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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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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쪽 | 규격外
ISBN-10 : 8937488701
ISBN-13 : 9788937488702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중고
저자 류신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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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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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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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 책 상태가 깔끔하고 좋아요 5점 만점에 5점 joylee2*** 2020.09.22
775 책의 상태가 양호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hsongk*** 2020.09.19
774 김사합니다 수고하세요 5점 만점에 5점 ggoodd*** 2020.09.18
773 제가 지방에 거주하는데, 중고책 주문 후 다음날 받아보긴 처음이네요. 배송과 포장에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소독해주셔서 넘 좋네요. 잘 읽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hoon3*** 2020.09.12
772 너무깨끗해여!!! 배송도 나름 빠르고 ㅠㅠㅠ 5점 만점에 5점 nmj9***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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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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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관상학자 벤야민과 구보, 서울을 걷다!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모티프를 얻은 독특한 서울 탐방기이다. 80년 전 경성 시내를 주유했던 ‘거리 산책자’ 구보 씨를 2013년 지금의 서울 거리로 불러내 서울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탐사하며 소설과 대중가요 등의 문화 텍스트를 다양하게 인용하여 벤야민식 도시 읽기를 시도한다.

김승옥이 《서울, 1964년 겨울》에서 표현했듯이 “모든 욕망의 집결지”인 서울의 영등포에서 출발해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 홍대 입구, 코엑스, 가로수길, 강남역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책하며, 구보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풍부한 텍스트와 그림, 사진을 해석하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욕망의 근원을 추적한다.

저자소개

저자 : 류신
저자 류신 (柳信)은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현대 독일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 「세기말, 책과 젊은 시인들」이 당선되어 등단한 후 한국 문학과 독일 문학을 비교하고, 시와 회화, 도시 공간과 인문학의 접점을 모색하는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다성의 시학』(2002), 『수집가의 멜랑콜리』(2010), 『장벽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2011), 공저로 『통일 독일의 문화 변동』(2009), 『독일 신세대 문학』(2013)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1 영등포에서 숭례문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 버스 | 프로젝트 | 은행 | 노량진 수산 시장 | 고시원 | 산책자 | 한강철교 | 63빌딩 | 국립중앙박물관 | 타워 크레인 | 용산 남일당 | 서울역 | 숭례문

2 경복궁에서 서울광장까지
경복궁 근정전 회랑 | 통인시장 | 광화문광장 | 광화문 사거리 | 청계광장 | 서울시청 | 플라자호텔 | 서울도서관 | 서울광장 분수대

3 롯데호텔에서 세운상가까지
롯데호텔 아케이드 | 정오 | 롯데백화점 | 러브릿지 | 신세계백화점 | 지하도 | 명동 눈스퀘어 | 이동 통신 대리점 | 맥도날드 | 올리브영 | 명동성당 | N서울타워 | 청계천 | 세운교 | 세운상가

인터로그
지하철

4 홍대 입구에서
탐앤탐스 |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초안 | 르네상스 안경점 | 스타벅스 | 던킨도너츠 | 버거킹 | 배스킨라빈스 | 편의점 | 주유소 | 가두판매점 | 피로 사회 | 파사주 | 광고탑

인터로그
지하철 | 야간 비행 | 한강시민공원 | 승강장 | 롯데월드

5 코엑스몰에서
코엑스몰 | 네일숍 | 헤어숍 | 메가박스 | 비디오 아케이드 | 아쿠아리움 | 성형외과 | 반디앤루니스 | 웰빙 | 태평양홀 | 삼성역

인터로그
택시

6 가로수길에서 강남역까지
가로수길 | 러버콘 | 횡단보도 | 강남대로 | 강철 도시 | 엔제리너스 | 도시 극장 | 도시의 신 | 강남역 캐노피 | 유리 도시

인터로그
광역 버스

7 다시 영등포에서
표범 | 주상 복합 | 가로등 | 아파트 | 포스트잇

에필로그
참고 문헌
도판 저작권

책 속으로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서울의 거리를 걸었다. 거리 답사가 서울을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는 대도시 삶의 양식이 라이브로 공연되는 무대, 말하자면 동시대 문화가 발생하고 진화하는 역동적인 현장이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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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서울의 거리를 걸었다. 거리 답사가 서울을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는 대도시 삶의 양식이 라이브로 공연되는 무대, 말하자면 동시대 문화가 발생하고 진화하는 역동적인 현장이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거리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도보 체험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다. 산책의 호흡에서 사유의 리듬을 발견한 고대 그리스 소요학파의 후예가 되고 싶었다. 더불어 생활 공간 서울을 순례하며 나의 존재론적 좌표를 재정위하고 싶었다. 서울의 풍경을 온몸으로 품고, 진심으로 느끼고 싶었다. 요컨대 서울이라는 필연적 운명을 사랑하고 싶었다. 이 책은 서울에 대한 내 애증의 기록이다.
―「책머리에」

