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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 A5
ISBN-10 : 8932013047
ISBN-13 : 9788932013046
그대의 차가운 손 중고
저자 한강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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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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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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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깊고 넓어진 작품세계로 다가온 한강의 두 번째 장편소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두 번째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 1993넌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 '라이프캐스팅'(인체를 직접 석고로 떠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를 화자로 등장시킨다. 그 조각가가 바라보는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라이프캐스팅 작품과 어우러지며 다소 낯설고도 묘한 흥미를 자아낸다.

5년 전 늦은 봄 K시에서, 그리고 이듬해 9월 인사동에서 '나'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손을 잡고 있는 남녀의 형상, 그리고 거대한 손의 형상을 한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된다. 다시 해가 바뀌고 이른 봄. 후배 선영이의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갔다가 연극의 소품으로 쓰인 한 조각작품에서 '나'는 또 한번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저자소개

저자 : 한강
저자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시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1995), 『내 여자의 열매 』(2000), 장편소설 『검은 사슴 』(1998)을 발표했다. 중편소설 「아기 부처」로 한국소설문학상(1999), 제5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0)을 받았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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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슬픈 아름다움을 지닌 작가 한강의 두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뼈까지 투시하는 서늘한 사랑! 어느 조각가가 만난 두 명의 여자는 너무 뚱뚱하거나 혹은 너무 차갑다. 그녀들의 인체를 작품화하면서 낯설고도 묘한 그리움이 다가온다.'삶은 상처'라는 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슬픈 아름다움을 지닌 작가 한강의 두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뼈까지 투시하는 서늘한 사랑!


어느 조각가가 만난 두 명의 여자는 너무 뚱뚱하거나 혹은 너무 차갑다.
그녀들의 인체를 작품화하면서 낯설고도 묘한 그리움이 다가온다.'삶은 상처'라는 실존적 명제를 1990년대의 그 어떤 소설들보다 강렬하게 부각시킨 작가 한강이 4년 만에 두번째 장편소설을 펴낸다. 삶의 고단함과 속깊은 상처의 쓰라림을 작품 속에 아로새겨온 작가는 더욱 깊고 넓어진 작품세계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가 한강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라이프캐스팅'(인체를 직접 석고로 떠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를 화자로 등장시킨다. 그 조각가가 바라보는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라이프캐스팅 작품과 어우러지며 다소 낯설고도 묘한 흥미를 자아낸다. 이 소설에서 화자인 조각가와 두 여주인공은 사실 액자 안의 이야기이며, 액자 밖에는 '나'라는 작가가 또 존재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 액자 바깥의 인물이 액자 안의 인물을 들여다보고, 그 액자 안의 인물은 또 다른 두 주인공 여성(비만으로 고민하는 여대생 L, 지나치게 차가운 손을 지닌 인테리어 디자이너 E)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소설이 전개되면서, 주인공들의 진실이 조심스레 드러난다. 더불어, 액자 속 화자인 조각가 장운형이 두 여주인공을 대상으로 라이프캐스팅을 만들어가면서, 그녀들 육체의 껍데기가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삶의 은밀한 비밀과 슬픔들을 어루만지게 된다."진실. 응시. 연민. 