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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식탁
397쪽 | A5
ISBN-10 : 8932020493
ISBN-13 : 9788932020495
1인용 식탁 [양장] 중고
저자 윤고은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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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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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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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다면? 현실보다 더 지독한 상상을 꿈꾸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윤고은의 소설집『1인용 식탁』.『무중력증후군』을 통해 놀라운 상상력과 경쾌한 언어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던 젊은 작가 윤고은이 자신의 단편소설들을 모아 첫 소설집을 펴냈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인「1인용 식탁」,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빈대 퇴치 소동을 그린「달콤한 여행」, 백화점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화장지에 소설을 쓰는 소설가를 다룬「인베이더 그래픽」, 돈을 받고 꿈을 대신 꿔주는「박현몽 꿈 철학관」등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단편 아홉 작품을 수록했다.

저자소개

저자 : 윤고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2008년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으며, 장편소설로『무중력증후군』이 있다.

목차

1인용 식탁
달콤한 휴가
인베이더 그래픽
박현몽 꿈 철학관
로드킬
타임캡슐 1994
아이슬란드
피어싱
홍도야 울지 마라

해설 현실과 상상의 '돌려 막기' _ 이수형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꿈이 무슨 통닭이냐고!"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 그들의 꿈으로 빚어낸 현실보다 더 지독한 상상 윤고은의 첫번째 소설집 혼자 식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 꿈을 대신 꿔주는 철학관, 폭설로 고립된 사람이 야생동물이 되는 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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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무슨 통닭이냐고!"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
그들의 꿈으로 빚어낸 현실보다 더 지독한 상상
윤고은의 첫번째 소설집


혼자 식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 꿈을 대신 꿔주는 철학관, 폭설로 고립된 사람이 야생동물이 되는 무인 모텔 등을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아니면, 21세기에 빈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들, 백화점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휴지 위에 소설을 쓰는 소설가는 또 어떤가?
『무중력증후군』을 통해 놀라운 상상력과 경쾌한 언어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던 젊은 작가 윤고은의 첫 소설집『1인용 식탁』에는 이렇듯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도 밀접해서 정말 있을 법한 일들, 그러나 쉽사리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전작 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과 더욱 폭넓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집에서 일상에 스며든 윤고은의 상상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표제작「1인용 식탁」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작은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이젠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깃집에 혼자 와서 고기를 굽는 일은 당사자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낯설다. 그런데 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다면? 이 작품의 화자는 헬스장을 등록할 수도, 요가를 다닐 수도, 홍삼 엑기스를 사거나 감마리놀렌산을 먹을 수도 있는 돈으로 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두려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 진짜 현실을 외면한 채 현실로 가장된 현실로 들어간다.
「달콤한 여행」은 어떤가.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빈대 소동이다. 다니던 직장을 잃은 주인공은 여행 계획을 세우다 빈대 피해 사례들을 접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여행 내내 그를 괴롭힌 빈대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된다. 결국 빈대 퇴치의 거대한 숙주가 된 주인공은 돌아올 기약이 없는, 그야말로 달콤한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조금은 과장되고 생뚱맞아 보이는 이 빈대에 얽힌 이야기는 어쩐지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어서 읽는 동안 왠지 몸이 가려워진다.
「인베이더 그래픽」의 화자는 소설가이다. 신춘문예로 등단을 했으나 이렇다 할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그는 주위 사람들의 눈에 그저 백수로 비칠 뿐이다. 부모님의 눈을 피해 그녀가 집필을 하러 가는 곳은 바로 백화점 화장실. 종이를 대신할 두루마리 화장지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는 물론 인터넷까지 잡히는 그곳은 소설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는 최적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화자는 잘나가지 못하는 증권 회사 직원이 인베이더 그래픽에 매혹되어 그것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쓴다. 그러다 같은 화장실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러 와서 화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자를 만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동안 써놓은 두루마리 화장지 40칸 분량의 소설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절망적인 순간에 자신이 쓴 소설이 현실과 겹쳐져 나타난다.
꿈을 대신 꿔준다는 독특한 설정의「박현몽 꿈 철학관」은 통닭처럼 주문대로 꿈을 사고파는 이야기이다. 누가 봐도 허구인 이 이야기는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안락한 수면을 포기하지 못하고 돈으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생생하여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로드킬」의 무인 모텔도 마찬가지. 모든 종류의 자판기가 돌아가는 무인 모텔에서 점점 낮아지는 금액만큼 점점 낮아지는 천장의 방으로 전전하는 주인공이 급기야 한 마리 야생동물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소통이 단절되고 기계만 돌아가는 끔찍한 일상을 보여주는 잔혹한 우화로 읽힌다.
14년 만에 열어본 타임캡슐에서 발견한 목록에서 나와 있지 않은 시디를 복원할 수 없는 상황과 죽은 남편의 딸과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상황이 맞물려 있는 작품「타임캡슐 1994」, 자신에게 맞는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일을 꿈꾸지만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아이슬란드」,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으로 신인다운 신선함이 느껴지는「피어싱」등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 위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한편, 중편에 해당하는「홍도야 울지 마라」는 앞서 놓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화자부터가 성숙한 초등학생으로 발랄한 문체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을 통해 윤고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무거운 현실에 톡톡 튀는 상상력을 얹어 경쾌한 문체로 풀어내는 윤고은의 작품을 읽다 보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색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이 무거울수록 우리는 상상을 통해 일탈을 꿈꾼다. 그런데 그 상상이 현실보다 더 지독하다면? 윤고은의 첫 소설집을 읽어보면 그 지독한 상상이 일상을 어떻게 떠받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이 책의 마지막 말을 쓰기 위해 대청소를 시작했다. 신선한 공기, 정갈한 책상, 적절한 어둠, 오롯한 촛불, 연필 혹은 만년필, 도톰한 종이.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러나 창밖이 노랗게 흔들린다. 라디오에서는 최악의 황사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삼겹살 먹으러 가자는 벗의 문자 메시지, 시작도 하기 전에 웅크린 청소기, 건드리기 전보다 더 산만해진 서랍들, 켤 줄도 모르면서 꺼내놓은 성냥과 초를 그대로 놓아둔 채 마치 승천하듯, 쓴다.