길바닥에는 단풍보다 화려한 학원 전단지들이 나뒹구는, 취업과 진학과 신분 상승 욕망의 격투장. 시험에 대해 떠도는 각종 정보와 루머들을 짙은 담배 연기 속에서 공유하는, 서글픈 청춘의 피난처. “합격해야 탈출할 수 있는 섬, ‘노량도’”(김애란, 「서른」). 여기가 바로 노량진이었다.
―「고시원」

서울의 욕망을 온몸으로 대변하는 기중기가 바로 타워 크레인이다. 꼿꼿이 서 있던 타워 크레인이 허리를 굽히고 주저앉으면 욕망 하나가 축조된 것이고, 저놈이 다시 허리를 곧추세우면 또 다른 욕망이 발기한 것이다. 서울은 언제나 공사 중이다.
―「타워 크레인」

오늘날 서울역은 소설가 구보 씨가 낭만적인 여행의 출발점으로 동경하던 경성역과는 너무 다르게 진화했다. 출발과 도착이라는 정거장의 역할 이외에 부차적인 기능이 너무 많이 입점했다. 소설가 구보 씨가 느꼈을 여행의 행복을 맛보기에는 역사가 너무 상업화됐다. 추억을 담기에는 역사가 너무 자동화됐다.
―「서울역」

구보는 산책하듯 백화점을 거닐며 ‘잘 배치된 부’를 감상했다. 백화점은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가장 세련된 형태로 극대화한 공간이다. (중략) 정교한 연출과 마술적 배열을 통해 상품을 영원한 숭배의 대상으로 만드는 거대한 욕망의 사원이다. 요컨대 백화점은 자본주의의 신흥 종교다.
―「롯데백화점」

구보는 몸을 돌려 왔던 통로를 거슬러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눈을 감았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케이드는 바로 이곳이다.
물론 외형만 염두하고 내린 결론은 아니었다. 이 아케이드에는 교활한 상품 물신이 숨어 있지 않았다. 검은 입을 벌린 무시무시한 자본의 악어도 없었다. 행인을 매혹하는 “계산된 몽환극”이 연출되는 쇼윈도도 부재했다. 이곳에는 인간의 욕망을 농락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없었다. 대신 ‘기도하는 손’이 있었다. 오직 고요와 침묵이 흘렀다. 이곳에는 삶에 대한 진득한 반성이 있었고, 누군가를 향한 진심이 있었으며, 바람직한 삶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있었다. 불의에 저항하는 양심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요컨대 이곳은 아름다웠다. 형식과 내용, 물질과 정신이 신비로운 합일(unio uystica)을 이루어 낸 속세 속 성소였다.
―「명동성당」

구보는 서울의 하계로 내려갔다. 서울이라는 “미로의 내장” 속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역 벽에 걸린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잠시 훑어보았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선들이 제각기 달리고 꺾이고 다시 달리면서, 또 서로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서울 지하 세계의 거대한 성좌를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미로의 내장도 미로였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일상의 동선이 만들어 내는 고유한 별자리를 몇 개씩 갖고 있을 터였다.
―「지하철」

첫인상은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흡사 도서관 같았다. (중략) 이제는 공부도 유행하는 옷을 입고, 개방된 공간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만든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며 ‘멋있게’ 하는 광장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 구보는 생각했다.
―「탐앤탐스」

이곳은 단순히 손톱을 관리받는 곳이 아니라 내 몸의 아주 작은 일부도 아주 소중함을 누군가에게 승인받고 인정받는 곳이었다. 자존을 관리받음으로써 기분을 구매하는 곳이었다. 고된 노동과 팍팍한 일상이 나이테처럼 축적된 지저분한 손톱과 냄새나는 발톱을 화려한 에나멜로 분칠하는 곳이었다.
―「네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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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모티프를 얻은 독특한 서울 탐방기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류신은 현대 독일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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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모티프를 얻은 독특한 서울 탐방기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류신은 현대 독일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문학자이자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두 권의 평론집을 낸 문학 평론가다. 그는 이 책에서 80년 전 경성 시내를 주유했던 구보 씨를 2013년 지금의 서울 거리로 호출해 서울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탐사하며, 소설, 시, 회화, 조각, 대중가요 등의 문화 텍스트를 시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풍성하게 인용해 벤야민식 도시 읽기를 시도한다.
공간은 곧 인간의 실존 양식을 해독하는 실마리다. 도시의 거대한 풍경 속에 은폐되고 망각되었던 사소한 이미지들이 깨어날 때 도시와 도시 거주자의 행위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문학과 예술의 독법으로 관찰한 서울은, 자본주의와 상품 물신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 욕망과 감정, 의식과 무의식을 총체적으로 지배하고 소비 욕망과 개발 욕망이 정치, 경제, 사회뿐 아니라 문화와 생태 문제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간이다. 한편으로는 물질적 욕망보다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명동성당처럼 자본의 환등상을 물리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기도 하다. 류신이 남긴 이 기록은 공간에 스민 문학의 기억을 되새겨 우리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탐색하는 21세기판 아케이드 프로젝트다.