이 소설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깊숙이, 끈질기게 응시함으로써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 진실이 있다면, 그 진실에는 체온이 배어 있을 거라고. 나는 사랑하고 싶었다. 그것은 응시와 연민만으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송두리째 눈과 몸을, 시간과 공간을,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하는 세계다." ― 한강작가는 소설 속에서 나오는 "멋진 몸매는 흥미롭지 않다. 평범하고 불균형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벗겨놓고 보면 낯설게 보이리라 짐작되는 몸이 내 마음을 끌었다"라는 조각가의 독백처럼, 늘씬하고 멋진 삶의 화려함보다 일그러지고 어긋난 삶의 균열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설 속의 주인공 조각가는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조각난 인체의 껍데기들 가운데 곤혹스러운 듯 서 있곤 한다. 거의 중성적일 만큼 밋밋한 가슴, 아름다운 어깨의 선을 가진 상체의 뒷부분, 제왕절개한 자국이 드러난 아랫배, 납작하게 처진 엉덩이들이, 저마다 찢어지고 기워진 형태로 흩어져 있는 인체 작품 속에서 진실을 발견해간다. 작가는 시종일관 서늘한 시선으로 거짓 웃음과 육체의 탈 속에 가리워진 삶의 생채기들을 더듬으며, 더욱 완숙해진 문장으로 아픈 진실들에 다가서고 있다. 작품 줄거리나(H)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알게 된 조각가 장운형의 조각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연극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조각가와 합석하게 되고, 인체를 떠서 만든 그의 작품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후 그가 사라지면서 남긴 노트를 읽게 된다. 이 노트의 내용이 소설의 전체 내용이다. 장운형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이중적인 웃음이 서린 얼굴, 빗나간 인생을 사는 삼촌의 마디 잘린 손가락 등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모습의 차이에 대해서 성찰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섬세한 감수성은 자연스럽게 그를 조각가의 길로 이끈다. 조각가가 된 장운형은 L이라는 비만의 여대생에게서 아름다움을 느껴 그녀를 석고로 뜬다.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뚱뚱하다고 놀림받던 L은 조각가의 관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L은 의붓아버지에게 강간당한 기억을 갖고 있다. L과의 관계는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살을 빼려는 집착에 사로잡힌 L은 비정상적으로 변해간다. 장운형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E를 알게 되고, 그녀도 석고로 뜬다. 그녀는 어린시절 육손이로 놀림받았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수술을 해서 정상이지만, 그 기억은 그녀를 지배하고 있어 그녀의 성격은 타인이 다가서기 힘들 만큼 차갑다. 장운형은 E의 차가운 외모 뒤에 숨겨진 참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이끌린다. 장운형은 E와 가깝게 지내다가, 어느 날 서로의 몸을 석고로 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진다.2년 후 나는 장운형의 유고전에 초대받는다. 사라진 장운형의 행방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유고전을 마련한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실종되었다는 장운형과 E일 것 같은 한 쌍의 남녀를 보고 쫓아가나 그들은 행인들 속에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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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 책은 내가 만난 한강의 네 번째 책이다. 따뜻하지 않은 그녀의 책, 상처가 있는 그녀의 책, 그래서 더 안아주고 싶은 책들...
    이 책은 내가 만난 한강의 네 번째 책이다. 따뜻하지 않은 그녀의 책, 상처가 있는 그녀의 책, 그래서 더 안아주고 싶은 책들. 반대로 상처를 싸매주는 책, 맘 껏 울게 하는 책들.  담담함이 깊어 소리가 들리는 않는 듯한 그녀의 글들. 책을 읽을 때는 소리 내어 크게 웃으면 안될 것만 같은 책들. 차가움이 제목에서 그리고 보여지는 것을 통해 처음부터 전해진다.

    작가인 내게 전해진 조각가(운형)의 이야기로 구성되는 액자소설이다. 운형을 기억하는 나도 나를 기억하는 운형도 보여지는 그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그렇다. 본질이 아닌 껍데기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나의 깊은 곳까지 내가 드러내지 않은 것들을 알아보는 이를 만나기도 한다.  운형의 작품을 한 눈에 알아보는 작가는 처음에 그랬듯이 마지막까지 운형을 알아본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 과연 서로에게 무엇을 보았기 때문일까?
