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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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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1*211*14mm
ISBN-10 : 897682492X
ISBN-13 : 9788976824929
늙어감에 대하여 중고
저자 오도 마르크바르트 | 역자 조창오 | 출판사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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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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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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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철학자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회상하고 자신의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늙음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늙은이로서 자신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한 철학자의 내밀하고도 진정성 있는 고백을 통해, ‘늙음’에 대한 편향적 시각에서 해방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오도 마르크바르트
(Odo Marquard, 1928~2015)
독일의 실존철학자로 리터 학파의 일원이다. 힌터 포메른의 슈톨프에서 태어났다. 뮌스터와 프라이부르크에서 철학, 독일문학, 그리고 신학을 공부했다. 1965년부터 1993년까지 기센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를 역임했다. 1984년에 독일 시언어학 연구소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상을 수상했으며, 대중 강연과 저술로도 유명하다. 철학적 해석학과 회의주의의 지지자로서, 그의 작품은 인간의 오류 가능성, 우연성, 유한성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자 : 조창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독일 로이파나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만오교양대학 조교수를 거쳐 현재 남부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Die melancholische Verfassung der Moderne und das Symbol(『현대의 멜랑콜리적 구성과 상징』, 빌헬름 핑크 출판사, 2014), 비극철학, 예술철학, 사회철학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역서로는 『박물관 이론 입문』 (서광사, 2018)이 있다.

목차

편집자 서문
우연의 인정
시민성 거부의 거부: 1945년에 대한 한 철학자의 비평
시간과 유한성
이성과 유머: ‘그래야만 해’에 대한 ‘그렇지’의 승리에 대하여
미래가 줄어드는 생애 구간에 대하여
늙음 - 목표라기보다는 끝: 오도 마르크바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베츠의 대화
오도 마르크바르트 연보
출판물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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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간은 ‘왜’라는 물음 없이 해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한다. 다른 이들은 생일 맞은 이를 기쁘게 북돋아 주고 즐겁게 하기 위해 행운을 빌어 준다. 악수, 전화, 우편엽서의 수는 자신이 중요하다는 감정을 끌어올린다. 친절한 인사의 말이 종종 글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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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라는 물음 없이 해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한다. 다른 이들은 생일 맞은 이를 기쁘게 북돋아 주고 즐겁게 하기 위해 행운을 빌어 준다. 악수, 전화, 우편엽서의 수는 자신이 중요하다는 감정을 끌어올린다. 친절한 인사의 말이 종종 글자 그대로 이해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축하의 말을 진지하게 이해하지 않는다 해도 이에 기뻐한다. 하지만 도대체 85세 철학자의 생일을 왜 축하해야 하는지의 물음은 대답되지 않는다.
생 자체를 고찰해 볼 때 우리가 거부할 수 없이 매일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죽음을 동경하지 않는 이상 나이 드는 것을 축하하는 것은 터무니없게 보인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런 이유 때문에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
생일축하는 사실상 죽음과 연관이 있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매년 우리는 언젠가 죽을 그날을 피해 왔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년 한 번씩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생일뿐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죽음의 날을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5년 이내의 오늘까지는? (12쪽)

“철학적인 고찰은 우연을 없애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헤겔의 말이다. 나는 위대한 경험론자인 헤겔을 가끔씩만 그리고 의지에 반하여 반박하곤 하는데 이 자리가 그런 자리다. 예를 들어 우연을 없앤다는 것은 철학에서 철학자를 없앤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든 프로든) 철학자 없는 철학은 없다. 그렇다면 헤겔은 궁극적으로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철학에서 철학을 없애는 꼴이다. 따라서 철학을 위해서는 우연을 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서만이 철학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적인 언급이 유용하다. 이는 개별 철학자와 관련해 우연을 타당하게 만든다. 모든 철학자와 관련해 철학사는 우연을 포함한다. 철학사는 또한 철학에게 중요한데, 왜냐하면 철학에 우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뭔가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우연뿐이다. (20쪽)

세네카는 『짧은 생에 대해서』(De brevitate vitae)란 책에서 우리 생의 짧음에 대한 비탄을 비판합니다. 그가 생각하기로 우리 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생의 시간을 노력할 가치가 없는 사물들로 인해 마구 써 버리기 때문에 생을 짧게 만듭니다. 그의 예들은 매우 현재적입니다. 예를 들어 귀족은 그의 평민(손님) 때문에 시간에 쫓겨 자신의 생을 망각합니다. 어떤 귀족은 머리 위 유일하게 남은 머리카락을 오른쪽 또는 왼쪽 곱슬로 만들 것인지에 관해 이발사와 수시간 동안 논쟁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버리는 것이고, 자신의 생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즉 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 낭비를 통해 생을 짧게 만듭니다. (54~55쪽)

