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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
320쪽 | 규격外
ISBN-10 : 1186910178
ISBN-13 : 9791186910177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 중고
저자 한희철 | 출판사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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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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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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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를 걸어간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목회자가 열하루, 부르튼 발을 절룩이며 그 길을 걸어갈 리 없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그 지겹던 여름, 폭풍을 헤치고, 뙤약볕을 받으며 380km라는 그 먼 길을 걸어갔다. 저자는 기회가 된다면 내 나라 내 땅을 걷자, 허리가 잘린 채 신음하고 있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는, 피와 고름을 여전히 흘리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을 걷고 싶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찾아든 아픔과 상처가 오래 전 마음에 두었던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로 만들었다. 걸음걸이는 누가 보아도 한 마리 벌레 같았을 것이다. 가장 작은 존재가 되어, 가장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어 뙤약볕 아래 홀로 걸어가는 저자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한 마리 벌레였다. DMZ를 따라 열하루 길을 홀로 걸으며 내딛는 걸음걸음이 이 땅의 속 깊은 아픔과 상처, 마음속 아픔까지를 호는(‘헝겊을 여러 겹 겹쳐 대고 바늘땀을 곱걸지 않은 채 성기게 꿰매다’라는 뜻) 걸음이 되기를 기도했다. 땡볕 아래와 폭우 속을 걸어가며 순간마다 간절함이 담기기를 원했던 걸음이었다. 그리고 시인의 따뜻한 눈으로, 목사의 영성의 눈으로 그 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담아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서 그는 삶의 여정 가운데 만난 수많은 이들을 기억 속에 호출한다. 그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그들은 시간을 거슬러 그곳에 현존한다. 걷는 사람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바람처럼 스쳐간 인연이라 해도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떠올리고 함께 겪었던 시간을 회상하는 것 자체가 기도 아니겠는가.

저자소개

저자 : 한희철
저자 한희철은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의 작은 마을 단강에서 15년간 목회했다. 1988년 [크리스챤 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단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보에 실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를 섬기면서 6년여 동안 이민 목회를 했으며 현재는 부천 성지감리교회를 섬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네 삶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 있는 속담과 우리말을 담아낸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와 《내가 선 이곳은》,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 《나누면 남습니다》, 《작은 교회 이야기》 등과 동화책 《네가 치는 거미줄은》이 있으며, 책을 통해 작고 외롭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따뜻하게 품어내는 품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여는 글 영락없는 한 마리 벌레였다
추천의 글
외발로 선 시간의 은총 | 김기석
언젠가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걸을 수 있기를| 김정권
우리에게 기도를 더하여 주시기를… | 문종수
DMZ를 홀로 걷는 한 마리 벌레에게 | 민영진
그는 DMZ에서 광야를 보았다 | 함광복

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한 마리 벌레처럼
떠날 준비
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배낭 챙기기
챙기지 않은 것
길을 떠나니 길 떠난 자를 만나고
따뜻한 기억과 든든한 연대

가장 좋은 지도
가장 좋은 지도
길을 잘 일러주는 사람
사람은 가도 뒤에 남는 것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소똥령 마을
아, 진부령!
행복한 육군

오래 걸으니

몇 가지 다짐
할머니 민박
오래 걸으니
왜 걸어요?
작은 표지판

함께 짐을 진다는 것은

도움 받으시다
숨겨두고 싶은 길
지팡이와 막대기
이 땅 기우소서!
함께 짐을 진다는 것은
해안
‘화’와 ‘소’

가는 곳이 길이다

팔랑리 풍미식당
인민군 발싸개
산양의 웃음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늘의 자비하심으로
가는 곳이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물 없이 먼 길을 간다는 것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거미의 유머
혼자 드린 예배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
오르막과 내리막
선입견 하나를 송구함으로 버리다

아직도 아프니?