책을 펼치는 행동은 문을 여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그대에게 출구는 없다고, 압사하진 않을 거라고, 활자와 활자 사이에 유연하게 누워보라고, 혹은 걸어보라고, 다만 조심하라고, 아직 내뱉지 않은 말들도 매복해 있다고, 지뢰처럼.

2010년 봄밤
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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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김장미 님 2012.09.03

    열한 살짜리에게는 꿈을 말할 기회가 쓸데없이 많다. 그러나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자꾸 물어보는 것도 실례다. 주관식은 스트레스다.(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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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혹은 자주 혼자일 때가 더욱 편하고 좋다고 느낀다.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이루어지는 관계가, 내게는 쉽지가 않다. 내...
    가끔... 혹은 자주 혼자일 때가 더욱 편하고 좋다고 느낀다.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이루어지는 관계가, 내게는 쉽지가 않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자꾸만 새로운, 남들이 원하는 옷에 끼워맞춰 입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싫어져서 차라리 혼자였으면 싶다. 적당히 어울리고, 적당히 맞춰주고, 적당히 주목받기엔 나는 너무 융통성이 없나보다. 그래서 내겐 "현실"을 잊게 해주는, 나 혼자만 몰입할 수 있는 "꺼리"들이 있다. 책이 있고, 블로그가 있다. 때로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되고 때로는 나의 독창적이며 창의성이 넘치는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1인용 식탁>>은 그렇게 묘한 구석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사회 부적응자처럼도 보일 수 있는 윤고은의 단편 모음집(<무중력 증후군>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단편을 싫어하는 나로서도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다.)의 주인공들은 어떤 면에서든 조금씩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현실과 상상 사이. 그들은 왕따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혼자서도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 <1인용 식탁> -  백수에 대한 중압감이 빈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 <달콤한 휴가> - 후회되는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타임캡슐 1994> 하지만 현실에서 상상으로 확장되었다 하더라도 상상이 끝나면 다시 현실이 남는 것을. 

