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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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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60515647
ISBN-13 : 9788960515642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중고
저자 마크 블라이스 | 역자 이유영 | 출판사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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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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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 책 상태는 설명해주신 그대로이고 배송이 아주 빠릅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marijua*** 2020.03.28
825 새책 수준이네요. 배송도 빠르고~~~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yjg5*** 2020.03.27
824 아이가 쓴 듯한 빨간색 색연필 글씨가 써져있긴해요 4페이지 정도 5점 만점에 5점 k73*** 2020.03.26
823 상품안내가 매우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ohdo*** 2020.03.26
822 정말 잘 받았어요. 감사해요! 상세설명해 묘사해주신 그대로의 책 상태이고, 그래서 깨끗하고 좋아요. 저렴한 가격에 득템. 예전에도 구매한 적 있는데 여전히 좋아요. 감사합니다 :) 5점 만점에 5점 kej2***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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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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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를 경제사상과 경제정책을 넘나들며 파헤치다 오늘날 혼란에 빠져있는 세계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에는 긴축이 있다.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는 그 긴축의 역사를 경제사상과 경제정책을 넘나들며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에 의해 유포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기억해야 할 교훈들을 이끌어 낸다. 저자는 유럽 재정 위기를 분석하며 잘못된 은행 시스템과 유로화라는 통화제도가 겹쳐져서 만들어진 은행 위기가 그 본질임을 밝힌다. 결국 재정 위기의 해결책으로 각종 공공 지출의 대규모 삭감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은 은행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를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고와 긴축정책이 국가신뢰도를 높여 투자를 활성화시켜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생각에 경종을 울린다. 193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험과 최근의 사례들을 살피며 긴축이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단히 위험천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소개

저자 : 마크 블라이스
저자 마크 블라이스는 1967년 스코틀랜드 던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복지 정책의 수혜를 받으며 자랐다. 1999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칼 폴라니와 앨버트 허시먼의 통찰을 20세기에 일어난 경제사상과 정치 구조의 변화에 적용하여 분석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미국 브라운 대학 정치학과의 국제정치경제 교수로 있으며 같은 대학 산하 왓슨국제문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추상적인 경제사상, 이론에서부터 구체적인 금융정책, 법안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들을 넘나들며 그것들의 상호연관성,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을 연구한다. 전작으로는 그의 박사 논문을 수정 보완한『거대한 전환들: 20세기 경제사상과 제도의 변화Great Transformations: Economic Ideas and Institutional Change In the 20th Century』가 있다.

역자 : 이유영
옮긴이 이유영은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공부했으며,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석사)와 MSFE(금융공학석사)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미헤일로 경영경제대학원에서 레이건 스칼러로 MST(기업세무학석사)를 마쳤다. 미국의 자산 운용사 TCW와 모기지 은행 인디맥에서 금융공학자와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컨설팅 펌 언스트앤영에서 경제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재 조세정의네트워크의 동북아 챕터 리더로 노르웨이 정부의 NORAD 그랜트를 받아 국제 조세 및 금융 분야 제도 개선에 참여하고 있으며, 브리오 컨설팅 대표로 기업 재무 분야 컨설팅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보물섬』, 『어니스트 티의 기적』 그리고 『영머니』가 있다.

목차

추천의 글: 지금 우리가 긴축의 역사를 알아야 할 이유
머리말

서문 긴축, 부채 그리고 도덕극
왜 긴축을 주장하는가 | 국가부채 위기라는 속임수 | 부채에 대한 두 진실 그리고 좀비 경제학 | 도덕극으로 전환된 국가부채 논의 | 긴축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다 | 이 책의 주요 쟁점들

