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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미식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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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220*24mm
ISBN-10 : 1160802785
ISBN-13 : 9791160802788
조선의 미식가들 중고
저자 주영하 | 출판사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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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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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하 교수와 함께 떠나는 조선시대 미식 여행!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연구해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풀어놓은 조선시대 음식 이야기 『조선의 미식가들』. 조선시대에 쓰인 요리책을 비롯해 시집, 문집, 일기, 여행기, 세시기, 편지 등 조선시대 문헌에서 음식 이야기를 남긴 사람을 가려 뽑아 그들이 먹고 마셨던 음식 경험과 취향을 정리하고 엮어 서술한 책이다.

고추장을 즐겨 먹었던 영조, 매운 것을 좋아해 고추장과 마늘을 듬뿍 올린 쌈을 즐긴 이옥, 겨울밤 술과 함께 먹는 열구자탕을 극찬한 이시필, 집안의 요리법을 기록해 대대로 전한 사대부 부인들까지 살았던 시대도, 남긴 글의 형식도 신분이나 성도 다르지만 각의 시대에 유행했던 음식과 식재료, 요리법, 그리고 생생한 식후감까지 살필 수 있는 15명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다섯 가지 사건과 시기로 한반도의 음식 역사를 구분한다. 첫째 불교의 유입에 따른육식 기피, 둘째 원나라 간섭기 육식 문화의 확대와 새로운 음식 유행, 셋째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이 된 성리학의 영향, 넷째 17세기 본격 시작된 연행사의 청나라 방문, 다섯째 ‘콜럼버스 교환’으로 새로운 식재료의 등장이다. 조선 미식가 15인의 글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음식 취향과 경험이 등장한다. 찜과 탕을 비롯해 회와 젓갈, 후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그 맛을 음미하고 즐긴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는 물론, 우리 선조들이 음식을 즐기던 방법까지 살필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주영하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음식인문학자. 마산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8년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대학원 민족학·사회학 대학에서 〈중국 쓰촨성 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로 민족학(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장서각 관장을 맡고 있다. 2007~2008년 일본 가고시마대학교 심층문화학과에서, 2017~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아시아학과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한국음식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음식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세계사적 맥락을 살피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음식전쟁 문화전쟁》, 《차폰 잔폰 짬뽕》,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음식인문학》, 《식탁 위의 한국사》, 《장수한 영조의 식생활》, 《밥상을 차리다》, 《한국인, 무엇을 먹고 살았나》,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등을 쓰고 《중국 음식 문화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또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시리즈(총 10권)를 감수하고 한국어판 특집글을 썼다.

목차

프롤로그 옛글로 맛보는 조선시대 음식문화사

1부 선비의 음식 체험: 한시로, 일기로, 세시기로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이색의 소주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김창업의 감동젓
“관서의 국수가 가장 훌륭하다” 홍석모의 냉면

2부 선비의 음식 탐구: 식욕은 하늘에서 부여한 천성
“맛이 매우 좋아서 두텁떡이나 곶감찰떡마저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구나” 허균의 석이병
“어해 중에서 으뜸이다” 김려의 감성돔식해
“가슴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듯했다” 이옥의 겨자장

3부 어의와 왕의 음식: 장수를 위하여
“동치미 국물에 적시고 소금 조금 찍으면 그 맛이 더없이 좋다” 전순의의 동치미
“겨울밤에 모여서 술 마실 때, 아주 좋다” 이시필의 열구자탕
“지난번에 처음 올라온 고추장은 맛이 대단히 좋았다” 영조의 고추장

4부 사대부 남성의 음식: 군자의 도리
“지금 엿집에서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김유의 엿
“먹으면서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파했다” 조극선의 두붓국
“목구멍에 윤낸다고 기뻐하지 말라” 이덕무의 복국