    "이제는 정말 세상으로 나가 혼자만의 식사와 마주쳐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료증이 아니라 현실을 유예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43p <1인용 식탁>
    "박현몽은 꿈 대신 거짓말을 준비했다. 언제부터인가 박현몽에게 꿈은 거짓말과 같은 말이었다."...156p <박현몽 꿈 철학관>
    "아이슬란드는 모든 경쟁과 소음을 초월한 곳이었지만,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소음이 필요했다. 수면 위의 우아함은 물 아래 숨겨진 억척스러운 갈퀴질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262p <아이슬란드>

    작가의 상상력은 때론 비수와 같고, 때론 섬뜻하며 때론 깜찍하다. 윤고은 작가의 단편은 장편을 위한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주제, 다양한 시도, 다양한 결말까지. 지금 바로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주인공들과 그들의 현실을 넘어 마음껏 펼쳐지는 이 상상의 세계들은 친숙하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어차피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조금씩 상상의 세계를 원하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함일테다. 너무 멀리만 가지 않는다면....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난 오늘도 "상상"을 꿈꾼다.
  •  하루에 한끼는 혼자 먹는다.  TV를 보면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

     하루에 한끼는 혼자 먹는다.  TV를 보면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 순간 4인용 식탁은 오로지 나를 위한 1인용 식탁이 되는 셈이다.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곧 익숙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만의 일상을 즐기게 된다. <무중력 증후군>으로 제 13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첫 번째 소설집 <1인용 식탁>은 그런 일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외로움, 고독함, 쓸쓸함을 동반한 여유로움까지.

     

     <무중력 증후군>에서 달의 증식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였던 윤고은은 <1인용 식탁>에서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수록된 9편중 대표적인 단편을 보면 혼자 식사하는 방법을 강의하는 <1인용 식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백화점 화장실에서 소설을 쓰는 <인베이더 그래픽>, 돈을 주면 원하는 꿈을 살 수 있는 <박현몽 꿈 철학관>, 현실이 아닌 이상 국가를 향한 염원을 다룬 <아이슬란드>은  모두  픽션임과 동시에 논픽션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잘 담아냈다 볼 수 있다.

     

     <1인용 식탁>은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을 먹는 주인공 오인용이 혼자 밥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 이야기다. 강의 내용은 정말 흥미롭다. 분식집, 패스트푸드점을 시작으로 절대 혼자서는 가기 힘든 레스토랑, 고깃집으로 확대된다. 정말 이런 학원이 존재하고 있는건 아닐까.  학원에 다니면서 주인공은 어디서든 혼자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은 동질감이며 소통은 아니었을까. 

     

     ‘내가 배우고자 했던 것은 혼자 자유롭게 먹는 방법이었으나,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수강 기간 동안 내가 혼자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안이었다. 1인으로 구성된 체인점 같은 것.’ p 43 나만이 군중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오인용은 핵가족을 너머 1인 가족 세대의 표본은 아닐까 한다.

     

     등단했으나, 가족들이 모두 실업자 대우를 하는 소설가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휴지에 소설을 쓰는 <인베이더 그래픽>은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듯하다. 소설가의 이야기와 그녀가 쓰는 소설 이야기로 액자형태를 이룬다. 소설 쓰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백화점 화장실은 안락하기까지하다. 화려하고 거대한 백화점의 순찰대와 CCTV를 피해 다니는 소설가의 모습이 슬퍼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아이슬란드>에서는 반복되는 일상, 고달픈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마주한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듯, 아이슬란드는 지상 낙원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추상어였다. 사람마다 번역이 다르고, 정의되는 것도 다른,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단어. 그게 아이슬란드였다. 추상어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반대말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던 나는 아이슬란드의 반대쪽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  p268 소설을 읽는 동안 검색창에 아이슬란드를 넣었다. 정작 그곳은 화산이 폭발로 공황상태였다. 소설의 주인공도, 윤고은도 아마 그랬겠지 싶어, 헛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른 아이슬란드를 여전하게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빈대로 인한 두려움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달콤한 휴가>, 무인 모텔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에피소드 <로드킬>은 머지 않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 할 세상에도 한낱 벌레는 거대한 공포가 될 것이다.

