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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좌안 19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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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6*216*33mm
ISBN-10 : 1186000856
ISBN-13 : 9791186000854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좌안 1940-50 중고
저자 아녜스 푸아리에 | 역자 노시내 | 출판사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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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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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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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사고·표현·생활 방식을 창안한 파리지앵들이 남긴 자취의 만화경! 전쟁과 해방을 겪은 1940년대 파리에서 자본주의나 공산주의가 제시하는 모델과는 다른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사랑, 예술, 사상, 정치 형식을 모색하고 실천한 파리 좌안(Left Bank) 지성계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낸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좌안 1940-50』. 한 시대를 특정한 사조나 키워드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베케트, 헤밍웨이, 아서 케스틀러, 마르그리트 뒤라스, 보리스 비앙 등 파리에서 활동한 수많은 인물들을 불러내고, 잡지, 신문, 저작, 일기, 편지, 메모, 사진 등의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이들의 욕망과 선택, 행동이 만들어낸 경로를 재구성한다.

그들은 개인의 실존에 천착하는 실존주의를 전개해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키는 한편 현실에 개입하는 글쓰기와 대안 정당 창당에도 적극적이었다. ‘제2의 성’이라는 여성의 종속적 지위에 저항하고 ‘제3의 성’을 탐구하는 페미니즘을 주창했다. 일대일 독점 관계에서 벗어난 파트너십을 시도했고 결혼·자녀·가족을 상징하는 집을 거부하고, 호텔, 카페, 바를 거처로 삼았다. 한편 재즈와 클럽,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를 깊이 열성적으로 즐기며 비평의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았고 담배, 술, 약물 또한 맹렬히 소비했다.

이처럼 파리에서 살고 사랑하고 싸우고 놀았던 파리 좌안의 새로운 형식들로 ‘프렌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40년대 파리의 고민, 실천, 표현법이 당시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 시도였고, 지금 보아도 급진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며, 유쾌하고 정열적인 활기로 가득 차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아녜스 푸아리에
Agn?s Poirier
파리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공부했다. 저널리스트, 방송인, 평론가, 작가로 활동 중이다.
프랑스 정치 주간지 《마리안》의 영국판 편집자이며 《가디언》, 《옵저버》, 《타임스》(런던), 《네이션》, BBC Sky News, CNN 등 영미 언론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거나
출연한다. 프랑스와 영국이 얼마나 상반되는지에 관하여 네 권의 책을 펴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강의하며 칸 영화제에 출품할 영국 영화를 선정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사이클링과 샤를 트레네의 노래를 즐긴다.

역자 : 노시내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를 떠돌며 20년 넘게 타국 생활 중이다. 지금은 모스크바에 머물며 글을 짓거나 옮기고 있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고스트 아미』,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등의 책을 옮겼고, 『빈을 소개합니다』, 『스위스 방명록』을 지었다.

목차

파리 좌안 연대기 1939?49
파리 좌안의 장소들
등장인물
들어가며

I 전쟁은 나의 주인이었다
1 함락
2 선택
3 투쟁
4 욕망

II 모던 타임스
5 실존의 철학
6 갈망과 해방
7 제3의 길

III 행동의 모호성
8 어떻게 공산주의자가 안 될 수 있지?
9 사랑, 스타일, 마약, 그리고 고독
10 행동 개시와 노선 일탈
11 파리의 우울은 강력한 수렴제

IV 민감해지다
12 저들은 예술을 소유했는데 우리는 달러만 많았다
13 신경을 자극하다
14 분노, 악의, 그리고 실패
15 불명예를 씻다
16 작별인사와 신새벽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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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 이야기를 쓰는 일은 마치 불난 집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전쟁의 생생한 참화, 감정의 용광로, 정치의 열정, 극적인 분쟁, 잔혹한 섹스, 신경을 괴롭히는 절망감, 광적이고 매혹적인 이상, 거대한 책략의 모, 수많은 실패와 몇 가지 놀라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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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쓰는 일은 마치 불난 집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전쟁의 생생한 참화, 감정의 용광로, 정치의 열정, 극적인 분쟁, 잔혹한 섹스, 신경을 괴롭히는 절망감, 광적이고 매혹적인 이상, 거대한 책략의 모, 수많은 실패와 몇 가지 놀라운 성취. 이 책의 주인공들은 냉전이 새로운 세계 질서로 확립되는 것을 막는 데는 끝내 실패했을지 몰라도, 4분의 3세기가 흐른 지금까지 우리가 여전히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기준을 수립한 장본인들이다.

