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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 A5
ISBN-10 : 8958283068
ISBN-13 : 9788958283065
열일곱 살의 털 중고
저자 김해원 | 출판사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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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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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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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털을 사수하라!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해원의 작품『열일곱 살의 털』. 평범한 모범생 일호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머리카락에 얽힌 사건들을 통해 그리고 있다. 처음으로 세상에 맞서게 된 열일곱 살 일호의 이야기 속에 학교 두발 문제와 관련된 청소년 인권 문제, 주인공 일호의 가족사, 우리 사회와 역사를 담아내었다.

매년 생일을 할아버지가 해주는 이발로 맞이하는 주인공 일호.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는 점 말고는, 일호는 평범한 모범생이다. '범생이 1호'로 통하던 일호는 어느 날, 체육 선생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머리털을 위해 일호가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한 그 때, 일호처럼 한 번도 싸워보지 않았던 이발사 할아버지도 재개발 문제로 시위에 나서는데….

'나는 너무 물컹하거나 단단하다'라고 생각했던 일호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며 점점 단단해져간다.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고 설정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호는 일반적인 아버지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 또한 사랑하게 된다.

저자소개

저자 : 김해원
김해원
서른이 훌쩍 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김해원은 2000년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3년 「거미마을 까치여관」으로 제11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 『열일곱 살의 털』로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부끄럽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목차

이 책은 내용 자체에 목차가 없습니다.

책 속으로

열일곱 살이 되는 날 아침, 나는 날이 바짝 선 가위 앞에 앉아야 했다. 아침 내내 숫돌에 무뎌진 날을 갈리며 풀벌레처럼 울던 가위의 민날은 시퍼렇게 되살아나 입을 꾹 다문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위의 두 민날이 내 정수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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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이 되는 날 아침, 나는 날이 바짝 선 가위 앞에 앉아야 했다. 아침 내내 숫돌에 무뎌진 날을 갈리며 풀벌레처럼 울던 가위의 민날은 시퍼렇게 되살아나 입을 꾹 다문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위의 두 민날이 내 정수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며 머리카락 끝을 앙칼지게 자르는 순간, 나는 추운 날 오줌을 쏟아 낸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p5)

매독이 악을 쓰며 밀어뜨리고 닥치는 대로 발로 걷어차도 나는 내 손아귀에 있는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미친개를 물어뜯는 단단히 미친 개였다. 엄마 나, 단단해진 것 맞나요? 나는 속목이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릴수록 더 다부지게 파고들었다. 매독은 발길질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를 손목에 매단 채 잡아끌면서 온갖 욕을 퍼부었다.
“이 개새끼!” (pp50~52)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가슴으로 느낀 것은 예닐곱 살 때였다. 그 때만 해도 태성이발소에는 내 또래 사내아이들이 아버지 손을 붙잡고 왔다. 아이들은 제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깎았고, 아버지들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엄숙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 이발소 낡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한글 쓰기나 수학 학습지 따위를 풀던 나는 크는 것을 확인해 줄 아버지가 없어 영영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겁났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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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열일곱, 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작 김해원의 『열일곱 살의 털』은 제목을 읽자마자 밀려드는 ‘야릇한’ 추측 때문에 2차 성징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하게 된다.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들(오정희ㆍ박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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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작 김해원의 『열일곱 살의 털』은 제목을 읽자마자 밀려드는 ‘야릇한’ 추측 때문에 2차 성징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하게 된다.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들(오정희ㆍ박상률ㆍ김중혁)마저 주위 눈치를 보며 몰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털’이 머리털임을 깨닫고 흥미가 덜해질 무렵, 머리털 이야기의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이 작품에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거창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심사평대로 “주인공은 문제아도 장애인도 아니다. 평범한 아이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으며, 대단한 모험을 겪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소설 주인공들이 대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거나, 버거운 집안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거나, 유난히 감성이 섬세해서 해결 지점을 찾기도 어려운 내적갈등을 안고 살아간다는 흐름을 갖고 있었다면, 『열일곱 살의 털』 주인공 일호는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공부도 꽤 하고 단짝 친구도 있고 집안 어른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다. 단 특별한 점이 있다면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집을 나가 여행을 하면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은 일호가 할아버지의 이발소 의자에서 열일곱 살 생일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하면서 앞으로 머리카락과 관련하여 유구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열일곱 살이 되는 날 아침, 나는 날이 바짝 선 가위 앞에 앉아야 했다. 아침 내내 숫돌에 무뎌진 날을 갈리며 풀벌레처럼 울던 가위의 민날은 시퍼렇게 되살아나 입을 꾹 다문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위의 두 민날이 내 정수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며 머리카락 끝을 앙칼지게 자르는 순간, 나는 추운 날 오줌을 쏟아 낸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p5)

