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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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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54616518
ISBN-13 : 9788954616515
희랍어 시간 중고
저자 한강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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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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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묵과 그 남자의 빛!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열일곱 살 겨울, 여자는 어떤 원인이나 전조 없이 말을 잃는다.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을 다시 움직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다시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만난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침묵을 사이에 놓고 더듬더듬 대화한다. 한편, 가족을 모두 독일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그녀의 단단한 침묵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저자소개

저자 : 한강
저자 한강은 1970년 이른 겨울 광주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이 되던 겨울, 서울 수유리로 옮겨와 성장기를 보냈다.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그대의 차가운 손』(2000)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창작집 『여수의 사랑』(1995) 『내 여자의 열매』(2000)를 출간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 받았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재직중이다.

목차

희랍어 시간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이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이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낸 것일까. 전소해버린 줄 알았던 언어의 검부러기 밑에서 올라오는 참된 음절들을. 작가는 언어가 몸을 갖추기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흔적, 이미지, 감촉, 정념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신생의 언어와 사멸해가는 언어가 서로 만나 몸을 비벼대는 찰나, 우리는 아득한 기원의 세계로 돌아가 그곳에 동결해둔 인간의 아픔과 희열을 발견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참된 욕망과 조우하기 위해서는 0도 근처에서 차갑게 끓어오르는 글쓰기의 언저리까지 기어이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우리는 죽음과 탄생이 새로운 몸을 얻어 환생하는, 세속의 기적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게, 온전하게 몰락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소설이 우리에게 있었던가._이소연(문학평론가)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 한 여자의 이야기
그것이 다시 왔어.
어떤 원인도 전조도 없이, 여자는 말語을 잃는다. 그것이 처음 왔던 것은 열일곱 살 겨울.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술을 다시 달싹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은 다시 흘렀다. 이혼을 하고, 아홉 살 난 아이의 양육권도 빼앗기고, 다시 그렇게 말을 잃어버린 후,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다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가 선택한 것은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 그곳에서 만난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서로의 앞에 침묵을 놓고 더듬더듬 대화한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남자의 이야기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꿈에서뿐이겠지요.
가족들을 모두 독일에 두고 십수 년 만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 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볼 수 없다던 마흔이 가까워오지만 아마 일이 년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여자의 단단한 침묵과 마주하자 두려움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선 본 적 없는 지독한 침묵. 그리고 점점 소멸해가는 남자의 미약한 빛. 이 어스름이 완전한 밤으로 이어지는 걸까.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어쩌면 한 장의 사진을 오래토록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한 장의 사진 | 필립 퍼키스는, 『사진강의 노트』 제일 첫 장에서 ‘바라보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에서 눈을 떼지 말 것,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낄 것. “의미는 없다. 오로지 사물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W.C. 윌리엄스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말한다.

사진이 찍혀지는 순간까지 그것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삶 전체를 통틀어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은 이 머무름과 반대 선상에 있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 빛, 공간, 거리 사이의 관계, 공기, 울림, 리듬, 질감, 운동의 형태, 명암… 사물 그 자체… 이들이 나중에 무엇을 의미하든 아직은 사회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성적이지도 않다.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_필립 퍼키스, 『사진강의 노트』

비슷한 의미에서, 윌리 로니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보통 나는 일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고, 기다린다. 실재가 더 생생한 진실 속에 드러나도록. 그것은 시점의 쾌락이다, 때론 고통이기도 하다. 일어나지 않은 것을, 혹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어날 일을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_윌리 로니스, 『그날들』

이렇게 오롯이 사물 그 자체(혹은 존재하는 그 자체)가 담겨진 한 장의 사진을 오래토록,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보면, 거기에선 천천히 어떤 기미들이 발견된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 『희랍어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기미를 발견하고 흔적을 더듬는 일이다. 그리고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기미와 흔적들은 어두운 암실, 정착액 속의 사진이 점점 선명하게 상을 만들어내듯 어느 순간 고대문자처럼 오래고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시간과,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현재진행형의 시간까지를 포함한다.

