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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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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쪽 | | 152*217*23mm
ISBN-10 : 8954657877
ISBN-13 : 9788954657877
로마법 수업 중고
저자 한동일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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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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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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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가슴에 와 닿는 로마법을 전하다! 《라틴어 수업》으로 인문독자들을 열광하게 했던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한동일이 인류법의 기원이자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로마인들의 치열한 고민의 기록인 로마법을 정리한 『로마법 수업』. 서강대학교의 ‘라틴어 수업’에 이어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로마법 수업’을 이끌었던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법을 주제로 하되, 로마시대와 현재를 부단히 오가며 변치 않는 인간의 속성과 사람 사이의 끝없는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로마법의 조항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는 방식이 아니라, 결혼과 비혼, 돈과 계급, 여성문제, 낙태와 성매매, 간통 등 현실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키워드를 뽑아 정리했다. 로마인들이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지키고 살자고 정해둔 로마법의 세부조항과 법률 격언들을 라틴어와 한국어로 함께 담아 역사와 법문을 파고드는 지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오늘의 사회를 성찰하는 감동과 놀라움을 전해주고, 혼돈과 대립의 시대에 나답게,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힌트를 발견하게 한다.

저자소개

저자 : 한동일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의 변호사. 로타 로마나가 설립된 후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려면 라틴어를 비롯한 여러 유럽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며, 인류법의 기원인 로마법을 글로 술술 풀어 쓸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암기하고 이해해야 한다.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마치더라도 로타 로마나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고작 5~6퍼센트에 불과하다.
2001년 로마 유학길에 올라 2003년 교황청에서 설립한 라테라노대학에서 교회법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2004년 동대학원에서 교회법학 박사학위를 최우등으로 받았다. 이후 한국과 로마를 오가며 이탈리아 법무법인에서 일하던 그는 2010년 서강대에서 라틴어 수업을 열었다.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타 대학 학생과 교수, 일반인들까지 청강하러 찾아오는 등 최고의 명강의로 입소문을 탔다. 이어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유럽법의 기원’과 ‘로마법 수업’을 강의했다.
지은 책으로 『카르페 라틴어(종합편)』 『라틴어 수업』 『법으로 읽는 유럽사』 등, 옮긴 책으로는 『동방 가톨릭교회』 『교부들의 성경 주해 신약성경 8: 로마서』 『교회법률 용어사전』이 있다.
『라틴어 수업』은 2017년 동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 시사IN, 교보문고, YES24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대만에서 출간되었다. 이어 『법으로 읽는 유럽사』가 대만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목차

로마법 수업을 시작하며
생의 어떤 순간에도 인간답게 사는 길을 포기하지 맙시다 5

Lectio I. 인간De hominibus
“당신은 자유인입니까 노예입니까” 19

Lectio Ⅱ. 특권과 책임Privilegium et Responsabilitas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추행한 자는 공동체에서 영구 추방한다 32

Lectio III. 자유인De liberis
동수저가 된 흙수저의 비애 44

Lectio IV. 매 맞는 노예Flagritriba
‘조선놈에겐 매가 약이다?’ 폭력과 만행의 역사를 기억하라 60

Lectio V. 시중드는 노예Minister servus
당신은 서비스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68

Lectio VI. 신의Fides
로마인들이 떼인 돈 받는 방법 74

Lectio VII. 노예해방Manumissio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80

Lectio VIII. 여성De feminis
로마의 그림자에 가려진 에트루리아의 페미니즘 90

Lectio IX. 어머니Mater
“여성이 쉽게 무고당하지 않도록, 그들에게 방어가 필요할 때 우리는 도우러 가야 한다” 102

Lectio X. 결혼과 독신Matrimonium et Coelibatus
“결혼은 골칫거리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112

Lectio XI. 이혼Divortium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습니까?” 126

Lectio XII. 간음과 성매매Stuprum et Prostitutio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140

Lectio XIII. 간통죄Adulterium
“남편이 지키지 못하면서 아내에게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154

Lectio XIV. 낙태Abortus
낳아도, 낳지 않아도 모두 산통을 겪는다 168

Lectio XV. 로마의 범죄Crimen Romae
다른 사람의 인생에 치욕을 주어 상처 입히지 말라 184

Lectio XVI. 인류의 진보Hominum progressus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고 모여 살다가 눈물 흘리는 사람도 없이 죽어간다” 198

