딕";">대학에 입학하고 쪽방촌에 봉사를 갔다낯선 공간이었지만 익숙한 문구는 그곳에도 있었다. “잠자리만 제공 010-xxxx-xxxx” 활동가 선생님께 저런 멘트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활동가 선생님께서는 쪽방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고문구라고 하셨다몸 하나만 간신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거주지가 아닌 잠만 자는 공간이라고 설명해주셨다대중매체나 봉사활동만으로 접하던 쪽방이 내 주변에도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대학을 가고 나서도 보이던 그 집이 측은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맑은 고딕";">쪽방과 동네 주변을 살펴보았다우리 동네에는 뜬금없는 곳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다깔끔했지만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곳이었다동네 슈퍼아저씨에게 언제부터 있었는지 여쭤봤더니동네가 개발되기 전에 쪽방촌과 같던 단칸방들이 있었고그곳에는 수도시설이 없어서 공용 수도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설명하셨다동네는 개발되어 이제 수도가 안들어가는 곳은 없지만정부 소유였던 화장실만 남아서 쪽방 사람들의 유일한 화장실로 사용된다고 했다봉사가 필요한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라고 여겼던 쪽방을 다시 접한 건 이사하기 위해서 찾은 부동산에서 였다.

    맑은 고딕";">부동산 아주머니와 상담을 하던 중동네 쪽방이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사람들이 없고 재개발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대답은 달랐다. “쪽방이 얼마나 알짜 현금 장사인데총각 돈이 있으면 사는 것도 괜찮아.”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아주머니께서는 자세히 쪽방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셨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받아라통장을 저당 잡아야 한다방세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만큼만 받아야 한다.’ 등등 이었다가난도 자본가에게 비즈니스 모델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맑은 고딕";">착취도시서울은 잊고 있던 쪽방의 기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그곳에 지내는 사람과 직접 소통해본 적은 없지만쪽방촌 취재기를 통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볼 수 있었다희망은 없이 작은 공간에서 세월을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좌절을 느꼈다쪽방 소유자들은 대대로 쪽방을 물려주면서 부를 이어가는데쪽방 사람들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있었다말 그대로 사람의 고혈을 빨아먹는 행위였다다시금 토지공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비윤리적인 자본가 계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이들의 탈법 비즈니스는 사람들의 가장 취약한 점을 공략한다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사람에게,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협박을 하면서불법적인 폭리를 취한다. “쪽방이라도 있어야지저들도 버티지.”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다.

    맑은 고딕";">잘 쓰여진 기사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기자가 사비 60만원을 들여가면서 등기부등본을 뒤지고실소유주를 추적하는 모습에서 셜록 홈즈를 읽는 몰입도를 주었다저자와 함께 쪽방을 취재하면서 쪽방촌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객관적으로 쪽방을 조망하면서도세상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좋은 기사로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었다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착취의 구조와 그 안에서 힘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나도 다른 울림으로써 사회를 깊이 관찰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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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고딕";">(이글은 글항아리 서포터즈 활동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 의식주, 이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언급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옷, 음식, 집,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게 ...

