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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ISBN-10 : 8974839571
ISBN-13 : 9788974839574
대한민국 독서사(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천정환 | 출판사 서해문집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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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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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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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 한국의 시간을 책 읽기 문화를 통해 되돌아보다! 책 읽기 문화를 통해 돌아본 우리의 지(知)의 현대사이자, 상식과 교양의 역사 『대한민국 독서사』. 2003년 출간돼 근대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을 받은 《근대의 책 읽기》의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와 동아시아 비교문학과 지성사, 냉전문화사에 깊이 천착해온 정종현 인하대 교수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다.

한국 현대 독서문화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194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재구성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성장기,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성숙기, 2000년대 이후의 전환기. 앞의 두 단계를 거시적 인구 변동과 경제성장, 근대화/자유화 같은 요인이 규정한다면, 뒤의 두 단계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세계화/민주화 같은 요인이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총 17개의 주요 흐름으로 대한민국 독서사를 조망하는데, 각 주요 흐름마다 그 시대의 의미 깊은 한 권의 책, 또는 흥미롭고 인상적인 독서문화의 한 단면을 별도의 팁으로 소개한다. 지난 70년간의 독서문화사를 되짚는 이 책은 독서와 정치, 독서와 경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새롭게 드러내 보여주고, 독자층의 분화를 포함한 한국에서의 현대의 책 읽기가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가며 다른 어떤 문화로 대체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준다.

저자소개

저자 : 천정환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현대 문학사와 문화사 연구자. 지성사와 현실의 문화정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 성과와 문화비평을 발표해왔다. 새롭고 융합적인 인문학과 아래로부터의 앎의 흐름에서 항상 자극받고 그에 호흡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근대의 책 읽기》 《대중지성의 시대》 《자살론》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 《근대를 다시 읽는다》(공저) 《1960년을 묻다-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공저) 등이 있다.

저자 : 정종현
저자 정종현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부교수. 동아시아 비교문학, 지성사, 문화사적 관점에서 20세기 한국(문)학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 성과를 발표해왔으며, 한겨레신문과 네이버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냉전문화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양론과 식민지 조선문학》 《제국의 기억과 전유-1940년대 한국문학의 연속과 비연속》 《다산의 초상.한국 근대 실학 담론의 형성과 전개》 《검열의 제국》(공저) 《미국과 아시아》(공저), 옮긴 책으로 《제국대학-근대 일본의 엘리트 육성장치》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한국 현대사와 책 읽기

서설
‘독서사’란 무엇인가 / ‘독서문화사’의 의의는 무엇인가 / 독서와 정치 / 베스트셀러론의 의의 / 독서와 경제 / 마케팅: 베스트셀러와 쇼비즈니스 / 그리고 책 안 읽기

책의 해방과 분단: 1945-1950
식민지 청산과 민족으로의 ‘귀환’ / 일본 지식에서 민족·미국 지식으로 / 좌우 대립과 문화의 분단
#ep.01_삼팔선이 만든 한 권의 베스트셀러, 《내가 넘은 삼팔선》

한국전쟁기 책과 지식 풍경
교육열과 전시 대학 / 혼돈의 책 읽기 / 전선 남.북의 책과 지식 / 도강파와 잔류파 / 친일에서 반공으로
#ep.02_“난 빨갱이가 아니오”, 잔류파의 고해성사 《적화삼삭 구인집》

자유.부패.부활: 1950년대
대형 베스트셀러 《자유부인》의 오해와 진실 / ‘자유부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 왜 김훈의 아버지는 장관 부인에게 핍박당했나? / 한국문학 독자의 재구성 / 1955년 이후 출판자본주의와 독서
#ep.03_말기 정권의 종북몰이와 ‘불온’ 검열

4.19 혁명과 책
4.19의 주체는 누구인가? / 4.19를 만든 책, 《사상계》 / 4.19가 만든 책, 《광장》과 《흑막》
#ep.04_기성세대는 각성하라, 《얄개전》의 조롱과 웃음

개발독재와 민족주의 시대의 책과 독서: 1960년대 ①
《상록수》의 부활과 개발주의 영웅서사의 탄생 / 1960년대 중후반의 역사소설과 일본 소설 붐 / 민족본질론과 내재적 발전론 / 《선데이서울》과 《창작과비평》
#ep.05_<분지> 필화 사건과 <임을 위한 행진곡>

‘먼 곳에의 그리움’과 모방 욕망: 1960년대 ②
검열 공화국에서 외국 책 읽기 / 전설의 전혜린 / 카뮈 팬 자살 사건 / 미국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ep.06_전집과 외판원

최인호.황석영과 전태일.난쏘공: 1970년대 ①
관변 독서운동 / 《어린 왕자》 그리고 최인호와 ‘청년’ 독자들 / 청년문화의 분화, 《별들의 고향》 vs 《객지》 /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전태일까지
#ep.07_전태일의 일기와 《전태일 평전》

산업화 시대와 저항의 독서: 1970년대 ②
노동자의 책 읽기 / 저항의 우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임금은 알몸이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 언론 탄압의 후과와 사회과학 독서문화의 형성
#ep.08_욕망의 시대에 던지는 화두, 《무소유》

근대화 연대(1960-1980년대)의 자기계발.처세서 읽기
‘자기계발’이라는 문제 / ‘자기계발(서)’의 분화와 발달 / 자기계발서의 종류와 독자 / 개발 연대와 자기계발서 읽기
#ep.09_한국 수필 붐과 범우 에세이 문고

출판은 운동, 독서는 저항: 1980년대 ①
‘지속’과 ‘단절’의 독서문화사 / 무서운 말, ‘의식화’ / 세미나의 시대, 의식화의 ‘교양’과 ‘전공’ 독서 / 청춘들의 ‘함께 읽기’
#ep.10_컴퓨터와 독서.출판문화의 변화

의협의 시대: 1980년대 ②
광주항쟁과 무협지적 세계의 형성 / 1980년대 협객들을 위한 송가, 김영하의 《무협학생운동》 / 속류화된 ‘협’의 서사, 《인간시장》 / 1980년대를 강타한 정통 무협, 《영웅문》
#ep.11_“우리, 종로서적에서 만나요”

