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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 [2쇄] 사진의 제품 중 해당권  / 상현서림  ☞ 서고위치:MQ 5  *[구매하시면 품절로 표기됩니다]
152쪽 | A5
ISBN-10 : 8932020329
ISBN-13 : 9788932020327
찬란 [2쇄] 사진의 제품 중 해당권 / 상현서림 ☞ 서고위치:MQ 5 *[구매하시면 품절로 표기됩니다] 중고
저자 이병률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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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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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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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찬란했다면 당신 덕분에 찬란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제373권 『찬란』.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병률의 3년만에 출간되는 세 번째 시집이다. 정체되어 있지 않은 감각으로 '살아있음'을 통해 만난 생의 떨림에 대해 노래하는 처연하고 오롯한 시 55편을 총4부로 나누어 담아냈다. 절박하고 순결한 순도 높은 언어로 모든 생의 찬란한 순간을 더듬어내고 있다. 또한 불분명하면서 그윽한 저자의 시 세계에 새겨진 생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면서 우리 마음을 뒤흔들고 끌어당긴다.

저자소개

저자 : 이병률
시인 이병률은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좋은 사람들」 「그날엔」 두 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산문집 『끌림』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2006)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목차

제1부
기억의 집
햄스터는 달린다

자상한 시간
내가 본 것
거대한 슬픔
생활에게
이 안
새날
밑줄
그런 시간
바람의 날개
찬란

제2부

창문의 완성
사랑은 산책자
사과나무
모독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일말의 계절
다리
시인은 국경에 산다
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삼월
망가진 생일 케이크
밤의 힘살
얼굴을 그려달라 해야겠다
울기 좋은 방
고양이가 울었다

제3부

마음의 내과
왼쪽으로 가면 화평합니다
팔월
절연
불편
달리기
슬픔의 바퀴
별의 자리
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
기억의 우주
입김
좋은 풍경
화사한 비늘
유리병 고양이

제4부

있고 없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겨울의 심장
길을 잃고 있음에도
굵은 서리
열차 시간표
마침내 그곳에서 눈이 멀게 된다면
붉은 뺨
불량한 계절
심해에서 그이를 만나거든
봉지밥
마취의 기술
진행의 세포

해설 영혼의 두 극지 사이에 서 있는 사과나무_허수경(시인)

책 속으로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하다 살고자 하는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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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하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밤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 전문


네가 묶여 있다
의자에 있다

눈 내리는 천장 없는 방에
별이 가득 차고 있다

화살나무가 방 안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너도 나도 며칠째 먹지 않았으니
이 모든 환영은 늘어만 간다

이리도 무언가에 스며드는 건
이마에 이야기가 부딪히는 것과 같다

묶어둔
너를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엎드려 있다

나는 너에게 속해 있었다 -「울기 좋은 방」 전문


나는 너에게 속해 있었다
저녁 숙소에 돌아와 누우려는데
무릎이 쓰리다

낮에 사진을 찍겠다고 무릎을 꿇었나보다

무릎 꿇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던가
시에게 사람에게 세상의 내침에 무릎 꿇은 적 있던가
어떻게라도 한번 무릎을 꿇었다니
가뜩이나 서어한 마음 괜찮지 않은가

설산을 넘는 밤길
옆자리에 누가 있어 무릎이라도 닿을 수 있어서
무장 긴 길을 갈 수 있다면 낫지 않던가

낯선 곳에 들어섰는데 자리에 온기가 남아 있다면
그래도 밤을 생각하면 낫지 않던가


잊으면 낫지 않던가 -「마취의 기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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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담박한 시선 서서히 차올라 기어이 무릎을 꺾게 하는 이병률의 詩 정체되어 있지 않은 감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바람”(신형철) 이병률이 세번째 시집 『찬란』(문학과지성사, 2010)을 펴냈...