일호는 해마다 생일날을 할아버지가 해 주는 이발로 맞이한다. 그러나 열일곱 살의 머리카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욕망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고 믿는 이발사 할아버지의 손에 별다른 저항감 없이 머리를 맡기는 일호 앞에 아이러니하게도 머리털을 사수하기 위한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일호가 사수하려는 것은 제 머리털이 아니다. 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머리털이다. 학교가 인정하는 모범 두발로 아이들 사이에 ‘범생이 1호’로 통하던 일호는 체육 선생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한 번도 싸워 본 적 없는 일호가 싸움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매독이 악을 쓰며 밀어뜨리고 닥치는 대로 발로 걷어차도 나는 내 손아귀에 있는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미친개를 물어뜯는 단단히 미친 개였다. 엄마 나, 단단해진 것 맞나요? 나는 속목이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릴수록 더 다부지게 파고들었다. 매독은 발길질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를 손목에 매단 채 잡아끌면서 온갖 욕을 퍼부었다.
“이 개새끼!” (pp50~52)

온순한 ‘범생이’ 일호가 고등학생에게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을 학교와 한판 싸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지켜보는 독자는 난폭한 바리캉이 자신의 머리를 밀고 지나가는 듯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일호는 “왜 이렇게 힘 조절이 안 되는 걸까. 나는 너무 물컹하거나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힘든 싸움의 길로 들어선 뒤다. 일호는 상담실에 불려가 혼자 남겨졌을 때, 누가 볼까 봐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훔칠 만큼 물컹하지만, 체육 선생에게 사죄하는 대신 두발 규제 반대 시위를 계획할 만큼 단단하기도 하다.

너무 물컹하거나 너무 단단한 열일곱 살 일호의 자아 찾기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고 설정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일호에게 아버지는 ‘분명히 있는데 느낄 수 없는’ 존재다. 아버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할아버지가 굳건하게 서 있어선지 일호에게서 부성의 결락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가슴으로 느낀 것은 예닐곱 살 때였다. 그 때만 해도 태성이발소에는 내 또래 사내아이들이 아버지 손을 붙잡고 왔다. 아이들은 제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깎았고, 아버지들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엄숙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 이발소 낡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한글 쓰기나 수학 학습지 따위를 풀던 나는 크는 것을 확인해 줄 아버지가 없어 영영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겁났다. (p11)

