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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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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쪽 | 규격外
ISBN-10 : 8970597085
ISBN-13 : 9788970597089
오래된 디자인 중고
저자 박현택 | 출판사 컬처그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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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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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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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이란? 그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다! 디자이너 삶의 디자인을 읽다.『오래된 디자인』. 이 책은 박물관에 근무하는 디자이너인 저자가 시공을 초월하여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대상을 디자이너 시각으로 바라보며 작품에 담긴 삶과 지혜의 통찰을 읽어내고 있다. 아울러 오래되고 지속되는 대상을 통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더불어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오래되고 지속되고 있는 것의 매력과 관심 존경을 담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선시대의 책상 서안에서부터 화문수보,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 지폐 등의 박물관 전시작품 뿐 아니라 루이뷔통, 독일의 비틀 자동차와 전쟁용품으로 만든 절구, 절구공이, 수류탄을 이용한 호롱불 등 오래되고 낡은 물건에서 나오는 빈티지의 매력과 세월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좋은 디자인이란 삶의 실체와 본질을 파악하게 하고 우리 삶까지 변화를 주는 그러한 매개체라고 말한다.

저자소개

저자 : 박현택
저자 박현택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몇몇 대학에 출강하던 중 국립박물관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기념품, 출판물 등을 개발하면서 문화산업과 박물관 마케팅에도 관심이 생겼고,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여 학위논문 주제로 택했다. ‘디자인, 박물관, 문화’라는 세계 속에서 지내면서 디자인이 시각적 수식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 회의가 일었다. 다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디자인하는가’의 문제를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 즉 ‘꾸밈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서의 디자인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 글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전통문양집』 등의 도서를 기획?발간하였고, 『디자인 상상』, 『조형』, 『디자인은 죽었다』 등을 공동집필하였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_ 도올 김용옥

1장 오래된 것에서 찾은 위대한 디자인
_선비의 책상, 승려의 책상, 무슬림의 책상
_춤추는 두루미
_호랑이 요강과 마르셀 뒤샹의 샘
_지속되지 않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
_평범하고 소박한 것의 위대함
_추사의 편집디자인
_아주 작은 방
_오래된 모던

2장 오래가는 디자인
_가득함을 경계하라
_조화로운 디자인
_나전칠기 리바이벌
_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
_아이 사랑이 빚어낸 명작
_새 토테미즘
_5만 원짜리 디자인
_한옥마을에서 한옥을 찾다

3장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_부활한 승리의 여신 나이키
_루이뷔통, 전통과 혁신을 말하다
_빈티지 룩과 밀리터리 룩
_국민차 비틀
_자전거로 그린 도시 코펜하겐
_빛의 신전
_오래된 물건
_살이 디자인

글을 마치며

책 속으로

요강은 결코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예술이고 싶어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술을 극구 부정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생활의 한 도구가 경지에 이른 것뿐이다. 그러한 단계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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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은 결코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예술이고 싶어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술을 극구 부정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생활의 한 도구가 경지에 이른 것뿐이다. 그러한 단계를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예술에 대한 다양한 개념 정의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삶을 위한 예술은 있어도 예술을 위한 삶은 없다는 것이다. 달콤함을 정제한 것이 설탕이며, 감칠맛을 극대화한 것이 인공감미료다. 정제된 된 미로서의 예술이나 극대화된 맛으로서의 조미료 따위보다 건강하고 온전한 삶을 위한 투박한 재료, 소박한 정신이 필요한 시절이다. 화려하든 소박하든 간에 그 대상이 나의 삶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줄 때라야 더 친근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뒤샹의 ‘변기로 만든 샘’보다는 아무개의 ‘요강으로 만든 호랑이 새끼’에 더 정이 간다.
<호랑이 요강과 마르셀 뒤샹의 샘, p.61>


