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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인문학석강 민은기 교수 - 유튜브
  • 교보아트스페이스
제5도살장
288쪽 | 규격外
ISBN-10 : 8954643256
ISBN-13 : 9788954643252
제5도살장 중고
저자 커트 보니것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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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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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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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반전(反戰)소설! 풍자와 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보니것의 웃음으로 절망에 맞서는 방법. 부조리와 모순의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반전(反戰)소설『제5도살장』.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한, 커트 보니것의 대표작.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돌며 여행한다. 제2차세계대전 벌지 전투의 독일군 전선 후방으로, 포탄이 쏟아지는 드레스덴의 도살장으로,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으로, 뉴스가 넘치는 뉴욕으로, 수소폭탄 공격을 받았다 재건된 시카고로.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비관론과 허무주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 오직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반전(反戰)소설이다.

저자소개

저자 : 커트 보니것
저자 커트 보니것 Kurt Vonnegut은 1922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독일계 미국인 가정의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에 나갔다가 드레스덴 폭격을 겪었다. 1952년 『자동 피아노』를 출간하며 등단했고, 1969년 『제5도살장』을 출간하면서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반전(反戰)작가로 발돋움했다. 대표작으로 『마더 나이트』 『고양이 요람』 『제5도살장』 『나라 없는 사람』 등이 있다. 2007년 맨해튼 자택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고 몇 주 후 사망했다.

역자 : 정영목
역자 정영목은 서울대학교 영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로드』 『죽어가는 짐승』 『네메시스』 『미국의 목가』 『포트노이의 불평』 『울분』 『에브리맨』 『달려라, 토끼』 『어둠 속의 웃음소리』 『바다』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제5도살장

해설 | 커트 보니것과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연보

책 속으로

“두 사람은 전쟁 때 아이에 불과했다고요?위층에 있는 저애들처럼!” 나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로 전쟁 때 어리석은 숫총각들이었으며, 유년의 맨 끄트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쓰지 않을 거죠, 그렇죠.” 이것은 질문이 ...

[책 속으로 더 보기]

“두 사람은 전쟁 때 아이에 불과했다고요?위층에 있는 저애들처럼!”
나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로 전쟁 때 어리석은 숫총각들이었으며, 유년의 맨 끄트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쓰지 않을 거죠, 그렇죠.” 이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비난이었다.
“어?모르겠는데요.” 내가 말했다.
“글쎄요, 나는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틀림없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던 척할 거예요. 영화라면 프랭크 시나트라와 존 웨인, 아니면 다른 매력적이고 전쟁을 사랑하는 추잡한 늙은 남자들이 두 사람을 연기하겠죠. 그럼 전쟁은 그냥 멋지게 보일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또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전쟁에 위층에 있는 애들 같은 어린아이들이 나가 싸우게 되겠죠.” _28~29쪽

책이 너무 짧고 뒤죽박죽이고 거슬리네요, 샘. 대학살에 관해서는 지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지요. 원래 모두가 죽었어야 하는 거고, 어떤 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다시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거지요. 원래 대학살 뒤에는 모든 것이 아주 고요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도 늘 그렇습니다. 새만 빼면.
그런데 새는 뭐라고 할까요? 대학살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지배배뱃?” 같은 것뿐입니다. _33쪽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 거지.’ _44쪽

빌리는 진료실 벽에 기도문을 넣은 액자를 걸어두고 있었는데, 이것은 사는 데 열의가 없음에도 계속 살아가는 그 나름의 방법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벽에 걸린 기도문을 본 많은 환자가 그 기도문이 자신들이 계속 살아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빌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었다. _82쪽

우주의 방문객은 기독교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기독교인이 그렇게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는 적어도 문제 가운데 일부는 신약의 이야기가 너무 엉성한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처음에는 복음서들의 의도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낮은 자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에게까지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복음서들은 실제로는 이런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죽이기 전에 반드시 그가 연줄이 시원찮은지 확인해라. 뭐 그런 거지. _140쪽