나치 점령기의 혼란 속으로 먼저 뛰어들지 않고서는 전후 파리의 문인, 미술가, 사상가 들을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나치의 점령이 이들의 행동과 사고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살아가는 내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쟁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들 전쟁을 감내했다. 진원지 파리에서든, 비시 프랑스나 북아프리카의 어느 먼 구석에 발이 묶인 상태로든, 아니면 가장 가혹한 경우 전쟁포로가 되거나 독일 포로수용소에 갇히거나 런던에서 폭격을 당하며, 또는 안전한 뉴욕에서 라디오로 뉴스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몸이 굳는 경험을 하면서, 또는 점령을 종식하려는 굳은 결심으로 활발히 투쟁하면서. 전쟁이 이어지던 이 몇 년 동안 이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새로 태어나고, 자신의 성격을 재설정했다. 그리고 바로 그들 자신이 겪은 일 때문에 파리를 자기 집으로 여겼다.
수년 후, 생애가 일부 겹치는 저명한 파리 주민 3세대가 각기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전쟁은 나의 주인이었고, 파리는 내 인생의 학교였다.”

도시의 불쾌한 현실이 담긴 디테일도 영감의 원천이 되는 곳. 이곳은 타자와 만나기 위해 고안된 도시임이 분명하다. 파리에서는 우연한 만남이 도시를 설계하는 데 힘을 발휘했다.

삶을 최대한 충실히 살고, 그 삶으로 실험하기 위해서. 파리의 생활, 예술, 문학, 그리고 정치적 소란 속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 활약하고 싶어서.

냉전은 프랑스의 지적 담론을 영구적인 대립의 드라마로 바꾸어놓았다. 공산당의 발작성 전술이 공적 논쟁을 끝없는 심리극으로 변질시킬 때면, 어느 누구도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극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급진적인 제3의 길을 믿었다.

1946년, “예술계는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강력한 여러 흐름 속에 휩싸였다. 개인 대 공동체, 비관주의 대 낙관주의, 환멸 대 참여, 추상 대 형상, 반란 대 보수주의, 천연색 대 흑백, 캔버스 대 벽화, 본능 대 성찰, 육체 대 정신, 의고주의 대 근대주의, 현실주의 대 비현실주의”

라이어널 에이블은 스타일 그 자체가 곧 본질이자 행동이라는 점을 꿰뚫어봤다. 프랑스 문인들의 스타일은 늘 책략 위주에 실속 없이 얄팍한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지만, 에이블을 비롯한 수많은 젊은 외국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파리에 와서 발견한 것은 삶으로서의 스타일이었다. 스타일은 곧 생활방식, 글 쓰는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었고, 비학구적인 문화적 호기심이자 욕구였다. 또한 그들은 파리에서 논쟁의 방식과 절차의 격식을 중시하는 독특한 감각을 발견했다. 프렌치 스타일이란 쾌락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군 조종사 출신 소설가 제임스 설터가 훗날 난생처음 파리에 몇 달 머무는 동안 발견한 “사물의 위계, 그것들을 평가하는 방식”10 같은, 좀 더 지속성 있는 어떤 것이었다. 파리가 제공한 것은 교육이었다. “학교 교과 내용이 아니라 실존의 관점을 배웠다. 예컨대 어떻게 여가를 보내고 사랑하고 먹고 대화할 것인지, 나체, 건축, 거리 등 새롭고 변화된 인식을 구하는 모든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배웠다.”