21세기 문화중심 시대가 도래했다고 모두들 목청을 높인다.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고 우리의 고유성을 빛내며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자는 구호 역시 지루할 만큼 반복되고 있다. 새삼스럽게 전통의 형식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적어도 ‘정체성’, ‘전통’, ‘고유성’이라는 것이 과거에 완료된 것을 오늘에 재현하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의 정서와 관점이 반영된 현재 진행형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백자 병은 철화로 표현된 끈 무늬의 뛰어난 조형성이나 병의 형태미만 가지고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 무늬나 형상이 아름답다고 한들 그것이 옷에도 잘 어울릴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 형상을 재현한다고 해서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더욱 아니다. 백자 병의 디자인은 삶과 결부되어 있는 익살이요, 유희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관조하고 일상을 즐기라는 의지를 표상한다. ‘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는 메시지가 바로 백자 병의 디자인 콘셉트이자 매력 포인트인 것이다.
<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 p.161>


소위 유명 브랜드, 또는 명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이처럼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평범하지만 철저히 기능성, 즉 내구성과 실용성에 목표를 두었으며, 편안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외형적인 스타일이나 패션의 형식은 실용성이 있으면서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물이다. 명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일상과 환경의 필요에 의해 사용목적이 결정되고 그 형태를 지속적으로 다듬어 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디자인이 출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명품 신화의 이면에는 여러 에피소드와 대중적 영웅들을(험프리 보가트나 피터 포크) 통한 이미지 연출이 가세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빈티지 룩과 밀리터리 룩, p.246-247>


디자인은 물품의 생산양식에 관계한다. 때문에 물품이 새로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디자인의 메커니즘이 작동되기는 힘들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이 없다면 디자인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시장이 지배하는 시대가 계속되는 한 디자인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선봉에 설 수 있다. 때문에 더 많은, 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욕구도 팽배할 것이다. 그러나 한 세기 전의 건축가였던 로스(Adolf Loos)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형태에 있어서 변화란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계속 완성시켜 나가려는 소망에서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의자가 아니라, 가장 좋은 의자이다. 더 좋은 의자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리고 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이 말은 끝 간 데 없이 확산되는 새로움에 대해 조롱이며, 낡은 것을 백안시하는 것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다.
<오래된 물건, p.29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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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박물관에 간 디자이너의 디자인 인문학 산책 박물관은 오래된 물건을 모아 놓은 곳이다. 오래된 것이란 시간의 흐름을 견뎌 낸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오래되고 낡은 물건이지만 사람의 온기와 물품 자체의 물신성이 느껴지는 독특한 풍격을 보통 빈티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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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간 디자이너의 디자인 인문학 산책

박물관은 오래된 물건을 모아 놓은 곳이다. 오래된 것이란 시간의 흐름을 견뎌 낸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오래되고 낡은 물건이지만 사람의 온기와 물품 자체의 물신성이 느껴지는 독특한 풍격을 보통 빈티지라고 표현한다. 빈티지의 매력은 세월이 더해지면서, 오래된 것에서 느끼는 정서적 공감에 새로운 생명력이 덧붙은 것이다. 이미 정 들고 익숙해진 친구에 대해 더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러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빈티지의 매력이다.
이 책은 오래된 것 또는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존경으로부터 시작한다. 박물관에 근무하는 디자이너인 저자는 시공을 초월하여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대상들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거기에 담긴 삶의 지혜와 통찰을 읽어 낸다. 오래되고 지속되어 온 대상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좇기에 앞서 좋은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아울러 이러한 문화적 감성과 수준이 어떤 식으로 계승되는지에 대한 적합한 사례를 들고, 디자인에 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태도와 인간사유의 집적들이 결국 품격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예술이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삶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평범하고 사소할 수도 있는 삶 그 자체이며, 디자인은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이끌어 가는 방편, 즉 인문학이어야 한다.
특정한 목적지가 없이 걷는 것을 산책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생각의 시간 또한 일종의 산책이라고 할 것이다. 산책은 휴식의 시간이며, 바빠서 놓치고 지나갔던 자연과 주변의 아름다움을 다시 맛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와 함께 박물관을 거닐며 오래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사유하는 향기로운 인문학 산책의 시간을 즐기게 될 것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그 근원적 질문에 답하다

