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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베시 헤드 선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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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쪽 | 규격外
ISBN-10 : 8954622720
ISBN-13 : 9788954622721
마루(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베시 헤드 선집 1) 중고
저자 베시 헤드 | 역자 이석호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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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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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외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미선택 제본불량 미선택 부록있음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31031, 판형 128x188(B6), 쪽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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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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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계급차별, 인종차별을 서정적으로 보듬어낸 작품! 인종-성-계급 해방을 이야기하는 아르리카 여성작가 베시 헤드의 장편소설 『마루』. 츠와나족 언어로 대자연의 기본원소를 지칭하는 ‘비바람, 폭풍우’ 또는 뇌운이 감도는 ‘먹구름’이라는 뜻을 가진 ‘마루’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척박한 아프리카 대지에 만연한 성, 계급 등의 차별을 뛰어 넘을 폭풍우를 몰고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프리카 부족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두 남녀의 결합을 그리고 있다.

외딴 딜레페 마을에 새로 부임해온 여선생 ‘마거릿’. 그녀는 이 마을의 부족이 노예로 부리는 마사르와 부족 출신임을 밝히고 마을에서 새 인생을 꾸려나간다. 마을의 대를 이을 왕족이자 주술사인 마루는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엇갈린 갈등과 편협한 마을 살림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루는 마거릿과의 결혼을 결심하는데…….

저자소개

저자 : 베시 헤드
저자 베시 헤드Bessie Head는 1937년 남아프리카 연방의 나탈에서 태어났다. 1948년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가장 격심했던 시기, 혼종-혼혈이 금기시되던 나라에서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혼혈유색인 ‘컬러드’만 받는 한 집안의 양녀로 자랐다. 친모가 백인이란 사실은 사춘기가 되어서야 밝혀졌다. 중등교육을 마치고 교사 시험을 통과해 초등학교 교사로 잠깐 일한다. 이후 『골든 시티 포스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드럼』의 기자로 일했으며, 자유와 평등권의 보장을 위해 결성된 범아프리카회의(PAC)에 가입해 활동하다 체포 및 구금되어 자살을 시도한다. 1964년 남아프리카에서 영구 추방되어 보츠와나에 터를 잡았으나 1979년이 되어서야 시민권을 획득했다. 남편과의 불화와 20여 년이 넘는 별거, 잦은 실직과 정착 없는 삶, 정신병원 입원 등을 거치며 극심한 가난과 온갖 차별에 맞서 싸우다 신경쇠약과 더불어 과도한 음주벽으로 1986년 세로웨에서 간염으로 눈을 감는다. 이제 막 세계가 그녀의 작품에 눈을 뜨던 때였다. 베시 헤드는 고국인 남아공에서 추방되어 15년간 시민권 없이 살았던 보츠와나 세로웨에서 그녀 삶의 전기가 반영된 주옥같은 삼부작을 써내려갔다. 처녀작 『비구름이 모일 때When Rain Clouds Gather』(1969)와 그로부터 2년 후에 내놓은 『마루Maru』(1971), 그리고 남녀 간 권력 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한 수작인 『권력의 문제A Question of Power』(1973)가 바로 그것이다. 이외에도 『비바람이 치는 마을Village of the Rain Wind』(1981), 『마법의 십자로A Bewitched Crossroad』(1984) 등이 있다. 삼부작 가운데 『마루』는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계급차별 그리고 인종차별의 착종을 가장 서정적으로 예각화한 작품이다.

역자 : 이석호
역자 이석호는 (사)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으로 영국 런던에 ‘Southern Voices Press’라는 출판사를 차려 비서구 중심의 세계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AALA) 문학포럼의 집행위원이자 국제게릴라극단 상임연출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응구기 와 시옹오의 『정신의 탈식민화』,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에메 세제르의 『식민주의에 대한 담론』, 『귀향수첩』, 『어떤 태풍』, 누르딘 파라의 『지도』, 레이철 홈스의 『사르키 바트만』 등 20여 권이 있고, 엮은 책으로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화론과 근대성』 등이 있다. 현재 남아공, 모잠비크, 케냐, 한국에서 순회 공연된 창작극 <사라 바트만>의 영화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목차