■ 서울을 걷는 도시 관상학자 벤야민과 구보
소설 한 문장에서, 시 한 구절에서, 그림 한 점에서
근현대의 욕망이 응축된 서울의 진면목을 드러내다


저자 류신은 서울 출신이 아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러나 20대부터 집과 학교, 집과 직장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다. 즉 ‘서울에’ 살지는 않으되 ‘서울을’ 살았다. 그래서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이곳, 전국 각지의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모든 욕망의 집결지”(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서울이 궁금했다. 하나의 공간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가능한 한 다양한 차원에서 장소성(placeness)을 살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거리로 나가 서울을 구성하는 시각적 현실을 체험하고 시와 소설, 그림과 사진을 동원해 그 사회 문화적 함의를 해독했다.
특히 문학 텍스트는 서울의 이미지를 채집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었다. 문학은 특정한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살아 내는) 인간의 삶을 드러내 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유하)나 「햄버거에 대한 명상」(장정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당장 동시대의 문학에서 서울과 서울살이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래된 것’을 ‘없애야 할 것’으로 혼동하는 개발 욕망의 야만적 태도를 지적하거나(황정은, 『백의 그림자』) 편의점에서 소비자라는 비교적 평등한 정체성을 획득하고 안심하는 현대 도시인을 발견해(김애란, 「나는 편의점에 간다」) 내는 것이 그 사례다.
책은 주인공 ‘구보’가 2013년의 어느 날 아침 집을 나서면서 시작되고, 자정을 지나 귀가하면서 마무리된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인 거리 산책자라 할 만한 소설가 구보 씨처럼 21세기의 구보도 하루 동안 서울 거리를 산보한다. 다만 80년의 세월을 거치며 급격히 넓어진 서울을 돌아다니기 위해 도보 외에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구보의 산책은 영등포에서 출발해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 홍대 입구, 코엑스, 가로수길, 강남역으로 이어진다.
구보는 산책을 통해 서울 곳곳에서 자본주의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목격한다. 서울은 무엇보다 소비 욕망으로 작동한다. 불안정한 삶이 주는 두려움을 구매와 소유 행위로 덮으려는 소비자 대중은 백화점과 호텔,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쇼핑에 목을 맨다. 자본주의의 욕망은 과도한 개발에서도 드러난다.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는 “건축은 명백히 한 시대를 ‘고발’한다.”(『반하는 건축』)라고 했다. 세운전자상가처럼 이제는 몰락한 욕망도 있지만 그 너머로 지금도 타워 크레인은 솟아오른다. 개발은 ‘재’라는 접두사가 붙으면서 영원한 동력을 얻었다. 1990년대 수도권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개발 욕망은 2000년대에 다시 서울 안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온갖 뉴타운과 도심 재개발 계획 앞에 “서울은 언제나 공사 중이다.” 용산 곳곳에 외팔 십자가처럼 꽂힌 타워 크레인이 바로 지금의 한국을 고발하는 증거물이다.

■ 무감각한 일상에 균열을 내는 문학적 몽타주의 실현
보다 나은 삶을 상상하는 씨앗이 되다


주지하듯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독일의 문예 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 죽기 전 13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연구다. 본래 ‘열주(列柱)로 지탱되는 아치형의 천장을 가진 구조물과 그것이 조성하는 개방된 통로’를 일컫는 아케이드는 19세기 초반 파리 도심의 상가 모델로 도입되어 번성하다가 백화점의 등장으로 몰락했다. 벤야민은 한때 “상품 자본주의의 원조 신전”(『아케이드 프로젝트』)으로 번성한 이 쇼핑 공간을 미시적으로 탐사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기원을 천착하고자 했다. 그는 또한 산책 애호가였다. 파리 시내를 직접 걸어다니며 남들이 쉬이 지나쳐 버리는 자질구레한 것들에 관심을 보였고 그 사소한 파편에서 자본주의의 문화적 뿌리를 예리하게 들춰냈다.
벤야민이 19세기 자본주의를 해체한 다음 그 조각들로 자본주의 자체를 새롭고 낯설게 재구성하려 한 것처럼 이 책도 주인공 구보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종한 텍스트와 그림과 사진과 이에 대한 해석을 뒤섞어 동시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욕망의 근원을 추적한다. 벤야민은 『일방통행로』에 이렇게 썼다. “의지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표상된 이미지뿐이다.” 눈앞에 펼쳐진 서울의 풍경이 기성의 문학, 예술 작품과 조우할 때 생성되는 변증법적 이미지(사유이미지, Denkbilder)는 특유의 낯설게하기 효과로 타성에 젖은 인식에 충격을 가한다. 그리고 낯선 이미지를 통해 각성된 인식은 견고한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낳는다.
상품 소비 공간으로 전유(專有)되었던 아케이드는 류신에 이르러 건물과 건물을 잇고 길과 길을 연결하며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소통의 네트워크로 재해석된다. 대중은 상품 소비자가 아닌 ‘나’와 ‘너’라는 사람으로 재발견된다. 그렇게 이 책은 단순한 도시 인상기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서울의 이미지들 속에서 사유와 인식의 해방을 돕고 다른 삶의 양식, 다른 도시의 모습을 꿈꾸는 가능성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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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차이는 발터 벤야민과 구보와 류신의 사유 뭉치들이  공존하는 방식에 있다. 이 세 사람은 구보의 사유 속에 한 덩어리...