그런데 일호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바로 그 순간에, 느닷없이 17년 동안 부재했던 일호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햇빛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하던 여름날 아침” 손님 맞을 채비를 하다가 “갑작스레 이발소 문을 열고 거리로” 나온 뒤, 그 길로 먼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p99)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팔팔한 청년에게 이발사로 살아가게 될 삶은 답답하고 지리멸렬했을 터이다. 일호는 우리가 흔하게 상정하는 아버지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 그대로를 사랑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일호가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을 때, 일호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싸워 보지 않았던 할아버지 역시 외로운 싸움의 길로 들어선다. 일호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이발소인 태성이발소의 3대 이발사로, 마포구 도원동 일대의 재개발을 놓고 주민들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자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니 반대를 해서야 쓰겠습니까? 우리가 따라야지요.” 하고 ‘순수한 애국심’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에게 돌아오는 것은 “어르신 참 답답하십니다.” 하는 말뿐이다. 그런데 칠십 평생을 할머니 말대로 ‘제 털 뽑아 제 구멍에 박을 위인’으로 살았고, “이발 그거 몇 분이면 후딱 해치우는” 걸 가지고 “가업을 잇느니 마느니” 하면서 “굴러들어온 돈복을 차 버린” 고지식한 양반이 나라에서 하는 일에 처음으로 의구심을 가진다. 그리고 재개발로 주민들이 고루 덕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세입자대책위원회에 합세하여 시위에 나선다. 비록 할아버지의 시위가 세입자가 아닌 사람이 세입자의 입장에 선다는 한계에 부딪쳐 타다 만 불꽃처럼 사그라지긴 해도 말이다. 할아버지는 훗날 일호가 다니는 오정고등학교 학생들이 ‘별사건’이라고 부르게 될 일을 벌이면서 당신이 일호의 싸움을 이해하게 되었음을 말없이 드러내고, 일호는 할아버지가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단단히 땅에 발붙이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김해원은 고종이 단발령을 내렸을 때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상투를 자르던, 이제는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 체두관이라는 관직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체두관에 대한 자료를 공부하면서 우리 역사에서 머리털의 상징성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두발 규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학교 정문에서 두발 규제 반대 시위를 한 경험이 있는 중앙고등학교 이하람 군을 만나 경험담을 상세히 듣고 일호의 캐릭터를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일호는 동네 편의점 앞이나, 피씨방, 학원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리숙한 고등학생이지만 이야기를 힘 있게 끌어갈 만큼 다부진 의지를 갖춘 아이다.
일호의 싸움과 궤를 같이하며 또다른 싸움을 치루는 할아버지의 변모는 유쾌하고 놀랍다. 작가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온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호 할아버지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우리 현대사를 이끌어 온, 열심히 살아 나라가 발전하면 모두 잘 살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현대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일흔이 넘어서야 자신이 선 곳이 벗어나기 어려운 그늘이란 걸 깨닫는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졌을 때 절망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할아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한다. 작가는 우리 인간의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힘으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한때는 어리고 철없는 처녀였지만 남편 없이 아이를 기르느라 세월에 단련된 엄마,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남편 옆에서 속깨나 끓였을 할머니, 자신만의 감성적인 내면은 살며시 감쳐 두고 주어진 일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는 오정고등학교 학생부장 오광두 선생, 넉넉한 몸집에 너스레도 잘 떨지만 뜻밖의 일 앞에서는 소심해지는 친구 정진까지 모두가 전형성과 개성을 동시에 갖춘 생생한 인물들이다.

처음으로 세상과 맞선 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제 자리를 다시 찾아가게 되는 열일곱 살 일호의 이야기에는 학교 두발 규제와 관련한 청소년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주인공 일호의 가족사, 우리 사회와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는 일호의 긴 여정을 함께하다가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고 ‘단단해지는’ 일호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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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제목과는 다른 느낌 | hs**9 | 2014.02.1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열일곱 살의 털」이라는 제목에서 외설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두발 규제를 둘러싼 한 고...
    「열일곱 살의 털」이라는 제목에서 외설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두발 규제를 둘러싼 한 고등학생의 신념을 지켜가는 과정이 몰입도 있게 다가왔다.
    때론 현실성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소설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라는 부분이 보이기도 하지만, 유쾌함과 진지함을 두루 갖춘 소설이었다.
    청소년 소설에서 느껴지는 유치함이 보이지 않아 무엇보다도 맘에 들었던 소설이다.
  • 열일곱살의 털 | Ke**o | 2011.08.1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21세기 남자 고등학생을 대표하는 송일호.   두발을 둘러싼 학교와의 전쟁이 눈앞에서 펼쳐지듯 &nb...
     21세기 남자 고등학생을 대표하는 송일호.
     
    두발을 둘러싼 학교와의 전쟁이 눈앞에서 펼쳐지듯
     
    간결한 묘사와 사실적인 대화들로 쓰여진 이 책은 독자가 어려움없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도와주고 있다.
     
    일호의 고조할아버지(혹은 그 이상이 될수도..) 세대부터 시작된 '태성이발소'의 전통이 지금까지도 내려와
     
    지금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일호의 할아버지 송명관이 가위를 거머쥐고 있다.
     