시간이란 무엇인가요?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을 찍는다면 그건 바로 이 순간 일어난 일입니다. 십 년 후에 당신이 그 사진을 볼 때, 순식간에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옵니다. (……) 사진은 동결된 순간이며 기억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늘 현재의 순간을 담고 있지요. 바로 사진의 마법이지요. _필립 퍼키스,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

그 어떤 사진이라도, 만약 그것을 위하여 적절한 맥락이 창조된다면 그러한 ‘현재’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진이 좋으면 좋을수록 창조될 수 있는 그 맥락은 보다 완전한 것이 된다.
그러한 맥락은 시간 속에서 그 사진을 대신하게 되는데―그것은 불가능한 것인 그것 자체의 원래 시간이 아닌―서술되는 시간 속에서이다. 서술된 시간은 그것이 사회적 기억과 사회적 행위의 성격을 띠게 되면 역사적 시간이 된다. 짜맞추어진 서술되는 시간은 그것이 자극하고자 하는 기억의 과정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_존 버거, 『본다는 것의 의미』

사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암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빛과 어둠이다. 암실에 자연광이 새어들어가게 되면 사진은 하얗게 바래어지고, 암등의 빛이 과하게 되면 사진은 까맣게 타버린다. 그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사진이 완전히 마른 후에야, 인화가 제대로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빛과 어둠과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 그것이 사진이라면, 『희랍어 시간』은 해서,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이며, 그것은 오로지 빛과 어둠으로만, 명암으로만 완성되는 한 장의 흑백사진이다. “오직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명암 속에서 그 진실을 밝히는.”(G. I. 구지프)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되고 단단한 문자인 희랍어처럼, 빛과 어둠으로만 완성되는 흑백사진처럼, 소설은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으며 그 결이 곱고 단단하다. 목수이며 사진작가인 서영기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목수는 몸의 반응이 중요하다. 나무를 만지고 몸이 반응하며 정신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사진은 세계에 대한 내 사고의 반응이다. 대상은 달라도 반응이 반복되고 집중되면서 동일한 지점에서 둘은 경계가 없어진다.”(월간 사진, 2011.11)
한강의 경우, 그리고 이 소설 『희랍어 시간』의 경우 그것은 언어일 것이다.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감정과 고르고 또 고른 절제된 단어들. 언어로, 문장 그 자체로 세계를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이미 한 장의 사진과, 이 한 편의 소설과 그대로 닮아 있는.
이 소설과 함께,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존재하던 것들, 그 기미와 흔적들, 영원과도 같은 어떤 찰나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어떤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닫기]

책 속 한 문장

  • 이종헌 님 2013.03.24

    충분히 강하지 않은 감정들은 마치 접착력이 약한 테이프 조각들처럼 이내 떨어져나간다.

  • 박세진 님 2013.02.22

    무채색 모직코트와 점퍼 들 속에서 어깨를 웅크린 사람들은 오래 견딘 얼굴, 더 오래 언제까지든 견뎌나갈 얼굴로 내 몸을 스치며 얼어 붙은 거리를 종종걸음쳐 갔습니다.

  • 김수미 님 2011.12.22

    가끔 생각해. 혈육이란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얼마나 이상한 방식으로 서글픈 것인지. 우리가 그토록 연하고 부서지기 쉬웠을 때, 지구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옮겨다닐 때, 우리는 한 바구니에 담긴 두 개의 달걀, 같은 흙반죽에서 나온 두 개의 도자기 공 같았지. 네 찌푸린 얼굴, 우는 얼굴, 깔깔 웃는 얼굴 속에서 내 유년은 금이 가며, 부서지며, 가까스러 무사히 모아 붙여지며 흘러갔지. (p.80)

회원리뷰

  • 소설이 읽히지 않는 시간 | wf**ever | 2018.11.01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한때는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소설'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소설이 가장 좋아하는 장...
      한때는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소설'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소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고 물어보면, 딱히 반색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지도 못하겠다. 독서 목록에서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알 수 있다. 언제 소설을 읽었던가. 가장 최근에 읽은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제외하면, <82년생 김지영>과 <한국이 싫어서>만 생각날 뿐이다. 몇 년동안 소설은 3권 정도 읽었다는 이야기인데, 독서의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이제는 소설을 읽기가 힘들어졌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신경숙님의 소설들을 좋아했었다. 처음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외딴방>을 읽었을 때의 느낌때문이었다. 신경숙님의 소설들을 찾아 읽었고, 발매되는 책들은 모두 구입해서 읽었다. 그러다 은희경, 공지영, 박완서 선생님들의 소설을 알게 되었다. 황석영, 김영하, 김연수 선생님들의 소설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소설이라는 장르가 나의 독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고, 현재까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신경숙님의 표절이야기가 나왔다. 기사들로 접한 소식은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책을 별로 읽지 않던 와이프가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아니냐며 기사 이야기를 꺼냈던 걸 보면, 그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전부터 소설이 나의 독서에서 비중이 줄어들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충격이 소설이 조금 더 내 독서의 후순위로 밀려나는데 영향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굳이 이유를 찾아 보자면 말이다.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어느 순간 소설의 모호함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표현되는 하나 하나에 감정이 이입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모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한강님도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 예전에 <채식주의자>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표현되는 문장들하며 서사에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 대단했었다. 역시 그 소설로 정말 큰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말이다. <희랍어 시간>은 한강님의 소설 중에서 두번째로 읽은 소설이다. 소설에 공감을 갖고 있던 시절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든 소설이었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책 뒷 표지에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이 책의 줄거리이다. 서사는 각각의 삶을 살아오던 여자의 남자의 이야기가 현재에서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장편 소설이지만, 200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소설이다. 그런데 읽고 나서도 난 여전히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의 목적도 잘 모르겠고, 표현들도 어렵기만 하다. 예를 들면, '죽음과 소멸의 이데아', '동그란 삼각형' 같은 것들은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소설이 내게서 멀어지는 이유가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뜻모를 은유가 넘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에 가득 찼다.

