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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107쪽 | 규격外
ISBN-10 : 8954614442
ISBN-13 : 9788954614443
필경사 바틀비 중고
저자 허먼 멜빌 | 역자 공진호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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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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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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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에 파란을 일으킨 바틀비의 폭탄 선언! <모비 딕>과 더불어 허먼 멜빌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중단편 『필경사 바틀비』. 1853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당시 미국 금융경제의 중심에 있던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타협적인 화자와 비타협적인 주인공을 대비시켰다.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삭막한 월 스트리트. 안락하고 원만하게 살아온 성공한 변호사 앞에 기이한 필경사 바틀비가 나타난다. 음울한 분위기에 말이 없는 이 필사원은 어느 날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며 업무를 거부하고, 평화롭던 월 스트리트에 파란이 일어나는데….

저자소개

저자 : 허먼 멜빌
저자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은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가 열두 살 때 부유한 무역상이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죽자 가세가 급격히 기운다. 학교를 그만두고 가게 점원, 은행원, 농장 일꾼, 교사 등을 전전하나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무역선과 포경선, 군함을 타고 남태평양 여기저기를 떠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피』(1846) 『오무』(1847) 같은 해양모험소설을 발표해 호평을 받으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문명 비평과 사회 풍자를 담은 실험작 『마르디』(1849)를 발표하면서 평론가들에게 냉대받고 책 판매도 부진해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의 최고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비 딕』(1851) 또한 그가 죽을 때까지 초판 삼천 부도 채 팔지 못했을 만큼 외면받는다. 절망과 분노 속에서 은둔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속한 시대와의 갈등 그리고 창작의 고뇌를 담은 『피어』(1852) 「필경사 바틀비」(1853) 등의 뛰어난 중단편과 장편, 그리고 방대한 시편을 발표한다. 상징이 풍부한 작품들로 미국 사회와 서구 문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과 비판의식을 보여준 허먼 멜빌은 1920년대에 이르러 재평가되면서 오늘날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고 있다.

역자 : 공진호
역자 공진호는 뉴욕시립대학에서 영문학과 창작을 공부했다. 뉴욕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현재 서울과 뉴욕에서 번역과 창작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드니로의 게임』 『교수들』 『돈을 다시 생각한다』 등이 있다.

그림 : 하이에르 사발라
그림 하비에르 사발라(Javier Zabala)는 1962년 스페인 레온에서 태어났다. 원래 수의학과 법학을 전공했으나 오비에도 예술학교에 들어가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다시 공부했다. 스페인뿐 아니라 스위스,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 각국의 출판물에 그림을 싣고 있다. 2005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돈키호테』가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 『꼬마 병사 살로몬』이 스페인 문화부가 수여하는 프레미오 나시오날 데 일루스트라시온을 받았다.

목차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연보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 자본주의에 잠식되어가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리다 읽고 나면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다. 바틀비라는 인간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찬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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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
자본주의에 잠식되어가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리다


읽고 나면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다. 바틀비라는 인간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찬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그 말투를 계속 듣고 있다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더 듣다보면 우습기까지 하다. 결국엔 그가 왜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타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필독서 『필경사 바틀비』다. 김중혁(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를 연상시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행동하기를 완강히 거부해서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그가 왜 그러는지 작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민까지 느끼고 만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시인, 소설가)
살아 있는 고전 『필경사 바틀비』
에드거 앨런 포, 너대니얼 호손과 더불어 미국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허먼 멜빌. 그러나 생전에는 데뷔 초기의 몇 년을 제외하면 대표작 『모비 딕』조차 초판 삼천 부도 채 못 팔았을 만큼 평단과 독자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그런 그가 생계를 위해 새로 창간된 문예지 <퍼트넘스 먼슬리 매거진>에 헐값에 팔려고 쓴 글이 『필경사 바틀비』다. 이 작품은 1853년 11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연재됐고, 1856년 다른 중단편들과 함께 『회랑 이야기』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전 세계 중단편 가운데 단연 수작으로 꼽히는 『필경사 바틀비』. 멜빌은 당시 미국 금융경제의 중심에 있던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타협적인 화자(변호사)와 비타협적인 주인공(바틀비)을 대비시키고,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독특한 어구의 반복을 통해 이 짧은 글 안에 문학성과 사회성, 철학성을 폭넓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교양서로도 널리 읽히고 있다. 또한 들뢰즈나 아감벤, 지젝, 네그리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바틀비의 소극적 저항과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실마리로 삼아 후기근대사회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길어 올리고 있다.
발표된 지 근 170년이 되었지만 퇴색하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선연한 빛을 발하는 고전 『필경사 바틀비』.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사발라는 거친 붓 터치를 살린 현대적인 감성의 삽화로 이 책에 생기를 더했다.