‘중간층 대중독자’의 독서: 1980년대 ③
‘회색인’의 방황과 좌절, 강석경의 《숲속의 방》 / ‘1987’의 또 다른 주인공 1: 이문열과 ‘아웃사이더’ / ‘1987’의 또 다른 주인공 2: 서정윤의 《홀로서기》 / 공동체주의와 개인성의 조화를 꿈꾸며
#ep.12_<을화>부터 <토지>까지, TV와 만난 문학

문화의 지각변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1990년대 ①
과도기의 문화, 과도기의 인간들 / 변한 것: 서태지, 그리고 잔치는 끝났다 / 독서문화의 변화, 그리고 신경숙과 공지영 / 변하지 않은 것
#ep.13_마광수와 장정일, ‘음란한’ 1990년대와 ‘경건한’ 공안권력

세상의 중심은 ‘나’: 1990년대 ②
새로운 ‘자유’, 자기계발과 성공서사의 시대 / 1990년대 주류 문학: 상실의 시대, 또 다른 ‘나’를 찾아서 / 세계화의 역설,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책 읽기 /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베스트셀러
#ep.14_IMF 시대의 책 읽기 풍경, 환란과 위로

새로운 진보 담론과 세기말 서점가: 1990년대 ③
인터넷과 독서 / 새로운 진보주의 또는 1990년대식 ‘계몽’ / 진보의 새로운 표상, 파리에서 온 ‘똘레랑스’ / 지성의 재편,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세기말
#ep.15_판타지, 새로운 독서와 독자의 탄생

위기.불안 시대의 책 읽기: 2000년대 ①
마시멜로처럼,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유혹 ‘성공’ / 성공을 위한 사다리, 영어 학습서 / ‘88만 원 세대’와 청춘 멘토 / 신판 가족주의와 ‘엄마 신드롬’
#ep.16_TV의 힘, <느낌표>와 ‘기적의 도서관’

사라져가는 것들과 이어가야 할 것들: 2000년대 ②
‘책 안 읽는 국민’ / ‘책 없는 시대’의 책 읽기 / 도서정가제 / 시민인문학과 독서국민운동 / 인문학과 사회과학 책 읽기
#ep.17_위기 이후의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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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자유부인》은 연재 중이던 당시 《서울신문》의 판매부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단행본도 수십만 권이 팔렸는데, 시끌벅적한 논란.스캔들 등을 수반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논란은 고매한 대학교수(국어국문학과의 국어학 전공 교수)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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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은 연재 중이던 당시 《서울신문》의 판매부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단행본도 수십만 권이 팔렸는데, 시끌벅적한 논란.스캔들 등을 수반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논란은 고매한 대학교수(국어국문학과의 국어학 전공 교수)의 부인이 바람이 나서 급기야 집을 나가고, 교수도 젊은 여성 타이피스트의 종아리 같은 데 관심을 갖는다는 줄거리에 심히 불쾌감을 느낀 서울대 법대 교수 황산덕의 공격으로부터 시작된다. 황산덕은 《자유부인》을 “대학교수를 양공주에 굴복시키고 대학교수 부인을 대학생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조국의 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1956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도, 늘 점잖고 고뇌가 많았던 문교부가 키스 및 포옹 장면(정사가 아니다)의 필름을 약 100피트나 잘라내는 바람에, 표현의 자유 논쟁을 야기하고 대중의 관심을 더 크게 만들었다. 이런 견지에서 《자유부인》은 진정한 의미의 현대적인 베스트셀러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이나 영화가 대규모로 흥행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그 자체나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한 이슈화(오해, 논란, 법정 공방 등)가 수반되고 시장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70쪽)

심훈의 《상록수》(1935) 독서사는 개발주의가 민족.민중주의의 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3.1 운동 때 옥고를 치른 심훈의 이력 때문에 흔히 반일 민족주의 소설로 평가된다. 하지만 심훈은 그 자신이 카프(KAPF)로 이어지는 문학단체 염군사(焰群社)의 일원이었으며, “음습한 비바람이 스며드는 상해의 깊은 밤 어느 지하실에서 함께 주먹을 부르쥐던” 친우 박헌영을 회고할 만큼 진보적이고 사상의 교류 폭이 넓은 작가였다. 실제 《상록수》는 기독교 계열의 농촌운동은 물론 반자본주의적이고 아나키즘적인 이상공동체로서의 ‘자치촌’에 대한 지향이 공존하는 소설이었다. 《상록수》는 신상옥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1960년대식 개발주의 영웅서사로 재탄생했다. 영화 <상록수>(1961)는 민족을 누대의 가난으로부터 구하겠다는 기치를 앞세우고 등장한 청년 영웅 채영신의 열정을 부각시킨다. 박정희는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박정희의 눈물은 채영신에게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감동의 눈물이자, ‘이등 객차에서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에 대한 미움으로 이어질 눈물이었다. (본문 105쪽)

그녀는 다른 ‘천재’들과 비슷하게 요절함으로써 ‘전설’이 되었고, 198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모든 문학소녀(가끔 문학청년도)의 우상이자 아이콘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녀의 독자들이 남아 있다. 전혜린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1968) 같은 전설적인 에세이만 남긴 게 아니라, 헤르만 헤세.루이제 린저 등 독일과 프랑스 문학의 번역.소개자로서 큰 영향을 끼쳤다. 그녀가 번역한 《데미안》과 《생의 한가운데》 등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구적인 교양과 실존 정신의 정화로서 광범위한 청소년과 독서 계층에 의해 읽혔다. 전혜린은 당시의 대한민국에선 불가능했던 개인주의나 여성주의적 해방의 어떤 아련한 표징이기도 했다. 즉 ‘읽고 쓰는’ 지적 여성의 1960년대식 상징이었던 것이다. (본문 125쪽)