      그냥 이유를 찾다 보니까, 내가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생각할 것들과 고민들이 많다. 생각을 싫어하는 내가 소설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은유 같은 것 없이 사실과 의견들만 적힌 책들을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이제는 다시 소설을 많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내가 나다움에서 좀 변했다는 생각을 여러 방면에서 확인한다. 그게 소설을 읽지 않게 된 것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상관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희랍어 시간 | ka**2494 | 2018.03.1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얼마 전 읽은 라틴어 수업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풀어내는 희랍어 시간이 못내 궁금해졌다.   한강의 소설은...

    얼마 전 읽은 라틴어 수업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풀어내는 희랍어 시간이 못내 궁금해졌다.

     

    한강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맨부커로 채식주의자 열풍이 불어오던 때, 그녀의 책은 품절이었기에 그녀의 인터뷰만 읽어보던 때가 있었다. 흰이 또 맨부커 수상후보로 오르면서 이젠 그녀의 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말 우리가 살아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보며 살아내야 하는가_에 대한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소리)를 잃어버린 여자를 통해 조금은 힌트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남자의 희랍어 강의를 노트에 그려 모으면서 얼음 아래 수십 길을 더듬듯 죽은 희랍어 문자들을 적고, 견딜 수 없이 생생한 모국어 문장들을 끈질기게 이어 적은 것을 모으는 일.

     

    문장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유려했다. 빨리 읽기 싫어 일부러 읽는 동안 호흡을 조절해야만 했던 책.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독일_ 만나면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웃음을 보내야만 했던 일상, 학위, 엄마, 소프라노 여동생을 다 두고 멀리 모국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와 다시 희랍어를 가르치는 그의 삶과 점점 멀어가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자극이 적은 백열등이나 녹색 안경으로 버텨내야 하는 그의 일상.

     

    고대 희랍인들에게 덕이란, 선량함이나 고귀함이 아니라 어떤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한다. 삶에 대한 사유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언제 어느 곳에서든 죽음과 맞닥뜨릴 수 있는 사람_ 덕분에 언제나, 필사적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때, 내가 이끌고 온 모든 경험의 기억을 나는 결코 아름다웠다고만 기억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남루한 맥락에서 나는 플라톤을 이해한다고 믿고 있는 것일 거라고. 그 역시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고.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는.

       

  • 희랍어시간 - 한강 | yo**g947 | 2017.11.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말문을 닫아버린 여자와의 만남이 주는 잔잔하면서면서 섬세한 감정의 내면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평소 글쓰...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말문을 닫아버린 여자와의 만남이 주는 잔잔하면서면서 섬세한 감정의 내면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평소 글쓰기라면 짧고 명쾌한 문장이 읽기에 좋다고 들었는데 한강작가는 이를 파괴한 느낌이다.

    긴문장이지만 숨고를 쉼표를 주었고 그 글귀 하나하나 감탄을 자아낼만한 섬세한 표현에 감탄을 자아낸다. 전자책으로 보았지만 이 책을 소장하고 싶어진 책이다.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몸에 눈꺼풀과 입술이 있다는 건.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잠길 수 있다는 건.

    현실 속 무거움을 버텨내려고,
    그 속에서 나를 오롯이 지켜내기 위한 몸의 저항이랄까.

    침묵의 표현이 이토록 구구절절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감탄중,,,

     
     답답한 마음,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으나 발이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않는 듯한 꿈처럼~~
    길을 찾아 헤매지만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무겁게 내려앉은 안개 속을 혼자라는 외로움이 더한 무거운 심연의 저끝에서 올라갈 수 있게 이어주는 희망의 끈은...

    두 사람의 내면을 이렇듯 공감하며 들여다보니 더욱더 절절이 다가온 작품이다.
  • [책수다] 희랍어 시간 | de**te48 | 2017.07.11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원문 : http://blair.kr/221048716708 [매력쟁이크's 책수다]  201...