      
    계부에게 폭행당한 상처를 먹는 것으로 감싸고 살았던 L, 육손으로 태어났기에 놀림을 받았던 어린 시절 전부를 수술과 동시에 싹뚝 잘라버리고 싶었던 E. 그녀들의 겉 모습을 틀로 만들어 작품으로 탄생시키고 싶었던 운형은 알고 있었다. L이 가진 아름다운 손을 통해, 손을 제외한 아름답고 완변한 몸을 가진 E의 얼굴을 통해 L과 E의 상처를 깨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손을 통해 자신을 찾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숨막히는 석고를 온 몸에 바르고 틀로 만들어 다시 새로운 삶을 주고 싶었고 그를 통해 스스로도 새로운 삶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까많고 커다란 사각 뿔테 안경을 끼자 거울 속의 나는 전혀 나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단한 변장이라도 한 양. 나는 아무에게도 나를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몰래 불안하던 마음이 어루만져진 기분이었다. 그저 잠시의 기분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안경의 힘은 나에게 주술적인 것이 돼갔다.  숨을 고를 수 있었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고, 여유를 갖고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51~52쪽 ] 어린 시절 이렇게 시작된 운형의 삶은 안경이라는 껍데기에 의존하고 있었다.그러면서도 정작 운형은 자신을 깨지 못한 채, 그녀들이 벗어놓은 그 틀 속 자신을 숨기고 살고 있었다. 운형에게 삶은 온통 상처였던 걸까? E를 사랑하게 되면서 운형과 E은 서로의 상처로 이루어진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로써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들은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 때로 증오하고 분노하며 사랑하고 울부짓는다, 이 모든 것이 곡예이며, 우리는 다만 병들어가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313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나의 작은 것까지 속속들이 알고있는 어린 시절 동창들의 만남을 꺼리는 작은 일상부터 숨기고 싶은 치부들, 그리고 말하고 싶지 않은 어느 한 순간들. 그러나 그것들을 깨부수지 못해 그것과 함께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내내 부정하고 싶어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내 부분을 석고를 개어 내어 그 모습을 드러내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의 껍데기를 부여잡고 있는 걸까? [껍데기는 조개나 게, 거북이처럼 단단한 걸 말해요. 하지만 껍질은 내용물에 완전히 엉겨 있죠. 사과나 배, 고양이과 개, 그리고 사람처럼.286쪽] 그것이 껍데기가 아닌 껍질이라 하여 내 살과 피를 함께 떼어 낸다 해도 그 틀을 만들고 싶다. 그 껍질을 떼어내면 새로운 껍질이 재생될지 모른다. 새로운 피와 살을 만들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변화되어 새로이 되는 내 것.

    지금까지 만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은 내 맘에 소리없이 다가오지만 아주 큰 메아리를 남긴다. 내게 즐거움과 동시에 기다림을 안겨준다. 이제 또 그녀의 글을 기다린다. 한강, 그녀는 아마도 지금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또 다른 껍데기를 연신 글로써 만들어 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 한강, 그녀의 따뜻한 손 | jo**727 | 2006.01.0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내가 작가 '한강'을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은 그녀의 소설이 아닌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이라는 산문집이었다. 오...
    내가 작가 '한강'을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은 그녀의 소설이 아닌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이라는 산문집이었다. 오래전에 읽은터라 아주 어렴풋이 기억에 남긴 하지만, 내가 그녀에 대해 가졌던 느낌은 너무나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첫인상이 굉장히 좋아서 쉬이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을 본 것 처럼... 그 산문집에서 내가 발견한 그녀의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면모가 '한강'이라는 작가를 떠올리는 이미지가 되어버린 것 같기 때문에... 그런 내가 그녀에 대해 가지는 인상이 당연히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의 소설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얼마나 소설을 기대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을 읽은 후 몇년이 지나 지금은 그토록 기다리던 색이 바랠정도로 오래된 '한강'의 소설을 손에 들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을...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 들었던 '역시 그녀답다'는 느낌 한편으로는 우습게도 무섭다라는 표현이 생각날만큼 요즘의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어떤 무르익은 듯한 그리고 너무나도 성숙된 그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것이 이 소설의 주요한 세 인물의 너무나도 쓰라린 상처의 표현에 대해 진저리 쳤지만, 끝에 이르러서의 그 모두를 보듬어 안음으로서의 내가 가졌던 작가에 대한 그 인상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모든게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해보니 참 괜찮았다라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 그대로 그녀의 다른 소설도 한번 기대해본다.
  • 1 『몽고반점』,『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 한강의 장편소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2002년에 발간한『그대...
