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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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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32017131
ISBN-13 : 9788932017136
가재미(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중고
저자 문태준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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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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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도 2007, 테두리색이 약간 바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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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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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존재와의 교감을 노래한다!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문태준 세 번째 시집. 제5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누가 울고 간다》와 제21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시 《그맘때에는》을 비롯해, 그간 발표해온 총 68편의 시가 총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가재미》는 2005년 시인과 평론가 120여 명이 참여해 뽑은 '문예지에 실린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된 바 있다.

오래된 곰삭은 시어와 특유의 고요한 서정시학으로 주목받아 온 시인은 작은 존재들과의 사소한 교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론을 조심스럽게 탐문한다. 유년 시절, 고향 마을 어귀의 고갯길, 뜰, 채마밭, 오래된 숲과 사찰 경내, 계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미약한 존재 등 이미 시인의 이전 시를 통해 익숙해진 장소와 시간이 빚어낸 또 다른 무늬를 새겨낸다.

저자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思慕/ 수련/ 마루/ 누가 울고 간다/ 나는 돌아가/ 惡童처럼/ 老母/ 水平/ 바깥
극빈/ 극빈2/ 벌레詩社/ 서리/ 어느 저녁에/ 자루/ 묽다/ 그맘때에는/ 돌의 배

제2부
길/ 가재미/ 가재미2/ 가재미3/ 젖 물리는 개/ 冬天에 별 돋고/ 떼/ 번져라 번져라 病이여
오오 이런!/ 小菊을 두고/ 강대나무를 노래함/ 어떡하나요 어떡하나요/ 넝쿨의 비유/ 덤불
슬픈 샘이 하나 있다/ 바닥

제3부
그리운 밥 냄새/ 꿈/ 이상한 花甁/ 평상이 있는 국숫집/ 낮달의 비유
무늬는 오래 지닐 것이 못 되어요/ 운문사 뒤뜰 은행나무/ 빛깔에 놀라다
꽃이 핀다/ 나는 오래 걷는다/ 한 마리 멧새/ 산비 소리에/ 빈 의자
저수지/ 까마귀와 개/ 측백나무가 없다/ 시월에/ 내가 돌아설 때

제4부
기러기가 웃는다/ 작은 새/ 빈집의 약속/ 아, 24일/ 오, 가시등불!
언젠가 다시 가본 나의 외갓집 같은/ 감나무 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
어느 날 내가 이곳에서 가을강처럼/ 門 바깥에 또 門이/ 매화나무의 解産
옥매미/ 木鐸/ 겨울밤/ 흙을 빚다/ 찰라 속으로 들어가다/ 바람이 나에게

해설- 극빈의 미학, 수평의 힘/ 이광호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 구희일 님 2011.08.01

    내가 돌아설 때

  • 구희일 님 2011.08.01

    누가 울고 간다

회원리뷰

  •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관찰       ...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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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까무잡잡한 사내아이가 자꾸 떠오른다시골에 사는 문학 소년에게 펜을 쥐어 주면 이런 시가 나오는 것일까문태준 시집의 글들은 온통 그의 유년 시절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경상북도 김천이 고향인 문태준은동시대의 시인들과 달리 오래된 된장처럼 곰삭은 시어와 특유의 고요한 서정을 통해 문태준만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그의 시는 그가 어린 시절에 보고 겪은 것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하지만 기어코 어린 화자를 내세우는 법은 없다오히려 나이가 지긋이 든 화자가 옛 추억을 더듬으며 담담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그는 떠나보낸 것들을 관찰하는’ 시인이다.

    <가재미>의 여러 작품들 중이러한 문태준 시인의 특성풍경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하기보다는 단지 대상을 관찰하는을 가장 잘 드러내는 네 편을 선정하였다이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 울고 간다>, <가재미>, <돌의 배>, 그리고 <젖 물리는 개>이다.

     

    먼저, <누군가 울고 간다>라는 작품은울음으로 이별을 하고 떠난 이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으로 말미암은 상처를 표현한 작품이다초반부에서 화자는 밤새 내리던 눈이 그치자 무언가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이 때 화자는 생각이 머츰하다라는 표현을 통해 눈이 그치듯이 생각도 잠시 잦아들게 되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연상되도록 유도하였다생각이 머츰한 시국에 밖에서는 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이러한 새 울음소리를 통해 화자는 언젠가 울음을 토해내고 자신을 떠난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종국에는 그러한 기억을 통해 화자 자신이 더욱 고통을 느끼며 시행을 마무리 짓게 된다.