5부 사대부 여성의 요리법: 서재에서 부엌으로 간 요리법
“잠깐 녹두가루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장계향의 어만두
“즙이 많이 묻어 엉겨서 맛이 자별하니라” 빙허각 이씨의 강정
“갓채는 물을 짤짤 끓여 부으면 맛이 좋으니” 여강 이씨 부인의 갓

에필로그 조선시대 요리책 읽는 법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영조의 고추장에서부터 사대부 부인의 집밥까지, 맛 좀 아는 그들의 맛깔스런 문장들 소주를 마시고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네”라는 감탄을 한시로 읊조린 이색, 매운 것을 좋아해 고추장과 마늘을 듬뿍 올린 쌈을 즐긴 이옥, 겨울밤 술과 함께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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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고추장에서부터 사대부 부인의 집밥까지,
맛 좀 아는 그들의 맛깔스런 문장들

소주를 마시고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네”라는 감탄을 한시로 읊조린 이색, 매운 것을 좋아해 고추장과 마늘을 듬뿍 올린 쌈을 즐긴 이옥, 겨울밤 술과 함께 먹는 열구자탕을 극찬한 이시필, 고추장을 최애한 영조, 집안의 요리법을 기록해 대대로 전한 사대부 부인들.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해석해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이번에는 조선시대 미식가들이 남긴 ‘음식 글’에 주목했다. 찜과 탕을 비롯해 회와 젓갈, 후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그 맛을 음미하고 즐긴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는 물론, 우리 선조들이 음식을 즐기던 방법까지 살필 수 있다. 조선 미식가들의 안내에 따라 조선의 맛을 즐겨보자!

1. 주영하 교수, 군침 도는 ‘음식 글’에 빠지다
―조선의 미식가 15인의 음식 취향과 경험으로 쓴 음식문화사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연구해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본격적으로 조선시대 음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조선의 미식가들》은 오늘날 전하는 조선시대 문헌을 두루 살펴 직접 먹거나 만들어본 음식에 관한 글을 남긴 15명을 뽑아, 그들의 글을 통해 음식 취향과 경험을 들여다보았다. ‘조선의 미식가’로 뽑힌 왕과 어의, 선비, 사대부 여성 등 15명은 살았던 시대도, 남긴 글의 형식도 신분이나 성(性)도 다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시대에 유행했던 음식과 식재료, 요리법, 그리고 생생한 ’식후감(食後感)‘까지 살필 수 있다.
프랑스의 법률가 장 알텔므 브리야샤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며 개인의 음식 취향과 경험을 통해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조선의 미식가 15인은 자신들의 음식 경험을 글로 남겼다. 주영하 교수는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면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15인이 실제로 요리하고 먹고 즐긴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며 성글게나마 조선시대 음식문화사를 선보인다.

맛에 대한 취향은 시대마다 다르다. 한 사람의 음식 경험에는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정황과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점에 주목하여 나는 2011년부터 ‘음식에 관한 글’을 쓴 조선시대 지식인들을 저자별로 나누어 자료를 정리해왔다. …… 조선시대 500년의 실재(real) 식생활과 음식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 내가 다루려고 했던 인물은 100명이 넘는다. 이들을 모두 다루려면 앞으로도 10년 이상의 공부가 더 필요하다. …… ‘음식 글’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밝혀보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조선시대 실재했던 ‘음식의 역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6쪽

2. 조선 미식가들의 색다른 음식 취향을 엿보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음식 취향과 유행

