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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자리 --- 책 위아래옆면 도서관 장서인있슴
566쪽 | A5
ISBN-10 : 8956243778
ISBN-13 : 9788956243771
머리털자리 --- 책 위아래옆면 도서관 장서인있슴 중고
저자 드니 게즈 | 역자 이세욱 | 출판사 이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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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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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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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명을 받은 에라토스테네스, 세계의 크기를 재다! <앵무새의 정리>의 작가 드니 게즈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수학소설 『머리털자리』.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학과학소설을 발굴해 소개하는 「PUZZLE FICTION」 시리즈 중 하나이다. 기원전 3세기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세 번째 왕 에우에르게테스는 노년에 접어들자 지식의 세계에 눈을 돌리고 당대 최고의 석학 에라토스테네스를 데려와 알렉산드리아의 학계를 이끌게 한다. 한편, 사모스 섬 출신의 청년 테오는 우연한 기회로 에라토스테네스를 만나 대도서관에서 보조 사서로 일하게 된다. 어느 날 에우에르게테스 왕은 세계 전체의 크기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에라토스테네스는 수학의 힘으로 왕의 의문을 풀기 위해 지구 측량의 과업을 띤 원정대를 꾸린다. 테오도 이 일행에 합류하여 장대한 행보를 시작하는데….

저자소개

저자 : 드니 게즈
저자 드니 게즈는 1940년 알제리 세티프 생. 프랑스의 대표적인 68세대로 수학자, 교수, 역사학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파리8대학 과학사 교수로 수학, 수학사, 과학사를 강의했고, 영화학과에서 과학영화 제작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그대에게 한 번뿐인 인생La vie, t' en as qu'une」이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으며, 시나리오「자오선La Meridienne」으로 1987년 최우수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수학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에 관심이 커서 리베라시옹 지에 수학자 칼럼을 연재한 바 있고, 라루스수학백과사전의 책임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세계의 측량Le M?tre du monde』으로 프랑스한림원상을, 『앵무새의 정리Le Theoreme du Perroquet』로 프랑스과학자협회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추리소설 형식 속에서 수학 이야기를 전개한 『앵무새의 정리』는 20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외의 저서로 『자오선』,『수의 세계L’Empire des nombres』, 『항해일지La Bela』, 『제로Zero, ou les cinq vies d’Aemer』, 『수학자의 낙원Villa des hommes』 등이 있다. 2010년 4월,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이세욱
역자 이세욱은 1962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개미』, 『뇌』, 『타나토노트』 등과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구슬』,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파트릭 모디아노의 『우리 아빠는 엉뚱해』, 장 자끄 상뻬의 『속 깊은 이성 친구』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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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테오는 코논이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을 들어 다시 그 별자리를 가리켰다. 처녀자리와 사자자리와 큰곰자리와 아르크투루스 사이에 있는 하늘의 작은 조각을. 그러고는 시인 칼리마코스가 「베레니케의 머리털」이라는 시에서 묘사한 대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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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는 코논이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을 들어 다시 그 별자리를 가리켰다. 처녀자리와 사자자리와 큰곰자리와 아르크투루스 사이에 있는 하늘의 작은 조각을. 그러고는 시인 칼리마코스가 「베레니케의 머리털」이라는 시에서 묘사한 대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시를 낭송했다.
“왕비의 눈물에 젖은 나, 그 눈물이 마를 새도 없이 신전에 다다랐네. 이시스 여신은 곧바로 나를 새로운 별로 만들어 오래된 별자리들 사이에 놓았지. 처녀와 사나운 사자가 빛나는 곳 어름, 리카온의 딸 칼리스토가 변한 곰에게서 멀지 않은 곳, 거기에서 나는 게으른 목동을 서쪽으로 이끌고, 목동은 깊은 오케아노스로 천천히 빠져들어 간다네.”
테오가 베레니케 왕비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시를 통해서였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밤의 정적 속에서 베레니케 왕비는 자신의 머리털이 하늘에 걸린 채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았어요. 영광스럽게도 후대 사람들이 영원히 우러러볼 별이 되어 있는 머리털을 말이에요. 왕비는 사랑의 여신 이시스에게 감사를 드렸죠. 그날 밤 이후로 저 별자리는 ‘베레니케의 머리털’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pp.40~42)

