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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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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쪽 | 규격外
ISBN-10 : 8971997850
ISBN-13 : 9788971997857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중고
저자 신영복 | 출판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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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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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의 유고 모음집 시대를 정직하게 품었던 스승 신영복. 작년 새해 벽두에 들려온 신영복 선생의 별세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허망하게 이별하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신영복 선생의 1주기를 추모하며 그가 남긴 말과 글을 모은 두 권의 책ㅡ《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유고》《손잡고 더불어: 신영복과의 대화》ㅡ이 출간되었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는 선생이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글과 강연록 중에서 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 본문 수록 작품 중 「가을」부터 「성(聖)의 개념」까지 7편의 글은 신영복 선생이 1968년 구속되기 전에 쓴 글로, ‘미발표 유고’로 따로 묶었다. 청년 시절 신영복의 자취를 보여주는 글로, 유족으로부터 입수해 처음 공개한다.

저자소개

저자 : 신영복
저자 신영복(1941~2016)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2006년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하였다.
저서로『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신영복의 엽서』,『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청구회 추억』,『변방을 찾아서』,『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더불어숲-신영복의 세계기행』,『처음처럼-신영복의 언약』,『신영복(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등이 있으며, 역서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공역), 『중국역대시가선집』(공역) 등이 있다.

목차

유고집 발간에 부쳐 / 신영복 선생의 말과 글 - 참스승의 의미 _ 김창남

1부 나의 대학 시절
나의 길 / 나의 대학 시절 / 노래가 없는 세월의 노래들 / 빛나는 추억의 재구성을 위하여 / 서예와 나 / 성공회대학교와 나
[미발표 유고] : 가을 / 귀뚜라미 / 교외선(郊外線)을 내리며 / 유월 보름밤에 / 산(山)에 있는 일주(逸周)에게 / 배(培)에게 / 성(聖)의 개념

2부 사람의 얼굴
만추(晩秋)에 그리는 따뜻한 악수 / 수도꼭지의 경제학 / 아픔을 나누는 삶 / 사람의 얼굴 / 내 기억 속의 기차 이야기 / 개인의 팔자, 민족의 팔자 / 산천의 봄, 세상의 봄 / 따뜻한 토큰과 보이지 않는 손 / 죽순의 시작 / 젊은 4월 / 인간적인 사람, 인간적인 사회 / 물과 법과 독버섯 / 아름다운 얼굴을 위하여 / 나눔, 그 아름다운 삶 / 어려움은 즐거움보다 함께하기 쉽습니다 / 아름다운 패배 / 강물과 시간 / 책은 먼 곳에서 찾아온 벗입니다

3부 주소 없는 당신에게
주소 없는 당신에게 띄웁니다 / 지금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할 때 / 교사로 산다는 것 / 지식의 혼돈 / 삶을 통해 넘고 만들어야 할 산의 의미 / 혁명의 진정성과 상상력의 생환을 위하여 / 루쉰의 양심 / 역사와 인간에 바친 고귀한 삶 / 인간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오고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 여러분의 아름다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 따뜻한 가슴과 연대만이 희망이다 / ‘석과불식’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의 언어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신영복 1주기, 남기신 말과 글로 다시 당신을 만납니다. _ 작년 새해 벽두에 들려온 신영복 선생(1941~2016)의 별세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20여 년의 수형 생활을 보상하듯 건강히 오래 사시길 기원했지만, 속절없이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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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1주기,
남기신 말과 글로 다시 당신을 만납니다.


