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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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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쪽 | 규격外
ISBN-10 : 8954626203
ISBN-13 : 9788954626200
자전거 여행 중고
저자 김훈 | 출판사 생각의 나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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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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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도시 속 컬러를 읽다 COLOR DESIGN BOOK때문에 같이 주문한 책들 상태 좋습니다~ 5점 만점에 4점 yeanhan***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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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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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두 바퀴 자전거로 떠난 여행의 정수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자전거여행』제 1권.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나는 사실만은 가지런히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 바 있는 그의 아름다운 언어를 만나볼 수 있다.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로 표현해낸 자전거 여행길을 어떨까.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 어떤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오징어 고르는 법, 광어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고,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시 쓰는 ‘김용택씨’가 가르치는 섬진강 덕치마을 아이들의 소박한 생활들을 이야기한다. 책에는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이 김훈의 사실을 직시하는 날카롭지만 따뜻한 언어로 되살아난다.

저자소개

목차

프롤로그
꽃 피는 해안선ㆍ여수 돌산도 향일암
흙의 노래를 들어라ㆍ남해안 경작지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ㆍ여수의 무덤들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ㆍ양양 선림원지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ㆍ태백산맥 미천골
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ㆍ소백산 의풍마을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ㆍ안면도
다시 숲에 대하여ㆍ전라남도 구례
찻잔 속의 낙원ㆍ화개면 쌍계사
숲은 죽지 않는다ㆍ강원도 고성
숲은 숨이고, 숨은 숲이다ㆍ광릉 숲에서
나이테와 자전거ㆍ광릉 수목원 산림박물관
여름 연못의 수련, 이 어인 일인가!ㆍ광릉 숲 속 연못에서
한강, 삶은 지속이다ㆍ암사동에서 몽촌까지
강물이 살려낸 밤섬ㆍ잠실에서 여의도까지
한강의 자유는 적막하다ㆍ여의도에서 조강까지
흐르는 것은 저러하구나ㆍ조강에서
고기 잡는 포구의 오래된 삶ㆍ김포 전류리 포구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ㆍ양수리에서 다산과 천주교의 어른들을 생각하다
노령산맥 속의 IMFㆍ섬진강 상류 여우치마을
시간과 강물ㆍ섬진강 덕치마을
꽃 피는 아이들ㆍ마암분교
빛의 무한 공간ㆍ김포평야
만경강에서ㆍ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
도요새에 바친다ㆍ만경강 하구 갯벌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는 자전거ㆍ남양만 갯벌
멸절의 시공을 향해 흐르는 ´갇힌 물´ㆍ남양만 장덕 수로
시원의 힘, 노동의 합창ㆍ선재도 갯벌
시간이 기르는 밭ㆍ아직도 남아 있는 서해안의 염전

책을 펴내며
다시 펴내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향연! 김훈 산문의 정수(精髓)라 할 산문 『자전거여행』이 재출간되었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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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향연!

김훈 산문의 정수(精髓)라 할 산문 『자전거여행』이 재출간되었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의 문장 속에서,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봄은 이 산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이 산을 떠나는 것도 아니었다. 봄은 늘 거기에 머물러 있는데, 다만 지금은 겨울일 뿐이다.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 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春瘦)다. (…) 죽음이, 날이 저물면 밤이 되는 것 같은 순리임을 아는 데도 세월이 필요한 모양이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

빛 속으로 들어가면 빛은 더 먼 곳으로 물러가는 것이어서 빛 속에선 빛을 만질 수 없었다…

꿰맨 자리가 없거나 꿰맨 자리가 말끔한 곳이 낙원이다. 꿰맨 자리가 터지면 지옥인데, 이 세상의 모든 꿰맨 자리는 마침내 터지고, 기어이 터진다.

언젠가 그는 “나는 몸이 입증하는 것들을 논리의 이름으로 부정할 수 있을 만큼 명석하지 못하다”고 말한바 있다. 그의 산문이 명문인 것은, 상념이 아닌 몸으로 쓴 글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글 속에서, 오징어 고르는 법, 광어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고,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시 쓰는 “김용택씨”가 가르치는 섬진강 덕치마을 아이들의 소박한 생활들을 이야기한다.

