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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 규격外
ISBN-10 : 8936438085
ISBN-13 : 9788936438081
천진 시절 중고
저자 금희 | 출판사 창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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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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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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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열정의 시절을 통과하는 청춘들, 그 사랑을 향한 예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일상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시대상을 빼어난 통찰과 흥미로운 서사로 담아내는 금희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 『천진 시절』이 출간되었다. 최근 창비가 새롭게 선보인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신작이다.
중국 길림성 출신으로 2007년 『연변문학』에서 주관하는 윤동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한 금희 작가는 『창작과비평』 2014년 봄호에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처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출간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이 2016년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될 정도로 단숨에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주목받았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로서의 근대라는 폭넓은 범주 속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을 형상화”한 작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을 포함하여 ‘더 잘살기 위해서’ 여러 나라를 가로지르는 자발적인 이동의 삶”을 포착하는 작가라는 평가(백지연)에 걸맞게 『천진 시절』 역시 생존과 꿈, 그리고 욕망을 주된 주제로 삼아 너른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며 활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저자소개

저자 : 금희
2007년 『연변문학』 주관 윤동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2014년 『창작과비평』에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이 있다. 2016년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제1부
제2부

해설 | 한영인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정숙과의 만남이 있기 전의 이틀, 그리고 그 뒤의 하루 동안 나는 까맣게 잊고 살았던 한 시절?1998년의 천진(天津), 무슬림들이 많이 모여 살던 북진구, ‘대외로는 개방하고 대내로는 개혁하자’는 등(등소평)의 이념이 유례없이 뜨겁고 처절한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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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과의 만남이 있기 전의 이틀, 그리고 그 뒤의 하루 동안 나는 까맣게 잊고 살았던 한 시절?1998년의 천진(天津), 무슬림들이 많이 모여 살던 북진구, ‘대외로는 개방하고 대내로는 개혁하자’는 등(등소평)의 이념이 유례없이 뜨겁고 처절한 가운데 심천을 필두로 한 연해 도시들이 외자 유치에 눈부신 성과를 보이던 그 혁명적인 시간 속에서 다시 사는 듯했다. (12면)

나는 그녀, 젊은 ‘상아’ 앞 점점 커져가는 해바라기씨 껍질 무지에 잔잔한 슬픔 같은 것을 느꼈다. 불과 몇시간 전에 고향을 떠났으며, 그로부터 아마 영원히 고향을 떠나게 될 그 시절의 내가 느끼는 흥분과 애틋함과 슬픔, 그리고 곧 도착할 낯선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바로 그 해바라기씨 껍질 무지와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젊고 단순하고 생명력 넘치는 열정의 시절이었다. (15면)

남산촌을 개척한 원로 촌장이자 가장 먼저 외화벌이를 나간 6소대 최갑부 집안 대봉이네 벽돌집이 우리 앞집이었다. 대봉이네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선 벽돌집이 애화네였고 육계 수백마리를 기르던 조대장은 애화네 앞집, 7소대로 가는 길목의 동네 유일한 구멍가게는 봉금네 것이었다. 유치원 선생님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나의 단짝 연실이, 그리고 어린 나와 손잡고 새 신부를 보려고 달리던 말괄량이 복희가 생각난다. 그래, 그 황홀하게 아름다운 신부 이야기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 (24면)

그러나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할 수 있을까? 에덴에 남겨진 단 한명의 남자와 단 한명의 여자 같은 경우.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고 절대적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유일하게 실재를 확인할 수 있는 낯익은 상대와 함께함으로 그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 친밀감, 의지하고 싶은 감정…… 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32면)

우리는 대체 몇년을 더 해야 미스 신만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싸구려 옷가지들을 비닐봉지에 넣고 버스에 앉아 돌아오면서 나와 정숙은 그런 생각들을 했다. (141면)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15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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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생동하는 시공간, 먼 곳에서 전해지는 보편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강렬한 개성 중국 동북 지방 출신으로 한국에서 만난 남편과 살림을 꾸린 주인공 ‘상아’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를 찾았다가 뜻밖에도 20년 전 가깝게 지낸 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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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시공간, 먼 곳에서 전해지는 보편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강렬한 개성

