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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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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쪽 | 규격外
ISBN-10 : 8979697929
ISBN-13 : 9788979697926
묵호댁 중고
저자 전정희 | 출판사 한누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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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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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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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정희는 강원도 두메산골 망상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중학교 2학년 때 묵호로 이사하여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지금은 고향 묵호를 떠나 대도시 인천으로 출가하여 살고 있으나 뼛속 깊이 망상과 묵호의 정서와 감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강원도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가슴 아픈 소식이나 기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남달리 가슴이 뭉클해지는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어쩌면 고향 소식이라는 것들이 마치 땅 위에서는 척박함과 싸우고 바다 위에서는 죽음을 담보로 격랑을 헤치며 살아낸 어머니 아버지들의 고귀한 삶이 기만 당하는 느낌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가슴 아프다는데 그럴 때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책상 앞에 앉아서 고향 사람들의 진한 삶의 모습과 애틋한 정서를 회억하며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모아 백지 가득 써 내려갈 수밖에 없었노라고 고백한다. 지엄하신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일기 쓰기와 책 읽기를 생활화해 왔고, 글쓰기 또한 그의 일상이 되었지만 교육사업을 생업으로 좇느라 40대 중반에서야 글쓰기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소설 창작에 매진할 수 있었고 비로소 2017년에 장편소설 《하얀 민들레》를 상재하며 작가로서 등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즈음 함께 써서 여러 잡지에 발표하였던 중단편 소설들 9편을 모아 창작집 《묵호댁》으로 엮어 이번에 2019년 신춘을 기해 세상에 내보이게 되었다.
특히 표제작 〈묵호댁〉은 저자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쓴 단편으로서 도시 이주로 인한 고향 마을 공동화 현상을 직시하며 마을 재생을 꿈꾸는 늙은 할머니 ‘묵호댁’을 내세워 마을을 떠나려는 젊은 부부를 대신하여 도둑의 누명을 쓰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하고 또 정서적으로 합심하며 따뜻한 인간애를 표출함으로써 결국 마을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아름다운 내일을 기약하는 참으로 가슴 따뜻한 대단원을 맞는다.
어쩌면 시대정신을 가미한 삶의 근원에 깊이 천착하는 작가 전정희의 애향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고 또 그런 정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나머지 8편의 소설평은 아래 김종회 평론가가 작품해설에서 심층 분석하였기에 참고하기를 바라며, 작품 모두가 탄탄한 구성에 이어 이야기가 있는 메시지를 담아 독자들의 가슴 깊숙이 호소하고 있음을 밝혀 두면서 일독을 권해 본다.

-문학비평가 김재엽

저자소개

저자 : 전정희
강원도 동해 출생
국제 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한국소설창작연구회 이사
1988년 「농민신문」 문학상 수필 〈농부의 얼굴〉 수상
2016년 중편소설 〈묵호댁〉으로 무원문학예술상 대상 수상
2017년 장편소설 《하얀 민들레》 출간
2017년 제12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2018년 장편소설 《하얀 민들레》로 세계문화예술상 대상 수상
2018년 중편소설 〈묵호댁〉으로 매월 김시습문학상 수상
2018년 대한민국여성리더 대상 수상
2018년 문화예술 공로상 수상
2018년 대한민국 인권상 대상 수상

목차

작가의 말_008
추천의 말씀/ 이외수_010

묵호댁_015
두 얼굴의 여인_041
그 애_061
평정 찾기_081
의심_097
연초 중독_114
그 사람_129
설화_153
유리병 하얀 새_173

작품해설/ 김종회_253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세계와의 불화, 그 소설적 발화-전정희 창작집 『묵호댁』의 소설들 김종회(문학평론가) 1. 불안정한 삶의 자리를 바라보는 눈 새롭게 상재되는 전정희의 첫 창작집 『묵호댁』은 자아와 세계의 불화, 부유(浮遊)하는 삶의 형식에 관한 질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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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의 불화, 그 소설적 발화-전정희 창작집 『묵호댁』의 소설들