늙음은 바로 이러한 ‘그래야만 해’에 대한 ‘그렇지’의 승리입니다. 늙음은 포함하는 이성과 유머가 지배하는 생의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늙으면 모두에게 가장 확실한 미래인 죽음이 항상 임박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늙은 우리가 적어도 지금의 생에서는 항상 더 적은 미래를 기대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미래도 가질 수 없다고 선언해 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늙으면 미래 순응, 즉 올바른 미래(future-correctness)라는 개념으로 탄생하는 그러한 환상이 쓸데없어지며 사라질 수 있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은 이성과 유머를 통해서입니다. 이성과 유머는 ‘그렇지-라고-말할-수-있음’입니다. 이성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우리가 붙잡는 것이며, 유머는 더 이상 웃을 일이 없을 때 웃는 것입니다. 이는 가까이 오고 있는 죽음 앞에서의 늙음의 상황입니다.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할 때 이는 이성적이며,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때 이것이 유머입니다.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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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키케로와 쇼펜하우어를 넘어 노년의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철학이란 본래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사유이다. 자기 자신, 자기를 둘러싼 세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살아감이 바로 철학의 주제였다. 이점에서 철학은 전문적인 학문이라기보다는 자기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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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와 쇼펜하우어를 넘어
노년의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철학이란 본래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사유이다. 자기 자신, 자기를 둘러싼 세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살아감이 바로 철학의 주제였다. 이점에서 철학은 전문적인 학문이라기보다는 자기 삶을 반추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늙어감에 대하여』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회상하고, 자신의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펼치는 책으로, 강연과 인터뷰를 모았다는 점에서 대중과의 소통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면서도 마르크바르트는 엄밀한 개념 사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철학자로서 자신이 한평생 무엇을 대상으로 철학을 해왔는지를 밝힌다. 그의 철학의 대상은 오로지 자신의 삶이었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천착한 대상은 바로 자신이 직면한 ‘늙음’과 ‘죽음’이라는 사태였다.

‘늙음’이라는 사태에 놓인 인간을 향한 담담한 시선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늙음’이라는 주제는 이미 한국 사회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더 이상 장수는 축복이 아니고, ‘늙음’은 그저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만 인식될 뿐이다. 사람의 가치를 오로지 쓸모와 효용성으로 재단하는 세상에서 무엇도 생산할 수 없는 늙은이는 혐오와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경제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늙음’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만 바라보다 보니, 정작 ‘늙음’이라는 사태에 놓인 인간을 시선에서 놓치기 일쑤다. ‘늙음’은 우리 모두가 거쳐야 할 과정이며, 단기간에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늙음’이라는 사태를 편향적으로만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혁신’의 가치를 절대화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논리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동력이다. ‘혁신’은 항상 현재이며, 현재를 가능케 한 과거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는 항상 과거로부터 온다. 과거를 부정하면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둘 다 인정한다는 것이다. 마르크바르트는 ‘혁신’이 있는 곳에 ‘보존’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혁신하는 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보존을 통해 보상하게 된다. 마르크바르트에 따르면 이러한 보존을 통한 보상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구호에 쉽게 이끌렸다. 그리고 이러한 구호 뒤에서 우리는 항상 과거에 대한 관심, 보존되어 온 문화에 대한 관심을 조심스레 품고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열광하면서도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최신의 이론을 쫓아가면서도 고전을 읽으려고 한다.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키면서도 우리는 소비로 가득 찬 휴가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자기 보상을 통해 혁신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우연과 유한성으로 보는 ‘늙는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이제 ‘늙음’이라는 사태를 받아들이고, 이것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 보아야 한다. 마르크바르트는 『늙어감에 대하여』를 통해 ‘늙음’ 자체를 다룰 뿐 아니라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사유를 펼치고 있다. 책 마지막에 실린 인터뷰 「늙음- 목표라기보다는 끝」에서 마르크바르트는 늙음이 현실에 대한 감각을 날카롭게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늙음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늙으면 늙을수록 자기를 둘러싼 세상은 더욱더 구체적인 의미에서 적대적이 됩니다. 층계는 더 오르기 힘들고, 도로는 더 건너기 위험하고 짐은 더 들기 힘들어집니다.” (본문 106쪽) 하지만 생을 오로지 ‘젊음’과 ‘늙음’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며, ‘안티 에이징’에 골몰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젊음은 덕이 아니며 영원한 젊음에 대한 이야기는 화려한 무의미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이에 의지하면 할수록, 젊음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됩니다.” (본문 100쪽)
그는 ‘젊음’을 무조건적으로 동경하지도 않고, ‘늙음’ 자체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늙음’이라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늙은이’에게 미래는 점점 더 짧아질 뿐이다. 이점에서 늙은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젊은이’와 달리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며,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늙은이에게는 특별한 이론적 능력이 있는데, 이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능력이다.
이렇듯 ‘늙음’이 나에게 찾아왔기에, ‘죽음’이 머지않았기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가 있다. 생의 바퀴는 이득과 상실, 빛과 그림자, 행운과 환멸 사이를 돈다. 이러한 전환은 모든 인간의 운명이며, 우리는 외적인 것에 늘 마음을 빼앗기지만, 이러한 것들은 오늘 마음에 들었다 해도 내일이면 곧 사라질 것에 불과하다. 늙음 속에서 많은 사물들의 가치는 사라져가고, 죽음이 생을 스쳐 갈 때에 비로소 자신의 유한성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이렇게 늙음은 환멸적인 통찰의 눈을 뜨게 한다. 어쩌면 지독한 허무처럼 보이는 그의 고백을 읽어 나가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는 까닭은 이 늙어감조차 그리 대단한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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