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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 손글씨 2019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344쪽 | 양장
ISBN-10 : 1160560641
ISBN-13 : 9791160560640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양장] 중고
저자 김영민 | 출판사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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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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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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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는 동안 근심하고 애정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추석 연휴를 뜨겁게 달구었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의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펴낸 첫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난 10여 년간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저자가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56편에 에세이를 엮은 것으로, 기존 신문 칼럼이나 한국 에세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리듬감과 유머, 해학이 깃든 단단하며 유연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가리켜 과거의 사람들을 추억하고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 하며 새로운 만남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독자 역시 이 책을 통과하는 동안만큼은 불안하던 삶이 견고해지기를, 독서가 삶의 작은 기반이나마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불문율을 깨뜨리고, 비판적 인식을 공유하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자기 자신이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기회를 전해준다.

저자소개

저자 :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 교수를 지냈다. 영문저 서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 》 (2018)가 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 이들의 연대기 4

1부 시간의 흙탕물 속에서 _ 일상에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17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22
시간의 흙탕물 속에서 26
교토 기행: 무진 기행 풍으로 30
성장이란 무엇인가 34
설거지의 이론과 실천 39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세 가지 주례사 43
자식에 대한 세 가지 에피소드 52
추석이란 무엇인가_ 명절을 보내는 법1 58
추석을 즐기는 법_ 명절을 보내는 법2 62
무신론자의 추석_ 명절을 보내는 법3 66

2부 희미한 희망 속에서 _ 학교에서
수능 이후 73
신입생을 위한 무협지 77
이른바 엘리트가 되겠다는 학생들을 위한 격려사 둘 81
만화책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86
대학원에 가고 싶은데요 91
레이디 버드와 소공녀 96
아이 캔 스피크 101
K교수의 국가론 105
유학생 선언 109
2월의 졸업생들에게 113
적폐란 무엇인가 117
노예가 되지 않는 법 121
서울대학교의 정체성 125
위력이란 무엇인가 129
졸업의 몽타주 134
마지막 수업의 상상 138

3부 고독과 이웃하며 _ 사회에서
6월의 냄새 145
응답하라 1988 149
희망을 묻다 153
광장으로 157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자세 161
공화국 찬가 166
대선 후보와 토론하는 법 170
어떤 자유와 존엄을 선택할 것인가 174
참사는 오래 지속된다 179
보이지 않는 나라 183
사라지는 사람들 187
하데스와 시시포스 191
개돼지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부가 할 일 195
소반과 숟가락 200
여름에 생각하는 중세의 겨울 204
광복의 의미 208
소변의 추억 212
단군에서 근대화까지 216
뱃살이 꾸는 꿈 220
이제 깨어나실 시간입니다 224
그들은 올 것이다 228
호두주먹이라 불린 사나이 232
칼럼을 위한 칼럼 236

4부 이 세상 것이면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하여 _ 영화에서
내 인생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243
설원에 핀 장미 아닌 꽃: 홍상수의 초기 영화 264
박식하고, 로맨틱하고, 예술적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 275
반영웅으로서 영웅, 관념론자로서 유물론자, 죽은 자로서 살아 있는 자: 고스트독 294

5부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에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_ 대화에서
책이란 무엇인가 _ 김민정 시인과의 대화 305
행복보다 소소하게 불행한 삶을 꿈꾸는 이유 _ <신동아> 송화선 기자와의 인터뷰 320

에필로그 책이 나오기까지 339

책 속으로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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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라고 근심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에서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상처도 언젠가는 피 흘리기를 그치고 심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성장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의 약속이다. <성장이란 무엇인가>에서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라고.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라고.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 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추석이란 무엇인가>에서