중국 동북 지방 출신으로 한국에서 만난 남편과 살림을 꾸린 주인공 ‘상아’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를 찾았다가 뜻밖에도 20년 전 가깝게 지낸 정숙 언니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지난날을 묻어둔 채 평범하게 살고 있던 상아는 정숙 언니의 연락을 계기로 그 열정의 시기, 꿈과 포부로 가득해 대도시 천진으로 올라왔던 1998년의 한 시절을 돌이켜보게 된다.
상아는 어릴 적 동창 ‘무군’을 고향 마을에서 재회한 뒤 부지불식간에 그와 약혼 관계에까지 이른다. 그것은 일자리를 찾아 무군과 함께 천진으로 향하게 된 상아가 어쩔 수 없이 감당하게 된 선택이기도 하다. 상아는 ‘회사’라는 곳에 발을 디딘 기대감으로 무군과의 생활에 익숙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사랑일까’를 계속해서 자문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알아가면서도 그보다 더 크게 다가드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은 상아의 존재를 점차 뒤흔든다.
작품은 중년에 이르러 삶의 관조를 얻게 된 현재의 상아와 대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동경하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그 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에 좌충우돌하는 청춘의 상아를 계속해서 교차해 보여주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천진 시절’은 말 그대로 천진(天津)이라는 공간에서 보낸 한때를 가리키는 동시에 노동과 돈을 둘러싼 애환을 절감하고, 사랑의 의미 혹은 효능에 대해 고뇌하면서 통과하게 되는 보편적인 청춘의 시절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1998년 무렵의 천진이라는 시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90년대 개혁개방시대를 맞이한 중국의 당시 생활상, 그리고 그 속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해가는 조선족 청년들의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진다. 우리 소설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장면인바, 그 자체로 흥미롭고 귀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속에서 상아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의 다양한 개성 또한 유별나다.
그런가 하면 문화혁명기부터 개혁개방 시기를 맞이하기까지 상아가 나고 자란 중국 동북부 ‘남산촌’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공감될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동시에 중국 특유의 정취를 뿜어냄으로써 대도시 천진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흥미를 선사한다. 요컨대 이 소설은 중국에 앞서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한 우리에게 익숙함과 신선함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돌아서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높이 솟은 ‘천진역’이란 글자를 올려다본다. 로켓 모양의 짧은 원기둥 사면으로 까만색 시계가 붙어 있는 조형물이었다. 마중을 나온 무군의 큰누나는 두 사람을 이끌고 천진역 광장에 있는 영안백화점 안으로 질러간다. 낮은 천장,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정장을 입은 마네킹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 무군의 누나를 따라 영안백화점 뒷문을 빠져나올 때 나는 내가 그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83면)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의 의미를 묻는 이들, 시대와 역사의 표정을 닮다

일상에 안주하며 누리는 소박한 행복에 만족하지 못한 채 고뇌하던 상아는 끝내 어떤 결단을 내린다. 그로부터 20여년, 상아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천진 시절을 다시 꺼내게 만든 정숙과 재회한다. 상아에게 그 시절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묻는다. “만약이라는 게 없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다시 한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175면)
“미래를 향해 흐르는 삶의 물결에서 봉인된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걸”(한영인 해설) 이 소설은 말해준다. 시대 현실과 인물들이 함께 호흡하는 가운데 사랑과 인생을 강물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천진 시절』은 격동하는 청춘의 시절을 담아낸 또 하나의 아름답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그토록 붐비는 광장에서 나의 귓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심장이 툭툭 뛰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그것은 끝난 사랑에 예의를 표하는 진실한 고백이었다.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19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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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천진 시절 | kk**dol8 | 2020.06.0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맑은 ...