Lectio XVII. 로마의 형벌Poenae Romae
“이 나라에서 이런 잔인함을 몰아내십시오” 208

로마법 수업을 마치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224

로마사와 라틴어 깊이 읽기 234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한동일 『라틴어 수업』 이후 다시 시작되는 명강의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2017년 낯선 외국어 책이 대한민국 인문학계를 강타했다.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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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한동일
『라틴어 수업』 이후 다시 시작되는 명강의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2017년 낯선 외국어 책이 대한민국 인문학계를 강타했다.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영어, 유럽어의 기원이 된 라틴어의 기초를 배우면서, 언어에 앞서 각자의 인생과 역사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독특한 구성과 필력으로 인문독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2019년 한동일 작가가 신작 『로마법 수업』을 들고 돌아왔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로서,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작가와 법조인으로 활동해온 그가 이번에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로마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라틴어와 로마법의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타 대학 교수와 학생들까지도 찾아와 청강하는 명강의로 입소문을 탔던 서강대학교의 ‘라틴어 수업’에 이어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로마법 수업’을 이끌었다. 로마법은 인류법의 기원이자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로마인들의 치열한 고민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라틴어 수업』이 그러했듯 주제는 ‘로마법’이되,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선은 법의 테두리를 훌쩍 넘어 인간과 세계로 향한다. 저자는 로마시대와 현재를 부단히 오가며, 변치 않는 인간의 속성과 사람 사이의 끝없는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우리는 로마인들이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지키고 살자고 정해둔 로마법의 세부조항과 법률 격언들을 라틴어와 한국어로 함께 읽어가면서, 혼돈과 대립의 시대에 나답게,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힌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로마법은 숱한 압력 속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싶어했고, 끝내 인간답게 사는 길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나의 아집과 편견을 넘어 너와의 소통과 상생을 꿈꾸었던 로마인들이 하나하나 쌓아올렸던 돌탑과도 같습니다. 거대하고 휘황한 문명은 우리를 저마다의 인격과 이상을 지닌 인간의 지위에서 끌어내려, 무수한 소비자이자 무지한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시키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단독하고 존엄한 인간일 것입니다.
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가슴에 와닿는 로마법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내 삶과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는 공부는 금방 잊히며, 결국 아무 데도 써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로마법은 인류의 오랜 꿈과 이상을 명석하고 정확하게 기술한 문장들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의 소망과 기대를 구체적이고 또렷한 문장으로 현실화시키려 노력한 로마인들의 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것은 조직과 사회생활의 압력 속에서 함부로 짓이겨지고 뭉뚱그려지고 구석으로 밀렸던 우리들의 자아와 인간적 소망을 복원하는 긴 여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_본문에서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열린 세계인의 인생학교 [로마법 수업]
생활인들의 가슴을 파고든 단 하나의 질문
“당신은 자유인인가 노예인가?”

저자가 ‘이를 악물고’ 로마법을 공부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사법연수원 과정은 세계적인 공부천재들이 모여 있지만,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고작 5~6%에 그치는 난이도 극상의 코스로 유명하다. 저자도 두 번을 유급하여 5년 만에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930번째 변호사가 되었다. 로마에서 유학하는 동안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로마법 과목이었다.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되고자 한다면 로마법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자유자재로 글로 풀어 쓸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돌아와 로마법 수업을 열면서는, 학생들이 로마법을 단순 암기의 대상이나 학문적 분석의 텍스트로만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로마법의 조항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는 방식이 아니라, 결혼과 비혼, 돈과 계급, 여성문제, 낙태와 성매매, 간통 등 현실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키워드를 뽑아 강의와 책을 꾸린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오늘의 현실과 로마시대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자면, 로마는 명백한 신분제 사회였고 로마에서는 이런 물음으로 신원조회를 했다. “당신은 자유인인가 노예인가?” 저자는 로마법상에 기록된 노예와 자유인의 신분 차이와 그들 각자에게 주어진 명백한 자격과 한계를 설명한 뒤, 돌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로마인의 질문을 되돌려준다. “당신은 자유인입니까 노예입니까?”
우리는 명목상의 평등사회를 살아가지만 실은 모두가 돈과 경제력의 굴레 안에서 노예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스스로가 노예인 줄도 모르는 노예는 아닌지 그는 묻고 있다.

“해방노예의 비애를 오늘날의 현실에 투영해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돈과 경제력에 관한 한 모든 이가 노예와 다름없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인식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노예인 줄도 모르고 노예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돈과 권력 앞에 납작 엎드려 조용히 순종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도 되는 양 그렇지 못한 사람을 비웃고 짓밟습니다. 해방노예가 노예를 짓밟는 것 같은 구도가 연상되는 현대의 슬픈 풍속도입니다. 문득,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묻게 됩니다. 2천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인간의 존재와 태도 가운데 변치 않는 비겁과 악습이 존재함을 아프게 느낍니다.”(「동수저가 된 흙수저의 비애」, 53쪽)

만약, 로마에서 사법농단과 버닝썬 사태가 일어났다면,
로마에서 특권층의 위법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면,
로마의 국회의원이 군 복무를 기피했다면?