전쟁의 종료와 함께 새로이 자유를 얻은 세계를 여행하고, 발견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고픈 강한 욕망에 이끌려 외국 예술가와 작가들이 파도처럼 파리로 밀려들었다. 문화적 이종교배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경계를 넘나들고, 철학과 저널리즘이 결합하고, 국적이 다른 지식인, 분야가 다른 예술가들이 교류했다.

“그것은 너무 젊은 내 어깨에 얹힌 전쟁의 무게였던가?” 클로드 란즈만이 회고록에서 던진 질문이다. “그것은 그 시절 삶과 죽음 사이에 위태롭게 잡혀 있던 균형이었을까? 나의 이 새로운 자유는 때때로 불필요한 행동으로 나 자신의 실존을 증명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했다.” 전쟁 경험과 4년간 간신히 죽음을 면했다는 생각은 전후 파리 지식인과 예술가가 삶의 모든 면에서 느끼던, 자유를 향한 채울 수 없는 갈증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였다. 노동계급 출신이든 부르주아계급 출신이든 다들 자기 계급의 전통, 관례, 예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가족은 폐기해야 할 제도였고, 자녀는 어떻게든 피해야 할 성가신 존재였다. 그러나 이것들은 폐기 처분하기 지극히 어려운 관념들이었다.

강하고 비범한 여성들도 온갖 형태의 자유를 갈망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재닛 플래너, 에디트 토마, 도미니크 오리 등은 남자들에게 도전하며 우리도 주저 없이 욕망과 야심에 따라 살아가겠다고 선언한 여성들이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지적이고, 대범하고, 삶의 쾌락과 감각에 호기심이 많고, 반복적인 불법 낙태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 페미니스트 선구자들은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해방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또한 그들은 이성애자,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로서 섹스라는 주제에 대해 “그리스식 탈도덕적 관점”을 견지했다. 쥘리에트 그레코, 프랑수아즈 사강, 브리지트 바르도는 모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어린 자매들이었다.

파리는 신예 작가 제임스 설터에게 가르쳐준 것과 똑같은 것을 엘즈워스 켈리에게도 가르쳐주었다. 바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그[라이어널 에이블]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선의의 중립적 태도로 수용하고 재미있게 여겼다. 실은 모든 것이 그를 놀라게 했다. 파리라는 도시의 레이아웃, “파리의 가게와 표지판의 색과 특이함, 아늑한 회색빛 19세기 건축물,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의 심오한 혼합”.그는 파리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곳은 타자와 만나기 위해 고안된 도시임이 분명하다. 파리에서는 우연한 만남이 도시를 설계하는 데 힘을 발휘했다.”

삶을 최대한 충실히 살고, 그 삶으로 실험하기 위해서. 파리의 생활, 예술, 문학, 그리고 정치적 소란 속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 활약하고 싶어서.

그가 강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한 여성이 실신했고, 잠시 후 또 한 명이 실신했다. 다행히 누가 창문을 열 생각을 했지만, 그 순간에 이미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평판은 실질적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실존주의가 준 충격으로 첫 희생자 두 명이 발생했다. 새로운 철학은 사람들을 실신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다음 날 《삼디 수아르》가 이 사건을 보도하자마자 소문이 퍼져 젊은이들은 사르트르의 무게 1킬로그램, 길이 700쪽짜리 논문 『존재와 무』를 사려고 몰려갔다. 그들의 어머니 세대가 2년 전 그 책을 저울추로 쓰려고 뛰어가서 사 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존재와 무』는 유행의 첨단을 걷는 책이 되었고, 실존주의는 곧 컬트가 되어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재닛 플래너는 이런 형상을 재치 있게 비꼬았다. “한때 초현실주의라면 무조건 멋지다고 여긴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은 사르트르가 무조건 멋진 존재가 되었다.”

