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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2: 요석 그리고 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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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쪽 | 규격外
ISBN-10 : 8937431807
ISBN-13 : 9788937431807
발원. 2: 요석 그리고 원효 [양장] 중고
저자 김선우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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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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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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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가 써야 할 이야기, 오로지 김선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김선우가 기어코 해낸 이야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날카로운 산문가 그리고 통찰력 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작가 김선우의 네 번째 장편소설. 원효와 요석의 사랑 그리고 당시 신라의 사회상과 원효의 사상을 균형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김선우 특유의 유려하고 맵시 있는 문장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이 소설은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영화적 상상력으로 당시 서라벌을 눈앞에 온전히 펼쳐보인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그리고 요석. 김선우의 손끝에서 원효와 요석은 오랜 전쟁과 지배층의 수탈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하는 ‘부처의 마음’과 존재와 존재로서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지닌 입체적 인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저자소개

저자 : 김선우
저자 김선우는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96년 《창작과비평》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캔들 플라워』, 『물의 연인들』과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가 있다. 청소년 소설 『희망을 부르는 소녀 바리』,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그 외 다수의 시해설서가 있다. 현대문학상과 천상병시상을 수상했다.

목차

4부 선덕여왕과 혜공의 죽음

5부 의상을 떠나 다시 아비규환으로

6부 보현랑, 그 애절한 사랑

7부 발원, 지지 않을 꽃을 위하여

660년 압량주

해제|소설가의 데뷔 기회를 박탈당한 철학자의 행복한 넋두리
왜 나는 원효를 다룬 소설 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가?_ 강신주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여왕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요석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눈물을 흘리며 요석이 여왕 가까이로가 손을 잡았다. 여왕의 손은 이미 싸늘했다. “그를…… 은애하느냐?” 여왕이 요석에게 물었다. 요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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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요석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눈물을 흘리며 요석이 여왕 가까이로가 손을 잡았다. 여왕의 손은 이미 싸늘했다.
“그를…… 은애하느냐?”
여왕이 요석에게 물었다. 요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흘리며 여왕을 바라보았다.
“부질없다……. 모든 것이. 석아, 너는 궁을 떠나 살거라. 너는…… 사랑을 이루거라.”
그것은 여왕의 유언이나 다름없었다. 궁을 떠나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요석에게 대신 이루라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2권 57쪽

꿈속의 원효가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토굴 밖으로 기어나왔습니다. 그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더군요. 자유로운 새 같고 도약하려는 호랑이 같고 우듬지로 햇빛을 뿜어 올리는 장대한 나무 같은 기개였습니다.
“오, 마음이 두려움을 여의었구나. 마음이랄 것도 없구나.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님을 알겠다. 오오, 두려운 것이 없고 원하는 것도 없다. 마음이여, 내 다리를 붙들고 떼쓰지 마라. 나는 자유다!” ?2권 138~139쪽

그 뜻은 광대하되 말의 집중력은 예리한 화살촉처럼 좌중을 꿰뚫으며 명사수의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담장 밖에 매달린 백성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인 채로 원효의 맑고 우렁찬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환호했고, 경내의 귀족들과 백고좌 법석에 앉은 승려들은 원효가 사용하는 언어의 정확하고도 고도로 수련된 표현에 전율했다. ?2권 213쪽

야유와 함께 돌이 두어 개 더 날아들었다. 설마 하던 백성들이 조금씩 깃발 아래로 모여들며 원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갔다. 더 많은 돌팔매가 원효와 요석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무리 가장자리로 물러나 발을 구르며 원효를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소수였다. 돌팔매가 점점 심해지고, 차마 원효를 비난할 수 없는 소수의 사람들은 비두골을 빠져나갔다. 국가의 대업인 성전에 반대해 온 원효의 파계행을 임금에게 고해 능지처참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요석을 안은 원효를 다시 휘소가 방어하며 돌팔매를 막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2권 246쪽