그날 주일 종은 울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중
어색한 잠자리와 꿀잠
아직도 아프니?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
마지막 걸음
너덜너덜 어처구니없이 해진 이 땅을

책 속으로

얼마나 간절할지는 몰라도 길을 걸으며 기도하려고 한다. 철조망으로 허리를 두르고 있는 내 나라를 위하여, 이 땅의 교회들과 지금 섬기고 있는 성지교회를 위하여, 내가 살아오며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내가 걸어갈 목회의 길에 대하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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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간절할지는 몰라도 길을 걸으며 기도하려고 한다. 철조망으로 허리를 두르고 있는 내 나라를 위하여, 이 땅의 교회들과 지금 섬기고 있는 성지교회를 위하여, 내가 살아오며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내가 걸어갈 목회의 길에 대하여, 걸음걸음에 기도를 담으려 한다. 모두가 낯선 길,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 어쩌면 중간 중간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길을 걸으며 길을 물으려 한다. 사람의 길, 믿음의 길, 도리의 길을 처음처럼 물으려 한다.(「한 마리 벌레처럼」)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로드맵을 손에 들고 길을 걷다가 문득 마음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삶에도 로드맵이 있다면 과연 그 로드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마다 얼마든지 다르겠지만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성경이 로드맵이 아닐까 싶었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로드맵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일까?(「챙기지 않은 것」)

만났던 모든 사람들, 기억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면서 배우게 된 기도의 의미가 있다. 기도란 따뜻한 기억과 든든한 연대였다. 서로를 따뜻하게 기억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남이 아님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를 생각하고 위로하고 격려 하고 지지하고 축복하며 우리가 여전히 든든함과 고마움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그것이 기도였다.(「따뜻한 기억과 든든한 연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가 어느 순간부터는 우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침 그날은 살아오며 만났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떠올리며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 날이었다. 걸으면서 떠올렸던 사람들, 누구의 삶도 쉬운 삶이 없었다. 힘겨운 삶을 떠올리며 기도를 바치기엔 오히려 그런 악천후가 제격이다 싶었다.(「아, 진부령」)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자연의 흐름을 묵묵히 따르는 삶, 그보다 순박하고 질박하고 아름다운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절기는 물론 언제 계절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따라 즐거워하며 사는 삶, 그것이 맞는 속도였던 것이다. “오래 걸으니 비로소 내 발이 내 땅에 닿았다. 오래 걸으니 비로소 제대로 된 속도가 보였다.”(「오래 걸으니」)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저 사람은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할 만한 그 무엇이 내게 있는 것일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모습만 보면 얼마든지 알아차릴 수 있는 믿음의 표지와 표식이 과연 내 삶에 존재하는 것일까?(「왜 걸어요?」)

십자가의 길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과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들,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어떤 순간에 도 나만 혼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뒤에서 주님도 나와 함께 그 아픔을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도움 받으시다」)

철조망 밖의 세상과 무엇 하나 다를 것이 없는 풍경과 공기,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새롭게 다가왔다. 민통선 안과 밖이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은 뭔지 모를 통증처럼 느껴졌다.(「가는 곳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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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추가] 낯선 길을 걷는 이에게 주어지는 은총 중 하나는 뜻밖의 만남이 허락된다는 것임을 배운 날이었다. 농막에서 물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나 정자에 앉아 심마니와 나눈 이야기는 분명 내 마음속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름답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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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추가]

낯선 길을 걷는 이에게 주어지는 은총 중 하나는 뜻밖의 만남이 허락된다는 것임을 배운 날이었다. 농막에서 물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나 정자에 앉아 심마니와 나눈 이야기는 분명 내 마음속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내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맞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 문이다.(「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찍을 때는 몰랐던, 나중에야 빛의 형상을 보며 깜짝 놀랐던 사진. 그동안 수고했다며 손을 흔드시는, 내게는 영락없는 주님의 모습이었다. 길 끝에서 만나게 되는 길, 길의 의미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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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홀로 걷는 이 길 | qu**tz2 | 2019.02.1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마음이 심란할 때면 길 위에 선다. 시간이 허락하는 걷는다. 마음 같아서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보고 싶지만 언제나 현실이라...

