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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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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34999993
ISBN-13 : 9788934999997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중고
저자 패티 유미 코트렐 | 역자 이원경 | 출판사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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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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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 화이팅 어워드 수상작!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때, 생(生)은 더 이상 숭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날 내 입양아 동생이 죽었다. 자살이라고 했다. 역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뉴욕에서 악착같이 살던 나는 연락을 받고 망연자실한다. 살아도 살아도 모자란 게 삶인데, 무엇이 내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지나치게 검소하고 억압적인 양부모였을까? 입양아로 살아가는 외로운 삶이었을까? 나는 동생의 마지막 날을 추적하지만 그럴수록 한 가지 결론만이 남는다. 그 죽음은 동생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것. 패티 유미 코트렐의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떠난 사람의 삶을 재구성하는 남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며 남동생의 자살을 겪은 작가 코트렐이 상실과 이해의 긴 터널을 통과해 쓴 첫 소설이다. 이 소설로 코트렐은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부터 화이팅 어워드,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까지 독립출판물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저자소개

저자 : 패티 유미 코트렐
Patty Yumi Cottrell
미국의 작가.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로 입양되었다. 피츠버그와 시카고, 밀워키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대학인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패티 유미 코트렐이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이후 뉴욕을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완성한 이 첫 소설은 1년 후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으로 출간되었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어둡고 억압적인 유년기의 집으로 돌아가 무엇이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헬렌’의 자취를 따라간다. 작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동생의 자살을 겪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코트렐은 이 소설이 자신의 회고록은 아니라고 말한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트렐은 “이 소설은 대단히 사적이지만, 내게 일어난 일을 염두에 두고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과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을 수상했으며,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화이팅 어워드 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영국의 〈그란타〉와 〈화이트 리뷰〉, 미국의 〈BOMB〉 등 문예지에 글을 실었으며, 뉴욕 부르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교 글쓰기 과정에서 조교를 맡고 있다.

역자 : 이원경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주로 소설과 인문교양서를 번역하며 틈틈이 어린이책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루이스 어드리크의 《그림자밟기》, 존 스칼지의 《조이 이야기》 《휴먼 디비전》 《모든 것의 종말》, 로알드 달 탄생 100주년 기념 단편집 전5권, 마이클 크라이튼의 《해적의 시대》 《넥스트》, 팀 세버린의 바이킹 3부작,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 《포스트 캡틴》, R. L. 스타인의 구스범스 시리즈, 앤드루 클레먼츠의 《말 안 하기 게임》 《위험한 비밀 편지》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맨날 말썽 대체로 심술 그래도 사랑해》가 있다.

목차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케빈에게
진짜 첫날
둘째 날
세째 날
마지막 날

책 속으로

뭐라도 생각해내려고 기를 썼지만, 떠오르는 거라고는 내 한국인 눈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던 그 녀석의 작은 갈색 한국인 눈뿐이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두 집안에서 따로따로 입양되었다. _10페이지 슬픈 생각을 하고 싶다면 날마다 수백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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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생각해내려고 기를 썼지만, 떠오르는 거라고는 내 한국인 눈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던 그 녀석의 작은 갈색 한국인 눈뿐이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두 집안에서 따로따로 입양되었다.
_10페이지

슬픈 생각을 하고 싶다면 날마다 수백 명씩 자살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봐.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나처럼 죽음의 이유를 조사해야 하는 형제자매나 남편, 아내를 생각해봐! 모든 자살의 이면에는 문이 있어. 그 문을 열면 결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마주치게 돼. 어떤 이들은 그 문을 절대 열지 않아. 자살 배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편을 택하고, 그냥 걸어가서 깨끗이 손을 씻지.
_61페이지