애써 시험공부를 해서 기왕에 대학에 들어왔다면, 반드시 지식을 통해 머리에 전구가 들어오는 경험을 해야 한다. 자루에 갇혀 있다가 튀어나온 고양이처럼 그러한 사치스러운 지적 경험을 찾아 캠퍼스를 헤매야 한다. 그리고 입시를 위해 보내야 했던 그 지루했던 시간에 대한 진정한 보상을 그 환한 앎에서 얻어야 한다. 세상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할 수도 있는 다른 종류의 공부가 있음을 영원히 모른 채로 죽지 않기 위해서. <수능 이후>에서

미래에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요?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것이 좋은 이야기일까요? <2월의 졸업생들에게>

모든 이야기에 끝이 있듯이, 인생에도 끝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결말에 의해 그 의미가 좌우되듯이, 인생의 의미도 죽음의 방식에 의해 의미가 좌우된다. 결말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사태의 의미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은 제대로 죽기 위해서 산다”는 말의 의미다. <어떤 자유와 존엄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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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추석이란 무엇인가’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인생과 허무와 아름다움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화제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의 김영민 서울대 교수. 본질적이되 지루하지 않은 질문과 명쾌하되 가볍지 않은 대답으로 우리 시대를 독창적으로 읽어나가고...

[출판사서평 더 보기]

‘추석이란 무엇인가’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인생과 허무와 아름다움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화제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의 김영민 서울대 교수. 본질적이되 지루하지 않은 질문과 명쾌하되 가볍지 않은 대답으로 우리 시대를 독창적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그의 첫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출간됐다. 반문과 비틀기, 날렵한 유머와 자유로운 사유로 일상의 진부함을 타파하며 본질을 향해 다가가는 김영민 글쓰기의 정수를 만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책은 지난 10여 년간 김영민 교수가 일상과 사회, 학교와 학생, 영화와 독서 사이에서 근심하고 애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김영민 교수는 이 책을 가리켜 과거의 사람들을 추억하고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하며 새로운 만남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매개로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일에 대해 떠들고”,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불문율을 깨뜨리는, 비판적 인식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김영민 교수. 그는 독자 역시 이 책을 통과하는 동안만큼은 불안하던 삶이 견고해지기를, 독서가 삶의 작은 기반이나마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조용히 말한다.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_8쪽

관점: 삶의 반대편에 있는 죽음을 통찰하여,
도리어 현재 우리의 삶의 의미를 드러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책 제목이기도 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부터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주례사’, ‘추석이란 무엇인가’까지. 김영민 교수의 이야기는 신선한, 동시에 묵직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는, 당신이 믿고 있거나 당연하게 여기던 사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인지 질문하는 데서 본질로 다가가는 틈새가 열린다고 믿는다. 그는 책 전면에서 거듭된 반문을 통해 삶과 세상, 학문의 핵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인식의 쇄신에 이르게 되고 현재 자기 자신이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된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마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대개 그럴싸한 기대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지만, 곧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깨닫게 된다.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다.” -22쪽

유머: 기존 에세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통쾌함과 참신함을 느끼게 하는 글쓰기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에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에세이스트 김영민이 독보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주제도, 메시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존 신문 칼럼이나 한국 에세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리듬감과 유머, 해학이 깃든 단단하며 유연한 글에 있다. 엄격한 영역으로 여겨져 온 신문 칼럼에서 장난기나 유머, 혹은 공격성이나 신랄함을 일정 수준 이상 담는 건 금기처럼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자의든 타의든 어느 정도의 타협과 지루함, 비분강개형의 칼럼 일색이었다. 하지만 김영민 교수의 글은 그 장벽 너머에 있다. 그는 유머를 활용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되, 그게 ‘장난’을 넘어 품격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끔 절묘한 리듬감을 글에 불어넣는다. 그의 유머는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끔 바라볼 기회를 만들고, 엄격, 근엄, 진지함이라는 굴레 바깥에서 취향을 과감히 드러내며, 어찌 보면 어린이의 질문같이, 모두가 목에 힘주고 있을 때 핵심을 찌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그의 필력, 감각, 지식, 경험 등이 한데 어우러져 벌이는 줄타기에 수많은 독자들은 통쾌함과 참신함을 느꼈다.

