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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밤(창비세계문학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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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쪽 | 규격外
ISBN-10 : 8936464396
ISBN-13 : 9788936464394
드러누운 밤(창비세계문학 39) 중고
저자 훌리오 꼬르따사르 | 역자 박병규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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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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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밤 - 훌리오 꼬르따사르 저 | 박병규 역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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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대표작을 만난다! 단편소설의 대가,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의 선두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펴낸 중단편선 『드러누운 밤』.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서른아홉 번째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확대(Blow-up)》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악마의 침》, 보르헤스가 주관하던 잡지에 발표해 단편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점거당한 집》, 저자의 유일한 중편소설로 재즈음악가 찰리 파커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추적자》 등 열다섯 편의 중단편을 담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훌리오 꼬르따사르
저자 훌리오 꼬르따사르(Julio Cort?zar, 1914~84)는 빛나는 상상력으로 가르시아 마르께스, 바르가스 요사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을 주도했으며, 전세계를 통틀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 작가의 하나로 꼽힌다. 191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르헨띠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4살이 되던 1918년 아르헨띠나로 돌아와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 정착한다. 어린 시절에는 쥘 베른 등 환상적인 성격의 작품을 즐겨 읽었으며, 이같은 독서경험은 다양성과 이질성의 세계, 우연성과 예외성을 포함하는 삶이라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937년부터 지방의 중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한편 창작활동에 전념, 1938년 ‘훌리오 데니스’라는 필명으로 쏘네뜨집 『현존』을 첫 출간한다. 38세가 되던 1951년에 첫 환상문학 단편집 『동물 우화집』을 펴내고, 직후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아 빠리로 건너가 유네스코 번역사 등으로 일하며 평생을 보낸다. 작가 스스로 ‘환상문학의 철학’이라고 일컬은 독특한 장편소설 『팔방놀이』(1963)와 단편집 『놀이의 끝』(1958) 『비밀 병기』(1958) 『불 중의 불』(1966) 등으로 당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누렸다. 만년에는 꾸바 혁명을 지지하고 아옌데 정부를 지원하는 등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사회 현실에도 적극 발언하고 참여했다. 1984년 빠리에서 사망하여 몽빠르나스 묘역에 안치되었다.

역자 : 박병규
역자 박병규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멕시꼬 국립대학(UNAM)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교수로 있다. 옮긴 책으로는 『불의 기억』(전3권)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1492년, 타자의 은폐』 등이 있다.

목차

점거당한 집
빠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
먼 곳의 여자
시내버스
맞물린 공원
키클라데스 제도의 우상
아숄로뜰
드러누운 밤
어머니의 편지
악마의 침
비밀 병기
남부고속도로
정오의 섬
불 중의 불
추적자

작품해설 / 훌리오 꼬르따사르와 환상문학
작가연보
수록작품 출전ㆍ원저작물 계약상황
발간사

책 속으로

다 거짓말이다. 나는 로드 꿈을 꾸었을 뿐이다. 구태의연한 이미지로 꿈에서 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로드라는 사람은 없다. 거기에서 누군가 나를 때리는데, 그 사람이 남자인지, 화가 난 엄마인지, 아니면 고독인지 알 길이 없다.(42~43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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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거짓말이다. 나는 로드 꿈을 꾸었을 뿐이다. 구태의연한 이미지로 꿈에서 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로드라는 사람은 없다. 거기에서 누군가 나를 때리는데, 그 사람이 남자인지, 화가 난 엄마인지, 아니면 고독인지 알 길이 없다.(42~43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는.(75면)

그는 다시 한번 눈을 감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깨어나지 않을 것이며, 지금 깨어 있으며, 경이로운 꿈은 바로 그 꿈, 꿈이란 게 그러하듯이, 터무니없는 그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109면)

사실 루이스는 라우라가 어떤 악몽에 시달리는지 알고 있었다. 루이스 역시 라우라의 꿈속에 나타난 것과 마주하고 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고 나타났는지 누가 알겠는가마는 라우라는 공포에 짓눌린 와중에도 그의 다리를 껴안았을 것이다. 아마도 허망한 사랑이었으리라. 항상 그랬다. 루이스는 물 한 컵을 건네주고 라우라가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언젠가는 공포가 자존심을 (이런 것도 자존심이라고 부를 수가 있다면) 압도하리라. 그때부터는 라우라 곁에서 싸울 수가 있으리라. 아직은 전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리라. 아마도 새로운 삶은, 미소와 프랑스 영화라는 환영과는 진정으로 다른 것이리라.(130면)