    맑은 고딕"; font-size: 11pt; line-height: 32.6px;">

    남산촌을 개척한 원로 촌장이자 가장 먼저 외화벌이를 나간 6소대 최갑부 집안 대봉이네 벽돌집이 우리 앞집이었다.대봉이네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선 벽돌집이 애화네였고 육계 수백마리를 기르던 조대장은 애화네 앞집, 7소대로 가는 길목의 동네 유일한 구멍가게는 봉금네 것이었다. (-24-)


    처가 식구들의 응원 소리 속에 금성은 임신전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신부를 약간 힘들게 업고 나갔다.현관문에 이르러 신랑의 구두 한짝이 없어진 사실이 드러났는데 그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아이는 그전 아이들보다 배로 돈을 얻었다. (-39-)


    무군은 삼륜차.나는 자전거에 올라앉아 능금같이 무르익은 석양을 향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남산촌으로 내려갔다.같은 반 친구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그 시절의 그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중요한 사건들을 추억했다. (-65-)


    기분이 이상해진 건 그때부터였다. 둘 사이에 스킨십이 전혀 없엇던 것은 아니지만 단둘이 한 방에, 한 침대 위에 앉은 느낌은 생경했다.무군이 너무 가까이 앉은 것 같아서 나는 어딘가 위압감을 느꼈다.저리로 가, 떨어져 앉아 하고 내가 무군을 살짝 밀쳤다.무군은 약간 부자연스럽게, 애써 노력하는 듯이 웃어 보였다. (-103-)


    늘씬한 몸매와 시원시원한 용모, 한족이라고 착각하게 할 만한 유창한 중국어,그리고 구사장의 억양을 빼닮은 한국어투....겨우 스물예닐곱살의 미스 신은 덕광전자의 직원 중 어느 누구보다 오래 회사에 있어온 사람이었다.아니 , 회사가 설립되지 전부터 구사장을 만났다고 하니 사실은 창업 맴버인 셈이었다. (-145-)


    첫차에 올라̕아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어느센가 달려온 무군을 보았다.차창 바깥에서 무군은 높은 버스 의자 위에 앉은 나를 올려다 보았다.오래전 어느 점심 때,까만 인민복을 입었던 더부룩한 머리의 소년이 말했다.
    -네가 상아란 말이지?
    소년의 눈이 상아를 향해 반짝반짝 쟁글쟁글 웃고 있었다.소년은 그녀 너머에 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상아를 보고 있었다.(-171-)


    1998년의 어느날, 상아는 가난하고 가망없는 고향을 떠나 큰 도시에서 미래를 개척한다는 흥분과 함께,그럼에도 어딘지 마음에 차지 않는 무군과 짝지어졌다는 우울을 동반한 채 기차를 타고 천진으로 향하게 된다. (-201-)


    금희의 <천진 시절>은 조선족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개혁개방의 중국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무슬림이 머물러 있는 중국의 시골 남산촌을 배경으로 하여, 상아와 무군은 서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함께 인연이 되었던 건 무군의 누나 때문이었다.농촌에서의 삶,고향이 아닌 도시로 간다는 것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와야 한다. 1990년대 후반 등소평 체제의 중국은 개혁개방의 물결을 중국사회에 구축해 나갔으며, 그들은 낙후되고,자급자족적인 고향에서 탈피해 도시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무군과 상아가 동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그 시절의 모습과 일치하고 있었다. 도시에 터를 잡고 혼자서 일을 해 나가기에는 상아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많은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군의 누나는 바로 그런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천진의 덕광전자에서, 두 사람은 함께 한 집에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적인 인연이었다. 그들의 생경한 분위기 속에서 상아와 무군은 약혼을 하게 되고, 노총각 딱지를 뗀 상아의 남동생 금성의 결혼식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고향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문호개방 속에서 그들의 삶이 많이 달라졌음을 금성의 결혼식에서 상아는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삼륜차가 아닌 잦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그들의 옷차림과 문화는 그들의 일상 속에 묻어나 있었다.