“제 글에 리듬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글에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리듬이 없는 글은 읽기 어려우니까요. 리듬만 있어도 사람들은 글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재미도 그래요. 저는 재미없는 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굉장히 폭넓은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지루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에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_307쪽

스승: 근거 없는 희망을 판매하는 스승이 아니라
제자와 함께 배우는 도반으로서의 선생의 면모
“희미한 희망 속에서 그들을 조심스레 염려한다”
일상과 사회, 영화와 책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또한 돋보이는 것은 선생으로서 김영민 교수의 위치와 그가 내보이는 시선이다. 그는 가르치는 자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글들 속에서 우리 사회 학생과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지금, 이 시대 청춘에게 그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이야기하면 그만인 시대는 지나갔다. 청춘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언제든 이겨낼 수 있다고 가짜 희망을 이야기한들 어떤 소용도 있을 리 없다.
세상 어떤 존재보다 학생들을 아끼는, 사려 깊은, 하지만 조심스레 염려하는 선생 김영민은 다양한 형식을 통해 (졸업식 축사, 주례사, 대화) 이야기한다. 졸업식 축사를 통해 기성세대의 세계에 입성하는 이들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맞아주며 담담한 소회는 그래서 뭉클한 인상을 남긴다.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_115쪽

소소한 근심: 우리 모두가 불확실성을 삶으로 받아들이며
찰나의 행복보다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는 총 5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그가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들은 차라투스트라와 전도연 배우의 대화로 끝을 맺는다. 김영민 교수가 극화한 이 에필로그에서 그는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게 독자의 특권이라지만, 되도록 이 책에서 너무 그럴싸한 메시지를 읽어내지 않기를 염려한다. 인생의 확고한 의미에 대해서 설파하는 책이나, 한국을 부흥시킬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이나, 인류 문명의 향방에 대해 확실한 예측을 하는 책 따위는 읽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많은 것들에 확신이 없지만 그런 주장들에는 더욱 확신이 없다는 김영민 교수. 그는 이 책이 다만 우리 모두가 불확실성을 삶으로 받아들이며, 큰 고통 없이 살아가는 데 좀 더 즐겁고 풍요로운 만남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찰나의 행복보다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는 그의 바람처럼.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 같은 ‘소소한’ 근심을 누리는 건, 그것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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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대학시절 이후 잘 읽지 않던 에세이를 사서 읽게 될 줄이야... 김영민 교수의 다른 책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거기에서 ...

    대학시절 이후 잘 읽지 않던 에세이를 사서 읽게 될 줄이야...

    김영민 교수의 다른 책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거기에서 언급된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이 궁금해진 김에 이 책도 주문해서 

    읽게 되었다. 

    내가 에세이를 잘 읽지 않았던 이유는 지식의 공유를 목표로 쓰여진 책을 읽어내는 것 만으로도 삶에서 허락된 시간이 벅찬데

    타인의 감상적 생각을 읽으며 공감할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에세이는 객관적 지식을 중심으로 하는 진리의 전달이 아닌 어떤 시점에서 저자가 느낀 감상을 적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삶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독자는 그가 느낀 정서적 감상을 100%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유하는 지식과 경험이 부재한 책읽기는 고통이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식의 전달을 위한 책은 그게 없이도 하나하나 내용을 이해하고 관련지식을 더 찾아가면서 알아나가면 되는데,