김종회(문학평론가)

1. 불안정한 삶의 자리를 바라보는 눈
새롭게 상재되는 전정희의 첫 창작집 『묵호댁』은 자아와 세계의 불화, 부유(浮遊)하는 삶의 형식에 관한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과 그 삶의 경험이 말하는 사회사적 척도를 발화하는 것이며, 어렵고 힘든 자리를 바탕으로 한 경우일수록 궁극적으로는 향일성(向日性)의 의지를 발현하기 마련이다. 소설에 있어서 ‘악’의 묘사는 그 극복을 위해 있다는 레토릭, 리얼리즘을 예술의 건전한 경향이라고 하는 미학이론, 한 시대의 희망을 그리는 참여문학의 존재양식 등이 모두 이 논리의 기반 위에 있다. 한 개인의 내면풍경을 드러내는 사소설(私小說) 또한 마찬가지다.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남은 희망 찾기는 전정희 소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편 「두 얼굴의 여인」은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화자인 ‘나’는 8년 전 연인이었던 ‘은수’의 기억을 찾아 춘천행 전철을 탄다. 그 중도에 있는 ‘폐강촌역’을 찾아가는 길은, 군대와 학교를 마치고 중소기업 대리가 될 때까지 옛 여자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그 길에서 화자는 ‘호호라면’ 가게의 남자를 만나고, ‘강변찻집’의 여자도 만난다. 그런데 찻집 여자가 은수였던 것이다. 8년 전 아무 통보 없이 사라져서 배신감을 남겨준 그때처럼, 이번 만남에서도 화자에게 남는 것은 꼭 같은 배신감이다. 라면집 남자가 은수의 남편이다. 화자는 왜 은수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의 얼굴로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바로 그 지점에 이 작가가 만나는 불안정한 세상, 어긋난 삶의 형용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가볍게 읽히면서 동일한 어법으로 세상과의 만남을 말하는 작품이 「그 애」이다. 이번 작품의 화자는 여자이고 ‘강철심장 같은’ 차석준이란 남자와 헤어지는 일을 도모한다. 그와 같은 상황에 있는 여자 앞에 옛 학원 제자 강지호가 ‘선글라스를 낀 꽃미남’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무슨 심각한 관계를 형성하는 바도 없고 감정적 충돌을 불러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심정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남녀와 그 사이에 장난스럽게 틈입(闖入)한 연하의 제자는 주목에 값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인간관계의 숨은 면모를 세미하게 포착하는 작가의 눈이 있다. 강지호는 그러한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일탈의 인간상으로 작용하고 화자는 다시 세계와의 근원적인 불화를 감각한다.

2. 불확정성의 시대와 소시민 의식
‘불확정성의 원리’는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1927년에 발견한, 현대 물리학의 기초이론인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원리 가운데 하나다. 이른바 “전자와 같은 입자의 위치 및 속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동시에 측정할 수 없으며, 하나를 측정하는 순간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입자의 위치 및 속도를 단지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처음에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으나, 나중에는 이를 수긍하는 데 이른다. 이 원리는 고도의 물리학적 이론을 전개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지만 현대의 사회현상을 그 불확정성에 견주어 동일한 어법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때까지 통용되던 뉴턴의 역학이 원자 수준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의 비정론성 및 탈일상성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 된다.
전정희의 단편 「의심」은 5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함정수라는 인물이 자신을 버린 아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의 감옥행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개재해 있고 무고한 그를 모함한 음모가 숨어 있다. 이 복잡다단하고 진실의 추정이 어려운 현실이 곧 현대사회의 불확정성을 담보한다. 함정수를 영어(囹圄)의 길로 내몬 자는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현직 검사였고, 그의 장인은 현직 국회의원인 권력자였다. 비록 출소를 했다고 하나 5년 전의 진실을 밝힐 능력이 그에게 있을 리 없다. 그에게 남겨진 과제는 아내에 대한 믿음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인 일에 국한된다. 여기에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소시민으로서의 아픔과 슬픔이 잇대어져 있다.
또 다른 단편 「그 사람」도 그와 같이 심약하고 강단이 없는 소시민의 초상을 그려 보인다. 이 소설의 중심인물은 어느 방송국의 경영국 2년차 차제윤이란 여자다. 늦은 밤 귀갓길에 상처를 입고 골목에 쭈그려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보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간부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직장 상사 유차장이다. 차제윤은 결국 그를 집으로 데려가 치료해 주고 보낸다. 그런데 이 유차장이 방송국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유차장은 까뮈의 『이방인』을 매개로 차제윤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무슨 확고한 신념이나 당찬 결의가 있는 정황이 아니다. 스스로의 분수를 너무 잘 알아서 미리 물러서는, 우리 시대 소시민의 가슴 아픈 비애가 거기에 있다.