[출판사서평 더 보기]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담박한 시선
서서히 차올라 기어이 무릎을 꺾게 하는 이병률의 詩

정체되어 있지 않은 감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바람”(신형철) 이병률이 세번째 시집 『찬란』(문학과지성사, 2010)을 펴냈다. 전작 『바람의 사생활』(창비, 2006) 이후 3년 3개월 만에 발간되는 이번 시집 속에는 ‘살아 있음’을 통해 만난 생의 떨림으로 가득하다. 지극히 투명하고 눈부신 모든 생, 그 ‘찬란’의 순간을 시인의 눈으로 손끝으로, 귀와 입으로 더듬어 감각해낸 『찬란』의 총 4부 55편의 시들은 읽는 이를 “차가운 물의 명백함, 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는 그 격렬한 시간들”과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에서

‘찬란’은 무엇일까. 시인은 말한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다고. 살고자 하는 모든 것은, 그러므로 찬란하다.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이다.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여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태다. 이병률의 새 시집 『찬란』은 이처럼 살아 있음에 대한 감탄이자, 의지를 노래한다. 그렇기에 이병률의 언어는 말을 갓 배운 아이의 그것처럼, 절박하고 순결하다. 이 순도 높은 언어로 여민 생의 속내들.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에서

생의 속내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그것은 이따금 슬프고 이따금 아프다. 이병률은 이를 지나치지도, 무화시키지도 않는다. 쓰린 상처마저 그대로 두고 본다.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는 통증에는 온전한 치유는 없더라도 진실한 위로는 있을 수 있다. 위로는 이해하는 자의 것이다.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가슴의 것이기에 감정도 온도도 아니다. 내미는 손의 온도가 좋은 것일 리 없다. 그저 내미는 마음. 그 마음의 씀. 처연한 생을 파고드는 영혼의 다 씀이 있는 것이다. 마음의 결을 모두 겪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일을 이병률은 시집 『찬란』을 통해 하고 있다. 들여다보고 말 없이 위로하는 손의 한 끝을 통해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 존재에는 사물의 근원이 있다. 공부를 통해 습관을 통해 아는 것이 아니라 길을 떠나 무릎 절어가며 그린 궤적 안에서, 그 마음과 성찰을 통해 얻어내는 이 과정은 그야말로 시인의 것이다. 이번 시집 『찬란』의 해설을 맡은 이는 1990년대 초 우리의 가슴을 지독한 쓸쓸함으로 몰아넣었던, 그렇게 위로해주던 시인 허수경이다. 그녀는 이병률의 이 ‘찬란’한 시들을 “영혼의 두 극지 사이에 서 있는 사과나무”라고 명명한다:

만유인력이라는 것을 우주의 질서를 세우는 기본 질서라고 가정할 수 있을 때, 사과나무 밑에 가방이 사과처럼 떨어져 있는 것은, 세계의 모든 가방이 사과나무 밑에 있는 것은 ‘끌림’ 때문이다. 끌림이야말로 이 우주를 지탱하는 완벽한 질서이다. 그 완벽한 질서 속에서 시는 생산되고 삶은 먹힌다. 삶은 어누 누구에게가 아니라 삶 자체가 먹어버리는 것이다. 삶이 삶의 위장에 갇힐 때 모든 불빛은 꺼질 것이나, “조각은 날카롭기보다 푸르렀다. 박히기는 좋으나 찌르기엔 부족한 조각은 턱으로 밝기를 받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본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은 살아온 것보다 본 것이 더 단단하리란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나”(「내가 본 것」)의 세계만이 남는다. 시다. 이병률이 쓴 “모호하게나마 마음이 간절해”지는 시다. 그리고 그것이 ‘찬란’이었고 ‘찬란’일 것이다.
-허수경, 해설 「영혼의 두 극지 사이에 서 있는 사과나무」에서

화살나무가 방 안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너도 나도 며칠째 먹지 않았으니
이 모든 환영은 늘어만 간다

이리도 무언가에 스며드는 건
이마에 이야기가 부딪히는 것과 같다

묶어둔
너를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엎드려 있다

나는 너에게 속해 있었다 -「울기 좋은 방」에서

영혼의 극지에서 돌아보는 아스라한 생의 통증

그러므로, 타인이 타인이 아니게 될 때, 너의 눈물을 내가 울 수 있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진심일 때 이병률의 시는 마치 가려져 있던 보석이 한 줄기 빛을 통해 찬란하게 빛나는 그 순간처럼 드러난다. 그럴 때 보석처럼 빛나는 그 시는 이병률의 것인 동시에 타인, 즉 우리의 것이다. 이병률을 둘러싼 그 모든 것들. 이병률의 시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 방법을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 말한다. “불편하지 않은 것은/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마음에/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시인의 말」에서)

