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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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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쪽 | A5
ISBN-10 : 8984989142
ISBN-13 : 9788984989146
바다의 기별(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김훈 | 출판사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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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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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책상태도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bom6*** 2019.12.10
24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sjlee***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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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배송 빠르고 책도 너무 깨끗해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shuen*** 2019.11.28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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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김훈만이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

김훈 신작 에세이 『바다의 기별』.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해낸 소설가 김훈이 4년 만에 새롭게 펴낸 에세이집이다.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작가의 속내를 드러내었던 소설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명석한 판단력 그리고 통찰의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김훈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록된 13편의 작품들은 치열한 삶을 살아낸 작가 김훈, 그리고 인간 김훈의 내면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힘겨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들, 작가로서의 고뇌, 죽음에 대한 사유 등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내면의 갈등과 싸우며 시대와 부딪히며 격렬한 인생을 살아온 김훈, 그가 지나쳐온 삶의 여정을 직접 들려준다.

『바다의 기별』은 온몸을 다바쳐 글쓰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온 작가 김훈의 내면 세계와 삶의 모습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대와 가족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더 깊게 해줄 것이며,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이들에게 깊은 위안과 힘찬 용기를 선사해 줄 것이다. <양장본>

이 책의 구성
13편의 에세이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편의 산문은 치열한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김훈의 이야기입니다. 부록에는 그간 김훈이 펴냈던 저작물들의 서문을 모아 실었습니다. 또한 서문 모음과 함께 수상소감들도 함께 수록하였습니다.

저자소개

김훈
자전거레이서.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지은 책으로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 1, 2』(공저)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1, 2』 『원형의 섬 진도』, 에세이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공차는 아이들』,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남한산성』과 소설집 『강산무진』 이 있다.

목차

머리말

Ⅰ 바다의 기별
바다의 기별
광야를 달리는 말
무사한 나날들
생명의 개별성
칠장사 기행
글과 몸과 해금
시간의 무늬

Ⅱ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고향과 타향
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

Ⅲ 말과 사물
회상
말과 사물

부록 서문과 수상소감
ㆍ칼의 노래/현의 노래/남한산성/개/빗살무늬토기의 추억/강산무진
ㆍ공차는 아이들/밥벌이의 지겨움/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자전거 여행2
문학기행/원형의 섬 진도/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
ㆍ다시 임화를 생각함/스스로 두려운 마음으로/지표가 된 약봉투

오치균의 그림

책 속으로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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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22쪽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내 아버지한테서 배운 말투였다. 여동생들은 질려서 울지 못했다. 아버지의 관이 내려갈 때 나는 비로소 내 여동생들의 ‘오빠’라는 운명에 두렵고도 버거운 충만감을 느꼈다. - 23쪽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 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32쪽

중모리 문장은 편안하다. 사유는 문장 속에 편안하게 실린다. 휘몰이 문장을 쓸 때는 사유가 문장을 몰고 가지만, 중모리 문장을 쓸 때는 문장이 사유를 이끌고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중모리 문장을 쓸 때 내 몸은 아늑하다. 그 아늑함이 한가하고 또 부질없이 느껴질 때, 나는 다시 휘몰이 쪽을 넘보는데 휘몰이 문장을 불러오려면, 사유의 질감을 바꿔야 한다. 이 전환은 쉽지 않다. -59쪽

교도소 정문 맞은편 야트막한 언덕 위에 웬 허름한 여인네가 포대기로 아기를 업은 채, 추위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 김지하가 검거되었던 것이다. 어쩌자고 생후 10개월 미만의 어린것을 업고 영하 12도의 강추위 속에 교도소 앞 광장으로 나온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신문사로 돌아가 마지막 기사를 작성했다. 나는 박경리에 관하여 쓸 수가 없었다. 나는 어쩐지 그것이 말해서는 안 될 일인 것만 같았다. 새벽 두 시께 집으로 돌아와 잠자다 일어나 아내에게 그날의 박경리에 관해서 말해주었다. 아내는 울었다. 울면서 “아기가 추웠겠네요”라고 말했다. 춥고 또 추운 겨울이었다. -94쪽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언어로써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아름다움은 세상의 악과 폭력과 야만성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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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김훈의 격정에 찬 산문은 참담함과 쓸쓸함으로 가득 찬 삶의 안과 바깥을 두루 내다보는 자의 비극적 탐미의 결과물이다. 100만부를 돌파한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걸출한 장편소설을 펴내며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로 우...