몸이 영혼과 다르지 않았다. 불일불이했다. 원효의 몸은 원효의 영혼이었다. 사랑해 주십시오. 다 가지겠습니다.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세월까지 모두 이 밤에 가지겠습니다. 이 순간이 저의 영원입니다. 폭풍우가 몰아쳐 오듯 격렬히 원효에게 내달려 오는 요석을 껴안으며 원효는 온몸, 온 마음으로 요석에게 화답했다. 영혼이라 일컬을 수 있는 시공의 모든 인연들이 요석의 몸과 함께 새로워졌다. 처음 만나는 밤이었고 사람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천수만 년 거듭 만나 온 밤이기도 했다. 길고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2권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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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강신주(철학자) 한 세상을 발원하고 한 여자를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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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강신주(철학자)

한 세상을 발원하고 한 여자를 사랑한 원효
한 시대를 이겨내고 한 남자를 은애한 요석
단아한 문장과 화려한 전개로 다시 태어나는 서라벌
원효의 사상과 사랑을 오롯이 담은 독존적 소설

김선우 장편소설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날카로운 산문가 그리고 통찰력 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작가 김선우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발원』은 원효와 요석의 사랑 그리고 당시 신라의 사회상과 원효의 사상을 공중제비를 도는 주령구처럼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 특유의 유려하고 맵시 있는 문장은 소설의 읽는 맛을 더해 주며,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영화적 상상력은 당시 서라벌을 눈앞에 온전히 펼쳐 놓는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그리고 요석. 소설을 읽은 독자는 원효와 요석이 나눈 1400년 전의 사랑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의 갈등과 번뇌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발원』은 작가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다른 여지가 없을 만큼 김선우가 써야 할 이야기였고, 오로지 김선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며, 김선우가 기어코 해낸 이야기인 것이다.

■ 다시 살아난 원효, 다시 깨어난 서라벌

원효의 일대기는 후대의 필요에 따라 각색되거나 축소, 과장되었고 이 또한 그 수가 많지 않다. 때문에 원효의 삶은 우리에게 피상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김선우는 시인 특유의 유려한 문장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로 역사 속 인물 원효를 우리 곁에 인간 원효로 탈바꿈시킨다. 또한 원효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요석 공주 또한 주변부 인물이 아닌, 운명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 낸다.
작가의 손끝에서 원효와 요석은 오랜 전쟁과 지배층의 수탈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하는 ‘부처의 마음’과 존재와 존재로서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지닌 입체적 인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선덕여왕과 김춘추, 의상 등의 실존 인물과 작가에 의해 탄생한 여러 인물이 서라벌을 배경으로 작가의 문장에 걸음을 맞춘다. 그들의 걸음은 간혹 비장하고도 경쾌한 춤과 같아서, 책장을 넘기는 박자를 가볍게 한다.
인물뿐만 아니라 공간 또한 『발원』의 세계관 안에서 다시 탄탄한 생명력을 얻는다. 황룡사와 분황사, 첨성대와 같은 실제 배경뿐만 아니라, 아미타림 등의 상상적 공간까지도 원효와 요석의 궤적에 의해 신라인의 숨결이 묻어 있는 왕경, 즉 서라벌로 다시 구성되고 일어선다. 『발원』을 읽는 것은 신라 시대를 살아 내는 것이며, 원효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 혼탁한 세상에 온몸으로 스미는 소설, 모두가 부처인 세계를 발원하다

이렇게 소설『발원』을 통해 살아난 원효와 요석 그리고 서라벌은 끝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진짜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백성의 고통은 정녕 멈출 수 있는가. 진실된 사랑을 이룰 수 있는가. 원효는 “막히고 갈라져 서로 대립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는 세계로, 한 몸처럼 세상과 만나는 세계로 돌아오”길 촉구한다. 우리는 부처이자 곧 중생이고,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기도 하며, 당신의 사랑은 즉 나의 사랑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작품 해제에 이렇게 쓴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사랑과 자비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걸 내어 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던 원효. 김선우 작가는 너무나 근사하게 매력적인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어느 육두품 출신 영민했던 소년이 어떻게 우리가 알던 바로 그 어여쁜 원효가 되어 가는지, 요석이 원효에게 어떤 인연의 여인네였는지, 진정한 자비는 국가와는 무관하게 중생들 마음 하나하나를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