이 책에서는 다섯 가지 사건과 시기로 한반도의 음식 역사를 구분한다. 첫째 불교의 유입에 따른육식 기피, 둘째 원나라 간섭기 육식 문화의 확대와 새로운 음식 유행, 셋째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이 된 성리학의 영향, 넷째 17세기 본격 시작된 연행사의 청나라 방문, 다섯째 ‘콜럼버스 교환’으로 새로운 식재료의 등장이다. 조선 미식가 15인의 글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음식 취향과 경험이 등장한다.
고려 말 조선 초를 살았던 이색은 원나라에서 들어온 소주와 두부에 관한 시를 지었고, 조선 중기 연행사로 연경을 다녀온 김창업은 중국에서 맛본 새로운 음식에 관한 글을 남겼다. 정조 때의 학자 홍석모는 세시기를 통해 조선 후기 민간의 세시풍속을 자세히 기록했다.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 음식만을 주제로 한 글은 흔치 않았지만, 허균과 김려, 이옥 등 직접 맛본 음식에 관해 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허균은 조선 팔도에서 먹어본 음식의 품평과 함께 먹은 장소, 요리법, 잘 만드는 사람과 명산지 등의 정보를 〈도문대작〉에 자세히 기록했고, 이옥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의 맛과 먹는 방법을 글로 남겼다. 김려는 귀양살이를 하며 박물학적 관심에서 어류학서 《우해이어보》를 썼는데 글에서 그의 넘치는 식욕이 엿보인다.
18세기 들어 조선의 식탁에 오른 고추는 이옥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기도 했다. 고추 마니아라 할 정도로 그가 남긴 글에는 고추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조선 왕들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의 최애 음식도 고추장이었다. 어의였던 전순의와 이시필은 왕의 건강과 장수를 위한 음식에 신경을 쏟으며 요리법을 기록했다. 이들의 기록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함께 살펴보면 왕들의 음식 취향과 경험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음식 글’ 하면 사대부 남성들과 여성들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군자임을 자임했던 김유와 조극선, 이덕무가 남긴 요리책과 ‘음식 글’은 당대 선비들의 식생활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사대부 여성들은 서재에서도 요리법을 궁구하고 부엌에서도 음식을 만들었다. 장계향과 빙허각 이씨는 손수 요리책을 지어 집안 대대로 물려주었고, 여강 이씨는 집을 떠나 임지에 있던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며 요리법과 음식 맛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대부가 여성들이 남긴 글은 조선시대 지배층의 식생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술 속의 영특한 기운만 있으면, 어디에 기대지 않아도 되네, 가을 이슬처럼 둥글게 맺혀 밤이 되면 똑똑 떨어지네. 청주의 늙으신 종사〔靑州老從事, ‘오래된 좋은 술’〕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니, 마치 하늘의 별과 같이 뽐내게 만드네. 도연명이 이 술을 맛보면 깊이 고개 숙일터, 굴원이 맛을 보면 홀로 깨어 있으려 할지. 반 잔 술 겨우 넘기자마자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표범 가죽 보료 위에 앉아 금으로 만든 병풍에 기댄 기분이네.” …… 주당이라면 빈속에 술 한 잔 털어 넣었을 때의 느낌, 즉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쫄쫄 내려가며 위장에 이르는 그 느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색은 그 느낌을 ‘뼛속까지 퍼진다’고 했다. 더욱이 술맛을 잘 아는 사람(도연명)과 술 취하기를 거부한 사람(굴원)조차 반할 정도라고 읊조렸다. 도대체 이 술의 정체는 무엇일까?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이색의 소주〉 중에서, 25쪽

(연행사로 떠나게 된) 김창업은 간식거리로 전복·쇠고기·꿩고기·홍합·대추·인삼 등을 말린 것을 준비했고 전약·약과·청심원도 챙겼다. 아마도 매일 아침 길을 나설 때마다 그중에서 몇 가지를 가죽주머니에 덜어 넣었을 것이다. 김창업은 간식거리를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어느 중국인은 전약과 약과를 선물로 받고서 그 만드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간식거리 중에서 특히 청심원이 인기였다. 청심원을 받은 중국인들은 약효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1713년 음력 1월 3일 연경에 머물던 김창업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오늘 죽통에 넣어두었던 초장(炒醬)을 꺼내어 먹었다.” …… ‘초장(炒醬)’의 한자를 보면 ‘볶은 장’이지만, 김창업의 글로는 고추장인지 된장인지 무엇을 볶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해외여행을 가면서 고추장이나 깻잎장아찌 따위를 짐 속에 챙겨 넣는 요사이 한국인과 김창업 일행이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김창업의 감동젓〉 중에서, 46~50쪽

