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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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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쪽 | A5
ISBN-10 : 8939205286
ISBN-13 : 9788939205284
돼지들에게 중고
저자 최영미 | 출판사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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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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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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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인이 7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돼지들에게」.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을 담고 있는 이번 시집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시인 특유의 정열적인 탐구가 풍자의 형식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시집은 풍자의 형식을 구현하고 있는 '돼지들에게' 연작과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시편, 그리고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고 있는 서정시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돼지들에게」는 일상과 밀착된 살아 있는 비유, 노래처럼 흐르는 자연스러운 운율과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시어가 날카로운 풍자와 서정적인 감성, 그리고 세련된 농담으로 다채롭게 변주된다.

저자소개

목차

1부 순진의 시련
돼지들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여우
돼지의 변신
비극의 시작
여우와 진주의 러브스토리
돼지의 본질
권위란 2
앵무새들
Korea Air

2부 내 영혼의 수몰지구
대화상대
햇빛속의 여인
서울의 방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
황혼
알겠니?
바람 부는 날
한국영화를 위하여
서른 아홉
옛날 시인
세기말, 제기랄
최소한의 자존심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
축구는 내게?
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
축구와 정치
남북축구대회에 나타난 반공의 딸
닮은 꼴
인생보다 진실한 게임
공은 기다리는 곳에는 오지 않는다
나는 왜 수비수가 되었다
인간의 두 부류

4부 달리는 폐허 위에서
노트르담의 오르간
베르사유의 가을
발자크의 집을 다녀와
베니스의 유령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외국어로 고백하기
지중해의 노을

5부 짐승의 시간,인간의 시간
건널목을 건너며
44년 전의 오늘
이장
대학 시절 사진을 달라는 기자에게
산과 바다
시대의 우울
권력의 얼굴
짐승의 시간
육체와 영혼에 대한 어떤 문답
눈 감고 헤엄치기