_ 작년 새해 벽두에 들려온 신영복 선생(1941~2016)의 별세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20여 년의 수형 생활을 보상하듯 건강히 오래 사시길 기원했지만, 속절없이 우리 곁을 그렇게 떠나셨다. 2015년에 출간된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가 시참(詩讖)이 된 듯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당신은 대학 교수를 그만두니 마지막 강의가 맞다 하셨지만, 여러 사람들이 그 제목에 반대했다. 『담론』 이후에 나온 『더불어숲』과 『처음처럼』은 모두 개정증보판이니, 『담론』이 선생의 마지막 책이 된 셈이다. 그렇게 허망하게 이별하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지만 선생은 강물과도 같은 세월에 한 점을 찍어 1년으로 나누는 것의 무의미함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하셨다. 그러나 살아 있는 우리는 미련스레 선생의 1주기를 추모하며 남기신 말과 글을 모아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_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신영복 유고』 : 선생이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글과 강연록 중에서 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 본문 수록 작품 중 「가을」부터 「성(聖)의 개념」까지 7편의 글은 신영복 선생이 1968년 구속되기 전에 쓴 글로, 이 책에서는 1부 안에서 ‘미발표 유고’로 따로 묶었다. 20대 청년 시절 신영복의 자취를 보여주는 글로, 이 책을 엮으며 유족으로부터 입수해 처음 공개한다.
_ 『손잡고 더불어-신영복과의 대화』 : 선생이 20년 20일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이듬해인 1989년부터 타계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나눈 대담 중 선생의 사상적 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담 10편을 가려 뽑아 수록한 대담집이다.

시대를 정직하게 품었던 스승 신영복,
당신 속에 체화(體化)된 시대의 양(量)을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일생에 담겨 있는 시대의 양(量)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비켜 간 삶을 정직한 삶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민족의 고통을 역이용하여 자신을 높여 간 삶을 정직하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_「개인의 팔자, 민족의 팔자」 중에서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품고 살아간 신영복 선생의 한평생. 1941년에 태어나 2016년 향년 7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삶은 오롯이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와 함께한다. 선생은 대학 2학년에 4ㆍ19를 맞고 3학년에 5ㆍ16을 맞았다. 격변하는 시대 안에서 1968년 선생의 나이 스물여덟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0년 20일의 수형 생활을 겪어야 했다. 1988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뒤, 선생은 감옥의 깊은 동굴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의 언어로 한국 현대사의 변화 속에서 남은 20여 년의 생을 보내셨다. 그의 죽음마저도 어쩌면 시대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년에 얻은 병 역시 오랜 수감 생활에서 기인한 것일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지주 집안의 외동딸이었어요. 아버님은 대구사범학교를 나오셨으니까 그래도 자작농 정도는 되셨겠지요. 집안으로만 보자면 저는 좌익 사건에 연루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때문에 독방에 갇혀서 ‘내가 왜 여기에 앉아 있는가?’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그러한 고민의 결론은, 이념 때문이기보다는 양심의 문제였다는 것이었어요. 4ㆍ19와 5ㆍ16 사이에 목격했던 우리 사회의 억압 구조에 눈뜨게 되기도 하고, 그러한 엄청난 억압과 부조리에 대한 청년다운 감수성 때문에 감옥에 앉아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_2007년, 지강유철과의 인터뷰 중에서

‘좌파 지식인’으로 불린 신영복 선생은 정작 자신의 신산한 삶이 ‘이념’ 때문이 아닌 ‘양심’에 기인했다고 말한다. 이념보다 양심, 속도보다 여백, 존재보다 관계, ‘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 살다 간 신영복. 양심적으로 시대를 살아간 정직한 어른 신영복의 말과 글은 시대의 어른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생전에 선생은 한사코 스승 되길 거절하셨지만, 1주기가 돌아와 다시 선생을 찾는 여러 목소리 속에서 선생은 이미 시대의 사표(師表)가 되셨다. 선생의 한평생에 담긴 시대의 양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지만, 선생의 정직한 삶을 따라 사는 것만은 후인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신영복 선생의 삶의 궤적!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신영복 유고』


_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의 유고집이다. 신문과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과 강연 녹취록 등 기존의 저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글들을 모았다. 신영복 선생의 깊은 사유와 정갈하게 조탁된 언어를 다시 반추할 수 있는 뜻 깊은 책이다.