제1부 007
제2부 151

해설―‘아프리카 페미니즘’의 새 지평을 연 베시 헤드 209
베시 헤드 연보 233

책 속으로

그해에는 유독 장마가 아주 늦게 찾아왔다. 그러나 무덥고 건조한 여름 내내 언제라도 폭풍우를 몰고올 것 같은 먹장구름이 낮은 지평선을 따라 층층이 짙은 어둠을 품은 채 들러붙어 있었다. 구름의 움직임 속에는 신묘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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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에는 유독 장마가 아주 늦게 찾아왔다. 그러나 무덥고 건조한 여름 내내 언제라도 폭풍우를 몰고올 것 같은 먹장구름이 낮은 지평선을 따라 층층이 짙은 어둠을 품은 채 들러붙어 있었다. 구름의 움직임 속에는 신묘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밤 그 먹장구름은 한낮의 길고 우울한 고요를 산산조각내버리고, 부드럽게 우르릉대는 천둥소리와 번쩍거리는 번개를 텅 빈 하늘 저 너머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끝내 그 구름은 비가 되어 내리지 않았다. 뒤로 밀려난 구름은 죄수처럼 펄펄 끓는 구름 전선 속에 갇혀 있는 듯했다.(9쪽)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삶의 고속도로에서 벗어난 그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갈빛의 좁은 오솔길로 들어섰다. 그 길을 따라 핀 노란 데이지 꽃들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바람을 벗삼아 춤을 추고 있었다. 데이지 꽃이 환하게 핀 오솔길을 보자 그의 마음속은 기쁨으로 차올랐다. 첫비가 내릴 때마다 그는 집으로 이어지는 그 오솔길에 노란 데이지 꽃을 심곤 했다.(13쪽)

백인들은 동양인들을 저급하고 더러운 족속들이라고 경멸했지만, 동양인들은 그나마 안도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적어도 아프리카인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은 아프리카인들도 저급하고 더러운 족속이라고 했지만,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아프리카인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적어도 부시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속 안에는 저마다 괴물이 있었다.(18쪽)

그후에도 딸랑거리는 깡통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깡통 소리 때문에 소녀는 더욱 이성적으로 변해갔다. 누군가가 고함과 비명을 지르고 침을 뱉는다고 해도 소녀를 부시먼이 아닌 다른 존재로 바꿀 수는 없었다. 오직 한 가지 방법이 남았으니 지상의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부시먼이 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는 일뿐이었다. 사람들은 부시먼을 바츠와나의 노예나 개 취급을 할 때를 빼고는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소녀는 그 숙제를 풀어야만 했다.(29쪽)

철저하게 홀로 남은 그는 가만히 손을 들어 가슴에 갖다대었다. 내가 대체 왜 이럴까? 그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쾅’ 터지는 소리를 냈다. 바로 그 시간에 그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는 이전에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많은 여자 가운데 그나마 디켈레디 때문에 그것과 가장 비슷한 경험을 해보긴 했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디켈레디는 단지 그의 피를 끓게 만들었을 뿐이다.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치마를 입은 디켈레디를 보면서 그저 욕정이 끓어올랐을 뿐이다. 디켈레디와의 문제는 끓는 피, 단연코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이번엔 마음속에서 금맥을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속에 늘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던 금맥을 말이다.(49~50쪽)

둘은 서로 다른 두 왕국을 다스리는 왕과 같았다. 몰레카의 왕국이 더 튼실해 보였다. 그의 왕국은 육중한 철문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마루의 왕국에는 그런 철문이 없었다. 마루는 아무 곳에서나 살았다. 그는 산문처럼 지루한 일상의 삶을 순식간에 하늘을 쏘는 별의 아름다움으로 바꿔놓을 줄 알았다.(53쪽)

그는 마음과 그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그것만이 진리이자 선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었다. 그에게는 사적인 어떤 것도 개입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전 생애를 자기 마음속에 사는 신에게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그에게는 지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 감정이란 것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아주 냉정한 것이었고 정확히 계산된 것이었으며 또한 정교한 것이었다.(117~118쪽)

마거릿은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던 인상을 세 개의 장면으로 나누어 그렸다. 창가로 빛이 새어나오는 고독한 집 한 채를 따로 그렸고, 데이지 꽃밭을 따로 그렸다. 그리고 끝으로 낮게 깔린 하늘을 그렸다. 아울러 빛 한 줄기를 배경으로 거뭇한 두 형체가 포옹하며 서 있는 모습도 그렸다. 디켈레디는 포옹하고 있는 연인의 그림에 특별히 주목했다. 두 연인의 얼굴과 팔과 몸은 까만색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윤곽선만큼은 아주 뚜렷했다.(170쪽)