인수는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인수네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인수는 많이 울었다.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마음은 슬프다. 나는 정말로 슬프다’라고 인수는 그날 일기에 썼다. 인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좀 시무룩한 아이가 되었다. 점심시간에도 혼자서 밥을 먹는다. (…)
은미네 할머니 무덤은 학교 가는 길 산비탈에 있다. 학교에서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은미를 지분거리고 귀찮게 굴면, 은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 무덤에 들러서 그 못된 녀석들의 소행을 다 할머니한테 일러바치고 막 운다. 요즘엔 은미의 마음이 좀 열렸다. 슬픔이 다소 누그러졌는지 친구들하고 잘 놀고 아이들도 이제는 은미를 지분거리지 않는다. 은미는 그동안 정말로 고생 많았다.

일체의 평가나 감상 없이, 있는 그대로를 서술한 후, 그는 덧붙인다.

마암분교 이야기는 한도 없고 끝도 없다. 전교생 17명인 이 작은 학교에서는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매일매일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샘솟아 오른다. 날마다 새로운 날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다. 삶 속에서 끝없이 이야기가 생겨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나는 일인가. 봄에는 봄의 이야기가 있고 아침에는 아침의 이야기가 있다. 없는 것이 없이 모조리 다 있다. 사랑이 있고 죽음이 있고 가난과 슬픔이 있고 희망과 그리움이 있다. 세상의 악을 이해해가는 어린 영혼의 고뇌가 있고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성장의 설렘이 있다. 여기가 바로 세상이고, 삶의 현장이며,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터전이다.

그가 길과 풍경과 계절을 이야기할 때,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다. 풍경과 우리의 삶이 그의 문장 안에서 일대일로 대응한다.
인문학자 박웅현의 말처럼,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들이 넘쳐”날 뿐 아니라, 책을 펴들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의 문장을 이 책에서 다시금, 확인한다.

