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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아동문고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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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쪽 | A5
ISBN-10 : 8936442287
ISBN-13 : 9788936442286
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아동문고 228) 중고
저자 황선미 |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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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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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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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나쁜 어린이표」의 작가 황선미의 최신작!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황선미 작가의 판타지 동화로, 작품 속 배경인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샘마을 몽당깨비」이후 7년 만에 내는 판타지 작품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아온 나온이는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어느 날, 나온이는 아빠의 심부름으로, 어릴 적에 살았던 낡은 넝쿨 집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라온이라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나온이는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라온이에게 점점 끌립니다. 게다가 넝쿨 집의 수풀이 우거진 뜰이 좋아 엄마 몰래 넝쿨 집에 오기 시작하는데….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커집니다. 주인공 나온이는 신비스런 넝쿨 집 공간에서 나온이의 지병과 가족에 얽힌, 숨겨진 과거를 조금씩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라온의 할머니라는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죽음의 문제를 우리 전통과 더불어 풀어간 점이 돋보입니다.

저자소개

황선미: 196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95년 단편「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신인문학상을, 중편「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샘마을 몽당깨비』『들키고 싶은 비밀』『늘 푸른 나의 아버지』『마당 을 나온 암탉』등을 펴냈다.

김윤주: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산업미술을 공부했고, 영국 런던미술대학의 Camberwell College of Arts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그림으로 대화하며 일러스트레이션 강의를 하고 있다. 『후박나무 우리 집』『행복이 담긴 통조림』『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등에 그림을 그렸다.

목차

머리말 - 사전에 나온 아이들

1 넝쿨 집 소문
2 날씨가 나쁜 탓
3 엄마가 모르는 심부름
4 잡초투성이 집
5 엄마 아빠 틈으로 달아나기
6 없어진 '나의 왼손'
7 누가 침입자야?
8 내 머리가 이상해지나 봐
9 슬프게 하는 비밀들
10 나, 넝쿨 집에 가요
11 향기를 모으는 아이
12 비 오는날의 기습
13 나머지 아이들
14 다락방이 숨어 있다!
15 라온과 할머니
16 라온이 보낸표시
17 나는 넝쿨 집에 살고 있을 거야
18 무너진 뜰, 차가운 그림자
19 나의 라온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작가 중 한 사람인 황선미의 신작이 나왔다.『샘마을 몽당깨비』(창비아동문고 177) 이후 7년 만에 나온 신작 판타지 동화다. ‘판타지 동화’라고 하면 먼저 외국 동화들을 떠올리게 되는 우리 현실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작가 중 한 사람인 황선미의 신작이 나왔다.『샘마을 몽당깨비』(창비아동문고 177) 이후 7년 만에 나온 신작 판타지 동화다. ‘판타지 동화’라고 하면 먼저 외국 동화들을 떠올리게 되는 우리 현실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 현실에 깊이 닿아 있는 주제 의식과 아이들 마음속을 파고드는 섬세한 심리 묘사,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 온 그녀의 특장이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이번 작품에도 여실히 살아있다.

