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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쎄파의 향기(글누림비서구문학전집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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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9*211*21mm
ISBN-10 : 8963275507
ISBN-13 : 9788963275505
프랑쎄파의 향기(글누림비서구문학전집 12) 중고
저자 프랜시스 B 니암조 | 역자 고인환 | 출판사 글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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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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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누림 비서구문학전집 열두 번째 이야기
프랜시스 B. 니암조의 소설

소외와 절망으로 가득 찬 카메룬의 현실 속
전통적 가치의 상실과 순정한 사랑의 좌절을 음각한 니암조의 소설
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인간 본연의 가치를 희구하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그들은 조국을 떠나 서구의 여러 나라들과 아프리카를 떠돌며 ‘문화적 혼종성’을 체현하고 있는 경계인들이다. 아프리카 작가들은 제국의 언어로 생산된 자신들의 작품이 아프리카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민중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소명의식 또한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배자의 언어와 아프리카 민중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운명을 지녔다. 카메룬과 영국, 프랑스, 남아공을 가로지르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니암조 역시 이러한 운명과 맞닿아 있다. 그 또한 식민 지배자의 언어인 ‘영어’로 작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제국의 언어(영어)를 소수자의 목소리로 전용함으로써 ‘프랑스령 흑아프리카’라는 신식민주의적 동일성 담론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다.

『프랑쎄파의 향기』는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침략에 대한 고발과 더불어 식민 이후 카메룬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어주도권 싸움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는 작품이다. 서구도 아프리카에도 속하지 않는 한국의 독자들이 이에 공감하고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서구중심주의 담론을 넘어 비서구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고인환, <작품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프랜시스 B 니암조
(1961년~ )는 카메룬 북서부 주(카메룬의 10개 주 중 남서부 주와 더불어 영어권 지역에 속하는 주이다.) 범(Bum)에서 태어나 카메룬의 야운데 대학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으로 건너가 레스터 대학에서 박사학위(1990)를 받았다.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소설가이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아프리카 사회과학연구개발협의회(CODESRIA) 출판국장을 역임했다. 2009년 케이프타운 대학 사회인류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남아공에 정착하였다.
그는 카메룬과 보츠와나의 대학에서 사회학, 인류학, 언론정보학 등을 가르치며 연구했으며, 2003년 ‘올해의 시니어 예술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케이프타운 대학이 수여하는 ‘탁월한 인문학 교수상’을 받았으며,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의 아프리카학생연합(AU)이 매년 수여하는 ‘2013 아프리카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아프리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의 하나인 에코(Eko) 문학상을 받았다. 『#로즈는 무너져야 한다: 남아공의 끈질긴 식민주의를 넘어서』(2016)로 영국의 아프리카 연구 협회가 수여하는 ‘2018 Fage & Oliver 연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아프리카의 미디어,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2005), 『내부자와 외부자: 현대 남아공의 시민권과 제노포비아』(2006), 『우주의 조롱박에 담아 마시다: 아모스 투투올라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2017), 『먹는 것과 먹히는 것: 사상으로서의 음식, 카니발리즘』(2018), 『합리적 소비자: 자연과 문화의 교차로에 선 민주주의』(2018) 등이 있다.
니암조는 연구서와 더불어 소설도 꾸준히 발표했다. 그의 첫 소설 『마음 찾기』(1991)는 카메룬의 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소설 『환멸의 아프리카인』(1995)은 동시대 아프리카 대륙이 처한 곤경과 딜레마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후 『잃어버린 영혼들』(2008), 『결혼했지만 사용가능한』(2009), 『친밀한 이방인』(2010) 등의 소설을 잇달아 발표했다.
니암조는 자신의 조국 카메룬이 처한 구체적 현실과 아프리카 대륙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탐색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구체성과 보편성, 소설과 인류학, 영어와 불어, 카메룬(아프리카)과 유럽, 비서구와 서구 사이의 경계에 선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령 흑아프리카 지역 출신이면서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그는 식민 지배자의 언어인 ‘영어’를 소수자의 목소리로 전용함으로써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는 작가이다.