바깥에는 불이 폭풍처럼 번지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하나의 거대한 화염이었다. 이 하나의 화염이 유기적인 모든 것,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삼켰다.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걱정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인들과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연기로 시커멨다. 해는 약이 바짝 오른 작은 핀 대가리였다. 드레스덴은 이제 달 표면 같았다. 광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은 뜨거웠다. 그 동네의 다른 모든 사람이 죽었다.
뭐 그런 거지. _221~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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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 2005년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소설’ ★ 1998년 모던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학’ ★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풍자와 블랙유머의 대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 2005년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소설’
★ 1998년 모던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학’
★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풍자와 블랙유머의 대가 커트 보니것의 대표작 『제5도살장』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번으로 출간됐다. 『제5도살장』은 제2차세계대전의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한 소설로, 보니것의 문학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는 걸작이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돌며 여행하는 주인공 빌리 필그림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허무맹랑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는 인간에 대한 희망과 정교하게 계산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오직 커트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반전(反戰)소설.

작품 소개

반전(反戰)과 반문화(反文化)의 작가
냉소적인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


미국 최고의 풍자 작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후계자 커트 보니것. 그는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이끌고 60년대 반전 운동과 반문화의 흐름을 대표한 작가로 꼽힌다. 메타픽션 기법과 날카롭고 통렬한 독설로 사회를 비판한 그의 작품은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와 영화감독, 음악가 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커트 보니것은 기계 문명, 시간 여행, 외계인 같은 소재를 즐겨 사용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고, 스스로도 현대를 사는 작가가 기계 문명에 무지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말했다. 실제로 아버지 커트 보니것 시니어는 MIT 출신 건축가였고 형인 버나드는 저명한 과학자였으며, 본인 역시 코넬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테네시 대학교와 카네기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과학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던 청년. 그대로 흘러갔다면 그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을 쓰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드레스덴 폭격은 그의 인생을 바꾸고 말았다. 제2차세계대전에 보니것은 미 육군으로 참전했고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승전국의 군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독일이 항복을 선언했을 때 그는 폐허가 되어버린 드레스덴에서 산처럼 쌓인 시체를 옮기고 있었다. 아군이 만든 지옥에서 죽어버린 적국의 사람들을 수습하던 시간. 이후 아이러니와 부조리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전통 서사를 뒤집는 독특한 반전소설

1945년 2월 13일, 독일 동부의 드레스덴에 포탄이 쏟아졌다. 사흘간 폭격이 있었고,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던 도시는 화염에 휩싸여 폐허로 변했다. 전세를 굳히기 위한 미영 연합군의 공격이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추산 3만 5천 명에서 15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드레스덴 폭격에서 “우연이 허락한” 덕에 살아남은 보니것은 전쟁에서 돌아온 후 이 사건에 대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이 출간된 것은 1969년, 전쟁이 끝나고도 20년 넘게 지난 후였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제5도살장』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다. 소설 안에서 평화를 주장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상적인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의 참극을 결코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잿빛의 달 표면, 위태롭고 고르지 못한 곡선, 돔을 이루고 있는 돌과 목재로 이루어진 레이스. 시간과 공간을 어지럽게 넘나드는 이야기 안에서 드레스덴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인 빌리가 겪은 드레스덴 폭격 또한 매우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등장인물 역시 일반적인 서사와 다르다. 이 소설에는 전투에서 동료와 나라를 구하는 영웅도, 전쟁으로 모든 걸 잃고 고통받는 희생양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우연히 시간에서 해방되어 삶의 여러 시간을 발작처럼 여행한다. 외계인에게 납치되기도 한다. 빌리가 어떻게 한 행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 묻자, 모든 시간을 로키 산맥처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생명체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그렇죠. 하지만 다른 날에는 당신이 보거나 읽던 어느 전쟁 못지않게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안 보고 말지요. 무시해버립니다. 우리는 기분좋은 순간들을 보면서 영원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 앞에서 트랄파마도어인은, 그리고 빌리는 이렇게 말한다. “뭐 그런 거지.”
그러다 보니 『제5도살장』은 얼핏 보면 그저 숙명론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허무와 비관론을 한 겹 들치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작가가 설치해둔 정교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작품 속 화자는 초반부터 전쟁이 미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가장 주인공다운 인물인 에드거 더비가 아주 사소한 일로 죽음을 맞이한 일을 ‘전쟁 소설’의 클라이맥스로 꼽는다. 작가는 화자와 주인공을 분리시켜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고, 독자들에게는 전쟁이 불러온 비극의 윤곽만을 전달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서사를 전복시킴으로써 이 소설은 전쟁의 비극적인 면모를 더 분명히 드러내게 된다. 모든 죽음을 그저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빌리의 덤덤한 태도는 결국 비극과 부조리를 향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커트 보니것 식의
웃음과 유머로 절망에 맞서는 방법