1부 왜 우리는 긴축을 하게 되었나

1장 미국: 너무 커서 망하게 둘 수 없다? 은행가, 구제금융 그리고 국가 탓하기

금융 위기는 민간 부문의 위기다 | 금융의 탈중개화와 중권화 | 주택담보대출증권이 만들어 낸 연쇄 폭탄 | 신용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파생상품 | 연관 시장 상관관계로 증폭된 유동성 위기 | 꼬리위험이라는 눈가리개 | 탈레브의 블랙 스완과 두터운 꼬리 분포의 세계 | 금융권에 만연한 러시안 룰렛 게임 | 경제 이론은 단순한 경제 사용설명서가 아니다 | 낡은 사용설명서의 폐기 | 새로운 사용설명서의 문제점 | 금융 위기의 피해 규모 | 대마불사를 외치며 은행을 뒤치다꺼리하다

2장 유럽 : 너무 커서 구제할 수 없다? 항구적 긴축의 정치
유로존 위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 | 금융 위기, 유럽을 강타하다 | 짧았던 케인스주의의 귀환 | 독일에서 케인스주의가 멈춰 선 이유 | 꼬여 버린 정치 상황 | 케인스주의의 쇠퇴 | 피그스 국가들과 국가부채 문제의 인식: 그리스 | 자산 버블이라는 골칫거리: 아일랜드와 스페인 | 저성장 위기: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 긴축정책의 전성기 | 현대사 최대의 속임수 전략 | 재앙이 된 단일 통화, 유로 | 독일 따라가기에서 시작된 유로 프로젝트 | 왜 유로화는 통화판 파멸의 도구가 되었나 | 최악의 도덕적 해이 | 유럽 경제 위기의 본질 | 담보물의 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원 고갈 |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이유 | 유로의 오만과 하이에크의 악몽

2부 긴축의 두 역사
긴축의 지성사와 자연사
대안이 없어서 긴축을 한다? | 긴축의 일천한 역사 | 오늘날의 긴축 논쟁

3장 긴축, 그 위험한 사상의 지성사 1692~1942
1. 긴축의 고전적 기원
존 로크-인간은 사물의 불평등한 소유에 동의했다 | 시장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선하다 | 최소주의적 국가관의 탄생 | 데이비드 흄-공공 부채는 국가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 흄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오늘날의 현실 | 애덤 스미스-부채를 통한 재정 조달은 서서히 나라를 좀 먹는다 | 소비가 아니라 저축이 투자를 이끈다는 생각 210 | 마지못해 국가의 존재를 인정한 스미스 | 국가부채에 대한 병적 공포가 만들어 낸 긴축 개념
2. 긴축의 부상
국가를 바라보는 자유주의의 두 가지 입장 | 새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 미국식 긴축, 청산주의 | 긴축에 스민 영국의 입김, 재무부 견해 | 1930년대식 영미 긴축의 종언 | 케인스와 반긴축 논리 | 슘페터의 퇴각

4장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지성사 1942~2012
1. 긴축, 유럽과 미국에 거처를 마련하다
긴축의 보루로 떠오른 독일 | 후발 주자의 중요성 | 질서자유주의의 기원 | 소비가 아닌 경쟁이 성장을 이끈다 | 질서 세우기 | 독일에서 케인스 몰아내기 | 독일을 따라가는 유럽 | 미국에 둥지를 튼 오스트리아 학파 | 오스트리아 학파의 부상 | 하이에크와 미제스의 경기순환론 | 긴축 외에 답은 없다 | 오스트리아 학파의 장단점
2. 긴축의 조력자들
케인스 몰아내기 |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 공공선택론자들의 민주주의 비판 | 중앙은행의 독립이 해결책이다 | 신자유주의가 긴축으로의 길을 트다 | 워싱턴 컨센서스와 IMF의 통화정책 모델 | 브레튼 우즈 기구의 재발명 | IMF에 녹아든 ‘재무부 견해’
3. 탄력 받은 긴축
확장적 긴축정책의 고향, 이탈리아 | 보코니 학파의 민주주의 비판 | 긴축을 통해 번영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 | 재정지출과 조세에 관한 보코니 학파의 입장 | 다시 돌아온 ‘대안이 없다’ | 케인스의 관에 가해진 못질 | 잊혀 버린 긴축의 교훈