[출판사서평 더 보기]

김훈의 격정에 찬 산문은
참담함과 쓸쓸함으로 가득 찬 삶의 안과 바깥을
두루 내다보는 자의 비극적 탐미의 결과물이다.


100만부를 돌파한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걸출한 장편소설을 펴내며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로 우뚝 선 김훈이 『자전거 여행1?2』,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에 이어 4년 만에 에세이집을 펴냈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김훈은 건국 60주년과 맞먹는 생애를 살아온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회상에 잠겼다.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간 털어놓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눈과 발로 쫓아 사실에 입각한 글쓰기의 치열함과 죽음에 대한 사유, 악과 폭력을 바탕으로 한 약육강식의 세계에 대한 날 선 시선, 힘겨웠던 유년시절 등 그간의 삶과 문학과 시대를 눈부신 미문으로 묘파해 놓았다. 한 개인으로, 아버지로, 아들로, 소설가로서 겪은 삶의 비릿한 진실을 풀어놓아 소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작가 김훈의 속살을 엿본다
김훈이 처음으로 내면의 풍경과 정신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맨살을 드러냈다. 대형 장편소설과 세상을 향해 쏟아낸 말과 사람살이의 풍경을 담은 에세이집을 내긴 했지만 작가 자신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이 책에는 김훈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지난날의 일화들이 삽화처럼 들어가 있다. 김훈을 말할 때 허무주의자, 탐미주의자, 마초 등의 수사들이 따라다닌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작품을 통해 드러난 이런 추상적, 관념적 모습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삶과, 시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김훈은 이 책에 풀어놓았다.
김훈은 그 누구보다 지극히 비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낙담한 인간을 눈과 발로 쫓은 디테일로 전달하는 작가다. 그가 온몸으로 써내려간 디테일이 삶의 구체성이 되어 산다는 것의 도저한 본질을 꿰뚫게 한다. 검박하고 담담한 듯 보이는 문장은 오히려 더 절절하게, 치열하게, 웅숭깊게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 문장은 오히려 심장을 터뜨릴 정도로 강렬함을 남긴다. 선과 악이 혼돈되고 전도되는 시대와 부딪히며 살아온 김훈이 그간의 내면 풍경과 삶, 시대, 가족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펼친 이 책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훈의 신작 에세이 『바다의 기별』은 읽는 이로 하여금 김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우리 자신의 기갈난 삶에 깊은 위안과 힘찬 용기를 주는 글들이 담겨 있다.
경제난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들. 각자의 삶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요즘, 영화나 소설이 현실보다 더 심오하고 극적일 수 있을까.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먹고살기 위해 치욕을 견뎌야 하는 나날이 늘어가는 이때 삶을 치열하게 견뎌낸 김훈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반갑다. 영화나 문학작품과 같은 서사예술의 감동이 극중 인물들의 행위와 감상자 개인의 주관적 체험과 기억이 교차될 때 발생하는 화학작용이라 한다면 이 책은 온전히 공감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13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김훈이 차린 소박한 성찬이다. 작지만 알차서 그가 살아온 삶의 무늬들을 그려볼 수 있다.

살갗으로 읽어낸 엄정한 삶의 진상
『바다의 기별』에서 김훈은 사적인 차원의 구체적 회억을 처음으로 진술한다. 그가 들려주는, 빈한했던 유년시절과 시대와 불화했던 아버지, 그리고 헌신적이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애틋함을 자아낸다. 그는 비루한 것을, 그 어떤 감상도 보태지 않고 다만 비루하다고 말하면서 그 비루함이 유도할지도 모르는 동정과 연민을 차단한다. 동정과 연민을 원천봉쇄하는 그의 강직과 직설이 오히려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것은 김훈의 허무주의의 요체를 이룬다. 참담하고 참혹하지만 마주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김훈의 간명한 세계관과 수미의 쌍을 이룬다. ‘꾸역꾸역 이어지는 삶의 일상성’이야말로 경건하고 진지한 것이며, 삶은 단단하고 무참한 생계의 연쇄라는 일관된 생각을 송곳처럼 명료하게 보여준다.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광야를 달리는 말」중에서