얼마나 보편적이냐 하는 것은 억압의 언어였다. 사람들은 백인들이 흑인들을 대하듯 마사르와를 대했다. ‘그 종자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야.’ 이것이 흑인을 대하는 전형적인 백인의 언어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힘이 센 자들은 힘이 약한 자들을 붙잡아 곡마단에나 출연할 법한 동물로 만들었다.(178쪽)

바츠와나인들은 자기들이 백인들보다 안전하다고 믿었다. 백인들은 피억압 민중들이 격노하여 봉기라도 일으키는 날에는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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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별을 향해 가는 계단을 놓고 있다. 거기에 나와 더불어 온 인류를 데려갈 권한이 내겐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쓰는 이유다.” ―베시 헤드 국내 첫 소개되는 아프리카의 빛나는 보석 베시 헤드, 금기와 터부, 인종-성-계급을 넘어 ...

[출판사서평 더 보기]

“나는 별을 향해 가는 계단을 놓고 있다. 거기에 나와 더불어 온 인류를 데려갈
권한이 내겐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쓰는 이유다.” ―베시 헤드

국내 첫 소개되는 아프리카의 빛나는 보석 베시 헤드,
금기와 터부, 인종-성-계급을 넘어
영문학사의 전당에 누구도 이런 자연-인물-영혼을 그린 작가는 없다!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인문 담론과 창작 실험을 매개한 작가들로 꾸려진 상상의 서가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가운데 ‘베시 헤드 선집’ 1권 『마루』.
이번에 국내에 첫 소개되는 베시 헤드(Bessie Head, 1937~1986)는 남아프리카 태생의 보츠와나 여성작가다. 현대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베시 헤드는 포스트문학 담론 관련하여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탈민족주의, 인권해방 등의 이슈로 부단히 언급되는 대표적 작가다. 영미 문학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인물 설정이라든가, 서구 담론이 간과하고 일탈한 지점까지 아우르는 주제의식 등 그녀의 문학세계는 아프리카적 정체성과 더불어 그녀만의 독특한 삶의 전기로부터 나왔다. 즉 아파르트헤이트가 극심하던 무렵 혼종-혼혈이 금기시되던 남아공에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유색인 ‘컬러드Coloured’이자 아프리카 여성으로서, 그녀의 일생은 안팎으로 만연한 인종-성-계급 차별과의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정치활동으로 고국 남아공에서 영구 추방되어 15년간 보츠와나 시민권을 거부당한 채 떠돌이 삶을 살았던 그녀의 이 굴곡진 경험은 작품 곳곳에 아주 짙게 투영되어 있다. 그중 『마루』는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계급차별, 인종차별을 가장 서정적으로 예각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아프리카 문학의 경우, 치누아 아체베, 응구기 와 시옹오, 존 맥스웰 쿠체 등 주로 남성작가가 소개된 반면, 상대적으로 아프리카 여성작가에 대한 소개는 매우 드물었다. 현재 ‘베시 헤드 선집’으로 엄선된 대표작 두 권―『마루Maru』(선집 1), 『비구름이 모일 때When Rain Clouds Gather』(선집 2)―은 영어권 작가 가운데 아프리카 여성작가의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각별한 체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의 토템과 터부 속에 피어난 노란 데이지 꽃
인종-성-계급 해방을 자연과 꿈의 언어로 노래하는
아프리카의 가장 빛나는 여성작가 베시 헤드


어느 날 이 외딴 딜레페 마을에 여선생이 새로 부임한다. 이 마을의 부족이 노예로 부리는 마사르와 출신의 마거릿, 여기서 그녀는 모두의 눈밖에 밀려난 이름 없는 자이자 그들 모두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그녀를 사랑하는 이 부족의 왕족 마루,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정적인 몰레카, 마루의 여동생이자 몰레카를 사랑하는 디켈레디. 이 넷의 꿈과 영혼의 방황이 포착해낸 아프리카의 또다른 심연이 부족 간 다툼과 갈등 속에서 노오란 데이지꽃으로 피어나는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
‘마루Maru’는 츠와나족 언어로 대자연의 기본원소를 지칭하는 ‘비바람, 폭풍우’ 또는 뇌운이 감도는 ‘먹구름’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루는 척박한 아프리카 대지에 폭풍우를 몰고와 인종-부족 간 계급을 허물고 성적 차별을 넘어, 인류가 원시부터 꿈꿔온 진짜 아프리카를 그려낼 가장 빛나는 먹장구름이다.