_ 전체 3부로 나누었는데, 1부에서는 선생의 어린 시절, 대학 시절, 감옥 시절, 출소 이후의 삶 등 인생을 반추하는 글들을 모았다. 초등학교 시절 가난한 형편의 친구를 연민하고 부러 장난을 치고 선생에게 벌을 받았던 어린 신영복, 그리고 문예반으로 활동하고 응원단장을 했던 고등학생 신영복, 출소 이후 성공회대 교수로서 제3의 대학 시절을 보내게 된 신영복 등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선생의 철학적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글들과 소소한 생활의 사색을 느낄 수 있는 수상들을 모았다. 주로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편 한 편이 모두 완성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3부에서는 공존과 연대, 평화와 생명의 가치, 더불어 삶의 소중함 등 선생의 사상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글들을 뽑아 수록했다. 「지금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할 때」와 「교사로 산다는 것」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말씀으로, 목표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비판적 성찰을 통한 콤플렉스의 청산을 주문한다. 학교는 오늘로부터의 독립, 사상으로부터의 독립이 보장되는 최후의 진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의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석과불식,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의 언어」는 마치 지금의 한국 상황을 예견한 듯한 문장이 읽는 이를 전율케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평화와 소통과 변화의 길이다.
광화문(光化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길이다.”


_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해서 볼 부분은 신영복 선생의 미발표 유고 7편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선생의 유품 속에서 나온 낱장으로 된 글들로 A4용지보다 약간 긴 갱지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글씨가 선생의 성품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통혁당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되기 전, 즉 1968년 이전에 쓴 글이다. 젊은 날의 습작이지만, 20년 뒤 만나게 될 신영복 서간문학의 맹아(萌芽)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제목이 따로 없어 편집자가 제목을 임의로 붙인 글이 있고, 또 앞부분이 일실되어 완성된 형태가 아닌 글도 있다. 원본 사진과 함께 이 책에서 처음 공개한다.

“이건 노력하는 게 아니다.
내게 부과된 땀을 나는 에누리하고 있는 거다.
걸어 보라, 청량리 천변(川邊)의 빈촌(貧村)을.
땟국이 흐르는 개천과, 땟국만 씻으면 혜화동 아이들만큼이나 이쁠 개천가의 때 묻은 어린 얼굴들.
인간의 자유, 그것의 충족은 양(量)의 증대(增大)에 달린 게 아니다.
부자유도 적응(適應)에 의하여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세칭(世稱), 미화(美化)되고 있는 자유의 근본(根本)도 그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자유의 내용은 평등과 적응이다.
평등은 적응의 필요조건이며 적응은 자유의 충분조건이다.”
_「귀뚜라미」 중에서

_ 유고집 발간에 부치는 글 「신영복 선생의 말과 글-참 스승의 의미」는 신영복 선생의 오랜 벗이자 제자인 성공회대학교 김창남 교수가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썼다. 이 책의 말미에 고인의 생애를 약술한 「신영복 연보」를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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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고 신영복.. | c3**6c | 2019.01.0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신영복 선생이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글과 강연록 중에서 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 본문 수록 작품...

    신영복 선생이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글과 강연록 중에서 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 본문 수록 작품 중 「가을」부터 「성(聖)의 개념」까지 7편의 글은 신영복 선생이 1968년 구속되기 전에 쓴 글로, 이 책에서는 1부 안에서 ‘미발표 유고’로 따로 묶었다. 20대 청년 시절 신영복의 자취를 보여주는 글로, 이 책을 엮으며 유족으로부터 입수해 처음 공개한다. 신영복 선생의 깊은 사유와 정갈하게 조탁된 언어를 다시 반추할 수 있는 뜻 깊은 책이다.