자전거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들어오고 있다. 자전거 위에 물음표처럼 몸을 숙인 원색의 헬멧과 사이클복의 조화는 이국적이었다. “저 모던보이 좀 봐!” 그가 바로 ‘청년 김훈’이었다. 자동차와 문명이 통제된 길들을 저렇게 날렵한 물음의 자세로 탐문하며, 굴리면서 굴러가고, 싣고 가면서 실려갔었구나. 자전거와 한몸 되어 다만 밀고 나갔었구나. 밀고 나가는 순간 길의 몸이 노곤하게 풀리면서 열렸었구나.
‘밥벌이’의 가파름에서부터 ‘문장’을 향한 열망까지를 넘나드는 ‘처사(處士) 김훈’의 언(言)과 변(辯)은 차라리 강(講)이고 계(誡)다. 산하 굽이굽이에 틀어앉은 만물을 몸 안쪽으로 끌어당겨 설(說)과 학(學)으로 세우곤 하는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진정 높은 것들은 높은 것들 속에서,
진정 깊은 것들은 깊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인가보다.
_정끝별(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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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일상에 지쳐갈 때 즈음이면 어디라도 좋으니 떠나보자는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현실에 내린 뿌리는 생각보다...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일상에 지쳐갈 때 즈음이면 어디라도 좋으니 떠나보자는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현실에 내린 뿌리는 생각보다 질기다. 내가 바라는 그 어디가 어딘지를 몰라 망설이다 보면 떠나기에 적절한 시점을 놓치고야 만다. 적절한 시점이라는 게 애당초 있긴 했던가. 어쩌면 난 변화를 원하는 마음과 이에 저항하는 마음 사이에서 위태로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선호하는 여행 수단은 기차다. 버스나 택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만큼 구석구석 세밀하게 닿을 순 없지만 피로감이 덜해 좋다. 자가용이 있다면 조금 더 반경을 넓힐 수야 있겠지만 여전히 면허 없이 버티는 원시인의 입장이기에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자전거의 경우엔 과연 지금 탈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초등학생 땐 뭣 모르고 페달을 밟아가며 질주하는 일이 잦았다. 한 번은 그리 가파르지 아니 한 내리막길을 내닫다 엎어져 오랜기간 고생을 하기도 했으나, 그 경험이 자전거를 더는 못 탈 정도의 트라우마로 남진 않았다. 딱히 공부에 매진한 것도 아니건만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자전거와 담을 쌓고 지냈다. 치마 교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여자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구닥다리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면서 그리 된 것 같기도 하다. 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한다. 자전거 타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괜찮을 거라고들 독려한다. 자전거 질주를 위한 공간이 마땅히 보이질 않는 현실에서 딱히 도전하고픈 욕망이 일지는 않는다. 혹 모르겠다. 지금은 꼴불견으로만 여겨지지만 애인이라도 생겨 굳이 둘이 자전거 하나를 함께 타고픈 마음이 들면 태도가 달라질지도. 현재 시점에서 나에게 자전거는 추억에 속한 물건일 따름이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그런 나에게 마치 "우물 안 개구리"임을 선언하는 듯했다. 그 또한 고향이 나와 같은 서울 종로구라고 하였으나 서울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달릴 공간이 있음을 그는 잘 알았다. 나로서는 좀체 포기가 되지 않는 혹은 겁이 너무 많아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이곳을 그는 훌훌 털어 버렸다. 자전거가 타고 싶어 타 지역을 찾은 것인지, 역으로 이곳저곳을 유랑하다가 자전거 타기에 적합한 장소들을 발견한 것인지. 하기사, 철학자들에겐 닭과 달걀 중 무엇이 우선인지의 문제가 중하겠지만 난 아니다. 어느 쪽이 되었건 나는 그의 여행이 부러웠고, 그의 자전거가 되어서라도 평소 접하지 못해온 풍경들을 느끼고픈 마음이 앞섰다. 

    같은 장소에 같은 순간 함께 있어도 생각이 다른 게 인간이다. 자전거와 함께 일 때는 차를 직접 끌고 갔을 때와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와 또 다를 것이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숨이 턱까지 저절로 차 올랐던 여수 향일암이 그에겐 어떤 모습이었을까. 떠오르는 해의 장엄함이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이지만 내겐 없는 그 경험이 나로서는 궁금했다. 이미 가본 지역들, 이를 테면 안면도라든가 전남 구례, 쌍계사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산수유꽃, 벚꽃 등이 만개하는 계절에 이들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면 힘든 줄도 모를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풍경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마냥 낭만에 젖어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다. 제 아무리 일상을 등지고 떠난 여행이라 할지라도 그 곳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나 또한 현실을 들추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만난 이들의 삶은 조금은 씁쓸한 현실과 맞닿아 있기도 했다. 누구의 땅일 수도 없는 갯벌이 누군가의 땅으로 돌변하고, 그에 따라 수생식물들이 육지식물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현실이라든지, 과거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확량에 한숨을 쉬면서도 바다를 생명의 보고로 여기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 따위를 접하면서 아무렇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일게다. 지나친 비약이자 감정이입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난 밀려나고 사라지는 것들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고도 속상했다. 결국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했노라, 진보했노라, 공허한 외침을 하게 되진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었던 게 부디 나의 예민함 때문이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자전거가 있었기에 그는 달렸고, 희망으로 언급하기에 좋은 순간들과도 만났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고향이기도 하다는 임실군 덕치면 장산마을에서 담은 아이들의 모습은 해맑았다. 딱히 꾸미지 않았고, 오히려 볕에 있는 그대로 그을렸음에도 외려 아이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마냥 철들지 아니 한 게 아니었다. 밥차의 등장과 함께 알아서 제 역할을 찾아 수행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어떤 가르침이 그들에게 필요할까 싶었다. 복잡한 수식에 조금 더 익숙해진다거나 영어 단어 몇 개를 더 외우는 것보다 값진 배움이 아이들의 일상에 깃들어 있었다. 충분히 쉬고 놀지 못하는 입장이라면 아직 희망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니라는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진정 슬픈 건 어떠한 가능성도 보지 못한 채 스러지는 일일 게다.