살고 있음은 그런 것이다. 밖에서 안으로 끼치는 불편이거나, 휘몰아치는 눈발 같은 것. 그 불편함과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눈물겹게 쓸쓸해지고, 그리워지는 것이다. 누군가의 근처가. 그 근처에 있는 안심이. 차가움이 아닌 따뜻함이. 그렇게 『찬란』의 시들은 나의 마음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당신이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찬란’한 생이 아니겠는가. 눈부신 살아 있음의 힘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아직도 시와 시인이 있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시인 이병률의 세번째 시집 『찬란』의 시들은 처연하고 오롯하다. 여전히 불분명하며 그윽한 순간들을 여미고 여며 아주 오랫동안 달인 듯한 그의 시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 그 피치 못할 영혼의 일이 새겨져 있다.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인식하며,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시인의 깊고 조용한 시선에 어느 틈엔가 우리 마음 역시 흔들리게 된다.

시인의 말
불편하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마음에
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2010년 2월
이병률

시인의 산문

조금 일찍 쓰련다. 찬란했다고.

금을 잘못 밟고 들어선 이 섬뜩한 세계는 살기보다는 팽창하기를 요구했다. 버젓한 한 세계로의 도착이 아닌 것 같아 너무 많은 것을 헤매며 사용했다. 감정까지도.

빛이 들지 않는 자리의 눈은 좀처럼 녹지 않고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의 먼지는 둘레를 키운다. 이 모두 내가 저지른 일만 같다. 안쪽의 사건들을 이해하겠노라고 바깥은 나를 받쳐냈다. 바닥에 끌리는 것들만 힘껏 받쳐야 할 게 아니라 명치에 도착하고 남은, 이 모르는 것들까지도 받쳐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자상한 시간들.

차가운 물의 명백함을, 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는 그 격렬한 시간들을 차마 어떻게 마주한 것인지. 균형이었는지. 전부였는지. 그러므로 조금 미리 쓰련다. 당신도 찬란했다면 당신 덕분에 찬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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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병률 시인의 찬란 | ya**2004 | 2020.09.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것이니   지금껏...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35p  찬란 중

     

    이병률 시인의 글은 끌림으로 입문했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으며 힘든 시기에 참 많이 위로를 받았다.

    그 후로는 아무래도 시보다는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는 사람인지라 그의 새로운 글이나, 이전의 시들을 찾아 읽지않은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한번씩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꺼내 읽긴 했지만..

    그러다가 웹 상에서 사람이 온다 란 시를 접하게 되었고, 그의 시들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읽게 된, 바다는 잘 있습니다, 찬란, 눈사람 여관!

    어느 한 권 빠지지않고 대부분의 시가 공감가고 좋았다.

  •   입김 가볍게 입김으로 용서해다오 발정 난 종아리에 가볍게 입김을 부어다오 잘못과 방랑과...
     
    입김


    가볍게 입김으로 용서해다오
    발정 난 종아리에
    가볍게 입김을 부어다오

    잘못과 방랑과
    아무것에나 아무한테나 아니다라고 말 뱉은
    내 사막을 끝나게 해다오

    저녁이 오고 새들이 세상을 지우려 해도
    거짓한 내 능청과 황폐를
    매 맞게 해다오

    입김으로 감자를 싹 나게 해다오
    입김으로 살찌게 해다오

    나 죽어서도 한 오십 년 입김을 뱉게 해다오

    그리해다오

    내장이 외워대는 잡설들을
    감히 손 뻗었던 낙원들을
    모두 문 닫게 해다오

    소슬히 빈집의 장판을 들추는 일
    그 빈집 습기로 허물어지는데도
    광휘를 보겠다고 지켜 서 있는 나를 배웅해다오

    넘어서다오

    가볍게 입김으로
    가볍게 입김으로
    나를 파다오


    발정난 종아리, 잘못과 방랑, 사막을 끝나게 해달라고 한다. “저녁이 오고 새들이 세상을 지우려 해도” 능청과 황폐로 넘어가려 했던 마음에 매를 대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감히 손 뻗었던 낙원들을 / 모두 문 닫게 해”달라고 하는 것일까. 시인은 지금 “안에 있다 / 안에 있지 않느냐는 전화 문자에” 들킨 사람처럼 춥지만 “안에 살고 있다”(「이 안」). 발정난 종아리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만만치가 있다. “집에 있으면서 절반의 나를 내보낸다 / 밭에 내보내기도 하고 비행기를 태우기도 하고 / 먼 데로 장가를 보내기도 한다”(「생활에게」). 그런가 하면 “햄스터 쳇바퀴 소리에 문득 일어나 / 걸레에 물기를 적시어 먼지를 간섭”(「햄스터는 달린다」)한다. 일상에서도 찬란하려고 애쓰고 있다.