5장 긴축의 자연사
긴축의 자연사를 보는 세 가지 길
1. 긴축은 왜 위험한 생각인가
반짝이는 돌덩어리의 매력 | 금본위제가 주는 두 가지 교훈 | 1920년대와 1930년대의 글로벌 경제와 긴축 | 미국: 긴축을 시도할 때마다 위기에 처하다 | 영국: 금본위제를 지키려다 수렁에 빠지다 | 스웨덴: 긴축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다 | 독일: 긴축이 나치즘을 불러오다 | 일본: 군국주의로의 길을 연 긴축 | 프랑스: 프랑화를 지키느라 나라를 잃다 | 긴축이 남긴 위험한 교훈들
2. 긴축을 옹호하는 새로운 사례들
보코니 학파의 확장적 긴축론 재검토 363 | 1980년대에 확장적 긴축은 없었다 | ‘긴축의 신
화’해체하기 | 레블 동맹, 긴축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다 | 레블 동맹의 위험한 성장 모델 | 다시 찾아온 은행 위기 | 레블 동맹이 주는 진정한 교훈

결론 은행업의 종말, 그리고 다가오는 세금의 시대
결론을 대신하는 하나의 예측 | 은행업의 종말 |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긴축의 대안들 | 다가오는 세금의 시대

2014년 후기 지옥 속을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 출구를 찾아라
다시 돌아본 긴축 | 유럽의 위기가 진정된 이유 | 국가부채, 국채 수익률 그리고 긴축 | 실상을 외면하고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떠벌리다 | 특정 계급에게 맞춤 설계된 풋옵션 | 새롭게 등장한 제도들 | 유럽중앙은행의 은밀한 구제금융과 골디락스의 딜레마 | 끈질긴 긴축 그리고 저항의 단초 | 구조 개혁이라는 잘못된 약속 | IMF와 트로이카 내부의 긴장 | 엑셀게이트 그리고 긴축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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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위 소득 계층은 상위 계층이 초래한 문제의 해결 비용을 내라는 불공정한 요구를 받고 있고, 상위 소득 계층은 자신들이 초래한 문제임에도 국가를 비난함으로써 책임을 모두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위 소득 계층을 쥐어짜는 것으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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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위 소득 계층은 상위 계층이 초래한 문제의 해결 비용을 내라는 불공정한 요구를 받고 있고, 상위 소득 계층은 자신들이 초래한 문제임에도 국가를 비난함으로써 책임을 모두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위 소득 계층을 쥐어짜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양극화되고 분열된 사회를 만듦으로써 증가하는 부채와 하락하는 성장세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치의 토대 역시 허물어 버린다.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지 않는 긴축은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민족주의 그리고 ‘종교와 황금의 시대’로 복귀하자는 주장이 판치는 사회를 낳는다. 이런 사회에서 득 볼 사람은 최상위 계층을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 불평등하고 긴축적인 세상에서는, 소득분포 하위 계층에서 시작한 이들이 계속 하위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자기 조건의 향상’, 즉 체제 내에서 노력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지면, 폭력적 운동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사회 같은 건 없다’는 대처의 말은 틀렸다. 사회라고 부를 만한 뭔가는 존재한다. 우리 모두, 부자든 빈자든, 좋든 싫든, 그 속에서 더불어 살고 있다.(본문 57~58쪽 “긴축, 부채 그리고 도덕극” 중에서)

금융 위기는 개인의 도덕성이나 국가의 헤픈 씀씀이와는 무관했다. 국가의 의미 있는 역할은 이미 사법 체계와 도량형 그리고 국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쯤으로 축소된 상태였다. 환매조건부채권시장의 광풍을 촉발하고, 위기를 증폭시키고, 위험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려 버린 것이 국가가 아닌 것처럼, 새로운 사용설명서의 제작은 국가와 무관했다. 오히려 그 사용설명서 자체가 시장 메커니즘으로부터 국가를 가급적 멀리 떼어 놓으려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문제에 도덕성이 관련되어 있는 것은 맞기만 이 도덕성은 뒤집힌 도덕성이다. 금융 시장의 행위자들이 추구하는 날것의 사적 이익은 도덕적 의도와는 무관하게 최적의 결과물을 낳는다는 이유 자체로 지고의 덕성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본문 105~106쪽 “미국: 너무 커서 망하게 둘 수 없다?” 중에서)