"어머니는 거칠고 사납고 과장된 말을 무척 싫어하셨다. 몇 살 때였던가. 제헌절 날 어머니는 새 옷을 주셨다. 어머니가 주신 새 옷은 새로 산 게 아니라 입던 옷을 빨고 깁고 다려서 주신 옷이었다. "법을 만든 날이다. 새 옷을 입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으로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어머니에게 헌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눈물겹다." -「고향과 타향」중에서

딸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았다. 딸아이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 주었고 용돈이라며 15만 원을 주었다. 그 아이는 아마 월급쟁이로서 평생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나는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순환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 했다. - 「무사한 나날들」중에서

김훈에겐, 감상을 거부한 분노와 사랑이 곧 문법이며 문체다.
3부에 들어간 최근에 행한 강연원고에서 김훈은 최초로 자신의 문학적 자의식과 문학론, 그리고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매우 명료하면서도 단호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1년 『칼의 노래』를 상재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김훈은 일급의 좋은 작가임에 분명하지만, 대개의 좋은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천의무봉의 재능에 기대는 작가의 자리를 스스로 거역한다. 그는 치열한 자기부정의 방식으로 자기합리를 꾀하는 아찔하고 절대적인 모순성으로 가까스로 작가의 길에 서 있을 뿐이다. 그는 그 모순으로 삶이 매순간 만들어내는 애매한 국면의 진상을 꿰뚫는다. 인문성에 매몰된 정신주의자이기보다는 순결한 감각주의자이기를 자처하는 김훈은 다만 자신의 몸이 반응하고 지각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절대적 숙명을 긍정할 뿐이다. 거기에서 독특한 김훈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쓴다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의 허무주의는 해명되지 않는 삶의 기저를 투시한다. 그래서 그의 말이 빚어내는 풍경은 참혹하고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악과 폭력이 이 세상의 근본 바탕이며 그것을 지배하는 형식이 바로 약육강식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 그의 심연에서 지각변동과 삼투압을 일으키는 분노와 사랑은 수사의 문법을 뛰어넘어 그것 자체가 곧 명백한 수사가 된다. 다시 말해, 김훈의 문법은 곧 분노와 사랑인 것이다.

보여지는 김훈과 보여지지 않는 김훈 사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부록
이 에세이집은 13편의 에세이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김훈이 펴낸 저작물들의 서문을 모두 모아 부록으로 실었다. 특별히 부록을 실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쓴 서문은 당대의 지식인으로, 문장가로, 작가로서 그가 살아낸 시대와 치열한 소통을 보여주는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는 명백한 증물이다. 서문들을 읽다보면 시대와 늘 서늘하게 불화했던 김훈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내면 풍경이 어느덧 질서의 구조를 가지면서 오롯하게 드러난다. 서문 모음과 함께 김훈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행한 수상소감들도 모았다. 한자리에 모아놓고 읽으면 개별적으로 읽을 때와 달리 김훈의 삼엄한 문학정신, 그 진정성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서문과 수상소감은 김훈이 쓴 본문의 이야기를 보완하는 2차 텍스트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읽으면 보여지는 김훈과 보여지지 않는 김훈 사이에서 여러 겹을 이루고 있는 미세하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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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구희일 님 2011.11.25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다가오지 않으면 고립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 구희일 님 2011.11.25

    나는 시를 쓰지 못하고, 시를 쓸 수 있게 되는 마음의 바탕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시적 대상이나 정황이 시행으로 바뀌는 언어의 작동방식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행들은 나를 소외시키고, 시인들은 낯설어 보인다. 내가 모든 시를 다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시행은 겨우 몇 줄이다. 시를 읽을 때, 내 마음은 시행을 이루는 언어와 그 언어 너머의 시적 실체 사이에서 표류한다. 나는 언어를 버리고 시적 실체 쪽으로 건너가려 하지만, 언어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언어는 버림받는 애인처럼, 징징거리면서 끝까지 나를 따라온다.

  • 구희일 님 2011.11.25

    아들이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회원리뷰

  • 바다의 기별 | ks**592 | 2016.08.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김훈만이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김훈만이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작가의 속내를 드러내었던 소설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명석한 판단력 그리고 통찰의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김훈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록된 13편의 작품들은 치열한 삶을 살아낸 작가 김훈, 그리고 인간 김훈의 내면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힘겨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들, 작가로서의 고뇌, 죽음에 대한 사유 등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내면의 갈등과 싸우며 시대와 부딪히며 격렬한 인생을 살아온 김훈, 그가 지나쳐온 삶의 여정을 직접 들려준다.