    찬란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린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시인은 일상에서도 찬란하다.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는 것이나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 같은 사소함에서 찬란한 것을 길어 올린다. 그러나 어쩐지 이 찬란함은 억지스럽다. 시인은 방문을 잠글 줄 알지언정 “대문을 잠글 줄 모르”(「시인은 국경에 산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환한 대낮에 절고 / 저녁이 다 오면 편다 / 직업적으로 절고 / 인간적으로 편다”(「다리」)고 고백하거니와, “사랑은 산책하듯 스미는 자, / 산책으로 젖는 자”(「사랑은 산책자」)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시인은 여행할 돈만 있으면 떠나고, 어느 경우에는 한 해의 반을 밖에서 보낸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하여 시인이 일상에서 찾는 찬란은 진짜 찬란함을 찾아 떠나려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안간힘이다.
  • 이병률 | ap**t | 2011.04.2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그러면 안되겠지만 이병률 시인과 겹치는 사람이 있다. 원태연... 실물과 많이 다르고, 쌍커퓰이 짙게 진 책 날개 프로필 ...
    그러면 안되겠지만 이병률 시인과 겹치는 사람이 있다.
    원태연...
    실물과 많이 다르고, 쌍커퓰이 짙게 진 책 날개 프로필 사진때문도 그렇고, 또...
     
    작년 10월에 산 책인데 올해 1월에 다 읽었다.
    2011년은 책 많이 읽는 해로 정해놓자마자 집어 든 가장 얇은 책.
     
     
    이리도 무언가에 스며드는 건
    이마에 이야기가 부딪히는 것과 같다
    p64 <울기 좋은 방>
     
     
    마음은 그 무엇하고도 무촌(無寸)이지요
    p69 <마음의 내과> 중
     
     
    그렇게 힘이 든다면 안녕,
    햇살은 일부분을 지우는 나를 주의 깊게 비추고 있습니다
    p73 <팔월> 중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한 번 보았기 때문
    심장에 담았기 때문
    p74 <절연> 중
     
     
    일하러 나가면서 절반의 나를 집에 놔두고 간다
    집에 있으면 해악이 없으며
    민첩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은 다행한 일
     
    나는 집에 있으면서 절반의 나를 내보낸다
    밭에 내보내기도 하고 비행기를 태우기도 하고
    먼 데로 장가를 보내기도 한다
     
    반죽만큼 절반을 뚝 떼어내 살다 보면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도 없으며
    그리하여 더군다나 아무것도 아니라면 좀 살 만하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살아갈 힘을 구하는 것은
    당신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며
    바람도 아니고 불안도 아닌
    그저 애를 쓰는 것뿐이어서
    단지 그뿐이어서 무릎 삭는 줄도 모르는 건 아닌가
     