로마는 엄연한 신분제 사회였으나 그 신분에 걸맞은 태도와 책임을 요구했다. 로마에는 ‘강제유배’형이 있었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원래의 살던 자리에서 ‘영구히’ 내쫓아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삶을 박탈하는 중형이었다. 어떤 범죄자들에게 이런 강제유배형이 내려졌을까?
강제유배형은 주로 ‘재판관이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판결을 조작하는 경우’ 그리고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약’을 여성들에게 먹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내려졌다고 한다. 로마에서 ‘사법농단’이나 ‘최음제’를 써서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일어났을 때는, 죄의 크고 작음을 판가름하거나 반성을 촉구하기 전에 이미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로마에서는 재판관이 개인적으로 판결을 조작하거나, 여성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을 한다는 것은 차마 반성을 촉구하거나 죄의 경중을 따지기도 힘든 극악무도한 범죄로 치부했습니다. 고대 로마 사회에서도 용인하지 않았던 일이 21세기의 대한민국 땅에서, 그것도 특권층들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은 너무나 참담하지요.
로마에서 이런 자들은 사회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고 철저히 격리해버렸습니다. 유배 장소는 주로 지인들조차 접근하기 힘든 이탈리아 연안의 섬들이나 리비아 사막의 오아시스였고요. 이 때문
에 ‘섬 강제유배’로도 불렸답니다. 재판의 판결을 조작한다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약물로 비열한 협잡질을 저지른 이들은 외딴섬에 고립시켜야 한다는 것이 바로 로마의 정의였던 것입니다.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추행한 자는 공동체에서 영구 추방한다」, 39쪽)

로마인들은 특권층들에게 사회적인 특권과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냉엄한 도덕성과 윤리를 요구했다. 지금으로 치자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에 해당할 로마의 정무관들은 반드시 군 복무를 마쳐야만 했다. 군을 기피한다거나 고위 공무원이 보통 시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정무관으로서 수령한다거나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무관이라는 직책이 사실 무보수에 고작 임기 1년의 명예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지만, 로마시대의 공직이란 봉사직이었습니다. 우리도 국회의원 같은 공무원을 흔히 ‘국민의 공복’이라고 표현하지만 오늘날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을 봉사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겠지요. 더 놀라운 건 정무관이 되려면 반드시 군 복무를 마쳐야 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면서, 그것도 군필자만이 할 수 있다고 못박는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려고 할까요? 어쩌면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거나 과거에 역임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격미달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해보면 ‘명예로운 로마시민의 공복’ 역할을 자처했던 로마 지배계급의 발걸음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동수저가 된 흙수저의 비애」, 46쪽)

이렇게 특권층에게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권리만큼이나 냉엄한 윤리를 요구하고, 정의와 정당함을 추구했던 로마인들의 흔적은 지금도 이탈리아 곳곳에 남아 있다. 로마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생활해왔던 저자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로마인들의 철학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이탈리아에 여행 가서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관광지 외에 자연경관이 가장 수려한 곳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부유층들이 소유한 리조트를 찾으면 될까? 그는 장애인 시설이나 어린이 병원이 자리한 곳으로 가라고 귀띔한다.

이탈리아에 가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유명 관광지 말고 경치 좋은 곳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장애인 시설이나 어린이 병원 같은 복지시설이 있는 곳을 찾으면 된답니다. 이탈리아는 경치가 빼어난 곳에는 호텔도, 골프장도, 카페도 아닌 장애인 시설이나 어린이 병원을 짓습니다. 넉넉한 주차장은 덤이요, 수려한 자연경관이 보이는 곳에서 치료받고 요양할 수 있으니까요. 장애인 시설 하나만 지으려 해도 그 지역주민이 온통 들고 일어나 설립 계획이 무산되거나 더딘 진행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 사회가 어떤 철학에 기반해 있느냐에 따라 똑같은 문제라도 해결방식은 천차만별임을 느낍니다. (「낳아도, 낳지 않아도 모두 산통을 겪는다」, 181쪽)

로마에서도 조망권 분쟁이 일어났고,
화장실에 버려지는 미혼모의 신생아들이 있었다는 것―
법으로 다 관장할 수 없는 인간사의 복잡한 문제들까지 이해하고 꿰뚫어보는 힘을 위하여