    이 시에서는 문태준의 관찰력과 구체성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고요한 서정성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풍경이 완성된다문풍지 너머의 빈 방에 홀로 앉아 떠나간 이가 남기고 간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며 슬퍼하는 화자의 모습이마치 한 폭의 담채화같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다이 시는 또한새가 우는 울음과 떠난 이의 울음을 소리로 연결시켜 적적한 담채화에 이별의 설움을 더하고 있다.

     

    다음으로 <돌의 배>라는 작품은작가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가장 구체적·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고 사료되어 선정하였다이 시는 전체적으로 둥근 원형성을 주된 이미지로 채택하여강가의 돌들과 내리쬐는 햇빛마저 동그랗다고 표현하고 있다화자는 둥근 것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뿐만 아니라 둥근 돌들을 아픈 배에 문지르며 치유를 받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림으로써각진 모서리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과거의 향수를 독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문태준이 드러내는 큰 특징들 중 하나가 바로심드렁하고 무심한 풍경을 그저 독자들의 눈앞에 던져주고 마는 것이다문태준은 그의 시를 통해 여러 가지 풍경들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특정한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이러한 특성은역설적이게도 독자들 스스로 문태준의 시가 담고 있는 정서에 더욱 적극적으로 공감하게끔 만들어준다.

     

    <젖 물리는 개>라는 작품은 <돌의 배>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단순히 그런 시절이 있었지’하는 식으로 종결해버리는 <돌의 배>와는 달리어린 시절에 보았던 장면과 더불어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보는 늙은 화자의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화자는 젖을 뗄 때가 다가온’ 강아지들이 어미 개의 마른 젖을 물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이내 젖을 떼야만 하고생애 처음으로 어미와의 경계가 생성되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문태준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그 순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삶의 보편적 진리에 대해서 말한다. ‘젖을 떼는 일은 비단 강아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화자는 강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과 인간이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한 명의 아이가 어머니의 젖을 떼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그 예전의 어머니의 젖을 빨던 풍경 속으로 들어가려 해서는 안 되고들어갈 수도 없다오직 허락되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고, ‘추억하는 것이리라문태준은 그에게 허락된 기억의 능력으로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시를 쓰는 작가이다.

     

    마지막 시는 <가재미>이다가재미는 심해 바닥에 납작하게 몸을 대고 사는 어류로서어릴 땐 눈이 양쪽에 위치해 있지만 성장하면서 눈이 한 쪽으로 쏠리게 된다. 화자는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병실 침대에 바짝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고 가재미를 떠올리게 된다그리고 그녀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기 자신도 가재미가 되어 납작 눕는다화자는 좌우를 흔들며 살았던험난한 인생을 살았던그녀를 이해하기 위해그녀에게 갈 때에는 몸을 좌우로 흔들기도 한다결국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문태준은 그러한 그녀를 떠나보내게 된다.

     

    네 편의 시들은 모두 문태준이 떠나보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들이다이별 없는 삶은 없고여기에서의 이별은 특정한 누군가와의 이별이라기보다는 살아가며 스치게 되는 모든 순간순간들과의 이별이다그는 모든 이별을 시를 쓰는 힘으로 극복해낸다기억하고기억하기 때문에 쓰고그 와중에 또 씁쓸하고 고통스럽겠지만 그것이 삶을 견디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그는 계속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삶의 순간들을 관찰한다그렇게문태준의 관찰이 또 하나의 가 된다.

  • 문태준의 시를 읽다. | ss**um | 2015.12.0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가을의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요즘, 나는 아주 심하게 가을을 타고 있다. 식욕도 없고, 마음은 쓸쓸하고, 모든 것이 흥미가 없...
    가을의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요즘, 나는 아주 심하게 가을을 타고 있다. 식욕도 없고, 마음은 쓸쓸하고, 모든 것이 흥미가 없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있다. 밤마다 외로움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대책 없음에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무조건 가을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미심쩍었지만, 구구절절이 원인을 따지기보다 그냥 이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가을에는 감정이 민감해져서인지, 그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책들을 찾게 된다. 그런 장르의 책들은 수필, 산문, 시, 미술책 등을 꼽을 수 있는데(나의 취향 상) 이번에는 시집이 가장 먼저 끌렸다. 작년 여름,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서점에서 구입한 문태준의 시집을 꺼내들면서, 이 가을에 어울리는 독서를 한다는 뿌듯함보다 드디어 이 시집을 읽게 된다는 후련함이 더 짙었다.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의 신간 시집보다 먼저 읽고 싶었다. 그래도 선뜻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김연수의 책을 읽다 지인이 문태준 시인과 동창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각자의 문학의 비교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동창이었다고 하니, 안 그래도 가던 관심이 증폭된 것이었다. 계기가 조금 엉뚱하다 싶었지만, 그렇게라도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이 허전하다고 펼친 시집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시를 이렇게 읽어도 되나 싶어 현실세계의 낯섦에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에서 먼저 나의 시선을 찔렀던 것은 한자였다. 한자가 섞여 있을 거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나는, 종종 드러난 한자 때문에 흐름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한자가 많이 섞여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도 많았지만, 한글의 의미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벽을 만나버린 기분이었다. 모르는 한자를 찾아 읽을 바지런함도 발휘할 수 없어, 내 멋대로 읽다보니 저자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망쳐버린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큰 문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기에, 한자를 모르는 나의 무지를 탓하며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 나갔다.