  • 추워지면 생각난다. | ss**um | 2015.12.0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갑작스런 추위로 온 몸이 움츠러든다.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무릎 담요를 덮고, 뜨거운 차를 마셔도 추위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갑작스런 추위로 온 몸이 움츠러든다.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무릎 담요를 덮고, 뜨거운 차를 마셔도 추위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여전히 발이 시리고, 몸이 덜덜 떨려오는 것은 비단 나뿐인가. 난롯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지만, 분명 책을 읽다 말고 꾸벅꾸벅 졸 것이기에 추위를 견디며 끼적일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추위라고 했지만, 겨울이니까 추운 거고 이제야 계절다운 맛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꽁꽁 얼어 버린 내 마음은 무엇으로 녹여 줘야 할까. 봄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고, 자꾸만 움츠러드는 내 마음을 돌보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때 김훈의 책을 만났다. 오랜만에 나온 신간이라 예약판매까지 했으면서, 정작 책에는 손을 못 대고 있었다. 편하게 하는 독서에 익숙해진 터라 쉽게 마음을 터놓지 못했다.

     

      처음 그의 문체를 대하던 낯섦을 기억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펼쳐진 수많은 섬들의 존재에 한참을 헤매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연달아 6권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의 문체가 식상해졌다.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배치해 놓은 그의 글은 무미건조했고 답답했다. 그래서 한 동안 그의 글을 읽지 않았는데, 답답함이 조금은 가셨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기에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글은 가뭄에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듯 팍팍한 내 마음을 더 옥죄고 들어왔다. 추운 겨울날이었고, 내 마음도 스산했고, 무엇보다도 그의 녹록치 않았던 삶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별빛처럼 흩뿌려지던 첫 글, <바다의 기별>이 지나가고 아버지에 관한 글이 나왔다. 첫 시작은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이었다. 그 문장에서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던 이유는 9년 전, 나의 아버지도 11월의 차가운 땅 속으로 묻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묻혔는지 장지까지 따라가지는 못했지만(집 근처였음에도 어른들은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 문장만으로도 그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젖어오는 듯 했다(저자에게도 나에게도). 무덤 앞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부재를 인정해야 했던 저자는 자상하지도 않고 가정적이지도 않은 또 다른 아버지를 떠올렸다. '한국 현대사의 황무지에 맨몸을 갈았던'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늘 바깥으로 돌던 아버지였지만, 늘 아버지 편을 들었다고 했다. '3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 풍화 되어 버린 슬픔은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고 말하는 저자.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 된다는 것이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아버지의 죽음, 장모의 죽음, 딸아이의 취직, 어머니에 대한 추억 등으로 채워진 글들은 그동안 저자가 드러내지 않았던 사적인 내면의 세계였다. 담담하면서도 고루하게 써 내려간 글들을 읽노라면, 나와는 다른 억겁의 세월을 지나온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희비애락이 조금씩 쌓여간다고는 하지만, 저자와의 공간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은 일들이 저자의 글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되기도 했지만, 아직 내겐 풍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슬픔을 말할 때는 진하게 배어나오는 아픔 앞에서 당황하고 말았다. 작은 바늘로 찌른 살갗에서 얘기치 못한 양의 혈액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내 아픔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담담했다. 세월의 깊이를 말하지 않는다면 언제 일어난 일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뎌 보였다.

     