    일호의 아버지는 일호를 보지 못하고 일찌기 해외로 떠났다가 20년이 흐른 뒤에야 자신의 가족 품으로 돌아온다.
     
    태성이발소에 송家 3대가 거주하는 화기애애한 가정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안에 내재된 서로에 대한 신뢰가 행동으로 대변해준다.
     
    어찌 이런 가정에 화(禍)가 닥칠 수 있겠는가?
     
    송명관, 송충만, 송일호.
     
    그들로부터 '가족이란 이런것이다' 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 오광두가 방패도, 맞서 싸울 창도 꺼내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이 아버지는 창을 더 높이 쳐들었다. “우리나라 학교가 본래 규...

    오광두가 방패도, 맞서 싸울 창도 꺼내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이 아버지는 창을 더 높이 쳐들었다.

    “우리나라 학교가 본래 규율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아이들은 무조건 복종하도록 만드는데, 이제 바뀔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아이들의 반대 의견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묵살하고 제재를 가하다 보면 올바른 교육을 해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들께서 진작 두발 규제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우리 애가 이렇게까지 나서지 않았겠지요.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지향합니다. 열일곱 살이라면 이 정도는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애 행동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설령 시위를 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도리어 시위는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테고, 그 뒤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 개선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109 - 110쪽)

     

    아버지가 학생부장 오광두 선생님과 만난 자리. 그것도 열일곱 살 아들 송일호가 두발 규제를 폐지하라는 시위를 벌이려다 발각되어 불려온 자리. 일호는 설사 정학 처분을 받는다 해도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조목조목 아들의 행동을 옹호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일호의 행동을 학교 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생의 신분으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여깁니다. 아이들을 선동하려 했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부 선생님들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어른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대결 구도입니다. 그리하여 오광두는 이번 사건을 주동한 아이들에게 당분간 상담실에서 정신 교육을 실시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기 아이를 하루 종일 상담실에 두는 것은 수업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면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일호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보통의 아버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 아버지. 일호는 아버지가 오늘처럼 자신을 대신해 싸워 주지는 않더라도 끝까지 자신을 믿어 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자신을 낳기 전부터 세상을 떠돌다 보니 시야가 넓어진 탓일까요. 일호는 17년 만에 만난 아버지보다 든든한 동지를 얻은 것이 기쁩니다. 그리하여 학교의 정학 처분에도 당당히 맞서 싸우니 학교 앞에서 피켓을 들며 일인 시위로까지 발전시킵니다. 어려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특히 교장 선생님을 만나 엎드려 빌어서라도 징계를 철회하고 싶어 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싸움을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개입하면서 싸움은 예상하지 못한 일로 나아갑니다.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두발 규제를 폐지하려고 시작한 싸움이 온 가족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됨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까지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가 된 것입니다. 감동입니다, 교정 교열이 제대로 안 되어 아쉬움이 많은.


  • 열일곱의 외침 | da**i51 | 2008.10.0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열일곱, 이제 고등학교1학년에 들어간 아이들의 이야기다. 나의 열일곱은 어땠던가, 언젠가 부터 두발규제화가 없어졌는지 잘 기억...

    열일곱, 이제 고등학교1학년에 들어간 아이들의 이야기다. 나의 열일곱은 어땠던가, 언젠가 부터 두발규제화가 없어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학교 3년 내내였던가 2년 내내였던가 귀밑 3Cm였던가 5cm 였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나는 항상 학교 규정을 지켰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머리가 긴 여학생은 묶어야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장발도 허용이 되었던 것 같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머리 길이에 천편일률적인 모습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 무시된다고, 학생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두발 자유화를 외쳐댔던 수많은 선배들의 희생이 따랐기에 나는 어쩌면 두발자유화 속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두발제한이 있을 때도 한번도 학교의 규정을 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두발자유화를 외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날때도 나는 어디 한번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같다. 나는 교권에 도전하기는 커녕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평범한 범생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두발자유화를 외치던 시기를 살아왔기에, 지금도 두발 제한을 하고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있기에 더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열일곱 일호의 이야기.