“아빠는 말이다…… 네가 이 집에 와 봤으면 했다."
어릴 적부터 천식으로 고생한 나온이는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부담스럽기만 한 오학년 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운동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여자다워야 한다며 바지도 못 입게 한다. “식구들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고집쟁이” 엄마로 인해 나온이와 엄마 사이에는 자꾸 거리가 생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개발지역으로 정해져서 여름이 되기 전에 이사를 가야 하는 나온이네는 근처 다른 아파트를 구할 큰돈이 없어 걱정이다. 하지만 교외에 엄마가 어릴 적에 살았고 나온이도 태어난 낡은 넝쿨 집이 있다. 그런데 엄마는 그 집을 팔고 싶어하는 반면, 아빠는 그 집이 있는 동네로 학교까지 옮기고 엄마 몰래 일 년여 동안 그 집 수리를 하는 등 넝쿨 집에 살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아빠의 심부름으로 넝쿨 집에 가게 된 나온이. 그 집에는 “우거진 수풀 뒤에 멋진 풍경이 있는” 뜰이 있었다. 건강하게 자란 담쟁이넝쿨과 잎이 우거진 나무들, 이곳저곳에 자라 있는 갖가지 꽃들 속에서 나온이는 “기막히게 좋은 향기”를 맡는다. 그 향기는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안개 속에 스쳐가며” 나온이의 가쁜 숨을 진정시켜 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낯선 남자 아이를 만난다. 나온이는 넝쿨 집이 낯설지가 않고 수풀이 우거진 뜰이 좋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자꾸 궁금해진다. 하지만 엄마는 나온이가 넝쿨 집에 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이런 이유로 나온이는 엄마 몰래 넝쿨 집에 다니기 시작한다.
“넌 나와 등을 댄 아이야.”
나온이가 넝쿨 집에서 만난 남자 아이, 라온이는 진작부터 나온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허물없이 대한다. 나온이는 이 아이를 처음 보는데 말이다. 그리고 라온이는 넝쿨 집을 제 집인 양 드나들며 뜰을 멋지게 가꾸어 놓았다. 게다가 뜰을 “여긴 내 방이야.”라고 소개하며 나온이를 자기 방에 초대했다고 말한다. 잠긴 대문을 어떻게 열었는지, 왜 자기가 혼자 올 때만 라온이가 넝쿨 집에 있는지 나온이는 이 아이에 대해 궁금한 게 많지만, 라온이가 키우는 꽃들 구경을 하고 라온이가 건네준 초롱꽃 향기를 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논다. 게다가 라온이는 풀에 손이 벤 나온이의 상처를 흉터 없이 낫게 해주는 향기로운 약물도 가졌다. “나랑 꼭 맞는 친구를 하나만 보내 달라고” 날마다 빌었다는 라온이. “나랑 꼭 맞는 애가 왜 너인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젠 알아. 넌 나와 등을 댄 아이야.”라는 이상한 말을 건네는 라온이. 나온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라온이. 대체 라온이는 어떤 아이일까? 왜 나온이는 이 낯선 아이에게 자꾸만 끌리는 것일까.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완벽한 공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배경이 되는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람에 날리는 커튼처럼 흰 무리가 뿌옇게 일렁이는” 신비스런 넝쿨 집은 현실의 시간이 지배하지 않는 공간이다. 나온이가 드나들 때마다 현실의 시간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실제로는 여름인데 넝쿨 집 뜰은 “찬물을 들이킬 때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내뿜으며 “가을 들판처럼 알록달록 물이 든 잎들을” 선보인다. 또한 실제로는 거뭇거뭇한 벽돌집과 자그마한 뜰이 있는 공간이지만, 나온이가 갈 때마다 “꼭 너른 들판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며 일반적인 공간감을 확장시킨다. 완벽하게 잘 처리된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공존은 리얼리티가 요구되는 판타지 동화의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는 우리 아동문학의 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우리식 판타지로 국내 판타지 동화의 수준을 높이다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커진다. 신비스런 넝쿨 집 공간에서 나온이 가 자신의 병과 가족에 얽힌, 숨겨진 과거를 헤쳐 나가는 암시가 조금씩 보이며 그 실마리가 풀려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라온이 넝쿨 집 뜰에서 하는 일, ‘나머지 아이들’의 존재, 이 아이들을 치료하는 라온의 할머니가 등장하면서 궁금증은 더해진다. 또한 죽음의 문제를 우리 전통과 더불어 풀어간 점은 외국 판타지 동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우리식 판타지를 개척한 좋은 시도다. 그래서 국내 아동문학에서 판타지 동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줄 작품이라고 본다.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여러 가지 요소들
이 외에도 이 작품에는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여러 요소가 있다. 나온이가 반복해서 꾸는 꿈, 넝쿨 집의 라온이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되는 꿈속 말들, 나온이가 왼손으로만 적는 비밀 일기장 ‘나의 왼손’, ‘나의 왼손’에서 깨끗이 사라져버린 꿈 내용과 초롱꽃, 라온이 곁을 떠나지 않는 점박이 토끼 오른눈이, 넝쿨 집 다락방에서 나온이가 발견한 아기 장난감들, 오랜 기침을 다스리는 약을 주는 베어진 모과나무, 엄마의 꿈에까지 나타난 나온이와 라온이 등의 갖가지 장치들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미스테리한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강우는 모여 살 가족을 그리워하고, 우리는 모여 살 집을 그리워한다.”
병약한 나온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이웃집 아이 강우네 집은 모든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부서진 조각을 겨우 붙잡고 있는” 할머니와 강우는 둘이 산다. 엄마와 아빠, 온 가족이 같이 살았던 옛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기 위해 강우는 가출을 하기도 한다. 서로 늘 삐걱대기만 해서 강우를 변덕쟁이에다 이상한 애라고 생각해온 나온이는 깨닫게 된다. 나온이네가 화목하게 모여 살 집을 그리워하는 것과 비슷하게 강우는 같이 살 가족이 그리운 거라고. 그 가족이 옆에 없기 때문에 자꾸 삐딱해지는 거라고. 이 작품은 나온이와 라온이의 이야기, 나온이와 강우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도 되새기게 해준다.

신비로우면서도 밀도 높은 그림
이 작품의 그림을 맡은 김윤주는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오래된 아파트 주변의 낡은 풍경과 갈등을 겪는 가족들의 모습은 색을 많이 쓰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건조하게 표현했고, 갖가지 계절과 아름다운 풍경을 숨기고 있는 판타지 공간은 다채로운 색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그래서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대비가 잘 드러난 신비롭고 밀도 높은 그림이 눈길을 많이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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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책 읽는 삶 82 눈과 마음을 모두 닫은 사람들 ― 나온의 숨어 있는 방  황선미 글  ...