그것은 단어도 아니요, 환영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그 중간의 무엇, 바닥에 흩어진 낙엽처럼 (그 낙엽이 몰려와 그를 덮어버렸다) 수많은 단어로 분해된 이미지였다.(176~77면)

배운 사람들은 자신을 믿고 있어. 한 뭉텅이의 책을 독파했다고 그런 모양인데, 나는 그게 우스워. 심성이야 착한 사람들이지. 하지만 자기들이 연구하고 하는 일이 아주 어렵고 심오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야. 써커스단 사람도 그렇고, 우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 사람들은 어떤 일이 굉장히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에 공중그네 곡예사나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거야. 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연주를 잘하려면 뼛골 빠지는 노력이 필요하고, 공중그네 곡예사는 훌쩍 뛰어서 그네를 잡을 때마다 손목이 망가져.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은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매순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야. 예컨대, 개나 고양이를 쳐다보거나 이해하는 것. 이런 게 어려운 일이야. 정말 어려운 일이야.(295~9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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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단편소설의 대가,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의 선두 꼬르따사르 환상문학을 망라한 중단편선 빛나는 상상력으로 가르시아 마르께스, 바르가스 요사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을 주도했으며,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20세기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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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대가,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의 선두
꼬르따사르 환상문학을 망라한 중단편선


빛나는 상상력으로 가르시아 마르께스, 바르가스 요사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을 주도했으며,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20세기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중단편선 『드러누운 밤』(창비세계문학39)이 발간되었다. 꼬르따사르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세계(multiverse)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모호한 텍스트, 현실과 비현실의 혼융 등을 특징으로 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환상문학을 구축하여 문단은 물론 독자들로부터도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작가 스스로 ‘환상성이 거처하는 집’이라 묘사한 바 있는 단편소설에서 탁월한 경지를 보여주었는데, 모호함과 구멍투성이의 세계를 환상적이고도 견고한 건축물로 축조해내는 그의 단편들을 두고 호르헤 보르헤스는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조차 훌륭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드러누운 밤』은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첫 출간되는 소설집으로, 그간 몇몇 선집에 극히 일부만이 소개되었을 뿐인 꼬르따사르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조망하게 해주는 대표작들을 모두 담았다. 이딸리아 거장 미?란젤로 안또니오니가 「확대」(Blow-up)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하여 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악마의 침」, 보르헤스가 주관하던 잡지에 발표하며 단편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점거당한 집」, 작가의 유일한 중편소설로 재즈음악가 찰리 파커의 삶을 모티프로 삼은 「추적자」 등 꼬르따사르가 보여준 독보적인 상상력의 힘을 두루 음미하게 하는 15편의 중단편을 수록했다.

환상성이 거처하는 집, 구멍투성이의 세계

"다 거짓말이다. 나는 로드 꿈을 꾸었을 뿐이다. 구태의연한 이미지로 꿈에서 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로드라는 사람은 없다. 거기에서 누군가 나를 때리는데, 그 사람이 남자인지, 화가 난 엄마인지, 아니면 고독인지 알 길이 없다."(「먼 곳의 여자」, 42~43면)

