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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쪽 | 양장
ISBN-10 : 8932919275
ISBN-13 : 9788932919270
제0호 [양장] 중고
저자 움베르토 에코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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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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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도서 상태가 최고네요~ 잘 읽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babosy*** 2020.02.11
48 배송이 빨라서 좋았여요!!! 5점 만점에 5점 taisun5*** 2020.02.11
47 새책 같아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hillz***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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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좋은 책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kmd6***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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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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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 2016년 2월 19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움베르트 에코가 2015년에 펴낸 마지막 소설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992년, 실제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를 주 무대로,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 언론의 행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싸구려 글쟁이로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던 중년의 콜론나는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내일)’의 부름을 받는다. 그가 주문받은 역할은 신문사 주필의 대필 작가로서,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 ‘제0호’의 제작 과정에 투입되어 편집부에서 벌어지는 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주필은 신문이 끝내 창간되지 않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로를 담은 책을 한 권 마련해 두려 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콜론나는 주필과의 비밀을 공유한 채, 곧 ‘도마니’가 고용한 여섯 명의 기자들과 대면한다. 그는 기사에 쓰일 표현을 검토하는 일종의 고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창간 예비 판인 ‘제0호’를 위해 일한다. 현장에 자금을 대는 이는 콤멘다토르 비메르카테로 알려진 세력가로, 큰 신문을 이끄는 엘리트의 세계를 장악함으로써 정재계의 거물들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한마디로 말해 ‘도마니’는 세력 확장을 위한 협박용 언론으로, 창간 예비 판에 사회의 거물들이 궁지로 몰 만한 정보를 흘려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고자 한다.

연이은 편집 회의에서 그들은 진실보다 특종에 갈증을 느끼는 대중들을 위한 자극적인 기사 작성법을 논의한다. 제목만 바꿔 단 재탕의 뉴스거리 등 ‘제0호’가 준비한 기획물들은 엉터리 저널리즘의 표본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세운 가설을 토대로 사라진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 브라가도초가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저자소개

저자 : 움베르토 에코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소설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움베르토 에코는 1932년 1월 5일 이탈리아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나 토리노 대학교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아퀴나스에서부터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던 그는 1980년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출간했고, 이 작품은 곧바로 〈백과사전적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의 결합〉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독자들의 열광적 반응과 교황청의 비난이 엇갈린 문제작『 푸코의 진자』를 비롯해『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등 역사와 허구,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이 교묘히 결합된 개성 강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왔다. 에코는 2016년 2월 1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역자 : 이세욱
1962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세상
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웃음』, 『뇌』, 『신』(공역), 『제3인류』(공역),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 구슬』,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바야돌리드 논쟁』, 브뤼노 몽생종의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 수첩』, 에리크 오르세나의 『오래오래』, 『두 해 여름』,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장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늑대의 제국』, 『검은 선』, 『미세레레』,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노베첸토』 등이 있다.

목차

1. 1992년 6월 6일 토요일, 오전 8시 ……11
2. 1992년 4월 6일 월요일 ……29
3. 4월 7일 화요일 ……41
4. 4월 8일 수요일 ……75
5. 4월 10일 금요일 ……81
6. 4월 15일 수요일 ……105
7. 4월 15일 수요일, 저녁 ……119
8. 4월 17일 금요일 ……129
9. 4월 24일 금요일 ……139
10. 5월 3일 일요일 ……181
11. 5월 8일 금요일 ……187
12. 5월 11일 월요일 ……201
13. 5월 하순 ……211쪽
14. 5월 27일 수요일 ……221
15. 5월 28일 목요일 ……235
16. 6월 6일 토요일 ……273
17. 1992년 6월 6일 토요일, 정오 ……289
18. 6월 11일 목요일 ……297
옮긴이의 말 ……319

책 속으로

「주필님이 책을 내시겠다고요?」 「그래요, 책을 한 권 낼 겁니다. 한 저널리스트의 회상록입니다. 우리 신문은 창간하기로 해놓고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이지만, 그 신문을 내기 위해 1년 동안 준비하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책이죠. 말이 나온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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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님이 책을 내시겠다고요?」
「그래요, 책을 한 권 낼 겁니다. 한 저널리스트의 회상록입니다. 우리 신문은 창간하기로 해놓고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이지만, 그 신문을 내기 위해 1년 동안 준비하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책이죠.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그 신문의 제호는 <도마니>, 즉 내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슬로건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내일 얘기하기로 해요. 아무튼 내가 내려는 책의 제목은 <내일을 알려면 어제를 보라>가 될 것입니다. 멋있지 않아요?」 ― 본문 29~30쪽