난 백인이 되고 싶어. 언젠가 동생이 내게 말했다.
나도 백인이 되고 싶어.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가끔 밤마다, 아침에 눈 뜨면 백인이 되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
나도 밤이 되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백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우리는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몹시 실망스러웠고, 둘 다 원한 적도 없는 이 나라로 보내진 것이 너무나 못마땅했으며, 둘 다 동양인 신분이 아니어서 동양인 칸에 체크한 적이 없다. 누가 국적을 물으면, 우리는 대개 ‘입양아’라고 대답했다.
생일 사진 속에는 내 동생밖에 없었다. 나는 레스토랑에서 내 동생 맞은편에 앉은 양부모 모습을 상상했다. 양어머니가 걔한테 사진 찍을 테니 웃으라고 했을 것이다. 내 동생은 소금이나 버터나 간장도 추가하지 않고, 쌀밥 한 그릇만 주문했을 것이다. 식사가 끝난 뒤, 양아버지는 돈을 내기 전에 먼저 영수증에 적힌 모든 음식을 살펴보고, 심지어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가져오라고 해서 음식값을 일일이 확인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런 저녁을 보내면 누군들 자살하고 싶지 않겠는가!
_91페이지

모든 것이 괜찮다가 이내 괜찮지 않아. 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가 이내 캄캄해져. 우리 집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어린 시절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학교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우리 개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신발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책들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누나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침실 창밖 나무가 나를 우울하게 했어.
_92페이지

열여덟 살 이후로 나는 줄곧 죽고 싶었다. 여태 살아온 것은 내가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이다.
_221페이지

이제 더는 두렵지 않다. 두려워하면서 자살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넌 네가 하려는 일을 믿어야 해.
난 당신이 내가 한 일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지금껏 내가 수많은 거짓말을 했을지는 몰라도, 여기서 이야기한 모든 것에는 일말의 거짓도 없다.
부디 이해해주길.
_22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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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안하고 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삶 그 보잘것없음에 대하여… 집을 떠나 뉴욕에서 ‘독하게’ 살아가는 헬렌과 직업도 없고 친구도 사귀지 않으며 거의 방 안에서만 살아가는 남동생. 사람들은 그들이 꼭 닮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둘은 서로 깊이 알지 못...

[출판사서평 더 보기]

불안하고 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삶
그 보잘것없음에 대하여…

집을 떠나 뉴욕에서 ‘독하게’ 살아가는 헬렌과 직업도 없고 친구도 사귀지 않으며 거의 방 안에서만 살아가는 남동생. 사람들은 그들이 꼭 닮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둘은 서로 깊이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생물학적 연관성이 없는 남매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헬렌이 동생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헬렌은 방과 후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몸도 마음도 척박하기만 한 그녀가 누군가를 돌보고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헬렌은 뉴욕을 떠나 어린 시절의 집으로 간다. 동생의 자살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그것은 입양아로 살아오며 얻은 마음의 상처일 수도 있고, 억압적인 부모인지도 모른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동생의 삶을 추적하고 재구성하기 전에는 절대 뉴욕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헬렌은 떠날 때와 똑같이 먼지가 쌓인, 지나치게 큰 집에서 동생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고 동생의 방에서 잠을 자며 동생의 삶을 ‘처음으로’ 알아간다. 헬렌은 동생의 삶을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실패한 삶이라고 여겼지만, 양부모는 동생을 사랑하고 아꼈다. 동생은 자신의 삶이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쓴 글을 PC 휴지통 폴더에 숨겨두었다. 그 안에는 생물학적 엄마와 연락이 닿아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는 끝내 엄마를 만나러 가지 않고 호텔에 숨어 있었지만, 그것이 그가 죽은 이유는 아니었다. 결국 헬렌은 동생의 삶을 완전히 재구성하지 못한다.

지금 영미권 독립출판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패티 유미 코트렐을 만나다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처럼 시작된 소설은 예상을 빗나가 의외의 맥락으로 흘러간다. 헬렌은 한국에 다녀온 동생이 물건들을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장기기증 면접을 가는 등 마지막을 철저히 준비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의 삶은 짧았지만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더 살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 죽음의 미스터리가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헬렌은 마침내 동생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소설의 제목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헬렌이 즐겨 쓰는 말(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미안합니다)에서 가져온 것이다. 헬렌의 삶 전체는 평온을 얻기 위한 투쟁과도 같았지만, 독자의 눈에 헬렌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직장의 규율을 어기고, 실수를 연발하고, 아무 데서나 토하고, 분노를 못 참기 때문이다. 헬렌은 그토록 원했던 ‘평온’을 놓아버리고 나서야 동생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죽음을 어른스러운 선택으로 생각한 동생을 마침내 만난 것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일은 이처럼 불가해함의 연속이다.