한 은행이 유로화 도입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여전히 그리스이고 이탈리아는 여전히 이탈리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 보자.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의 가격은 해당 국채의 위험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국채 수익률을 하락시키고 있는 은행들의 국채 매입 행태를 반영하는 것일 뿐임도 간파하고 있다고 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아닐 수 있다. 한 은행이 해당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여 자산 포지션을 엄청나게 증대시키면 해당 자산의 가치가 폭락했을 때 국가 은행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가 구제를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능하다. 만약 구제를 해 주지 않으면 해당 은행이 노출되어 있는 위험과 높은 레버리지 그리고 국경을 넘어 타국 은행들과 엮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유럽 금융 부문 전체가 시스템적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는 더 많은 위험을 짊어질수록, 특히 유럽 주변부 국가의 채권을 더 많이 보유하는 형태로 위험을 짊어질수록 유럽중앙은행이나 국가 또는 양자 모두가 위험을 떠안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식이라면 대륙적 규모에서 도덕적으로 해이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유로화 자체가 이런 식의 국채 거래를 할 유인을 제공한 정치적 프로젝트였다 말 할 순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이용한 것은 민간 부문의 시장 참가자들이었다.(본문 165쪽 “유럽: 너무 커서 구제할 수 없다?” 중에서)

오늘날 우리가 긴축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부채에 대한 스미스의 도덕적 비판은 흄의 경제적 비판만큼이나 친숙하게 들린다. 저축은 선이요 지출은 악이다. 저축을 하는 국가들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지출을 일삼는 국가들은 문제의 소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유로권 위기를 보면서 저축하는 북유럽과 흥청망청 쓰는 남유럽을 나란히 놓고 대비시킨다. 실상은 과도하게 빌려주지 않으면 과도하게 빌릴 일도 결코 없으리라는 데 있는데도 말이다. ... 300년도 더 지났지만, 스미스의 논리는 여전히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긴축, 즉 적극적인 재정 감축과 디플레이션 정책은 근대 초의 경제사상에서 그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긴축이 등장할 밑바탕, 즉 절약, 검소, 도덕 그리고 국가부채가 파생할 결과에 대한 병적인 공포 같은 것들은 경제적 자유주의가 태어나던 시점부터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본문 217~218쪽 “긴축, 그 위험한 사상의 지성사 1692~194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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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다가온 미래, 긴축 긴축은 미국과 유럽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단어인 것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낯설다. 그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긴축을 별로 언급하지 않았고, 국가부채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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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미래, 긴축

긴축은 미국과 유럽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단어인 것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낯설다. 그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긴축을 별로 언급하지 않았고, 국가부채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토목 사업과 문화 사업에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여하면서 국가부채가 늘고 있다는 우려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덕분에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하게 벌어졌던 긴축 논쟁은 한국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니 국가부채 문제가 진지한 논의 대상이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정도로 밖에 인식이 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이유가 뚜렷해진다.
그간 국가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에는 국가부채 비율이 44.8%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어쩌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일본은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은 상태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991년만 해도 64% 수준이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이토록 늘어난 것은 불황과 인구요인에 따른 세입 감소가 겹치면서였다. 한국은 지금 1990년대의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조선업을 비롯하여 한국 수출의 주력 산업들이 흔들리고 있고, 무역은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키워놓은 경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부채가 엄청난 상황이라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언제든지 은행 위기나 대규모 불황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커다란 정치 스캔들로 이런 문제들이 수면 아래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현재의 문제들이 조금씩 가시적인 문제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재정정책과 국가부채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더욱이 올해 말,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거의 확실시 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낮추면 해외 자본이 급격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서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고 경제 문제들을 풀어가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었을 때, 긴축이 부각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40%의 국가부채 비율만으로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우려스럽다고 말할 만큼 막연하게 국가부채는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렇듯 국가부채에 대해 막연한 도덕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긴축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 쉽고, 사태를 잘못 이해하기 쉽다. 이 책에서 드러나지만 유럽이 바로 그랬다.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터진 나라들은 한국과 유사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기존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으로 떠받쳐진 부동산과 금융 시장이 문제를 일으켰다.(본문 138~148) 이런 문제들을 배경으로 재정 위기가 터져 나왔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유럽이 겪고 있는 높은 실업율과 정치적 불안정을 우리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유럽의 경험을 이해하고 교훈을 얻는 데까지 나아가도록 돕는 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간 2008년 금융 위기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은 많았어도 그 이후를 살피는 책은 거의 없었다. 마크 블라이스의 이 책은 바로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긴축’을 키워드 삼아 2008년 이후의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을 명쾌하고 짚음으로써 유럽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제시해주고 있다.