그럼으로써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금융계와 정계의 이른바 성역에 있는 거물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죠. 그러면 그 거물들은 신문 창간 계획을 중단하라고 콤멘다토레에게 요청하겠지요. 그 요청에 응하여 콤멘다토레는 『도마니』라는 신문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거물들의 성역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될 겁니다. ― 본문 36~37쪽

「그 책은 실제로 벌어진 일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겠군요. 훌륭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런 책을 내면 반박을 들으시게 될 겁니다.」
「누가 반박을 하죠? 콤멘다토레가 이 책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할까요? 자기가 이 사업을 기획하면서 겨냥한 것은 저널리즘의 모범을 보이자는 것이 아니라 거물들을 협박하는 것이었다고 고백할까요?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기 역시 압력을 받았기 때문에 일을 중단했다고, 다시 말해서 다른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목소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신문을 죽이는 길을 선택했다고 사람들이 믿어 주기를 바랄 겁니다. 그럼 우리 기자들은 어떨까요? 내 책이 그들을 가장 고결한 기자들이라고 소개하는데, 그들이 반론을 제기하겠어요? 내 책은 사람들이 흔히 발음하는 대로 <베첼레르>가 될 거예요. 아무도 그 책에 대해서 반박할 수도 없을 거고 반박하려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 본문 39쪽

내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시메이가 나섰다. 「좋습니다. 만사나레스 얘기가 좋아요. 그런데 표 나지 않게 의견을 불어넣는 데는 다른 방법들이 있어요. 신문에 무엇을 실을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흔히 말하듯 기사의 가치를 따져야 합니다. 세상에는 보도할 뉴스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 많은 뉴스를 다 보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 밀라노 옆에 있는 베르가모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보도하지만, 시칠리아의 메시아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뉴스들이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 뉴스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 본문 84~85쪽

뉴스 만들기, 이건 멋진 표현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뉴스를 만들어야 하고, 행간에서 뉴스가 튀어나오게 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 본문 87~88쪽

우리는 지금 그저 하나의 패러디를 가지고 반박과 그것에 대한 반론의 양상을 살펴본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억해 두셔야 할 것은 반론에 대한 반론을 쓸 때 활용해야 할 세 가지 기본적인 요소, 즉 증언의 수집, 취재 수첩의 기록, 반박하는 사람의 신뢰성에 관한 의혹 제기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훌륭합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 본문 92~93쪽

우리는 교양에 공을 들일 수가 없어요. 우리 독자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스포츠 신문을 읽는 정도죠. 그래도 나는 신문에 문화와 관련된 면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해요. 문화면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문화ㆍ예능 면이라 부르는 게 좋겠고, 문화계의 사건을 다루되 인터뷰 형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떤 책의 저자를 인터뷰할 때는 그 저자와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어요. 어떤 저자도 자기 책을 나쁘게 말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우리 독자들은 악의적이고 너무 거만한 혹평을 접하지 않을 겁니다. ― 본문 102쪽

내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말을 할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막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그들은 절대로 그녀를 페르시아만에 파견하지 않을 것이고, 더 늦기 전에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 의기소침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문득 대안이 떠올랐다. 그녀에 관해서 진실을 말하는 대신, 나 자신에 관해서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 본문 123~124쪽

아무리 청렴하고 공정하다고 해도 백 퍼센트로 그런 사람은 없어요. 그는 아마 소아 성애증에 걸린 사람도 아닐 것이고, 자기 할머니를 살해한 적도 없을 것이며, 뇌물을 받은 적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뭔가 수상쩍은 일을 한 가지쯤은 했을 거예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지만, 그가 매일같이 하는 일을 수상해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팔라티노, 당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세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 본문 188쪽

그 남자는 멋을 많이 부리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예전에 영어로 플라워 차일드라고 불렀던 히피족의 일원일지도 모르죠. 그가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상상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직접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독자들이 스스로 그런 결론을 내야 합니다. 팔라티노, 그런 점들에 신경을 써서 어두운 분위기가 강한 초상을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그 남자도 무엇이 무서운 줄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뉴스가 없는 상태에서 뉴스를 만들어 냈어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입니다. ― 본문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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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위기의 저널리즘,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파헤친 언론의 천태만상! 전 세계 40개국 이상 출간, 이탈리아 25만 부 이상 판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전 세계...