3. 기구하고 운명적인 생애사의 범례
한국의 이병주라는 작가가 일러 ‘운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모든 토론은 종결이라고 언표(言表)한 바 있지만, 이는 그만큼 자기 인생을 자의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로마의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는 “운명은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가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 간다”는 명언을 남겼다. 전정희의 단편 「연초중독」은 흡연의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마침내 친자 영아살인에 이르는 한 소아과 여자 의사의 운명적인 삶을 보여준다. 우리가 주변에서 여름날의 맥고모자처럼 흔하게 목도하는 흡연이 이처럼 엄혹한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면, 거기 운명이라는 언사가 동원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 소아과 의사의 이름은 채금연. 여기서 언급한 사건 외에도 그 인생에 있어 말할 수 없는 질곡의 길을 걸었다. 그는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될 것을 알고 있고 감옥에 갈 각오도 한다. 다만 그렇게 하면 ‘타의’에 의해서라도 연초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처절한 위안을 찾아낼 뿐이다.
다른 단편 「설화」는 온갖 불행의 조건을 끌어안은 채 성장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가 그 조건들을 회피할 방도가 없었고, 겨우 제 발로 설 수 있을 상황이 되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이를 두고 운명이라는 언어 외에 달리 더 찾을 표현법이 없다. ‘영준’이라는 이름의 이 소설 주인공은 탄광촌 광부였던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는 어린 그를 두고 떠나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수산업 공장에 들어가 산업체 야간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전문대 물리치료학과를 나와 한 정형외과의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참으로 기구한 그의 삶 가운데 물리치료를 받으러 온 여고생 K가 주인공의 동복이부(同腹異父) 동생이라는 것이다. K가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렀을 때 주인공은 그 운명의 소리를 뒤로 하고 직장을 떠날 결심을 한다. 이 소설의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운명적 지점이기에 그렇다.