     

    일호의 할아버지는 몇대째 이발소를 운영하고 계실뿐만아니라 심지가 곧으신 분이시다. 그런 분 밑에서 자란 일호, 자신은 학교규정대로 머리를 자르고 다니지만 어느 날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인권이 무시되는 친구들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두발자유화 시위를 주도하다 정학처분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정학처분을 받고도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결국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도움으로 두발 자유화를 얻어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열일곱, 일호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일호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끼어들어가는 일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이야기를 분산 시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사실 읽으면서도 얼마 전에도 군대복역문제와 관련해 기사가 났던 대광고 종교의 자유를 외치던 강의석군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그런 양심이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 사회가 살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공부 잘하는 범생이들 중에는 자기 몸을 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줄 아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주인공 일호나 강의석 군이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학생들의 인권이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소설이면서도 우리 사회 현실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었고, 나의 학생시절이 문득 문득 떠올랐다. 선생님 앞에서 당당히 그건 잘못된 거라고 외칠 수 없었고, 친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옆에서 피해를 입을까 몸을 사리던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열일곱,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다. 주인공 일호와 같이 왜 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그 시절 학생인권에 관심이 있어 <인권은 교문앞에서 멈춘다>와 조한혜정선생님의 책들을 탐독하면서도 말한마디 하지 못했던 나의 초라한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공부말고는 다른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아이들에게 두발자유화문제를 한번쯤은 생각해보라고, 학생인권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 범생이 일호의 자아찾기.. | iv**79 | 2008.09.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아하하하하... 재미있다. 후련하다. 그리고 속시원하다.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다. 무엇이 그토록 재미있고 후련하고 속시...

    아하하하하... 재미있다. 후련하다. 그리고 속시원하다.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다. 무엇이 그토록 재미있고 후련하고 속시원한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저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안겨주는 책이다. 뭐, 그렇다고 지지리 궁상으로 살던 시절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들이 지나쳐왔던, 그러나 어쩌면 외면하고 싶을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슬쩍 깔아주는 그 묘미가 참 좋다.  우리네 어른들이 살아냈던 그 배경을 뒤에 업고 제 할말은 다하고 사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그려냈다는 것도 또한 별미다. 그래서 이 책은 나를 새벽까지 잠 못들게 만들었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 책이 풍겨주는 느낌은 일전에 읽었던 <완득이>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완득이와 열일곱살의 털, 송일호는 확실히 다르다. 그 주변을 천천히 보여주며 삶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던 <완득이>와는 달리 자아찾기에 도전하는 고등학교 1학년 송일호의 모습속에는 그 세월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래, 그랬었지... 그때는 나도 그랬었지... 하는 공감의 부분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불러내고 있음이다.  우리 나이에  한 때 반항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은채 살았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생활에 치여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탓에 '애어른'처럼 살았다할지라도 그 속까지야 어른이 될 수는 없었을테다.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아와 몹시도 힘들게 했었던 그 시절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처럼 이 책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갓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집에 오는 길에  친구가 사준 오방떡을 길에서 먹는다는 게 부끄러워 차마 먹지 못한 채 가방에 넣어 두었었다. 집에 돌아오니 오방떡은 완전히 납작떡이 되어버렸고 그 때 그일을 친구는 두고두고 울궈먹었었다. 내가 입학했던 여학교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학교와 붙어 있었다.  남학생은 위아래 까만색 교복을 입었고 여학생은 까만 치마에 하얀 브라우스를 입어야 했었다. 교복자율화니 두발자율화니 하는 말들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까까머리에 모자를 썼고, 단발머리 혹은 종종 땋아내린 머리를 가지런히 해야했던 그 시절.. 아침 등교길이면 학생주임과 교련선생이 어김없이 교문앞에 서서 지각단속과 함께 두발, 복장 단속을 했었다. 그리고 하교길이면 남학생 여학생이 서로를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하얗게 고속도로가 나버린 남학생의 머리는 모자를 써도 가려지지 않았고, 귀밑 1cm를 넘기면 어김없이 짝짝이 머리를 해야 했던 여학생조차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어쩌랴... 그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볼 밖에. 그랬어도 그 시절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너무 짧았다.