월 스트리트 vs. 바틀비
창밖을 내다보아도 온통 벽뿐인 월 스트리트에서 삼십 년간 원만하게 일해온 화자는 미국 최고 갑부에게 의뢰받는 성공한 변호사다. 자기 삶에 자부심 강한 이 변호사 앞에 어느 날 기이한 필경사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바틀비, 음울한 분위기에 말없음이 특징이다. 다른 두 필사원이 번갈아가며 까탈을 부려 골치를 썩던 변호사는 종일 묵묵히 필사만 하는 바틀비를 보며 기뻐한다. 사흘째 되던 날, 변호사는 바틀비를 불러 필사본을 검증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바틀비가 그의 은둔처에서 나오지 않고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당황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본문 29쪽

관례와 상식을 벗어난 바틀비의 업무 거부에 당황한 나머지 변호사는 달리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뒤로도 바틀비는 필사본 검증뿐 아니라 사소한 심부름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 해명하라는 요구에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 한 마디로 딱 잘라 거부한다.
변호사는 어떻게든 바틀비를 이해하려 애쓰며 그를 동정하기도 해보지만 바틀비가 필사 업무까지 거부하자 결국 그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그런데 바틀비는 이마저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며 자기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분노한 변호사는 살인 충동까지 느끼지만 바틀비를 내쫓기는커녕 오히려 도망치듯 자신의 사무실을 옮긴다. 그럼에도 바틀비가 그 건물을 떠나지 않자 난감해진 다른 세입자가 변호사를 찾아오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 바틀비는 건물주에 의해 구치소에 갇힌다. 마침내 월 스트리트로부터 격리된 바틀비는 식음마저 거부하며 교도소 벽을 마주한 채 죽음을 맞는다.

소극적이지만 치명적인,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주인공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외에 다른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거부한다. 미국 최고 갑부 존 제이컵 애스터-변호사-필경사로 이어지는 권력과 고용의 사슬을 거부하고, 계약에 기초한 사회질서를 거부하고, 해고된 뒤에도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음으로써 사적 소유를 거부하고, 심지어 밥 먹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소극적이다. 그저 자기에게 요구되는 것을 “안 하는 편을 택”할 뿐이다. 왜 그러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그는 “석고상”이나 “유령” 또는 “주검” 같고 “정상적으로 인간다운 데가” 없는, 불가해한 타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 불가해함이 작품 속 다른 인물이나 독자에게 미치는 파장은 “왜?”라는 질문이 거듭될수록 위력을 더한다.
바틀비가 무언가를 “안 하는 편을 택”할 때마다 그 무언가를 하는 걸 당연시하며 살아온 이들은 자신의 존재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된다. 화자인 변호사는 여기에 위협을 느끼고 도망친다. 바틀비의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의 대상은 근대의 합리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과 노동, 작가의 창조적 자유와 권리 등 무한히 확장될 수 있고, 어떠한 문제의식으로 읽든 우리는 근대사회의 작동 원리를 내면화한 현대인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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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필경사 바틀비 | mr**hn | 2020.01.1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책 뒤편의 작가 연보와 옮긴이의 말을 빼면 1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다.   줄거리 역시 단순한 편이다...

    책 뒤편의 작가 연보와 옮긴이의 말을 빼면 1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다.

     

    줄거리 역시 단순한 편이다.

     

    화자인 변호사에게 고용된 필경사 바틀비는 처음에는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변호사의 업무 요청에 대해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하며 상사의 업무 지시를 거부한다.

     

    변호사의 업무 지시 또는 협조 요청은 부당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틀비는 상사의 업무 요청을 계속해서 거부힌다. 

     

    이 소설의 마지막까지 왜 필경사 바틀비가 그러한 거부 의사를 밝히며 타인의 요청 사항을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바틀비의 그러한 행동의 이유나 원인은 독자 각자가 해석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라 여겨진다.

     

    소설을 완독한 후 왜 필경사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또 그 말의 진의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바틀비는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이해되는, 이해하고 싶은 인물이었습니다. 허먼 멜빌 본...

    바틀비는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이해되는, 이해하고 싶은 인물이었습니다.


    허먼 멜빌 본인이 생전 작가로서 인정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바틀비와 작가를 더 동일시하며 읽었습니다. 창작이라는 게 반드시 타인의 사랑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러한 관심이 계속해서 창작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굉장히 큰 힘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이해받지 못하고 홀로 외롭게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게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팟빵>>
    http://m.podbbang.com/ch/14942


    <<아이튠즈>>
    https://itunes.apple.com/kr/podcast/%EC%B1%85%EC%9D%84-%EB%B6%80%EB%A5%B4%EB%8B%A4/id1284499788?mt=2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odcast_singabook/

  • 난해 | se**g1012 | 2017.07.01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책크기가 다른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가로로 길다. 그래서 책꽂이에 넣으면 혼자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수있다;; 책을 많이 읽어보...

    책크기가 다른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가로로 길다. 그래서 책꽂이에 넣으면 혼자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수있다;;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 읽어보면 꽤 난해하고 알송달송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나도 그런 쪽에 속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묘한 느낌이었고 끝에서도 알수없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어려운 책인 것인지 아니면 너무 깊게 생각하려 한 것인지 아직은 내가 모자란 기분이 든다.

    이제껏 읽어봤던 다른 책들이 인문쪽 책이라 그런지 필경사 바틀비란 책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해란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었지만 그렇게 재밌게 봤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ㅋㅋㅋ

    마지막으로 바틀비는 왜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너무나도 궁금하고 알고 싶지만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조차 있을까 싶다.