어릴 적부터 입맛 이 남달랐던 허균은 막상 유배지에 와서 보니 “쌀겨조차 부족했고 밥상 위의 반찬이라곤 썩어 문드러진 뱀장어나 비린 생선에 쇠비름과 미나리뿐이었다. 그나마 하루에 간신히 두 끼를 먹다 보니 종일 배가 고팠다.” 결국 허균은 “여러 음식을 종류대로 나열해 기록하고 때때로 보면서 고기 한 점을 눈앞에 둔 셈” 치기 위해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의 제목을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시다’라는 뜻으로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고 붙였다. …… 〈도문대작〉에서 언급된 지역은 동해·남해·황해를 비롯하여 조선 팔도에서 빠지는 곳이 없을 정도다. “벼슬한 뒤로는 남북으로 임지를 옮겨 다니며 이런저런 음식을 대접받았다. 이쯤 되니 우리나라에서 나는 음식이라면 고기며 나물이며 먹어보지 않은 게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허균은 ‘식신로드’의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맛이 매우 좋아서 두텁떡이나 곶감찰떡마저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구나” 허균의 석이병〉 중에서, 81~84쪽

새로 한반도에 유입된 이 두 가지 채소 중에서 이옥은 고추를 유별나게 좋아했다. 그는 겨자장보다 고추장을 더 즐겨 먹었다. 서울에 있을 때를 회상해보매, 술집에 들어갈 때마다 연거푸 술을 몇 잔 마시고 손으로 시렁 위의 붉은 고추〔紅椒〕를 집어서는 가운데를 찢어 씨를 빼내고 장(醬)에 찍어 씹어 먹으면 주모가 반드시 흠칫 놀라며 두려워했다. 남양(南陽)에 살게 되면서 가루를 내어 양념장〔?汁〕을 만들어 생선회와 함께 먹는데, 역시 겨자장〔黃芥汁〕보다 나았다. 이렇게 고추를 좋아했던 이옥은 남양 집의 채마밭 근처 조그만 땅에 다 고추를 심었다. ―〈“가슴이 시원스럽게 ?리는 듯했다” 이옥의 겨자장〉 중에서, 109쪽

영조는 고추장을 언제부터 먹었을까? 1752년 음력 4월 10일자 《승정원일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날도 도제조 김약로가 “조종부의 장은 과연 잘 담갔다고들 합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영조는 “고추장은 근래 들어 담근 것이지. 만약 옛날에도 있었다면 틀림없이 먹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승정원일기》에서 고추장과 관련된 이 단어들을 검색하면 영조 대에서만 22건이 검색된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영조야말로 조선 국왕들 중에서 가장 고추장을 즐겨 먹은 왕이 아니었을까 싶다. 심지어 75세의 영조는 스스로 “송이·생복(生鰒)·아치(兒雉, 어린 꿩)·고초장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고추장을 즐겨 먹었다.
―〈“지난번에 처음 올라온 고추장은 맛이 대단히 좋았다” 영조의 고추장〉 중에서, 163~164쪽

3. ‘탐식’을 경계하는 절제의 미식가들
―조선 선비들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