    전체 3부로 나누었는데, 1부에서는 선생의 어린 시절, 대학 시절, 감옥 시절, 출소 이후의 삶 등 인생을 반추하는 글들을 모았다. 초등학교 시절 가난한 형편의 친구를 연민하고 부러 장난을 치고 선생에게 벌을 받았던 어린 신영복, 그리고 문예반으로 활동하고 응원단장을 했던 고등학생 신영복, 출소 이후 성공회대 교수로서 제3의 대학 시절을 보내게 된 신영복 등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할 때」와 「교사로 산다는 것」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말씀으로, 목표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비판적 성찰을 통한 콤플렉스의 청산을 주문한다. 학교는 오늘로부터의 독립, 사상으로부터의 독립이 보장되는 최후의 진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의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석과불식,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의 언어」는 마치 지금의 한국 상황을 예견한 듯한 문장이 읽는 이를 전율케 한다.

  •   2016년 1월 15일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책으로 먼저 뵌 뒤 작은 모임에 직접 찾아가 뵈었다. 그러고도 몇...
     

    2016년 1월 15일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책으로 먼저 뵌 뒤 작은 모임에 직접 찾아가 뵈었다. 그러고도 몇 번을 뵙고 곧바로 스승이 되었다. 선생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중심이 된 모임 ‘더불어 숲’에도 몇 번 나갔다. 다른 모임에 집중하느라 나갈 수 없었지만 선배와 동무들이 선생님 소식을 들려주어 늘 곁에 계신 듯했다. 2014년부터 선생님이 투병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슴 졸이며 부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 주시라고 기도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희귀성 피부암 진단을 받고 오래 함께하지 못하셨다. 불과 1년 몇 개월 뒤 돌아가셨다. 76살, 너무 이른 귀천이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이 된 성공회대학교 건물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현수막을 보는 순간 당신이 영영 떠난 것이 실감으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는 당신을 직접 뵐 수 없게 되었구나. 당신의 눈빛과 웃음과 손짓과 몸짓을 전혀 볼 수가 없구나. 언제나 마음을 순하게 해 주시는 당신을 뵐 수가 없구나. 그토록 아름다운 분을 영영 뵐 수가 없구나. 그렇지만 선생님은 우리의 만남이 그냥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구나. 가시는 순간에도 희망을 말씀하시는구나.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하늘 바라보며 가까스로 참았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 달에 『처음처럼』(돌베개, 2016년)이 나왔다.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손수 정리한 유작이다. 이미 병이 깊어진 상태에서 선생님은 2007년판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글과 그림을 추가하셨다. 문장도 다듬었다. 그렇게 하여 편집자에게 전해준 것이 2015년 11월. 선생님은 끝내 개정판을 보지 못하셨다. 개정판을 당신을 뵙듯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다시 1년이 지난 뒤 나온 유고집이다. 신문과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과 강연 녹취록 등 기존의 저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글들을 모았다. 이번 책 역시 당신이 그리워 집어 들었다. 생생한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뵈었을 때, 거동 못하고 누어 계신 채 말씀하셨습니다. “마비가 다리 쪽부터 위로 올라오고 있어요. 이제 가슴까지 왔네. 얼마나 다행이야. 위에서부터 내려오지 않는 게.” 선생은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김창남, 「신영복 선생의 말과 글」, 14쪽)


    대학은 최후의 수평공간입니다. 쓸데없는 것, 가치 없는 것들, 더 정확하게 교환가치가 없는 것, 상품가격이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기간, 그런 기간이 저는 대학이라고 생각하죠. 수평공간이면서 자유의 공간입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가 자유(自由)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이유를 갖는 것이 자유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유로 자기가 움직이는 것, 그것은 자기가 동의했건 또는 충분히 공감을 하건 그건 부자유한 거라고 생각해요. (72쪽)