    어린이책 읽는 삶 82



    눈과 마음을 모두 닫은 사람들

    ― 나온의 숨어 있는 방

     황선미 글

     김윤주 그림

     창비 펴냄, 2006.9.7.



      우리는 누구나 모두 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누구나 모두 다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모두 다 보는 눈’을 차츰 잃거나 잊습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은 없으나,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보는 일’을 잃거나 잊으면서 쳇바퀴에 올라탑니다.


      학교에서는 시험공부만 시킵니다. 시험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따돌림이나 편가르기나 괴롭히기 따위를 하거나, 홀로 컴퓨터게임으로 빠져듭니다. 어버이나 어른은 아이들을 시험공부와 학원에 몰아넣으면서 삶과 사랑과 꿈하고는 등을 지도록 합니다. 삶과 사랑과 꿈을 내려놓아야 하는 아이들은 이제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코앞에 있는 것조차 두 눈으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밥 한 그릇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농약을 친 푸성귀를 알아채지 못하며, 햇볕·바람·빗물을 먹은 싱그러운 나물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오직 돈만 벌어야 한다는 사회·경제 얼거리에 갇힙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아무 뜻이 없는 줄 여깁니다. 삶을 가꾸는 일이나, 사랑을 나누는 일이나, 꿈을 키우는 일하고는 아예 등을 집니다. 이리하여, 스무 살쯤 될 무렵에는 사람을 제대로 마주할 줄 모르고, 서른 살쯤 될 무렵에는 사람한테 깃든 착한 숨결을 찬찬히 바라볼 줄 모르며, 마흔 살쯤 될 무렵에는 사람한테 서린 참된 넋을 옳게 읽을 줄 모릅니다.



    .. “나무 좀 베었다고 세 살던 사람을 내보낸 건 성급한 처사지. 나무가 워낙 커서 창문도 가리고, 볕도 안 들어 그랬다는데.” “그럼, 집주인에게 물어 봤어야죠. 그렇게 오래 살고 약이 되는 나무를 물어 보지도 않고 벤 걸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요. 당숙모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던 나문데.” … 여기에 살았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오늘은 여기가 꼭 우리 집인 것처럼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  (13, 68쪽)



      오늘날 꽤 많은 사람들은 장삿속을 가리지 못합니다. 장삿속을 가릴 줄 알더라도 그냥 장삿속에 휘둘립니다. 오늘날 퍽 많은 사람들은 겉치레나 눈속임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문화를 휘어잡은 이들이 꾸미는 겉치레나 눈속임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거짓말에 쉬 넘어갑니다. 참이 아닌 거짓을 쏟아내는 신문과 방송이 흘러넘쳐도, 참과 거짓을 스스로 가릴 줄 모릅니다. 곁에서 눈밝은 사람이 참과 거짓을 제대로 가려내어 알려주어도 이를 귀담아듣거나 눈여겨보지 못합니다. 아주 종(노예)이 되고 맙니다.


      이를테면, 요즈음 아이들은 딸기가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돋는 열매인지 모릅니다. 딸기꽃을 아는 아이는 매우 드뭅니다. 딸기는 비닐집이 아니라 들과 숲에서 나는 열매인 줄 생각하는 아이는 아주 드뭅니다. 가게에 나도는 거의 모든 딸기는 비닐집에서 겨우내 석유난로 기름내음을 먹으면서 비료와 농약과 항생제와 수돗물로 자란 줄 생각하지 못하고, 이런 모습을 보더라도 아무것도 못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막걸리라 ‘쌀로 빚은 술’인 줄 잊습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막걸리는 ‘쌀’로도 안 빚고 수입밀로 빚습니다. 한국에서 나는 쌀로도 안 빚고 수입쌀로 빚기 일쑤입니다. 여기에 갖가지 첨가물과 화학약품을 집어넣어 단맛을 돋웁니다. 그렇지만 이를 깨닫는 어른은 대단히 드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닭우리에 갇힌 닭처럼 길드는 오늘날 사람인 탓에, 비닐집에서 농약과 비료와 수돗물로 키우는 딸기나 푸성귀를 먹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학교와 사회와 제도권에 길들여진 사람은 ‘길들여진 밥’과 ‘공장에서 똑같이 찍은 밥’만 먹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아이들도 길드는 종이 되는 길로 접어드니까, 스스로 놀이를 새롭게 지어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컴퓨터게임에만 빠져들어야 할밖에 없는지 모릅니다. 눈은 있으되 눈으로 못 보고, 귀가 있으되 귀로 못 듣고, 마음이 있으되 마음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 강우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는 일을 겪기는 했다. 아파트가 떠들썩하게 싸워대던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가 버려서 할머니랑 살게 된 것이다. 그게 우리 집 일이었다면 난 미쳐 버렸을지 모른다 … 엄마는 내가 여자답기만 바라지,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는 건 모른다 … “너네는 어디로 간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야말로 갈 데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넝쿨 집. 어쩌면,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좋은 집인가 보다. 이름이 예쁘네.” “응. 거긴, 예쁘고 좋아.” ..  (27, 33, 222쪽)