우리가 늘 접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임에도 정작 무엇이라 설명하려 들면 갑자기 막막해지는 경우가 있다. 디자인 역시 그렇다. 디자인은 일상에서 아주 흔히 접하고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정작 디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려면 결코 간단치가 않다. 디자인은 예술인가? 과학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 역시 디자인 특유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은 무엇이다’ 하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굳이 정의를 내려보자면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통합하는 것이 디자인의 목표이며 이러한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적 프로세스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이 추구하는 기능성과 아름다움의 통합에 대한 고민은 결국 ‘형태와 기능’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20세기 전반기에 시작되어 오랫동안 세계 디자인의 주된 흐름이었던 ‘모던 디자인(모더니즘)’의 원리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기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형태를 디자인하면 미적인 요소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요즘은 기술 발전에 따라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능보다는 형태, 즉 모양새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대중들의 물질적인 욕망이 극대화되면서 모더니즘의 명제는 이미 ‘기능이 형태를 따르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더 나아가 “형태는 재미를 따른다”, “형태는 감성을 따른다”, “형태는 욕망을 따른다”는 식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더니즘 이후의 디자인에서 어떤 ‘가치’들이 기능을 대신해 중요시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기능을 위한 디자인은 이제 사라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디자인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또한 좋은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실 디자인이란 것은 그리 대단한 것도 전문적인 것도 아니다.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상 최대의 화두이며, 고도의 전문적인 분야로 인정받고 싶어 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 삶 속에서의 디자인이란 조금 다듬어진 상식의 범주일 수도 있다. 비교적 사용하기에 편하고, 보기에도 좋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주변과 어울리고, 나름대로 정돈된 형태나 구조를 지향하려 하고, 그렇게 되도록 바라고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현대사회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디자인의 생명력과 지속 가능성은 과잉이 제거된 평범함과 꾸밈없음, 삶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한 순수함과 치열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삶의 실체와 본질을 파악하게 해주고 우리의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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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오래된 디자인 | ra**arok21 | 2014.10.2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디자인'이라는 근대적 개념과,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는 어쩐지 아귀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책...
    '디자인'이라는 근대적 개념과,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는 어쩐지 아귀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오히려 아귀가 잘 안 맞기 때문에 새롭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도 하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는 그런 방식의 글쓰기인 셈이다.

    그러나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라는 최근의 경향성 - '최근'이란 왠지 날렵함을 떠오르게 하는데 - 과 달리 글쓴이는 날렵함 대신 박물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답게 찬찬히 그리고 물끄러미 대상을 바라본다. 하나의 대상을, 또 다른 하나의 대상을.

    그렇게 두 개의 사물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원형적 디자인을 추출해 내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적으로 비틀어지는지는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이 책의 백미는, '오래된 디자인'이 어쩐지 아귀가 안 맞은 이유로 들었던 '디자인'의 '근대성'과 상반되는 '오래된'이 그대로 소제목이 된 '오래된 모던'이라는,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와 1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에 대한 비교 부분이었다.

    생존을 위한 사용가치만이 극대화된 주먹도끼와 교환가치로서만 존재 이유가 있는 다이아몬드 - 그러니까 양자는 전혀 상반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들이다. - 가 형태상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가치'를 '기능'으로 치환한다면, 주먹도끼와 다이아몬드의 디자인은 철저히 기능에 종속되어 있으되, 역설적이게도 주먹도끼와 다이아몬드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기능미를 디자인의 본래적 개념으로 사용한 근대modern의 시각으로 보자면 주먹도끼는 오래된 모던 디자인인 셈이다.

    그러나 기능미로서의 design은 욕망desire에 종속됨으로서 desire의 design으로 변전變轉되고,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에 투영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되, 글쓴이의 표현대로 사실 디자인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할 걸까? 적당히 쓰기 좋고 보기에도 좋고 그것이 있을 자리에서 다른 것들과 그럭저럭 어울리고 뭐 그러면 되는 것이니...