    의식주, 이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언급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옷, 음식, 집,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게 없다. 허나 이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묻는다면 사람들의 의견은 갈릴 것이다. 벌거벗은 상태로 돌아다닐 순 없는 노릇이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요, 고된 몸을 뉘일 집이 없다면 인간답게 살기가 분명 힘들다. 옷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져보질 않았다. 운 좋게도 헐벗을 정도의 가난을 아직 겪어보지 않아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내 경우엔 다른 것들에 비해 확실히 우선순위가 밀린다. 유행을 알진 못하지만 여러 날 같은 옷을 반복해 입어야 하는 상황에선 왠지 모르게 움츠러든다. 돈이 없어 고생했던 기억은 살짝 지녔다. 수중에 150원 밖에 없어 300원을 넣어야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을 포기하며 느꼈던 비참함을 기억한다. 반면, 집에 대한 고민은 딱히 해보질 않았던 거 같다. 일단 태어나 성장한 도시에서 학업을 마쳤으며, 집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게 되겠지만, 여하튼 숨만 쉬고도 20년 남짓한 기간을 꼬박 모아야 구입 가능하다는 집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만은 분명하다. 모두가 나와 같지 않음을 잘 안다. 대학 시절, 친구 중 하나는 수업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쏟아 부었지만 버티기가 힘들어 휴학을 밥 먹듯 했다. 비싼 학비와 더불어 살인적인 집값은 갓 스무 살을 넘긴 그가 감당하기에 분명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서울 출신인 내게 ‘착취도시’라는 수식어는 낯설고도 듣기 거북했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영역을 벗어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왠지 책에 깃들어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웠지만, 무지가 곧 없음을 의미하진 않음을 아는지라 용기 내어 책장을 넘겼다. 명절 등을 앞둔 시점이면 TV에 곧잘 등장하곤 하는 쪽방촌이 책에서 주로 다루어졌다. 줄곧 아파트에만 살아온 나는 이와 같은 주거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얼마 전 우연찮게 실체를 목격하고야 말았다. 보통 집은 문을 열면 신발을 벗을 수 있는 현관이 등장하고, 부엌과 거실, 방, 화장실 등으로 제법 잘 구획된 공간이 잇따라 보인다. 쪽방촌에선 이 모든 게 사치다. 너무도 허술해 약간의 힘만 줘도 열리지 싶은 형태의 문을 넘어가자마자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형태가 나타난다. 사람 몸 하나 겨우 들어찰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1년 365일을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무슨 까닭에선가 이 처지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 이상으로 어렵다. 무모함이라고 보아도 좋으려나. 기자라면 으레 지녔을 법한 직업 정신의 발로이려나. 저자는 쪽방촌에 들어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노숙을 하거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것보다는 한결 낫다는 이야기를 원했던 건 물론 아니었다. 흥미로우면서도 역겨운 사실을 하나둘씩 알게 됐다. 한달에 25만원이라는 쪽방의 가격은 평 단위로 따졌을 경우 아파트보다도 훨씬 비쌌다. 무엇보다도 쪽방을 돈 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경악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등기부등본에 둘러싸인 저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소유주를 밝히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짐작이 가능했다. 

    대학가에서도 비슷한 양상은 존재했다. 학생들을 수용하기에 학교 기숙사 규모는 턱없이 부족했다. 1학년 때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이들도 2학년이 되면 어디가 됐건 거점을 마련해야만 했다. 돈 없고 세상 물정에 어둔 학생들을 상대로 한 돈벌이가 성행했다. 정상적이라면 하나의 가구가 생활해야 하는 집을 분할했다. 이른바 ‘방 쪼개기’다. 이는 당연 불법이다. 꼴에(?) 리모델링이라고 대개의 집들은 깔끔하다. 게다가 주변 시세와 비교하자면 왠지 저렴한 것도 같아 보여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일쑤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짓겠다고 나섰을 때 임대업자들은 저지에 나섰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반한다’였으나 그들 중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는 드물었다. 더는 가만히 앉아 몇 백에서 몇 천만원까지 받을 수 없게 되리라는 데서 온 반대였다. 삼포, 오포를 넘어 ‘N포 세대’로 스스로를 칭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눈을 낮추라는 식의 조언은 사회에 나오기 전 이미 엄청난 빚을 어깨에 짊어진 이들의 사정을 고려했더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로 사람이 몰린다. 다른 도시에 비해 서울에는 기회가 많으리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 일자리만 해도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일대에 월등히 많다. 비록 지금은 쪽방촌 처지지만 사람들은 나름의 꿈을 지녔고,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자신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지닌 듯했다. 현실적으론 개개인의 부지런함과 노~ 오~ 력만으로는 도시가 구조적으로 행하는 착취를 피하기가 힘듦에도 그랬다. 쪽방촌은 집의 면적 못지 않게 집과 집 사이의 폭도 좁다. 한 번 쪽방촌에 발을 디디면 뒤돌아서지 않는 한 반대편 출구를 찾는 일이 쉽지가 않다. 부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삶은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이 도시 사람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희망고문인 것만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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