    1 『몽고반점』,『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 한강의 장편소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2002년에 발간한『그대의 차가운 손』을 구입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장편도 잘 짜여 있었다. 2 「껍질 벗기(Peeling Off Skin), Lifecasting 석고 FRP, 1996」는 주인공인 조각가가 전시한 작품 제목이었다. 화자인 소설가는 ‘정이 떨어진 만큼 건조한 정신’을 느꼈다고 표현한다. 조각가는 실종되고 그의 글만이 남았다. 그의 글에서 실종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3 주인공은 어렸을 때 깔끔하고 예절 바른 어머니의 모습에서 ‘웃고 있는, 딱딱한 탈바가지’를 발견한다. 웃음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면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면을 쓰지 않은 고모의 얼굴에서 더 선명할 수 없을 만큼의 솔직한 진실을 읽고는 ‘진실이란, 저렇게 추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 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정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는, 남은 감정의 찌꺼기는 스스로 처리했다.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죽음, 그 후에 진실이 드러난다 하여도…… 4 주인공은 남이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을 집요하게 의심했고, 모든 것들의 안쪽을 꿰뚫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인공에겐《조각이란, 해독할 수 없는 생의 비밀들을 두 손으로 빚어냄으로써 마치 그것들을 체득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종의 최면요법》같은 것이리라. 그는 타인의 손을 석고로 떠보기도 한다. 그 안의 비어 있는 공간은 철저하게 본질이 제거된 공간이다. 5 인테리어 전문가인 E라는 여인에게서 겉으로 드러나는 세련 그 뒷면에 숨겨져 있는 그 무엇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못을 빼도 못 자국이 남는 것처럼, 열패감을 다 극복했다 해도 그 자린 여전히 남아 있게 마련인 것. 그녀의 손을 억지로 펴려고 할 때의 장면이다. 《그녀의 커다란 두 눈은 마치 목을 졸리는 여자 같은 날것의 공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쏜살같이 스쳐가는 동요를 나는 보았다. 원한, 증오, 분노, 두려움, 좌절, 아니, 그보다 무서운,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거기 있었다.》 6 육손이 기집애. 수술을 하고 난 뒤에, 어렸을 적에 아는 사람들과는 철저히 절연한다. 《얼굴에 빛을 가질 것, 미적미적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당당하고 명쾌할 것.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밝은 얼굴을 하는 거지. 설득력 있는 얼굴, 호감을 주는 얼굴, 마음을 끄는 얼굴.》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진짜의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어졌다. 남들은 청결하게, 우아하게, 당당하게 사는 것 같은 그녀의 이미지만 기억할 것이다. 그 이미지 뒤에 있는 것은 양파 껍질처럼 끝까지 벗겨내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7 페르소나(Persona) – 라틴어로 연극을 할 때 쓰는 가면이다. 분석심리학에서 페르소나는 자아를 대신해 외부 세상과 타협을 하는 의식의 한 부분을 지칭한다. 페르소나가 사회적 교류를 가능하게 해주기에, 환경에 따라 잘 적응하는 페르소나를 가지면 심리적 건강이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자신을 페르소나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완전히 동일시된 페르소나는 단면적이고, 경직되고, 소외된 성격을 가져온다. 그리고 가면을 벗으면 그 뒤에 실질적인 게 하나도 없을까 봐 두려워하는 신경증을 앓게 된다. 8 서로 열패감을 드러내면서 조각가와 E는 가면 뒤의 얼굴 - 그 통로를 통해 존재의 뒤에 있는 것, 죽음도 삶도 아닌 까마득히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과거의 그와 과거의 그녀는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분석심리학을 조금 더 적용해보자. 페르소나가 자아와 외부 세계와의 다리라면, 아니마(여성일 경우에는 아니무스)는 자아와 내부 세계인 영혼과의 다리이다. 조각가는 직관 유형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고, 무의식적으로 감각 유형의 아니마(Amina)를 찾는다. 감각 유형의 페르소나를 가진 E는 무의식적으로 직관 유형의 아니무스(Animus)를 찾는다. 서로가 서로에 융합되면서 치유된다. 9 며칠 전에 고교 동기 모임을 가졌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동기가 참석했다. 그의 얼굴을 보고는 아주 놀랐다. 우리보다는 10년 정도 젊게 보였다. 피부색도 깨끗하고 주름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생기가 넘치는 밝고 맑은 빛이 서려있었다. 다른 동기들 얼굴과 비교해보았다. 나머지는 전부 늙고 지치고 탁해 보였다. 왜 이리 다른 얼굴빛을 하고 있게 되었을까? 원시적 사회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과 문명적 사회에서 모든 것을 감추고 사는 사람과의 차이일까? 아, 나는 언제쯤이나 가면을 벗을 수 있을까? ***************************** # image; 강광옥「구원-창조의 손」
  • 뭔가 숨기는게 있어. | co**fl | 2004.11.1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어머니는 냉정하다기보다는 동심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나와 누이들이 빚어내는 소란과 무질서, 크고 작은...