[출판사서평 더 보기]

위기의 저널리즘,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파헤친 언론의 천태만상!
전 세계 40개국 이상 출간, 이탈리아 25만 부 이상 판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베스트셀러 소설가 ―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에서만 25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폴란드, 러시아 등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출간 또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존경받은 에코의 작품들은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로 오랜 시간 독자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장미의 이름』은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3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작품으로 에코는 1981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을, 1982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에코는 2016년 2월 1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2015년 출간된 그의 마지막 소설 『제0호』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와 음모론적 역설(力說)의 난장, 뚜렷한 방향 없는 단말마의 포르노적 정보 공세. 일찍이『 푸코의 진자』,『 프라하의 묘지』 등에서 다뤘듯 음모론을 둘러싼 대중의 망상에 오랜 시간 흥미를 가져온 에코는 저널리즘의 편집증을 목록화해 펼쳐 보인다.
『프라하의 묘지』,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등을 번역한 바 있는 이세욱 역자는 작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움베르토 에코의 문체를 한국어로 세심하게 옮겼다.

역사에 관한 또 하나의 음모론,
무솔리니가 살아 있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실제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가 주 무대로,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 언론의 행태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싸구려 글쟁이로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던 중년의 콜론나는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내일)』의 부름을 받는다. 그가 주문받은 역할은 신문사 주필의 대필 작가로서,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 <제0호>의 제작 과정에 투입되어 편집부에서 벌어지는 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 주필은 신문이 끝내 창간되지 않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로를 담은 책을 한 권 마련해 두려 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콜론나는 주필과의 비밀을 공유한 채, 곧 『도마니』가 고용한 여섯 명의 기자들과 대면한다. 그는 기사에 쓰일 표현을 검토하는 일종의 고문(顧問)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창간 예비 판인 <제0호>를 위해 일한다. 한편, 현장에 자금을 대는 이는 <콤멘다토르 비메르카테>로 알려진 세력가이다. 큰 신문을 이끄는 엘리트의 세계를 장악함으로써 정재계의 거물들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도마니』는 한마디로 말해, 세력 확장을 위한 협박용 언론으로 창간 예비 판에 사회의 거물들이 궁지로 몰 만한 정보를 흘려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고자 한다.
연이은 편집 회의에서 그들은 진실보다 특종에 갈증을 느끼는 대중들을 위한 자극적인 기사 작성법을 논의한다. 제목만 바꿔 단 재탕의 뉴스거리 등 <제0호>가 준비한 기획물들은 엉터리 저널리즘의 표본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세운 가설을 토대로 사라진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 브라가도초가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언론과 권력에 대한 최고의 풍자-
황색 저널리즘에 경종을 울리다!


1990년대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Mani Pulite(깨끗한 손)> 운동은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겨냥한 것이었다. 정계의 구조적 비리가 공개되면서 세상이 떠들썩해졌고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밀라노뿐 아니라 수십여 개의 도시에서 4천여 명에 이르는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들이 조사를 받았으며 그중 1천여 명이 구속된 바 있다. 사회당의 크락시는 튀니지로 망명했으며 기민당의 안드레오티 전 수상의 마피아 관련 혐의가 발각되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3당 체제는 붕괴하고 미디어 재벌 출신의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당과 우파 연합, 좌파 연합 중심으로 정계가 재편되었다. 제1공화국이 막을 내리고 제2공화국이 들어섰다. 하나 격동의 세월이 있었음에도 자기반성 없는 표면적 혁신으로 그곳의 뇌물 전쟁과 비리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정치가와 그가 이끄는 언론 플레이는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제0호』는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지대를 막론하고 현대 사회인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매스 미디어의 광포한 영향력을 곱씹게 한다.
에코의 문학론을 모아 놓은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25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한국어 구판은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는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이 책에 「나는 어떻게 소설을 쓰는가」라는 글이 실려 있다. 원래 1996년에 발표했던 것인데, 그 뒤로 몇 년 사이에 경험한 일을 보태어 다시 쓴 글이다. 그 글의 한 대목에 바로 『제0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현대인들인데, 그들은 신문을 창간하기로 결정하여 일련의 <견본 호>에서 어떻게 특종을 <창조>할 수 있을까 실험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실 나는 소설의 제목을 Numero Zero로 생각하기도 했다. ―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 본문 중에서