한 인터뷰에서 보니것은, 드레스덴 폭격은 종전을 앞당기지도 독일군을 약화시키지도 못했고 포로들을 구하지도 못했으며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사건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익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 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로 접니다. 이 책을 쓴 덕에 큰돈을 벌었으니까요.”
부시 정부의 정책을 맹렬히 비판하고 반전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한 커트 보니것. 그가 사회를 비판하며 휘두른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바로 유머였다. 보니것 특유의 냉소와 블랙유머는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젊은이들 사이로 크게 퍼져나갔으며, 반전과 민권 운동, 자유의 물결을 타고 『제5도살장』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소설 안에서 모든 죽음에 따라오는 “뭐 그런 거지(So it goes)”라는 대사는 60년대 당시 반문화를 제창한 청년들에게 일종의 슬로건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제2차세계대전 최악의 학살을 겪고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시니컬한 유머의 힘이었다. 『제5도살장』이 당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문화의 상징이 되었던 것도 유머가 지닌 힘이었다. 커트 보니것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유머라 말했을 것이다.

“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 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아픔을 달래준다.” _『나라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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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반전(反戰) 소설로 유명한 보니것의 대표작이다. 200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독특한 구성과 특유의 분위기에서 나오...

    반전(反戰) 소설로 유명한 보니것의 대표작이다. 200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독특한 구성과 특유의 분위기에서 나오는 애매한 불편함으로 인해 가볍게 접근할만한 책은 아니었지 싶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정신분열증적인 요소가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읽는 내가 다 미쳐가는 느낌.

     

    저자는 2차대전 당시 미군으로 참전,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경험이 있으며 이후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저자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주인공 빌리 필그림의 모습에서 자전적 소설의 이미지가 느껴졌다. 본인이 겪었던 전쟁을 제정신이 아닌 빌리의 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여기서 빌리는 보통의 소설, 특히 전쟁을 다루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는 다소 차별화된다. 허약하고 정신도 온전치 않다. 영웅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멀면서 마찬가지로 전쟁을 통해 상실이나 좌절을 겪지도 않는다. 끝까지 관조적인 자세를 유지할 뿐이다. 책의 2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빌리는 노망이 든 홀아비로 잠이 들었다가 결혼식 날 깨어났다. 1955년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갔다가 1941년에 다른 문으로 나왔다. 그 문으로 다시 들어가니 1963년의 자신이 나왔다. 자신의 출생과 죽음을 여러 번 보았다. 그는 그렇게 말한다. 그 사이의 모든 사건과 무작위로 만난다.” - 39p

     

    작중 빌리의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게 된 계기는 1967년 트라팔마도어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에게 납치된 이후로 볼 수 있을듯하다. 이들은 인간과는 다른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한마디로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그렇기에 참혹한 사건이나 죽음과 조우해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를 겪지 않는다. 테드 창의 SF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의 원작)에 나온 외계인의 원형 언어가 떠오르는 대목이며 이후 빌리(혹은 저자)가 보이는 죽음에 대한 관조적인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소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So it goes, ‘뭐 그런 거지라는 심드렁한 문장은 소설 속에 총 106회 등장한다. 누군가의 죽음, 혹은 시체와 함께 사용되는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감정은 계속해서 올라올 수밖에 없다. 또한, 저자의 의도일 것이다.