    마음이 심란할 때면 길 위에 선다. 시간이 허락하는 걷는다. 마음 같아서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보고 싶지만 언제나 현실이라는 제약에 발이 매인다. 한동안 걷기에 열을 올렸다. 세상의 걷기 열풍에 동조했던 것보다는 심경이 그만큼 복잡했다. 같은 길을 반복해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가 주객전도가 일어났다. 아직 걸어보지 못한 수많은 길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몸이 따르지 못하니 그게 아쉬울 뿐이다.

    신앙심 깊은 이들의 영혼은 평온할 줄로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동떨어진 삶은 있을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목사인 저자는 그렇게 길 위에 섰다. 380km 에 달하는 거리를 단 열하루 동안 걷는다고 했을 때 무모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일단 거리는 엄청나게 긴데 반해 시간이 짧았다. 매일 30km 가 넘는 거리를 쉼 없이 걷는 강행군을 해야 달성이 가능했다. 여기에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만 한다. 식사는 어디서 할 것이며, 잠은 또 어디서 자야 한단 말인가! 유명 관광지라면 사정이 좀 낫겠지만, 저자가 택한 지역은 DMZ 였다. 분명 인적이 드물 것이었다. 하나의 마을을 지나친 후 또 다른 마을이 언제 등장할지 장담이 힘들다. 아무리 우리나라 통신망이 발달했다 하여도 이런 곳에서까지 숙소 예약은 어렵지 싶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망설인다면 결코 출발하지 못할 것이다. 며칠 동안 가벼이 몸을 푼 이후로 저자는 걷기 시작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생각보다 걷는 일은 힘들었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급경사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게 글을 읽었을 뿐임에도 느껴졌다. 그런데 저자는 그보다 더 힘든 걸로 야트막한 경사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을 꼽았다. 처음에는 힘이 든 줄 모른다. 그런데 계속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체력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어느 순간부터는 걷고 있는 존재가 누군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야기할 상대라도 있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루함도 달래고 지친 마음도 추스를 수 있다. 혼자 걷는 저자에겐 사치였다. 인도 없는 차도 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할 때도 있었으니, 그 땐 내가 다 신경이 곤두섰다. 인적이 드문 곳이므로 아마 차들도 무섭게 속도 내어 달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행여나 어두컴컴한 터널이라도 통과해야 할 때면 거의 목숨을 거는 기분이 들었으리라. 길은 인간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앞서 걱정했던 많은 것들은 현실이었다. 겨우 찾은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청하면 일행이 없다는 사실에 난감함을 표하는 곳들이 제법 됐다. 수많은 시선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은 당사자를 위축시키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 동네에서는 음식 준비를 번거롭게 만드는 불청객의 등장이었다. 숙소를 잡는 일도 쉽진 않았다. 미리 정보를 접하고 들른 곳도 있었지만, 일부는 계획이 틀어지면서 현장서 수소문이 필요했다. 아니 힘이 들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세상은 따스한 곳이었다. 비를 쫄딱 맞아 거지꼴에 가까워진 저자를 집에 들이자마자 보일러부터 틀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배려해준 이가 있었고, 준비 없이 걷다 갈증을 느끼고 물을 청하자 조건 없이 시원한 물을 내어준 이도 있었다. 먼 곳에서 시간 내어 저자에게 다가온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미리 연락을 해 저자의 위치를 파악하지 않았다. 저자가 걷고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되는 부근에서 그를 기다렸다. 때론 그와 하루를 함께 걷고 맛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힘이 들어도 완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은 생각보다 많았다.

     

    스페인에는 전세계인을 부르는 순례길이 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그 길을 걷는다. 그들의 얼굴은 볕에 검게 그을렸으며, 몇날 며칠을 씻지 못해 몸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만은 환히 빛난다. 걸음이 그들에게 행복을 선사한 것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모두가 실천하진 않는다. DMZ를 따라 혼자 걷는 일을 행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종교를 떠나 걸음 하나하나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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