『바우돌리노』를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전에, 새 소설을 고민하던 때의 이야기로 에코는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어 내는 인물들을 한번 다뤄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현대의 글쟁이들을 인물로 설정하고, 그들이 신문사를 설립해 일련의 창간 예비 판을 통해 어떻게 특종을 〈창조〉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 구상에 맞게 소설의 제목을 〈제0호〉로 할 생각이었다. 세월이 흘러 『바우돌리노』와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과 『프라하의 묘지』를 거친 뒤에야 에코는 드디어 가짜 신문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썼다.

우매한 대중을 노리는 특종 전쟁.
결코 발행되지 않을 신문의 배후에 도사린
거대한 미스터리-


『제0호』는 저널리스트의 문체로 저널리즘의 세계를 다룬다. 실패한 글쟁이들과 음모론에 잘 빠지는 기자와 나쁜 저널리즘을 보여 주는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이야기이다. ― 옮긴이의 말

이렇듯 내용적 측면에서는 정치적 성공을 도모할 목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강력한 사업가, <특종>을 강요받는 저널리스트, 그리고 그러한 취재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고 마는 대중에 대한 고찰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에코는 특유의 해학을 버무리고, 혼란한 바깥 사정과 별개로 새롭게 뿌리 내리는 인간 사이의 애정과 연대를 제시한다. 이전의 그 어느 작품보다 단순명료한 문체와 구성은 오롯이 대중을 향한 것으로 큰 울림을 전한다.
1954년 이탈리아에서 텔레비전 방송이 처음 개시된 때로부터 RAI(이탈리아 방송 협회)의 문화 프로그램 제작 종사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움베르토 에코는 그 누구보다도 매스 미디어의 생리에 통달해 있으며 과연 그 아닌 누군가 이토록 심도 있게 명철한 지각을 지닐 수 있을까 의문이 들리만치 예리하게 세간을 다룬다. 『제0호』는 진입 문턱이 높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그에 관한 음모론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는다. 하나의 가설이 평범한 삶을 위협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중계된다. 에코의 이 마지막 소설은 현시점에서 다시 묻는다. 모두를 위한 저널리즘, 그리고 올바른 저널리즘에 관하여. 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고심하는 독자에게 이 소설은 과연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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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 제 0 호 (회사) | od**sey | 2019.07.2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움베리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해서 예약하여 읽은 책 .   내용에 몰입하지 못했네.. 

    움베리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해서 예약하여 읽은 책 .

     

    내용에 몰입하지 못했네.. 

  • 움베르토 에코에게. | ma**script | 2019.03.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작품.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 중에서 가장 무난하고 읽기 편한 축에 속한다.  정말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작품.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 중에서 가장 무난하고 읽기 편한 축에 속한다. 
    정말이다. 장미의 이름처럼 '수기이다', 말의 행방 등 뒤죽박죽이지 않다.

    어쩌면 움베르토 에코 고유의 느낌이 덜하다고 볼 수 있지만, 깔끔하다고 볼 책이다.

    주인공은 언론 매체, 신문 글을 쓰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과 추측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을 때, 한 동료에게 '비밀', '음모'를 듣게 된다. 그의 생활은 음모를 의심하고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이 안될 때 주변 동료가 죽고 출판사는 사라지게 된다. 그의 운명은 음모처럼 동료처럼 싸늘하게 죽을 것인가? 