1945년생인 최인호는 고교 재학 중에 문단에 나와 25세 이전에 이미 <술꾼>(1970) <모범동화>(1970) <타인의 방>(1971) 같은 뛰어난 작품을 발표해 문단의 기린아가 됐다. 마치 김승옥이 그랬던 것처럼, 등장하자마자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블생’(통기타.블루진.생맥주)으로 요약되는 그 시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힌 것은 《별들의 고향》이다. 이는 ‘《자유부인》 이후’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다. 1973년 9월 상.하권 합해 초판 2만 부를 찍고 6개월 만에 8만 부가 팔려, 당시 국내 창작물로서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1974년에는 20만 부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사실 정확한 건 모른다. 보도마다 다르다. 《별들의 고향》의 발행부수 자체가 새로운 현상이자 신기록이었고, 혼란이자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최인호는 ‘젊음(젊은)’이라는 단어를 세 번 잇달아 사용하며 “젊음, 그리고 젊은 감정의 순수함을 꾸밈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젊은 독자들에게 파고드는 힘인 것 같”다고 했다. 그게 자기가 “특히 여대생에게 어필하는” 능력이라고도 했다. 그의 소설에서는 모두 청춘 남녀가 등장하여 당시 젊은이들의 (연애)감정과 사회의식 그리고 생생한 입말을 그려보였다. (본문 141쪽)

이런 자발적.공동체적 책 읽기의 시대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인구의 규모와 질은 그 어느 시대도 1980년대와 비교하기 어렵다. 이른바 ‘명문대생’부터 ‘삼류 대학생’까지, 동북 끝 강릉에서 서남단의 제주도까지, 대학뿐 아니라 공장.야학.교회.사찰에 다니던 셀 수 없이 많은 청춘들이 ‘세미나’에서 같이 읽었다. 심지어 대입 재수학원 종합반 동기들의 독서 모임도 있었고, 고교 동문회에서도 학습 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팀원들 중에는 원래 숭고한 영혼을 가진 이들도 있었겠지만, 시대의 기운이 아니라면 변혁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또 결국 그렇게 된) 소심하고 비루한 영혼을 가진 자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가히 ‘책과 혁명’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랬으니 ‘사회과학의 시대’나 ‘문학의 시대’는 저절로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겠나.
저 ‘함께 읽기’야말로 1980년대식 책 읽기가 지닌 정치성의 핵심이며, ‘자유’의 다른 이름이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그리고 학교 선생과 부모들이 읽지 말라고 금지한 것을 꼭 읽는 것, 기실 그 어른들은 겁이 나서 읽어보지도 못한 것, 간혹 읽다가 잡혀가는 것, 읽고 흥분하여 정부와 어른들을 향해 돌 던지게 하는 것, 숨기고 불태워야 하는 것. 그런 것을 길거리에서 어깨 겯듯, 함께 읽은 것 말이다. 그것은 일부 억압성도 함유한 거대한 집합성이었다. 기성세대와 보수 세력은 이에 대한 대응에 골몰했다. 대학에서도 국사.국민윤리.교련 같은 과목들을 통해 반의식화 우경화 교육을 실시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왜?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함께 읽은 책의 헤게모니는 지적 헤게모니라기보다는 윤리적 헤게모니였기 때문이다. (본문 195쪽)

《인간시장》은 한국 출판 역사상 공식적으로 집계된 최초의 밀리언셀러였다. 출간 2년 만인 1983년에 100만 부를 돌파했고, 제5권은 초판을 13만 부 제작했다. 당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죄수들까지 장총찬의 파노라마식 활약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경험했다. 《인간시장》을 다 읽어버려 아쉬움이 남은 죄수들은 자연스럽게 황석영의 《장길산》을 읽었다고 한다. 이어서 교도소 방마다 “장총찬과 장길산 형님이 맞짱 뜨면 누가 이길까” 같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또한 역사소설과 대중소설의 영역을 관통하는 당대의 시대적 감수성의 핵심에 ‘협’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작은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본문 213쪽)

강석경의 《숲속의 방》(1986)은 1980년대 집단주의와 개인성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민음사의 ‘오늘의작가상’ 제10회 수상작인 이 소설은 대학가에서 애독되며 1986년도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작품은 부르주아 가정의 셋째 딸인 불문과 대학생 ‘소양’이 자신의 환경을 수락하지도, 운동집단에 속하지도 못하고 정신적 방황을 하다가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서술자인 언니 ‘미양’이 추적하는 형식을 취한다. 비틀스의 패널이 걸려 있는 그녀의 ‘방’ 낡은 전축에서는 레너드 코헨의 <파르티잔>이 흘러나오고, ‘소양’은 보들레르와 카뮈를 읽어가며 유미적인 자기 세계에서 살아간다. “신문지상에 일단짜리 학원기사가 시대의 밑반찬으로 연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대학생이 되고부터 그녀의 방황은 본격화된다. 부유한 속물적 부모에게 반항하며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투신하지 못하는 그녀는 어디에도 동일화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이다. 그녀는 자신 속의 부르주아적 속성을 부수고 싶어 호스티스가 되는가 하면, 삶의 진실을 채워줄 ‘무엇’인가를 찾아 종로의 밤거리를 헤매 다닌다. 그녀는 집단주의라는 ‘숲의 아우성’ 속에서 안식할 수 있는 진정한 개인의 ‘방’을 찾아 헤매다 결국 좌절하고 만다. “운동하는 건 좋은데 다른 고통, 갈등도 포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너희들만 의식 있는 인간이고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고 너희들이 대항하려는 체제만큼 비인간적”이라는 그녀의 항변은 1980년대 운동이 억압하고 있던 또 다른 목소리를 들려준다. (본문 222쪽)

1980년대에 이문열이 이토록 열독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문열 작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풍부한 이야기성, 독특한 문체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이문열 소설의 주인공이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와 태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다. 이문열의 주인공들은 ‘시대와의 불화’-타락하고 비속한 세계와 결국 거기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냉소와 비하가 뒤섞인 감정을 표출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진정성을 추구하며, 속물적인 주류적 가치와 운동.이념의 집단적 도그마 양쪽 모두와 불화하는, 고유한 개별성이 강조되는 ‘아웃사이더’이다. 1980년대의 독자들은 이 냉소와 자기비하라는 변형된 나르시시즘적 현학이 풍기는 정조에 열렬히 반응했다. (본문 226쪽)

