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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읽는 역사유물 탐험기(스코 박사의)(푸른들녘 인문교양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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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8*210mm
ISBN-10 : 1159254591
ISBN-13 : 9791159254598
과학으로 읽는 역사유물 탐험기(스코 박사의)(푸른들녘 인문교양 28) 중고
저자 스코 박사 | 출판사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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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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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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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하는 문화유산이 지금껏 남아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왜?’라고 묻고 ‘어떻게?’를 탐색하는 동안 벗겨진 놀라운 과학의 비밀들!! 우리 역사 유물 열네 가지에 숨어 있는 과학의 비밀을 풀어낸 융합 교양서. 이공계열 출신으로 한국사에 푹 빠진 저자가 ‘유물에서 찾아낸 과학 이야기’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탐색했다. 이는 문과로 지칭되는 ‘인문학’과 이과로 일컬어지는 ‘자연과학’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시도로서 이미 『두 문화』에서 찰스 퍼시 스노우가 지적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의사소통 단절’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을 감상할 때마다 우리는 당대의 미의식이 반영된 빼어난 형상은 물론 예술과 기술의 상관관계를 재고하게 해주는 과학지식, 천 년 이상 긴 세월을 견디게 해준 보존의 원리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미술이든 건축이든 과학이든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닌데 선조들은 어떻게 이런 업적을 이루었을까? 평범한 이 질문에 저자는 과학자로서 그 답을 찾아냈다. 반구대암각화, 금동대향로, 분황사모전석탑, 성덕대왕신종, 해인사장경판전, 조선왕조실록, 석빙고 등의 유물에 얽힌 비밀을 과학자의 사고를 바탕으로 인문학자의 상상력을 덧대어 탐색하고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호모사피엔스 최초의 보석이라 일컬어지는 ‘흑요석’은 원자 단위로 잘 쪼개지며 빛을 잘 정돈시켜 반사한 덕분에 날카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손에 넣었다는 것, 원시 인류가 고래사냥을 할 때 이용한 원리가 바다의 깊이에 따라 바닷물의 색이 달라진다는 점이라는 것, 절대 권력이 사모했던 불사의 영약 ‘진사’는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키는 수은화합물이었다는 것, 중국 탑의 주재료인 벽돌(세라믹)이 분황사모전석탑에 밀린 이유가 장점으로 칭송되었던 강함에 있다는 것, ‘성덕대왕신종’을 만들 때 사람을 넣었다는 소문이 날 만큼 기막힌 소리가 난 데엔 맥놀이현상이 있다는 것, ‘석빙고’가 현대인들마저 경탄할 만큼 효율적인 얼음창고가 된 것은 석회·흙·화강암이라는 재료의 비밀은 물론 인근 하천과의 거리 및 비밀 통로 제작이라는 환경의 비밀, 그리고 단열재로서 볏짚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 등이다. 그야말로 “대박! 문화재들 전부 이렇게 뛰어난 과학적 원리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거란 말이야? 자그마치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말도 안 돼!”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만하다.
시공을 초월하는 문화유산을 탄생시킨 과학적 원리에 대해 ‘왜?’라고 묻고 ‘어떻게?’를 탐구한 성과를 모은 이 책은 인문학의 창으로 탐구하던 역사를 과학이라는 정밀한 도구로 분석한 신선한 작업이다. 이에 더해 독자 역시 “여기에 이런 과학이!”라면서 아하 체험을 할 수 있는 점,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삽화와 생소한 과학 개념어를 설명한 팁박스, 그리고 상상 속 인물들의 활약상과 조미료처럼 들어간 당대 주변국 이야기는 독자에게 드리는 덤이다.