- “경이 만들어준 이 지도 덕분에 짐은 인간 세상의 경계를 분명히 보고 있소. 하지만 짐은 이 인간 세상을 그저 세계의 한 부분으로 여길 수밖에 없소. 이게 세계의 작은 부분이오, 아니면 대부분이오?”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고뇌에 가까운 감정이 묻어나는 물음이었다.
“전하의 하문에 정확하게 답하자면 세계가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오. 세계 전체의 크기, 그게 바로 짐이 알고 싶은 바요.”
“전하, 소신더러 세계의 크기를 재라는 말씀이옵니까?”
왕은 은근히 에라토스테네스를 자극하듯이 쾌활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경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겠소?”
(pp.57~58)

- “지구의 중심이라니! 어차피 거기에 다다를 수 없다면 이런 것을 그려놓고 주절주절 설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경은 이 그림으로 짐을 기망했소! 실제로 행할 수 없는 것을 그저 쓱쓱 그려본 것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오. 이 파피루스 위에서 펼쳐 보인 경의 여행은 허깨비일 뿐이오. 짐은 어떤 일을 계획하면 그것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이란 말이오.”
왕은 도로 자리에 앉았다. 실망과 분노의 기색이 역력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말대로라면 지구의 크기를 잰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닌가.
“경의 수학은 속임수요. 짐이 이런 말까지 해야겠소?”
“그렇지 않습니다, 전하.”
에라토스테네스는 자기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수학에는 힘이 있습니다. 수학은 우리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비록 아직은 이루어낼 수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pp.79~80)

- 군중이 양쪽으로 비켜섰다. 대비가 아르시노에를 대동하고 나아왔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대비가 오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대비는 시종과 태사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쉬웠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르시노에는 스승을 다정하게 끌어안으면서 자주 서찰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윽고 임금이 소리쳤다.
“자, 태사, 과인에게 제대로 된 측정치를 가져다주시오! 지구가 둥근 만큼 그 수치도 우수리가 없이 딱 떨어지는 것이면 좋겠소.”
배를 묶어두고 있던 밧줄이 풀렸다.
물기슭에서는 베톤이 첫 걸음을 떼었다.
(p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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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앵무새의 정리』드니 게즈 수학소설 기원전 3세기,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3세의 명을 받은 당대의 석학 에라토스테네스 여섯 개의 다리와 수학의 힘으로 지구의 크기를 재다! 세계의 크기를 재다니! 인간이 거주하는 땅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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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의 정리』드니 게즈 수학소설

기원전 3세기,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3세의 명을 받은 당대의 석학 에라토스테네스
여섯 개의 다리와 수학의 힘으로 지구의 크기를 재다!


세계의 크기를 재다니! 인간이 거주하는 땅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크기를 재라는 것이다. 유사 이래 수천 년이 지나도록 인간은 저마다 자기 영토에만 의미를 두었다. 만약 세계의 크기를 측량하는 데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집과 마을과 도시라는 작은 틀에서 벗어나 세계가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각자 자기 땅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주민이 되리라. 그렇듯 자기 영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일로 이어짐으로써 진정한 개벽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 역사와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지우는 자유로운 서사: 이지북 PUZZLE FICTION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수학과 과학은 단순한 공식과 법칙 이상으로 느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에도 분명 흥미로운 배경과 인물, 사건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학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등 수많은 논란들이 있으며, 이는 소설이 갖추어야 할 드라마틱한 재미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역사 속에 묻혀 드러나 있지 않았던 면모에 초점을 맞추어 수학과학소설을 발굴해 ‘PUZZLE FICTION' 시리즈로 소개해온 이지북에서 드니 게즈의 장편소설 『머리털자리』를 출간했다.

