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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고뇌하는 인간과 대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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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 | 145*211*19mm
ISBN-10 : 1196278024
ISBN-13 : 9791196278021
장자, 고뇌하는 인간과 대면하다 중고
저자 정용선 | 출판사 빈빈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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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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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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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와 이들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들,
그들의 삶을 장자의 눈으로 성찰하는 문학철학 에세이 철학서들이 삶의 스승이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지적인 친구라면 문학작품은 가슴을 울리며 사랑의 대상이 되는 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세상과 이 세상을 사는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한 작가들─프리모 레비, 알퐁스 도데, 가브리엘 마르케스, 엔도 슈사쿠, 알베르 카뮈─과, 그 작가가 창조해낸 문학작품 속 분신들을 탐구하는 문학철학 에세이이다. 저자는 여러 작가들과 그 분신들을 통해서 인간의 고뇌를 읽고 그것을 장자적 입장에서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인간에 대해 이해를 넓혀간다. 저자는 이들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 작품 속의 고뇌하는 인간과의 만남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것이 독자로서의 저자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보면서 장자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무진 풀어낸다.

저자는 최근에 나온 책 『장자, 제자백가를 소요하다』등 장자와 관련하여 여러 권의 책을 쓴 장자 연구자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저자가 장자와 불법을 만나면서 새롭게 트인 눈을 가지고 해석해내는 문학과 인간 이야기다. 저자는 문학작품을 옆에 끼고 작가와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그리고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책에는 '글을 읽고, 글쓴이를 읽고, 독자인 자기 자신을 읽는' 삼독(三讀)의 깊고 풍요로운 사색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독자 또한 그것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정용선
저자 정용선
서울에서 중고교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유학과에서 「주자학의 형이상학적 특질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장자의 해체적 사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복잡한 시대에 청춘을 보내고 스스로에게 꽃 시절이 없었다고 한탄하다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장자와 불법을 만나면서 고뇌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고,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편편해지기 시작했다.
장자의 덕을 많이 보아서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공부할 수 있는 불경들이 산맥처럼 버티고 있는 것에 환희심을 느끼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사상』, 『장자의 해체적 사유』, 『장자, 위대한 우화』, 『장자, 제자백가를 소요하다』가 있고, 역서로 『동양 삼국의 주자학』, 『죽림칠현과 위진명사』가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 9

만남1 프리모 레비
이상한 미덕, 거울같이 비추는 고결한 눈 .......... 18

만남2 알퐁스 도데
아름다움을 캐는 눈 ....................................... 64

만남3 가브리엘 마르케스
꿈같은 세상, 꿈처럼 풀어내는 이야기 마술사 ...... 106

만남4 엔도 슈사쿠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는 깊은 마음의 눈 ........... 164

만남5 알베르 카뮈
부조리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아 고뇌한 영혼....... 222

후기 혹은 변명 ............................................. 280

책 속으로

29쪽-34쪽 내가 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도 ‘깊은 공감’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는지, 왜 이 책에 눈을 박고 있는 내내 편안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 그 답을 조금 찾아낼 수 있었다. 강요하지 않는 눈, 해석하지 않는 눈,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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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34쪽
내가 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도 ‘깊은 공감’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는지, 왜 이 책에 눈을 박고 있는 내내 편안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 그 답을 조금 찾아낼 수 있었다. 강요하지 않는 눈, 해석하지 않는 눈, 평가하지 않는 눈,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해주는 눈, 바로 그것이었다. (중략) 레비의 이런 눈은 왕태를 닮았다. 왕태는 『장자』에 등장하는 가공이다…… 그는 발하나를 잘린 불구인데, 그 이유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가 무언가를 가르치지도 않고, 다정하게 어떤 문제에 대해 상담해 주지도 않는데, 그를 따르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아서 그 추종자들의 수가 공자와 노나라를 반분할 정도였다는 것이다.(중략) 내가 프리모 레비에게서 발견한 것은 단지 구경하는 시선이 아니라 진정어린 관심과 세심한 이해를 통해 각득기의를 찾아내고 수용하는 능력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타고난 것인지 수양된 인격의 향기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분명히 그에게는 그런 맑고 고결한 ‘눈’이 있다.

