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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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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36433598
ISBN-13 : 9788936433598
채식주의자 중고
저자 한강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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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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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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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새로운 시도!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1부《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저자가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한강
저자 한강은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 선정 소식이 잇따르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목차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해설ㆍ허윤진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 지면

책 속으로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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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나무 불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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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존재의 숙명적 상처와 세상의 근원적 어둠에 대한 처연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에 대응해온 작가가 도달한 이 새로운 미적 차원은 놀랍고 신선하다. 상처와 어둠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의 처음과 끝, 그 신비로운 근원을 엿보고자 하는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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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숙명적 상처와 세상의 근원적 어둠에 대한 처연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에 대응해온 작가가 도달한 이 새로운 미적 차원은 놀랍고 신선하다. 상처와 어둠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의 처음과 끝, 그 신비로운 근원을 엿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도달한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는 우리 소설을 일상과 탐욕의 저잣거리로부터 끌어올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황도경 「한강의 작품세계」(『문학사상』 2005년 2월호)

작가는 상처와 치유의 지식체계를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온 신비로운 사관(史官)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은 일상의 트랙을 벗어나 증발해버린 타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이런 여러 탐색담은 대상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찾아나선 ‘정상적’인 인물들은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었던 트라우마와 조우한다. 마치, 애초에 그들이 그토록 닿으려 했던 목적지가 그 깊은 상처였던 것처럼.
- 허윤진(문학평론가)「해설」 중에서

올해로 등단 13년째를 맞는, 7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 한강이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창비에서 출간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나무 불꽃」 중에서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숨막힐 듯한 식물적 상상력의 궁극

수록)에서 선보였던 식물적 상상력을 궁극의 경지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하루하루 베란다의 ‘나무’로 변해가던 「내 여자의 열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와 통한다.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나무 불꽃」 중에서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채식주의자」)라고 믿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그들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혜로 표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의 경지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소설 미학이며, 이야기로서든 상상력으로서든 감각으로서든 우리 소설의 차원을 확장시키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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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채식주의자 | au**lgngn | 2019.07.26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소설인데요~ 1,2,3 으로 파트를 나눠져있지만, 내용은 계속 연결되어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소설인데요~ 1,2,3 으로 파트를 나눠져있지만, 내용은 계속 연결되어 있는 연작 소설이다.
    첫번째 소설은 '채식주의자' 이고, 주인공 영혜의 남편을 화자로 한다.
    두번째 소설은 ' 몽고반점' 이고, 예술활동가인 영혜의 매형이 화자이다.
    세번째 소설은 '나무불꽃' 이고, 영혜의 친언니의 시점에서 불안하고, 외롭고, 타들어가는 언니의 심정을
    담담하게 풀어가는 내용이다.

    처음에 채식주의자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영혜가 채식주의자를 선언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선포하였는데, 가족 모두 채식을 왜하느냐, 고기를 먹어라 라며 강요? 아닌 강요를 했다.
    심지어 아버지라는 분이 고기를 입에 쑤셔넣고, 영혜가 저항하는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의미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각자 모두 개인은 저마다 자아가 있으며
    생각이 있다. 자유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변사람들에게 맞춰가고있고, 주변사람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받고
    있으며 주변인을 의식하고 산다. 그런부분을 작가가 의도한것 아닐까?
    이 채식주의자라는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무엇을 의도하고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2부의 몽고반점은 더 충격적이었다. 있을수 없는, 형부와 처제와의 관계를 풀어가는데, 약간은 거북하기도 했으며
    작가가 도대체 이런 글로 무엇을 알려주고 싶어하는걸까... 라는 끈임없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을것 같다. 나는 뒤늦게 읽어보았는데 약간 신선한 충격? 을 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소설책이었다.^^

  • 채식주의자 | jo**o22 | 2019.04.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생존과 번식이라는 유전자 차원의 본능은 식욕과 성욕이라는 욕망으로 사회화되었고 문화적이고 관습적이며 규범화된 울타리에 갇힌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유전자 차원의 본능은 식욕과 성욕이라는 욕망으로 사회화되었고 문화적이고 관습적이며 규범화된 울타리에 갇힌다. 울타리 너머는 터부의 세계. 관습적 식습관의 거부를 출발로 종내는 본능적인 식욕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울타리를 넘어가버린 여자, 관습적 성규범을 첨단의 문명 도구로 조소하다가 종내는 극단적 관념화로 규범의 울타리를 침범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파괴한 남자. 울타리를 넘어간 죄, 처벌. 그리고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울타리의 존재 조차도 모르거나 망각한 채, 혹은 울타리의 존재 당위에 대해 티끌만큼의 의문도 갖지 않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우리, 한 여자가, 울타리가 잠시 허물어지면서 생긴 구멍과 그곳으로 두 사람의 일탈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삶, 그 롱테이크.