    그래서 이 책은 읽고 있으면 따뜻하다. 소소한 일상에서 새롭게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는 글쓴이의 통찰력이 전혀 날카롭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따뜻한 때문일 거다.

  • 오래된 디자인 | su**est | 2014.09.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지난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그곳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작가가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디자이너라기에 더 흥미가 생겼다...

    지난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그곳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작가가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디자이너라기에 더 흥미가 생겼다.  어쩌면

    살아있는 디자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글들이다. 

    그야말로 '오래된' 디자인에 관한 글들로, 용도에 맞춘 디자인이라는

    단순하지만 당연했던 옛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디자인에 용도를 맞추는 요즘과는 다른 철학이 담긴 것들이다.

    특히 계영배에 관한 글은 깜짝 놀랐다.  그냥 보면 단순히 멋드러지게

    생긴 술잔이구나 싶은데 그 그릇안에 담긴 철학은 대단하다.

    계영배에 일정량 이상의 술을 따르면 옆에 붙어있는 빨대 역할의 기둥이

    술을 모두 밖으로 빨아내 버리는데, 모든 것에 차고 넘치는 일을 삼가야

    한다는 고귀한 철학이 들어있다.  내 눈에는 단순한 장식물로만 보인 것이

    이렇게 크고도 심오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놀랍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것은 결국 보인 만큼 알게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멜빵의 끈처럼 생긴 줄이 그어져 있는 도자기도 한갓 그림으로만 보았는데

    들고 가다가 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는 유쾌한 뜻이 담겨 있다니 참 재미있다.

    이 외에도 도시 디자인, 명품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우리의 생활속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이야기가 있다.

    무심히 본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유심히 봄으로써 더 좋게 발전할 수

    있다면 눈을 크게 뜨고 내 주위부터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디자이너, 삶의 디자인을 읽다'라는 부제가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다.

     

     

  • 생활의 소소한 부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치장하기를 즐겨하던 우리 선조들은 먹고 입고 살아가면서 사용한 생활용구에도 각...
    생활의 소소한 부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치장하기를 즐겨하던 우리 선조들은 먹고 입고 살아가면서 사용한 생활용구에도 각종 문양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문양이 들어간 우리 전통유물을 보면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현대의 디자인들보다 앞서 있는듯 했다. 또는 생활의 손때와 시간의 향기가 묻어나며 대물림의 역사가 담긴 낡고 헌것을 가치있게 만드는 사람들의 지혜 그리고 그들이 지닌 옛 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오랜된 것 또는 왜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존경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이 책의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대상들에 대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디자인이 주는 삶의 실체와 본질에 대해 동,서양 철학으로 어우러지면서 깨우쳐 준다. 선비의 책상인 서안부터 추상의 편집디자인, 나전칠기의 리바이벌과 승리의 여신 나이키, 뤼이뷔통과 코펜하겐, 핀란드의 빛의 신전...에 이르기까지 전통유물부터 명품, 건축과 자동차등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거기에 담긴 디자인의 미학과 실용성, 더블어 삶을 의미있게 이끌어 가는 통찰을 보여준다.  조화로운 디자인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건물 앞의 연못가에 있는 정자는 주변과의 환결을 고려해야 하다는 디자인의 개념을 무하고 조화의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한다면서 한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무엇이든 자본의 원리에 시작되고 추진하고 저지른다고 한다.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이든 간에 일단은 저질러서 끝없이 바쁘고 끝없이 분주해야만 성실한 것이며 내세울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관리자들, "아니오"라고 말하기 어려운 참모들,어떻게든 사업의 형태로 발전시켜 돈을 써야 다시 돈을 돌게 된다는 원리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이해관계가 만나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어 아름다운 디자인보다 거꾸로 가는 일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 봤기에 우리나라 5만원 짜리 디자인에 대해 저자 말대로 자세히 보면 지폐의 구성원리를 무시하고 월매도의 원본을 변형시킨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고정관념을 벗어나 파격적인 도안을 담은 네덜란드 지폐나  르 코르뷔지에가 등장하는 스의스의 대담한 지폐처럼 IT강국답게 디지털다운 디자인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되었다면서 제일 중요한 점은 철저히 기능적이고 내구성과 실용성에 목표를 두었으며 편안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일상과 환경의 필요에 의해 사용목적이 결정되고 그 형태를 지속적으로 다듬어 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디자인이 출현한다고 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전통문양처럼 결국 사람살이의 흔적이며 그 흔적을 오롯이 담고 있는 한 채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이 들어 우리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어느 순간 박물관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의 삶이 이어져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단절되어버리고, 우리 삶...
     어느 순간 박물관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의 삶이 이어져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단절되어버리고, 우리 삶에서 격리된 물건들만 전시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없고 그대로 사라져버려도 이상할 것도 없는, 이미 우리 삶에서 떠난 물건들이라는 생각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내 마음까지 더해져 여행지에서 박물관은 더욱 외면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 책 <오래된 디자인>의 소개에 박물관에 간 디자이너의 디자인 인문학 산책이라는 글을 보고 궁금증이 일어났다. 특히 '호랑이 요강과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글을 보고 이 책이 궁금해서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요강은 결코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예술이고 싶어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술을 극구 부정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생활의 한 도구가 경지에 이른 것뿐이다. 그러한 단계를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예술에 대한 다양한 개념 정의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삶을 위한 예술은 있어도 예술을 위한 삶은 없다는 것이다. 달콤함을 정제한 것이 설탕이며, 감칠맛을 극대화한 것이 인공감미료다. 정제된 된 미로서의 예술이나 극대화된 맛으로서의 조미료 따위보다 건강하고 온전한 삶을 위한 투박한 재료, 소박한 정신이 필요한 시절이다. 화려하든 소박하든 간에 그 대상이 나의 삶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줄 때라야 더 친근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뒤샹의 ‘변기로 만든 샘’보다는 아무개의 ‘요강으로 만든 호랑이 새끼’에 더 정이 간다.--- p.61 「호랑이 요강과 마르셀 뒤샹의 샘」
     