    원고가 쓰여진 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부디 저자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의 일부만이라도 남아 있길. 같은 느낌을 맛보고자 하는 이 누구라도 방문하면 저자가 본 세상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그 길을 떠날 땐 이왕이면 자전거가 좋을 것 같다. 조만간 용기 내어 두 발을 페달 위에 올려보아야 겠다.
  • 자전거 여행1 | ma**o25 | 2016.08.1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사람들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정나미가...

     

     

     

    사람들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정나미가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면서 그때는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좋다.

    사람의 귀함과 고마움을 놓친 것은 아닌지고마움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귀하고 소중해진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좋아지면 나도 그들이 덩달아 좋아집니다.

    출근길이 천근만근 무거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출근길을 여행한다는 생각으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있다.

    퇴근길은 파김치가 되어 더 무겁다. 출근길 퇴근길이 무거우면 인생도 무거워지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출근길 퇴근길을 매일 다른 여행이라 생각하면 훨씬 덜 지치고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 차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쓰는 김훈 작가의 글을 읽어보면 현지 주민처럼 왜인지 모르게 그 지방의 역사를 잘 알면서 자전거로 다니시는 것을 추억으로 담은 추억처럼 여기에 쓰셨기에 자전거의 애착이 어떤 분처럼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사를 전문으로 소설 쓰시는 분이다 보니 자전거여행이 그냥 자전거 여행이 아닌 역사 탐험으로 느껴진다.

    세상사 근심 걱정 모두 내려놓고 소박한 배낭 하나 둘러메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는 것은 중년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그런 맥락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을 떠돌아다니며 느낀 상념들을 기록한 김훈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 1은 내게는 마치, 일과 책임에 지친 중년 남자를 위한 판타지처럼 읽힌다.

    김훈의 문장 하나하나가 다 그렇다. 자전거로 돌아 본 지역이나 그 대상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것을 여기에다가 옮겼다.

    만약 그가 '자전거 여행' 중 시골의 밭에서 일하는 늙은 부부와 소를 본 것에 대해 쓸 경우 그가 오랫동안 그들을 관찰하고, 필요하면 말도 걸고, 거기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덧붙이거나, 미처 몰랐던 것을 공부해서 썼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태백산의 험준한 고갯길, 바닷가의 갯벌, 부석사의 무량수전, 산골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맹인에 대해 쓴 글들이 다 그런 식이다.

    읽었을 땐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막상 읽고 나서 나도 지긋이 생각을 해보니 이분 또한 관찰하시면서 쓰시는 글들이 새롭고, 구체적이고, 섬세하고, 생생한 것처럼 보이는 출발점인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다가 아~ 괜히 읽었다는 후회가 든다. 넘 재미가 있으니까 나도 왠지 지금 당장 어디론가 여행을 가보고 싶어진다. 여수 돌산 하면은 갓김치 이다. 예전에 엄마께서 여행을 가셨다. 그런데 돌김치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면서 5kg를 사오신거다. 웃긴 건 정말 맛있어서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이 왜 그리도 싫었던지.

    김훈 작가의 자전거로 만나는 세상은 왠지 모르게 온 몸(체력이)이 엔진인 것처럼 힘을 다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그의 모습이 세월의 숲을 보는 것 같았다.

     

  • 그러니까 이 책은 여느 여행 에세이, 자전거 여행기와는 다르더라 하는 말로 시작할까 한다. 단순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의 표면...