꼬르따사르는 당대에 이미 단편소설의 대가로서 동료 문인들이나 평단으로부터 이론 없는 정평을 얻었는데, 그가 달성한 문학적 견고함은 논리와 질서로 빈틈없이 짜인 하나의 정연하고 완결적인 세계를 재현해내는 데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은 우연성과 예외성으로 가득 찬 세계, 즉 우리가 살아가는 그대로의 구멍 난 세계를 묘파하며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부수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작품을 이해하는 필수적인 정보들마저 모호하게 제시되고 독자는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큰 혼란과 불안에 맞닥트리게 된다. 이를테면 「시내버스」에서는 끌라라라는 인물이 시내버스에서 겪는 상황을 그리지만, 정작 끌라라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찾아볼 수 없다. 인물에 대한 설명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들은 물론이고 핵심조차 의도적인 공백으로 남는데, 끌라라는 시내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들이 가하는 무언의 압박 아래서 공포에 가까운 불안을 느끼지만, 작중 인물들이 왜 그러는지, 문제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끝끝내 명확히 알 수 없다. 「남부고속도로」에서는 빠리를 향하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초유의 교통 체증에 가로막혀 도로에 머물게 되는데, 대체 얼마 동안 길에 머문 것인지, 과연 빠리를 향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끝으로 갈수록 납득할 만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해했다고 믿던 것들마저 흔들리고 마는 아찔한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이같은 의도적인 서술상의 빈틈은 한통의 편지 형식으로 씌어진 「빠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빠리로 떠난 한 여성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편지의 발신인은 내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 같은 기초적인 정보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악마의 침」을 읽는 이들은 심지어 화자가 누구인지, 작품 속 시공간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겸손한 사람도 확신이 있었지. 그래서 내 속이 뒤집어진 거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야. 무엇을 확신했을까? (…) 조금만 주목하고 조금만 느끼고 조금만 침묵하면 수많은 구멍을 발견할 수 있는데, 문에도 침대에도 구멍이 나 있고, 손도 신문도 시간도 공기도 그러한데. 모든 것에 구멍이 가득하고, 모든 것이 스펀지 같으며, 모든 게 스스로를 걸러내는 여과기 같은데……"(「추적자」, 294면)

독자는 교묘하게 감춰지고 산발적으로 드러나는 정보들을 나름으로 읽어내며 한가지 답을 찾을 수는 있으나, 정답이라는 확신은 영영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구체적인 정보와 확실한 의미로 이루어진 텍스트에서 벗어나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받아들여보라고, 스펀지처럼 구멍이 가득한 세계를 주목하고 느끼고 발견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것이 꼬르따사르가 독자에게 경험하고 나아가 즐겨보라고 권하고픈 세계의 ‘현실’일 것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는


"그는 다시 한번 눈을 감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깨어나지 않을 것이며, 지금 깨어 있으며, 경이로운 꿈은 바로 그 꿈, 꿈이란 게 그러하듯이, 터무니없는 그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드러누운 밤」, 109면)

무엇보다 꼬르따사르 작품에서 환상성의 열쇠는 현실과 비현실의 뒤섞임에 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현실은 점점 약해지고 비현실은 점점 강해진다. 이야기 초반에 모호함은 수용할 수 있거나 뚜렷하지 않은 정도에 그치지만 갈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계선은 무너지고, 말도 안되는 일이 시작"된다.(「불 중의 불」, 246면) 문득 내가 수족관 속 아숄로뜰이거나(「아숄로뜰」) 부다뻬스뜨의 매 맞는 여자 거지이거나(「먼 곳의 여자」) "꿈이라는 무한한 거짓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이제 그속에서 깨어 있는 채로 희생공물이 되어 제단에 누워 있거나(「드러누운 밤」) 하는 비현실이 표면으로 서서히 올라오며 현실에 틈입한다.
이렇게 현실을 비집고 들어온 비현실은 종국에는 현실을 압도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 요소들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는다. 꼬르따사르가 보여준 독특한 환상성은 이처럼 현실과 비현실이 혼융되는 상태, 인식론적으로 모호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대개의 소설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개연성에서 출발하여, ‘그럴듯하다’는 개연성으로, 마침내 ‘그래야 한다’는 필연성으로 마무리된다고 할 때, 꼬르따사르의 작품들은 이러한 순서를 거꾸로 밟아나간다. 그리하여 읽는 이에게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세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식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 보인다.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말 너머의 어떤 순간에 있다


"설명은 쉽지만, 사실 진정한 설명이 아니기 때문에 쉬운 거야. 진정한 설명이란,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추적자」, 270면)

환상문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꼬르따사르 자신은 ‘재미’라고 답했다. 단편소설은 그 안에 본질적인 의도가 있다거나 지적인 탐구라거나 메시지를 전한다거나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평자들은 꼬르따사르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과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상황에 비추어 그의 작품을 정치사회적 알레고리로 해석하기도 하고, 문학적 실험을 마음껏 펼친 『팔방놀이』 같은 작품들을 보며 형이상학적 탐구나 지적인 모색 과정으로서 접근하기도 한다. 이같은 여러가지 시각은 모두 타당한 면이 있고, 뛰어난 작품들이 으레 그러하듯 꼬르따사르의 환상문학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있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말하듯 이들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문학적 재미를 선사한다는 데 있다. 쥘 베른이 들려주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열렬히 좋아하던 내성적인 소년이 푹 빠져 있던 어떤 세계가 "단어도 아니요, 환영도 아니"며 "수많은 단어로 분해된 이미지" 같은 것으로,(「비밀 병기」, 176~77면) "말 너머의 어떤 순간"으로(「불 중의 불」, 249면) 우리에게 찾아와, 소설 본연의 목적대로 더없이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력의 또다른 차원으로 데려가주고 있는 것이다.