조선이 선비들은 산문과 시, 일기, 편지 등에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남겼지만, 음식의 절제를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허균은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성이요, 특히 식욕은 생명과 관계된다”면서 “옛 선현들이 먹고 마시는 일을 천히 여겼던 것은 먹는 것을 탐해 이익을 좇는 일을 경계한 것이지, 어찌 먹는 일을 폐하고 음식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것이겠는가?”라고 강변하며, 음식 자체가 아닌 탐식을 경계해야 함을 역설했다. 실학자이자 저술가였던 이덕무 역시 음식을 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글로 남겼다. 선비·부인·자녀가 지켜야 할 예절을 다룬 《사소절》에서 그는 “음식을 탐내게 되면 …… 모든 병이 생길 뿐 아니라, 탐식으로 인해 사치할 마음이 생기고, 사치로 인해 도둑의 마음이 생기고, 도둑의 마음으로 인해 사나운 마음이 생긴다”라며 어른은 물론 자녀들에게 탐식을 가장 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 또한 일찍이 글을 통해 음식 사치에 대해 비판했고,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자기네 음식이 더 낫다며 다투는 모습에 “각기 좋아하는 것이 다를 뿐인데, 어느 것이 짧고 어느 것이 길단 말인가”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 이옥은 “먹을거리는 다만 맛으로 취하여야 하고 명성으로 취하지 말아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다들 이식(耳食, 귀로 먹는다)을 하여 이름만 취하고 맛으로 취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맛집 소문만 듣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허균을 탐식가로 보는 연구자도 있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탐식이 아닌 절제의 미식가였다. 그는 자신의 음식 경험을 적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세상의 현달한 자들이 음식 사치를 끝없이 벌이며 절제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귀영화라는 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점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글을 썼다고 밝혔다. ―〈프롤로그〉 중에서, 17쪽

이옥은 평안도와 경기도 사람이 기장밥과 보리밥을 두고 서로 맛있다고 다투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평안도 사람과 경기도 사람이 곡식의 성질을 논하면서 경기도 사람은 ‘보리밥이 낫다’고 하고, 평안도 사람은 ‘기장밥의 맛남만 못하다’고 하여, 드디어 각자가 고집하여 조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사람이 보리로 밥을 짓고 평안도 사람이 기장으로 밥을 짓는 것은 각기 좋아하는 것을 따를 뿐이다. 어느 것이 짧고 어느 것이 길단 말인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마디로 식성(食性)의 문화상대주의를 설파한 것이다. ―〈“가슴이 시원스럽게 ?리는 듯했다” 이옥의 겨자장〉 중에서, 121쪽

이덕무는 조선시대 지식인 중에서 가장 많은 ‘잔소리’를 글로 남겼다. 그가 쓴 《사소절》은 잔소리의 압권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덕무 는 《사소절》에서 선비·부인·자녀의 예절을 다루었다. 그중 첫 번째 대상인 선비를 향해 쓴 잔소리가 바로 〈사전(士典)〉이다. …… 음식이 나오면 즉시 먹으라든지, 남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할 때도 그 집의 형편을 염려하라든지, 집에 색다른 음식이 있거든 아무리 적어도 노소와 귀천을 따지지 말고 고루 나누어 먹으라든지 등등 먹는 일에서 지켜야 할 작은 예절을 꼼꼼하게 제시했다. …… 이덕무의 음식 예절에 관한 잔소리를 읽다 보면 당시 선비들의 식생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목구멍에 윤낸다고 기뻐하지 말라” 이덕무의 복국〉 중에서, 209쪽

4. 어머니가 딸에게, 부인이 남편에게 전한 집밥 레시피
―사대부 여성들이 남긴 요리책과 ‘음식 글’