      황선미 님이 쓴 어린이문학 《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을 읽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는 ‘내 삶’이 없습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학교를 다니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습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학원을 다니고, 하루를 보냅니다. 이밖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일이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놀 줄 모릅니다. 아이는 스스로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그저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도시를 보면 사람도 많고, 어른과 아이도 많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은 서로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지 않습니다. 도시에 있는 학교는 얼마나 크고, 학급도 얼마나 많은가요? 그러면, 그 많은 ‘학교 아이’는 서로 동무일까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이웃이나 언니 오빠 누나 동생으로 지내는가요?


      시골에는 마을마다 아이가 없어서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도시에는 동네마다 아이가 넘치지만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똑같습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막힌 모습은 똑같습니다.



    .. “와아! 누가 이걸 다 키웠대?”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사방이 꽃이었다. 평평한 곳이든 언덕진 곳이든, 돌 틈이든, 장독 옆이든, 나무 근처든 어디든 갖가지 색의 크고 작은 꽃들이 들쭉날쭉한 풀과 더불어 사방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꽃이 진 자리에는 갈색이나 짙은 보라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그 애는 콧노래를 부르며 꽃들 사이를 걸어갔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머리가 시원해!” ..  (146쪽)



      마음이 있으면, 우리는 눈을 감아도 서로 알아봅니다. 마음을 열면,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느낌이요 생각인지 환하게 알아챕니다. 마음이 없기에, 우리는 눈을 떠도 서로 살가이 사귀지 못합니다. 거짓과 속임수와 눈가림과 겉치레만 판칩니다. 마음을 열지 않으니, 우리는 하루 내내 한곳에 함께 있어도 기쁘게 웃거나 노래하지 못합니다.



    .. 울음이 멎자 할머니가 다시 나를 마주보고 섰다. “아가. 무엇이든 자신이 속한 시간에 살아야 한단다. 라온과 내가 속한 시간, 네가 속한 시간은 달라. 넌 살아 있는 영혼이고, 우린 아니지. 그런데 네가 여기 있구나. 그래서 내가 찾아내기 어려웠던 게야. 넌 지금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래서 위험해. 자기 시간에 속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냐. 떠돌이나 마찬가지란다. 라온과 나는 곧 우리만의 시간을 따라갈 거야. 네가 속해야 할 시간으로 가렴. 내가 도와주마.” … “할머니가 잊으신 게 저 신발이에요?” “아니다. 그리고 난 무얼 잊은 적이 없다. 아주 요긴한 때 쓰려고 잘 숨겨 두었지. 봐라, 나뭇잎 신발을 받쳐 줄 바람이 오고 있지 않느냐. 태 항아리 덕분이야. 저 바람은 라온을 잡아 주는 삼신할미 손길이란다. 오랜만에 저걸 타는구나. 라온은 바람의 잔등을 타는 걸 참 좋아했지.” ..  (238, 239쪽)



      눈과 마음을 뜨지 못하면, 몸뚱이는 ‘산 목숨’으로 보여도 ‘죽은 목숨’과 같습니다. 눈과 마음을 뜨면, 몸과 마음이 싱그럽게 빛납니다. 눈과 마음을 닫으려 하면, 몸뚱이와 마음은 그저 죽음길로 치닫습니다. 눈과 마음을 열려 하면, 몸과 마음은 눈부시게 깨어나서 아름답게 거듭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풀과 나무와 꽃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흙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새와 짐승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섞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도시나 시골 모두 풀·나무·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들이나 숲을 삽차로 밀어붙여서 고속도로나 골프장이나 관광단지나 발전소나 송전탑이나 군부대나 아파트나 이런저런 쓰레기더미로 바꾸고 맙니다. 오늘날에는 도시와 시골 모두 흙이나 새나 짐승을 동무로 삼지 않습니다. 흙이 죽든, 새와 짐승이 숨을 거두든, 참말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평화하고는 동떨어진 전쟁무기를 잔뜩 갖추느라 어마어마한 돈을 퍼붓지만, 막상 더 무섭고 아프며 괴로운 사회가 되는 줄 깨달으려 하지 않습니다. 평화를 짓밟는 전쟁무기를 갖춘 군부대에 젊은이를 집어넣어 바보로 만들지만, 정작 이렇게 스스로 바보가 되는 줄 옳게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나온의 숨어 있는 방》에 나오는 아이 ‘나온’은 몸뚱이가 깃든 이곳(이승)에서 즐겁지 않습니다. 즐거운 날이 없습니다. 이리하여, 쌍둥이로 함께 태어났으나 먼저 저곳(저승)으로 떠난 ‘라온’과 함께 가려 합니다. 삶도 사랑도 꿈도 없어 보이는 이곳에 있을 뜻이나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린 ‘나온’은 이곳에서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나온을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제라도 뉘우치고 깨달으면서 사랑과 꿈을 키우는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요? 바로 옆에 있는 아이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제 ‘나온’과 ‘라온’을 함께 바라보도록 눈을 뜨면서 삶을 새롭게 지을 수 있을까요?