추천사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조차도 훌륭하다"
-루이스 호르헤 보르헤스
"현대의 단편소설 거장."
-까를로스 푸엔떼스
"소설의 씨몬 볼리바르."
-『뉴욕 북 리뷰』

역자의 말

꼬르따사르는 독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매우 불친절한 작가다. 불완전한 정보와 불확실한 의미, 이러한 모호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겨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환상은 점점 약해지는 현실과 점점 강해지는 비현실의 간섭 상태에서 발생한다. 비현실이 현실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자연스러운 표현에서 어긋나기 시작하고 의미를 대번에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꼬르따사르의 환상이란 현실적 요소의 배제가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이 혼융된 상태, 인식론적으로 모호한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환상성을 통해 세계는 순수한 합리성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비현실성을 껴안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현대인의 협소한 상상력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려 한다.
-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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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머릿속이 뒤숭숭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어떤 마술에 걸렸다가 풀려난 느낌이다. 처음엔 짧은 단편이라고 가볍게 펼...

    아직도 머릿속이 뒤숭숭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어떤 마술에 걸렸다가 풀려난 느낌이다. 처음엔 짧은 단편이라고 가볍게 펼쳐들었다가 큰코다치는 경험을 했다. 나는 목차대로「점거당한 집」을 맨 처음 읽었다. 한데, 갑자기 내가 난독(難讀) 증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단편 한편을 다 읽었는데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패러그래프도 바꾸지 않고 현실에서 환상(내 느낌대로라면 비현실 세계란 말로 표현해야할 것 같다.)세계로 넘어가는가하면 의식세계인지 무의식상태에서 내뱉는 말인지 좀처럼 경계가 모호할뿐더러 줄거리를 한줄로 꿸 수없는, 그야말로 난독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드러누운 밤」을 읽으면서부터는 이 증상이 조금 해소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키클라데스 제도의 우상」을 읽을 때쯤엔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어쨌든 뒤숭숭하고 모호한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 그나마 내가 보르헤스나 마르케스를 먼저 접한 경험이 있었기에,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단편들을 겨우겨우 난독을 헤치며 읽었을 것이다.

     *훌리오 꼬르따사르 소설을 읽을 독자에게 팁 하나 드리자면, 뒤쪽에 실린 ‘작품해설/훌리오 꼬르따싸르와 환상문학’에서 인포메이션을 받고, 그리고 「드러누운 밤」을 먼저 읽어 마음속에 완충지대를 형성한 다음 다른 작품을 읽어간다면 이해 속도가 빠를 것이다. 나처럼 난독증을 의심할 정도로 헤매지는 않을….  유경숙 소설가.

  • 환상 , 현실낙하 _훌리오 꼬르따사르 [드러누운 밤], 2014 창비 [드러누운 밤] 이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됐을...
    환상 , 현실낙하

    _훌리오 꼬르따사르 [드러누운 밤], 2014 창비

    [드러누운 밤] 이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됐을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던 순간까지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단어는 '환상' 이었다. 환상문학의 대가라는 카피 문구를 봤기 때문에 먼저 생긴 '이미지'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남았을 느낌은 같았으리라.