시인의 말
발표지면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7년 만에 신작 시집을 내놓았다. 기존 시집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특징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시인 특유의 정열적인 탐구가 풍자의 형식으로 완성됐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서정적인 감성, 그리고 세련된 농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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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7년 만에 신작 시집을 내놓았다. 기존 시집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특징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시인 특유의 정열적인 탐구가 풍자의 형식으로 완성됐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서정적인 감성, 그리고 세련된 농담으로 다채롭게 변주되는 시들은 한 편의 황홀한 교향악처럼 우리를 매혹시키며 위선적인 한국사회를 공격한다. ?2005년 위선적인 한국 사회에 던지는 불온한 시들의 잔치! 1990년대를 대표했던 시인 최영미가 2005년 겨울,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두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 이후 7년 만이다. 거침없이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는 당당한 목소리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아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신선한 열정으로 가득 찬 시편들을 선보인다. 최영미의 신작 『돼지들에게』에 나타나는 가장 독특한 특징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시인 특유의 정열적인 탐구가 풍자의 형식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펴내는 시집마다에서 대담하고 거침없는 언어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위선적인 한국 사회에 표창을 던지듯 불온한 시들의 잔치를 펼쳐 보인다. 날카로운 풍자와 서정적인 감성, 그리고 세련된 농담으로 다채롭게 변주되는 시들은, 한 편의 황홀한 교향악처럼 우리를 매혹시킨다. 일상과 밀착된 살아 있는 비유, 노래처럼 흐르는 자연스런 운율,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언어를 통해 펼쳐지는 최영미의 시들은 또 한 번 우리를 새로운 시의 진경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 신작 『돼지들에게』는, 크게 나누어보면, 풍자의 형식을 구현하고 있는 ‘돼지들에게’ 연작과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시편, 그리고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고 있는 서정시편 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시집에서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1부 ‘순진의 시련’에 담긴 ‘돼지들에게’ 연작이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을 정직한 언어로 풀어내는 시인이 이 시대의 우화로 선택한 「돼지들에게」를 읽다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한편 뜨끔하기도 한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하나 그건 금이 간 진주./그는 모른다./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돼지들에게」 부분) ‘돼지’와 ‘여우’, 그리고 ‘진주’로 비유되는 탐욕과 교활, 그리고 숨겨진 순수의 구조는 돼지와 여우, 진주의 러브 스토리로 풍자된다(「비극의 시작」, 「여우와 진주의 러브스토리」). 진주를 탐내는 돼지와 여우의 탐욕스러움과 교활함은 진주를 은근히 유혹하는 대목에서 극에 달한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의 풍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우리 시대의 속물성이 결코 타인의 삶을 겨냥한 비판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 우화는 나와 그들, 즉 우리 시대의 어긋난 모럴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에 실린 일련의 시들도 독특하다. 그녀에게 축구는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어느 선수가 심판의 눈을 속였는지,/수천만의 눈이 지켜보는/운동장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으며/위선은 숨을 구석이 없”(「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는 신선한 발견이며, 이미 너무 많은 위선과 거짓으로 덧칠된 세상에서 오로지 축구만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떤 소년도 총을 내려놓고/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순결하고 공정한 장이다. 기꺼이 이 시집의 한 부가 바쳐진 ‘축구’란 장르는 어쩌면 관습을 파괴하고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그녀의 위험스런 모험과 닮은 듯 보이기도 한다. ?피와 땀이 밴 진실한 시 최영미 시인의 시가 읽는 이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강렬하게 흡입되는 것은, 그의 시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일상의 진솔함에서 솟구쳐나온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사랑과 운명, 그리고 근원에 대한 질문은 최영미 시의 근간을 이루며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왔다. 어느덧 사십대에 접어든 그녀의 이번 시집에서 이 궤적은 어떤 형태로 그려지고 있을까. 지난한 일상은 굳은살처럼 더욱 딱딱해지고 몸의 일부가 되어 배겨오지만 그것을 응시하는 시선 또한 더욱 단련돼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고백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강렬한 파문을 일으킨다. 제대로 묻지 않아 비만 오면 파헤쳐지는 과거를,/유해들을 수습해 검은 보자기에 싸서 다시 매장했다./양지 바른 언덕에, 예의를 다해./무덤 위에 고맙게도/파릇파릇 잔디가 돋아/어머니의 눈물을 덮어주었다(「이장(移葬)」 전문) “한 끼의 밥을 위해 건들건들 건널목을 건너”(「건널목을 건너며」) 가는 사십대의 생활이 엄연한 현실로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44년 동안 미역국을 끓여주시는 어머니의 성가신 애정에 콧날이 시큰해지는(「44년 전의 오늘,」) 그런 일상의 힘들이 절망에서 우리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된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시인은 이야기한다. 때문에 “배반당하더라도/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런던의 실비아 플래스」)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열려진 창./바람에 날리는 책장, 남겨진 유고를/그녀인 듯 만지던 남자의 건강한 손./생활의 승리를 목격하고 나는 일어났다.//배반당하더라도/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부분) 실비아 플래스의 자살로 자신의 죽음을 대속하고 이제 시인은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일상의 여행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삶의 다양한 양식들을 발견해내고 그 속에서 숨쉬는 도덕적 경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최영미 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영미 시인에게는 ‘차가우면서 들끓는 시인’, ‘그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시인’ 등등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이 시집 『돼지들에게』의 시들을 읽다가 나는 자칫 그 원고를 떨어트릴 뻔했다”는 신경림 시인의 말처럼, 그의 불온하며 강철처럼 단련된 시들이 이번엔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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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때는 2005년.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해도 헤아림이 불가능한 시절 나온 책을 읽는다. 늘 읽어도 깊은 뜻을 헤아리기 힘들었던 ...

    때는 2005년.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해도 헤아림이 불가능한 시절 나온 책을 읽는다. 늘 읽어도 깊은 뜻을 헤아리기 힘들었던 시라는 장르를 오늘은 왜 읽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접한 하나의 소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마침내 시름은 끝났다. 신음하던 이게 통쾌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다. 모두가 우러러 보았으며,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도 있는 유력한 후보로 칭해지던 이의 민낯을 이런 식으로 알게 될 거라곤 기대치 않았다. 싸움은 외로웠다.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설령 그렇더라도 굳이 이 시점에서 파헤쳐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식의 회의론도 접했다. 사람들은 폭력에, 권력에 관대했다. 왜 아무도 하지 않는 싸움에 시인은 나선 것일까. 세상에 많고 많은 아름다움을 제껴둔 채 자신의 작품에 그날의 일을 담기로 다짐했던 까닭이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나의 시선 또한 폭력이겠지. 왠지 모르게 과격하게 느껴지는 <돼지들에게>라는 시집을 택했다. 묻고 팠던 많은 것들에 대한 대답 대신이었다. 