저자소개

저자 : 스코 박사
이름과 달리 뼛속까지 한국 토종. ‘스코’라는 이름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의미를 담아낸 전통 인사의 형상이 우연히 알파벳 S, C, O를 만나서 생긴 것이다. 고등학교는 이과, 대학교는 공대 출신의 빼박 과학자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마인드를 과학계에 퍼뜨리기 위해 힘쓰는 저술가이자 국내 대기업의 연구원이다. 쓴 책으로 『1000=400+60』(해드림출판사, 2018), 『괴짜과학자의 지구멸망시나리오』(레드우드, 2018)가 있다. 역사로 대표되는 ‘문과’와 과학으로 대표되는 ‘이과’의 경계를 허물어보려고 이 책을 썼다. 앞으로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히어로들과 몇몇 매력적인 빌런 캐릭터에 숨어 있는 과학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갈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작업은 ‘스파이더맨’의 비밀을 푸는 작업이 될 것이다.

목차

1장 선사시대
1 호모사피엔스의 보물_흑요석
현자의 검은 돌 | 지혜로운 자에겐 그만의 안목과 노하우가 있다 | 화산이 만들어낸 보물 | 있어 보이는 외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치명적인 실수
2 원시인의 비밀 편지_반구대암각화
52미터를 넘기지 마라! | 적은 병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 | 바다 빛깔은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 알 듯 모를 듯, 물의 마음이 궁금해 | 고래 사냥꾼의 편지

2장 삼국시대
1 불사의 영약_진사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 | 충격적인 실체가 밝혀지다 | 수은 시대의 개막 | 죽은 자와 산 자 | 도교에 취한 절대자 | 내 곁을 지켜다오
2 백제표 페인트_황칠나무
심리전을 위한 필수품 | 동방의 노랑 형제 | 보물섬을 찾아서 | 천년의 기록 | 의리의 파이터 | 옻칠과 황칠, 손에 손을 잡다
3 황금 코팅의 비밀_금동대향로
아이언맨 수트의 치명적인 단점 | 가장 완벽한 재료를 준비하라 | 허점을 없애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다 | 훌륭한 요리법의 승리

3장 남북국시대
1 짝퉁 분투기_분황사모전석탑
양 극단의 팬덤 | 버릇을 고쳐준 누나 | 극기 체험 | 사면초가를 넘어 육면초가가 되다 | 어둠 속의 기다림
2 울려 퍼지는 유령의 목소리_성덕대왕신종
외로운 소년 | 해괴한 소문이 돌다 | 엄마를 찾는 벨(bell) | 대망의 종소리 경연대회 | 완벽한 황금비율을 찾아라 | 피와 땀이 만든 감각

4장 고려시대
1 수증기 군단을 물리쳐라_해인사 장경판전
바람아 불어다오 | 짜증을 몰고 다니는 후텁지근한 기운 | 수증기 군단의 진정한 능력 | 보물보다 귀한 보물상자가 있다고? |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
2 옥을 만들어낸 신의 손_고려청자
씹다 뱉은 껌 | 레어 캐릭터의 필요조건 | 개성 + 동기 = 보물 | 어린 마음과 굳센 마음 | 산신령, 녹슨 쇠도끼를 주다 | 마침내 완성된 가짜 옥 찻잔 | 푸른 그릇의 진화
3 돌과 금속의 이상한 만남_보협인석탑
부담스런 손길 | 시너지란 무엇일까? | 잘못된 이름 | 의외의 평행이론 | 악마와 거래하다 | 초심을 잃은 자
4 백색의 외톨이_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새하얀 피부의 딱밤 피해자 | 나의 살던 고향은 어디에 | 껄끄러운 첫 대면 | 달콤한 사탕에게 배운다 | 코리언 대리암