사대부 여성들은 서재에서 요리법을 궁구했을 뿐 아니라 부엌에서도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전근대 시기 여성은 사적 영역에서 요리의 주체였다. 이 책에서 소개한 남성 대부분이 먹는 데에 치중했다면 여성들은 주로 요리법을 글로 남겼다.
조선시대 여성이 쓴 가장 유명한 요리책으로 장계향이 쓴 한글 요리책 《음식디미방》과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를 들 수 있다. 이 두 책에는 딸과 며느리에게 전해준다는 말이 적혀 있다. 전근대 시기 요리법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 대대로 전해졌고, 같은 당파나 혼인으로 맺어진 집안 사이에 공유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대부 여성들이 남긴 요리법이 모두 ‘나만의 혹은 집안의 비법’은 아니었다.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에서는 어느 책에서 가져왔는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어느 마을의 요리법인지 등도 밝히고 있다. 《규합총서》 역시 직접 만든 음식뿐 아니라 듣거나 배운 요리법도 함께 기록했다. 또 요리책은 아니지만 여강 이씨가 집을 떠나 다른 지역 현감으로 있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식재료와 요리법, 음식 맛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대부 여성들이 남긴 요리책과 음식 글은 옛 음식뿐 아니라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살림살이와 식생활을 살피고 재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규곤시의방’에서 ‘규곤(閨?)’은 여성들이 거처하는 공간인 ‘안채’를 뜻하고, ‘시의방(是議方)’은 ‘알아야 할 방법’이라는 뜻이다. 즉 ‘규곤시의방’은 ‘안채에서 알아야 할 방법’이란 말이다. 그런데 책의 본문 첫 장에는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란 말이 나온다.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한글 ‘음식디미방’의 뜻을 한자로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으로 보아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고 풀이한다. 권두에 밝혀놓은 이름의 뜻을 새긴다면 이 책의 제목은 ‘안채에서 알아야 할 방법?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란 뜻으로 《규곤시의방·음식디미방》이라 할 수 있다.
―〈“잠깐 녹두가루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장계향의 어만두〉 중에서, 235쪽

《음식디미방》의 제일 마지막 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생심〔내지〕 말며 부디 상치〔상하지〕 말게 간수하여 수이〔쉽게〕 떠러〔떨어져〕 버리다〔버리게〕 (하지) 말라.” 지금 전하는 《음식디미방》 원본은 찢어지거나 떨어져나간 흔적이 없을 뿐 아니라 책장이 닳은 자국도 심하지 않다. 아마도 후손들이 관리를 잘해온 모양이다. 그 덕분에 17세기 경상도 북부 지역에서 살았던 영민한 한 부인의 요리 지식이 온전하게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그것도 한글로 말이다.
―〈“잠깐 녹두가루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장계향의 어만두〉 중에서, 245쪽

“갓 밑동 가오니 가늘게 썰라고 하여야 맛이 나으니 잘게 썰라고 하라고 하시옵. 갓채는 물을 짤짤 끓여 부으면 맛이 좋으니 그리 시키옵. 이 글은 1847년 음력 11월 18일에 여강 이씨가 남편에게 보낸 한글 편지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씨 부인은 15세 때 김진화와 혼인해 줄곧 지금의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살았다. 당시 김진화는 전라도 무장현(茂長縣, 지금의 전북 고창군 무장면)의 현감으로 있었다. 이씨 부인은 하인을 시켜 안동에서 무장현으로 남편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보내면서 한글로 편지를 썼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이라 닥종이한 장에 앞뒤로 빽빽하게 사연을 적었다.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하시옵소서’를 ‘하시옵’으로 줄여 썼지만, 그래도 공간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이씨 부인은 편지지를 돌려세워 여백을 빽빽하게 채워 넣었다.
―〈“갓채는 물을 짤짤 끓여 부으면 맛이 좋으니” 여강 이씨 부인의 갓〉 중에서, 267~268쪽