2008년 이후 대체 무슨 일이? ― 짧았던 케인스주의의 귀환과 긴축의 부활

금융 위기 이후 시장, 특히 금융 시장의 자유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신자유주의는 힘을 잃었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로 꼽히는 전(前) 미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조차 『파이낸셜 타임스』에 자기반성의 칼럼을 썼을 정도였다. 그리고 케인스주의가 다시금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 세계는 정부가 대규모로 은행 구제에 나서는 것을 목도했으며, 각종 사회보장제도들을 입안하고 강화하는 것을 목격했다. ‘거장의 귀환’이었다.(본문 121~123, 131쪽)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반격은 독일과 유럽중앙은행에서 시작되었다. 토론토 G20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은 경제지에 유럽중앙은행장 장 클로드 트리셰와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를 중심으로 경제부양책을 멈추고 ‘확장적 재정건실화’로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G20이 채택한 공동성명서는 ‘성장친화적 재정건실화’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중단을 촉구했다. 짧은 시간 사이에 케인스주의에서 긴축으로 기조가 바뀌었고, 많은 선진국 경제 관료들과 중앙은행장들이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본문 130~134쪽)
얼마 지나지 않아 성명서를 넘어 여러 유럽 국가들에 실제로 적용되기에 이른다. 2010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치솟아 오르면서 이른바 ‘국가부채 위기’가 발발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5월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가 개입했는데, 이들은 구제금융과 차관을 제공하면서 피그스 국가들에게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비롯한 공공 지출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긴축정책을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발맞춰 미국 의회에서도 재정적자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루미니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레블 동맹이라 불리는 국가들에서까지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다. 케인스가 가고 긴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원인을 호도하고 본질을 숨기다