    움베르토 에코의 상상력이 잘 표현한 작품이다. 만약에 움베르토 에코가 어딘가에 글을 쓰고 있다면? 움베르토 에코를 대신해 쓰는 사람이 있다면? 
  • 제0호 | so**un90 | 2018.12.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주필님이 책을 내시겠다고요?」 「그래요, 책을 한 권 낼 겁니다. 한 저널리스트의 회상록입니다. 우리 신문은 창간하기로 해놓...
    「주필님이 책을 내시겠다고요?」
    「그래요, 책을 한 권 낼 겁니다. 한 저널리스트의 회상록입니다. 우리 신문은 창간하기로 해놓고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이지만, 그 신문을 내기 위해 1년 동안 준비하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책이죠.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그 신문의 제호는 <도마니>, 즉 내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슬로건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내일 얘기하기로 해요. 아무튼 내가 내려는 책의 제목은 <내일을 알려면 어제를 보라>가 될 것입니다. 멋있지 않아요?」 ― 본문 29~30쪽

    그럼으로써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금융계와 정계의 이른바 성역에 있는 거물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죠. 그러면 그 거물들은 신문 창간 계획을 중단하라고 콤멘다토레에게 요청하겠지요. 그 요청에 응하여 콤멘다토레는 『도마니』라는 신문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거물들의 성역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될 겁니다. ― 본문 36~37쪽

    「그 책은 실제로 벌어진 일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겠군요. 훌륭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런 책을 내면 반박을 들으시게 될 겁니다.」
    「누가 반박을 하죠? 콤멘다토레가 이 책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할까요? 자기가 이 사업을 기획하면서 겨냥한 것은 저널리즘의 모범을 보이자는 것이 아니라 거물들을 협박하는 것이었다고 고백할까요?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기 역시 압력을 받았기 때문에 일을 중단했다고, 다시 말해서 다른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목소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신문을 죽이는 길을 선택했다고 사람들이 믿어 주기를 바랄 겁니다. 그럼 우리 기자들은 어떨까요? 내 책이 그들을 가장 고결한 기자들이라고 소개하는데, 그들이 반론을 제기하겠어요? 내 책은 사람들이 흔히 발음하는 대로 <베첼레르>가 될 거예요. 아무도 그 책에 대해서 반박할 수도 없을 거고 반박하려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 본문 39쪽

    내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시메이가 나섰다. 「좋습니다. 만사나레스 얘기가 좋아요. 그런데 표 나지 않게 의견을 불어넣는 데는 다른 방법들이 있어요. 신문에 무엇을 실을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흔히 말하듯 기사의 가치를 따져야 합니다. 세상에는 보도할 뉴스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 많은 뉴스를 다 보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 밀라노 옆에 있는 베르가모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보도하지만, 시칠리아의 메시아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뉴스들이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 뉴스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 본문 84~85쪽

    뉴스 만들기, 이건 멋진 표현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뉴스를 만들어야 하고, 행간에서 뉴스가 튀어나오게 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 본문 87~88쪽

    우리는 지금 그저 하나의 패러디를 가지고 반박과 그것에 대한 반론의 양상을 살펴본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억해 두셔야 할 것은 반론에 대한 반론을 쓸 때 활용해야 할 세 가지 기본적인 요소, 즉 증언의 수집, 취재 수첩의 기록, 반박하는 사람의 신뢰성에 관한 의혹 제기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훌륭합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 본문 92~93쪽

    우리는 교양에 공을 들일 수가 없어요. 우리 독자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스포츠 신문을 읽는 정도죠. 그래도 나는 신문에 문화와 관련된 면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해요. 문화면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문화ㆍ예능 면이라 부르는 게 좋겠고, 문화계의 사건을 다루되 인터뷰 형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떤 책의 저자를 인터뷰할 때는 그 저자와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어요. 어떤 저자도 자기 책을 나쁘게 말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우리 독자들은 악의적이고 너무 거만한 혹평을 접하지 않을 겁니다. ― 본문 102쪽

    내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말을 할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막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그들은 절대로 그녀를 페르시아만에 파견하지 않을 것이고, 더 늦기 전에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 의기소침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문득 대안이 떠올랐다. 그녀에 관해서 진실을 말하는 대신, 나 자신에 관해서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 본문 123~124쪽

    아무리 청렴하고 공정하다고 해도 백 퍼센트로 그런 사람은 없어요. 그는 아마 소아 성애증에 걸린 사람도 아닐 것이고, 자기 할머니를 살해한 적도 없을 것이며, 뇌물을 받은 적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뭔가 수상쩍은 일을 한 가지쯤은 했을 거예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지만, 그가 매일같이 하는 일을 수상해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팔라티노, 당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세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 본문 188쪽