    차이는 발터 벤야민과 구보와 류신의 사유 뭉치들이  공존하는 방식에 있다. 이 세 사람은 구보의 사유 속에 한 덩어리로 공존하고 있지만 그들의 동거는 좀 관계가 모호하다. 세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가 두 사람이었다가 세 사람이었다가 하면서 편할 대로 합체와 해체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택배기사가 벤야민 씨 계십니까? 하고 물으면 구보가 문을 열어주고 본인이라며 사인을 하고, 또다시 구보씨 계십니까 하면 예 접니다 하면서 사인을 하고, 류신씨를 찾는데요 하면 실은 제가 류신이지요 하면서 사인을 하는 식이다.

     

    류신은 서장에서 '벤야민을 향한 오롯한 사랑을 체현하는' 산책자 구보씨를 소환하겠다고 하면서, 이 책 속의 구보는 '식민 경성의 거리를 주유한 최초의 플라뇌르'이며 1930년대 박태원에 의해 처음 창조된 버전에 가까운 캐랙터로  '문학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낙차를 경험하는 다중적 정체성을 지닌 입체적 인물'이라 소개한다.  이해는 되지만 비일상적 어휘의 남발로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이 말을,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내 식대로 정리해 보면 그러니까, 벤야민이 남긴 [아케이드 프로젝트] 골격에 서울이라는 장소를 대입하여 벤야민의 철학대로 사유하고 밴야민의 시선으로 서울을 탐색해 보겠다. 그런데 저자인 류신 자신은 빠지고 벤야민의 페르소나를 가진 구보라는 산책자를 등장시켜 벤야민의 사유를 모방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보는 이 책에서 화자의 역할을 맡는디. 소설처럼 쓰여진 도시문화예술비평 쯤으로 여기고 읽으면 되겠다. 소설의 형식을 모방하여 구보라는 살아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비평적 내용에 감성과 주관과 생동감과 자유를 시도하는 것은 색다른 발상이다. 저자는 이를 로맨티시즘이라고 명명했다. 이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독자에게 주지시키는 방식은 조금 뜬금없다. 구보가 홍대 앞 탐앤탐스에서 만난 친구 K씨와의 대화에서 본인은 지금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설인 동시에 평론인 장르라고 하면서,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개요를 소개하고, 스스로의 책에 색다른 발상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러니까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류신이 출간한, 소설이면서 동시에 문학평론인 이 책이기도 하면서, 책의 내부에 등장시킨 구보가 진행중인 평론인 동시에 소설인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자주 화자의 시점에서 길을 잃는다.  '벤야민이 말했던 아케이드의 특성을 상기했다.', '벤야민이 말했던 아우라가 감지됐다.' '벤야민은 썼다', 그리고 구보의 사유는 그 벤야민을 상기한, 벤야민이 말했던, 벤야민이 썼던 방식 그대로 서울로 장소를 옮겨와 재현된다. '오롯한 사랑'이 일종의 사유의 모방이라 할 수 있겠다. 벤야민은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았기 때문이었는지 가끔 구보가 추구하는 언어는 뜬금없으리만큼 현학적이고 거칠게 느껴진다. 결국 구보가 산책하면서 등장시킨 수많은 도시 이미지의 텍스트들은 류신과 구보가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프로젝트 자료이다.

     

    아케이드는 지상의 빡빡하고 누추한 현실을 잠시나마 망각시켜 주는 판타스마고리아 즉, 요술 환등의 성전이지만 갖고 싶은 상품을 향한 리비도가 이 상품을 결코 소유할 수 없다는 각성과 꼼짝없이 독대하면서 우울이 생성되는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다.(p.101)

     