    이러니 정작 내가 사는 일은 쥐나 쫓는 일이 아닌가한다
    절반으로 나눠 살기 어려울 때는
    내가 하나가 아니라 차라리 둘이어서
     
    하나를 구석지로 몰고 몰아
    잔인하게 붙잡을 수도 있을 터이니
     
    p22 <절연> 전문
     
     
  • '휘몰아치는' 설레임으로 | mr**ue | 2010.03.0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벌써 두 해가 지나갔다. 2007년 2월에 만났던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은 넘쳐나는 이별노래로 나를 얼...
     벌써 두 해가 지나갔다. 2007년 2월에 만났던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은 넘쳐나는 이별노래로 나를 얼마나 먹먹하게 하였던지….  그 이별의 절정이던 "견인"에서 함께 '서서히 식어가던' 사랑도 이제는 '견인'되었으리라. 그럼 이제 돌아와 우리 앞에 선 시인은 어떤  [찬란] 한 노래를 들려주려나, 자못 궁금한 시집이었다.
     시인의 말 
      불편하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마음에 
      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2010년 2월 
      이병률 
     그러나 기대도 잠시, 시집을 열고 들어가는 입구에 떡하니 놓인 '시인의 말'은 아직도 그때, 그 '눈발'이 그치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다시 이어지는 먹먹한 사랑의 이야기라면 이제는 새롭지 못하리라 걱정하며 시집을 펼쳐든다.  다행히 넘쳐나던 이별 이야기는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말이 나를 기다린다. 
     그 산을 파내고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 '기억의 집'에서 (9)
     첫 번째 詩에서 '산을 파내고 동굴을 만들고' '깊숙한 움' 속으로 들어가더니 시인은 이제 '밤'거리를 헤매인다. 눈에 띄는 '밤'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선 만나보자.
     한밤중에 끝도 없이 ~ / 걸레에 물기를 적시어 먼지를 간섭하고 있는 몇몇 밤들은  - '햄스터는 달린다'에서  (13)
     밤 늦게 산책을 나갔다가 - '못'에서  (14)
     어둠이 소금처럼 짠 밤에  - '자상한 시간'에서  (16)
     개벽한다는 말이 혀처럼 귀를 핥으니 / 더 잠들 수 없는 밤  - '새날'에서  (27)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 / 신(神)에게 가겠다고 까부는 밤 -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에서  (47)
     좀처럼 흰 허리가 펴지지 않는 어슬한 밤  -  '다리'에서  (50)
     낮이 있는 만큼 밤이 있음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시인은 자주 '밤'의 이야기를 읊조리더니 급기야 이렇게 고백까지 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밤이었다  -  '밤의 힘살'에서  (60)
     시인은 '밤'을 힘겨워한다. '어둠이 소금처럼 짜'기도 하고 '더 잠들 수 없는 밤'이 되기도 한다. 뒤척이는 그 '밤'들이 이윽고 시인에게는 '힘'이 되고 '삶'이 되나 보다.
     삶이 여기에 있으라 했다  - '이 안'에서  (25)
     그리고 길고 긴 '슬픔''밤'의 고단함이 부딪히고 닳아지며 "창문의 완성" 같은 詩가 탄생한다. 이 시집에서 만난 맘에 드는 몇 편의 詩중 하나이다. 일부만 옮겨본다.
     나중에 오는 것은 적잖이 새로운 것
     네가 먼저 온다 시간은 나중에 온다
     슬프게 뭉친 것은 나중까지 오는 것이다
     희부연 가로등 밑으로도 휑한 나뭇가지로도 온다
     한번 온 것은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시험도 결심도 않는다
     시간은 나중 오는 것이다 네가 먼저 오는 것이다  - '창문의 완성'에서  (39)
     하지만 아무래도 [바람의 사생활]에서 만나던 강렬함은 모자란 듯 하다. 하긴 헤어지고 이별하는 충격적인 일이 늘 있다면 어찌 하루하루를 견뎌내랴. 그리고 시인은 이렇게 한 시절을 넘어 우리에게 '찬란'의 결을 보여준다. '겨우 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로 시작되는 詩 "찬란"은 이름 그대로 '찬란'하다. 그렇지만 이 터벅터벅 밤길을 걸어가며 읊조린 듯한 시집에서 나의 가슴에 제일 깊숙이 와 닿은 노래는 이 봄에 맞는 "삼월"이다.
     첫눈이 나무의 아래를 덮고
     그 눈 위로 나무의 잎들이 내려앉고
     다시 그 위로 흰 눈이 덮여
     그 위로 하얀 새의 발자국이 돋고
     덮이면서도 지우지 않으려 애쓰는
     말이며 손등이며 흉터 
     밖에는 또다시 눈이 오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요
     밖에는 천국이 지나가며 말을 거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눈 속에 파묻히는 줄도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하나가 아니었지요 
      - "삼월" 부분  (57)
     "견인"에 이어지는 연작으로도 다가오는 "삼월"은 여전한 시인의 감성을 드러낸다. '설산을 넘는 밤길'(120)을 걷고 또 걸어, 우리는 또 어느 고개쯤에서 '파묻히는 줄도 모르고' 함께 잠이 들 수 있을 것인지…. 그래도 '함께'라서 '행복'하고 '찬란'하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 
     시인의 말을 빌려 이 시집을 덮는다. 이렇게….
     '설레이'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마음에
     휘몰아치는 '설레임'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2010. 3. 8. 이른 새벽,  그대는 오늘도 설레이며 살아갑니까? 
    들풀처럼
    *2010-028-03-04
    책에서 옮겨 둡니다.
     어젯밤 구걸하던 이를 찾습니다 / ~ / 어둔 밤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인데  -  '불편'에서  (76)
     아찔하지만 그래도 괜찮단다
     지나가는 것은 아픈 것이 아니란다  -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에서  (101)
     고파서 손이 가는 것이 있지요 / 사랑이지요  -  '봉지밥'에서  (118)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니었던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 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 쪽으로 내 마음을 다 쏟아버리고  
     나도 당신 품을 따뜻해하며 나란히 식어갈 수 있는지  
    [바람의 사생활] http://blog.daum.net/mrblue/10906815
  •     #  시, 마음에 무늬를 새기다.      일상을 살다보면, 끊임...