     

      문태준의 시집을 읽었지만, 어떠한 느낌이 드는지 나 또한 알 수 없어 생각보다 잡설이 길어지고 많았다.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의 대상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읽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수능 공부한다고 듣는 인터넷 강의에서는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그 가르침이 각인이 되었음에도, 정작 내게 있는 시집을 읽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읽는 것을 보고 약간 민망해졌다. 한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 것이기에 최소한 어떠한 시선으로 쓰였는지 배려를 해야 함에도, 몰이해를 드러내는 읽기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게 읽더라도 어떠한 분위기다는 느낌이 오기 마련인데, 문태준의 시집은 한 없이 흩뿌려지고 말았다. 언어가 탄생이 되자마자 세상 속으로 점점이 흩어져 버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그것은 어쩌면 해설가 이광호님의 말처럼 '문태준 시학의 개별성을 무화시키는 덕목'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설을 보아도 깊이 있는 분석을 이해하지 못하는 터라 온전히 이해했다고, 동조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단지 똑같은 시를 읽음에도 이렇게 다른 느낌의 엇갈림이 낯설 뿐이다. 분명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었을 때는 한번쯤은 품었을 법한, 또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일상에 대한 소소함이 드러나 있어 공감을 했던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덮고 난 후에는 내게 남아 있는 이미지라든가, 여운이 없어 당황하고 만 것이다. <시월에> 라는 시에서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의 구절을 보고 멈칫 했던 이유도, <빈집의 약속>에서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란 구절이 마음 깊이 와 닿았던 이유가 분명 있었다. 같은 방향은 아닐지라도 삶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하고, 느꼈을 감정을 이토록 고요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것에 대한 감탄과 다가감이었다.

     

      이 책의 제목인 <가재미>란 시에서도 또한 수많은 다른 시에서도 앞에서 예를 들었던 공감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저자만의 세계에 온전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허우적거리다 온 나에게,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그의 시가 어떠했다고 단정 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라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그의 시에서 무엇이 좋았노라 칭찬할 수 없어도 처음으로 마주한 문태준 시인의 시는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시라는 문학 장르는 나에게 어렵고 흔적을 남겨주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지만, 시와의 만남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혹은 알고 있음에도 접하지 못한 시인들이 너무나 많고, 시가 난해하더라도 억지스레 써 내려가는 이런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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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 ap**t | 2015.11.0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김훈, 김연수 북토크에 갔을 때 사회를 본 문태준 시인이 궁금했다. 그래서 샀는데 읽지 않고 있다가 ...

     

    김훈, 김연수 북토크에 갔을 때 사회를 본 문태준 시인이 궁금했다.

    그래서 샀는데 읽지 않고 있다가 산 지 9개월만에 읽었다.

    초판 20쇄본이었다.

     

    누군가 김천 3인방에 대해 이렇게 쓴 걸 본 적이 있다.

    김연수는 도서관파이고  김중혁은 박물관파라고 치면 문태준인 마을회관파라고.

    뭔지 알 것 같다. 그 느낌.

     

    몇 번을 울컥했는지 모른다.

    맨처음 맞는 가을, 같이 살자했건만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으니까.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14p <누가 울고 간다>

     

    무늬는 오래 지닐 것이 못 되어요
    74p <무늬는 오래 지닐 것이 못 되어요>

     

    가을이었다
    맨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85p <빈의자>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65p <바닥>

  •   나와는 너무도 달랐던, 나의  형.   무엇 하나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던 나의 형. &n...
      나와는 너무도 달랐던, 나의  형.
      무엇 하나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던 나의 형.
      성격도, 취향도, 한 곳에서 나왔음에도 그 생김새 마저도 닮은 곳이 없던 형이었다.
      그의 사진을 뚫어지게 보고 나서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최근이다.
     