    판타스마고리아, 요술 환등, 리비도 같은 단어가 내게 전달하는 독자와 필자와의 간극에 나는 작은 소외감을 느낀다.  머리맡 스마트폰을 더듬거려 찾아 쥐고 구글링을 한다(역시나 가장 정확한 정보는 위키피디아 계열의 사용자 저작 기반의 백과사전 사이트가 진리다). 잠시 반문해본다.  무엇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까지 소외감을 맛봐야 하지. 무엇 때문에 저들의 세상 속으로 편입하려 안달하는 거지..  얼마 전에 읽은 진중권의 미학에세이에서 밝힌 김규항의 주장 중 일부인 "어느 나라에서건 평론은 주로 평론가와 평론가 지망생, 인텔리들끼리 읽는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평론가, 평론가 지망생, 인텔리(의 범위는 애매하지만)의 넓은 원. 그 원 안의 주체들은 넓은 층을 끌어들고자 고군분투하기도 하지만, 거기엔 분명 파나고마고리아, 요술환등, 리비도, 아비투스 와 같은 단어들이 주석없이 소비되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저자의 방대한 자료 수집과 지적인 탐구로, 서울이라는 장소를 시대가 지닌 문화 예술적 생산의 파편들과 아울러 탐색하고 비판하는 탁월한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구보씨는 서울을 산책하며 포착된 이미지들을 문학의 텍스트들과 대면시킨다. 많은 문학 작품들이 도시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것들은 구보씨의 발길 닿는 곳, 구보씨의 시선이 머물고 사유가 시작되는 곳에 그림자처럼 동반한다. 문학 작품 내의 텍스트를 떠올려서 사유를 길어 올린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심지어 구보씨는 류신이 이 책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자료 조사를 거쳐 탈고하는 단계의 축소판인 문학적 몽타지를 조동범의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에 대한 평론의 한 형태인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초안]으로 재현한다. 중첩된 구조 안쪽의 구보가 서술하고 매듭짓는 벤야민과 조동범의 문학세계에서의 연관성과 차별성은 류신이 구보를 등장시켜 해체하고 있는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중첩된 구조는 또 다른 바깥 중첩인 구보의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속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임과 연결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구보가 자신의 화신인 구보2를 만들어 내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끝내고 사회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은 류신이 구보를 만들어내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끝내는 과정과 등치 관계가 아닐까. 어쨌든 류신은 '현실의 리얼리티를 직시하되 마음껏 현실을 굴레에서 이탈하는 해방의 글쓰기'를 하고 싶은 속내를 구보를 통해 드러낸다. 구보는 유학 후 룸펜 생활을 하며 창작 활동을 하지만 류신은 구보가 외면하고자 했던 그 철저히 자본주의 속에 깊숙히 편입된,  교수라는 사회적 입지를 구축한 사람이다. 어쨌든 조동범의 평론의 한 형태인 초안에서 공간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의 구체성은 구보의 산책을 담은 서울 아케이트 프로젝트에서 생동감있게 재현된다.

     

    구보는 ...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상이 아니라 이미지의 파편을 통해 진짜 서울의 풍경을 독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p99)

     

    작가 류신은 구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책 서울 아케이트 프로젝트를 스스로 평론했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과정 중의 사유 중 하나로 슬쩍 끼워넣은 똘똘하고 계산된 곳곳의 장치들이다. 나처럼 가끔씩 길을 잃고 헤매는 독자들에게는 유용하나,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책의 해석을 중간 중간에 권유당하는 느낌도 든다. 

     

    구보가 산책했던 서울은 벤야민이 비판했던 '상품 자본주의의 원조 신전이었던 아케이드의 생명력과 끈질긴 적응력'을 보여주는 '신자유주의의 물신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 욕망과 감정, 의식과 무의식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무서운 세상'이었다.


     

    경복궁 근정전 회랑은 '치욕의 역사가 진열된 고궁의 아케이드'였고, 서울광장은 '서울이라는 욕망의 분화구'였으며, 서울시청은 '21세기 통섭과 혼종의 시대를 서울의 '중심의 중심'에서 건축으로 현시'하였다. '자본주의를 신흥 종교'로 떠받들어지는 세상에서, 백화점은 구보에게 상품 물신이 존재의 공허를 일시적으로 위무해주는 자본주의의 예배당'이며, 그곳을 쇼핑하는 사람들은 '생의 불안과 두려움을 상품 구매와 소유로 보상받으려는 신도'들로 읽힌다. 오래 전 구보에게, '금지된 욕망이 밀거래되는 곳'이었던 세운상가는, '한국 근대 산업 자본주의의 신화가 좌절된 유토피아의 폐허'이다. 홍대 입구에서는 '상업자본의 진군'을,지하철 노선도에서는 '자기 일상의 동선이 만들어 내는 고유한 별자리'를 상상했고, 지하도는 '뒤죽박죽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시종일관 한 곳으로 모아 담는 도시의 깔대기'를 떠올렸다. 

     

    자동판매기에서 캔음료를 꺼내 마시며, 지불능력이라는 전제조건이 만족된다면, '서울에서 욕망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즉각적으로 충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하철은 '대도시에 새로이 출현한 무표정한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하며 승객들의 표정에서 '어떠한 상황에도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무관심의 의지'를 본다. 현대 소비 사회의 상징물들을 예의 관찰하면서 무기력하고 볼모화된 현대인의 삶을 포착하던 그는  버거킹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현대인은 사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사물이 지닌 기호나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결론내린다. 그리고 코엑스 수족관에 들러 수마트라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비루한 자화상'을 본다.