  •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무도 그냥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깊고...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무도 그냥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깊고 깊은 정글속에서 살고 있는 커다란 나무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 나무로조차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다시 태어난다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되었든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존재감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스스로에게든, 타인에게든.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을 울었다. 영혜였다가 인혜였다가 때로는 영혜의 남편이었다가 인혜의 남편이었다가. 종잡을 수 없는 감정때문에 격해지기도 했고, 알 수 없는 감정때문에 슬퍼지기도 했다. 정신적으로 강력한 충격을 받았을 때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질환을 우리는 트라우마라고 한다. 그러나 트라우마라는 것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오랫동안 숙주의 몸안에 또아리를 튼다. 그리고 때를 기다린다. 그 때가 다가오면 서서히 또아리를 풀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트라우마의 숙주였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존재들조차 트라우마의 확실한 정체를 인식하지 못한채 삶을 영위한다. 그리고 쉽게 말한다. 자신이 배운대로,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아주 짧은 근거를 제시하며.

    사람들은 틀에 가두고, 틀에 갇히는 걸 좋아하는 것일까? 채식주의자.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인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오해와 질타를 받았던 영혜에게 그들은 채식주의자라는 굴레를 씌워버렸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얄팍한 틀에 영혜를 가두고 어째서 남들처럼 살지 않느냐고 손가락질을 했다. 단 한번도 영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단 한번도 영혜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살펴보려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들이 생각했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것만 각인시키고자 했을 뿐이다. 강제로 벌려진 입속으로 고기 한 점이 들어왔던 순간 끝내 손목을 그어야 했던 영혜를 애처롭게 바라봐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긴 사연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만.

    많은 심리학 서적이 있다. 그리고 심리학의 대부분은 트라우마를 다룬다. 그것도 어린 시절의 나, 혹은 내 안에 있는 나와 마주서기를 요구하면서. 그러나 그들 역시 너무나도 통계적인 관찰만 하고 있을 뿐이다. 나만큼은 너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왜일까? 그들 역시 정해놓은 틀속에 가두려고만 할 뿐이다. 그래서 심리학에 관한 책이나 설문조사 따위는 이제 믿지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내내 너무 아팠다. 마치 그런 부류의 서적에 방점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까지 들여다볼 줄은 몰랐기에. 이렇게까지 깊은 속울음을 드러낼 줄은 몰랐기에. 다같이 힘들었는데, 너만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어째서 너만 그렇게 저 멀리로 도망가고 있느냐던 인혜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처럼 나에게 들려왔다.

    이 작품은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문학상으로 꼽힌다. 1969년에 처음으로 제정되어 영국연방 국가에서 출간된 작품을 쓴 작가에게만 수여되었으나, 2013년부터 전세계의 작가를 대상으로 시상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번역가의 역할이 클 것이다. 그러니 작가와 번역가에게 동시에 수여된다는 점도 짚어줘야 할 것 같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도 수상작이다. 상금이야 얼마가 되었든 우리의 작가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건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책이다. 감히 내 짧은 소견으로 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뤄두었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아야 할까 망설여진다. /아이비생각 (책표지의 그림이 너무 무서워.)

     

     

  • 채식주의자 | am**rtaiji | 2018.12.2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영혜는 왜 그렇게 나무가 되려 했을까영혜의 꿈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왜 아무도 영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까평범한 한 주부가 ...
    영혜는 왜 그렇게 나무가 되려 했을까
    영혜의 꿈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왜 아무도 영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까

    평범한 한 주부가 알수 없는 꿈에 의해 채식을 시작하게 된다.
    영혜....
    영혜는 수수하지만 뭔가 묘한 매력의 여자이다.
    그녀가 값자기 채식을, 극단적인 채식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남편은 이런저런 난처한 상황도 맞이하게 된다.
    영혜는 점점 말라가고 멍해지고 가정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자 남편은 처가에 도음을 청한다. 
    영혜의 가족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아버지는 억지로 고기를 쑤셔넣으려하고 저항하는 딸의 뺨을 때리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게된다. 영혜는 손목을 그어 상황을 종료하고 ....
    치료를 마친후 영혜는 정신과에 입원하게 된다.

    퇴원 후 영혜의 남편은 떠나가고....
    그녀를 보살피는 언니와 언니의 남편...
    그들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생기는데....

    특이한 점이 책 마무리에 해설이 있었다.
    누군가가 이 글을  해석한 글이 실려있는것이다.
    물론 글을 읽는 사람마다 느끼로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을테지만 해설자 덕분에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
  • 채식주의자 | so**un90 | 2018.12.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나무 불꽃」 중에서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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