    누군가는 돼지요, 다른 부류는 여우다. 특정인을 염두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작품 속에서 나는 정확히 둘로 갈린 세상을 만났다. 자신이 돼지인 줄 끝끝내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을 향한 환호가 실상 여우가 빚어낸 허상이라는 걸 영영 알지 못할, 우리는 돼지다. 여우는 돼지를 좌지우지하며 여우인양 만들지만, 세상에 여우는 오직 하나, 자신만 여우여야 한다. 겉으로는 번지르르, 온갖 달콤한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만, 그의 내면은 차갑고도 오만하다.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그는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한다. 자신이 여우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할, 진주는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정의는 오로지 축구장에만 있다 하였다. 여우도 돼지도 타인을 그리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이 축구장이었으면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어느 선수가 심판의 눈을 속였는지, 세상은 참으로 투명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운동장과는 다르다. 위선이 곳곳에서 버젓이 행해진다. 순간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본질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축구의 선함은 언제고 위협받는다. 관중석을 내려다 보며 자신의 번영을 확인하는 권력자, 앞에서 사람들은 작아진다. 하지만 그도 공을 매만지기 위해선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기다려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아니하는 것처럼 절대권력자도 공 앞에선 무기력해진다. 경기장 내부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게임은 행해진다. 굳이 나서야만 한다면 수비수가 되어 싸우리라. 날카롭지만 먼저 상대를 파고드는 강력한 주먹의 소유자는 아니리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 싶었다. 시대가 가만히 있는 걸 반기지 않았다. 혁명과 자유를 향한 부르짖음으로 얼룩졌던 20대 시절의 그는 안타깝지만 사진 한 장으로도 남질 못했다. 무언가에 갇히면 유한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덕에 그는 자유로웠다.

    강력한 메시지 안엔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가득했다. 때는 2005년인데, 그 시절로부터 나아진 측면이 있긴 하던가. 한 마리의 돼지는 꿀꿀거리면서도 자신은 결코 돼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발뺌 외에 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나는 돼지를 부르짖는 여우의 울부짖음을 어색하게 바라본다. 이번에는 속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난 여우가 아니므로 응답한다. 옳은 반응이라 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자가검열에 들어간다.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서는 거대한 파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한 법이다. 차라리 침묵하고, 비굴하다는 평을 듣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어쩔 수 없는 돼지가 되어 저자의 조언을 새겨듣는다. 돼지이므로 돼지답게. 


  • 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어제 밤.무언가를 읽어야겠는데 내 방에 있는 그 많은 읽을 거리 중 내 맘에 쏘옥 드는 게 어쩜 한 권...
    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어제 밤.

    무언가를 읽어야겠는데 내 방에 있는 그 많은 읽을 거리 중 내 맘에 쏘옥 드는 게 어쩜 한 권도 없었다.

    읽다 만 책들이 10권도 넘어 이번 년도 안에 읽을 목록 안에 강제로 집어 넣었는데도 워낙 변덕이 심하니 나도 내 맘을 몰라라 한다.

    지난 번 내게 '롤랑전'을 선물해 준 '사람과 책' 12월호도 가지러 갈 겸 간 광화문 교보문고.

    경허 스님의 '나를 쳐라'도 조금 읽다 보니 사고 싶었고

    김형경의 '사람 풍경'도 리뷰에 실린 대로 매력적이어서 사고 싶었으나

    결국 내 손에 쥔 건 최영미 시인의 '돼지들에게'이다.

    이것도 쪽팔림을 무릅쓰고 이어폰을 환불한 돈 5000원과 교보 사이버캐쉬 잔액을 합쳐 전 재산을 싹싹 긁어 산 것.

    아직 내용도 속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무조건 믿었기 때문에서였다.

    그는 알까.

    단지, '서른, 잔치는 끝났다' 한 권만 읽었을 뿐이었는데, 그 뒤로 그의 팬이 된 한 독자가 이렇게 그의 신간도 덥썩 사 보았다는 것을...

    ...

    아껴두었다가 이따 밤에 읽어야지...