    금성의 결혼식, 정숙과 상아의 만남, 그들은 서로 자신만의 과거 속에 갇혀 있었다. 그 과거의 모습을 작가는 '천진 시절'이라 부르고 있었다. 시골스럽고, 닭과 돼지가 있고,구멍가게가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있었던 그 공간, 그 공간이 상해로 옮겨가게 된다. 지극히 낭만적이면서도, 상아와 정숙은 서로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순 있어도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팍팍한 삶을 다시 살아간다는 또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과 각자의 인생 이야기, 그 안에서 정숙의 삶이 있었고,상아의 인생이 공존하고 있었다. 인민복장의 중국인들의 옷차림이 점차 현대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그 모습들, 중국 속에서 느껴지는 공동리 공순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비타협적이며,투쟁적인 공돌이, 공순이가 아니었다. 작가는 바로 그런 중국사회의 모습들, 농촌에서 도시로, 농업에서  경공업으로 바뀌면서,그들의 내밀한 삶,가치관, 문화도 함께 바뀐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 천진 시절 | in**effy | 2020.01.3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천진 시절 -금희 소설  /  창비   ...

    천진 시절

    -금희 소설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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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상아'.

    1998년 대도시 천진의 한 시절.

    생각해보면 나도 IMF로 몰락한 우리 가족의 운명적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엄청 공생했던 한 시절이 그즈음이었지 싶다. 95학번이었던 내가 1년을 마친 후 휴학을 하고 96년도에 홀로 타지로 향했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점은 나는 역으로 도피하듯 오른 미국 유학의 길이었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 연락만 간신히 취했던 시절이었다. 시대가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산업화된 사회적 시스템의 허락에 따라 여성들의 지위와 위치가 달라졌고 이 간극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다양한 세대들의 삶을 엿볼수 있다. 

    상아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차 상해를 찾았고 오랜 시간 소식이 없던 정숙 언니로부터 우연찮게 연락을 받았다.

    상아는 그 시절로 부터 이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 천진 시절을 돌이켜 보며 지나 온 격동의 세월을 차분히 말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의 변화는 결국 상아의 결단을 이끌어 냈지만 한계가 있었다.

    상아는 어릴 적 동창생에 지나지 않았던 ‘무군’을 고향에서 다시 만난 후 얼떨결에 무군과 약혼을 하게 돼버렸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대도시로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기는 하나 갑작스러운 생활의 변화는 상아로 하여금 일과 사랑을 진중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상아는 처음엔 무군과의 관계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 사앙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 소속 되어 돈을 벌고 무군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이런게 사랑인가 싶다가도 뭔가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없는 욕망라는 것이 움트고 있음을 느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상아 말고도 같은 공간 다르게 살아가는 여성 인물들의 삶을 통해 돈과 명예욕, 물질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이전 그녀들의 선택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해석하고 의미를 적용하는 길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인 것이다.

     

    상아는 돌아서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높이 솟은 ‘천진역’이란 글자를 올려다본다. 로켓 모양의 짧은 원기둥 사면으로 까만색 시계가 붙어 있는 조형물이었다. 마중을 나온 무군의 큰누나는 두 사람을 이끌고 천진역 광장에 있는 영안백화점 안으로 질러간다. 낮은 천장,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정장을 입은 마네킹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 무군의 누나를 따라 영안백화점 뒷문을 빠져나올 때 나는 내가 그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83p.

     

    상아가 겪을 무질서와 혼란의 시간이 아름다운 청춘의 시대에 어떤 결정을 가져다 줄지 알 수 없지만 기회와 열중을 위해 살기 원하는 야욕을 함께 공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155p.