79-81쪽
이미 코르니유 영감과 풍차방앗간은 오랜 세월 하나로 강고하게 ‘이어진 관계’였던 것은 아닐까. 존재적으로 너무 깊이 이어져 있어서 떼어낼 수가 없는 그런 관계. 그런데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절대 대상화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한쪽이 무사하게 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생사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그런데 ‘이어져 있다는 것’과 ‘매여 있다’는 것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장자에 따르면 이 세계는 하나로 연속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는 마치 출렁거리며 운동하는 거대한 그물망과 같은 것인데 ‘나’라고 하는 개별자 역시 이 연속적인 그물망에 한 ‘코’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스스로 ‘나’를 세우고 ‘마음으로 짓기成心’을 시작하면 단절이 일어나게 된다. 장자는 실상에서 이어진 관계가 관념 속에서 단절될 때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커지는 고통’뿐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나를 세워 ‘단절’시켜도 실상에서의 ‘이어져있음’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코르니유 영감과 풍차방앗간은 이미 이어져 있는 ‘존재의 실상’을 회복한 마음을 지닌 관계가 되는 거다……그런데 어째서 코르니유 영감에게서는 ‘매여 있다’는 답답한 구속감보다는 하나 되어 흘러가는 ‘이어져 있음’의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이어져 있음’이 어떤 경우에 행복한 ‘이어짐’으로 바뀌는 것일까.

119-120쪽
고독은 언제 찾아오는가. 어떤 이들이 고독을 느끼는가.……존재의 고독을 부르는 것은 ‘사랑의 결여’가 아닐까. 마음에서 진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후손들이 그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광적으로 性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육체적으로나마 이어지기 위해.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독은 치유되지 않았고, 극단적인 형태의 사랑으로 [근친혼]이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지만 그 근친혼은 고독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고독을 재생산하고 결국 파멸로 이끈 것은 아닌가. (중략) 불교에서는 이런 ‘자기애’를 ‘아상(我相)’이라 하고, 더 심해진 것을 ‘아만(我慢)’이라고 하는데, 이런 극단적인 자기애는 세계와의 소통단절을 부르고, 결과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게 만들기 쉽다. 돈키호테나 리어왕이 그랬던 것처럼. 바로 세상 사람들의 눈에 ‘미치광이’로 비친 이런 이들의 극단적인 자기애와 자기 세계에의 침잠이 ‘광기’로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160쪽
마지막 후예는 ‘자신도 방에서 나갈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아마도 문서해독을 통해 꿈임을 자각한 자신 역시 그 꿈의 일부임을 자각했다는 것이 아닐까. 마치 장주의 [나비의 꿈]처럼, 나비 꿈도 꿈이고, 꿈에서 깨어난 장주도 꿈이고, 꿈임을 아는 것도 꿈이라는 것 아닐까. 그리하여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는 꿈이므로, 거울의 도시, 신기루의 도시도 꿈처럼 사라지고, 또 그 안에서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인물들과 사건들의 순환 속에서, [광기]와 [고독] 속에서 살다 간 종족 역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각한 마지막 후예 역시 꿈처럼 사라진다는 것, 즉 ‘공’이라는 것 역시 ‘공’이라는 필경공畢竟空이라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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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一讀, -위대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을 읽어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우연한 계기로 만난 고결한 작가 프리모 레비, 그리고 선배에게서 선물 받은 책으로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알퐁스 도데, 워낙 유명했던 탓에 보르헤스를...

[출판사서평 더 보기]

一讀,
-위대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을 읽어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우연한 계기로 만난 고결한 작가 프리모 레비, 그리고 선배에게서 선물 받은 책으로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알퐁스 도데, 워낙 유명했던 탓에 보르헤스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가브리엘 마르케스, 존경하고 사랑하는 작가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가 만나게 된 엔도 슈사쿠, 그리고 난해한 서양현대철학에 대해 느끼던 답답함을 해소해준 알베르 카뮈와 그들의 작품들을 다룬다.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이것이 인간인가』, 알퐁스 도데의 주옥같은 단편들, 「풍차방앗간 편지」,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스갱씨네 염소」, 「아를의 여인」, 「노부부」, 「아를라탕의 보물」 등과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사포』,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 『6일간의 여행』, 『그림자』,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 『이방인』, 『페스트』, 『작가수첩1』등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들의 삶과 그 작품 속의 배경이 되거나 계기가 되는 작가 개인과 작품 속 인간의 삶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프리모 레비의 ‘이상한 미덕’을 발견하고, 알퐁스 도데의 아름다움을 캐내는 눈과 마주치며, 놀라운 이야기꾼인 마르케스를 새롭게 만나고, 인간을 이해하려고 집요하게 노력하는 엔도 슈사쿠를 대면하며, 부조리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아 고뇌하는 알베르 카뮈를 만난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하듯, 그 소중한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런 그의 ‘눈’은 상대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 하지만, 결코 상대를 지배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거울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모습을 비춰보는 것처럼, 그를 만나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게 만드는 그 ‘이상한 미덕’을 발휘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레비의 한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넌 정말 무슨 얘기든 털어놓게 만드는 사람이야. 너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해 본 적이 없는 얘기들 말이야.”(46쪽)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종말을 말하는 서구 작가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책꽂이에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을 꽂아두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퍽이나 길고 방대한 이 책은 인물들의 관계를 마치 가지 많은 수형도樹型圖처럼 복잡한 그림으로 그려가며 읽지 않으면 파악이 힘들 정도로 복잡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구운몽九雲夢』을 생각나게 만드는 오묘한 플롯을 지니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는 ‘꿈’ 속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플롯.(112쪽)