    군데, 오늘 밤은 잠이 잘 오면 우짜지?
     
     
     
    2005.12.07
  • 보관함에 오래 넣어두었던 시집 중의 한 권이다.  ...

    보관함에 오래 넣어두었던 시집 중의 권이다최영미 이름은 낯익다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중의 화제를 모은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사십 대인 나로서 조금 가소로운 기분도 들었다살아봐라, 잔치만 하고 사는 삶이 있는가?

     

    년이 지난 , 그녀는 어떤 심정으로 지내고 있을까 하는 천박한 호기심이 일렁거렸다. 『돼지들에게』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3시집을 구입했다그녀의 책은 처음 접한다.

     

    ***

    (……)

    언제 어디서였는지 나는 잊었다.

    언젠가 몹시 흐리고 피곤한 오후,

    비를 피하려 들어간 오두막에서

    우연히 만난 돼지에게

    (그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나도 몰래 진주를 주었다.

    앞이 보일 만큼 어두웠기에

    나는 그가 돼지인지도 몰랐다.

    그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주머니가 털렸다는 것만 희미하게 알아챘을 .

     

    그날 이후 마리의 배고픈 돼지들이 달려들어

    내게 진주를 달라고 외쳐댔다.

    내가 들은 외면하면

    그들은 내가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우리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진주를 . 내게도 진주를 . 진주를 내놔.”

    정중하게 간청하다 뻔뻔스레 요구했다.

     

     

    (……)

    나는 도망쳤다.

    나는 멀리,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기차를 타고 배에 올랐다.

    그들이 보낸 편지를 찢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번만 달라고……

    - 「돼지들에게」 일부

     

    ***

    마디로, 실망 자체였다우화 형식을 빌린 같은데 <우화시>라고 수도 없고, 그냥 욕설을 조금 순화한 이외에는 어떤 특징도 보이지 않는다.  <떠들기 좋아하는 돼지> <배고픈 돼지> <살찐 돼지> <힘센 돼지> <탐욕스런 돼지> 늑대와 여우까지 데리고 나타나, 시인의 진주를 빼앗으려고 한다 짐승들에게 김수영처럼 직설적으로 욕설을 퍼붓든지…….

     

    ***

    「시작노트」에서 그녀는 <산다는 내게 치욕>이며 <시는 치욕의 강을 건너는 다리 같은 >이라고 한다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84, 비명을 지르며 비명을 삼켜야 했던 입을 내가 잊을까>라는 고백도 나오고, <나는 전두환 노태우 용서할 없다>고도 한다한편으로는 어떤 <선생님> <늙고 노회한 여우>라고 폄하하기도 하고, <관념으로 도배된 자기도취와 감상적 애국> 진보라면 <더러워서! 밑씻개로도 쓰지 않겠다> 극언하기도 한다.

     

    ***

    <잔치가 끝난 뒤에도 설거지 > 그녀는 <제대로 묻지 않아 비만 오면 파헤쳐지는 과거> 이장(移葬)했다고는 하나, 무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아서일까?  < 시에 향수와 방부제를 뿌리지는 않겠다> 자위하고 있지만, 시에 장식을 달기 이전에 언어의 물레 위에서 제대로 초벌 성형을 만드는데도 실패한 같은 느낌이 든다내가 탐욕스런 돼지이기 때문일까?   

     

    *****************************

    # image; 한효석 작품

  • 돼지.. | fi**r2510 | 2006.04.1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5
    첫 글(돼지들에게)을 읽고 다시한번 묻는다.. 나도 그 돼지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달라고 떼쓰지만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첫 글(돼지들에게)을 읽고 다시한번 묻는다.. 나도 그 돼지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달라고 떼쓰지만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지금도 떼쓰고있다..아직도.... 직설적이고 사실적이며 - 비유도 많지만 - 미사여구로 포장되지 않은 글들에서 흥분을 감출 수 없다.. ( P,97..자산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시를 나는 믿지 않는다..) 어디 시 뿐이겠는가.. 모든 말과 글과 행동에서 인간은 완벽할 수 없으며 포장된 것은 무엇이든 그 속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을 보여주고 공감할 때 생명과 생명, 영혼과 영혼 사이에선 유대가 피어난다.. 이런 최영미님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 몇 해 전, 남도여행의 한 기착지 고창(高敞)에 들렀을 때 고인돌군(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
    몇 해 전,
    남도여행의 한 기착지 고창(高敞)에 들렀을 때
    고인돌군(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는 고인돌 유적은 
    소나무 우거진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400기가 넘는 크고 시커먼 돌덩이들 중간에
    아직 세상 밝은 빛 속에 드러난 적이 없는 처녀의 가슴 같은
    작고 둥근, 푸른 봉분 두 개가 봉곳 솟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 참 잘 잡았다는 시샘 섞인 한 마디를 내뱉으려다가
    시작 말이 똑같다는 것에 서로 멋쩍어하며 하려던 말을 거둬들였다.
    때가 마침 해저물녘이어서 그랬을까.
    옛 돌무덤 주위를 감싸고 있던 서늘한 기운은
    어느새 서쪽 하늘에 나타난 노을빛에 발그레 물이 들고 있었다.