5장 조선시대
1 조선 미라의 탄생_석회무덤
옛 것은 좋은 것? | 시간 여행자의 운명 | 죽음의 사자를 막아낸 수문장 | 주희, 마법의 가루를 소개하다 | 세 가지 물질의 만남 | 완벽한 조미료
2 꿀벌과 이산화탄소_『조선왕조실록』
꿀벌의 선물 | 빼앗긴 집 | 꿀벌이 쳐놓은 덫 |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 숨은 고수를 찾아라 | 슈퍼크리티컬 파워
3 얼음 창고와 아기돼지 삼형제_석빙고
얼음 캐러 간 신랑을 기다리며 | 지하 0.5층 | 아기돼지 삼형제 | 용암이 만들어낸 땅 | 남겨진 이유 | 환경의 비밀, 그것이 궁금하다 | 재료의 비밀1 석회와 흙으로 화강암을 뒤덮은 천장 | 재료의 비밀2 얼음 사이에 낀 볏짚

책 속으로

지금으로부터 9만여 년 전의 강력한 폭발, 지금의 백두산을 산답게 만들어준 빙하기가 끝나가는 무렵인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후기에 ‘흑요석(黑曜石)’이라 불리는 문제의 ‘보물’도 만들어졌다. 이 귀한 보물은 물물교환이라는 명목하에 한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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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만여 년 전의 강력한 폭발, 지금의 백두산을 산답게 만들어준 빙하기가 끝나가는 무렵인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후기에 ‘흑요석(黑曜石)’이라 불리는 문제의 ‘보물’도 만들어졌다. 이 귀한 보물은 물물교환이라는 명목하에 한반도 전역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전국에 걸쳐 110군데에 달하는 곳에서 ‘Made in 백두산’이라 적힌 흑요석이 발견된다고 하니,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옛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금을 만들어준다는 연금술의 도구, ‘현자의 돌’이 실재한다면 이와 같았을까? 돈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흑요석은 연금술의 실사판으로 봐도 무방했다. 구석기 시대의 한반도에 살고 있던 호모사피엔스(지혜로운 자)들은 백두산이 선사한 보물을 알아보는 훌륭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르발루아 기법(Levallois technique)’이라 불리는 그들만의 노하우 덕에 ‘묠니르’에 버금가는 신비한 무기를 소유할 수 있었고, 천둥의 신 ‘토르’에 필적하는 인기와 권력도 누리게 되었다. 그들이 바로 우리 역사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이다._<호모사피엔스의 보물 흑요석> 중에서

고구려의 절대자는 남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눈을 감고 말았다. 그의 주위를 지키던 자손들과 신하들은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닦는 것도 잠시, 고인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무덤 내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작업의 마무리는 천연 석채(돌가루)들의 몫이었다. 고인이 생전에 그토록 믿고 따랐던 도교를 이용해 죽음의 길목을 지켜주기로 결심한 그들은 동쪽에는 푸른 빛깔의 청룡, 서쪽에는 하얀 빛깔의 백호, 남쪽에는 붉은 빛깔의 주작, 북쪽에는 진한 갈색 빛깔의 현무를 그려 넣었다. 청룡의 채색은 공작석이라 불리는 구리화합물(CuCO3· Cu(OH)2)이 맡았고, 백호의 채색은 연백이라는 납화합물(2PbCO3·Pb(OH)2)과 석회(CaCO3)가, 현무의 채색은 석간주라는 이름의 산화철(Fe2O3)이 담당했다. 붉은 주작의 채색만 남겨둔 고구려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붉은 빛깔은 무슨 재료를 쓰지? 석간주(Fe2O3)로 붉은 기운만 살짝 줄까? 아니야, 현무의 채색이랑 크게 다르지 않잖아. 그럼 납화합물 중에서 붉은 계열(Pb3O4)을 써볼까? 그것도 좋지만, 뭔가 좀 더 상징적인 게 없을까? 고인을 상징할 수 있는 재료 말이야. 아! 그게 있었지?” 그들은 불타는 주작에 걸맞은 채색 재료를 찾아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어두운 창고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오래전 건강에 좋지 않다고 판명된 시뻘건 진사(HgS) 가루가 있었다._<불사의 영약 진사> 중에서