    책 말미의 해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개념이 환상이다. 즉 환상이란 현실에 기반해서 바라보는 비현실이 환상이며 이는 마치 지평선의 신기루를 보는것과도 비슷한, 감각이 일그러지는 느낌과도 같다.
    그러니까, 환상 문학이라 하면 흔히 말하는 판타지 소설을, 혹은 무협지를 먼저 떠올렸던 나는 완전히 틀렸던 것이다. 판타지 소설은 그 어떤 현실도 담보하고 있지 않다.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난쟁이를 보면서 그 어떤 '일그러짐'도 느낄 수 없다. 해리포터의 대 성공에는 마치 9와 3/4 승강장이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 현실을 잠시나마 왜곡시키는 환상이 적절히 조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환상은 보통 illusion과 fantasy 두 가지로 번역이 되는데, 한국에서의 관용적인 쓰임 상, fantasy보다는 illusion에 더 가까운 인상이다. 이렇게 까지 이야기 하면 낯선 개념의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 너무나 유명한 하루키나 파울로 코엘료의 대표작들, 김애란의 [비행운]같은 작품들이 환상문학의 특성을 일부 갖고있다. 이런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체험의 단계를 비물질적인 차원으로 급격히 끌어올림으로써 현실에서 갑자기 내동댕이쳐지는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꼬르따사르의 작품들이 본격적인 환상 문학으로 불리는 이유는, 환상문학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환상문학적인 특징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환상' 그 자체에 대단히 집착을 하고 시도했던 다양한 실험들이 각 작품마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래는 단편중 하나인 [맞물린 공원]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마치 책을 읽고있는 나에 대해 다시 3인칭으로 이야기 하는듯한 묘한 환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왼손으로 안락의자의 초록색 벨벳 천을 한두차례 쓰다듬어보는 사이에 어느덧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등장인물의 이름과 이미지가 뇌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내 소설적 환상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는 한줄 한줄 읽어감에 따라 주변 현실이 산산조각 나는 야릇한 희열을 맛보고 있었다. 69p"

    [드러누운 밤] 은 꼬르따사르 100주기를 기해 만들어진 단편집으로 책 제목은 수록된 단편중 한 편의 제목이다. 380 페이지의 분량에 15개의 적지 않은 수의 중단편이 수록되어있는데 뇌리에 깊이 내려 꽂히는 작품도 있었고 몰입을 못하고 훑듯이 지나쳤던 작품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꼬르따사르의 글들은 한 번 흐름을 놓치면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짧은 문장들 여러개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덩어리로 압축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성상 대부분의 작품들이 초중반에 지금 딛고 선 현실로부터 출발을 하기 때문에 그 기반을 놓치고 읽어나가다 보면 아무런 단서가 없는 후반부의 환상들에 대해서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반부가 친절한것도 아니다)하지만 흐름을 잘 따라갔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앞서 이야기 했던, 마치 한 순간에 급 하강하는 놀이기구를 탄것과 같은 섬뜩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책에 처음으로 매료됐던 부분은 작가의 눈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환상들이었다. 이를테면 가장 첫 번째의 점거당한 집 에는 실타래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데

    "가끔 완성된 조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번에 풀어버렸는데, 불과 얼마 전의 모습을 잊지 못하겠다는 듯이 꼬불꼬불하니 바구니에 쌓여 있는 실이 재미있었다. (중략) 나는 뜨개바늘을 쥐고 은빛 고슴도치처럼 움직이는 이레네의 손놀림과 바닥에 놓인 바구니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실타래를 몇시간이고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12-13p"

    그의 문장을 읽고 나면 신기하게도 그냥 실타래 였던 것이 살아 움직이는, 주술적인 힘이 깃든 어떤 것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것이 꼬르따사르의 소설 세계를 지탱해주는 가장 강력한 기저가 아닌가 싶다.

    여러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어느 순간부터 환상속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사고처럼 불현듯 찾아온다. 처음엔 현실을 딛고 서있었다 생각하지만 뒤로 갈수록 어느 부분부터 비현실이었는지, 처음부터 현실이라 착각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들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어떻게 보면 꿈을 꾸는것과도 비슷해서, 이게 꿈이었다는 것을 어떤 시점에 자각하는것과도 같다. 걔중에는 호접지몽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존재론적인 사유로 빠지게 만드는 작품들도 여럿이다. 그는 여러 단편에서 다양한 시점으로 존재를 조명하는데, 1인칭과 3인칭의 구분을 넘어 단숨에 시점의 도약이 이루어 지는 것은 그의 문학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주요한 장치이자 그의 특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소모사의 이야기로는 시공간을 철폐하는 방법은 상황과 동작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집요하게 접근하다보면 언젠가는 초기 조각상과 자신이 동일해질 것인데, 이것은 중첩과 같은 이중성이 아니라 원초적인 접촉, 즉 합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79p"