      동병상련인지, 마음의 착잡함 때문인지 구별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글 속에 깊이 파묻힌 것만은 사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세계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의 내면세계를 탐색하느라 바빴다. 특별한 얘기라기보다 삶에 녹아드는 일상을 얘기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사람과의 추억에서 벗어나 시와 음악, 기행, 그림에 관한 글들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저자에게 어떠한 소재가 주어지든지 저자의 문체로 녹여 버리는 다양함을 맛본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읽지 않으면, 보석 같은 문장들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런 문장에 찬사와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질투 섞인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은 쉽게 내 마음에 박히지 않았다. 저자의 특징이기도 한 애매모호를 가장하여 정곡을 찌르는 문장을 되풀이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특히 그가 <말과 사물>에 대해 강연한 내용은 덕지덕지 붙여놓은 메모지로 가득했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어 붙은 메모지는 정작 내 마음속을 겉돌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의 글을 다 읽었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좀 특별한 부록이 펼쳐진다. 분명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만났던 서문들과 수상소감이 실려 있었는데,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나를 훑고만 지나가는 그의 문체가 낯설어, 직접 책을 찾아 대조해 보는 미련한 행동까지 할 정도였다. 미련한 행동이 끝나자 펼쳐진 것은 화가 오치균의 작품들이었다. 화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작품이 궁금했지만, 상상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독자의 마음을 알고 살짝 실어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와 긴 여정을 함께 한 기분이다. 하룻저녁에 읽어버린 책에서 마주한 저자는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다가왔다. 그만큼 다양한 그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비교적 많은 작품을 통해 그와 소통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어느 위치에서 있던지 이런 소통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때마다 토를 달고, 감격하고, 냉소적이라고 무언의 암시를 나도 보낼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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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느낌의 첫 문단. | wf**ever | 2011.11.25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내가 잀었던, 많지 않은 책들 중에서, 첫 문장에 이토록 강렬한 느낌을 받았던 책이 있었을까? 김훈 ...
      내가 잀었던, 많지 않은 책들 중에서, 첫 문장에 이토록 강렬한 느낌을 받았던 책이 있었을까? 김훈 선생님의 문체야 워낙 간결하고 힘이 넘치지만, 이 책의 첫 문장이 주는 느낌은 너무도 강렬했다. 이전의 책을 너무 지루하게 오래 읽은 탓도 있겠지만, 어떤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더라도, 똑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은 에세이 집으로, 선생님의 경험들과 생각들이 적혀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나의 부족한 역량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다. 특히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일이 어렵다는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동안 나의 삶을 돌아본다. 함부로 말을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았으며, 편협하게 읽고, 두서없이 써내려 가는 나의 삶이 있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고뇌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인회에서 들었던 선생님의 굵직한 음성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많은 말을 하시지 않을 것 같은 선생님의 목소리는, 함부로 써내려 가는 나의 글에 뭐라 하실런지...... 물론 내 글을 보시지도 않겠지만, 함부로 써내려 간 나의 글들이 부끄러울 뿐이다.

      김훈 선생님의 책을 연속으로 읽을 힘이 내게는 아직 없다. 힘찬 문체를 쫓다 보면, 읽어 내려가는 나의 체력도 함께 소진되는 듯 하다. 많이 혼나는 느낌도 한 몫을 한다. 강렬하게 나를 이끄는 문장들은 얼마 남지 않은 2011년을 넘어 내년에 다시 만나 볼 계획이다. 그때는 또 어떤 강렬함이 나를 이끌고, 꾸짖을까, 기대해 본다.
  • 바다의 기별 | mo**lchen | 2011.08.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
     
     
    이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p.13.

    책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 같다. 뭐랄까. 좀 더 친근해진 느낌이다. 
    작가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속의 문장 역시 건조하고 명쾌하다. 가을 햇살 아래 바삭거리며 말라가는 빨간 고추 같다고나 할까. 여름의 습기를 안으로 갈무리하며 제 잎새들을 떨쳐내는 나무 같다고 할까. 그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맘에 든다고 했다.

    영문과 2학년 학생이던 김훈은 워즈워스, 바이런, 예이츠의 낭만적인 시를 배우고 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도서관에서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운명처럼 만난다. 희망이나 행복한 미래가 아닌 절망으로 가득한 이순신의 일기를 읽고 난 뒤부터 그는 학교가 싫어졌다. 마침 새 학기 등록금도 없었던 그는 그 길로 학교를 그만두고 군에 입대한다. 36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 후 그가 찾은 일자리는 언론사였다. 그리고 27년 동안 사건 현장을 누비며 기자생활을 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사회의 목탁이 되거나 무관의 제왕이 되기 위해서, 무슨 언론인의 고귀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신문사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나는 육군에서 제대하고 먹을 게 없어서 길바닥을 헤매다가 내 밥을 벌어먹으려고 신문사에 들어간 것이에요. 이것이 나의 정직한 고백입니다."    p.132.