■ 나의 의도는 고정된 지식을 전달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바를 픽션의 힘을 빌려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드니 게즈
1940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세티프, 대대로 의업에 종사해온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난 드니 게즈는 중, 고교를 다니는 동안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포켓판 책들을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었을 정도로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그는 ‘증오와 인종차별과 압제의 땅’ 알제리를 좋아하지 않았고 더 정의롭고 자유로운 땅을 갈망했다. 그래서 바칼로레아에 합격하자마자 파리 쥐시외대학에 진학했다. 바칼로레아의 수학 점수는 20점 만점에 10.5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수학에 내재한 ‘정묘한 사고 체계, 크리스털과도 같은 순수성’에 매력을 느낀 때문이었다.
수학자이자 과학사 교수였던 드니 게즈의 가장 경이로운 점은 수학이나 과학사의 중요한 주제들을 가지고 멋진 픽션을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전문 지식을 대중화하는 일에 다양한 방식으로 열심히 참여했던 그가 진정으로 좋아했던 것은 고정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 바를 픽션의 힘을 빌려 발전시키는 일이었다. 매체는 어느 것이든 상관없었다.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싶으면 소설을 썼고,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낫겠다 싶으면 연극을 만들었으며,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싶으면 영화를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매체의 종류가 아니라 수학과 과학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고정된 지식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1987년에 발표한 첫 소설 『자오선』부터 『앵무새의 정리』, 『제니스 또는 전죽箭竹』등은 과학이 문학을 만들어낼 수 있고 꿈과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 작품들이다.
특히 2003년 발표된 그의 네 번째 소설 『머리털자리』는 기원전 3세기에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둘레를 측정해낸 과학사의 대사건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 온전히 재현하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하여, 고대의 문헌을 샅샅이 뒤지는 조사 작업이 2년 넘게 계속되었고, 다시 이집트에서 헬레니즘 시대의 자취를 찾는 답사 작업으로 이어진 후에 마침내 과학과 역사를 결합하고 역사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메우는 야심만만한 도전의 결실로서 탄생한 작품이다.

■ 기원전 3세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다!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집트를 정복한 뒤에 부하들을 시켜서 건설한 도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왕들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원했던 대로 이 도시를 무역, 도시계획, 건축, 문화,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의 으뜸가는 자랑거리는 대도서관과 거기에 딸린 연구기관 무세이온으로, 세계의 모든 지식을 집대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각지로 특사를 파견하여 책들을 모으고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을 수색하여 책이란 책은 모조리 거둬들임으로써 오십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보유하게 되었고, 에우클레이데스, 에라토스테네스, 아르키메데스 같은 당대의 천재들이 무세이온에 머물면서 물리학, 천문학, 지리학, 수학, 철학, 문학, 생물학, 약학, 공학 등을 두루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역사상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연구 센터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융합된 이 헬레니즘은 기원전 3세기 후반에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웠으며, 바로 그 시기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관장을 맡아 세계적인 석학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이끌었던 인물이 바로 에라토스테네스였다.
드니 게즈는 그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 테오라는 가상의 인물을 절묘하게 녹여 들임으로써 독자를 곧장 그 시대의 한복판으로 이끌어 간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고향 사모스 섬을 떠난 청년 테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에라토스테네스를 만나고 당시의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를 구경하고 나일 강을 따라가며 고대 이집트의 유적을 탐사하게 된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에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크기를 재는 역사적인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다. 칼 세이건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당시에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도구라고 할 만한 것은 막대기, 눈, 발과 머리 그리고 실험으로 확인코자 하는 정신이 전부였다. 그 정도만 가지고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겨우 몇 퍼센트의 오차로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천이백 년 전의 실험치고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따라서 에라토스테네스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한 행성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역자 서문 중에서

수학자가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이를 뵙고 그런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일단 이메일을 보내어 뵙고 싶다는 뜻을 알렸다. 언제든 기꺼이 만나겠다는 대답이 왔다. 먼저 그이가 한 것처럼 에라토스테네스의 자취를 찾아 이집트를 여행하고 번역 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한 뒤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소설이 하짓날 시에네에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2009년 6월에 이집트를 여행했다. 이듬해 봄, 소설과 관련된 문헌들을 두루 읽고 자료 조사를 마친 뒤에 이제는 선생님을 뵐 때가 되었다 싶어서 다시 메일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프랑스의 다른 작가에게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드니 게즈 교수는 대학 사회에서 권위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앞장서온 분이고 모든 학생을 성심으로 대하며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분이었다. 그런 분이라면 번역자의 인터뷰 요청을 모른 체할 리가 없었다.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하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역시 답장이 없었다. 며칠 더 기다렸다가 프랑스 쇠유 출판사에 연락을 해보리라 마음먹고 있던 어느 날,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인터넷판을 열자 낯익은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Denis Guedj, se soustrait.

