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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봐, 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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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1187756393
ISBN-13 : 9791187756392
기억해 봐, 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중고
저자 신동옥 | 출판사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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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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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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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해서 쓸 것이다 마치 어제 시인이 된 것처럼 망해 버린 공화국의 마지막 인민처럼

“기억해 봐, 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이 도저한 질문 앞에 그 누군들 망연해지지 않겠는가. 이때 시인이란 그저 ‘등단했거나 시를 쓰는 사람’ 혹은 좀 더 좁혀 ‘시를 쓰고 있는 중인 상태’ 정도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라니, 이 얼마나 부질없는 동어반복인가. 신동옥 시인이 호명하는 시인은 겨우 그런 것이 아니다. 책에서 옮겨 적자면 시인은 “망해 버린 공화국의 마지막 인민”이자, “불행한 열정과 희망 없는 사랑을 모두 경험한 다음”을 사는 자이며, 그래서 이미 “죽었고, 죽어서 현재를 살고 있”는 자다. 김수영, 신동문, 이성복, 이승훈, 김정환, 기형도, 박정대 그리고 김현이, 에메 세제르, 옥타비오 파스, 마흐무드 다르위쉬, 또한 커트 코베인, 앤드류 우드, 에디 베더가 예컨대 그들이다. 그들은 누구나 최후이자 최초다. 그들은 시를 그야말로 온몸으로 감행했고 마침내는 시를 종결지었으며, 바로 그렇기에 영원한 실패를 자초했고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없는 자들이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시인은 태어난다. 그러므로 시인은 다시 끊임없이 소생해야 한다. 성실하게 삶의 몫에 부닥쳐야 한다. 삶의 힘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끝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시인이 “지구라는 우주의 오아시스에 최후까지 남을 꽃”이라는 거대한 희망은 이런 문맥에서 발원한다. 자, 여기 진짜 시인들이 있다. 매순간 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자들이 있다. 책을 펼쳐 보라. 그들은 행간마다 불쑥 튀어나와 당신에게 묻을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우리가 누구이고, 또 시를 통해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왜 털어놓고 서로에게 말을 하면 안 되는가?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왜 직접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가?” 이 질문들이 진정 곤혹스럽다면 당신은 이미 시인이다.
저자 신동옥 시인은 1977년 고흥 남양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시와 반시 』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 『고래가 되는 꿈 』, 문학일기 『서정적 게으름 』을 썼다.

저자소개

저자 : 신동옥
1977년 고흥 남양에서 태어났다.
2001년 『시와 반시 』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 『고래가 되는 꿈 』, 문학일기 『서정적 게으름 』을 썼다.

목차

007 책머리에

제1부 나
019 망하는 시인은 추하지만, 망해 가는 나라의 시가 왜 아름다운지 당신은 아는가?
028 한 소설가 지망생의 1990년대
037 역사에서 잘려 나간 내면의 함성―그런지 록(Grunge Rock)
048 청동 시대 또는 젊음의 아포리아

제2부 안/팎
057 헤지라 이후, 끝없는 노래의 길
068 족쇄와 멀미를 이겨 내고 네그리뛰드 대항해―에메 세제르의 ?족쇄?에 대하여
078 옥타비오 파스와 한국문학
084 인식과 충격―‘시적 현실’의 문제에 대하여
097 청년의 자기 호명에서 시작된 문학장의 재편―『68문학 』과 『사계 』에 대하여
116 ‘개새끼 표현’의 계보
138 ‘괴랄’한 시의 시대

제3부 전위/후위
161 김정환〓당대의 문법
178 이 순간 두 번이 아니기에 나의 문학은 지금 시작이다
195 궈릴라 레이디오우! 또는 섬망의 주파수
214 서정의 위상차 변이, 절멸 이후를 기록하는 숙명의 언어
231 기림(奇林), 강정
255 무능력의 능력자, 안현미
267 이승훈 시론의 구조 변이와 시 형태 변화의 무궁동 운동―형태론적 접근을 위한 시론
301 비평의 거울, 삶의 기율
314 호모 폴리티쿠스, 호모 포에티쿠스, 호모 네간스, 호모 레지스탕스―신동문(辛東門, 1927.7.20-1993.9.29) 시인과의 대화

제4부 다시, 나
329 진정성, 현상과 역치
340 이 시대의 서정적 주인공 ‘나’의 생존 전략에 관하여
352 나의 윤무에 끼어들어 너 자신을 발명하라
360 문장론
373 서정과 비서정의 논리
394 시창작론 수업에 앞서서