역자 : 고인환
고인환은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부분을 통해 등단하였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제7회 젊은평론가상(2006)을 받았다. 제8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2014)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저서로 『결핍, 글쓰기의 기원』(2003), 『말의 매혹: 일상의 빛을 찾다』(2005), 『공감과 곤혹 사이』(2007), 『한국 근대문학의 주름』(2009), 『정공법의 문학』(2014), 『문학, 경계를 넘다』(2015), 『문학의 숨결』(2016) 등이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구미 중심의 담론을 벗어나는 학문적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 세계의 문화 담론을 공부하고 있다. 2015년 2월 말 ‘경희대학교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를 개소하여 센터장을 맡아 비서구 세계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 아프리카연구센터의 초청으로 한 해를 방문교수로 지내며 연구했다.

목차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들에게_프랜시스 B. 니암조 / 5
간행사 ||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 8
프랑쎄파의 향기 || 1부 / 17
|| 2부 / 145
작품해설 || 카메룬의 속살, ‘영어’와 ‘프랑스어’의 긴장_고인환 / 325

책 속으로

프로스페르는 헐떡이는 개처럼 포망 지역의 한 집으로 달려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쫓기는 신세였다. 그때 로즈는 그를 어머니 침대 밑에 숨겨 주었다. 로즈와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공포에 휩싸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관목 계곡에 우뚝 솟은 거대한 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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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페르는 헐떡이는 개처럼 포망 지역의 한 집으로 달려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쫓기는 신세였다. 그때 로즈는 그를 어머니 침대 밑에 숨겨 주었다. 로즈와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공포에 휩싸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관목 계곡에 우뚝 솟은 거대한 흑단 나무 같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겼다. 한동안의 소요가 가라앉은 후 그는 선물을 가지고 로즈를 다시 찾았다. 로즈 또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뛸 듯이 기뻤다. (20쪽)

침실 문은 삐거덕거리며 열렸다. 방에 들어서자 놀란 쥐가 도망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쥐약을 사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프로스페르는 돈을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였다. 거기에 일정 정도의 돈이 모이면 은행에 가지고 갔다. 쥐들이 자신의 돈을 갉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변을 더듬어 문 뒤에 있는 몽둥이를 들었다. 쥐를 때려죽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불을 켰다. 주위가 밝아졌다. 로즈가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프로스페르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있었다. (33쪽)

가방으로 달려갔다. 숫자 암호 코드로 잠겨 있었다. 여러 숫자들을 입력해 보았다. 번번이
실패였다. 다시 쇠지렛대를 들었다. 첫 번째 서류가방이 순식간에 열렸다.
“돈이다!”
자신에게 온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만 프랑쎄파(FCFA)짜리 지폐 뭉치가 가득 차 있었다. 벽에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가슴이 뛰었다. 그는 살금살금 현관문으로 갔다. 밖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현관문을 조심스레 닫고 잠갔다. 침실로 와서 부서진 문을 닫았다. 만 프랑쎄파(FCFA)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두 손으로 돈의 양 끝을 잡고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천장으로 들어온 빛이 지폐를 통과했다. 진짜 돈이다. 어딜 봐도 진짜 돈이다. 주머니에 돈을 넣었다. 식은땀이 났다. 이윽고 두 번째 서류 가방을 열기 위해 쇠지렛대를 구부렸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보았다. 정신이 아찔했다.(110~111쪽)

그는 한 뭉치의 빳빳한 지폐를 꺼내 빠르게 휙휙 넘겼다. 지폐 넘어가는 소리가 무례한 젊은 여성의 관심을 끌었다. 장관을 만나는 데 필요한 조언을 얻기 위한 행동이 만족스러운 효과를 내자, 그는 양복 재킷의 안주머니에 돈을 다시 넣었다. “오늘은 충분한 돈을 가져오지 못했네요.” 그는 독백하듯이 웃으며 말했다. (167쪽)

“더 이상 이런 차로 돌아다니지 말게.” 장관이 주의를 주었다. “체면을 위해!” 그가 덧붙였다. “자네는 이제 프랑스어권 지역에 있네. 여기는 어떤 차를 운전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서부 밈보랜드가 아니란 말일세. 여기서는 체면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네. 그것이 바로 프랑스의 자존심이야. 우리도 마찬가지야. 프랑스 사람들은 자부심이 있어. 그들의 형제인 우리도 그렇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지.” (225쪽)
위대한 남자는 조그마한 검은색 부적을 꺼냈다. 흔들 때마다 쉬익 소리가 났다. 부적으로 프로스페르의 이마, 어깨, 팔뚝, 무릎 등을 잇달아 툭툭 때렸다. 그리고 말했다. “모니크는 자네들 때문에 죽었네. 듣고 있나?” 그가 얼굴을 들며 물었다.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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