4. 아직 남은 판도라 상자의 비의(秘義)
서구 문명의 두 갈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발원하는 헬레니즘과 성서에서 발원하는 헤브라이즘이다. 이 가운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에게 온갖 나쁜 요소들을 터뜨렸지만 그 맨 밑바닥에 ‘희망’을 남겨두었다. 동시대 삶의 한복판에서 온갖 힘겨운 담론들을 이끌어낸 전정희의 소설이 그 마지막 희망을 여분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적어도 우리는 이 작가를 주시하는 시각에 인간적 신뢰를 담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논리에 「묵호댁」이라는 단편으로 대답했다. 묵호댁은 묵호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살다가 산골짜기 평창으로 이사와 그곳에 정을 붙이고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 묵호댁이 동네 사람의 금붙이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정작 범인은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도시에서 귀농(歸農)한 젊은 경미네다. 묵호댁은 묵묵히 그 누명을 감당한다. 다른 사람의 사정과 슬픔, 제2의 고향인 평창 금당마을 귀농자를 지키려는 묵호댁의 넓은 아량이 그 속에 있다. 결국 누명이 벗겨지고 마을은 잔치마당이 되지만 묵호댁의 심사와 행위가 어느 부면에서는 요령부득인 채로 인간에 대한 미더움을 일깨우는 소설에 해당한다.
「평정찾기」라는 단편은 결혼 8년차 어느 여자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다.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를 극복할 의욕도 이유도 없다. 결혼 전의 정보와는 전혀 다른 남편, 사랑의 감정도 없이 환경에 밀려 결혼한 이후 아이가 생기고 타성적으로 살아온 삶이 일정한 한계에 당착했으며, 이제 남편은 연이은 외박으로 맞서는 불우한 가정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어디에도 탈출구가 없다. 운명의 덫에 걸린 다른 작품들의 등장인물이라면 극단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형편에 이른 셈이다. 그러한 그녀에게 소설의 말미는 난데없는 용기와 희망을 몰아다 준다. ‘이제라도 이 생활을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새 힘을 얻고 평정을 되찾으며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 독자들의 첫 번째 반응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용기와 희망이, 부연하여 말하면 인생에 대한 의무가 아니겠느냐는 물음이 독자들의 두 번째 반응이어야 할 것 같다.

5. 우리에게 소중한 희망의 탐색
이 창작집에 수록된 유일한 중편 「유리병 하얀 새」는 이혼문제와 부부관계와 가정의 존립 등 우리 시대 삶의 여러 풍속도를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중심에 서 있는 ‘그’는 회사가 어려워져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의 아내는 그러한 그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심성을 지녔다. 어디 ‘부도 위기에 내몰릴지 모르는 불안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동시대에 한두 사람이던가. 아내는 불현듯 그에게 여행을 제의하기도 하고, 연이어 겨울 바다를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한 시기의 그에게 한 여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그 여자를 만나면서 직장 동료, 아내의 친구 등 여러 인간사의 매듭들이 함께 엉키기도 하고 풀리기도 한다. 거기에 더 있다. ‘전란’이란 가슴의 한을 품고 살았던 어머니의 기억까지.
부부가 평생 함께 사는 일이 과연 ‘사랑’ 때문인지 아니면 삶의 관성 때문인지 되묻는 신중한 질문이 이 소설의 갈피마다에 잠복해 있는 셈이니, 소설을 읽는 일이 작가와 같이 떠나는 인생 여행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신경성 위궤양’이 일반화 된 동시대 세태에,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저마다의 짐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다층적인 삽화들을 통해 증명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그것이 종내 작가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일이 되겠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차원에서 정신적인 교감을 충만하게 교류할 수 있다”는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할 때의 소설은 빛이 난다. 그러할 때의 소설은 인생사를 잘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다음은 이 작품의 마지막 대목이다.

그는 가볍게 묵례하듯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여인이 차에 오르자 그는 차문을 닫아주었다. 택시 안에 앉은 여인은 마치 유리병 속에 갇힌 하얀 새같이 보였다. 택시는 서서히 미끄러져 출발했다. 그는 떠나는 택시를 한참 더 바라보았고 택시 안에 앉은 유나는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의 눈이 이채롭게 빛나 보였다.

소설을 두고 인간사의 뒷그림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 생애의 전면에 나선 어떤 변설보다 더 효율적인 감응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인문주의자요 문학 예찬론자의 방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함께 읽는 전정희의 첫 창작집에는 세계와의 불화를 직접적으로 목격하면서도 그 높은 파고(波高)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에 대한 신의를 되찾으려는 소설적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이 작가가 우리로 하여금 더 진전된 작품을 읽게 해주리라는 기대를 촉발하게 한다. 문제는 삶의 실제적 상황이요, 그것을 누구나 공명할 수 있는 소설 문법으로 되살려 내는 작가의 손길이다. 누군가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지만, 인생이 짧은데 항차 예술이 길 턱이 있겠는가. 삶의 희망을 탐색하는 전정희 소설의 순방향과 역방향이 모두 소중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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