‘성덕대왕신종’의 음향에 귀를 기울였던 수많은 과학자들은 두 영역 대의 주파수를 이야기한다. 168~169Hz의 메인 영역과 64Hz의 보조 영역이다. 또한 메인 영역인 168~169Hz는 또 다시 두 가지 음파인 168.52Hz와 168.63Hz로 나뉜다고 한다. 그들은 이 숫자의 나열을 보면서 ‘마치 어린아이의 숨소리가 섞인 울음소리 같다’는 결론을 낸 뒤 자기들끼리 서로 대단하다며 박수까지 쳤다. 이를 과학자들만의 축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축제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횟수를 ‘시간 단위’로 변환해야 한다. 우선 메인 음파들부터 손을 보자. 168.52Hz와 168.63Hz 두 음파의 주파수 차이는 단 0.11Hz이다. 이를 뒤집어 시간 단위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1/0.11Hz=9.1초’ 이 두 음파는 9.1초가 지난 뒤 다시 만난다는 의미다. 물론 음파의 이동거리 자체는 다르지만 음파란 위/아래 진동이 반복되는 여러 사이클의 합이 아니던가? 빙글빙글 돌고 도는 시계 바늘을 떠올려보자. 작은 바늘은 한 바퀴 도는 데 12시간이 걸리는 반면, 긴 바늘은 한 바퀴 도는데 단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들이 원점에서 다시 만나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은 12시간이다. 마찬가지로 범종의 두 가지 메인 음파가 다시 원점에서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1초다! 즉 ‘9.1초’를 주기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 이를 음향 측정기로 확인해보면, 웅웅거리는 패턴은 9.1초를 한 주기로 나타나고, 이 주기는 또 다시 2.9초마다 들쑥날쑥 하는 새로운 패턴으로 나뉜다. 그런데 2.9초의 미세한 주기는 놀랍게도 일반인의 호흡 횟수(12~20회/1분=1회/3~5초)와 유사한 수치를 보였으며, 평상시보다 호흡이 빨리 이루어지는 우는 상황에서의 호흡 패턴과 매우 흡사했다. 따라서 한 번의 날숨으로 ‘으앙~’ 하고, 9.1초를 진행하는 와중에 2.9초마다 ‘꺽꺽’거리듯 호흡하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말도 안 되는 소문은 결국 음파들 간의 간섭, 즉 ‘맥놀이 현상’이 만들어낸 신기루였음이 밝혀졌다._<울려 퍼지는 유령의 목소리 성덕대왕신종> 중에서

한편 ‘팔만대장경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은 뜨거운 열기는 산기슭을 따라 올랐다. 그런데 장경판전에 들어서려는 찰나 수만에서 수십만이 넘을 것 같은 나뭇잎들과 떡 하니 마주쳤다. 그들은 콧구멍인 기공(氣孔)을 통해 ‘열을 못 먹어 안달이 난’ 수증기 분자들을 뿜어댔다. 이들의 잘못된 만남은 수십 수백의 나무 기둥이 만들어낸 복잡한 미로를 탈출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예상치 못한 수풀의 물 분자 공격 때문에 뜨거운 공기는 쓴맛을 보고 말았다. 병력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공기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남은 열기를 한 데 끌어 모았고, 그 힘으로 간신히 특공대를 조직했다. 졸지에 조직의 미래를 떠맡게 된 열기 특공대는 남문인 ‘수다라장’으로 몰려갔다. 열기 특공대가 기세를 몰아 출입구로 향하던 바로 그때였다. 장경판전의 2차 방어선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방어선이란 바로 높이가 다른 두 개의 담벼락이었다. 첫 번째 벽을 가뿐히 넘어 들어온 그들은 이내 두 번째 벽과 마주쳤는데 둘 사이의 시간 간격은 불과 1초도 채 되지 않았다. 두 담벼락 사이에 갇힌 특공대는 길을 잃어버려 갈팡질팡했다. 이 혼돈스러움은 ‘와류(渦流, eddy)’라는 형태의 유체 흐름으로 나타났다. 어지러움에 고통스러워하던 그들에게는 이제 공격 명령 따위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또 다시 대부분의 병력을 잃어버린 그들! 남은 이들을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판이었다. (……) 치밀한 방어능력은 물론 논리력과 완벽한 준비성까지 갖춘 장경판전이었다._<수증기 군단을 물리쳐라 해인사 장경판전> 중에서