    그러니까 이 책은 여느 여행 에세이, 자전거 여행기와는 다르더라 하는 말로 시작할까 한다.
    단순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의 표면적 나열이 아닌, 본질까지 깊숙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심안(心眼).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김훈 작가의 힘 있는 문장과 남다른 깊이감에 어쩐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라고.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는 표현이라니... 정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문장들은 몇 번이고 되뇌어 봐도 좋고 계속 음미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데
    특히 그 순간만큼은 자신도 덩달아 그와 같이 내면화되는 듯한 기분이다.
    잠시 프롤로그를 빌려 살짝 바꿔보자면, 이것은 마치 ‘글’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책 속의 ‘글자’들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만큼 이 책은 마음을 사로잡는 글들이 하나의 길이 되어 독자의 발걸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왜 그런 경우가 있지 않던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으면서도 줄어드는 안타까움 때문에 두 가지 감정이 묘하게 부딪치는 경우.
    이것은 좋은 책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문장이 주는 즐거움에 흐뭇하면서도 앞으로 읽을 부분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들고,
    책을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으면서도 궁금하고 욕심이 나 다음 부분이 얼른 읽고 싶어진다.
    내게는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책 중 하나였다.
    단숨에 읽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애틋한 책. 
    책 곳곳에는 작가가 자전거 여행을 하며 마주했던 풍경들, 사람의 삶, 그리고 자연의 섭리가
    고스란히 녹아있었는데 작가는 그것들을 체화(體化) 시켜 자신만의 언어로 빚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문장은 시선 끝에서 뭉근히 머무르다 어느새 마음속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다.

     


    매화 꽃잎 떨어지는 봄 바다에는, 나고 또 죽는 시간의 가루들이 수억만 개의 물비늘로
    반짝이며 명멸을 거듭했다. 사람의 생명 속을 흐르는 시간의 풍경도 저러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봄 바다 위의 그 순결한 시간의 빛들은 사람의 손가락 사이를 다 빠져나가서
    사람의 그것을 움켜쥘 수 없을 듯싶었고, 그 손댈 수 없는 시간의 바다 위에 꽃잎은
    막무가내로 쏟아져 내렸다. (p.17~p.18)

     


    그야말로 눈부신 광경이다. 작가의 묘사만으로도 눈앞에는 여수 돌산도 향일암의 봄바다가 펼쳐진다.
    동백꽃에서 매화로, 매화에서 산수유로, 산수유에서 목련으로.
    봄의 시간은 그렇게 바람과 함께 휘날리며 바다에도, 땅에도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책은 도시에서 전혀 볼 수 없고 알 수 없었던 자연의 순간순간을 생동감 있게 쏟아내었다. 
    붉은색 흙내음이 진하게 전해지는 남해안 경작지, 가을빛이 타오르는 태백산맥 미천골,
    맛의 근원인 소금이 탄생하는 염전, 생명과 고유한 질서를 알게 해주는 남양만 갯벌,
    흐르는 강물을 통해 삶과 세상에 대해 알려주는 한강과 조강, 아름다운 노을의 김포평야 등등.
    무엇보다도 숲과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 그동안 몰랐던 숲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온 천지의 엽록소들이 일제히 기쁨의 함성을 지르듯이 피어난다는 5월의 지리산 숲.
    작은 바람에도 늘 흔들리는 자작나무숲
    희뿌연 연두의 그림자와 같다는 은사시나무숲.
    신록이라도 다 같은 신록이 아니라 거친 싱싱함을 보여주는 오리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숲...
    숲의 표정은 이처럼 다채로우며 각자의 빛으로 쉼 없이 반짝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숲. 참 예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단어다. 새삼 시옷과 피읖의 울림이 이리도 좋았던가 싶다.
    더불어 나 역시도 김훈 작가를 따라 ‘숲’이라고 소리 내어 발음해본다.

     


    『자전거 여행』
    아마도 작가의 자전거는 끊임없이 지면과 교류하며 땅을 밀어냈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멋진 찰나의 연속인지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계절의 순환 속에 덧그려지는 두 바퀴의 회전들.
    팽팽히 당겨지는 다리 근육과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심장의 펌프질까지도.
    바닥에 두 발이 닿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다. 그래도 길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테니까.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 길이 몸으로 흘러 들어오고 통과할 수 있도록 온 감각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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