-어쨌든 나로 하여금 그 어깨에 올라타고 내 견분이 미치지 못하는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거인들, 그들에게 나이를 먹을수록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작가들 가운데는 사상가라고 느껴질 만큼 깊은 고뇌와 높은 정신적 경지를 보여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위대한 작가들이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로 다가왔다. 그는 어떤 견분으로 세상을 비추고 있는가.(228쪽)

二讀,
-위대한 작가와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을 철학의 눈과 문학의 시선으로 읽어내다

저자는 다섯 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 속 인간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한다. 장자철학을 위시하여 불교철학, 에픽테토스, 스피노자,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보르헤스, 미셀 푸코, 비트겐슈타인, 조셉 캠벨, 레비스트로스, 마르셀 모스, 안토니오 그람시 등이 제시하는 개념과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작품 속 이야기와 인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낸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해석이 단순히 저자의 지식만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절절한 고뇌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빚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마음에서 넘어져 고뇌하며 그 긴 고뇌의 과정을 거쳐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애쓰는 인간, 즉 저자 자신과 고뇌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추적하고 있기에, 더욱더 깊은 철학적 울림을 준다.
‘이상한 미덕’의 작가 프리모 레비를 탐구할 때는 그의 거울같이 고결하게 비추는 눈은 『장자』의 왕태를 통해서 상호소통의 연대를 위해 작용하는 눈이자, 장자가 말하는 至人의 마음임을 탐구하고, 레비의 그러한 눈은 세상의 변화에 대해 최대한의 수용력을 가지게 하는 것임을 짚어낸다.
알퐁스 도데의 작품 속에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인물로 등장하는 그랭구아르 씨가 어떤 존재적 특성을 가졌는가를 밝힐 때는 장자와 하이데거가 등장한다. 이들에 의하며 세상에 던져진 존재(thrownness)인 인간은 자신의 품성과 재능을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장자가 말하는 양생(자기 존재의 길을 잘 찾아가는 것)의 요체는 작은 쓸모에 희생되지 않고 큰 쓸모를 이루는 이른바 무용지대용인데, 그랭구아르 씨를 비롯한 문인과 시인의 존재적 특성을 이에 비추어 설명한다.
『백 년 동안의 고독』 속의 근친혼의 상징을 레비스트로스의 연구에 비추어 탐구하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고독과 광기를 미셀 푸코의 이론을 근거로 해석해내는 저자의 노력은 그냥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징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저자가 작품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탐색해 나가는 데에는 비단 철학적 사유만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시적 감성,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의한 이해까지 더해진다. 작품과 작품 속 인물을 한층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철학적 탐구와 더불어, 그 의미를 정점을 향해 승화시키는 시적인 메타포가 어우러지며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마디로 시와 문학과 철학이 어우러져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한바탕 향연이다. 예를 들면 꿈이 아닌 듯 꿈같은 이야기인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대한 탐구는 원나라의 시인 마치원의 야행선이라는 시로 마무리된다.

백년 긴 세월도 나비의 한 꿈과 같구나.
지난 일을 돌아보니 (덧없어) 탄식만 이네.
오늘 봄이 오면 내일 아침 꽃 지니.
어서 잔을 기울이세.
저 등불이 꺼지기 전에

또한 조상 기독교인과 이국의 신부와 어머니를 이해하고 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간 작가 엔도 슈사쿠를 탐구하는 글에는 영가현각 선사의 증도가가 덧붙여져 긴 여운을 남긴다.