  • 드디어 나왔어야 할 소설이 나왔다. 어떤 비평가가 다른 책과 관련해서 한 말이기는 하지만, 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

    드디어 나왔어야 할 소설이 나왔다. 어떤 비평가가 다른 책과 관련해서 한 말이기는 하지만, 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천진시절>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해 본다. 드디어 나왔어야 할 소설이 나왔다. 이건 이 소설이 조선족 출신의 작가 금희가 중국 동포(조선족)에 대해 쓴 특이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디에든 존재하는 실재하는 욕망들과, 그 욕망을 가지고 삶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여성들의 이야기라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상아는 어느날 그리 달갑지 않은 과거의 이름, 정숙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우리, 한 번 만나야 하는 거 아냐?" (9쪽). 친밀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당위로 가득찬 그 질문에 유쾌하지 않지만 필연적으로 연락이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천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에게도 그런 가슴 뜨거웠떤 시절이 있었고

    나의 청춘이 꽤 드라마틱한 시대 속에서 연출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천진 시절>(금희), p.14

     

    중국을 채우던 모택동의 사회주의도 세계적인 자본주의 흐름에서 비껴가지 못하였다. 이미 가시적이고 피부로 느껴지는 새로운 움직임이었고, 상아 또한 그 시절의 젊은이였다. "연해 도시에서는 하룻밤 자고 나면 새 외자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섰고", "더 비싸게 인력을 팔고 싶어하는 농어촌의 젊은이와 어쩔 수 없는 인원 감축으로 철밥통에서 밀려나게 된 북방 도시의 노동자들이 밀물처럼 그곳으로 흘러들어 새 회사의 사무실과 공장을 넘쳐나게 메워주었다."(13쪽).

    가난한 시골 생활에서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천진으로의 이동은 무척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편으로는 상아의 첫 번째 '삶의 경계 가로지르기'는 어릴 때부터 왜인지 찝찝하게 느껴졌던 무군, 상아에게 호감을 보여 왔던 무군과 함께 '세트'로 진행되어버린다. 그렇게 공장에서 무군과 함께 지내며 밤에는 조용히 밤일을 치르고, 낮에는 일을 배우며 '천진시절'이 시작된다. 상아와 함께 지내는 방을 마치 신혼부부의 방처럼 꾸미고 애정을 쏟는 무군과 상아는 조금 달랐다. 상아는 남의 일 보듯 무군과 무군이 꾸미는 공장 기숙사 방을 지켜보았다. 상아도 처음에는 따뜻하고 섬세하게 사랑을 쏟는 무군의 애정에 응답하려고 노력하지만, 무군과 여유롭고 화려한 삶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공허한 마음을 느낀다. 그맘 때쯤, 상아가 공장에서 만난 정숙도 연인 희철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사이의 거래는 어떻게 보면 더 깨끗해. 서로가 원하는 게 분명하니까.

    난 그 사람의 가정에 관심이 없어. 그 사람도 내 훗날의 인생에 신경 쓰지 않을 거고. 우리는 필요한 만큼 함께하겠지.

    <천진시절>(금희), p.150

     

    그 즈음 만난 친구 하춘란은 상아와 정숙에게 욕망을 일깨우는 자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천박하고 성적으로 문란해 보일지라도 가난한 생을 벗어나기 위해 욕망에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간다. 춘란과의 만남은 상아와 정숙이 자신의 욕망에 보다 솔직해지고 결국은 함께하던 남자 애인들과 결별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금 더 나은 조건으로 정숙과 상아는 자신의 욕망을 좇아 살아가게 되고, 각자 가정을 꾸리고 안정이되어갈 무렵, 그러니까 어느덧 '천진 시절'을 잊게 되었을 무렵 정숙과 상아는 다시금 '천진시절'을 호출한다. 그 시절을.

     

     

    경계를 가로지르는 사람들

    상아와 정숙, 그리고 춘란은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다. 아니, 경계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이다. 경계를 '넘다'와 '가로지르다'의 차이가 있다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넘는' 행위는 월담 행위가 떠오르면서 비밀스럽고 사적인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로지르는' 행위는 사적인 경계 넘기에서 나아가 그것이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행위이며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과감한 행위처럼 여겨진다.