     

     <무중력 증후군>이 미완성의 조각이었다면, <1인용 식탁>은 거의 완성에 가깝다 하겠다.  장편과 단편이 갖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윤고은의 단편은 훨씬 좋았다. 터무니 없는 상상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확장된 상상은 매력적이었다. 이제 윤고은의 상상 세계에 서슴없이 발을 내딛을 것이다.

  •   기억이 희미하지만 연초에 모 방송에서 '혼자 밥먹기' 주눅들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앵커가 "요즘 싱글족을 위한 ...
     

    기억이 희미하지만 연초에 모 방송에서 '혼자 밥먹기' 주눅들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앵커가 "요즘 싱글족을 위한 식당들이 인기"라며 '바(bar)' 같은 테이블에 1인용 돌구이판을 보여주던 화면이 생각난다. 양쪽 칸막이가 쳐진 독서실 같은 식당과 '나홀로족'을 위한 테이블을 갖춘 카페가 인상적이었다. 그러구 잊고 살았는데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일본 대학생들 가운데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다. 이미 일본은 10년 전부터 '런치메이트(점심동료) 증후군'이라하여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하면서 빵을 먹거나 칸막이가 쳐진 식당에서 식사하는 문제가 거론된 모양이다.

     

    2008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는 윤고은씨를 사실 잘 모르지만, "1인용 식탁"이란 제목에 끌려 책을 손에 잡았다. 책을 펼치니 단편 여덟과 중편 하나가 실려있다.

    제일 먼저 수록된 이 '1인용 식탁'은 2009년 실천문학에 실린 작품이라는데, 모티브가 참신하고 시사적이며 글을 풀어가는 재기가 여간 아니다. 아마도 이즈음에 인기있었던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혼자 밥먹기의 진수를 보여주던 지진희와 눈치보며 깨작거리던 엄정화와 오버랩되는 바가 있다. 사실 직장에서 따돌림 비슷하게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고역! 이상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마치 자신이 사회성 떨어지거나 성격적 장애가 있는걸로 여겨질까 겁이난다. 주인공은 이렇게 점심시간마다 찾아오는 '홀로 밥 먹기'의 극복을 위하여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다니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오늘 날 직장인의 한 단면을 냉철하게 꼬집어 보여주는 플롯이 인상적이다. (박완서씨가 이 소설을 현대문학상 후보로 추천했었다.)  외로움이 깊으면 고독이 되고, 고독이 깊어지면 병이 된다 했던가? 그 병은 지독한 그리움에 맞닿아 있다고 어디선가 들은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끝처리가 매우 간결하면서도 인간심리에 빗대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ㅎㅅ할래요?"
    '달콤한 휴가'는 모든 남성들의 로망으로 출발한다. 커피메이커, 해외여행, DSLR, 그리고 교사인 아내(ㅎㅎ~)... 그런데 '빈대'가 문제다. 빈대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집착과 두려움이 어떻게 집단적 광기로 이어지는 지를 빗대어 쓴 글 같다. 지역신문에서 발견하는 동명이인의 부고가 던지는 늬앙스가 묘한 반전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인베이더 그래픽'이란 단어를 솔직히 처음들었다. 얼른 인터넷을 서핑하니 1978년 시판된 "Space Invaders" 라는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 모양으로 만든 타일조각으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타일을 붙이는 방식이랜다. 세계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는 어떤 예술가의 작품에 열광하며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미지를 찾아보니 나오는게 있어 하나 소개한다. 파리의 마레지구에서 발견한 거라는데, 다음에 파리갈때 확인해 볼 요량이다. 
    소설의 모티브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 내용(?)인 듯한, 백화점 화장실을 작업실처럼 이용하는 백수 소설가의 서걱거리는 한나절과 얽히면서 삶에 옥죄이는 현대인의 탈출구와 같은 인베이터 그래픽이 이 가슴을 시리게한다. 백화점 옥상이 디딤돌처럼 다가오는 위태로움이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저만치 떨어진 거리에서 누군가가 탐지기를 앞으로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탐지기의 바늘이 멈춘다. 내 앞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내 앞에 나타난다. 역시 현실의 팍팍함에 대한 냉소이며 분열이다.