작가 패티 유미 코트렐은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로 입양되었다. 일찍부터 글쓰기의 꿈을 가졌고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했지만, 삶은 아르바이트의 연속이었고 글을 쓸 시간도 많지 않았다. 코트렐의 양부모는 역시 한국에서 그녀와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없는 남동생 둘을 입양했는데, 둘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는 코트렐이 가장 지쳐 있던 시기였지만, 차터스쿨의 교사로 일하며 짬짬이 글을 썼다. 그리고 학교가 2주 동안의 방학에 들어가자마자 쉴 새 없이 완성해낸 소설이 바로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이다. 코트렐은 훗날 가진 인터뷰에서 “순식간에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고, 이 소설을 완성하기 전에는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단과 독자는 뜨겁게 응답했다. 미국독립출판협회는 코트렐에게 금상을 수여했으며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스앤노블은 신인상인 ‘디스커버상’을 안겼다. 제프리 유제니디스와 안드레 애치먼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온 화이팅 재단(The Whiting Foundation)에서는 화이팅 어워드를 수여했다. 영미권 독립출판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먼 길을 돌아 마침내 한국 독자 앞에 섰다. 번역자 이원경이 섬세한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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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입양........ | ch**stmas0 | 2020.02.2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벨기에와 유럽에서 30여년을 지내고 있다. 벨기에로 입양 온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그리고 입양 와서 어른이 된 아이들...

    벨기에와 유럽에서 30여년을 지내고 있다.

    벨기에로 입양 온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그리고 입양 와서 어른이 된 아이들도(이미 자라서 어른이 된 후) 많이 만나보았다.

    그리고 대다수의 그들은 외롭고 슬펐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그 무엇으로서도 채울 수 없는 본질적인 공허함을 갖고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늘 고독했다.

    아무리 아닌 척 해도 어쩔 수 없는 고독감이었고 빈자리였다.

    뿌리가 없어서였다.

    그들은 그 어디에서 그 누구와 함께 살고 있어도 늘 허공에 떠 있는것만 같았다.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린 뿌리 깊은 나무와는 달리 얕은 뿌리로 인해 줄기도 가늘고 늘 영양이 부족한 메마른 나무와도 같았다.

    마치 영양실조에 걸려 걷기조차도 힘겨워하는 바싹 마른 아이와도 같았다.

     

    그런 입양아들의 슬픔을 이 책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깊고 깊은 슬픔의 강물위에 떠도는 자그마한 나뭇잎을 본다.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떠다니는.....

  •         제 말은, 대체 우린 무엇으로 삶을 이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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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말은, 대체 우린 무엇으로 삶을 이어가나요?

     

    헬렌은 룸메이트가 주문한 새 소파를 기다리는 와중에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입양아 남동생의 자살.

    아무런 이유도, 아무런 조짐도 없었던 그의 죽음은 헬렌을 오래전 떠나온 집으로 향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입양된 헬렌은 따로 또 같이 입양된 남동생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제법 부유하지만 구두쇠였던 양부모와 그 어느 곳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던 헬렌은 그곳을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다.

    '믿음직 언니'라는 별명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지만 그녀 자신도 누구를 도울 형편은 아니다.

    그녀의 직업이 그럴 뿐.

    하지만 헬렌은 스스로 자신이 남들을 잘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야들의 자살을 견디게 양부모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떠나온 집을 향한다.

     

    이 이야기의 리뷰를 쓰기가 참 어렵다.

    나는 아직도 헬렌을 다 이해하지 못했기에.

     

    입양아로서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았던 헬렌의 성격이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어딘가 계속 불안해 보이고, 그녀의 생각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매사가 비판적이고, 회피적인 성격과 양부모는 물론 예전 학교 친구들이나 이웃들과의 교류도 편하지 않은 헬렌의 성격은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어쨌든 헬렌은 남동생의 죽음을 파헤쳐야 한다는 자신만의 의무감으로 동생의 행적을 쫓는다.

    평소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했던 남동생에 대해 알아내기가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게다가 양부모와 친척들 이웃들까지 남동생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얘기하는 게 헬렌에게는 어색하기만 하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처럼 헛소리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이 둘러서서 생전에 알려고도 하지 않은 고인을 띄워주고 안타까운 척하는 형식적인 추모 행사.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내가 뭘 해야 할지 확실히 깨달았다. 반드시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때 그녀석을 알고 이해한 사람은 나뿐이니까.