    십중팔구 드러나는 에세이 안의 필자의 자기 자랑질과 현학적 글쓰기의 문학지 평론과 유사한 병신체를 마주하다보면 확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 있는데 4부의 영화와 관련된 오래전 '현대문학'지에 실었던 현학적 글쓰기의 표본은 이 책에 실지 않았으면 좋았을 듯 하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경우 국어사전을 찾아서 낱말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보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특정시기에 쓰인 글들 중에 옥의 티처럼 왠만해선 볼 수 없었던 지라 국어 단어에 이런말이 있어나 싶은 생소한 한자어의 반복적 사용 (차라리 옆에 한자를 같이 병기해 주던지... 그런 친절은 없었다)이 이 필자도 젊은 시절 한 때, 현대문학지에 글을 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글쓰기를 했었구나 라고 추정해 본다.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8년 11월 30일에 첫 발행된 책이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81130일에 첫 발행된 책이다. 작년 8월 쯤 어느 SNS에서 이 책에 대한 글을 보았다. 한 명의 독자가 이 책이 너무 좋다는 글을 올리고 그 글을 본 다른 사람이 또 이 책을 읽고 올린 글을 보았다. 자신도 이 책을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나는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있던 책. 그러다 요즘처럼 코로나로 도서관조차 가기 힘들어지던 때 전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다. 얼른 대출 신청을 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제목 자체가 무언가 죽음에 관한 엄청난 것을 쏟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과 달리, 이 책은 김영민 교수가 자신이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은 내용들이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스럽고, ‘죽음에 관한 내용은 앞에 조금 있었을 뿐이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책은 끝까지 읽어야지 하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읽기 시작하던 어느 날. 책이 뭔가 수상하다. 많이 수상하다. 아니 수상하다기보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쳐나는데 이 교수 정말 재미있는 분이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미난 이야기 거리를 쓴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교양 넘치는 언어들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렵지가 않다. 그렇지만 생각할 거리를 엄청 던져주고 있다. 처음에는 뭐 이리 고상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을까? 굳이 이렇게 써야할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어차피 이 분이 하고 있는 공부가 그런 분야이고 연구에 몰두하시는 분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님 말씀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들. 이 책을 통해 불안하던 삶이 견고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 견고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칼럼이 신문에 게재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로인해 팬덤까지 생겼다고 한단다. 이 글을 쓸 때가 한참 추석 때였고 추석에 가족, 친지들이 모여서 정말 행복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묻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을 묻는 것을 보고 그런 물음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되묻기 방법을 취하라는 내용이었다.

     

    친척이 결혼은 언제 할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되물으라는 것이다. 가장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질문을 했던 사람들은 무슨 이런 또라이 같은 게 다 있나 하겠지만 다른 말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웠다. 정말 굉장히 흥미로운 발상이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대로 했다가는 진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책에서 찾은 흥미로운 것은 다음 페이지였다. 사람들은 새해에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러나 권투 선수 마크 타이슨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바로 이러한 그럴싸한 계획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 우리가 진짜 불행한 것은 내가 세운 거창한 계획 때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정말 소소한 생각들로 가득한 내 행복한 삶을 우리는 왜 외면하고 살고 있을까. 김 교수님은 정말 디저트를 좋아하는 가 보다. 책 후기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p. 330

    나는 만화도 무척 좋아한다. 이런 걸 다 하려면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보통의 내 또래 한국 남자가 하는 많은 일을 하지 않아서 가능하다. 나는 동창회에 안 나가고 경조사에도 잘 안 다닌다. 몰려다니면서 술 퍼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 대신 디저트를 먹는 편이다. 나랑 뜻이 맞는 동료들이 있어 ‘sweet solidarity’라는 점조직을 만들었다. ‘달콤한 연대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다니면서 먹는 모임이다.’

     

    - 멤버가 몇 명인가.

     

    점조직이라 밝힐 수 없다. 내 또래 남자를 만났을 때 디저트를 먹자고 하면 보통은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호응해주는 이가 있고 그런 분들이랑 다닌다. 미술관 가는 것도 좋아한다. 한국 남자들은 미술관에도 잘 안 가서, 가보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아주 소소한 것. 그것이 주는 행복. 정말 좋지 않은가 말이다.

     

    한편, 성장과 예술이 주는 교훈에서 김 교수님은 상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태어난 이상 성장하고 상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인생. 상처가 두려워 용기 없이 망설이다 끝내는 인생은 정말 허망하지 않은가. 태어난 이상, 내 앞에 주어진 캔버스에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내가 그린 것이고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상처도 언젠가 피 흘리기를 그치고 심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참 와 닿는다.