    '박현몽 꿈 철학관'은 독특한 상상력을 작품화 하였다. 바쁜 사람들에게 꿈을 대신 꾸어주고 파는 직업을 둘러싼 정신분열적 소재가 읽는 이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꿈을 꿀 수 없게된 박현몽의 몰락이 우리네 팍팍한 삶의 현실같아 서글프고 찹찹한 여운이 마음을 스친다. 물욕, 성욕 등의 욕망과 문학가의 고통까지 내재된 불안이 굳이 들여다 보고 싶지않은 현실의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과정이 왠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로드킬'은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소설이다. 고지대에 우뚝솟은 무인모텔에 판타스틱 러브(이벤트용품 자판기 이름이지만 의미와 상징으로 보면 된다)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주인공이 눈에 갇혀 모텔에서 고생하다가 야생동물화 되어서는 트럭에 치여 죽는 스토리인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적 현상을 적절히 소품화하여 가미함으로써 녹녹치않은 이야기를 빚어내고 있다. 행간을 읽지않으면 무미하고 말도안되며 흥미가 떨어진다고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물질에 의해 인간성이 해체되어가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문제작이라 할 수있다. 물론 여기서도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서걱거리는 느낌이 여전히 남아돌지만, 가볍게 외면할 작품이 아니다.
    '타임캡슐 1994'는 서울천년타임캡슐사업으로 서울정도 600년을 맞이하여 1994년 11월 29일에 매설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400년 후에 열기로 한 타임캡슐이 고작 14년 만에 다시 열어볼 수 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과 수장품 중 목록에 나와 있지 않은 시디가 주는 의미, 죽은 남편의 딸과의 관계가 서로 연결하면서 풀어나간다. 600점의 문물 중 이후 거짓으로 밝혀진 업적, 표절로 밝혀진 노래 등을 놓고 언급되는 진실의 의미에 밑줄을 그어본다.
    '아이슬란드'. 잠깐 소설의 한 부분처럼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를 혼돈한다. 이번에 화산폭발로 유럽을 마비시킨 그 나라다. 일상의 고단함에 항상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잘 살린 작품이다. 대한민국 국민 적성도를 평가해 주던 사이트 이름이 '세탁소'라는 발상에 살짝 미소를 보낸다.
    '피어싱'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문학가의 습작시대인 이 시기는 이런 정신분열적 엽기를 잘다스리면 정말로 문학적 재능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아마도 신선하고 풋풋한 젊은 발상이니 세태고발성 이슈를 제대로 표현했느니하는 찬사를 받았을 듯 하다. 작가의 소설 전반에 흐르는 조화롭지 않는 감각이 오히려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도발적이고 짜릿함이 있는 문제작품이 분명하나 나는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홍도야 울지 마라'는 중편이라고 보아야 할 듯하다. 초등학생치고는 너무 빠른 감성의 화자(話者)가 풀어내는 눈높이가 조금은 아찔하다. 초등 4학년 정도면 진짜로 홍도와 같은 수준의 사고를 하는걸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일부가 차용되어 현대화된 듯한 느낌도 드는 이 소설은 차라리 장편으로 플롯을 다시 짜면 어떨까? 꽤 괜찮은 소설이 될 듯도 한데...

     

    작가 윤고은의 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읽기였다. 아직 젊은 작가인지라 소설의 흐름이 한방향으로 서걱거림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정돈되지않아 생소한듯한 플롯도 나름 흥미를 느끼게 한다. 결코 가볍지 않는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독특한 상상력에 버물려 은근슬쩍 우리에게 되돌려 풀어내는 솜씨는 앞으로 많은 발전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단편만 가지고 이 작가의 세계와 능력을 가늠하기엔 아직 이르다. 반짝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서걱거리는 어설픔이 묵광墨光처럼 은은해질 때 한국 문단사에 이름을 더높일 수 있을것이다. 나름의 내공이 쌓여 제대로 들이댄 장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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