1993년은 신경숙의 해였다.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10만 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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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독서사 + 지성사/대중문화사/냉전문화/젠더사/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르는 인문교양서 이 책은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한국 현대 독서문화사’다. 즉, 책 읽기 문화를 통해 돌아본 우리의 ‘知의 현대사’이자, 상식과 교양의 역사다. 지난 70년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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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 + 지성사/대중문화사/냉전문화/젠더사/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르는 인문교양서

이 책은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한국 현대 독서문화사’다. 즉, 책 읽기 문화를 통해 돌아본 우리의 ‘知의 현대사’이자, 상식과 교양의 역사다. 지난 70년간 방방곡곡의 학교와 도서관과 서점들, 대학과 교회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렸던 독서회들, 때로는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저마다의 내밀한 방과 마음속에 펼쳐진 독서의 풍경을 되돌아본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사랑한 책들, 이를테면 《청춘극장》(김내성, 1954)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8)을 거쳐 《칼의 노래》(김훈, 2001)에 이르렀던 한국문학, 《조선역사》(김성칠, 1946)에서 출발하여 함석헌.리영희.강만길.김현.김윤식.백낙청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 인문/사회과학 서적, 그리고 《자본론》 《코스모스》 《데미안》 《어린 왕자》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아름다운 책들과 그 수용의 역사를 다시 들춰본다.

특히 이 책은, 지난 2003년 출간돼 근대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을 받은 《근대의 책 읽기》의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와, 동아시아 비교문학과 지성사, 냉전문화사에 깊이 천착해온 정종현 인하대 교수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라 그 의의가 더욱 크다. 2000년대 이래 역동적으로 발전해온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기운을 담아, 독서사뿐 아니라 지성사, 대중문화사, 냉전문화, 젠더사, 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르는 최초의 인문교양서라 할 만하다.

독서의 현대사 -- 독서와 정치, 독서와 경제, 그리고 베스트셀러 문화부터 ‘책 안 읽기’까지

책의 역사와 독서의 역사는 다르다. 책의 역사가 ‘저자-출판사-인쇄업자-서적상-독자’까지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회로’의 각 단계가 어떻게 변화 발전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라면, 독서의 역사는 그 마지막 실현 단계인 ‘읽는 행위’를 탐구한다. 즉 독서사란, ‘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개인의 독서행위를 넘어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거시적 변화를 포함하며, ‘깊은 해석’을 거쳐야만 그 실체가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다.

독서와 우리 현대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이 책은 무엇보다 독서와 정치, 독서와 경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깊은 해석’을 통해) 우리에게 새롭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온 관변 독서운동(또는 ‘독서의 계절’ 등과 같은 독서 대중화 운동), 국가의 검열체계, ‘저항운동’으로서의 독서, 엘리트와 민중 간의 ‘지적 격차’를 둘러싼 투쟁 등은 ‘독서의 문화정치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즉 독서문화는 일종의 정치요, 문화정치였던 것이다. 또한 경제발전에 따른 소비자-독자의 성장, 출판자본주의의 발달, 쇼비즈니스-베스트셀러 현상과 대중의 욕망구조 등은 경제 현상의 하나로서 독서문화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지식문화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거대한 ‘인간 개발’과 지식 발달사의 면모를 드러낸다. 즉 독서의 현대사는 전문지식과 상식, 그리고 교양의 역사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책 읽기뿐 아니라 ‘책 안 읽기’에 대하여도 조명한다. 오늘날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은 점점 더 책을 펴들 겨를이 없어지고, 영상문화와 인터넷/스마트폰 문화의 급격한 발달로 독서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또한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사회는 퇴행을 거듭하면서 인문학과 대학의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 한국 독서문화의 퇴행도 이와 관련이 깊은 것 아닐까? 지난 70년간의 독서문화사를 되짚는 이 책은, 독자층의 분화를 포함한 한국에서의 ‘현대의 책 읽기’가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가며 다른 어떤 문화로 대체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방 이후 70년 -- 우리는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왔나

한국 현대 독서문화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1) 194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재구성기, 2)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성장기, 3)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성숙기, 4) 2000년대 이후의 전환기. 앞의 두 단계를 거시적 인구 변동과 경제성장, 근대화/자유화 같은 요인이 규정한다면, 뒤의 두 단계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세계화/민주화 같은 요인이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17개의 주요 흐름으로 ‘대한민국 독서사’를 조망하고 있다. 그리고 각 주요 흐름마다 그 시대의 의미 깊은 한 권의 책, 또는 흥미롭고 인상적인 독서문화의 한 단면을 별도의 팁으로 소개하고 있다.

1945-1950년 해방 공간에서는 식민지 청산 및 좌/우 대립 과정에서 일본의 지식이 어떻게 민족의 지식 혹은 미국의 지식으로 분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전쟁기에는 전선 남/북의 혼돈스런 책 읽기 풍경, 그리고 폐허 속에서도 뜨거웠던 교육열에 주목해보고, 친일 엘리트들이 어떻게 반공으로 무장하여 갱생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1950년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자유부인》을 둘러싼 문화정치적 함의를 성찰해보면서, 《사상계》와 《광장》 등으로 이어지는 4.19의 시대정신을 되짚어본다.

1960년대의 개발독재 시대에는 개발주의 영웅서사나 역사소설의 열풍 등 ‘민족주의’의 흐름을 살펴보는 한편으로, 서구의 책과 지식이 어떻게 수용되어 읽혔는지, 그리고 여성 독자층의 성장과 재구성의 과정에 주목해본다. 그리고 1970년대는 《별들의 고향》과 ‘통.블.생’(통기타, 블루진, 생맥주)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청년문화의 분화 과정, 또 다른 한편으로 산업화 시대의 저류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던 저항의 독서문화를 살펴본다. 최인호부터 황석영까지, 전태일부터 《난.쏘.공》까지.