지하에 유흥장(bo?te)을 마련하는 밀실애호증이 생제르맹데프레에서 유행이다. 일부 지하실은 정통 18세기 지하창고로 여전히 환기가 안 된다. 비외 콜롱비에 극장의 지하실은 이런 종류의 클럽 가운데 최고로서 클로드 뤼테가 연주하는 ‘핫 재즈’ 와 프랑스령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부르는 고향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생재르맹 클럽과 실존주의자로 불린 혈거인들의 동굴 가운데 최초인 르 타부도 여전히 인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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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최대한의 삶이 최대 선’이라는 원칙이 살아 있는 곳!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베케트, 헤밍웨이, 아서 케스틀러, 솔 벨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보리스 비앙, 마일스 데이비스, 쥘리에트 그레코, 자코메티, 피카소, 앙리 카르티에 브...

[출판사서평 더 보기]

‘최대한의 삶이 최대 선’이라는 원칙이 살아 있는 곳!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베케트,
헤밍웨이, 아서 케스틀러, 솔 벨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보리스 비앙,
마일스 데이비스, 쥘리에트 그레코,
자코메티, 피카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브리지트 바르도, 프랑수아즈 사강 …

전후 파리를 가장 독창적인 사랑·예술·정치의 실험실로 탈바꿈시킨 사람들

실존주의, 페미니즘, 누보로망, 부조리극, 앵포르멜, 뉴저널리즘, 뉴룩 …
파리 좌안이 창안한 새 형식들은 어떻게 세계적 유행이 되었는가

실존주의, 부조리극, 누보로망, 다자연애 등 1940년대 파리에서 탄생한 새로운 사상, 예술, 삶의 형식들은 일면 고루한 옛것으로, 현실과 유리된 난해하고 추상적인 양식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 전후 파리의 발명품들을 과거 한 시대를 설명하는 사조 정도로 치부하기 전에, 좀 더 길게 다양한 위치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나치에 항복한 대가로 런던 등과 달리 파리의 아름다움을 보존했으나, 투쟁하지 않은 ‘겁쟁이’가 된 파리의 젊은 층은 특히 심각한 정신적 패배를 겪어야 했다. 프랑스만의 황폐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도시는 빠르게 회복했고, 전후 정신적·문화적·사상적 재건에 ‘파리 좌안’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특히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과 낙태권 쟁취를 도모했고, ‘선천적 여성성’을 의심했으며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형태의 섹슈얼리티에 탈도덕적 관점을 취했다. 한 파리 좌안에서는 일대일 독점 관계에서 벗어난 파트너십과 결혼·자녀·가족을 상징하는 ‘집’을 거부하고 호텔, 카페, 바를 거처로 삼는 생활 방식이 시도되었다. 개인의 실존에 천착하는 실존주의 철학이 신 또는 이성에 대한 믿음이 깨져버린 전후 사회에서 큰 충격과 호응을 얻었다. 사르트르의 강연을 듣던 참가자들이 실신하는 일까지 있었다. 한편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자들은 대안 정당 창당에도 참여하는 등 실존주의가 강조한 지식인의 사회 참여(앙가주망)를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또한 공산주의, 거대금융에 맞먹는 영향력을 지닌 잡지가 존재할 만큼 ‘말’의 시대였다. 부조리극, 누보로망, 앵포르멜 등 전통적 문법을 해체하는 예술적 실험이 이루어졌고, 이는 영미 현대예술뿐 아니라 샹송 등 당대 대중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파리 좌안의 새로운 형식들로 ‘프렌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40년대 파리의 고민, 실천, 표현법이 당시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 시도였고, 지금 보아도 급진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며, 유쾌하고 정열적인 활기로 가득 차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40대 파리 좌안에 대한, 실존주의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이러한 발견은, 이 책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 좌안 1940-50』이 그때 그 사람들을 재현하는 고유한 방식 덕분에 가능했다.