“남아프리카에서의 내 모든 경험과 더불어, 나는 소름끼치는 인종차별에 관한 불후의 소설을 쓰기를 열망했다. 그러면서도 작가로서 읽고 또 읽고 싶게 만드는, 아름답고 아주 마술적인 책이 되기를 원했다. 이 두번째 소설 『마루』에서 나는 놀라운 방식으로 그 야망을 달성했다.”
―베시 헤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종-성-계급 해방을 가장 서정적으로 예각화한 작품『마루』
아프리카 페미니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베시 헤드. 1948년 국민당 집권과 더불어 심화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은 후, 그녀는 기자활동과 더불어 1959년 범아프리카회의(PAC)에 가담하여 정치활동을 한 것이 빌미가 되어 추문에 휩싸이면서 고국에서 영구 추방된다. 새로 망명한 보츠와나에서마저 몇 번의 시민권 요구가 거부된 채로 15년을 살아야 했다. 혼종-혼혈이 금기시되던 나라에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유색인 ‘컬러드Coloured’로서의 정체성은 그녀에게 또하나의 주홍글자였다.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차별된 삶을 살아야 했던 아프리카 여성작가 베시 헤드, 그녀의 작품 곳곳에는 자신의 어두운 인생과 자유와 평등을 향한 빛나는 꿈의 극적 대비가 짙게 투영되어 있다. 보츠와나 세로웨에서 써내려간 주옥같은 소설 삼부작―『비구름이 모일 때』(1969),『마루』(1971), 『권력의 문제』(1974)―가운데 『마루』는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인종-성-계급 차별의 해방을 가장 서정적으로 예각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1971년 뉴욕과 런던에서 출간되자마자 『옵저버』, 『커커스 리뷰』,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수많은 언론의 호평 속에서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백미로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연극으로도 수차례 리바이벌되며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기서 작가는 척박한 현실에서 사랑, 자유, 평등의 합일로 구해낸 세계, 즉 기존의 이원론적 세계관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신비한 힘을 노오란 데이지꽃으로 형상화한다. 아프리카 부족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두 남녀의 결합, 마루와 마거릿의 결혼이 이뤄지는 꿈의 길가에 이 꽃은 축복과 자유의 상징으로 화한다. 이 소설은 ‘아프리카의 현실에 뿌리를 두고 피어난 아프리카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독특한 아프리카 사실주의의 광시곡이라 할 수 있다.