1980년대는 ‘운동으로서의 출판, 저항으로서의 독서’가 꽃 핀 강력한 한 시절이었다. ‘의식화’와 ‘세미나’의 시대를 맞아 이 땅의 청년/학생과 노동자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속류화된 ‘협’의 서사(예: 《인간시장》)로 충만했던 무협지와 만화 등 ‘하위문화’에도 주목해본다. 그리고 이 두 흐름 외에 ‘중간층 대중독자’의 독서는 어떠했는지, 집단(공동체)과 개인 사이에서 방황했던 ‘회색인’들의 내면적 갈등과 좌절(예: 《숲속의 방》), 가히 ‘이문열의 시대’라 할 정도로 그의 소설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열광적으로 많이 읽혔는지, 그리고 《홀로서기》 등 서정시 시집 열풍 현상을 들여다본다.

1990년대는 문화의 지각변동을 맞아 과도기의 독서문화를 살펴본다. 신경숙과 공지영 등 여성 작가/독자의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세상의 중심이 ‘나’로 재편되면서 불어닥친 자기계발과 성공서사의 열풍, ‘상실의 시대’의 후일담 문학 등을 살펴본다. 아울러 ‘똘레랑스’ 이후 홍세화, 진중권, 박노자, 강준만 등 새로운 진보 담론의 등장과 지성의 재편 과정, 세기말 서점가의 풍경을 돌아본다.

2000년대는 ‘성공’ 담론과 영어 학습서 열풍, ‘88만 원 세대’와 청춘 멘토 현상, 새로운 가족주의와 ‘엄마 신드롬’ 등 신자유주의 위기/불안 시대의 책 읽기 풍경을 돌아보고, ‘책 안 읽는 국민’ 혹은 ‘책 없는 시대’의 책 읽기 등 사라져가는 것들과 이어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성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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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어떤 시대, 어떤 독서 | qu**tz2 | 2019.07.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ϻ 지하철을 탔다. 다들 핸드폰 액정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 속에 뒤엉켜서는 책을 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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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을 탔다. 다들 핸드폰 액정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 속에 뒤엉켜서는 책을 읽는다. 지금 이 순간 내 모습은 참 이질적으로 보일 듯하다.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넘치는 대한민국이라는 평이 자욱했다. 교양을 쌓는 일을 등한시 해서는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논평이 이어졌지만 독서하지 않음을 이유로 개개인을 탓할 순 없었다. 한시도 경쟁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읽고픈 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다. 비록 ‘근근이’라는 표현에 부합할지라도 여느 시대에나 사람은 책을 읽어왔다. 인구의 태반이 글자를 알지 못하던 시절에도 어떠한 형태가 됐건 독서는 존재했으며, 나라 잃은 설움으로 모두의 마음이 들끓었을 때도 그랬다. 책은 시대의 흐름과 독서의 흐름을 동시에 주목했다. 과연 어떠한 시점에서 어떠한 책들이 사랑을 받았을지. 독서 취향에서 당대가 읽혔다. 모든 것은 사회적이라더니 독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가 종료됐을 때 세상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까지는 멀리 해야만 했던 많은 것들이 사회의 표준으로 칭해졌다. 우리말은 핍박의 대상에서 당연히 사용해야만 하는 무언가로 급부상했다. 한때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졌던 일본어는 내쳐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모든 지식은 일제에 빌붙어 권력을 구가하던 세력이 독식해왔다.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친일에 앞장섰던 사람들 중 몇몇은 침묵했지만, 적잖은 이들이 일제를 대신한 새로운 세력에 충성을 맹세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고, 그 혼란은 이후 벌어진 한국전쟁으로 인해 더욱 격화됐다. 이 시대의 독서는 사치였을 듯싶다. 일단 가난했고, 어떤 책을 읽느냐가 곧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게 되므로 책읽기엔 너무 위험했다. 어찌 보면 카오스 상태였다. 갑작스레 몰려온 자유에 사람들은 열광하면서도 불안해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던 <자유부인>:을 대하는 태도가 그랬다. 그간의 모든 가치관이 허물어지기라도 하듯 이 작품을 사람들은 격렬히 비난했다. 사회는 분명 변했지만, 변화한 세상을 받아들이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옛 가치에 의존적이었다. 

    이후 독서의 흐름은 시대의 굴곡과 맥을 같이 했다. 4.19가 기성세대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찬양하는 분위기를 낳았는데, 적잖은 사람들은 많은 가치들 중 정답을 받견하지 못했다. 최인훈의 <광장>은 작가의 상상력이 백분 발휘된 소설이었지만 동시에 혼탁했던 시대를 옮겨놓은 것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품었던 희망은 이후 반동적인 흐름에 의해 제압당하고야 말았다. 교과서를 통해 익히 접한 심훈의 작품이 이 시기에 새로이 해석됐다고 저자는 보았다. 1935년작이어서 우리는 저항문학의 하나로 <상록수>를 해석했지만, 군사 독재정권은 이를 정부가 행해야 하는 계몽의 이상향을 그린 작품인 것 마냥 드러냈다. 작가는 제 작품이 개발 이데올로기 찬양물로 둔갑하리라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저항의 역사는 독서 세계에서도 이어졌으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남이 읽으면 나도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요즘처럼 팽배한 시대도 없었을 것 같다. 독서는 안 해도 자기계발 서적은 읽는 요상한 시대. 타인과 부닥쳤을 때 결코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낳은 독서는 거칠었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이 최근의 일이 아님을 주목했다. 1960년대와 자기계발, 처세술 서적이라니.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했다. 급격한 성장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안정과는 거리가 먼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처세술에 눈을 뜰 필요가 있었다. 차라리 자기계발서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책이 유행하던 시절이 더 나았을지도. 교묘하게 인문학의 옷을 입고 독자들을 유혹하는 자기계발서적이 범람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모든 것은 진화한다더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앞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유행을 좇는 게 정답은 아닐 테지만, 내 앞에 펼쳐질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읽게 될 책이 궁금해진다. 앞날이 적어도 책을 못 읽는 세상은 아니길 바란다.

    ϻ




  •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대한민국 독서의 역사 즉 <대한민국 독서사>를 흥미롭게 읽어 보았다.

    반세기를 넘게 산 덕(?)에 초반 독서사의 직접 경험은 없지만 중후반은 직접 경험했다는 것...