3! 2! 1! 이제 끝났다. 지금 여러분이 만든 주전자 속의 물은 평소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임계점(374℃, 217.6기압)을 넘어섰고, ‘초임계 상태’라는 새로운 세계에 빠져 있다. 주전자 속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절대 체험해볼 수 없는 독특한 환경이 되었다. 이곳에서 물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적인 물’의 모습과 다른 아주 낯설고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액체 상태의 물과 기체 상태의 수증기가 동일한 밀도를 갖게 되는, 이른바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기에 물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알려진 ‘표면 장력(surface tension)’은 그 영향력을 잃어버린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녘, 꽃잎 위에 동그란 이슬방울이 맺힐 수 있는 이유이자 잠수를 유독 싫어하는 소금쟁이들을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르게 만드는 힘 말이다. 초임계의 세상에 떨어진 물방울은 현저히 낮아진 표면장력으로 인해 그 형태를 잃어버리고, 서로 뭉치지 않는 물 입자들은 이제 독립적인 존재들로서 각자 공중을 떠다니게 된다. 초임계 상태에 놓인 물은 이제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는 이른바 천하무적이 되고 말았다. 종이를 만나도 적시지 않은 채 통과할 수 있으며, 세탁기 안에서 강력한 세제들과 격렬하게 춤 춰도 빠지지 않았던 얼룩을 쥐도 새도 모르게 단 한 방에 제거해버릴 수 있다. 어디 물뿐인가? 지구를 따뜻하게 덥혀준다는 온실가스의 대표주자인 ‘이산화탄소’마저 초임계 상태(31.1℃, 73.8기압)에 들어서면 커피 속에 잠들어 있는 카페인이라는 악당을 아무도 몰래 납치해올 수 있다. (……) 현재 대한민국은 이렇듯 초임계 상태로 거듭난 이산화탄소에게 ‘대한민국의 문화재 수호’라는 중요 임무를 맡겼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 ‘밀랍만 쏙쏙 빼내는’ 최적임자로 선택된 그는 지금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_<꿀벌과 이산화탄소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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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역사로 과학 읽고, 과학으로 역사 읽자! 남들이 읽어주고 읊어주는 획일적인역사 공부에서 벗어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할 수 있을까? 아니, 역사와 과학을 통섭할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그렇고말고”이다. 예를 들어 경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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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과학 읽고, 과학으로 역사 읽자!
남들이 읽어주고 읊어주는 획일적인역사 공부에서 벗어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할 수 있을까? 아니, 역사와 과학을 통섭할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그렇고말고”이다. 예를 들어 경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작은 구릉들이 정겹게 펼쳐진 유적지를 산책하다가 석빙고 팻말을 보고 올라간다. 한국사 수업시간에 배운 석빙고를 떠올린다. “얼음을 넣어 두던 창고로 경주 석빙고, 창녕 석빙고, 청도 석빙고 등이 있다”는 정보와 함께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석빙고를 보면 아무리 호기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냉동고도 아닌 이런 창고에 얼음을 넣어두다니, 금방 다 녹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이 순간이 바로 과학이 등장할 때다. 창고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얼음은 어떻게 캐고 어떻게 운반했는지, 창고 안의 온도는 어떻게 조절했는지, 얼음 큐브들이 서로 달라붙는 것을 어떻게 막아냈는지…. 이런 궁금증의 끝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과학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역사와 과학 간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여러 정보가 하나의 온전한 앎으로 전환된다. 일견 고리타분해 보이는 역사 유물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첨단 과학의 원리들을 발견하는 순간, 독자들은 과학적인 역사, 역사적인 과학을 동시에 경험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멋진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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