기이한 문장이다. 드니 게즈가 감해졌다 또는 뺄셈의 뺌수가 되었다는 뜻이 아닌가? 그가 유명한 수학자가 아니었다면 그게 사망 소식을 전하는 문장임을 단박에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기사를 읽어보니 짐작한 대로였다. 수학자이자 작가이자 「리베라시옹」의 칼럼니스트인 드니 게즈가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오보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신문과 잡지들을 검색해보았다. 어디에나 그의 사망을 알리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내가 스승으로 여기며 그저 몇 시간 동안이라도 직접 만나서 가르침을 받고자 했던 이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뜻이었다. 최선은 선의 적이라고 했던가. 더 준비가 된 뒤에 뵙겠다고 시간을 끌다가 만남 자체를 놓쳐버린 것이었다-여기에서 얻은 교훈 하나, 스승은 우리를 마냥 기다려주시지 않는다.

■■■ 줄거리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세 번째 왕 에우에르게테스는 범 헬라스 세계의 정치적 구도를 완성한 후, 노년에 접어들자 지식의 세계에 눈을 돌리고 당대 최고의 석학 에라토스테네스를 데려와 알렉산드리아의 학계를 이끌게 한다. 한편 사모스 섬 출신의 청년 테오는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소중한 책을 품고 키레네로 가는 배에 오르는데 알렉산드리아에서 왕의 칙명을 받은 시찰관에게 보물 같은 책을 압수당한다. 책을 돌려받기 위해 대도서관을 찾아간 테오는 에라토스테네스를 만나고 보조 사서로 일하게 된다. 에라토스테네스를 태사로 삼아 자식들을 가르치게 하고 때때로 직접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풀어오던 에우에르게테스 왕은 어느 날 세계의 크기, 인간이 사는 땅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크기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에라토스테네스는 수학의 힘으로 왕의 의문을 풀어보겠다는 의지 아래 지구 측량의 과업을 띤 원정대를 꾸리고, 청년 테오도 이 일행에 합류하여 장대한 행보를 시작하는데…….

책속으로 추가
- “왜 그렇게 서두르시는 거예요? 지구가 생겨난 이래로 아무도 그 크기를 재지 않았어요. 지구는 오늘날까지 기다려주었죠. 몇 주를 더 지체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지 않나요?”
“내가 전에 했던 어떤 일도 이토록 나를 초초하게 만든 적이 없네. 알렉산드리아를 출발할 때부터 나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했어. 하나의 수! 알렉산드리아에서 테베까지가 몇 스타디온인가 하는 것 말일세. 델타 지역에서 우리는 모기떼로 잠을 설쳤지. 하지만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모기떼 때문이 아니었어. 나는 종종 똑같은 악몽을 꾼다네. 꿈속에서 나는 지구를 두 팔로 감싸. 지구가 너무 커서 두 팔을 죽죽 늘여가지.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두 손끝이 닿으려는 찰나, 어마어마한 힘이 두 손을 밀어내네. 지구가 갑자기 팽창하는 것일세. 나는 호락호락 포기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지구를 끌어안아. 하지만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두 팔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해. 지구는 점점 커지고 손은 자꾸 미끄러지지. 나는 손톱을 지구에 박아 넣으려고 애쓰지만 내가 감싸고 있는 부분은 지구의 반으로, 삼분지 일로 차츰 줄어들어. 그러다가 종당에 보면 나는 그저 허공에 팔을 두르고 있을 뿐이네.”
말수가 적기로 유명한 에라토스테네스가 속내를 훤히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pp.399~400)

- 에라토스테네스는 엄숙한 목소리로 발표했다.
“마지막 구간의 걸음 수는 팔천칠백팔십이. 이로써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사이의 경선 측정이 완료되었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들 수고 많았네. 우리는 해냈어!”
그는 베톤에게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자네는 지구의 크기를 잰 최초의 보측사일세.”
모두가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베톤 만세!”
베톤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한쪽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저어…… 제가 제대로 걸어온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테오와 크로노스가 줄곧 따라오면서 제 걸음을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세…….”
그의 눈이 반짝였다.
“테오크로노스 만세!”
베톤은 마치 테오와 크로노스가 한 몸이라 듯 두 이름을 붙여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테오크로노스 만세!’를 외쳤다. 만약 후대에 이 일이 신화로 전해진다면, 이 순간은 시에네라는 도시의 나일 강 서쪽 강변에서 새로운 신이 태어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었다. 셈과 측정의 신인 이 테오크로노스는 동물의 머리를 하고 있는 다른 이집트 신들과는 달리 동물의 몸에 사람의 머리, 다시 말해서 갈색 나귀의 몸에 머리와 수염이 붉은 사람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pp. 51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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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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