     

    전쟁과 죽음, 학살은 so it goes와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 저자는 극도의 관조와 부조리를 통해 역설적으로 비극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아리송한 이야기가 최고의 반전(反戰) 소설로 대접받는 것이 아닐까.

     

     

  • 제 5도살장 | so**un90 | 2018.08.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두 사람은 전쟁 때 아이에 불과했다고요?위층에 있는 저애들처럼!” 나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로 전쟁 때 ...
    “두 사람은 전쟁 때 아이에 불과했다고요?위층에 있는 저애들처럼!”
    나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로 전쟁 때 어리석은 숫총각들이었으며, 유년의 맨 끄트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쓰지 않을 거죠, 그렇죠.” 이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비난이었다.
    “어?모르겠는데요.” 내가 말했다.
    “글쎄요, 나는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틀림없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던 척할 거예요. 영화라면 프랭크 시나트라와 존 웨인, 아니면 다른 매력적이고 전쟁을 사랑하는 추잡한 늙은 남자들이 두 사람을 연기하겠죠. 그럼 전쟁은 그냥 멋지게 보일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또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전쟁에 위층에 있는 애들 같은 어린아이들이 나가 싸우게 되겠죠.” _28~29쪽

    책이 너무 짧고 뒤죽박죽이고 거슬리네요, 샘. 대학살에 관해서는 지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지요. 원래 모두가 죽었어야 하는 거고, 어떤 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다시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거지요. 원래 대학살 뒤에는 모든 것이 아주 고요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도 늘 그렇습니다. 새만 빼면.
    그런데 새는 뭐라고 할까요? 대학살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지배배뱃?” 같은 것뿐입니다. _33쪽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 거지.’ _44쪽

    빌리는 진료실 벽에 기도문을 넣은 액자를 걸어두고 있었는데, 이것은 사는 데 열의가 없음에도 계속 살아가는 그 나름의 방법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벽에 걸린 기도문을 본 많은 환자가 그 기도문이 자신들이 계속 살아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빌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었다. _82쪽

    우주의 방문객은 기독교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기독교인이 그렇게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는 적어도 문제 가운데 일부는 신약의 이야기가 너무 엉성한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처음에는 복음서들의 의도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낮은 자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에게까지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복음서들은 실제로는 이런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죽이기 전에 반드시 그가 연줄이 시원찮은지 확인해라. 뭐 그런 거지. _140쪽

    바깥에는 불이 폭풍처럼 번지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하나의 거대한 화염이었다. 이 하나의 화염이 유기적인 모든 것,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삼켰다.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걱정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인들과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연기로 시커멨다. 해는 약이 바짝 오른 작은 핀 대가리였다. 드레스덴은 이제 달 표면 같았다. 광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은 뜨거웠다. 그 동네의 다른 모든 사람이 죽었다.
    뭐 그런 거지. _221~222쪽
  • <미국식 반전소설, 유머와 비꼬기와 SF> ­­­­p223"달 ...
    <미국식 반전소설, 유머와 비꼬기와 SF>

    ­­­­
    p223
    "달 표면 같았어." 빌리 필그림이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의 두배 사망자를 낸 드레스덴 폭격을 하나의 축으로 삼은 미국작가 커트 보니것의 반전소설이다.

    p36
    죽음과 춤을 추지 않고는 어떤 예술도 불가능하다. 그는 그렇게 썼다.

    그래서 보니것은 포 발사를 이렇게 묘사하(시)는데...

    p52
    포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바지 앞자락 지퍼를 여는 것처럼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독일식 반전소설은 #서부전선이상없다 , 영국식 반전소설은 #먼북으로가는좁은길 이었다면 미국식 반전소설은 한껏 비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SF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p80
    그는 1944년에 독일 땅을 걷는 동시에 1967년에 캐딜락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리 필그림은 외계인인 트랄파마도어인에게 납치된 후 동물원의 전시물이 되기도 하고 무작위적 시공간여행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인생 동안을 시간여행을 통해 수시로 넘나드는 빌리 필그림(천로역정에서의 그 순례자 크리스챤을 연상시키는)은 전쟁의 비극(경험, 상처, 관계 등)이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맥박, 날아드는 총알을 발사시킨 방아쇠에 닿은 적군의 손가락의 긴장을 공기의 떨림을 통해 매순간 체험하는 현재임을 보여준다.

    p140
    우주의 방문객은 기독교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기독교인이 그렇게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는 적어도 문제 가운데 일부는 신약의 이야기가 너무 엉성한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p143
    "그게 전쟁의 매력이죠." 로즈워터가 말했다. "모두가 반드시 뭔가 조금씩은 얻는다는 거."