긴축은 왜 이토록 빠르게 당대의 정책으로 자리 잡았을까? 저자는 이 문제를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위기의 진단과 긴축을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유럽의 긴축이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경제정책이 선택될 때, 문제설정이 정확한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문제에는 속임수에 가까운 호도들이 자주 끼어들어 공공의 이익보다 특정한 집단에게 이익을 몰아주거나 책임을 피해가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속지 않으려면 경제 문제에 대한 진단을 잘 살펴야 하고, 해결책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위기 때는 더더욱 그렇다. 유럽에서 긴축이 적용되는 과정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럽에 긴축이 불어 닥친 결정적인 계기는 이른바 ‘피그스’라 불리는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에서 터진 재정 위기였다. 금융 위기가 진정되고 국채 이자율의 폭등에 의한 유동성 경색으로 재정 위기가 터지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옹호하는 목소리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유럽 재정 위기를 전했던 국내 언론들이 잘 보여주었듯이 복지 지출이 뭇매를 맞았다. 국가부채를 무절제하게 늘리는 방만한 재정 운용이 위기의 원인이었던 만큼, 이제는 건전한 재정 유지를 위해서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당연히 위기 당사자들에게는 구제금융과 차관의 조건으로 긴축정책이 부과되었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원인이 방만한 재정 운용에 때문에 늘어간 국가부채 탓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이런 진단이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흐리는 거대한 속임수임을 보인다. 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규모가 늘어간 중요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2008년 당시 흔들렸던 은행들을 구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난 국가부채는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의 은행들과 투자자들은 유럽 주변부 국가 국채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유로화와 유럽중앙은행이 도입되면서 이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 나라들의 국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막대한 규모로 레버리지를 키워서 국채를 사들여 놓으면 국가와 중앙은행이 자신들을 파산하도록 둘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도덕적 해이였다.(본문 160~166쪽)
피그스 국가들의 경제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간에는 국채 투자자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문제가 터지자, 그리스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그리스 국채에서 본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다른 자산들도 팔기 시작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나서야 피그스 국가들의 약점이 부각되어 국채 이자율이 폭등한다. 애초에 재정정책과 공공 지출은 폭등한 국채 이자율과 별로 관련이 없었다. 관련 있었던 것은 유로화라는 통화제도와 그 제도를 이용하여 높은 수익률을 노린 은행들의 투자 행태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과 유럽 중심국들은 은행 위기가 발생하도록 놔둘 수 없었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은행들은 규모가 너무 커서 이 은행들이 무너지면 유럽 전체 은행 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긴축은 그래서 시행되었다. 대형은행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은행들이 사들인 자산의 가치를 유지시키고, 흔들리는 은행들의 구제를 대비해서 경기 위축, 임금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가 재정을 확보해야 했던 것이다. 긴축이 실행되는 진짜 이유는 은행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본문 166~175쪽)
피그스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 운영이 경제 위기의 원인인 듯이 말하는 언설은 대안을 긴축으로 몰아간다. 긴축으로 은행들과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유지되지만 자산이 적고 그달 그달의 임금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음하게 된다. 경제 정책을 평가할 때 그것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지, 누구에게 책임과 부담이 돌아가는지가 중요하다. 긴축은 금융 자본과 경제 엘리트들의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정책이다.

편견과 잘못된 이론이 눈을 가리다

유럽인들이 이러한 실제를 보지 못하고, 긴축정책이 경제 관료와 지식인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자산을 보유한 은행들을 그대로 망하게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경제 제도를 잘못 만들어 온 탓에 여러 국가 전체의 경제가 금융 자본에게 인질로 잡힌 대가였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편견과 이론의 힘이 작용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럽에서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던 양상은 이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유럽은 이미 여러 나라들이 동시에 긴축정책을 시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겪은 바가 있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은 1930년대 때였다. 미국의 후버 대통령은 ‘흥청망청 쓰면서 번영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하며 긴축을 실행했다가 대공황을 낳는다. 영국은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위해 긴축을 수행하다가 수렁에 빠진다. 독일은 사민당은 리카도주의적인 마르크스주의에 빠져 긴축을 방관해서, 일본은 금본위제로의 복귀가 문명 표준이라 생각하여 긴축을 주장해서 경제를 망쳐놓는다. 결과는 나치즘과 군국주의로 돌아왔다. 프랑스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비조차 축소하는 긴축을 실행했다가 나라를 잃었다. 위기 때 긴축은 더 심한 불황과 위험을 가져온다는 교훈을 얻고 경제정책을 전면 선회한 스웨덴만이 환란을 피해갔다.(본문 324~362쪽)
케인스의 수요중심경제학은 이 1930년대의 교훈을 이론적으로 정리하여 당시의 긴축 논리를 논파했다.(본문 235~238쪽) 그러나 역사의 교훈을 잊고 유럽은 다시금 여러 나라들에 긴축을 강제하고 있다. 긴축이 이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되돌아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절약은 선이고 낭비는 악이라는 도덕성에 호소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미스를 비롯해 공급중심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이들이 오랫동안 기대어 온 논리로, 독일 총리 메르켈 역시 긴축을 주장하면서 이러한 논리를 사용했다.(본문 210~217쪽) 영미권의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의 논리와 독일의 질서자유주의 역시 긴축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해주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본문 251~263, 278~296쪽) 그 결과 긴축의 1930년대의 교훈은 점차 잊혀 갔다.
긴축이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보코니 학파가 제시한 ‘확장적 긴축론’ 덕분이었다. 이들은 긴축정책은 기업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노동 개혁’을 포함한 경제 구조조정도 같이 언급된다. 이들은 리카도 대등정리, 공공선택이론 등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뼈대를 이루는 이론들과 질서자유주의적 사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일군의 이탈리아 경제학자들로, 이들의 목소리는 각국의 재무장관들과 국제기구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본문 297~315쪽)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재검토한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며 실상은 긴축이 아니라 다른 이유들로 성장을 회복했거나, 그 직후에 심대한 불황으로 빠졌음을 밝힌다. 그리스를 비롯하여 이들이 언급하지 않는 수많은 나라들의 상황은 끔찍하다.(본문 366~396쪽) 소위 전문가들도 잘못된 이론과 그것에 맞춰 재단된 자료들에 휘둘리는 것이다.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기