    '어머니는 냉정하다기보다는 동심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나와 누이들이 빚어내는 소란과 무질서, 크고 작은 실수, 바닥에 흘린 끈적끈적한 음식 따위를 그녀는 짜증스러워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늘 화를 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힘들게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휩게 느낄 수 있었다. '36 '나는 그녀에게 두가지 감정을 지닌 채 자라났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나에게 베풀어주는 것 -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 아프거나 다쳤을 때 간호해주는 것 - 들에 감사했으며, 동시에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어렸을때,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를 깔끔하고 예절 바르며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깔끔하고 예절 바르다는 말은 맞았다. 그러나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람이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 42 - 43 ' 누이의 참혹한 참회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후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누이와 같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실을 믿기 때문에 깊이 상처 입으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나에게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나로 말하자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똑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 63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저 아이에게서조차 위안을 얻을 수 없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저 해사한 미소가 어느 날 희끗한 탈이 되리라는 것을. 탈 아래에서 누이는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리라는 것을. 가랑이에 피를 흘려 아이를 낳으리라는 것을. 아니, 어쩌면 지금 이순간도 누이의 얼굴은 조금씩 탈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71 '애정이란 그렇게 쓸쓸한 것이다. 한순간 강렬하게 찾아들지만, 의지할 만한 물건은 못된다. 곧 변형되고 때로는 퇴색되며 영영 휘발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어떤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 없었다. ㅁ다만 애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것만이 나에게 정직했기 때문이다.' 85 '"외계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 그리고 남자의 이야기. 94 남자의 이야기 에서 발췌. ['아무리 위대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들도 언젠가는 병이나 죽음, 혹은 이익과 체면이 걸린 사소한 문제 앞에서 치명적인 약한 면들을 드러내고 만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안쓰러워 보일 만큼 속물적이던 이들도 어느 순간에 이르러 자신만의 고귀한 면모를 드러내는 걸 목격하기도 했지. / 오로지 직접 사람들을 관찰한 뒤에 갖게 되는 결론만을 나는 믿었어. .../ 그녀들이 목숨을 걸고 나를 사랑해주지 ㅇ낳은 것은 다행한 일이야.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몇 개의 싱거운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뭐든 오래가지 않았어. 열정도, 따라서 고통도 없었지. .... 앞으로도, 언제까지든 그렇겠지.' ] '이 사진 보면 다들 이쁘다구 그래요. 웃는 얼굴이 귀엽다나, 웃기죠, 그때 이미 지옥이었는데.' ..'웃음이란 게 얼마나 웃기는 가짠지, 사람들은 모르니까.' 117 '오래전부터 이아이는 딷스함과 사랑을 혼동해왔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나는 희미한 쓸쓸함을 느꼈고, 그보다 희미한, 까닭을 알 수 없는 구역질을 느꼈다. ' 168 '뭔가 있다. / ../ 그녀의 태연한 얼굴을 벗기고, 그 안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거울 같은 두 눈동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꿰뚫어보고 싶었다. ' 212 ' 그 무방비한 웃음은 아찔했다. ' 220 '무엇때문에 나를 상대로 그런 연극을 한 것인가. .... 불길하고 기이한 의문이었다...'228 '모르겠어, 잊고 있다가도 불현듯 떠오르곤 해. 그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내가, 엄청난 죄를 지은 것 같은, 어떤 무서운 더러움을 경험한 것 같은... 아니, 더루움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건지도 몰라... 하지만.... .. 그기분, 말로 할 수 없이 더러운 기분.. 다시는 그런 기분이 되고 싶지 않아. ' 242 - 244 ;실제의 삶과 이기록 사이에 가로놓인 쓸쓸하고 단호한 침묵을 나는 느꼈고, 아마도 글 쓰는 사람들의 우울이나 염세는 그 지점에서 기인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271 학관 여휴. 11시 15분 - 2시 11분 2004.08.12 14:30:00 **************** (수정하다가 날라갔음. ㅉ) 문창과를 갓 나온, 어린 여자, 의, 이야기 일 줄 알았음. 