     

    반디앤루니스에서 발견한 청소년 권장도서 변신을 보며 떠올린 카프카. 출근하면 성실했고 퇴근후엔 필사적이었던, 생활을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아실현을 위해 일상의 답답함을 무시하지 않았던  카프카의 정수리에 정확히 8:2로 나뉘어진 가리마를,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밥벌이에 비해 네 배는 무겁다는 등식을 대입해 본다. 그렇다 결국 밥벌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이든 욕망이든 소비이든 밥벌이의 무거운 어깨는 제도를 떠나, 사회를 떠나, 그 모든 것을 초월해서 근원적인 최소 자유를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한국종합무역센터는 신자유주의라는 유령이 통치하는 거대한 제국의 거점이며, 이 제국의 건물과 건물들은 다양한 아케이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그래서 경계가 없다.  요컨대 아케이드는 신자유주의라는 제국의 혈관이라 결론내린다.

     

    구보는 떠올린다. 벤야민은 '대도시와 그 속에 매몰된 소비 대중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결코 유토피아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나는 즉각적으로, 유토피아는 커녕,  근간 연일 이슈가 되어온 일련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하나의 구호 안에 뭉쳐지고 있는 현상들을 떠올렸다. 구보씨는 안녕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유학을 다녀왔고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구보씨는 현 체제 내에서 안녕할까?  물론 안녕하지 않다. 아직은. 그렇지만 체제 속에 안녕하려는 의지는 구보의 마지막 탈고를 마치는 과정과 룸펜을 벗어나기로 작정한 일련의 일상들을 짧게 기술한 에필로그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벤야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본의 물신이 대중에게 주입하는 현혹의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사유 이미지들을 포착하려고 애썼다는 창작의도를 다시 한 번 밝히며 끝을 맺는다.

     

    청계천에서 구보는 자신의 우울이 자유의 다른 얼굴이 되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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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구보씨와 함께하는 서울 아케이드 탐닉 문득 생각해 보니 출근길 지하철 모습이 많이 변해있다. 얼마전까지만...

    소설가 구보씨와 함께하는 서울 아케이드 탐닉


    문득 생각해 보니 출근길 지하철 모습이 많이 변해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메트로 등 무가지를 나누어 주었고, 대부분의 앉아 있는 승객들은 이런 무가지를 보거나 신문을 보았다. 객차 내 선반에는 이런 신문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이것을 수거해 가시는 분들이 별도로 계셨다.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 되면서 이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요즘은 아무리 사람이 많은 객차 내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으로 뉴스를 보거나 게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이 책은 건축 관련된 책으로 알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서점에서 잠시 보니 건축관련된 책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내려 놓았었는데 얼마전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이라는 책을 읽고, 그의 저서 중에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 다시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이 생각이 나서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아케이드란 긴 열주들 위에 유리나 지붕을 덮은 길로 비를 피할 수 있어 그곳에서 쇼핑을 하거나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들을 말한다. 발터 벤야민은 그의 저서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아케이드는 교통수단의 위험뿐만 아니라 변덕스러운 비바람도 차단하여 궂은 날씨에도 여유럽게 산책을 즐기거나 안락한 기분 속에서 진열된 상품을 구경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확보한다."라고 말한다. 파리에서 생활하던 발터 벤야민은 파리에 있는 아케이드를 탐닉했고,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저서를 썼다. 독일에서 공부를 마친 류신 교수는 이런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영감을 얻어 <서울 아케이트 프로젝트>를 썼다.


    책의 구성이 상당히 흥미롭다. 1930년대에 쓰여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구보씨를 등장인물로 하여 서울의 곳곳을 다니며 문학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연결시킨다. 이 책의 구성이 흥미롭다는 건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소설처럼 쓰여진 평론이라는 점 때문이다. 1930년대 쓰여진 소설 속의 구보씨와 같은 이름을 갖은 '구보'는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특별한 소득이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시작으로 광화문, 서울시청, 롯데호텔, 청계천, 종로, 세운상가, 홍대입구, 코엑스몰, 신사동 가로수길 답사하고 온다. 이 하루의 일과가 쓰여진 것인데 수많은 문학작품과 시들을 우리가 생활하는 서울과 건물들에 연관하여 썼다. 저자는 옛 소설의 주인공 '구보'를 등장시켜 사유이미지(Denkbilder)라고 하는 개념으로 서울을 탐닉한다. 이 사유이미지가 이 책의 구성을 흥미롭게 하는 장치인 것 같다. 저자가 설명한 사유이미지란 이미지로 응결된 성찰, 사유의 결정체로서의 이미지를 말한다고 한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좀 더 책을 읽어 보았더니 이렇게 설명을 해 준다. 언어적인 것과 시각적인 것, 문자와 이미지 사이의 경계가 해체되고 둘 사이에 새로운 접점이 모색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직관적인 인식의 구도이자 지각의 표상이라고 한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계속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대충 무슨 의미인 줄 알 것 같았다. 