이렇듯 로마시대와 현대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시선은, 역사와 법문을 파고드는 지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오늘의 사회를 성찰하는 감동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로마의 법적 분쟁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연 이것이 고대 로마사회에 벌어진 일인지, 바로 오늘 저녁 뉴스에 등장한 사건사고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대사회와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마의 빌라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공동주택 ‘인술라’가 들어서면서 로마 사회에는 조망권 분쟁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로마의 공중화장실의 변기통에서는 버려진 아기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오늘날처럼 가끔 화장실에서 출산하여 신생아를 유기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기원전 1세기 활동한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저서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De natura rerum』에서 화장실에 관해 언급하는데요. 바로 이 책에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여자들, 로마인들은 이른바 ‘메가이라 여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표현한 여자들이 공공화장실에다 아기를 몰래 버리러 오곤 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당시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변기통에 내다버리는 끔찍한 일이 왕왕 일어났다는 거죠. (「낳아도, 낳지 않아도 모두 산통을 겪는다」, 174쪽)

현재 벌어지는 사회문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로마인들의 그림자와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법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모든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유무죄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간통’ ‘낙태’ ‘재산권’ 등의 논쟁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사 중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법문이 아니라 삶과 세계에 대한 잠언처럼 보이는 여러 철학자와 법학자들의 법률 격언들을 라틴어 원문과 한국어로 동시에 읽고 공감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Haec sit propositi nostri summa: quod sentimus, loquamur: quod loquimur, sentiamus: concordet sermo cum vita.
핵 시트 프로포시티 노스트리 숨마: 쿼드 센티무스, 로콰무르: 쿼드 로퀴무르, 센티아무스: 콘코르데트 세르모 쿰 비타.
“이것이 우리의 최고 생활철학이다.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말한 것을 생각한다.
즉, 말에 삶을 일치시킨다.” _세네카

Mulieribus tunc succurrendum est, cum defendantur, non ut facilius calumnientur.
물리에리부스 툰크 수쿠렌둠 에스트, 쿰 데펜단투르, 논 우트 파칠리우스 칼룸니엔투르.
“여성들이 쉽게 무고당하지 않도록, 그들에게 방어가 필요할 때 도우러 가야 한다.” _파울루스

Homo sum: Humani nihil a me alienum puto.
호모 숨: 후마니 니힐 아 메 알리에눔 푸토.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사 중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_티렌티우스

나의 자존감을 넘어 너를 향한 이타심과 정의로 가는 가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세상의 온갖 참혹하고 절망적인 소식들 속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이 문장만은 가슴에 품고서 꺼내보게 될 것이다.

Homines nos esse meminerimus. 호미네스 노스 에세 메미네리무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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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로마법 수업 | dd**juni12 | 2019.12.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로마법 수업(한동일 저)'입니다. 저자의 전작인 '라틴어 수업'은 읽지 못했지만 지금 소개해...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로마법 수업(한동일 저)'입니다. 저자의 전작인 '라틴어 수업'은 읽지 못했지만 지금 소개해드리는 이 책 괜찮습니다. 로마법이 어떠했는지를 말 그대로 강의하듯이 풀어놓은 책인데요. 좋은 말이나 가슴에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아래에 발췌해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로마시대의 법체계는 현대 국가들의 법체계의 기반이 되었다고 하던데요. 약자(여성, 노약자 등)들에 대한 배려와 인간에 대한 존엄성 부분은 지금이 우리도 되새겨봐야할 부분입니다.

     

    -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저물고 나면, 이내 밤이 오고 새벽에 이르러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하루가 바뀌는 그 순간, 대개 사람들은 잠들어 있습니다. 변화란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찾아오지요. 사실상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지구도 적도를 기준으로 1초에 463미터의 속도로 자전하는데 이것을 실감하는 이는 없습니다. 1초에 463미터의 속도면 시속 1667킬로미터의 엄청난 속도이건만, 그 속도를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치 지구의 자전처럼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지만, 매일 도돌이표를 찍듯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저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 스스로에서 거듭 묻습니다.

    ‘페르소나’를 가진 인간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호미네스’중 하나로 살아갈 것인가.

    나는 진정 자유인가, 아니면 스스로 노예인 줄도 모르는 노예인가.

    이 수많은 제약들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 인간…… 참으로 신비하고 모순된 개념이여!

    - 사람을 통해 생산하고 지탱해가면서도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이 사회가 맞닥뜨릴 고통의 가시밭길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습니다.

    - 이마누엘 칸트는 “우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부유해진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타자와의 구분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드러내려는 게 본능에 가깝다면, 반대로 타자와 구분하지 않으려는 노력 속화학 에 묻어 있는 인격적 성숙이, 인간다운 품위를 갖춘 진정 우월한 사람으로 우리 각자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예들이다, 그렇더라도 인간이다.”