      ‘라온’은 바람을 타고 저곳으로 갑니다. ‘나온’은 할머니가 가로막아서 라온과 함께 바람 타고 가는 길로 가지 못합니다. 나온은 앞으로 어떻게 살까요? 나온은 앞으로 스스로 눈을 뜰 수 있을까요? 4348.2.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 어린이책 읽는 삶 82 눈과 마음을 모두 닫은 사람들 ― 나온의 숨어 있는 방  황선미 글  ...

    어린이책 읽는 삶 82



    눈과 마음을 모두 닫은 사람들

    ― 나온의 숨어 있는 방

     황선미 글

     김윤주 그림

     창비 펴냄, 2006.9.7.



      우리는 누구나 모두 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누구나 모두 다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모두 다 보는 눈’을 차츰 잃거나 잊습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은 없으나,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보는 일’을 잃거나 잊으면서 쳇바퀴에 올라탑니다.


      학교에서는 시험공부만 시킵니다. 시험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따돌림이나 편가르기나 괴롭히기 따위를 하거나, 홀로 컴퓨터게임으로 빠져듭니다. 어버이나 어른은 아이들을 시험공부와 학원에 몰아넣으면서 삶과 사랑과 꿈하고는 등을 지도록 합니다. 삶과 사랑과 꿈을 내려놓아야 하는 아이들은 이제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코앞에 있는 것조차 두 눈으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밥 한 그릇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농약을 친 푸성귀를 알아채지 못하며, 햇볕·바람·빗물을 먹은 싱그러운 나물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오직 돈만 벌어야 한다는 사회·경제 얼거리에 갇힙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아무 뜻이 없는 줄 여깁니다. 삶을 가꾸는 일이나, 사랑을 나누는 일이나, 꿈을 키우는 일하고는 아예 등을 집니다. 이리하여, 스무 살쯤 될 무렵에는 사람을 제대로 마주할 줄 모르고, 서른 살쯤 될 무렵에는 사람한테 깃든 착한 숨결을 찬찬히 바라볼 줄 모르며, 마흔 살쯤 될 무렵에는 사람한테 서린 참된 넋을 옳게 읽을 줄 모릅니다.



    .. “나무 좀 베었다고 세 살던 사람을 내보낸 건 성급한 처사지. 나무가 워낙 커서 창문도 가리고, 볕도 안 들어 그랬다는데.” “그럼, 집주인에게 물어 봤어야죠. 그렇게 오래 살고 약이 되는 나무를 물어 보지도 않고 벤 걸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요. 당숙모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던 나문데.” … 여기에 살았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오늘은 여기가 꼭 우리 집인 것처럼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  (13, 68쪽)



      오늘날 꽤 많은 사람들은 장삿속을 가리지 못합니다. 장삿속을 가릴 줄 알더라도 그냥 장삿속에 휘둘립니다. 오늘날 퍽 많은 사람들은 겉치레나 눈속임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문화를 휘어잡은 이들이 꾸미는 겉치레나 눈속임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거짓말에 쉬 넘어갑니다. 참이 아닌 거짓을 쏟아내는 신문과 방송이 흘러넘쳐도, 참과 거짓을 스스로 가릴 줄 모릅니다. 곁에서 눈밝은 사람이 참과 거짓을 제대로 가려내어 알려주어도 이를 귀담아듣거나 눈여겨보지 못합니다. 아주 종(노예)이 되고 맙니다.