김선우의 『발원』은 원효와 요석 그리고 신라의 수많은 민초들을 비추는 유리창이자 지금 우리 시대의 오래된 청동거울이기도 하다. 『발원』을 통해 되돌아본 우리 모습 뒤로, 우리는 어떤 간절한 발원을 올릴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소설은 이미 당신에게 스며 들어간 후일 테다. 이렇듯 『발원』은 우리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오래되고 동시에 새로운 호소를 독자에게 설파하는 참이다. 우리는 혼탁한 세상에 온몸으로 스미는 이 소설에 귀를 기울여 설복당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 해제에서

20년 전 대학원 시절부터 소망했던 나의 꿈, 언젠가 원효에 대한 근사한 소설을 쓰리라는 꿈을 이제 나는 접을 것이다. 이건 모두 김선우의 소설 『발원』 때문이다. 나는 그냥 『발원』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일까, 『발원』을 읽은 뒤 나는 그만 김선우 작가에게 설복당하고 말았다. -강신주(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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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진리를 실천하다 | ch**yong | 2015.08.1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원효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며 뚜벅뚜벅 걷는다. 대찰 곳곳에 책상물림하고 있는 젊은 승려들을 일으켜 신라를 위...
     

    원효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며 뚜벅뚜벅 걷는다. 대찰 곳곳에 책상물림하고 있는 젊은 승려들을 일으켜 신라를 위해 싸우려는 선덕여왕의 명령도 원효의 발걸음을 가로막지 못한다. 원효에게는 신라보다 더 큰 나라인 부처님의 나라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효는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사망자의 시신을 거둬 주는 일로 바쁘다. 거기에는 신라인이 아니라 백제인이라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로 원효와 그 일행에게 조롱과 야유를 보내고 가끔씩 돌멩이가 날아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원효를 줄곧 지켜본 젊은 승려의 지도자 사복이 원효에게 ‘진짜 중’이라고 말하며 승려들을 이끌고 와 원효를 돕기도 한다.


    시련을 이겨내면 어김없이 더 큰 시련이 찾아온다. 비담이 난을 일으켜 수습이 되고 선덕여왕이 승하한다. 그에 따라 김춘추의 정치적 행보도 빨라진다. 삼한 일통의 제왕이 되려는 김춘추의 욕망에 따라 요석은 안타까운 처지에 몰린다. 김춘추가 요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혼인을 통한 혈맹이다. 그것은 가문의 힘을 확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요석은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반역의 도당에 묶어 원효의 목숨을 앗겠다고 협박하거니와 실제로 김춘추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석은 상대등 알천 공의 며느리가 되어 죽음 같은 나날을 보낸다.


    원효는 가시밭길을 걸으며 점점 진리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아미타림을 지키기 위해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건너가려다가 의상과 나눈 이야기는 그것을 잘 나타낸다. “석가모니 붓다께서 깨달아 펼치신 정법한 진리가 이미 우리 손안에 있습니다. 문제는 행(行)! 행이 있다면 깨달은 것이고 행이 없다면 아직 미망에 갇힌 것이지요. 정신의 행! 몸의 행! 마음의 행!” 원효는 서라벌로 돌아가 정면 대결하기로 한다. 요석을 구하기 위해 목숨보다 더한 것도 걸겠다는 결기다. 영혼의 도반을 구하지 않고 어찌 세상을 구한다 할 것인가. 김춘추가 요석의 목숨 대신 요구한 것은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계하라는 것이다. 파계! 승려한테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보다 더 큰 요구다. 그렇지만 원효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명예를 버리는 과정이자 백성의 자리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원효는 흔들리지 않고 요석과 완전 하나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잠에서 깬 요석이 원효와 눈을 맞추었고 서둘러 원효의 손을 찾아 깍지를 끼었다. 단 한 순간도 아까워 어쩔 줄 모르는 그 손을 맞잡고 서로를 향해 누운 채 눈부처를 바라보았다. 님의 품에서 든 첫잠입니다. 요석이 수줍게 웃었다. 거울처럼 원효가 웃었다. 요석의 이마와 두 눈과 콧등과 두 뺨과 입술에 차례로 입 맞춘 원효가 가만히 몸을 일으켰다. 따라 일어나려는 요석을 그대로 누인 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요석의 나신 단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원효의 뜨거운 입술이 지나갔다. 다시 몸이 열리고 몸이 섞였다. 꽃이 피고 꽃의 은하가 열렸다. 불일불이한 우주가 일렁이며 흙의 냄새와 물의 냄새와 불의 냄새와 바람의 냄새가 중심으로부터 흘러넘쳤다. 그와 함께 무한히 텅 빈 허공이 역동했다. 몸의 모든 변방에서 꽃들이 떨리며 피어났다. 환희롭고 길고 긴 밤이었다. (253쪽)