     

    어른이 되어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니야.

    어른들이 우리들을 길들이려고 하듯, 어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에 길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208쪽)

     

    우리의 주인공 송일호.. 단지 머리가 학교규정에서 약간 어긋났다고 하여 너무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던 옆반 친구를 대신하여 감히 선생에게 항거를 했던 그 순간부터 범생이 일호는 가슴속에서 불현듯 일어서는 무언가를 느낀다. 이건 아니지.. 하는 일호의 의지를 보면서 그건 진정 반항이 아니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어른이라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문제아로 몰아가는 상황이 왠지 뻔뻔스러운 우리의 삶과 일치하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니가 아무리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아. 적당히 하고 집에 가서 쉬지?...  관심을 끌고자 한 것도 아니었고 세상을 바꾸고자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도 틀에 박힌 어른들의 잣대가 싫었고, 그것에 길들여진다는 그 자체에 항의했을  뿐이다. 세상의 수많은 규칙과 약속을 다 지키며 살기에는 너무 벅차다. 그렇다고 그 많은 것들을 모른 척 외면하며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너무 기성세대적인 시선으로만 우리의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훤히 알고 있는 그것들을 내가 편하기 위해 일부러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작금의 교육현실을 바라볼 때 개탄해마지 않을 일이다.

     

    "송일호, 너는 방망이로 때리면 어디서 튀어 오를지 모르는 두더지 오락기 같아. 자극을 받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모르지"

    "사람에게 빛깔이 있다.... 아마 그 빛깔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건지도 모르지"(215쪽)

     

    자유를 달라고? 그건 아니었다. 자유가 아닌 자유스러움의 특성을 요구했을 뿐이다. 머리털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인격이 철저하게 무시되는 그런 현실말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그 특성을 아주 조금만 인정해 달라는거였다. 결국 제 편이 되어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송일호는 승리를 했다.  두발규제에 그토록 강경하게 굴었던 교장선생 앞에서 이발사였던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었다.  옛날에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린 한 학생이 이발소에 찾아와 별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고. 그래서 그 학생의 뒷꼭지에는 별이 그려졌다고. 그리고 그 학생은 절대로 내 자식의 머리를 내 마음대로 하지는 않을거라는 말을 했었다고.  누구나 똑같이 겪어내야 했던 그 시절의 번민과  고뇌를 이미 지나쳐간 일이라고 외면한다면 반목과 결렬만이 있을 뿐이라는 교훈을 슬쩍 내던지던 대목이다. 결국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손에 의해 많은 별들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학생시절에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일까? 두말 할 필요없이 빨리 학교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는거다. 이 지긋지긋한 규율의 늪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는 거다.  맘대로 머리기르고 사복입고 가고 싶은데 눈치보지 않고 가는거... 그 시절에 어른들이 그렇게 말했었다. 공부하기가 그렇게 힘드냐? 지나고 보니 가방들고 학교다닐 때가 가장 속편하고 좋았다 이눔아... 지금 늬덜이 무슨 걱정이 있다고... 그랬다. 정말 지나고보니 가방들고 학교다닐때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 때는 모르지. 현실의 무게는 누구나에게 무겁게 느껴질테니까. 나 역시도 그 시절의 현실은 너무나 무거웠었다.

     

    책을 읽으면서 범생이 일호가 단단해지기 위해 치뤄내는 일종의 수련과정들이 밉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그랬든, 현실도피적인 일탈이 되었든 오랜동안 집을 떠나있었던 아버지의 귀가는 일호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주었다. 거기에 손자와 할아버지를 묶어주었던 믿음의 끈과 아버지와 아들을 묶었던 그 질긴 가족간의 情은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을만큼 강하게 다가왔다. 일호와 정진의 우정도 옹골지다. 그리고 멋지다. 믿어준다는 것, 그리고 한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말만으로도 참 좋다. 그 느낌만으로도 푸근하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장을 덮으며 아쉬웠던 한가지가 있다면 왠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아버지의 가출과 귀가에 대한 설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혀졌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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