    관념성을 벗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 연상의 세계가 관념적이지 않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건축’이라는 단어에서 ‘빌딩’이 연상되는 것보다는 ‘포클레인’이나 ‘망치’가 연상되는 것이 덜 관념적이고 포클레인이나 망치보다는 자기가 잘 아는 ‘목수’가 연상되는 경우가 보다 덜 관념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정직’이라든가 ‘양심’과 같이 추상적인 단어일수록 그것과 더불어 사람이 연상되지 않는 한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일에 있어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것이 인간적인 것으로 되기는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연상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따라서 사고의 성격 즉 사회적 입장이 정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 그 사회의 가장 민중적인 사람들이 사고의 밑바탕을 자리 잡고 있어야만, 그의 사상도 시대적 과제와 사회적 모순을 온당하게 반영하고 그것과 튼튼히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182-183쪽)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일생에 담겨 있는 시대의 양(量)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쪽)


    독서는 모름지기 자신을 열고, 자신을 확장하고, 자신을 뛰어넘는 비약(飛躍)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삼독(三讀)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텍스트를 집필한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그 텍스트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필자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 발 딛고 있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처지와 우리 시대의 문맥을 깨달아야 합니다. (249-250쪽)

  • 책읽기 삶읽기 290 냇물은 바다 되고 빗물 되어 숲을 적신다 ―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

    책읽기 삶읽기 290



    냇물은 바다 되고 빗물 되어 숲을 적신다

    ―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글

     돌베개 펴냄, 2017.1.2. 15000원



      ‘더불어숲’하고 ‘처음처럼’ 같은 글월을 남기기도 한 신영복 님은 스무 해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한창 푸르게 뻗어 나가던 스물일고여덟 살 무렵부터입니다. 어려서 배운 숨결을 젊어서 펼치려 할 즈음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신영복 님을 감옥으로 끌고 간 정치권력은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기도 했고, 목숨을 빼앗기도 했습니다. 감옥으로 끌려가지 않거나 목숨을 겨우 건사한 사람들도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를 지나는 동안에 푸른 꿈을 펼치기는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독재라고 하는 정치권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습니다.



    어느 지루한 일요일 온종일 겨우 수필 한 편을 읽고 난 노인이 내뱉들이 들려준 말은 “자기 집 뜰이 좁아서 꽃을 못 심는다나 뭐 그런 걸 썼어”라는 확실한 한마디였다. 화려한 단어, 유려한 문장에 결코 현혹되지 않는 그의 통찰은 그의 무식에서 온 것이다. (24쪽)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의 생각은 결국 자기가 겪은 삶의 결론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느 개인에 대한 이해는 그가 처한 처지와 그 개인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37쪽)



      함께 숲이 되기에 ‘더불어숲’이요, 늘 고이 흐르는 살림이기에 ‘처음처럼’입니다. 나 혼자서는 숲이 못 되고, 너 혼자서도 숲이 못 됩니다. 그러나 나나 너나 어느 한 사람이 스스로 먼저 작은 씨앗으로 뿌리를 내리기에 서로 즐거이 어우러지면서 짙푸른 숲으로 나아갑니다. 처음부터 크게 우거진 숲이 아니라, 처음에는 작은 씨앗에서 비롯하며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숲이에요.


      처음 품은 마음을 마지막에도 고이 품을 수 있기에 ‘처음처럼’입니다. 한결같을 수 있도록,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아름다울 수 있도록, 언제나 우리 스스로 우리 모습을 가꾸자고 하는 다짐인 처음처럼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 두 가지 다짐말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요? 괴롭고 아프던 스무 해 감옥살이에서 시나브로 길어올린 다짐말일 수 있습니다. 스물일고여덟 살부터 스무 해 동안 사회 바닥자리에서 숨죽이며 눌려야 했지만 이때에 스스로 새롭게 배웠기에 깨달은 다짐말일 수 있어요.



    본다는 것, 관계있다는 것,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것, 이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날 자행되는 차마 못할 짓들이 대부분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49쪽)



      신영복 님이 흙으로 돌아간 지 한 해입니다. 2016년 1월 15일에 흙으로 돌아간 신영복 님을 기리는 뜻에서 두 가지 책이 나왔습니다. 하나는 여러 매체와 했던 만나보기를 갈무리한 《손잡고 더불어》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따로 책에 묶지 않던 글하고 강연 자료를 엮은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입니다.