    “아숄로뜰의 눈은 나에게 다른 삶이 현존하며, 다르게 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중략) 그렇지만 아숄로뜰은 우리와 가까웠다. 나는 아숄로뜰이 되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 내가 처음으로 아숄로뜰에게 다가간 날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믿음과 반대로, 원숭이의 인간적인 특성은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거리를 드러낸다. 92p"

    “경이로운 꿈은 바로 그 꿈, 꿈이란 게 그러하듯이, 터무니없는 그 꿈이라는 사실을 알 고 있었다. 그 꿈에서 놀라운 도시의 이상한 거리를 돌아다녓다. 적색과 녹색 불이 있었으나 불꽃도 없었고 연기도 없었다. 다리 사이에서 붕붕거리는 커다란 금속 곤충도 있었다. 109p"

    “주 3회 정오에 시로스 섬 위를 비행하는 것은, 주 3회 정오에 시로스 섬 위를 비행하는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었다. 이 모두는 부질없이 반복되는 광경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중략) 그리고 저 마을 어부들은 고개를 들고 이 비현실의 궤적을 좇고 있었을 것이다."

    “즉, 조니는 천사들 가운데 있는 인간이며, 비현실 가운데 있는 (그 비현실은 우리이다) 현실이다. 299p"

    “브루노, 재즈가 음악에 불과한 것이 아니듯이 나 또한 조니 카터에 불과한 것이 아니야. 322p"

    쓰다보니 리뷰가 둔탁해진건 결과적으로 꼬르따사르라는 남미의 생소한 작가가 내 취향에 적절했기 때문일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진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정도로 표현을 하던 것들에 환상 문학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리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서 환상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꿈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안엔 분명 어떤 실제의 원인이 되는 심리가 존재하듯이, 꼬르따사르의 작품들도 그 환상의 기저에 깔려있는 특정 주제에 대한 은유가 있다. 대부분 현대성에서 비롯된 사회적인 문제나 개인의 문제 등이 언뜻 보이지만 여기에다가는 자세히 적지 않으려 한다. 꿈, 혹은 환상은 해석없이 그 안에 들어가 즐길때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상 문학들이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이격되는 경험이 본질적으로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리뷰를 작성하는데 밴드 [OK GO]의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언제나 '환상적' 이다. 비디오에서 보여지는 것이 비록 착시에 불과하더라도 여기서 환상에 대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환상은 현실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환상이라 부르는 것들은 언제나 현실의 파편들을 딛고 서있다.

    그 어떤 개연성도 없이 낙하하는 현실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심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Ps. 영화나 책 등에도 연이 있다고 생각해서 우연히 보고 접하게 되는 것들은 언제나 나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평생 알지 못하고 지나쳤을 재미를 알게 해준 이번 기회에 무척 감사한다.
    문장들의 호흡이나 책의 내용등을 봐선 번역하기가 꽤 까다로웠을것 같은데 특별히 어색한 부분을 찾을 수 없이 완성도 높은 번역이 환상을 환상으로써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글은 [창비 책읽는당]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단편소설의 대가, 꼬르따사르의 환상문학을 접하다.    중남미 문학의 대표 소설을 꼽으라고 하면 ...

    단편소설의 대가, 꼬르따사르의 환상문학을 접하다.

     

     중남미 문학의 대표 소설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리지만 처음으로 맛본 중남미 문학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문학동네, 2009)였다. 영미문학이나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문학과 다른 매력이 온 몸을 휘감았고 책을 덮고 나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쓴 다른 작품들을 찾아가며 읽었다. 그 후 남미 문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는 물론이고 대가의 작품임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볼라뇨의 문학도 속속 번역되고 있다. 이처럼 장편, 단편 할 것없이 다양한 작품이 번역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남미 문학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드러누운 밤>은 창비 세계문학 서른 아홉번째의 책으로, 훌리오 꼬르따사르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번역되는 작품이다. 온라인에서 보는 것 보다 실제 표지가 더 예쁘다. 진한 갈색이 빈티지하게 칠해져 있고, 까슬까슬한 표지가 촉감이 좋아 책이 쉬이 읽힐 것만 같다. 아무튼 처음으로 접한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책은 생각만큼 쉬이 접할 수 있는 단편이 아니다. 단편소설의 대가이지만 그의 글쓰기는 굉장히 불친절하다. 모호한 느낌과 어디서 이야기가 끝이 날지 모르는 불안감을 고조 시킨다. 15편의 단편 중 중편소설은 '추적자'가 유일하다. 유일한 이 중편 소설은 미국의 재즈 음악가 찰리 파커의 전기적 사실을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14편의 단편은 짧고도 묵직하며, 그가 무엇을 드러내는지 알 길이 없다.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무엇 때문에 주인공들이 집을 점거 당하며 사는지 그는 소설을 통해 말하지 않는다. 점점 좁아지는 공간 아래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식 사이에서 보여지는 불안감과 합당한 의식을 통해 우리는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글에 모호함을 느끼며 그의 문학에 젖어 간다.