    그 남자는 멋을 많이 부리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예전에 영어로 플라워 차일드라고 불렀던 히피족의 일원일지도 모르죠. 그가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상상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직접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독자들이 스스로 그런 결론을 내야 합니다. 팔라티노, 그런 점들에 신경을 써서 어두운 분위기가 강한 초상을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그 남자도 무엇이 무서운 줄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뉴스가 없는 상태에서 뉴스를 만들어 냈어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입니다. ― 본문 190쪽
  • 제0호 | de**ark83 | 2018.12.1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리가 사랑한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미디어, 정치, 음모, 살인의 탁하고 음산한 세계를 그린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우리가 사랑한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미디어, 정치, 음모, 살인의 탁하고 음산한 세계를 그린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으로, 누가 거짓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거짓에 현혹되는지 그리고 그런 거짓을 만들어내는 자들은 어떻게 몰락하는지 묻고 답하는 소설. “거짓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가짜 뉴스의 가면 벗기는 이번 소설은 한국사회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위기의 저널리즘,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파헤친
    언론의 천태만상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베스트셀러 소설가 -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에서만 2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폴란드, 러시아 등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출간 또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존경받은 에코의 작품들은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로 오랜 시간 독자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장미의 이름』은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3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또, 같은 작품으로 1981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을, 1982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에코는 2016년 2월 1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 ϻϻ 마지막. 마지막은 무거운 단어다. 보통은 후련함보다 아쉬움을 한가득 머금고 있어 참 무겁다...


    ϻϻ


    마지막. 마지막은 무거운 단어다. 보통은 후련함보다 아쉬움을 한가득 머금고 있어 참 무겁다. 움베르토 에코. 역시 나에게 무거운 작가다. 그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정확하게 3번 대출하였고, 3번 다 읽지 못한 채 반납하였다. 아쉬움을 넘어 찝찝함을 한가득 머금게 만든 소설을 쓴 소설가다.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 나왔다. 굉장히 무거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 가벼워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뜬금없지만 마지막을 이토록 가볍게 마무리한 움베르토 에코, 역시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정보의 양이 무궁무진하며, 그 정보가 전해지는 속도가 상상 그 이상인 이 때, 세상을 지배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딱 한 가지를 꼽을 수 없지만, 뉴스는 꼭 들어가지 않을까. 특히 언론 매체가 전하는 뉴스가 가진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수많은 정보에 '읽을만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건 굉장한 일이니까.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괜찮은 것을 구분하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고, 이는 더 나아가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편집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뜻이다. 덧붙여 그 생각 속에 감정을 밀어 넣을 수 있기에 언론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정보의 양이 무궁무진하고 빠르게 전할 수 있는 때, 이를 편집하여 내는 언론의 힘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있다.) 언론 자체에 대해서 냉담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만, 언론이 전하는 소식에는 열정을 내비치고 때때로 광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뉴스를 읽으며 두려움과 혐오감을 느끼기도 하고, 나눔과 만족감을 맛보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불어넣기 때문에 나쁜 것도, 긍정적인 감정을 불어넣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뉴스를 읽고 이성적 판단과 감정적 동요를 동시에 경험한다. 


    언론은 자신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알고 있다. 그리고 대중들 역시 알고 있다. 정치적 큰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과 연예면 스캔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면 모두가 비슷한 음모론을 떠올리지만, 연예면 소식을 클릭한다. 이처럼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거짓에 현혹되고, 만들어진 여론에 따라 생각이 움직인다.  움베르토 에코는 『제0호』는 '누가 왜 가짜 뉴스(거짓)를 만드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어떻게 가짜 뉴스(거짓)를 믿는가'라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제0호』는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인에게 저널리즘이란 무엇이며, 언론에서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질문하는 책이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이탈리아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초대형 정경유착 스캔들이 터지며 1천여 명의 정재계 인사가 유죄판결을 받는 등 '마니 풀리테'라 불리는 대대적인 부패 척결운동이 일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이탈리아는 한걸음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후의 일은 생략한 채, 1992년이란 시간을 무대를 두고 이상한 신문사의 이상한 프로젝트 <제0호>를 둘러싼 일을 쓴 『제0호』. 현실인지 소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정교한 글은 마치 일상을 그리고 있는 듯 읽는 이의 눈을 이끈다.