     

    또한 흥미로운 글은 설거지 문명론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귀찮아하는 것이 설거지이다. 하지만 김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설거지를 미루게 되면 적폐가 되는 것이다. 인생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설거지를 자신이 잘 치우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어차피 설거지는 해야 되는 것인데 남이 해 주기를 바랄 수 없고, 남이 한다고 해서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신을 설거지 하지 않으면 타성, 나쁜 습관, 부질없는 권력욕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니 항상 부지런히 스스로의 설거지에 게으르지 말고 자신을 가꾸라는 말이지 않을까?

     

    또한 하데스와 시시포스에 관한 글도 참 많이 와 닿았다.

     

    시시포스의 상징은 단순함이다. 끊임없이 다시 떨어질 것을 알지만 바위를 다시 위로 올려야하는. 그런데 그것이 단순함 만이 아니라, 단순한 노고, 단순한 덧없음, 단순한 끝없음이라니. 이 세 가지가 우리의 인생이라니. 그렇단다. 그러면서 이 셋 중에 하나라도 사라지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이나마 나아진다고 한다. 김 교수님은 이 이야기를 정치에 빗대어 표현하셨지만 나는 그냥 단순하게 인생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다. 우리 인생은 정말 이 세 가지가 다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 이 셋 중에 하나라도 끊어내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바로 위에서 말한 자기 자신의 설거지를 부지런히 하면 될까? 정말 이 부분에서 어찌나 생각할 것이 많던지...

     

    글을 계속 읽어가는 중에 영화 안토니오스 라인에 대한 칼럼이 나온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을 하는데 그 중 이런 부분이 나온다.

     

    변하는 것은 없고 달라지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이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생을 바꾸려, 세상을 바꾸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지만 진정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느끼는 순간이 많다. 그런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달라진다는 것.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 어느 광고 문구가 생각났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적어도 이렇게 하고 있는 나는 달라지고 있지.’

     

    김 교수님이 말씀하고 싶었던 것이 이런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 문장이 이렇게 다가왔다. 세상이 변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다는 것. 무의미한 무한 반복을 하고 있지만 그 무한 반복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 안토니아가 주긱 직전 해 뜨는 아침의 컷이 삽입되었다고 한다.

     

    죽음과 생이 함께 하는 공간. ‘어떤 것도 끝은 없다.’라는 형이상학적인 문장.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마지막 문장처럼 인간은 어떠한 모습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우리의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것. ‘어떤 것도 끝은 없다라는 것. 그것이 인생이지 않은가란 생각이며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의미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책을 한 번 읽고 끝내기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기에 이 책은 여러 번 읽고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김 교수님에 대해 알아보다 영화 박화영에 대한 칼럼 내용과 김 교수님 블로그가 있어 같이 올려봅니다.

     

    신동아의 정치학자 김영민 교수가 본 영화 박화영에 대한 칼럼

    https://shindonga.donga.com/3/all/13/1525418/1

     

    김영민 홈페이지

    http://polisci.snu.ac.kr/kimym/main.html

  • 연말이 다가오고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기가 와서인지 에세이 쪽에 자꾸만 눈길이 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다른 분이 이 책에 대해 쓴...