2013년에 쓰인 이 책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원리주의적인 긴축정책은 저소득층의 삶을 파괴하고,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정치와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기에 궁극적으로 정권이 전면적으로 교체되거나 파멸적인 결과로 치달아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의 경제 제도로 이득을 보는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도 좋을 것이 없다고 경고한다.(본문 57~58쪽)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유럽은 정확히 이 예측을 따라가고 있다. 긴축정책을 받아들인 국가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평등이 심화되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정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도약하며 기성 정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들은 사회에 깔린 불만을 유럽연합의 기획과 이민자들에게 돌리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긴축이 좋은 선택이 아니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어떤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까? 일단 하나의 단초는 현재 긴축을 불러온 근원이 실제로는 은행 위기라는 것에 있다. 즉 투자 은행이라는 모델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 은행들을 구제하고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는 대가로 각종 재정정책과 공공 지출을 줄이는 것이 경제 전체를 망쳐놓는다고 한다면, 그 비용을 고려하여 당장의 고통을 감수하고 은행이 파산하도록 두거나 투자 은행 모델 자체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는 그 사례로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를 제시한다. 아일랜드는 은행을 국가가 구제하여 여전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반면, 아이슬란드는 부실 은행을 청산하고 건전한 실업율과 경제성장률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본문 401~415쪽)
국가부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국가부채는 경제성장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의 국가부채를 줄이면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종류의 증세가 있지만 저자는 금융억압과 최고 소득 계층을 겨냥한 세금을 제시한다. 여기서 금융억압은 채권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방법이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세수 증가를 통해 긴축 없이 국가부채를 줄일 수 있다.(본문 415~422쪽) 무엇보다 이 길이 공정한 길이며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막는 길이다. 그간 위기를 발생시킨 은행 시스템을 통해 자산을 늘린 사람들과 구제금융으로 위기의 책임을 피해간 이들에게 은행 위기와 국가 재정 위기의 고통을 분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듯 경제와 정치는 서로 불가분으로 엮여있다.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정책은 유지불가능하다. 유럽의 경험은 건전한 경제를 위해서는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성장을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책임과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함을 환기해준다.

* 책속으로 추가
독일은 발전에 성공한 이후, 미국, 영국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처해 있던 상황의 특수성을 망각해 버렸다. 독일은 자국이 누린 시기상의 조건과 국제 경제적 환경이 어떠했는지 생각하지 않았고, 자국을 부강하게 만든 수출주도형 질서가 다른 나라들이 같은 시기에 자국과 똑같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되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독일과 유럽연합은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더욱더 독일 같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합성의 오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마틴 울프가 다음과 같이 훌륭하게 꼬집었다. “ 모든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해야 한다고? 그럼 누구를 상대로 흑자를 달성할 것인가? 화성인? 그리고 모든 국가들이 저축 계정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면, 항구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를 제외하고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본문 262쪽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지성사 1942~2012” 중에서)