    한영인 평론가는 평론 <그녀의 천진 시절>에서 이 이야기가 정든 고향을 떠나는 여성들의 '탈향' 서사라고 말한다. 그말인 즉슨 <천진시절>은 고향의 경계를 넘어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상아, 정숙, 춘란 등 3명의 여성 인물로 상징되는 탈향은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변동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단순히 고향에서 채울 수 없었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존 방법으로써 탈향을 선택했다는 해석은 충분하지 않다. 급변하는 시대와 그 시대적 요구에 개인적인 자아 실현 욕망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들 1세대 여성 탈향자들의 경계 이탈은 단순히 '넘기'가 아닌 '가로지르기'로 후대 여성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지표가 되어 준다.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경계를 가로지르기

    한편, 상아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무군의 삶과 자신의 삶이 마치 '세트'처럼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느낀다. 한영인 평론가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이는 "무군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천진으로 대표되는 도시에의 접근이 여의치 않았던 사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쩐지 낯설지 않다. 여성들이 거리에 나서려면 반드시 남성 부양자나 정 안 되면 아들이라도 보호자로 데리고 다녀야 했던 한국땅의 역사와도 비슷하다. 가정을 지키는 일이 여성들에게 의무처럼 여겨졌고, 소위 바깥 일은 남성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여겼으므로 상아는 무군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경계를 가로지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춘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춘란의 그것이 조금 성적으로 개방적이어 보인다는 것이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능력 있는 남성을 통해서만이 경제적 신분 상승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므로 춘란의 욕망은 오히려 솔직하다.

     

     

     

    욕망은 죄가 없다

    "언니, 언니는 후회 같은 거 해본 적 있어요? 만약이라는 게 없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다시 한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글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니,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한번 선택하라고 해도 그렇게 살았을 거야."(p.175)

    언니에게 물어보는 질문 같지만, 사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질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옳았다고 믿고 싶은 상아의 물음이었다.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는 말이 단호한만큼 욕망을 좇는 행위에 죄를 물을 수 없다. 특히나 앞서 '드디어 나와야 했던 책이 나왔다'고 말했던 것처럼 여성들이 탈향하여 솔직하게 욕망을 좇아 나가는 서사에는 관대하게 대하고 싶다.

    물론 욕망을 좇아나가는 과정에서 상아를 진실되게 사랑했던 무군, 그리고 정숙이를 아꼈던 희철은 그녀들이 떠나감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랑하던 사람의 미래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걸림돌이 되어버렸다는 자각은 얼마나 아팠을까. 하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형태의 사랑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 상아는 '무군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회고했다.헤어진 사랑에도 윤리가 있어야 한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연애 상대를 따뜻하게 추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천진시절, 우리 시절

    <천진시절>에서 지금 우리 시절을 본다. 우선 나부터가 살던 시골 고향 동네에서 벗어나,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올라와 욕망을 (?) 실현하며 살고 있다. 나의 친구들은 탈향에서 더 나아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고도 한다. 그 말인 즉, <천진시절>은 그때 그 시절이기도 하지만, 지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반복되어 재현되는 서사다. 어느 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초국가적인 현상이다. 제각기 다른 방법인 것도 비슷하며 그 방법 자체도 유사하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점점 더 공고해지는 듯하다. 자유로운 시장이라지만 신분 상승의 기회는 가진 자본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 게다가 여성들의 경우 더욱 제한되어 있어서 남성들을 경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듯 소위 '윗선'에 서기 위해 남성인 사장과 부장의 권력을 이용해야만 한다. 크게 다른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금희 작가의 장편 <천진시절>은 더 값지고, 반드시 나왔어야 하는 소설이다.

     

     

    2020.01.31

     
     

  • 천진 시절 | po**su18 | 2020.01.3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창비에서 펴내는 소설을 좋아한다. ...

    창비에서 펴내는 소설을 좋아한다.

    아몬드를 첨 읽었을때의 충격이 가시기도전에,

    박상영의 대도시사랑법을 읽고 창비출판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천진 시절이라는 창비에서 펴낸 소설책의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운좋게도 책을 받아 보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소설책을 읽었다.

    책은 1부,2부로 나뉜다.

    아담한 사이즈의 책은 200페이지 정도인데,

    생각보다 1부를 읽는데 진도가 안나가더라.