     

    한쪽 구석에 설치된 거대한 오브제가 눈에 들어 왔다. 보라빛으로 빛나는 초콜릿 봉지에 금빛 리본이 묶여 있었다. 포스트모던 키치 예술의 제왕 제프 쿤스의 작품이다. 2011년 백화점 측이 300억 원에 구매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문제작이었다.  (중략) 항상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최고급 슈트를 입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중 앞에 선 그의 영리한 모습을 얄미워 했다. 현대 물질문명과 기술의 상징인 반짝이는 크롬 도금이 입혀진 보랏빛 초콜릿 봉지와 황금빛 리본. 참을 수 없는 키치의 가벼움. 리본을 풀면 저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품의 표제 또한 기가 막혔다 「신성한 심장」.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 즉 그리스도의 사랑과 속죄를 상징하는 오브제였다. 역설적인 이름이었다. 트리니티 가든, 즉 삼위일체 정원에 놓인 거대한 초콜릿 봉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간파했다. 물신과 상품과 욕망 이라는 '소비 자본주의 삼위일체'가 역사는 '신성한 심장'이었다."

    위의 글은 도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옥상정원인 '트리니티 가든'에서 본 제프 쿤스의 <신성한 심장>이라는 작품에 대한 단상인데 재미가 있다. 똑같은 사물을 보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저자가 대학교수이면서 등단을 한 문학가여서 그런지 책도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마지막 참고도서 목록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정말 많은 책들을 참고 했고, 연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세계 백화점 주변을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돌아 본 기억이 있는데 나름 즐거 웠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프랑스의 사진 작가 얀 베르트랑은 서울에 대한 첫 인상을 "서울은 자동차로 살해당한 도시다"라고 했다고 한다. 공감은 하면서도 씁쓸하다.


     

    책을 읽고 나서 아침에 문을 연 교보문고 타임스퀘어점에 간다는 구보씨를 만날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타임스퀘어 교보문고는 나의 아지트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구보씨가 이동한 동선은 나 역시 가족들과 종종 나들이 가는 곳들이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 같은 평론. 독특하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사진 자료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것과 그나마 있는 사진이 흑백이라는 점이 살짝 아쉽지만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책들이 몇몇 있다.

    서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으로 스테디 셀러인 <서울은 깊다>가 우선 먼저 생각났고, 서울의 곳곳을 다니며 역사를 탐독하고 스케치 했던 이장희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와 오기사의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가 생각났다.


    서울의 어두운 면을 함께 볼 수 있었던 책 <다시, 서울을 걷다>라는 책이 있었고, 서울의 진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고려시대때 부터 존재한 서울의 초기에 있었던 옛길도 찾을 수 있는 <오래된 서울>도 있다. 이런 책들을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도시 서울이 다시 경겹게 느껴진다. 지난 주에 갔었던 광장시장에서 먹었던 빈대떡과 막걸리, 육회가 생각나기도 하고, 중국인지 한국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 사람 많은 시장 속에서 즐겼던 포장마차의 소주 한 잔이 다시 그리워 진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 <서울은 깊다> 리뷰 : http://heiwan.blog.me/20087268760

    ​·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리뷰 : http://heiwan.blog.me/20153366609

    ·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리뷰 : http://heiwan.blog.me/20197888428

    ​· <다시, 서울을 걷다> 리뷰 : http://heiwan.blog.me/20197030485

    ​· <오래된 서울> 리뷰 : http://heiwan.blog.me/20197535888

  •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ys**5636 | 2014.01.0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대구,인천 등 광역도시 어디를 가든 아케이드 공간이 점증되어...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대구,인천 등 광역도시 어디를 가든 아케이드 공간이 점증되어 가고 있다.열주(列柱)에 의해 지탱되는 아치 반원형의 천장 등을 연속적으로 가설한 구조물과 그것이 조성하는 개방된 통로 공간을 아케이드라고 부른다.역사상 대표적인 아케이드 건축물은 콜로세움과 폼페이를 들 수가 있다.아케이드의 역사도 역사이지만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의 도시들을 명품화 한다는 명목하에 기존의 재래식 건물,재래식 시장 등을 일거에 헐어 내고 그 자리에 최신식 아케이드를 조성함으로써 쾌청하고 편리한 건축물의 공간과 위용을 과시하고 이동인구 확보,상업적 메커니즘을 겸비할 목적으로 아케이드의 조성은 도시문화의 대세가 되어 버렸다.
     
     나 역시 1980년대 초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했다.당시엔 현재와 같은 아케이드 공간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신식 건물보다는 아파트보다는 문화주택이 많았고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식 시장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대학촌에는 으례 싸고 맛있는 음식가들이 즐비하였다. 부모에게 타 온 용돈이다 보니 대학생들의 지갑은 얄팍한 투명지갑이었기에 당연히 일반 음식점보다 대학촌의 음식값이 매우 저렴하고 인기가 있었다.한참 먹을 나이였기에 부모에게 타 온 용돈은 금방 없어지다 보니 '신문배달'도 하고 열공모드에 들어가 중간,기말고사 성적이 좋으면 성적 장학금도 받았다.성적 장학금을 받게 되면 솔직하게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대신 부모님은 수업료 전액을 은행으로 부치셨는데 할머니와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장학금은 생활비로 충당할 수 밖에 없었다.아무튼 싸고 맛있으며 정이 오갔던 서민들의 발자취가 물씬했던 재래식 시장을 몇 십년 만에 가보니 이제는 상전벽해로 변했다.특히 교보문고 옆자리는 피맛골라고 하여 싸고 맛있으며 전통 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였는데 그 자리도 도시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아케이드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현대철학자이면서 유대인이었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1,2>를 글의 소재로 삼고 한국 현대소설가이고 9인회의 멤버이었던 구보 박태원작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의 내용을 소설가 구보가 가상 인물로 화(化)하여 그럴 듯하게 스토리를 전개해 주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구보의 실제 인물은 이 글의 저자인 류신이라고 생각한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1934년대에 출간되었기에 현재 시점으로 보자면 80년 전의 일이고,글 속의 구보는 80년 후에 환생하여 독자들에게 그의 신분과 위상을 고스란히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소설가 구보씨는 모더니즘 바람이 불던 1930년대 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된 지식인이고 무능력한 존재로 비춰졌는데 이 글에서도 그러한 내면을 반영하고 있어 문학작품과 예술성 간의 교묘한 매칭을 실감하게 한다.
     