    원효는 요석한테 이르러 비로소 자유로웠다. 요석은 중생 속에서 중생이 되어 화택을 통과해 왔다. 반면에 원효는 중생 바깥에서 중생을 가르치고자 살았다. 장애가 없이 무애에 이르고자 했다. 그러나 마침내 요석에 이르러 진정으로 깨우쳤다. 그리하여 원효는 이제 소성이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준다. 원효라는 큰 그릇이 아니라 소성이라는 작은 그릇이다.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이 있으되 부처의 본래면목을 깨달음에 있어 한 치의 차별 없이 본래 한마음임을 다종 다기한 작은 그릇들인 백성들과 함께 입증해 보일 것이라고 요석에게 말한다. 원효의 앞길은 자명하다. 백성들과 함께하며 백성 한 명 한 명이 꽃이라는 것을 온전히 드러내 보여주는 삶. 요석의 앞길 또한 자명하다. 아미타림에서 지금 여기가 극락세계임을 오롯이 밝히는 삶. 요석과 원효는 같이 있지 않되 같이 있고 같이 있되 같이 있지 아니한다.

  •     한국소설계에 새로운 강자가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바로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1권, 2권입...
     
    발원2.jpg


     

    한국소설계에 새로운 강자가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바로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1권, 2권입니다.

    소설가보단 시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작가 김선우가 지금 문학계에서 사고를 제대로 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네요.

    그녀가 주목한 건 바로 요석공주와 승려 원효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작가 김선우.jpg


     

     

    원효와 요석공주이야기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신라설화에 등장했었죠.

    일연의 『삼국유사』의 「원효전기」에는 “누가 네게 자루 없는 도끼를 주겠는가?

    나는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을 찍어 내리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태종무열왕인 김춘추가 원효의 뜻을 알아채고 원효와 자신의 딸이었던 요석공주를 이어줘

    설총을 나았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합니다.

    이런 이야기에만 초점이 맞추어졌었던 원효와 김춘추 간의 정치적 거래를 원효와 요석의 사랑이야기로 바꿔버린

    김선우의 시각이 참 파격적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선우는 이를 뒤집어 원효가 파계를 하고 설총을 낳게 한 건 그만큼 요석을 사랑했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1권에서는 원효가 겪는 혼돈과 신분에 대한 좌절, 부처님에 대한 절대적 헌신, 혜공스님을 통한 깨달음이 있었다면

    2권에서는 공주 요석과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있습니다. 


     

    “그를…… 은애하느냐?”
    여왕이 요석에게 물었다. 요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흘리며 여왕을 바라보았다.
    “부질없다……. 모든 것이. 석아, 너는 궁을 떠나 살거라. 너는…… 사랑을 이루거라.”
    그것은 여왕의 유언이나 다름없었다.

    궁을 떠나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요석에게 대신 이루라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발원 2권 57쪽>


     

    여기서 여왕은 선덕여왕을 뜻하는데, 그녀가 죽기 전 요석에게 말한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선덕여왕은 요석에게 원효를 은애하느냐 물어보는데, 이 대목이 마음에 아프네요.