403 발표 지면

책 속으로

[머리말] 시인이라는 이름을 ‘나’라는 인간의 고유명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시가 비롯되는 장소를 ‘몸’으로 돌리기까지 걸린 시간과 맞먹을지도 모른다. 한 인간이 시를 쓰고, 동시에 감각과 사유의 동근원적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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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시인이라는 이름을 ‘나’라는 인간의 고유명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시가 비롯되는 장소를 ‘몸’으로 돌리기까지 걸린 시간과 맞먹을지도 모른다. 한 인간이 시를 쓰고, 동시에 감각과 사유의 동근원적인 움직임 속에서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분명히 실재한다. 그동안 나는 시를 써 오며 ‘시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섣불리 답을 내리려 한 적 없고, 심지어는 시를 정의하고 시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려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가 위안을 준다면 누구에게 어떤 경로를 거쳐 다가서는지? 답을 찾으려는 노력과 시를 살려는 노력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간극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써 온 시와 내가 해석한 나의 결절점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읽히고 발각되고 해석되는 무언가에 대해 따로 말을 보태는 것은 내가 써 온 시를 다시 나에게로 귀속시키는 ‘허무주의’ 내지는 ‘냉소주의’의 발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펼쳐 든 당신에 대해 상상해 본다. 당신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정도로 논변을 풀어헤칠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을 테고,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 세계를 마주하면서 정서적인 움직임을 살아 낼 테고, 나와 같은 방식으로 범주와 체계를 넘나들며 세계를 인식할 테고, 그 가운데서 자신만의 취향을 때로는 머뭇거리며 때로는 과감하게 드러내는 미감(美感)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경험과 가능성의 알고리즘으로 세계를 해석하지 않는 당신은 때로는 직관에 의지하여 때로는 운과 우연과 욕망에 의지하여 세계를 해석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가진 지적?정서적?인식적?미적 척도에 기대어 시를 써 왔다. 그러므로 내가 시를 쓰는 일은 당신의 지성과 정서와 인식과 미학과 직관을 받들어서 문장을 이어 가는 작업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어떤 멋진 아포리즘도 없고, 신비도 없다. 우연으로 시작된 마주침과 이해 그리고 계속되는 해석의 공방전이다. 이 책은 객관적인 실체인 ‘시’와 ‘당신’을 탐문하기 위해 써 내려간 헛말 뭉치다.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은 “우리가 시를 쓰고 과학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해서 이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별개의 세계에 속한 것이고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하나의 세계 일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신비화이다”라고 말했다. 정의할 수 없으므로, 논리를 동원해서 변증하기 곤란한 것들일랑 우리가 살아 내는 마음과 몸의 세계 바깥의 어딘가에 괄호 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손쉬운 해결책일 수도 있다. 시는 인간의 ‘몸-마음’의 연결 고리 안팎 어딘가에 신비한 방식으로 ‘실재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반화된 통념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에 대한 사유를 중단시키려는 일종의 사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인간을 규정짓는 조건들에 대한 사유를 포기한 대가로 얻은 대답이기 때문이다. 설은 ‘인간’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필요조건으로 여덟 가지를 든다. 의식, 지향성, 언어, 합리성, 자유의지, 사회 및 제도, 정치, 윤리가 그것이다. 나는 시를 정의할 용기도 없고, 지혜도 없다. 대신 설이 말한 저 여덟 가지 조건들에 관해 시로 품은 물음들을 풀어낸 소박한 궁금증으로 내 방식의 ‘오답’에 다가서고자 했다. 이 책의 주제는 시인이라는 인간의 필요조건에 관한 탐구인 셈이다.
그간 쓴 글들 가운데 골라서 책을 묶었다. 주제마다 문체를 달리하려고 애썼다. 월평과 계간평, 서평과 시집평, 발문과 해설 들은 모두 뺐다. 자연스럽게 소위 현장 비평이나 실제비평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글들은 빠졌다. 시인이라는 고유명과 비평은 어쩌면 이중 구속(double bind)을 강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장에 가담하면서 때때로 내가 텍스트에 더하는 평점(評點)과 내 시에 빠진 지배소를 구분하는 것은 시작 행위에 백해무익한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성실하게 실제비평에 임하는 비평가들의 문장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도 그런 종류의 글은 빼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했다. 여기 간추린 글들은, 마지막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면을 통해 청탁을 받고 쓴 것들이다. 마감을 어겼고, 분량을 넘겼으며, 편집자와 기획자를 애태우기 일쑤였다. 주제를 받을 때마다 내가 글을 쓸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는가를 생각하고 청탁을 수락했다. 글을 쓸 때마다 우선은 일기와 시작 노트와 시를 다시 읽었다. 사유와 정념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받아 적은 질문들이 빼곡한 문장들을 돌보는 데서 글을 시작한 셈이다. 문장은 어느 순간 단상이 되었다. 짧은 글줄들을 선별하고 다시 조립해서 한 편 한 편 완성해 나갔다. 그러니 여기 실린 글들 속에는 내가 쓴 시와 습작 노트와 일기가 고갱이를 이루어 고스란히 스며들었을 테다.
원고를 확정한 다음 책을 4부로 나누었다. 1부와 4부에서는 ‘나’라는 ‘서정적 주인공’의 존재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1부와 4부만을 읽으면 고백에서 시작해서 시론으로 끝나는 구도다. 어쩌면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은 마지막 꼭지에 실은 나대로의 ‘시론’ 하나를 쓰기 위한 문장 연습에 불과할 수도 있다. 2부는 내가 쓰는 ‘시’라고 불리는 것들이 한국어 밖의 제3세계 언어권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한국어 안에서는 어떤 모양으로 있었고 있는지를 훑어본 글들이다. 시인과 시단과 영향사와 실재와 환상의 토대 따위의 물음들이 2부에 쓴 글들의 주제인 셈이다. 3부에 실린 글들은 나를 문학으로 이끌어서 내 삶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들’에 대한 헌사다. 애초에는 3부에 실릴 글만으로 한 권의 책을 쓰려고 했다. 그 가운데 김정환, 박용하, 박정대, 함기석, 강정, 안현미 시인과 나를 가르친 이승훈, 유성호 두 분 선생님 그리고 나와 ‘이름만 비슷한’ 신동문에 대한 글을 골랐다. 여기에서 빠진 이들은 이성복, 송찬호 시인 그리고 소설가 서정인, 최인석 그리고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enst Bloch) 그리고 소설가 다닐로 키슈(Danilo Ki?)다. 이들을 읽으며 문학에 눈을 떴고, 시인이 되었고, 이들을 떠나려 발버둥 쳤고, 이 책까지 쓰게 된 것이다.
―저자 신동옥