     서울의 풍경을 여섯 군데로 나뉘어 안내해 주고 있다.영등포에서 숭례문,경복궁에서 서울광장,롯데호텔에서 세운상가,홍대입구,코엑스몰,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강남역 그리고 구보(저자)의 보금자리가 있는 영등포로 이어지게 된다.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서울의 모습은 검은 아스팔트 길과 무심한 인간군사아의 표정들 그리고 격자무늬를 띈 다양다종의 건축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의 모습을 저자는 사유적 이미지로 포착하고 소설가 구보씨를 가상인물로 거리의 산책자로 등장시켜 스토리의 흥미를 더 해 주고 있다.인문교양 서적이지만 현대 서울의 모습을 피상적인 것이 아닌 완전 발가벗겨 놓은 상태로 보여 주기에 생생하고 현장감이 짙기만 하다.개인적으론 30년 전의 서울의 모습과 현재 서울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어서 읽는 의미가 컸다.특이한 점은 류신저자는 현대소설가 뿐만 아니라 유명인사들이 남긴 서울과 관련한 글귀들을 인용하여 서울 아케이드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도를 높여 주었다는 것이다.
     
     "건축은 명백히 한 시대를 '고발'한다." - 함성호,『반하는 건축』-
     
     
     세종문화회관의 가늘고 긴 열주는 남성적이고 영웅적인 색깔이 짙은데 이는 박정희시대가 낳은 산물이고 복합상가의 최초의 대명사격인 세운상가는 짓자 마자 한국의 엘리트들이 대거 몰려 들어 갔던 곳이다.당시에는 파격적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아케이드라는 상품이 사유적 가치,이미지가 더해져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을지로 지하상가,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상가,태평로 지하상가 등이다.나아가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리면 코엑스까지 이어진 미로와 같은 아케이드 쇼핑몰과 하늘이 보일 정도의 반원형의 아케이드 형식,잠실역의 롯데월드 등은 소비자에 따라 도취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우울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케이드 문화가 결코 일반인들에게 즐거움과 도취성만 주는 것이 아닌 공간이다.군대식 규율사회였던 군사독재시절에는 ~해야 한다,~해서는 안된다 등이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제는 탈규제의 부정성을 폐기하고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띠는 '예스 위 캔'이라는 긍정은 사회의 긍정적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내 주면서 금지,명령,법률의 자리를 프로젝트,이니셔티브,모티베이션이 대신하고 있다.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규율 사회의 부정성은 광인(狂人)과 범죄자를 낳고 반면 성과 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의식 변화면에서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아케이드 공간이 확장되고 점증되는 것이 과연 명품도시,서울에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많다.좁은 공간을 밀도성 있고 상업적 메커니즘에 맞물려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한국 고유의 전통 건축양식을 시대에 맞게 잘 살린다면 관능미,시선의 교환,인간 상호 관계 증진,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에 일조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 나는 류신씨의 책을 처음 읽었다. 신간 목록을 정리하던 차에, 우연히 그의 책을 접한 것이다.   서울 아케이드 ...
    나는 류신씨의 책을 처음 읽었다. 신간 목록을 정리하던 차에, 우연히 그의 책을 접한 것이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라!. 벤야민이 떠오르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 이런 류의 책도 출간이 되어야 함을 느꼈다.
     
    저자의 처음 의도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 책을 서울의 공간, 즉 상품적 생태적 문화적 등등으
     
    로 짜여진 도시를  시와 문학으로 해체하고 결합한 시도는 나름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물론 해당 장소를 거론하면서, 인용된 시편들이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닐 지라도, 하나의
     
    시각을 열어준 점은, 문학의 시각으로 사회적 공간을 이런 식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류신씨의 본서는 어떠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읽혀질 수 있으
     
    며, 이 책은 어째서 읽어야 하는가,
     
    그것은 다양성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획일성을,즉 동일성을 강요받는
     
    시대에 부침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이며, 품격 있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까.. 열린 사고와 시각.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류신씨의 본서는 나에게 그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앞으로 저자의 눈부신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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