     

    훌리오 꼬르따사르는 위에 언급된 마르케스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와 함께 아메리카 소설 붐을 주도한 대가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많이 낯선 이유는 아직 그의 책들이 번역되지 않아 다른 이들과 달리 그의 명성을 알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르헨티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4살이 되던 해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착하며 살았다.<현존>(1938)을 첫 시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38살에 첫 환상문학 단편집인 <동물 우화집>을 펴내고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아 유네스코 번역사로 일하며 평생을 보냈다. 그 후 만년에는 쿠바 혁명을 지지하며 적극적인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1984년에 사망하여 몽파르나스 묘역에 안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단편 곳곳에는 아르헨티나의 정치적인 면면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의 중단편을 보고 뭐라고 평하기에는 그의 문학은 이전까지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가 부각되지 않으며 서술 조차도 언급되는 면이 없다.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처음으로 소개된 것처럼 이제부터라도 그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차츰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우선, 14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 그리고 40페이지가 넘는 작품 해설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꼬르따사르의 문학을 접하면 될 것이다.

     

    단편소설을 많이 접하지 않았지만 헤밍웨이의 단편집을 보면 단편은 장편을 쓰기 위한 하나의 밑그림으로도 보여지기도 하고, 장편에서 쓸 수 없는 실험적인 글들을 과감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장편이 긴 호흡의 문장이라면, 단편은 짤막하면서 작가의 생각을 과감없이 보여주는 좋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환상문학의 밑그림을 통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 짤막하고 생경한 모습을 다음 작품을 통해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 환상 문학이라는 단어는 몇 번 들어봤는데, 실제로 읽어본 작품은 몇 안된다. 개인적으로 사실과 거짓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추리소...

    환상 문학이라는 단어는 몇 번 들어봤는데, 실제로 읽어본 작품은 몇 안된다. 개인적으로 사실과 거짓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추리소설이나 일반 소설, 인문학 서적을 주로 읽는터라 환상 문학은 생각보다 많이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환상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내용이 많아서 꿈속을 걷는 느낌과는 또 다른 맛이 나는 작품들이 많다. 이 책은 스페인어 권 작가인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단편 소설의 대가라고 되어있는데,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포인트를 적절히 잡아내는 흐름을 보니 과연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읽다보니 환상문학의 특징을 약간은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이 작품들은 정신을 차리고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일반적인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있어서 대충 읽어도 내용이 이해가 가는데, 환상 문학의 경우에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가 상상인지 분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가가 숨겨놓은 복선을 찾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읽어야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빨리 읽는 독서에 익숙하던 나에게는 약간은 어려운 독서법이기도 하다. 그래도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작품 세계를 보면서 색다른 장르의 문학에 푹 빠져드는 재미를 오랜만에 느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 이 작품집의 특징이기도 하다.

     

    여러 작품이 각자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한 작가에게서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하나, 다루고 있는 주제가 광범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도 같아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조금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탓에 다른 책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했으나 다 읽고 나니 왠지 뿌듯한 기분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소설을 일단 다 읽고 나서 뒤에 실려있는 역자 해설을 꼭 읽을 것을 추천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역자 후기를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라는 느낌으로 차분하게 그동안 읽은 작품들을 마음속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속 소설만 읽었던 독자라면 이번 기회에 자산의 독서 폭을 한 번 넓혀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가 낯설면서도 매력이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모든 것이 명확하지만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추울 때는 따뜻한 방안에서 자산이 좋아하는 책을 파고드는 것도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초현실적인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품집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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