    원문 : http://blair.kr/221048716708


    [매력쟁이크's 책수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국작가로 유명해졌을 때 알게된 한강 작가.

    오히려 채식주의자는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으면서 '흰', '희랍어시간' 2권을 먼저 읽게 되었어요.

    그나마 '흰'은 짧은 텍스트라 이해하기 쉬웠는데, '희랍어시간'은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
    집중력이 부족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지.. 분명 한글인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구간들이 많아서 읽으면서도 답답하고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어요.

    두 사람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 인생에 찾아온 사건에 이은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린 한 여자. 
    지병으로 서서히 눈이 멀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상실'의 한 가운데서 희랍어 강사 (남자)와
    학생(여자) 가 만나게 되고.. 어떤 사람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뭘 말하고 싶은건지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작가는..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몽환적이거나 흐릿한 분위기의 어떤 사실을 표현해 내는데
    정말 천재적인거 같아요. 인생의 회색지대라고 하면 될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린 실체를
    문자로 표현해내는 표현력은 정말 좋더라구요. 하지만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는 한계는 가지고 있는듯
    하니 참고해서 고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문장들은 좋은데 끝까지 읽어내기가 너무 힘이 들어요ㅜㅜ
     

     (매력쟁이크's 평점별) - 한강 작가를 좋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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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기가 어떻든, 희랍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걸음걸이와 말의 속력이 대체로 느리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마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일 테지요).  
    오래전에 죽은 말, 구어로 소통할 수 없는 말이라서일까요. 
    침묵과 수줍은 망설임, 덤덤하게 반응하는 웃음으로  
    강의실의 공기는 서서히 덥혀지고, 서서히 식어갑니다. 

    그렇게 무사히 이곳의 하루하루가 흘러갑니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희랍식 논증의 방식으로 이따금 나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무엇인가를 잃으면 다른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는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할 때, 
    당신을 잃음으로써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보이는 세계를 이제 잃음으로써 무엇은 얻게 될 것인지. 

    인간의 모든 고통과 후회, 집착과 슬픔과 나약함 들을 참과 거짓의 성근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가게 한 뒤 사금 한줌 같은 명제를 건져올리는 논증의 과정에는 
    늘 위태하고 석연찮은 데가 있기 마련입니다. 

    대담하게 오류들을 내던지며 한 발 한 발 좁다란 평균대 위를 나아가는 동안, 
    스스로 묻고 답한 명철한 문장들의 그물 사이로 시퍼런 물 같은 침묵이 일렁이는 것을 봅니다. 




    가끔 생각해. 

    혈육이란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얼마나 이상한 방식으로 서글픈 것인지. 

    우리가 그토록 연하고 부서지기 쉬웠을 때, 지구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옮겨다닐 때, 
    우리는 한 바구니에 담긴 두 개의 달걀, 같은 흙반죽에서 나온 두 개의 도자기 공 같았지. 
    네 찌푸린 얼굴, 우는 얼굴, 깔갈 웃는 얼굴 속에서 
    내 유년은 금이 가며, 부서지며, 가까스로 무사히 모아 붙여지며 흘러갔지. 



    드때 그녀의 아이는 일곱 살이었다. 
    오랜만에 한가했던 일요일 오전,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녀는 아이에게 제안했다. 
    오늘은 인디언 식으로 그들의 이름을 지어보자고. 
    아이는 재미있어하며 자신의 이름을 '반짝이는 숲'이라고 지은 뒤,  
    여자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었다. 
    마치 가장 정확한 작명이라는 듯 단호하게.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응? 

    그게 엄마 이름이야. 
    그녀는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의 말간 눈을 들여다 보았다. 




    조각난 기억들이 움직이며 무늬를 만든다. 어떤 맥락도 없이. 

    어떤 전체적인 조망도 의미도 없이. 
    조각조각 흩어졌다가 한 순간 단호히 합쳐진다. 

    무수한 나비들이 일제히 날갯짓을 멈추는 것처럼. 
    얼굴을 가린 냉정한 무희들처럼.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파편으로 다가와, 
    파편인 채 그대로 흩어진다. 사라진다. 


    단어들이 좀 더 몸에서 멀어진다. 

    거기 겹겹이 무거운 그림자처럼, 
    악취와 오심처럼, 

    끈적이는 감촉처럼 배어 있던 감정들이 떨어져나간다. 

    오래 침수돼 접착력이 떨어진 타일들처럼. 

    자각 없이 썩어간 살의 일부 처럼. 