      책을 좋아하는 것이 유일하게 비슷한 점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소설을 좋아하던 나와 달리, 형은 문체를 좋아했다.
      그런 형이 좋아하는 작가는 김훈선생님과 바로 문태준 시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시를 읽을 수 없는 나와 달리, 형의 책장 한 켠에 켜켜이 정리되어 있던 문태준 시인의 시집들.
      그 수가 비록 다른 책들에 비해 많지는 않아도 눈에 들어 옴이 당연한 것은 아마도 시집이라는 형태의 특성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책장에 제법 책들이 있는 방에서도 시집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고정독자층이 얇아 보였으니까......
     
      왜 이 시집에 손이 갔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쉬이 읽히는 것에 비해 이해력은 떨어졌다.
     
      읽고서 무엇을 얻고자 했었던 것은 아니다.
      이제는 시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일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그리움이 이 시집에 가 닿았다.
      무엇을 느끼지 못해도, 여전히 읽되 알 수 없는 말일지라도 나는 문태준이라는 시인을, 또 그의 시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     2008년에 간행된 ...

     

     

    2008년에 간행된 태준 4시집『그늘의 발달』을 읽은 것이 작년 초였나? 워낙 출중한 그의 작품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하얗게 질리고 만다. 열등감과 시샘을 치유하려면 세월의 햇살에 오래 말려야 한다. 이제 어느 정도 흉터에 딱지가 앉았기 때문일까? 2006년에 간행된 3시집『가재미』을 펼칠 용기가 생겼다.

     

     

                                                                                                                         김기택「새」

     

     

    *

    작은 돌에

    새가

    지긋이

    앉아 운다

     

    뽕잎에 듣는

     

    생각의 갈피 사이에

    앉은 새는

    짧게 운다

     

    손톱보다

    짧게 울지만,

    손톱에서 봉숭아 물이

    슬쩍슬쩍 빠져나가듯

    울음

    사라지며

    닿는 있나

     

    눌린 귀를

    세상에서 처음으로

    지긋이 들어 올리는

    -작은 」전문(全文)

     

    표제작「가재미」처럼 문태준 일상의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정서를 다소 풀어진 문체로 옮겨 놓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시인의 짧은 서정시를 좋아한다. 짧다는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깎고 깎아서 이상 깎을 없는 것만 남겨졌다고 있지 않을까?

     

    뽕잎에 듣는 어떤 색조의 섬세한 파동을 남길까? ‘생각의 갈피 사이에손톱보다 짧게우는 시간은 어느 정도의 길이를 가질까? 시인의 작품에서는 남겨진 언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보다는 이미 깎여버려 공백에 남겨진 침묵의 의미가 완강하게 느껴진다.


     

     

     

     

    *

    하나의 잠자리가 눈앞에 내려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날개를 水平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위에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땅벌레가 봉긋이 지어놓은 땅구멍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보는데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마리 잠자리가 만들어놓은 수평 앞에

    내가 세워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내신다

    -水平」전문(全文)


    1행에서 6행까지 잠자리가 내려앉아 미동조차 없이 정지해 있는 장면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부분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시와 유사한 인상을 받을 있을까? 부분을 그림 혹은 영상으로 표현했다면 어떨까? 잠자리의 움직임이나 정지 상태는 보다 사실적으로 인식할 있으리라. 그러나 염주알 같은 ’, ‘연잎처럼 수평으로’, ‘ 위에 머구리밥 손에 잡히는 이미지와 의미 모두를 포착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잠자리는 무념무상(無念無想) 경지에 있는 같다. 일체의 생각이 없는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통도사 극락암에 갔을 참선하고 있던 스님의 이미지가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유령처럼 희미하게 떠돌아다니는 느낌이나 생각들을 감시하기 시작하여 언어가 동원되면 형태를 갖춰 비로소 눈에 보이게 된다고 한다. 언어의 프리즘을 통과한 생각은 구체적으로 앞모습을 드러내나 필연적으로 뒷모습은 그림자만 짙게 드리운다. ,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구름이 흘러오고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

    뇌의 시각령 청각령 운동령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언어는 비용이 많이 드는 도구라고 뇌과학자는 주장한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최대한 언어를 아끼고 아낀다. 깎아낸 틈새 사이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우리말의 오묘한 조화! 문태준 이르러 한국의 서정시는 새로운 미학을 표출하고 있다. 어느 평론가는 이를 식물적인서정시라고 이름을 붙였다. ‘뉴에이지 서정시로 부르고 싶은 나의 욕망은 황당무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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