    - 결코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나 의견에도 반드시 교집합이 있습니다. 인간의 관계도 사고도 오직 적과 내 편의 이분법으로만 나뉘지는 않습니다.

    낳아도, 낳지 않아도 여성들은 산통을 겪습니다. 여성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약자라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도 약자입니다. 우리는 짐승이 아닌 인간이기에, 그들 모두를 위한 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나는 내 어려움만큼 타인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의식하고 살고 있을까요?

    고통스러운 현실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 나의 책임은 정말 조금도 없을까요?

    사랑하면서도 사는 일이 힘들다면 미워하며 사는 일은 쉬울까요?

  • 법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책이었다. 로마법을 통해...

    법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책이었다. 로마법을 통해서 로마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는지 정말 잘 알 수 있었다. 그 당시의 남여에 대한 생각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자유롭게 행동하기도 하고, 제약을 받았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동일 작가가 쓴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더욱 더 신기한 것은 그 당시의 법이 아직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역사는 그 당시와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당시 로마법을 통해서도 사람들의 ̂을 엿 볼 수 있다는 발상에 박수를 치고 싶다 노예는 낮은 신분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잃기 전에는 난 그저 노예 자체가 재산 물건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들을 완전히 물건 취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나의 오해였다.

    모든 길은 정말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아직도 그 길은 거리와 시간에 상관없이 이 지구라는 별의 길을 통하고 있고 계속 그 길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라틴어수업 2 | pw**jang | 2019.10.1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유명한 책은 유명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옛말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남들...

    유명한 책은 유명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옛말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남들이 많이 찾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라틴어수업" 책을 읽었었다. 인터넷에 넘치는 엄청난 칭찬글들. 사라지지 않는 베스트셀러 순위. 그래서 샀다가, 아주 푹빠져 읽었었다.

     

    로마법수업을 사고 읽어야겠다 결심한 것은, 결국 라틴어수업 책의 여운이 아직까지 내게 남아있기 때문이렸다.

     

    서점가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도 전작의 느낌과 비슷하다. 옛사람의 생각에서 오늘의 준거를 도출하는 그런 책이다. 다만 옛 것을 좇되 로마와 라틴이라는 옛 유럽문화를 그 기원으로 하고, 준거를 도출하여 가르침을 주되 전혀 라떼 찾는 꼰대 같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이 책이 널리 읽히는 듯하다.

     

    유럽사대주의로 흐르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으련만, 그래도 오늘날 우리의 삶이 서구로부터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은 탓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와 로마와 로마법과 라틴문화까지, 그 모든 것이 사실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겉으로 보기에 배울 것 많아보이는 그 곳도, 막상 현미경을 들고 현실을 훑어보면 여기보다 시궁창일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좌우지간에, 무한경쟁이니 천민자본주의니 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하나하나 곱씹고 배워볼 것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결론은 아주 간단하게, "읽어보시오"이다. 

     

    덤으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다.

  • 로마법 수업 | du**hrrj | 2019.10.1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저자의 저서는 지난 작품인 '라틴어 수업'을 통해 처음 접하였다. 아마 나와 같은 대다수의 독자들은 타이틀의 '수업' 이란 글...

    저자의 저서는 지난 작품인 '라틴어 수업'을 통해 처음 접하였다. 아마 나와 같은 대다수의 독자들은 타이틀의 '수업' 이란 글자에서 오는 딱딱함과 본 내용이 주는 따뜻함, 위로감과 같은 대비되는 '느낌'을 읽기 전과 후 확연하게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제목만 들었을 때엔 무언가 깊이있게 언어학적 탐구를 시도하려는 책은 아닐까 하는 경계감이 생겨났던 반면, 정작 읽고보니 삶에 도움이 되는 고대의 격언들을 저자의 삶과 경험을 통해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들려주는 듯 한 포근한 느낌의, 그러나 많은 생각을 하게끔 이끌어주는 고마운 책이었음이 굉장히 인상깊게 남아있다. 그러한 저자가 쓴 차기작 또한 여지없이 '수업' 이란 글자가 따라 붙은 '로마법 수업' 이라는 책을 내었다. 전작과는 다르게 서점에서 손에 집기 전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히려 두근거림에 가까웠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번은 우리들에게 생소한 잊혀져가는 언어, 라틴어를 통해 삶의 교훈과 마음의 위로를 주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로마법이라는 보다 생소한, 듣도보도 못한 것을 통해 우리에게 또 어떤 영향을 줄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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