     
     
    #  시, 마음에 무늬를 새기다.
     
     
      일상을 살다보면, 끊임없이 일에 치여, 마음에 점 하나 찍을 여유가 없어진다. 반복되는 일 속에 감정이 들어설 공간은 없다. 며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서로 얼굴을 붉히고, 그러다 내가 왜 이러나 싶어 우울해지는 일이 반복해지다 보면, 한동안 하늘을 쳐다 볼 여유 없이, 그냥 일에 치여, 시간에 쫓겨 하루하루 살았음을 깨닫는다. 개그프로에 웃고, 드라마에 대신 마음을 맡긴 채 지나버리는 일상에 빠지다 보면, 하루에 마음에 무늬를 새길 기회는 사라진다.
     
      시집을 읽는 이유는 마음에 시인의 목소리를 따라읽다보면 생기는 무늬를, 가슴에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연애시에서는 사랑의 감정세포가 만들어낸 하트의 무늬가 자리잡는다. 세상의 부조리를 외치는 시에서는 날이 바짝 선 대나무 무늬가 만들어진다. 아픔을 감싸안으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에서는 동그라미 하나가 마음에 들이찬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시인의 목소리에 마음을 빈 도화지로 만들어 시인이 외치는 글 하나하나에 떠오르는 느낌을 마음의 붓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

      

        배를 채우는 일은
     
        뜻밖의 밑줄들을 지우는 일이겠습니다만
     
     
       식사를 마칠 때까지
      
        여자도 나도 반찬 그릇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밑줄」, 28-29p
     
     
      역전 식당에 사람들은 붐비고, 자리에 앉은 나는 모르는 여자와 합석을 하게 된다. 서먹서먹 앉아 있는데, 종업업은 동행인 줄 알고 반찬을 한 벌만 가져다 준다. 낯선 이와 함께 하는 첫 순간이 얼마나 서먹하고 어려운지, 짧은 단어와 글은 영상보다 더 많은 그림을 보여주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 34-35p
     
     
      아름다운 장면 위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예쁜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야경의 불빛이 아름다울 때,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 있을 때 등 다시 보았을 때,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순간 위주로 사진을 찍게 된다. 순간의 한 장면에 주목하지 않고, 꽃이 피기 전에 겪었을 겨울의 공간에서 봄의 따스한 기운으로 흙을 뚫고 나오는 순간에 주목하는 시인의 시선이 좋았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찬란이고,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많은 사건들을 찬란의 시선으로 보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바라봤던 시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시는 시인이 혼자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남긴 시가 독자의 마음에 들어와 하나의 꽃으로 피어났을 때 완성된다 생각한다. 좋은 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로 읽고 싶은, 자꾸 읽고 싶어지고, 다시 생각하고, 찾게되는 시가 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마음 속에 가득차 있던 스트레스와 우울의 감정이 사라졌고, 두 번 째 만났을 때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세 번째 읽게 되니, 시인이 그려내는 그림과 내가 느낀 감상을 함께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집을 읽고 나니, 창밖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바라본 창밖의 풍경에는 물러나는 겨울의 기운과 조금씩 다가오는 봄의 기운이 함께 공존해 있다. 그냥 지나쳤던 꽃들과 나무들도, 마주치지 않지만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왠지 남이 아니라 느껴졌다. 지인이 생각나 문자를 보내고,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2주동안 삶의 방향이 변했던 지인의 앞날을 응원하고, 그동안 달라졌던 내 마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인과 나누었던 일방적인 대화가 즐거웠기에,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일탈을 경험하게 되었다 생각한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를 피하게 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찬란』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 보았다. 『끌림』이라는 산문집에 끌려, 만나게 된 시집이다. 산문도 좋지만, 시인의 시도 그에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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