파리 좌안 사상가, 작가, 예술가들의 고민과 행동, 만남과 헤어짐이 탄생시킨 새 시대,
그 현장을 들여다보는 매혹적인 만화경

수많은 인물의 움직임, 다양한 기록을 엮어 그린 풍경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 좌안 1940-50』은 한 시대를 특정한 사조나 키워드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 시대를 일구어간 이들이 남긴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들의 욕망과 선택, 행동이 만들어낸 경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저자 아녜스 푸아리에는 40년대 파리 좌안 지성계의 풍경을 글로 그리기 위해 녹록지 않은 방법을 택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저자는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베케트, 헤밍웨이, 아서 케스틀러, 마르그리트 뒤라스, 보리스 비앙, 마일스 데이비스, 쥘리에트 그레코, 자코메티, 피카소, 카르티에 브레송 등의 수많은 유명인과 좌안의 구성원을 소환한다. 풍부한 참고문헌뿐 아니라, 이 인물들이 기획·결성하거나 남긴 잡지 등의 매체, 정치조직, 저작, 일기, 주고받은 편지, 메모, 사진 등 다양한 문헌과 시각 자료를 살폈다. 또한 생존 인물들과 목격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보부아르가 오래 거주했던 루이지안 호텔처럼 현존하는 장소들을 “범행 현장” 찾듯 방문해 그곳의 “분위기와 유령들”을 체험하기도 했다.

작품, 사조 너머 개인의 내면 또는 드라마
머리로, 몸으로 체화된 수많은 재료를 유려하게 엮은 이 책은, 대개 작품과 사상사·문화사적 업적으로만 접했던 인물들이 어떤 관계와 사회적 삶을 꾸렸고 어떤 세부 과정을 거쳐 각 성과의 단계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생생하고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그들이 누구와 교류하고 사랑하고 싸웠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시기했는지, 어떤 사적인 열망과 자기기만을 지닌 채 이상과 공통의 이해를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는 일종의 계약 결혼을 하고 몇몇 자기 제자들의 선생, 후원자이자 연인 관계를 맺었다. 좌안의 지식인, 작가 그리고 청년 들은 지금도 남아 있는 ‘카페 드 플로르’나 ‘카페 레 되 마고’에서 격의 없이 우정을 나누고 논쟁하며 새로운 시도를 공유했다. 문학뿐 아니라 현실에 시의 적절하게 개입하는 사설에도 탁월했던 카뮈는 여성 동료들과 교류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지적인 여성을 두려워했다. 유부남이지만 젊은 미혼의 여성의 사귀고 있던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그녀의 전 애인인 동료 작가를 사적 복수심을 담아 잡지 지면에서 비판했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 출간과 헌신적 아내 역할 수행이라는 욕망의 충돌을 겪었고, 책의 출간 후 좌안의 여러 남성 작가들로부터 낙태를 조장한다거나 프랑스 남성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케스틀러는 반유대주의의 피해자였지만 비서, 편집, 가사노동, 성적 파트너 역할을 모두 했던 마메인에겐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다(심지어 자기 이름으로 게재되는 예루살렘 관련 기사의 현지 취재를 전부 떠넘기는 에피소드도 있다).

집단과 시대의 분위기, 무의식적 풍경으로
나아가 이것은 개인의 초상뿐 아니라, 보부아르와 사르트르가 주축이 된 문예지 《레 탕 모데른》, 프랑스 공산당, 사르트르가 당수로 나섰던 민주혁명연합과 같은 더 큰 집단의 결정과 방향, 마셜플랜처럼 더 거대한 사건의 영향력을 보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런던 등 2차 대전을 겪은 여타 도시와 다른 의미를 띠는 파리의 황폐함이나, 냉전체제가 자리 잡아가는 와중에 프랑스 공산당이 프랑스 사회에서 차지한 독특한 지위의 정체가 무엇인지, 일반론적인 분석이나 역사적 인과에 대한 설명보다 다음과 같은 사르트르 개인의 기록에서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사방에서 독일 점령자와 마주쳤다. 길거리에서 마주쳤고, 지하철 안에서 문자 그대로 어깨를 맞부딪쳤다. 물론 우리는 그들에게 분개심과 증오심을 유지했지만, 그런 감정은 어느새 추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스러운 연대감이 파리 사람들과 외국군 간에 발생했다. 공감이 아니라 생물학적 습관화에서 비롯된 연대감이었다.” “나치 점령자들에 대한 활발한 저항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수많은 프랑스인이 느끼던 극심한 죄책감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가장 활발히 참여한 공산주의자들을 비판할 수도, 비판할 의사도 없음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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