불속에서 피어난 연꽃이라야 火中生蓮
끝내 무너지지 않는다. 終不壞

三讀,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는가, 저자 자신의 삶을 읽어내다

저자는 이 다섯 명의 작가와 작품들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다. ‘...... 세상을 온 몸으로 겪었다고 생각했던 20대 이후의 삶에서도 그 경험을 다시 정리하고 소화하는 과정에 또 다시 구원이 되어준 것은 책들이었다. 나를 구원해준 책을 쓴 작가들.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은 바로 그 작가들의 삶과 정신이 아닐까.’(10쪽) 또한 ‘나오는 작품 속 인물들은 사실 고뇌하는 자들이다. 마음에서 넘어져 마음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노력한 자들이고, 일어나기 위해 애쓰는 고뇌의 과정에서 영혼을 맑힌 자들’이라고 하며 이들을 고뇌에 편승하여 스스로 삶을 정리하면서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마르케스는 자서전에 서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르케스는 있었던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해석’까지도 현실로 아우르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그렇게 잠을 못 이루고 마음을 앓고 있던 나를 보고, 나의 어머니는 한 마디로 사태를 간단하게 정리해주셨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정신이 확 깨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사실 그게 나의 일상생활과 무슨 상관인가. 그럼에도 왜 이리도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단 말인가. 나중에야 알았다. 이미 그 사태가 나에게는 현실이었음을. 나에게 해석된 세계는 그랬던 것임을. 하이데거는 이를 조르게sorge, care라고 했고 불교에서는 반연攀緣이라고 했다. 내 마음이 ‘관여關與’하는 만큼 나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인데, 그렇게 열린 세계는 ‘나’의 관심과 이해와 해석이 이미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 세계 속에 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 세계와 결합할 수밖에 없는 것을.(122-123쪽)

뫼르소와 시지프의 상황을 보면서 나는 또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겪었던 부조리와 낯설음에 대하여. 그리고 그 부조리에서 어떻게 빠져나오고 낯설음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 .... 내가 부정하면서 버린 세상이 이제 역으로 나를 부정하며 버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낯선 곳에 던져진 이상한 상태. 카뮈 말대로 ‘이곳에도 속하지 않고 저곳에도 속하지 않는’ 절연된 상태를 나는 겪고 있었다. 나는 자신만의 진리에 사로잡혀 있었고, 세상은 나와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카뮈의 표현을 빌면 ‘이어져 있던 것의 끊어짐.’ 또 한 번 막막한 혼란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 부정할 수 없는 것, 버릴 수 없는 것이 있었다. (255-256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백한다. 어느 길 하나 쉬운 것은 없다고. 쉽지 않으니 우리는 고뇌해야 하고 고뇌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작가와 작품 속 인물,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힌다.

[책속으로 추가]
180쪽
하여간 엔도가 어머니에게 받은 자극이나, 내가 ‘피할 수 없는 인연사’라고 느끼는 사건이나 모두 이 존재의 강물과 연관된 것인 듯하다. 깊게 흐르는 ‘존재의 강물’에 이어져있기 때문에, 그 ‘자극’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깊은 곳까지 미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간헐천의 물방울로 스러져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사건들이 오랫동안 이후 삶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삶의 ‘화두’가 되어 평생을 안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존재의 차원에서 이어진 사건과 사람이,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각과 감성이 영혼에 자극을 주는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닐까. 혹자는 그런 사건에 생산적인 자극을 받아 자기 삶을 의미 있게 꾸려가기도 하고, 또 혹자에게는 그것이 굴레가 되어 삶을 옥죄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건 자체는 그야말로 ‘중립적’인 것. 그것을 ‘행복한 만남’이라고 ‘불행한 굴레’라고 이름 짓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 장자의 표현을 빌면 성심(成心)이 아닐까.

276쪽
리유의 입을 통해 전해진 카뮈의 생각을 보면, 그에게서 어떤 구도심(求道心)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매우 치열하게 용맹정진하는 어떤 정신이. 그는 부조리의 귀결은 오직 반항과 자유와 열정이라고 말하는데, 이 세 가지가 바로 지옥에서 행복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 그러나 이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행복이다. 시지프가 돌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행복해진 것처럼, 행복은 세상의 부조리한 실상에서 탈출하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바꾸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마치 ‘구별되지만 차별되지 않는 조화의 질서 세계’인 장자의 제물(齊物)의 세계가 별도의 세계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허심(虛心)이 될 때 그 마음에 현현하는 세계인 것처럼, 법성을 자각한 깨달은 마음에 현현하는 세계가 화엄의 법계인 것처럼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희망이란 외래어(外來語)일까’라고 의문한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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