다층적 인물 구도와 아프리카 사회에 대한 입체적 조명
딜레페 마을에 새로 여선생으로 부임한 마거릿, 그녀는 이 마을에서 노예로 부리는 마사르와족 출신이다. 그러나 얼굴 생김새는 그나마 그 부족 사이에서 백인 혼혈이라 차별이 덜한 ‘컬러드’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은 마사르와인임을 밝히며 이 마을에서 새 인생을 꾸려나가려는 마거릿,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녀와 같은 이름의 백인 선교사이자 그녀를 길러준 마거릿 캐드모어에게서 배운 비판적 안목과 통찰력 있는 지성 덕분에 교사가 되어 이 마을에 들어왔으나, 부시먼/마사르와족 출신이라는 미천한 신분은 어딜 가나 따라다닌다. 차츰 마을은 눈엣가시 같은 이 여교사의 신분을 두고 술렁이기 시작한다. 한편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그녀의 모습은 이 마을의 대를 이을 왕족이자 고대 왕족과 토템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주술사 마루의 눈에 들어온다. 또한 마루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또다른 권력자인 몰레카 역시 그녀에게 반한다. 이에 마거릿과 같은 학교의 여교사이자 그녀의 친구 디켈레디는 몰레카의 연인이자 마루의 여동생으로, 유학 후 돌아온 이 마을의 또다른 신식 여성이다. 이 넷의 엇갈린 갈등과 편협한 마을 살림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날 마루는 마거릿과의 결혼을 결심하는데……
베시 헤드는 이 이야기에서 부족, 인종, 신분, 성 등 다층적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아프리카 사회를 조명한다. 인류 본연의 신념을 회복하고 정화하는 데 직관적 계시의 힘을 끌어들인다. 강철과도 같은 합리적 이성과 신념의 세계로 무장한 태양과도 같은 몰레카, 은밀히 자연의 야생에서 힘을 얻고 고대의 왕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살아 있음을 믿는 예측불능의 투시력을 지닌 달과도 같은 마루, 이 둘의 왕국을 작가는 극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마루로 대변되는 아프리카 토착신앙의 주술적 자연세계는 오늘날 부족사회의 혼란과 부패를 정화하고 통찰하게 해주는 균형추로서 작동한다. 일례로, 마루를 통해 드러나는 ‘틀라디Tladi’라는 고대신화적 존재는 착한 신과 나쁜 신의 이원론적 관점을 벗어나 부패한 기관사회의 교장인 페테의 악덕을 단죄하는데, 이는 초자연적 경외와 공포로부터 솟아오른 아프리카 특유의 공동체적 무의식이 지닌 힘을 환기시킨다. 또한 마거릿의 그림을 통해 인류의 비전이자 자신의 꿈을 스케치하도록 이끌어가는 마루의 계시적 힘은 결국 현실이란 꿈꾸는 대로 인도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근원적인 희망에 대한 전언이다. 그리하여 마음속에 깃든 목소리에서 내면의 진실을 추구하고 이로써 진창과도 같은 현실을 타파해나가는 마루를 인류에게 비전을 선사할 계시적 인물로 내세운다. 또한 신분상으로 가장 낮은 마사르와족이나 그림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신비한 힘과 빛나는 지성을 지닌 마거릿을 그의 이브로 맺어줌으로써, 비로소 이 마을의 높은 문턱을 넘어 자유의 바람을 일으킬 첫 숨통을 틔운다.

척박한 아프리카 현실에 자유와 평등의 비구름을 몰고올 이야기
가장 끔찍한 악몽은 같은 동족 내에 투사된 피지배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내재화된 현실일 것이다. 여러 부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토착민의 삶과 그곳을 점령하여 선교사 자격으로 온 백인의 대비는 아프리카 사회를 왜곡시키고 되비추는 거대한 거울이다. 그러나 가장 예리한 거울 파편은 부족 내에서의 차별, 즉 내재화된 역차별 현상이다. 이 작품에서의 갈등 구조는 백인(선교사이자 어린 마거릿의 양어머니 마거릿 캐드모어)-바츠와나인(딜레페 부족의 왕족인 마루/몰레카/디켈레디)-부시먼/마사르와족(마거릿) 등 중층적 인종 및 신분 관계가 밑바탕이다. 이에 늙은 마거릿(백인) 대 어린 마거릿(비백인), 한 남자에 대한 사랑 앞에서만 평등할 뿐인 디켈레디(비백인 바츠와나족)와 마거릿(비백인 마사르와족) 등이 보여주는 같은 성 내에서의 차별과 차이도 문제로 부각된다. 작가는 지배-피지배 담론이 교묘하게 뒤섞인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촘촘하고 내밀한 인간관계의 정치성과 한 개인의 변화가 불러일으킨 혁명의 진정성을 아주 첨예하게 이 작품 안에 벼려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는 작가의 바람대로, 척박한 아프리카의 토양에서 피어난 가장 아프리카적인 사랑 이야기이자 한 편의 아름답고도 마술적인 동화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제목인 ‘마루Maru’는 츠와나족 언어로 대자연의 기본요소를 상기시키는 ‘비바람, 폭풍우’ 또는 뇌운이 감도는 ‘먹구름’을 뜻한다. 세로웨의 뉴타운에 있는 그녀의 집 이름 역시 ‘비구름Rain Clouds’이다. 첫 소설 『비구름이 모일 때』를 출간한 후 번 돈으로 그녀는 『마루』를 쓰면서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자연과 영혼이 깃든 그녀의 이 작품에서, ‘마루’는 새로운 자유와 평등의 비바람을 몰고와 메마른 현실에 단비를 내리고 인류가 꿈꾸던 진짜 아프리카를 구현해낼 가장 빛나는 먹장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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