사실 800리나 되는 먼 곳에서 보내온 부인의 음식이 김진화에게 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1848년 음력 9월의 어느 날 편지에서 이씨 부인은 그해 여름에 보낸 즙장을 두고 남편이 맛이 이상하다고 편지를 보낸 것에 매우 서운했던지 그 심정을 낱낱이 적었다. “즙장을 그리 생각하시는 일 답답, 지난번 간 즙장 맛이 좋지 못하오니 갑갑. 즙장을 묻고 이내 비 와 거름이 식어 그리되오니 답답하옵.” 여기에서 즙장은 여름에 담가서 한 달 이내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장류를 말한다. …… 편지 내용으로 보아 이씨 부인 역시 1848년 여름에 즙장을 만들어 그 항아리를 두엄, 즉 거름 속에 묻어두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바로 비가내려 거름의 열기가 식어버렸다. …… 이씨 부인은 남은 메줏가루를 싸서 하인의 지게에 실었다. 무장현의 기생에게 시켜서 한번 만들어보라는 듯이. “즙장 메주 조금 남은 것 보내오니 시켜 잡사오실가 보내옵”이라고 썼다.
―〈“갓채는 물을 짤짤 끓여 부으면 맛이 좋으니” 여강 이씨 부인의 갓〉 중에서, 278~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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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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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은이: 주영하 펴낸이: 김학원 ...

    지은이: 주영하

    펴낸이: 김학원

    펴낸곳: (주)휴머니스트출판그룹

     

    조선시대 영조의 고추장에서부터 사대부 부인의 집밥까지, 군침도는 조선의 '음식 글'에 빠지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와 함께 떠나는 조선시대 미식 여행!

     

    음식에 관한 글은 솔직히 확 다가오지 않는다. 음식은 오감으로 먹어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글로 되어 있는 음식이야기가 확 다가오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책들이 환영받는 이유는 인간의 상상력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음식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고 그 상상이 불러오는 음식을 생각하면 침이 고인다. 마치 내가 지금 그 음식을 먹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먼 옛날 조선시대의 낯선 음식들에 대해선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음식을 먹고 싶은 식욕은 생기지 않고, 어떤 음식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조선의 미식가들』에 대한 제목을 보곤 깜짝 놀랐다. 조선시대에도 미식이라는 개념이 있었던가 싶다. 사람은 먹는 행위를 통해 생존을 한다. 먹는 행위에서는 가급적 맛있는 것을 찾는게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식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미식가는 엄연히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책의 지은이인 주영하 음식인문학자가 선정한 15명의 조선시대 미식가들이 누굴까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이 꼽은 맛있는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이색의 소주 / 김창업의 감동젖 / 홍석모의 냉면 / 허균의 석이병 / 김려의 감성돔식해 / 이옥의 겨자장 / 전순의의 동치미 / 이시필의 열구자탕 / 영조의 고추장 / 김유의 엿 / 조극선의 두붓국 / 이덕무의 복국 / 장계향의 어만두 / 빙허각 이씨의 강정 / 여강 이씨 부인의 갓

     

    익히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낯설고 처음인 사람도 있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이 익숙하다고 지금과 같은 음식이자 맛도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름과 재료는 비슷할지 몰라도 맛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일단 만드는 법이 다르다. 또한 재료의 사용방법이 다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은 확 달라진다. 조선시대는 유통과 보관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럼 이중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 있다. 다른 음식들도 궁금하지만 특히 장계향의 '어만두'를 먹어보고 싶다.

     

    생선 살로 만두피를 만들고 '고기를 얇게 저며 소를 석이·표고·송이·생치(꿩고기)·백자(잣) 한데 짓두드려 지렁기름에 볶아 그 고기에 넣어 녹두가루 빚어 잠깐 녹두가루를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그녀(장계향)가 쓴 음식디미방의 '어만두'를 만두는 내용이라고 한다. 생선 살로 만든 만두라니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음식이다. 이 음식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고급 음식이었다고 한다. 효종과 숙종 등의 기록에 등장하는 음식으로 왕실음식의 한 종류라고도 한다. 그것을 떠나 맛은 어떨까? 식감은 어떨까? 초밥과 비교하면 맛은 더없이 좋을 것 같고, 식감은 비슷할 것도 같다. 궁금할 뿐이다. 물론 다른 음식들도 맛보고 싶다. 만드는 방법이 기록에 남아 있으니 재현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다. 쉽지 않다.