    신문도 거짓말을 하고 역사학자들도 거짓말을 해. 오늘날에는 텔레비전도 거짓말을 해.



    황색언론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로 작정한 듯, 움베르토 에코는 거침없이 <제0호> 프로젝트 현장을 보여준다.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6명의 기자와 편집부 주필과 그 주필을 보좌하는 대필 작가는 절대로 발행되지 않을 신문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일지 의심스럽지만, 절묘하게 실제로 있었던 일을 비틀어 넣는 움베르토 에코의 글은 풍자 그 자체다.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알베르토 몬디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던 베를루스코니가 각주에 등장하는 것을 보며 이탈리아 국민들은 어떻게 이 소설을 읽었을지 궁금해질 만큼 그의 소설에는 이탈리아의 오랜 과거, 1992년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진 정치·사회적 사건이 녹아져 있다.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 등장한 바 있는 음모론과 언론이 만나 만들어진 거짓과 침묵함으로써 발생하는 또 다른 거짓으로 가짜 뉴스가 탄생할 수 있는 경로를 보여준다. 매 장마다 새로운 뉴스 꼭지와 그 꼭지를 거짓으로 만드는 새로운 방법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고 놀랐다. 하나하나의 거짓과 거짓말들이 하나로 모여 <제0호>가 되었을 때 만들 또 다른 거짓의 영향력까지 계산해 넣은 저자의 치밀함에 놀랐다. 발간되지 않아 다행인 <제0호>의 모습이 또 한편으론 궁금했다. 그 과정을 긴장감 있게, 재미있게 그리고 적절한 생각의 울림을 주는 방법으로 전하는 것을 보면, 그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작가로써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뉴스란 새로 만들어 낼 필요가 없어요.」 내가 대꾸했다. 「우리는 뉴스를 재활용하면 됩니다.」



    에코는 굳은 결심으로, 소설을 통해 '저널리즘'과 '그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란 꽤 어두운 이면을 탐구한 듯싶다. 아마도 이탈리아 정치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라는 통렬한 아픔을 에너지 삼아 소설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가짜 뉴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가짓 수를 소설에 다 담은 것이 아닐까. 그는 자신이 저널리스트로 약 50년간 지냈던 경험을 소설에 충분히 녹여냈다. 하나로 묶으면 언론이 거짓말을 하는 방법이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침묵함으로써 거짓을 전하는 법, 사실과 의견을 교묘하게 배치하는 방법, 뉴스들을 이용해 의미가 담긴 뉴스를 만드는 방법, 감정을 심어 넣는 법, 소문을 넌지시 말하는 방법, 뉴스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 등을 읽다 보면, 저널리즘의 그림자에 대해 꽤 많은 걸 얻어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많은 걸 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그가 쓴 어느 소설보다, 가장 독자에게 친절한 소설이다. 마치 소설 속 언론인이 대중에게 전하는 글을 쓰듯. 그는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몹시 뻣뻣하고 어려워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데 꽤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그의 또 다른 소설 『장미의 이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술술 읽힌다. 그리고 그에 대해 저자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들면 현명해지는 법이죠. 자기가 알 것은 다 안다는 식으로 무게를 잡을 필요가 없어요.  『제0호』는 내 소설들 가운데 학식을 가장 적게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이전 소설들이 말러의 교향곡들이라면, 이 소설은 재즈에 더 가깝죠."



    이미 글로 다양한 문학 세계를 집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힘을 뺀 것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언어로 묵직하게 생각과 마음을 누르는 힘을 보지 못한 게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독자들에게 보인 친절함은 누구나 생각해야 할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여는 좋은 키가 되었다.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선입견을 벗겨낸 가벼운 마지막 소설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의 가치가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제0호』에서도 여전히 움베르토 에코다움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라는 더 어려운 도전을 했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도전이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증거 중 하나가 내가 아닐까. 그의 마지막 소설을 처음으로 완독했으니.


    이야기의 품격을 유지하며, 그 독자층을 한층 넓힌 그의 마지막 소설이었다.  나에게 『제0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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