문체에서, 구성에서 여전히 그러하지만, 그러함에도 음모가 박혀있는 석고상 때문에, 나에게 살아남았음. 끝부분 처리도 맘에 안들어 한참을 못마땅해했지만, (드라마 같았음) 그러함에도, 내가 뽑아놓은 앞의 문장들, 문단들에서 거대한 위안을 얻음. 한강. 연세대 국문과. ***************** 어머니.. 어머니란 존재는 아이에겐 첫 관찰대상이다. 이 관찰대상이 아이로 하여금 불안감을 갖도록 할 때, 그 아이는 내밀한 슬픔을 내면화한다. 여중과 여고를 나오면서 500여명 이상의 여성들과 직접 말해보고 그중 몇몇은 나의 집중적인 관찰대상이었다. 이 관찰대상들 중에 나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다른 이와 나의 어머니와의 비슷함으로 나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어머니'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 에 의해서 나와 그 사람의 관계를 체념할 수 있는 것이기를 바랬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어머니는 그 많은 관찰대상의 성격의 부분부분에 모두 담겨 있었지만, 그녀는 그녀였다. 그녀가 나에게 주는 불안감은 그녀 외의 다른 사람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나의 어머니 였기 때문이었으며, 그녀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그녀가 생각하는 '자식'으로 굴어주기만을 바랬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고, 그녀는 나를 불안하게 한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을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번 여름에 한 선배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말했던 짤막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 어떤 언니의 집에서 직접 만나게 되었던 언니의 어머니를 생각하며...나를 지나쳤던 그 수많은 여자들이 어머니가 될 것을 생각하며 그 많은 '어머니'들이 씁쓸함만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버지란 존재는 내밀한 만족이나 내밀한 슬픔을 주지 못한다. 그는 시각화되어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다르다. 그녀는 시각적일 뿐만 아니라, 육감적이다. 소설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남자와는 달리 다른 면에서 고락을 겪는다. 첫번째 여자는 계부에게 늘상 강간을 당했었고, 두번째 여자는 육손이였다. 왜 여자들은 남자처럼 내밀한 슬픔과 내밀한 체념이 아닌 숨겼으나 외면적인 눈에 보이는 상처를 가진걸까.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관찰하는 딸은 여성작가가 그리기에는 버거운 것이었을까. 남자의 누이들은 왜 남자처럼 어머니를 관찰하지 못했을까. 뭔가 숨기는게 있어.
  • [한강] 그대의 차가운 손 | cr**tals | 2004.05.1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제 목 : 그대의 차가운 손 지은이 : 한 강 펴낸곳 : 문학과 지성사 읽은날 : 2004년 2월 19일 ...
    제 목 : 그대의 차가운 손 지은이 : 한 강 펴낸곳 : 문학과 지성사 읽은날 : 2004년 2월 19일 한강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여류작가들에 대한 언급 중 그녀의 이름이 특이하여 기억에 남게 되었던 것이었고, 한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녀의 아버지인 한승원님의 작품을 읽게 되면서 그녀의 작품세계는 어떠할지 궁금해 하면서였고, 한강이 매력적인 작가임을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단편 - 노랑무늬영원을 읽고 난 후였다. 그리고 이 소설은 순전히 제목으로만 고르게 된 작품이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너무나 궁금했으므로 ... 내 손이 너무나 차기 때문에. 한.강. 그녀의 필체는 나른하면서 유연하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그게 그녀의 큰 매력이 아닐까. 그녀의 작품은 제목도 그렇지만, 일상생활 중에서 그녀를 자주 떠올리게 하곤 한다. 문득문득, 길을 가다가, 혼자 생각하다가, 누군가를 쳐다보다가. 누구나 남들이 모르는 내면을 가지고 있고, 숨겨놓은 아픔과 피해의식 그리고 컴플렉스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딛고 일어서는가, 그리고 그 감춰놓은 부분들을 얼마나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느냐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작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을까? 마음을 터놓고 진심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때로는 '진실' 도 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진실' 이 '거짓' 에게 눌려버리는 이 세상. 무엇이 '진실' 이고, 무엇이 '거짓' 인지 알 수 없는 이 세상.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속마음은 감춰놓고 또 다른 얼굴을 내놓고 대하고 있는 이 세상. '가식' 이 아닌 '포용' 을 키워야 한다고, 그래도 '사랑' 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많은 세상의 잣대들이 있지만 그것들에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오늘도 다시 망가진 내 자신을 추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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