      이를테면, 요즈음 아이들은 딸기가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돋는 열매인지 모릅니다. 딸기꽃을 아는 아이는 매우 드뭅니다. 딸기는 비닐집이 아니라 들과 숲에서 나는 열매인 줄 생각하는 아이는 아주 드뭅니다. 가게에 나도는 거의 모든 딸기는 비닐집에서 겨우내 석유난로 기름내음을 먹으면서 비료와 농약과 항생제와 수돗물로 자란 줄 생각하지 못하고, 이런 모습을 보더라도 아무것도 못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막걸리라 ‘쌀로 빚은 술’인 줄 잊습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막걸리는 ‘쌀’로도 안 빚고 수입밀로 빚습니다. 한국에서 나는 쌀로도 안 빚고 수입쌀로 빚기 일쑤입니다. 여기에 갖가지 첨가물과 화학약품을 집어넣어 단맛을 돋웁니다. 그렇지만 이를 깨닫는 어른은 대단히 드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닭우리에 갇힌 닭처럼 길드는 오늘날 사람인 탓에, 비닐집에서 농약과 비료와 수돗물로 키우는 딸기나 푸성귀를 먹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학교와 사회와 제도권에 길들여진 사람은 ‘길들여진 밥’과 ‘공장에서 똑같이 찍은 밥’만 먹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아이들도 길드는 종이 되는 길로 접어드니까, 스스로 놀이를 새롭게 지어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컴퓨터게임에만 빠져들어야 할밖에 없는지 모릅니다. 눈은 있으되 눈으로 못 보고, 귀가 있으되 귀로 못 듣고, 마음이 있으되 마음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 강우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는 일을 겪기는 했다. 아파트가 떠들썩하게 싸워대던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가 버려서 할머니랑 살게 된 것이다. 그게 우리 집 일이었다면 난 미쳐 버렸을지 모른다 … 엄마는 내가 여자답기만 바라지,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는 건 모른다 … “너네는 어디로 간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야말로 갈 데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넝쿨 집. 어쩌면,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좋은 집인가 보다. 이름이 예쁘네.” “응. 거긴, 예쁘고 좋아.” ..  (27, 33, 222쪽)



      황선미 님이 쓴 어린이문학 《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을 읽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는 ‘내 삶’이 없습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학교를 다니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습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학원을 다니고, 하루를 보냅니다. 이밖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일이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놀 줄 모릅니다. 아이는 스스로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그저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도시를 보면 사람도 많고, 어른과 아이도 많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은 서로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지 않습니다. 도시에 있는 학교는 얼마나 크고, 학급도 얼마나 많은가요? 그러면, 그 많은 ‘학교 아이’는 서로 동무일까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이웃이나 언니 오빠 누나 동생으로 지내는가요?


      시골에는 마을마다 아이가 없어서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도시에는 동네마다 아이가 넘치지만 동무를 사귀지 못합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똑같습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막힌 모습은 똑같습니다.



    .. “와아! 누가 이걸 다 키웠대?”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사방이 꽃이었다. 평평한 곳이든 언덕진 곳이든, 돌 틈이든, 장독 옆이든, 나무 근처든 어디든 갖가지 색의 크고 작은 꽃들이 들쭉날쭉한 풀과 더불어 사방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꽃이 진 자리에는 갈색이나 짙은 보라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그 애는 콧노래를 부르며 꽃들 사이를 걸어갔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머리가 시원해!” ..  (146쪽)



      마음이 있으면, 우리는 눈을 감아도 서로 알아봅니다. 마음을 열면,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느낌이요 생각인지 환하게 알아챕니다. 마음이 없기에, 우리는 눈을 떠도 서로 살가이 사귀지 못합니다. 거짓과 속임수와 눈가림과 겉치레만 판칩니다. 마음을 열지 않으니, 우리는 하루 내내 한곳에 함께 있어도 기쁘게 웃거나 노래하지 못합니다.



    .. 울음이 멎자 할머니가 다시 나를 마주보고 섰다. “아가. 무엇이든 자신이 속한 시간에 살아야 한단다. 라온과 내가 속한 시간, 네가 속한 시간은 달라. 넌 살아 있는 영혼이고, 우린 아니지. 그런데 네가 여기 있구나. 그래서 내가 찾아내기 어려웠던 게야. 넌 지금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래서 위험해. 자기 시간에 속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냐. 떠돌이나 마찬가지란다. 라온과 나는 곧 우리만의 시간을 따라갈 거야. 네가 속해야 할 시간으로 가렴. 내가 도와주마.” … “할머니가 잊으신 게 저 신발이에요?” “아니다. 그리고 난 무얼 잊은 적이 없다. 아주 요긴한 때 쓰려고 잘 숨겨 두었지. 봐라, 나뭇잎 신발을 받쳐 줄 바람이 오고 있지 않느냐. 태 항아리 덕분이야. 저 바람은 라온을 잡아 주는 삼신할미 손길이란다. 오랜만에 저걸 타는구나. 라온은 바람의 잔등을 타는 걸 참 좋아했지.” ..  (238, 239쪽)