     
     
     이 책의 맨 처음에는 도올 김용옥의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글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도올 김용옥과 사제관계다. 아름다움의 근원을 동양의 정서와 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해설한 철학적인 에세이라는 설명처럼,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미추의 근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나뉜다.
    오래된 것에서 찾은 위대한 디자인, 오래가는 디자인,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먼저 1장의 이야기에서는 책상, 요강, 보자기, 추사의 글씨 등을 소재로 박물관 또는 옛물건에 차단되어버린 나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워밍업. 오래된 물건과 디자인에 관해서 일상 속에서 그다지 멀리 있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양만 바뀌고 있지 우리 생활 속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것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옛 선비들의 책상은 지금 내가 쓰는 책상과 모양만 다를 뿐이고, 요강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이 있고, 보자기 대신 가방을 사용하고 있으니,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고 재탄생 되어 꾸준히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들이다. 추사의 글씨는 요즘 서예에 관심이 많이 생긴터라 유심히 보게 되었고, 전체적으로 나의 시선을 끄는 책이었다.
     
     '계영배'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계영배란 단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가 유명세를 타면서부터였다고 말한다. 나또한 <상도>의 유명세에 계영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가득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의 계영배는 '과음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의 절주배로도 불리고 있듯이,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것을 술을 따르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123쪽)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자기 회사의 명칭으로 된 공동브랜드 계영배에 얽힌 일화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가 늘 접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임에도 정작 무엇이라 설명하려들면, 갑자기 막막해지는 경우가 있다. 디자인 역시 그렇다. 디자인은 일상에서 아주 흔히 접하고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정작 디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려면 결코 간단치가 않다. (306쪽)
    저자의 이 말이 이해간다. 디자인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으로서 이 책을 읽기로 했을 때, '오래된 디자인' 이라는 제목을 보며 나와는 더욱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책을 읽다보니 나와 그리 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의 가까이에 있음에도 멀게만 느껴지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으로 삶의 디자인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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