    십자군(기독교)와 미국이라는 나라의 유사성, 일견 무기력하지만 사회적 성공으로 포장되는 빌리 필그림, 반복되는 '뭐 그런거지'라는 문단 끄트머리의 한 마디를 반복함으로써 숙명을 비꼬는 듯한 한숨까지 작가의 풍자와 비판이 사회전방위적으로 골고루 담겨있는 소설.

    p.s. 그런데 오늘같은 날 책 읽으니 너무 졸리다.

  • 지지지지뱃 | hw**745 | 2018.01.31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반전(反戰)소설!

    풍자와 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보니것의 웃음으로 절망에 맞서는 방법. 부조리와 모순의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반전(反戰)소설『제5도살장』.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한, 커트 보니것의 대표작.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돌며 여행한다. 제2차세계대전 벌지 전투의 독일군 전선 후방으로, 포탄이 쏟아지는 드레스덴의 도살장으로,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으로, 뉴스가 넘치는 뉴욕으로, 수소폭탄 공격을 받았다 재건된 시카고로.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비관론과 허무주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 오직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반전(反戰)소설이다

    생각보다 재미없다..유머라고 해야할까..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그런가 뭔가 와닿는것도 없고 재미도 없다.
    하..블랙유머가 아니라 블랙커피를 마셔도 졸 거 같은 책이다.
  • 전쟁 소설이나 전쟁 영화를 별로좋아하지 않는다. 소수 몇 명이 대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이상한 핑계를 들먹이며 자...

    전쟁 소설이나 전쟁 영화를 별로좋아하지 않는다.

    소수 몇 명이 대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이상한 핑계를 들먹이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선택하는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않기 ˖문이다.

    평화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평화로움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반전 소설이라고 해서 뻔하디뻔한 소설이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제5도살장'.

    표지를 넘기는 순간 이 책에 푹 빠지겠구나를 예감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나온 반전 소설이라니.. 이미 평범함을 거부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은 굉장히 요란스럽다.

    시간도 장소도 순식간에 왔다갔다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인셉션을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주인공이 아주 심한 치매 증상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왔다갔다 하는 내용에 정신이 좀 없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왔다갔다 하는건 익숙하지만,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고 나라를 왔다갔다 하는 내용의 전개란..

    지루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져다 주었다.

     

    전쟁에 대한 슬픔과 참혹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아주 담담한 어투로.

    항상 따라 붙는 어구 '뭐 그런거지'

    빌리는 전쟁에 정찰병으로 참석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아주 직설적이지만 무덤덤한 어투로 이야기 한다.

    어쩌면 무덤덤한 어투로 아무렇지 않게 들려주는 이야기 덕분에 그 상황에 나는 어땠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전쟁에 대한 아픔과 잔혹함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화자가 나에게 전쟁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들을 주입하기보다는 '그냥 뭐 이정도야.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해'라는 수준이라고 하면 정확하려나?

     

    재밌다. 이 책은 아주 재밌다.

    왜 유명한 작가들의 작가 중의 작가라고 뽑는지 납득이 갈만큼 재밌다.

    하지만 재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생각할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함께 제공해준다.

     

    전쟁에 무관심하던 나에게 무심의 나쁨을 깨닫게 해준 책,

    그래서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지게 만든 책,

     

    p. 29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그녀를 그렇게 화나게 한 것은 전쟁이었다. 자기 아이나 다른 누구의 아이도 전쟁에 나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책이나 영화가 전쟁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고 생각했다.

     

    p. 143

    "그게 전쟁의 매력이죠." 로즈워터가 말했다. "모두가 반드시 뭔가 조금씩은 얻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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