      눈과 마음을 뜨지 못하면, 몸뚱이는 ‘산 목숨’으로 보여도 ‘죽은 목숨’과 같습니다. 눈과 마음을 뜨면, 몸과 마음이 싱그럽게 빛납니다. 눈과 마음을 닫으려 하면, 몸뚱이와 마음은 그저 죽음길로 치닫습니다. 눈과 마음을 열려 하면, 몸과 마음은 눈부시게 깨어나서 아름답게 거듭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풀과 나무와 꽃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흙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부터 새와 짐승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섞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도시나 시골 모두 풀·나무·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들이나 숲을 삽차로 밀어붙여서 고속도로나 골프장이나 관광단지나 발전소나 송전탑이나 군부대나 아파트나 이런저런 쓰레기더미로 바꾸고 맙니다. 오늘날에는 도시와 시골 모두 흙이나 새나 짐승을 동무로 삼지 않습니다. 흙이 죽든, 새와 짐승이 숨을 거두든, 참말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평화하고는 동떨어진 전쟁무기를 잔뜩 갖추느라 어마어마한 돈을 퍼붓지만, 막상 더 무섭고 아프며 괴로운 사회가 되는 줄 깨달으려 하지 않습니다. 평화를 짓밟는 전쟁무기를 갖춘 군부대에 젊은이를 집어넣어 바보로 만들지만, 정작 이렇게 스스로 바보가 되는 줄 옳게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나온의 숨어 있는 방》에 나오는 아이 ‘나온’은 몸뚱이가 깃든 이곳(이승)에서 즐겁지 않습니다. 즐거운 날이 없습니다. 이리하여, 쌍둥이로 함께 태어났으나 먼저 저곳(저승)으로 떠난 ‘라온’과 함께 가려 합니다. 삶도 사랑도 꿈도 없어 보이는 이곳에 있을 뜻이나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린 ‘나온’은 이곳에서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나온을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제라도 뉘우치고 깨달으면서 사랑과 꿈을 키우는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요? 바로 옆에 있는 아이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제 ‘나온’과 ‘라온’을 함께 바라보도록 눈을 뜨면서 삶을 새롭게 지을 수 있을까요?


      ‘라온’은 바람을 타고 저곳으로 갑니다. ‘나온’은 할머니가 가로막아서 라온과 함께 바람 타고 가는 길로 가지 못합니다. 나온은 앞으로 어떻게 살까요? 나온은 앞으로 스스로 눈을 뜰 수 있을까요? 4348.2.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 [나온의 숨어 있는 방] | se**802 | 2010.02.2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샘마을 몽당깨비><마당을 나온 암탉><나쁜 어린이표> 등으로 황선미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어...
    <샘마을 몽당깨비><마당을 나온 암탉><나쁜 어린이표> 등으로 황선미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어린이 작가 중의 한명이 되었다.
    ’황선미의 신작 판타지 동화’라는 소개문구가, 그리고 단지 황선미 작가의 책이라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고 싶게 하는 동기는 충분했다.

    내딸과 같은 초등5학년인 주인공 나온. 천식 때문에 엄마의 지나친 간섭을 받는 나온은 피아노와 바이올린보다는 자전거 타기와 같은 운동을 더 좋아한다. 
    엄마가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다는 것을 잘 아는 나온이지만, 그런 간섭이 싫고 못마땅하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친구 강우에게 자전거를 배웠지만, 왠지 모르게 강우는 자신에게 쌀쌀맞기만 하다.

    요즘들어 나온은 악몽을 자주 꾼다. 꿈속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아이와 만나게 되고, 구덩이에 빠지는 등의 가위에 눌리는 나온은 아빠가 사준 일기장 ’나의 왼손’에 꿈을 기록하곤 한다.
    어린 시절 살았던 ’넝쿨집’으로 인해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나온은 아빠와 함께 가게 된 넝쿨집에서 꿈같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보았던 아이를 만나게 되고, 나온은 혼란을 겪으며 점점 몸이 악화되곤 한다.

    집을 팔겠다는 엄마와 넝쿨집에서 살고 싶다는 아빠의 대립 속에서 나온은 알 수 없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꿈속에 나타나는 아이를 통해서 넝쿨집에 대한 애뜻함을 가지게 된다.

    나는 두 아이의 생일날 수수팥떡으로 해서, 아이들이 자는 머리맡에 놓아준다. 삼신할머니에게 아이들을 잘 돌봐달라는 의미로 올리는 거라며, 꼭 해야한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서 시작했던 일이였지만, 몇 해가 지나자 스스로 그 일을 챙겨서 하게 된다.
    아픈 나온을 지켜주던 삼신할미의 모습이 나온 부분을 읽고 있자니, 왠지 어디선가 삼시할머니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고, 보살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이 책속에는 삼시할미와 라온, 꿈, 넝쿨집에서의 라온과의 만남, 토끼 오른눈이 등 다양한 소재로 판타지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그 속에는 ’가족’’사랑’이라는 잔잔함을 깔아놓고 있다.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집을 나간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살아가는 강우는 엄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현관의 전등이 꺼지지 않도록 전구를 깔아끼운다. 엄마가 전에 살던 집으로 올까 싶어서 며칠 동안 기다리는 강우의 모습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을 전한다.