    “폭력을 사용하여 강제하는 경우를 성폭행이라고 한다면 똑같은 행위를 폭력 대신 돈으로 강제하는 경우 이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가?” 누이를 망쳐 버린 못난 오라비의 한 맺힌 질문을 잊을 수 없습니다. (199쪽)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를 읽으면 신영복 님이 감옥에서 만나서 삶을 새롭게 배우도록 일깨운 죄수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말장난일 뿐인 글을 읽고서 이 말장난에 사로잡히거나 휘둘리지 않는 늙은 죄수가 있었다고 해요.


      신영복 님은 감옥에서 나온 뒤 명상을 배워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랍니다. 그런데 명상 수업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 감옥에서 으레 했듯이 ‘벽보기’를 했더니 외려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 하는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신영복 님도 서울대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스무 해 옥살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서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고 보니, ‘서울대 나온 사람’은 너무 논리를 따지더랍니다. 그만 ‘논쟁을 하는 일이 실천이 되는’ 모습을 흔히 보여주곤 하더라 하고 느낀다는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대개의 인텔리 출신들은, 특히 서울대 출신들은 모든 문제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논쟁도 무조건 논리 정합적인 방식으로 전개하려고 하지요. 자연히 논의는 논쟁적이 되기 쉽고 소모적인 사투로 이어지는 경향을 띠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논쟁 그 자체가 실천이 되고 마는, 다시 말해서 실천적 성과는 없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369쪽)



      냇물은 흐르고 흘러서 어디로 갈까요? 가만히 짚어 봅니다. 냇물은 골짜기에서 비롯합니다. 골짜기는 멧자락 한켠에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모든 물은 처음에는 깊은 멧자락에서 비롯하는데, 골짝물이 냇물이 되고, 냇물이 가람으로 됩니다. 가람은 개어귀를 지나면서 바다가 되어요. 이 바다는 바람을 타고 구름으로 되었다가, 빗물로 되어 다시 이 땅으로 찾아와요.


      냇물은 가람이요 바다이며 구름이고 비인 셈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모든 물은, 또 우리 몸을 이루는 물은, 바로 냇물이자 가람이자 바다이자 구름이자 비라고 할 만합니다.



    책더미 속에 귀뚜라미가 있나 보다. 아까부터 울었지만 지금에야 깨달았다. 기계공업의 생산구조를 투자율의 시각에서 보느라고 귀뚜리 소리마저 스치다니. (140쪽)


    대전교도소가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후 가장 기뻤던 일은 산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구속되고 난 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299쪽)



      “기계공업의 생산구조를 투자율의 시각”에서 보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느라 귀뚜리 노랫소리를 놓쳤다고 해요. 열여섯 해 만에 옮긴 다른 교도소에서는 산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서 하루를 산다고 할 만할까 하고 곱씹어 봅니다. 우리는 곁에 무엇을 두면서 늘 바라보는가 하고 되새겨 봅니다. 신영복 님은 귀뚜리 노랫소리를 놓쳤구나 하고 깨달으며 ‘스스로 선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할 적에 즐겁고 아름다운 삶’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갇힌 교도소라 하더라도 ‘산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삶에 얼마나 푸른 기쁨이 되는가를 온몸으로 배웁니다.


      우리가 저마다 작은 씨앗이자 나무가 되어 ‘더불어숲’이 된다면, 사회뿐 아니라 마을과 집도 짙푸르게 달라지리라 봅니다. 우리가 서로 아끼고 보듬는 마음을 ‘처음처럼’ 노래하면서 아침을 연다면, 우리가 선 보금자리부터 아름다움으로 깨어나리라 봅니다. 작은 한 걸음이 어깨동무하여 나아가는 큰 걸음이 되지 싶어요. 시냇물이 너른 가람이 되어 바다로 거듭나요. 바다에서 피어난 빗물이 온누리를 싱그러이 품습니다. 2017.1.2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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