     

     

    과연 그랬을까?

    그를 이해한 사람이 누나인 헬렌뿐이었을까?

    양아들의 자살을 눈치채지 못했던 양부모의 슬픔은 헬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의 연극이 지겨울 뿐.

    하지만 남동생을 이해하지 못한 건 헬렌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은 것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은 것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도 바로 헬렌이었다.

    그녀 자신만 모를 뿐이었다.

     

    입양아.

    낯선 이들 틈에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항상 다름을 느끼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

    누군가는 모든 걸 부정하는 삶을 택했고, 누군가는 모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살고자 했다.

     

    내 동생은 얌전한 사람이었다. 폭력을 쓴 적이 한 번도 없고, 늘 유순해 보였다. 반면, 나는 폭력적이고 분노로 가득 찼으며, 매일매일 평온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유순한 이는 결국 아무나 택하지 않는 길을 갔다.

    폭력적이고 분노로 가득한 이는 홀로 남겨져 세상을 대해야 했다.

     

    어디에서든 이방인의 타이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이지만 가족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슬픔을 숭고한 사랑으로 흩뿌리며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

    자신의 한을 온몸으로 발산하며 사람들의 호의와 관심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도, 내가 그런 입장에 놓여 본 적도 없어서 그 모순된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시야를 넓혀 더 큰 그림을 보지 않으면, 한없이 무의미하게 쳇바퀴 도는 삶에 갇힐지도 몰라. 지속해서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지 않으면 옴짝달싹 못하게 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조차도 자신의 틀에서 밖에는 볼 수 없고, 보지 못한다.

    자신 보다 어른이 먼저 된 동생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게 된 헬렌의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다.

    결국 그곳에서 혼자 남은 건 그녀였으니까.

     

    그건 어른의 해법이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른이 된 내 동생의 해법.

     

     

    한국인일 수도, 미국인일 수도 없는 아웃사이더.

    홀로 남은 헬렌은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며 살게 될까?

     

    버려졌다는 상처는 아무리 안온한 울타리에 남겨졌어도 치유되지 않는 것이가 보다.

    이곳도, 저곳도, 이쪽 사람도, 저쪽 사람도.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여전히.

     

     

     

  •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Sorry to Disrupt the peace녀석의 죽음, 나를 괴롭히는 죽음동생의 자살 경위와 살...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Sorry to Disrupt the peace

    녀석의 죽음, 나를 괴롭히는 죽음
    동생의 자살 경위와 살아갈 의지를 잃은 까닥을 조사하고,
    단서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단서와 실마리가 감춰져있을 것이다.
    그 패턴의 수수께끼를 풀고,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야한다.

    생의 철학자 니체
    '삶이란 성쟁해려는 본능, 생존하려는 본능,
    힘을 축적하려는 본능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하려는 일은 아주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약간의 자각은 아주 생산적인 도구이다.

    내 뇌가 두개골 안에서 아주 열심히 작동했다. 조사에 대한 기대가 이미 뇌 안쪽에 뿌리내렸다.

    이론적으로 나는 늘 윤리적 행위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테면 어떻게 살 것 인가, 무엇을 할 것 인가. 나는 내가 뭔가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재능과 소질을 개발했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재능이나 소질따위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작고 볼품없는 아기로 태어났지만 길고 평범한 세월을 지나 고결한 여자가 되어 선량한 존재로 변모했다.

    너희 둘 다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 능력이 있단다. 두 사람은 우리에게 말했다. 상상력만 있으면 돼.

    뭔가에 너무 몰두하면, 같은 일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 길을 벗어나 완전히 이탈 할 수도 있어.

    양부모와의 관계에서 짜증이 나던 헬렌. 유년기 내내 또 성인이 된 후로도 왜 행복하지않냐고 물어보는 양부모는 가족을 항상 부끄러워한다고 거짓말 하지 말라하고, 늘 극적으로 과장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대학에 갔다고 무엇보다 대학에 간 이유조차 과장하는 재주를 갈고 닦으려고 갔다 생각하는 양부모. 어떻게 양부모라는 사람이 이런 가치관과 생각을 가질수 있는 건지 유년기 시절때부터 얼마나 삶이 무의미하고 우울했는지 간접적으로 책 한권 읽는 내내 느껴질 수 있었다. 헬렌의 양부모 같은 부모라는 자격 없는 존재가 사실 생각보다 꽤 존재한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직시하고있고 매년 경험하는 내 입장에선 안타까운 현실이라 생각이든다. 헬렌의 생명력은 밀물과 썰물, 밀물과 썰물이 되풀이 하는 삶이였을 것 같다. 죽으면 인간으로 사는 삶도 끝인데 말이다.