알레시나는 마드리드 회의에서 재정지출 구성과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이루어진 별개의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그 자리에 모인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다음과 같은 확신을 심어 준다. 유럽 각국의 재무장관들이 알레시나 자신이 주창한 정책 방향을 택한 뒤 경기침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감축을 시행하면, 여러 상황들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공직도 보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공중은 복지국가형 지출 축소 정책이 불공정하지도 않을뿐더러 회피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란 사실을 인지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재무장관들의 과감한 정책 집행에 대해서 보상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출 축소 정책은 공정하다. ‘재정조정이 낳은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운운하는 과장된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것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특정 집단이 이러한 주장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인데, 이때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집단들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본문 314쪽 “긴축, 그 위험한 사상의 지성사 1942~2012” 중에서)

보통 긴축이 국가부채를 줄인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것이 긴축 옹호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레블 국가들도 그렇고 피그스 국가들을 보더라도, 긴축은 국가부채 규모를 줄이지 못했다. 금융 위기에 진입할 때만 해도 레블 국가들의 국가부채는 모두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퍼센트 밑에서 맴돌았다. 또한 당시 레블 국가들이 겪고 있던 국채시장의 어려움은 빈 합의가 맺어지면서 다소 완화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레블 국가들 중 에스토니아 한 곳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애초의 시점보다 국가부채가 늘었다. 몇몇 국가들은 엄청나게 늘었다. 라트비아의 부채 수준은 2007년 GDP의 10.7퍼센트에서 2014년에 42퍼센트로 네 배 폭증했다. 그나마 상태가 좋았던 곳에서 이 정도인데 이미 부채 수준이 높았던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해 보라. 레블 국가들은 긴축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더 커지는 부채 더미에 눌려 신음하게 될 것이다. 레블 국가들은 부채의 별을 폭파하기는커녕, 스스로 더 큰 부채의 별을 만들어 버렸다. 가치 없는 희생을 치른 것이다.(본문 393쪽 “긴축의 자연사” 중에서)

금융억압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포획된 국채 보유자들에게 과세를 하는 것이다. 이 억제책은 은행권이 국가에 대해 전적으로 아쉬운 처지에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말하자면, 오늘날처럼 은행권이 손실을 보고 있거나 국가의 자금원에 크게 의탁하고 있는 경우에 가장 효과적이다. 라인하트와 스브란시아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정책들은‘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축적된 엄청난 규모의 부채들을 줄이거나 청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인하트와 스브란시아는 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미국과 영국이 금융억압을 통해 거둔‘청산세’ 수입이 연 GDP의 3퍼센트에서 4퍼센트에 달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런 세수가 확보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채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긴축을 해야 하는 기간이 줄어들게 된다.(본문 343~344쪽 “은행업의 종말, 그리고 다가오는 세금의 시대” 중에서)

소득분포 상위 3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유 자산에 대한 구제 혜택을 받고 그 결과 공공 부채가 팽창할 때, 구제금융이라는 풋옵션 행사에 따르는 비용은 보유 자산이 그리 많지 않고 재정지출과 공공재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치르게 된다. 바로 그 재정지출과 공공재가 감축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가장 극빈 계층이 스스로 동의한 바 없는 보장 보험에 의해 비용을 떠맡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비용을 치르면서도 구제된(즉, 보험으로 보장된) 자산의 보유자들로부터 단 한 푼의 보험료도 받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긴축을 특정 계급을 위해 맞춤 설계된 풋옵션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긴축은 소득분포상 상위 계층에게 주어진 공짜 자산 보험인데, 바로 이들이 마침 투표 참여율이 가장 높고 선거를 가장 많이 후원한다. 이들 계층이 개인의 입장에서 행하는 합리적 행동이 집합적으로 봤을 때는 자신들에게도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풋옵션의 가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비용은 긴축이 더 지속되면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2014년 5월 유럽연합의회 선거에서 민족주의자들과 포퓰리스트들 그리고 비주류 좌파 정당들이 대거 약진했다. 이 선거 결과가 긴축이 풋옵션이라는 현실을 느끼기 시작한 70퍼센트 계층의 움직임이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본문 446쪽 “지옥 속을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 출구를 찾아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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