[책 속으로]

2001년, 나는 결국 시인이 되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시인이 되었다. ‘신작’을 발표한다. 시집을 두 권 펴낸다. 산문집을 한 권 낸다. 행인지 불행인지 매번 같은 이름으로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얻는다. 그러면서 시에서 멀어지지도 않았고, 시로부터 놓여나지도 않았다. 물론 몇 년은 한 줄도 쓰지 못한 적도 있다. 써 놓으면 시 비슷한 것이었지만, 되뇌기에는 시 비슷한 것도 못 되는 엉터리를 쓰며 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쓰는 법을 잊어버렸다. 삶은 삶대로 내처 흘러갔다. 책상 앞에 앉으면 온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시를 쓰는 법을 다시 배웠고, 다시 쓰고 발표하고 묶어서 책을 냈다. 계속해서 시를 쓴다면, 시 근처에서 삶을 꾸려 간다면, 몇 권의 책을 더 내게 될 것이고, 몇 번은 시를 쓰는 법을 영영 잊어버릴 테고, 행으로 또는 불행으로 다시 시를 쓰는 법을 몸으로 익힐 것을 안다. 절망하고, 환호하고, 작아질 대로 작아지고, 허세에 들떠서 작란을 일삼고, 죄책감으로 무위도식하며 더 많은 이름과 환호를 갈구하고, 누가 읽는지도 모를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며 그것이 나의 말이었다고 우기며, 다시 나의 말을 들어주고 되뇌어 줄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겠지. 그들은 누구이기에 나를 읽는 것일까? 이즈음에는 그들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가? 나와는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만나는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사유하는가? 그들은? 그들이 부정할 때도 나는 그들의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의 질문이 시의 주제가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시인이여’라고 말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시인이여’라는 다소 비꼬는 듯한 힐난을 들은 나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누구이고, 또 시를 통해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왜 털어놓고 서로에게 말을 하면 안 되는가?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왜 직접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가? 이런 이야기는 수천 번도 넘게 하지 않았는가?’라고. 왜 망하는 나라는 고통스럽지만, 망하는 나라의 백성처럼 술을 마시는 인간들은 저들대로의 나라에서 고통의 안온함을 찾을 수 있는지 당신은 아는가? 왜 망하는 나라의 음악과 시가 한사코 아름다운 것인지 당신은 아는가? 물론 나는 안다. 하지만 그렇게 쓰면 안 된다. 망하는 나라의 시를 쓰기 전에 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식에 속하는 알레고리다. 당신은 내 말뜻을 아는가? 이것이 내가 쓰고 싶은 시다. 나는 회감을 믿지 않지만, 회감의 주체는 믿는다. 그리고 내 회감의 주체인 ‘그’가 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가 망해야 내가 살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쓸 것이다, 마치 어제 시인이 된 것처럼, 망해 버린 공화국의 마지막 인민처럼. 이제 고작 걸음마다.(pp.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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