    천진은 중국의 지역인데,

    작가또한 조선족이라 그런가 우리네랑 비슷한듯 하면서도

    아닌 그래서 1부에는 몰입감이 조금 떨어졌는데,

    2부에 들어가면서는 한번에 다 읽었다.

    주인공 상아,

    상아의 이름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탄생하게 된 배경이,,

    상아를 낳자마자 할아버지의 눈에 뛴 것이 공교롭게도 바로 도배지로

    안방 벽에 붙인 신문지 속의 상아분월도였다.

    월궁선녀 상아란, 하늘에 있는 여신의 이름이라니 그보다 더 적합한 것이 어디 있으랴

    선량한 할어버지는 무릎을 탁 치면서 김상아 어떻소,,

    해서 상아라고 지어지게 되고,

    살면서 그 이름때문에 엄청난 놀림과 에피소드가 함께한다.

    나는 좋기만 한데, 주인공은 그게 부끄러웠나보더라.

    시대적 배경이 지금보다는 좀 더 오래된 시절,

    가난이 지긋지긋한 사회에 남성우월주의 분위기 까지 더해져

    한마디로 사랑보다는 먹고사는게 더 중요한 시대.

    그시절,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입에 풀칠하고 살기 바쁜 그시절속에서

    상아는 어릴때 같이 학교에 다니던,더 가난한 무군과 어떨결에

    엮여 약혼자로 정해져 누나가 일하는천진으로 같이 직업을 구해서 떠나게 된다.

    천진에서 상아와 무군은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회사가 내어주는 자그마한 방에서 같이 지내게 된다.

    신혼의 설렘같은 느낌도 잠시,

    상아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팔고, 또 사도, 이튼날이면 언제 그랬냐 싶게

    또 다시 살아내야 할 삶이 찾아오는것에 회의를 느끼게된다.

    아무런 욕심없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만 하는 무군에게도 점점 마음이

    멀어져가면서 다른 삶을 꿈꾸게 되고,

    결국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내면서 무군과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낳고,

    무군과 같은 회사에서 일할때 친하게 지내던 정숙과 우연히

    연락이 닿게되 만나게 되면서

    예전일을 추억하면서,

    무군을 다시 생각하며 사랑이란걸 느끼게 되지만,

    결국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될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연이란 말이 생겨난걸까,

    그때 이랬더라면 아니였다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시절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선택을 한것이기에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해서 그선택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의 정신 상태로 그대로 옛날로 돌아가면 또 다른선택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읽을때보다 다시 생각을 정리하면서 더 좋아지는 소설이였다.

     

     

  • 여성은 언제나 탈향한다. 고향으로부터, 부모로부터, 관습과 불합리에서,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하던 모든 것에서 탈향해야 한다...

    여성은 언제나 탈향한다. 고향으로부터, 부모로부터, 관습과 불합리에서,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하던 모든 것에서 탈향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매일 아침 어제로부터 떠나기 위해 신발을 고쳐 신어야 한다. 여성의 공간은 집이 아닌 길이다. 우린 계속, 가야한다.

     

    한번 떠난 고향은 어떻게 해도 돌아갈 수 없다.

    그 고향 내 부모의 집에 누워도, 그곳은 이미 떠나기 전의 그곳이 아니다.

     

    엄마는 도시로 가야한다고 했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도시에 가서 큰 곳에 살아야 한다고.

    모든 자식에게 이런 말을 했겠지만 딸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사람처럼 살고 싶다면 여기에 있지 말아야한다고.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하겠지만 글쎄, 나는 그 곳을 떠나서야 아주 조금 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떠나면서 느꼈던 그 모호한 버려짐의 기분은 뭐였을까? 힘차게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동시에 등을 밀려 ̫겨나는 그 기분 말이다.

    금희 작가의 천진 시절은 바로 그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만 느낀 감정이 아니라고. 다들 그랬고, 또 그래도 괜찮다고. 그랬어도 그러지 않았어도 결국 우린 어디서라도 떠났어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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