    그러나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뇌리 속에는 늘《난중일기》가 맴돌고 있었다. 자신만의 언어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어느 날 이순신이 처했던 절망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말할 수 있게 될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난중일기》를 처음 읽던 날로부터 37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돌연 연필을 들어 소설을 써내려 갔다. 두 달 만에 완성했다는 그의 소설《칼의 노래》는 한동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 또한 그 책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데 일조했던 사람이다.

    그는 신문이나 저널이 당파성에 매몰돼 있다면서, 그런 글을 쓰거나 말을 한 사람들이 스스로 정의 또는 신념이라고 믿기 때문에 의견과 사실이 뒤죽박죽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신념에 가득 찬 자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히려 의심에 가득 찬 자들을 신뢰합니다. 내가 신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로되, 인간의 진실이 과연 신념 쪽에 있느냐 의심 쪽에 있느야고 묻는다면 나는 더 많은 진실은 의심 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p. 135.

    "만약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에게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고귀함을 언어로써 증명하는 것이겠죠. 그 이외의 사명은 나한테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아름다움은 그것만 따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 더러운 세상의 악과 폭력과 야만성 속에서 더불어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할 때 이 세상의 온갖 야만성을 함께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p.137.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듯한 강의  '말과 사물' 편에서, 작가는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라고 전제한 뒤, 언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조리 있게 피력한다. 그리고 강의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쓴다는 것입니다. 저의 소설은 대부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소설에는 종교나 내세나 구원이나 피안이나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고, 오직 이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만 나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득도하지 못한 중생만 저의 관심사입니다. (....)" p168. 

    이 책에는 작가의 유년시절, 아버지, 고향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소방관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담겨 있다. 그 외에도 작가의 다른 책에 실렸던 서문과 수상소감들이 실려 있다. 글쓰기에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올여름, 나는 작가 김훈의 문학 세계를 여행했다. 아직  읽어야 할 게 몇 권 더 있으므로, 가을 역시 김훈의 문학 속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처서도 지났고 귀뚜라미가 울어댄지도 오래다.  

    '가을은 칼로 치듯이 왔다. 가을이 왔는데, 물가의 메뚜기들은 대가리가 굵어졌고 굵은 대가리가 여름내 햇볕에 그을려 누렇게 변해 있다. 메뚜기 대가리에도 가을은 칼로 치듯이 왔다.' 
     p.14 
     
  • 김훈 에세이 | yh**es | 2011.06.1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나는 수필이 좋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쓴 수필이 좋다. 그들이 쓴 소설을 읽을 때에는 이해되지...
    나는 수필이 좋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쓴 수필이 좋다. 그들이 쓴 소설을 읽을 때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도 수필을 읽으면 왠지 이해되는 것 같아서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무엇을 의도하는건지 파악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작가들의 생각과 삶을 이웃집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처럼 편하게 읽으면 되기 때문에 수필을 좋아한다. 게다가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느껴지므로 여러 번 읽을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바다의 기별>>을 접하기 전에 난 김훈님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남들이 한 권씩은 읽어봤음직한 이분의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수필인데도... 왠지 동화되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어려웠다. 작가의 생각을 잘~ 따라가다가도 툭! 끊겨버리고... 다시 따라가다가 툭! 끊기고... 내가 이 분의 수필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듯 느껴져 나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생각된다. 그래서 부끄럽다. 

    "나는 시를 쓰지 못하고, 시를 쓸 수 있게 되는 마음의 바탕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시적 대상이나 정황이 시행으로 바뀌는 언어의 작동방식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행들은 나를 소외시키고, 시인들은 낯설어 보인다."...62p

    이렇게 고백한 김훈님의 수필은, 그러나... 그 문장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시적이다. 나야말로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므로, 그래서 이 책이 조금 어려웠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김훈님의 팬이라면... 이분의 작품을 모조리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책이 무척이나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 책에는 김훈님께서 그동안 쓰신 책들의 서문이 실려있고, 여러 대회에서 받은 상에 대한 수상소감이 함께 부록으로 붙어있다. 또, "머뭇거림의 동반자를 만난 듯싶었다"는 오치균님의 그림이 딸려있다. 그래서 그동안 김훈님의 책들을 읽으며 그분이 보인 관심과 생각을 따라가고 싶으셨던 분들이라면... 이 책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로선 안타깝다. 우선은 이분의 다른 책부터 읽어볼 것을 그랬다고 후회도 한다. 그나마 내가 이 책에서 건져낸 것은... 아름다운 문장이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업슨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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