    따라서 이 책에 언급된 책 거의 대부분을 읽었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재미였다.

    베이비붐 세대와 386 세대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친 탓(?)에 소용돌이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지만...

    <대한민국 독서사>를 읽으며 나의 독서 연대기와 비교하는 흥미로움과 복습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출판된 책과 출판사 이야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아무튼 읽어야 할 책이었더랬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아, 왜? 제본을 이리 했으면 가운데 끼움줄(?)은 넣어주셨어야지...!

    책날개로 읽던 페이지 표시하기도 불편하고... 해서 할 수없이 책갈피를 썼지만 영 불편했다는 것!

    그것 외에는 소장도서로 곁에 두고서 틈나는 대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어서 퍽 마음에 들었었다.

    책을 통한 지난 70년을 톺아본다는 것이 이렇게 내 취향에 딱 맞을 줄은 이미 짐작을 했었지만...

    사실 책이란 것이 지금처럼 누구나 접근하고 소장하기 쉬운 시절이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정보를 가진 계층이 (읽고 쓰기가 가능한...) 주된 지배층이었었다.

    피지배층이 무엇인가 알기 시작하면 사회의 기존 질서가 무너진다 하여 금기시하였었다.

    공공연하게든 암암리에든... 현재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없는 그런...

    인쇄술이 발달되지 않은 탓도 있었고... 책이 되는 재료가 엄청 구하기 힘들고 비싸다는 탓도 있었다.

    그러므로 살짝 벗어난 이야기지만 활자를 발명하여 보급한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또한 비교적 싸고 쓰임이 좋은 종이를 발명 보급한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함이 마땅하다.

    이 책에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이라는 부제에서도 짐작을 하듯이...

    <대한민국 독서사>에는 시대별로 우리가 사랑했던 책들과 그 책에 담긴 의미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여고시절 어쩌다 읽었던 책이 당시의 베스트셀러라 했고 후에는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라 했다.

    지금도 종종 언급이 되는 그 책은 당시도 지금도 내게는 특별한 느낌이 없어 뜨아한 점도 있었지만...

    내가 읽었던 또는 놓쳤던 책 이야기와 그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할 것이다.

    독서... 책 읽기와 정치 그리고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의식이 작동한다는 점 또한 매우 흥미롭다.

    학생운동의 원동력이 되는 책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관변독서운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재밌었고 책 읽지 않는 한국인이라는 것...

    과거에는 책을 살 여유가 없어 책을 읽지 않았고 한편 현재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않는단다.

    또한 종이책에 대한 미래예측도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내 경우 종이파인데 종이책이 없어진다면... 했다.

    퍽 흥미로운 내용이라서 <대한민국 독서사>를 읽는 내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

    세월이 훌쩍 흘러 지금 청년들이 내 나이쯤이 된다면 과연 이 시대를 어떻게 평할지도 궁금했더랬다.

    <대한민국 독서사>에 실린 대한민국의 책과 함께 한 70년은 나의 출생 이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

    유년시절 제아무리 서슬퍼랬어도 어른들끼리의 밀담에서 건네들었던 일들을 되살려보는 재미도 쏠쏠했었고...

    나의 성장과 더불어 변천한 시대의 이야기와 책 이야기도 내게 있어 커다란 흥미와 반추를 하게 했던...

    서해문집의 <대한민국 독서사>는 책을 좋아한다면, 사회의식이 있다면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었다 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서 유행했던 책의 장르도 달라졌다는 것을 통하여 책과 국민의 의식은 역시 밀접하였다는 것...

    역으로 많이 읽히는 책의 통계를 낸다면 현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유추하지 않을까 싶어 또한 흥미로웠다.

    사족을 달자면 여전히 읽어야 할 책은 흘러넘치고 내게 책 읽을 여건(돈, 시간)은 빈약함에 애석하였더랬다.

    요런(?) 책은 천천히 씹고 뜯고 맛보며... 맛난 요리를 음미하듯 읽어야 제 맛을 느낄 텐데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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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문집에서 제목부터 표지까지 굉장히 공들여서 만든 책이다. 읽기 전에도 기대가 매우 컸는데, 읽으면서도, 다 읽고 서평을 쓰...
    서해문집에서 제목부터 표지까지 굉장히 공들여서 만든 책이다. 읽기 전에도 기대가 매우 컸는데, 읽으면서도, 다 읽고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하기에도, 적극 추천할 법한 좋은 책인 것 같다. 

    책이 생각보다 금방 읽혀서 살짝 신났었는데, 아무래도 배경지식 덕을 본 듯하다. 60년대부터는 실려있는 책들 중 상당수는 직접 읽어보거나 들어본 것들이다. 상록수나 자유부인 영화는 작년에 세종국립도서관에서 하던 "독자가 열광하던 신문소설 전시회"에서도 직접 보고 감탄했던지라 괜히 익숙해서 반갑기도 했다. (자유부인이 다섯번이나 영화화 됐었는데, 전시회에서 버전별로 여러편 다 상영하고 있던게 기억에 남았다.) 80년대부터 00년대는 책 뿐만 아니라 서술된 현대사와 저자의 생각에도 굉장히 공감하고 몰입하면서 읽었다. 

    머리말에서 마음이 바쁜 분들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 된다고 쓰여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설'인것 같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독서사'란 무엇인가와 책을 읽고 느낀점, 저자와 다른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 간략하게 써보고자 한다.

    1. 책의 역사 vs 독서의 역사
    1) 책의 역사는 책과 인쇄물을 매개로 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경로를 추적한다. 
    커뮤니케이션 회로 : 저자 -> 출판 -> 인쇄업자 -> 서적상 -> 독자
    이 경로 전체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했는지, 사회, 정치적 상관성은 어떤지 연구하는 것이다.