     

    『조선의 미식가들』의 지은이 주영하 음식인문학자의 선정기준은 기록이다. 구전이나 들리는 소문에 의해 최고의 미식가였더라도 기록이 없으면 그를 꼽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기록에 의해 선정된 15명의 미식가들이지만 100명이 넘는 미식가들을 바로 손꼽을 수 있다고 한다. 『조선의 미식가들』을 통해서 조선시대 음식과 미식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바뀌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입맛으로 과거의 것을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선시대 음식의 대부분은 담백했을 것이라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향신료는 물론이고 갖가지 양념이 지금보다 적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유교적 생활방식도 그게 기여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문헌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중기 이후 음식이 다양해지고 말기로 가면서는 현재와 큰 차이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조선의 미식가들』 같은 책들을 통해 알 수 있으며, 조선시대의 음식과 미식가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책꽃이에 두고 짬이 날 때마다 볼만한 책이다. 다만, 한자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지은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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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미식가들   이색의 소주, 영조의 고추장, 장계향의 어만두 맛 좀 아는 그들의 맛깔스런 문장들 &nbs...

    조선의 미식가들

     

    이색의 소주, 영조의 고추장, 장계향의 어만두

    맛 좀 아는 그들의 맛깔스런 문장들

     

    책 제목이 확 당긴다.

    조선시대에도 과연, 요즘 같은 미식가가 있었나?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유교 사회에서

    문자기록을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이면

    양반 계층일텐데, 근엄한 사대부들이 먹는 것 가지고,

    책이든 편지든 기록을 남겼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이 책을 주문했다.

     

    요즘, 소위 '먹방'을 주제로 한 방송물이 참 많다.

    많아도 너무 많고, 넘쳐난다.

    유튜버들도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폭식 방송을

    보여주기도 하고,

    여러 요리장인들의 요리비법 시전은

    내가 직접 그대로 만들 수는 없어도

    눈으로 대리만족을 하면서

    멍하니 방송에 빠져 들게 한다.

     

    저자 주영하 교수는

    조선시대 글에는 '미식'이나 '미식가'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맛을 안다는 뜻의 '지미(知味)' 또는 '지미자(知味者)'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지미(知味)'는 고대 중국의 《중용(中庸)》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유학을 삶의 도리로 여겼던 조선의 선비들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문집이나 일기, 편지에 남겼고, 이 책은 여러 문헌들에서 발췌해

    선비들이 먹고 마셨던 음식 경험과 취향을 정리하고 엮어서 서술했다.

     

    21세기는 육식의 시기이다.

    대량 사육의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현대의 관점에서

    잠깐만 되돌아 보면, 육고기를 누구나 쉽게, 많이, 자주 먹기 시작한게

    얼마 안 되었음에도 망각,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없어진 것도 불과 40여 년 전이다.

    대다수 우리 조상들은 흉년에는 굶주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사도 했다.

    여러 식자재도 많고, 음식점도 많은 현재에 살고 있음에 매일 감사를 느낀다.

     

    김치에 고춧가를 사용한 것은 남미의 고추가 우리땅에 들어 온 이후일테고,

    각종 향신료 역시 우리 조상들은 우리땅에서 나온 것만 요리에 이용했을 것이다.

     

    영조가 고추장을 즐겨 드셨다는 <승정원 일기>의 내용은

    조선후기의 임금님이나 지금 우리들이나

    한민족의 입맛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속으로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영조께선 드신 고추장은 조청을 넣지 않은 것이라 하니,

    단맛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겐 조금은 맛없는 고추장일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열 다섯 가지 이야기가 있다.

    민간 종갓집에 아직도 전해 오는 요릿법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식량 수탈로 전통주가 거의 초토화된 것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여러 옛 문헌을 찾고 연구해서, 이해하기 쉽게 저술해 주신

    저자의 노고에 다시 한번 더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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