    나온과 라온의 이야기 속에서도 ’가족’’사랑’’아픔’’상처’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꿈과 알수없는 세계에서의 경험은 나온에게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상처를 어루만 질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된다.
    강우와 나온은 서로 다른 환경에 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는 아닐까 싶다.

    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황선미 작가는 이 책속에서는 판타지라는 소재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감동과 함께 전하고 있다. 황선미 작가의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동화책이라는 느낌을 가져본다. 그 느낌이 새롭기도 하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겨지기도 한 것은 이전의 동화에서 느꼈던 황선미 작가만의 느낌이 조금은 배제된 느낌이라서 일까?
  • 황선미 선생님답게 어린이의 공감대를 가진 소재를 사용해서 이 시대 아이들의 모습이 과장되지 않게 펼쳐진다. &...

    황선미 선생님답게 어린이의 공감대를 가진 소재를 사용해서 이 시대 아이들의 모습이

    과장되지 않게 펼쳐진다.

     

    바이올린을 배우기를 강요하는 엄마와 반항하는 딸.

    일전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미술학원 가방, 학교 책 가방, 음악 학원 악기 가방을 들고

    엄마랑 함께 학원에 순회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아주 일상적으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이다.

    또 예쁜 옷을 입히려고 하는 엄마와 반항심리로 용돈을 털어 수수한 옷을 사는 딸.

    왜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과 취향이 다른 것을 못 참는지 모르겠다.

    특히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의 소유물인지 안다.

    하나 더, 한국 엄마들이 가진 나쁜 생각. 제 자식은 착하고 남의 자식이 꼬여낸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친구를 못 사귀게 하는 엄마와 순수하게 친구를 친구로 보는 딸.

    아이의 눈에 보여지는 것을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을

    읽어낼 수 있었다.

     

    한국적인 배경, 단독주택과 아파트들, 끝없는 재개발과 삼신 할미...가 함께 등장해서

    꽉꽉 들어찬 아파트와 줄줄이 채워진 스케줄, 일상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아이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판타지가 시작된다.

     

    나온과 라온은 등을 맞대고 태어난 아이로 쌍둥이다. 나온이는 그걸 모른 체 자랐지만.

    나온과 엄마의 기형적인 관계는 라온을 잃은 엄마의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야 모녀는 그간의 갈등을 해소한다. 부둥켜안고 울면서... (이 감동적인 장면에서 별로 감동을 못했단 말이다!!)

    엄마에게 무지 약한 아빠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엄마에게 못 이기는 이유는 엄마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고 그 고통에서 도망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에게 강한 의지를 전달한다.

     

    나름대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글이었지만, 라온의 비밀이 너무 질질 끌려서 오히려 이야기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비밀이 호기심을 자극해야 했는데, 그다지 나를 흡입시키지 못했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나를 흡입했던 문장력은 그대로였을지 몰라도 나는 그만큼 몰입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이는 작품이 주는 구체성과 믿음이 내게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의 무게가 서로 너무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 아닐까?

  • 등을 한번 쓰다듬고 | jd**102 | 2006.10.30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일까? 괴로운 것일까? 그것이 비록 괴로운 것이라해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일까? 괴로운 것일까?

    그것이 비록 괴로운 것이라해도 나는 그것에 대해 강한 유혹을 느낀다.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보면 나의 라온을 만날 수 있는 신호를 발견할 것만 같은 유혹을.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나온과 라온.

    라온은 어릴 때 죽었지만, 온전히 자기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나온과 등을 대고 세상에 남아

    나온과 만나려고 꿈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둘이 태어난 넝쿨집에 들른 나온에게 라온이 나타난다.

     

    유난히 꿈이 많아 산란한 나는

    괜히

    꿈에 숨겨진 신호를 찾느라 애를 써봤다.

     

    그러다 등에 힘을 주고 곧게 펴 본 후

    등을 한 번 쓰다듬어 봤다.

    "라온! 거기 있니?"

     

    ...................................................................................

     

    <아쉬운 마음 >

    넝쿨집이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한다.

    나온과 라온의 만남이 쉬운 것은 아닐텐데

    넝쿨집이 조금만 더 비밀스럽게 숨겨져 나온에게만 공개되면 좋겠다.

    삼신할머니가 지나가는 한 옆에서 나온과 라온이 만나고,

    엄마 아빠가 태항아리를 태우는 옆에서 나온과 삼신할머니가 만나고,

    현실세계와 영혼세계가 이렇듯 서로 한 자리에서 아슬하게 비껴가다니.

    '무엇이든 자신이 속한 시간에 살아야 한다. (238쪽)' 는 말처럼

    온전히 서로의 세계에 존재하면서,

    다른 무엇으로(간절함이나 필연 같은 것)

    잠시 만날 수 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나온과 라온은 등을 대고 선 아이라는데,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것 외에

    무엇이 그 둘의 등이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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