    고대 희랍인들에게 덕이란, 
    선량함이나 고귀함이 아니라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하잖아. 
    생각해봐, 삶에 대한 사유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언제 어느 곳에서든 죽음과 맞닥뜨릴 수 있는 사람 …… 
    덕분에 언제나, 필사적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사람 …… 

    그러니까 바로 나같은 사람이야말로, 사유에 관한 한  
    최상의 아레테를 지니고 있는거 아니겠니? 



    이해할 수 없어. 
    네가 죽었는데, 모든 것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고 느낀다. 

    단지 네가 죽었는데.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린다고, 
    급격하게 얼룩지고 있다고, 녹슬어가고 있다고, 부스러져가고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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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나에게 말했지. 
    병실의 벤젠 냄새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아름다움은 오직 강렬한 것, 생생한 힘이어야 한다고. 
    삶이란 게, 결코 견디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꾸는 건 죄악이라고. 

    그러니까, 너에게 아름다운 건 붐비는 거리였지. 
    햇빛이 끓어 넘치는 트램 정류장이었지. 

    세차게 뛰는 심장, 
    부풀어오르는 허파, 
    아직 따뜻한 입술, 
    그 입술을 누군가의 입술에 세차게 문지르는 거였지.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단어들이 보도블록에,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검은 웅덩이에 떨어진다. 
    튀어오른다. 
    검은 빗방울에 싸인 모국어 문자들. 

    둥글거나 반듯한 획들, 짧게 머무른 점들. 
    몸을 구부린 쉼표와 물음표. 



    눈을 뜨지 않은 채 그는 입맞춘다. 축축한 귀밑머리에, 눈썹에. 

    먼 곳에서 들리는 희미한 대답처럼, 그녀의 차가운 손끝이 그의 눈썹을 스쳤다 사라진다. 

    그의 차디찬 귓바퀴에, 눈가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흉터에 닿았다 사라진다. 
    소리없이, 먼 곳에서 흑점들이 폭발한다.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난다. 




    마치 시간이 나에게 입맞추는 것 같았어요. 

    입술과 입술이 만날 때마다 막막한 어둠이 고였어요. 
    영원히 흔적을 지우는 눈처럼 정적이 쌓였어요. 

    무릎까지, 허리까지, 얼굴까지 묵묵히 차올랐어요.

     

  • 희랍어 시간 | ia**2 | 2016.11.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문학동네    맨부커상 수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채식주의자』, ...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문학동네

     

     맨부커상 수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바람이 분다, 가라』의 소설가 한강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이름조차 소개되지 않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난다고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자와 남자는 한 인문학 아카데미의 희랍어 시간에 만났다. 여자는 희랍어를 배우는 학생이고, 남자는 희랍어 강사다. 

    여기에서 희랍어는 중요한 상징이다. 라틴어보다 훨씬 어려워 유럽인들도 싫어하는 언어이고, 수동태·능동태 외에 중간태까지 갖춘 정교한 언어이며, 문법적 복잡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쇠락의 기미 없이 사라져간 언어, 언어이면서 더 이상 언어가 아닌 언어다.

    어떤 원인도 전조도 없이, 여자는 말을 잃는다. 그것이 처음 왔던 것은 열일곱 살 겨울.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술을 다시 달싹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은 다시 흘렀다. 이혼을 하고, 아홉 살 난 아이의 양육권도 빼앗기고, 다시 그렇게 말을 잃어버린 후,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다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가 선택한 것은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였다.
    가족들을 독일에 두고 십수 년 만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볼 수 없다던 마흔이 가까워오지만 아마 일이 년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여자의 단단한 침묵과 마주하자 두려움을 느낀다.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서로의 앞에 침묵을 놓고 더듬더듬 대화한다.

    내게는 이십 대에 배쳇병을 앓아서 시력을 거의 상실해 버린 시동생이 있다. 그 남자는 부계유전이라고 하는데, 그 병명을 알 수 없지만,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가슴저리게 읽을 수 있었다.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일 것이다.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그에 비해 말을 잃어가는 여자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아이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도 있으니 한결 살아가기가 나을 것도 같다.
    이 소설 『희랍어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기미를 발견하고 흔적을 더듬는 일이다. 그리고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기미와 흔적들은 어두운 암실, 정착액 속의 사진이 점점 선명하게 상을 만들어내듯 어느 순간 고대문자처럼 오래고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시간과,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현재진행형의 시간까지를 포함한다.

    71쪽의 '세계는 환이고 산다는 건 꿈꾸는것이다'라는 글귀와 174쪽의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라는 글귀에 눈길이 머문다~ 

    2016.11.4.(금)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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