    2) 독서의 역사는 이 중 독자의 '읽는 행위'를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탐구한다. 텍스트의 내용과 텍스트 수용의 사회적 맥락을 함께 엮어 그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것이 독서사다. 물론 독서사 역시 역사의 하나로서 수많은 사가에 의해 집적/재구성되고 해석되어 서술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예컨대 1900년대 조선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일까? 그 사람은 아마 새로운 문명의 도래에 따른 전통사회의 '창조적 파괴'를 경험하는 '신청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오늘날 한국에 적용하면 어떠할까? 이를테면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독서문화에서 주요 영역을 차지하게 된 자기계발서 읽기를 '사적 개인에 의한 이성의 대중적 사용'과 결부시킬수 있을까? - 15p

    2. 느낀 점
    독서는 사회적이면서 개인적인 현상이다. 독서와 현대사를 함께 보면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지식문화와 맺는 관계를 볼 수 있다. (스테디 셀러만 하더라도 장기지속하는 사회의 지향과 가치, 교육의 유/무형의 지적 체계를 반영한다.)

    한국의 독서문화는 국가의 정책과 정치에 직접 영향을 많이 받았다. 광복 이후 70년의 독서사를 살펴보면, 뜨겁고 큰 민주주의 문화의 저력이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사건은 역시 가장 최근의 2017년의 촛불항쟁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전까지 절망을 했던 여러 사람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유시민씨의 국가란 무엇인가의 서문에서도 본 듯하다. 읽은 책이 많지 않지만 적어도 현대사에 대해 서술한 책에서는 항상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해본다.)

    3. 개인적인 의견 추가
    한국의 문맹자는 소수이지만, 실질문맹률은 OECD 최하위권이다. 굉장히 많이 들은 내용이면서 동시에 생활하면서 많이 느낀다. (의외로 논리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한 것 같다.) 이는 개인이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듦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기존의 종이를 읽어가는 독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같은 내용을 읽는다고 해도, 종이가 아닌 e북으로 읽으면 깊이 있는 사고가 어렵다. 미디어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 자체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뇌의 가소성 때문에, '훑는 방식'의 인터넷은 깊이있는 사고를 방해한다. (상세한 내용은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독서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책 읽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좋았던 점
    1. 단순히 베스트 셀러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 당시의 한국사회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배경을 같이 설명해주는 점이 좋다.
    2. 위에서 쓴 미디어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저자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나와 비슷하여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다. 
    3. 책 디자인도 예쁘고, 내부 속지 디자인도 예쁘다. :-) 이 책은 정말 소장각이다.

    아쉬운 점
    끈 있었으면..? 가끔 주석이 길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 <대한민국 독서사>

    우리가 사랑한 책들, 지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서해문집




       천정환 , 정종현 지음






    한국 현대사와 책읽기


    대한민국 독서사는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들이 사랑받은 이유와 함께 서술되어 있다.

    설레임 가득한 작가의 머리말을 읽으며 덩달아 나도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책들도 있겠지? 내가 읽어 본 책들도 나오겠지?




    '독서사'란 무엇인가


    독서사는 책의 역사가 아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또 하나의 벽이 무너짐을 느꼈다.

    독서사가 책의 역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어왔던 것이 잘못된 지식이었음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책의 역사는 책과 인쇄물을 매개로 저자부터 독자까지 그 각 단계와 전 과정을 포함한다.

    반면에

    독서의 역사는 독자가 읽는 행위를 탐구한다.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과적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이다. 



    수 많은 인덱스가 말해주듯 기억하고 싶은 글귀와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이렇게도 많다.


    해방직후 좌익 팸플릿은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미군정이 지배하는 남한에서는 좌우익 갈등을 심화되었고, 좌익 서적들은 금지되어 점차 사라져갔다.


    마르크스주의와 김일성 그리고 '인민' 이라는 글자가 낯설다.

    전혀 본 적 없었던 사진자료들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또한 우리의 현대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대형 베스트셀러 <자유부인>

    상식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욕망을 거쳐 드러낸다. 

    지배적인 규법과 윤리의 위선까지 폭로되는 것이다.

    <자유부인> 속에는 민중의 분노가 있었고, 여성의 해방도 노래했다. 이것이 4.19 혁명을 불러왔을까?


    1950~60년대에는 여성 독자와 작가가 나타난다. 여성 잡지가 생기고 '문학소녀'라는 말도 자리잡는다.

    '떠들고 설치고 생각하는 여자' 진정으로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여자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남성의 공포와 혐오의 전통은 강해졌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여자... 아니 문학을 알고 비판하고 대화하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사람이 아닌가? 그 존재적 모습을 위한 길 위에 독서가 있다. 

    그래서 우리 독서사에 사람으로 존재한 그들의 고민이 녹아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청년-학생들의 의기는 우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큰 에너지였다.

    최근의 촛불항쟁만 보더라도 학생들의 열정은 정치적 주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이 이끌어 갈 사회를 위한 투표에 주인공이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사상계>는 한국 지성사와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의 하나다.

    식민지 시대의 <개벽>과 이후의 <창작과비평>으로 이어지는 지식인 잡지 계보의 중추이다.

    <사상계>는 4.19를 만들었고, 그 혁명은 <광장>과 <흑막>을 탄생시켰다.





    각 장마다 초록색 면지로 소개되어 있는 책들이 흥미롭다.

    시대를 대표하면서 사랑받은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되어

    시대를 이해하고 책을 대면하는데 도움을 준다.




    심훈의 <상록수>

    드디어 만났다. 내가 과거에 읽었던 책!!

    그 <상록수>는 개발주의가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옷을 입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영화화 되어 더욱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았을 <상록수>

    개발의 중요성과 함께 농촌운동의 지향성으로 '자치촌'이 공존하는 소설이었다.

    1960년대 중후반은 역사소설과 일본소설이 붐을 이루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주현의 대하소설 <조선총독부>

    <이광수 전집> <임진왜란> <이성계>까지...

    그리고 <선데이서울>의 등장은 성과 부에 대한 당대의 욕망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1970년대 또 하나의 반가운 책이 등장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이 책은 역사상 가장 많이 번역되고 읽히는 책이다.

    전 생애에 걸쳐 반복해서 읽게 되는 책!

    학창시절에는 이유도 모르고 과제로 읽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여우의 말을 떠올리며 또 읽었던 책!

    또 읽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또 만나면 또 새로운 느낌으로 만날 것을 알고 있다.