    시커먼 돌덩이들 옆에 봉긋 솟은 푸른 봉분 두 개.
    늙은 주검에 이웃한 싱싱한 주검이 눈부셔,
    마주보는 무덤의
    죽어서도 나란한 흙더미들의 통속을 질투했던가
    「알겠니? 중에서 3. 고인돌의 질투 전문」42쪽


    跋文도 없고 시평도 싣지 않았으나
    시(詩)와 |시인의 말|로도 느낌이 가득해서
    이름이 알려진 두 시인의 추천의 말은 최영미의 호기로움에 빛을 잃는다.
    드러나는 염세 막을 길 없고
    하고 싶은 말 마구 질러대는 성깔 아직 여전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항상 옳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한풀 기가 꺾인 회고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자신의 운명 아니었겠느냐는 절반의 시인(是認)도
    나이 어느새 사십 중반,
    많이 늦지 않은 시기에 찾아온 깨달음 앞에 오히려 감사해하는 시인이다.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
    돼지들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하나 그건 금이 간 진주.
    그는 모른다.
    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자 잠자고 있으니

    (중략)

    나의 소중한 보물을 지키기 위해 나는 피 흘리며 싸웠다.
    때로 싸우고 때로 타협했다.
    두 개를 달라면 하나만 주고,
    속이 빈 가짜 진주목걸이로 그를 속였다.
    그래도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도망쳤다.
    나는 멀리,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쳤다.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기차를 타고 배에 올랐다.
    그들이 보낸 편지를 찢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그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 번만 달라고……
    「돼지들에게 중에서」 11쪽

    시집의 이름으로 내건 서시 《돼지들에게》를 두고 신경림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가차없는 공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할말 다하는 용기가 최영미 시의 미덕’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지만,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오히려 최영미의 부끄러운 고백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인은 자신의 서랍 속에,
    외딴 섬, 한적한 해변에 있는 그의 집에,
    맑고 흠 없는 진주 같은 시어들이, 시편들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잠을 자느라 그렇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진주가 많이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러니 그가 세상에게 건네는 진주는
    언제나 금이 가고 속이 빈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진주의 품과 격을 모르는 돼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낯짝 두껍게 그에게 진주를 요구한다.
    자신의 시가 진주가 될 것을 굳게 믿으면서도
    언제나 금이 가고 속이 빈 진주만 세상에 내놓았다는 부끄러움은
    세상 돼지들이 가짜 진주를 진짜 진주라고 우겨대는 것을 보는 순간
    노여움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야유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싸울 힘이 없다.
    그는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지키기 위해 때로 피 흘려 싸워보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타협이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두 개를 달라면 하나를 주고
    가짜를 진짜라고 속여 내밀기도 하면서……
    《돼지들에게》를 통해
    시인은 안목을 갖추지 못한 세상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듯하지만
    아마도, 시인은 화를 내는 이상으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게 틀림 없어 보인다.

    나이 사십 훨씬 이전에 이미 나긋나긋해져 버린 나는
    최영미의 세 번째 시집을 읽으면서도
    끝내 잃어버린 젊은 날의 결기를 회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또한 굳게 믿어보기로 했다.
    최영미의 서랍 속에는
    아직 세상 빛에 드러난 적이 없는
    맑고 흠 없고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진주가
    읽는 이의 혼곤한 정신에 천둥번개가 일게 할 진짜 시어와 시편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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