    그녀는 작가의 글처럼 요석이 본인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속의 원효가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토굴 밖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더군요.

    자유로운 새 같고 도약하려는 호랑이 같고 우듬지로 햇빛을 뿜어 올리는 장대한 나무 같은 기개였습니다.
    “오, 마음이 두려움을 여의었구나. 마음이랄 것도 없구나.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님을 알겠다.

    오오, 두려운 것이 없고 원하는 것도 없다. 마음이여, 내 다리를 붙들고 떼쓰지 마라. 나는 자유다!”

                                                                                                                         

    <발원 2권 138~139쪽>


     

    원효가 이 때 깨달은 건 뭘까요. 아마 해골물을 통해 현실에서 자유로움을 얻어

    중생을 몸소 구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결의가 아니었을까요.

    한편으론 파계를 하더라도 자유로운 깨달음을 얻은 원효에겐 요석과의 사랑을

    더 갈망하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고정된 나가 아닙니다. 나라는 실체가 따로 존재한다는 환각을 벗어나면 우리 모두가 나입니다.

    당신이 바로 나입니다. 남과 네가 둘이 아닙니다. 귀족과 평민이 둘이 아닙니다.

    ....내가 내 자신과 내 가족과 가문을 소중히 여기듯 우리 모두가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발원 2권 163~164쪽>

     

     


    이 대목에서 원효의 사상이 다 집대성되어있네요. 모두가 평등하게 소중한 존재이거늘,

    귀족과 평민이 둘이 아님을 안다면 좀 더 이세상이 더 행복해질 듯싶습니다.

    여기에 저자가 원효를 통해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건 아닐까요?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모두 소중한 존재란 사실 말입니다.

     

     


    더 많은 돌팔매가 원효와 요석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무리 가장자리로 물러나 발을 구르며

    원효를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소수였다.

    돌팔매가 점점 심해지고, 차마 원효를 비난할 수 없는 소수의 사람들은 비두골을 빠져나갔다.

    국가의 대업인 성전에 반대해 온 원효의 파계행을 임금에게 고해

    능지처참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요석을 안은 원효를 다시 휘소가 방어하며 돌팔매를 막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발원 2권 246쪽>

     

     

    이처럼 그들의 사랑은 돌팔매질 당하고 말죠.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요. 저자의 글을 통해 온전한 사랑이 전해옵니다.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세월까지 모두 이 밤에 가지겠습니다. 이 순간이 저의 영원입니다.

    폭풍우가 몰아쳐 오듯 격렬히 원효에게 내달려 오는 요석을 껴안으며 원효는 온몸, 온 마음으로 요석에게 화답했다.

    영혼이라 일컬을 수 있는 시공의 모든 인연들이 요석의 몸과 함께 새로워졌다.

    처음 만나는 밤이었고 사람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천수만 년 거듭 만나 온 밤이기도 했다. 길고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발원 2권 251쪽>

     

     


    둘의 사랑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구절입니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나 만약 저자의 말대로 그들의 사랑이 전부였다면

    이 이야기를 우린 좀 더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불교소설이거나 역사소설이 아니라 좀 더 로맨틱한 사람사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집착의 대상을 모두 없애서 열반에 머물 수 있지만, 커다란 자비의 마음으로 인해 열반마저도 없애 머물지 않는다.

     

    <발원 2권 281쪽>

     

     


    원효의 주저 『금강삼매경론』에 등장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열반에 들 수 있으나, 중생을 구제하고자하면 열반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원효는 깨우친 거죠.

    우리도 그렇게 다 버릴 수 있을까요.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날 수 있을까요.

    가진 걸 모두 내려놓을 때 반드시 열반에 상응하는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책을 통해 그 옛날 원효에 대한 이야기를 되뇌여 보면서 좀 더 평안을 가지는 삶을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발원』을 읽어보고 우리가 김선우의 다음 소설책을 기다려야만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거 갔습니다.

    김선우 님의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1권, 2권 다 베스터셀러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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