  • 솔직하나 어딘지 모르나 비참한 느낌이 드는 소설. 자살한 남동생의 자취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그의 동생이 남긴 무언...

    솔직하나 어딘지 모르나 비참한 느낌이 드는 소설. 자살한 남동생의 자취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그의 동생이 남긴 무언의 유서를 찾으려 한다. 남동생은 왜 자살한 것일까? 그의 삶의 어떤 허점이 그를 옥죄여 온것일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나에게 용서를 바라지마. 용서가 필요하다면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도록 해. 끝내 생을 저버린 너에게도, 무언의 유서를 찾는 나에게도 이 밤은 평온하기를' 이런 메세지를 주는 소설이다. 문체는 냉소적이고 이국적이지만 곳곳에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 새겨져있다. 입양되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고독과 곁에 가족이 있는데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유약하기 때문에 그렇다. 삶은 단편적이지 않고 모든 행운의 요소가 한 사람에게 주어진데도 그 사람은 불행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 삶을 지속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 타인을 용서할 것인지, 그 전에 나를 용서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 작가의 이름은 패티 '유미' 코트렐. 아마 이미 작가 소개를 읽어 알고 있어서 그런가 어쩐지 미들네임인 '유미'가 한...

    작가의 이름은 패티 '유미' 코트렐. 아마 이미 작가 소개를 읽어 알고 있어서 그런가 어쩐지 미들네임인 '유미'가 한국인으로서 너무 익숙하기만 하다. 작가는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헬렌은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5년만에 유년기 시절의 집으로 돌아간다. 피가 섞여있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헬렌에게는 역시 한국에서 입양된 남동생은 그나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동생이 죽었다.

    무엇이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친절한' 헬렌은 직접 나서서 동생의 죽음을 밝혀 내겠다고 다짐하며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향한다. 과연 오랜만에 보는 양부모는 자신을 어떻게 반겨줄까? 그러나 헬렌을 본 부모님의 반응은 그리 따스한 풍경이 아니었다. 꽤나 뜻밖이라는 듯이, '왜 왔지?'라는 듯이 부모님을 헬렌을 맞이했다.

    헬렌에게서 유년시절의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어쩌면 암울함과 절망의 연속이였기 때문에 집을 떠난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을 테지. 부모님의 꽉 막힌 절약과 강압적인 신앙심 아래서 억압된 삶을 살았다. 게다가 헬렌과 남동생은 동양인, 수많은 사람들의 인종차별을 끊임없이 받아냈다. 그런 시절을 살아오다가, 끝끝내 남동생은 자살을 선택했다.


    사실 읽으면서 헬렌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이 너무나도 의식의 흐름처럼 느껴져서 꽤나 복잡한 글이었다. 그리 깨끗하지 않은 서사와 알기 힘든 헬렌의 성격에 뭔가 불편한 글이었다. 그러나 읽을 수록 묘하게 끊을 수 없는 이야기.

    남동생은 컴퓨터 휴지통에 자신이 쓴 글을 남겼다. 실수로 지우지 못한 것일까, 혹은 일부러 남겨 둔 것일까. 남동생의 글은 꽤나 마음 아리게 다가온다.

    헬렌의 남동생은 헬렌에게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헬렌은 매몰차게 말하며 꿈에서 깨라는 듯이 상처만 남겼다. 하지만 남동생은 아무도 모르게 친엄마를 찾았고, 한국에 갔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친엄마와의 만남을 바로 코 앞에 두고 남동생은 도망치듯이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꾸준히 병원을 다녔던 아이, 10대의 끝자락에서 부터 그저 죽음만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 그것이 헬렌의 남동생이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쭈욱 살아온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며,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이고,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죽음다. 그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을까. 어디를 가도 또 다시 버려지고 겉돌아야 하는 삶이었을까.


    솔직히 읽으면서 그리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덮고나니 생각난다.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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