    연말이 다가오고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기가 와서인지 에세이 쪽에 자꾸만 눈길이 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다른 분이 이 책에 대해 쓴 리뷰글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구매하고 나서 저자 확인을 해 보니 지난 10여 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가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학교, 사회, 대화 등-속에서 저자가 경험한 것들을 56개의 테마로 풀어낸 에세이였는데, 교훈을 주는 방향이 아닌 '이런 것이 있는데 나는 이리이리 생각을 해보았다'라는 방향으로 글을 써내려간 것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3부에 나오는 내용-그 중에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자세, 이제 깨어나실 시간입니다-들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고, 여기에 나와있는 상황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구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 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의 사생활에 관심을 보이는 가족들이 힘겨워 명절을 피하고 싶은 이들을 희열로 몰아넣었던 한 편의 글을 다시 만났다. 처음이 아님에도 이번에도 역시나 박장대소 하고야 말았다. 이런 발칙한(?) 문장은 어떻게 해야 구사할 수 있는 걸까?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글을 한 번 즈음 써 보고 싶은 욕심을 지닌 입장에서 그의 글은 닮고 싶음 그 자체였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 솔직히 저자 이름은 기억을 못했다. 제목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미 누군가가 빌려간 도서를 읽겠다며 한참을 기다린 끝에 품에 앉았다. 기대치 않았는데 이 책에 가서 지난 명절에 읽었던 바로 그 글이 실려 있었다. 오직 그 글만이 빛났던 건 아니었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문장이 콕콕 마음에 와 박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글의 내용은 안중에도 없었다. 가볍지 아니 한 주제를 마치 바람에 훌쩍 날아가는 깃털 마냥 가볍게 표현하는 기법이 돋보였다. 여기서 가볍다의 의미는 쉽게 읽힌다는 뜻이다. 교수라 하면 왠지 진중하고 무게감이 넘쳐야만 할 거 같은데, 그는 나의 편견을 깨트리려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 실제로는 그리 하지 못했음을 언급한 문장에서 왜 나는 그가 부당함에 맹렬히 당수를 날리는 모습을 상상하고야 말았던지. 어쩌면 그는 자신이 무척이나 학생들을 잘 웃긴다는 사실을, 자신의 문장을 읽은 적잖은 사람들이 실없이 히죽히죽 웃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발칙했다. 이상적인 마지막 수업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전제 조건이 참으로, 요즘 사람들이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웃펐다’. 정년 퇴직을 가로막는 수많은 유혹과 장해물을 이겨낸 후에 드디어 마지막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면 과연 그는 어찌 수업을 진행하길 희망할지. 코끝 찡한 무언가가 등장할 줄로만 알았다. 마지막이 아닌 듯, 그러나 모두가 의식하는 마지막 수업의 여운은 평생토록 이어질 것만 같았다. 헌데 그는 온갖 표현으로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직업에 종사한 이래 최초로 무단 결강을 하겠다’

    아, 이보다 더 완벽한 마지막 수업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운명을 맹렬히 거부하듯 증발해 버린 저자. 이는 비록 상상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그의 마지막 수업은 증발일 수도 있다. 아니, 그의 글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아서는 증발해 버리는 ‘나쁜 존재’와도 같았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웃기기만 했던 건 또 아니다. 그의 글에는 지난 시간 우리 사회가 겪어온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국정교과서 문제를, 지방 선거를, 세월호 참사를, 농민 백남기 님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하는 집단 트라우마를 왜 국가만은 나서서 맹렬히 거부하는 건지 그는 궁금해했다. 그렇게 그의 글은 모순을 꿰뚫고 있었으며, “음식이 너무 맛이 없으니 한 그릇 더 먹을게요” 혹은 “취했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어요”, “애국하는 마음으로 부정을 일삼았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시원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대리만족이려나.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나는, 타인의 글이 지닌 힘을 통해 이 삶이 참으로 고결하며, 지저분한 세상을 살아더라도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아침을 열면서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아침을 열면서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여도, 그 별은 이미 사라졌을 수 있다. 별이 폭발하기 전에 발산한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우리가 그 별을 지금 보고 있을 뿐. 나와 공동체는 이미 죽었는데 현재 부고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첫째, 이미 죽어 있다면 제때 문상을 할 수 있다.  

     둘째,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하여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할 수 있다.   

     넷째,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희망에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공포와 허무를 떨치기 위해 사람들이 과장된 행동에 나설 때,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다.   

     

    -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것은 대개 잠시의 쾌감에 가까운 것.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 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1분이 60초라는 것도… 열두달이 지나면 한 해가 저문다는 것도, 그리하여 마침내 새해를 맞는다는 의식도 모두 인간이 삶을 견디기 위해 창안해낸 가상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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