    <전태일 평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70년대의 우리 사회를 단면적으로 보여주었다.

    저항과 노동자의 독서...

    공돌이, 공순이는 독서활동으로 노동자가 되었고, 스스로를 위해 자신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

    자신들의 언어로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은 꼭 기억해 두었다가 읽어봐야겠다. 

    나와 우리를 위한 책이고, 지금도 고민해야 하는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만화들 - 



    1980년대는 '무협의 시대'이다.

    유하의 시 <무림일기> 

    - "꽃잎도 혈편으로 흐드러졌고 봄비도 피비린내 나는 살점으로 튀었던 하남의 대혈겁(광주항쟁)"

    김영하 <무협학생운동>

    김홍신 <인간시장>

    김용 <영웅문>

    '협'은 약자를 위한 정의로운 일에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겨는 초월과 영원지향의 정신이다. 

    이는 독재정부 타도와 혁명을 꿈꾸었던 1980년대 운동 세대들의 정신구조와도 닮아 있다.




    1980년대는 또한 이문열의 시대였다.

    <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참여와 민중에 냉소한 주인공들은 적당한 교양에 가려져 있다. 

    무거운 현실을 뚫고 나가지는 못하는 머리를 가진 지식인들이 고개를 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 그려진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것...그래도 그것조차 쉽지 않았을 그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1990년대 페미니즘은 '여성주의'라는 단어와 함께 언론에 등장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독서 문화의 중심에 들어선 '여성'

    '여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관심이 간다. 나의 젠더와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책이다. 이것도 도서목록에서 체크!!




    1990년대 '나'를 찾아 떠나는 <좀머 씨 이야기> <향수> <콘트라베이스>를 거쳐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진보가 시작된다.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후진국적인 대한민국과 서구중심주의를 내포한 소설들이 그것이다. 


    2000년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진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아침형인간> <마시멜로 이야기>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까지...하지만 <88만 원 세대>의 저자들은 성공을 위한 개인적인 노오력은 불필요함을 이야기한다. 함께 짱돌을 들 것을 권유한다. 아이러니한 2000년대에 20대로 살았던 나를 떠올려보았다. 노력했지만 희미했고 힘들고 가라앉았던 그 청춘의 시대를...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 스마트한 세상이 책을 더욱 얇아지게 한다. 하지만 스마트한 이 세상은 로봇이 하지 못하는 것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요구한다. 그러러면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생각은 독서함으로써 가능하다. 생존하기 위해 독서를 감행한다. 그리고 결핍한 것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나는 책을 펼친다. 위로 받고 응원받고 또 고민하고 성장하는 길은 독서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대를 거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책들을 만났다.

    그 시대를 상상했고 그 시대를 살아냈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에서 또 사랑받을 책들이 궁금해진다.

    내가 사랑한 책들도 언젠가는 이렇게 또 엮여질 것이다. 

    앞으로도 이어질 [대한민국 독서사]에는 나의 이야기도 한 꼭지가 되길 기대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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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천정환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종현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신문사에서 연재하던 글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1945년 해방직후부터 최근까지의 대한민국 국내 독서 역사를 풀어낸 책. 인문학일까 역사서일까? 그 애매한 경계에서, 국가의 정치와 출판과 국민의 독서가 어떻게 연관성있게 흘러왔는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엄청 흥미로운 책이었다. 시대별로 소개하고 나열하는 책들 중에서 내가 읽어보고 들어왔던 책들이 드문드문 등장했는데 나는 그 책들이 등장한 배경이나 당시에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독자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며, 독자를 더불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설명해주어서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일본의 억압과 침략, 민족의 분열과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사상이 변해왔는지 책을 통해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대한민국의 독서사를 보려던 것이 어느새 국가의 역사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시대별로 이렇게 잘 요약해서 국가가 나아온 방향을 설명해주다니! 대한민국 현대사에 취약한 나에게 핵심, 줄거리요약을 해주듯 이해시켜주는 듯 했다. 그리고 유명했지만 왜 유명했는지 잘 몰랐던 신경숙, 공지영, 진중권, 유시민 등 여러 작가들이 어떤 사상의 줄기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90년대를 살짝 얹어 2000년대의 독서사 안에서 살아온 나에게, 나는 어떤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고 또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만이 가졌던 생각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당시 책과 여러 매체를 통해 사회에 만연해있던 가치이자 생각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10대를 보내온 90년대와 2000년대, 그리고 비교적 성장하여 그 시대를 관망할 수 있게된 지금에서야 나를 채워온 독서가 어떤 좋은 영향을 주었고, 생각과 마음에 어떤 상처를 내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많은 문인들을 포함해 학자들 사이에서 실랄하게 까이고 있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저자들의 비판과 걱정들이, 자기계발서를 열렬히 읽어왔던 나에게 또 다른 독서의 방향을 안내해준것 같아 고마웠다. (하지만 아직도 자기계발서나 이를 빙자한 소설과 인문학이 잘 읽힌다는 안타까운 사실...) 미약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어떤 독서의 줄기를 따라가고 있는지, 지금 그리고 미래에 필요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나를 채우고 이 나라를 채우는 양질의 독서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긴다.
    저자가 교수님이시다보니, 왠지 '대한민국 독서사'라는 교양강의를 들은 느낌이었다. 오! 이렇게 적고 보니 진짜 이런 교양수업이 열린다면 듣고 싶다. 벌써부터 PPT 자료 화면과 판서가 아른거린다. 물론 중간고사도...ㅋㅋㅋ 여러모로 많이 배운 책인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뒤에 별도로 목록을 적어놨는데, 그 중에서 찾아서 읽어보려고 찜해둔 책들이 여럿이다. 내가 사랑하는(존경하는) 윤오영 선생님의 존함도 발견하게 되어서 너무나 기뻤던ㅠㅠ 어렸을 적 엄마 책장에서 빼내어 읽었던 '천년의 사랑'의 저자 양귀자 선생님도 등장해서 신기했다. 초반에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라 그때는 역사공부하듯 읽었지만, 80년대부터는 익숙한 책들도 많이 나와서 새록새록 내 추억을 소환해가며 읽었던 것 같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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