  •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다 | ch**yong | 2016.07.1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자리가 종종 있다. 쑥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는데 가능하면 듣는 사람이 한 번이라도 웃...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자리가 종종 있다. 쑥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는데 가능하면 듣는 사람이 한 번이라도 웃게끔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럴 때 하는 말이 “고양시에서 아침을 먹고, 파주시에서 저녁을 먹으며, 서울시에서 저녁을 먹습니다.”하며 시작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웃는다. 그렇지만 내게는 뼈아픈 말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마을 안에서 모든 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침과 점심과 저녁을 다른 도시에서 먹고 있으니 말이다. 저녁을 식구와 함께할 일은 거의 없다.


    밥 먹는 것만 나쁜 게 아니다. 그 사이사이 촘촘한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너무 바삐 사는 것이다. 보통 6시면 눈을 떠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밤 열시가 거의 넘는다. 일을 적게 하자고 회사에서는 퇴근 시간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오후 네 시로 정했다. 6시간만 일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자고 했지만 회사에서만 퇴근할 뿐 실제 퇴근은 깜깜한 밤이 되기 일쑤이다. 물론 회사 퇴근 뒤의 일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지지만 움직이는 게 모두 이 자본주의 체계와 밀접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그게 정말 바람직한 일이지는 꼼꼼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는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자인 ‘나’는 미국 금융경제의 중심인 월 스트리트에서도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미국 최고 갑부에게 의뢰를 받거니와 법원의 서기직에 임명받기도 한다. 일이 늘어나 필경사를 추가로 고용하는데 그때 들어온 청년이 바틀비다. 다른 두 필사원이 번갈아가며 까탈을 부려 골치를 썩던 ‘나’는 종일 묵묵히 필사만 하는 바틀비를 보며 기뻐한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나’는 바틀비를 불러 필사본을 검증해달라고 하자 그는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한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파업을 하는 것도 아닌, 그러나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는, ‘안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지. 소극적 저항 또는 무위의 경지. 바틀비의 이러한 ‘하지 않음’은 필사 업무를 거부하는 단계까지 이른다.


    “저는 필사하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그는 슬그머니 옆으로 비켰다.

    그는 변함없이 자기 자리에 머물렀다. 내 사무실의 붙박이였다. 아니, 그보다 더 - 그것이 가능하기나 하다면 - 붙박이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해. 그런데 왜 거기에 계속 있어야 하지? 명백한 사실은 이제 그는 내게 목걸이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감당하기 괴로운 맷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동정이 갔다. 내가 그를 위해서만 근심했다고 하면 진실을 말한다고 할 수 없다. (59쪽)


    ‘나’는 그를 해고하여 그를 쫓아내려 하지만 바틀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신이 사무실을 나가는 것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바틀비가 그 건물을 떠나지 않자 난감해진 다른 세입자가 ‘나를 찾아오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 바틀비는 건물주에 의해 구치소에 갇힌다. 거기서 바틀비의 하지 않음은 음식을 먹지 않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러고는 끝내 목숨을 거두고 만다. 바틀비의 마지막 ‘하지 않는 편을 택’한 결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을 결정한 인물의 종착역인 양 씁쓰레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마 자본주의 사회의 한 민낯 얼굴일 테다.

  • 아, 바틀비! | ss**um | 2015.12.1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연히 알게 된 외국인 친구에게 메신저로 더듬더듬 말을 건넨다. 월요병이 있어 주말이 좋다고. 이 말에는 외국인이라도 공감하는...
    우연히 알게 된 외국인 친구에게 메신저로 더듬더듬 말을 건넨다. 월요병이 있어 주말이 좋다고. 이 말에는 외국인이라도 공감하는가보다. '하하' 웃어주는 친구를 뒤로하고, 정말 가끔은 그냥 내 맘대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 앞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바틀비씨는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요즘 말로 '용자'라고 하는데, 그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허먼 멜빌의 유명한 단편에다 보르헤스가 적극 추천을 한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 밀려오던 감정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기이한 이야기지만 쓸쓸하고 고독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틀비씨가 못 견디게 안타까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분명 내가 바틀비씨의 이야기를 전해줄 화자인 변호사라고 해도 바틀비씨가 용납이 안 됐을 것 같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짜증도 나고 화가 나다 그가 쓸쓸하게 감옥에서 죽어갔다는 것에 한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가 바틀비씨를 온전히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물음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화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혹은 일했던 필경사들 중에서 바틀비 만이 전기를 쓸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내 두 눈으로 본 것, 그것만이 내가 그에 관해 아는 전부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바틀비는 독특함을 넘어 삶을 통틀어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축에 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는 독보적인 강렬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오전 오후로 번갈아가며 일을 산만하게 처리하는 직원보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바틀비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는 단 사흘 만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자잘한 심부름도, 일에 관한 것도 모두 안하겠다니. 화자도 처음엔 바틀비씨를 이러 저리 신경 써 주었지만 점점 모든 것을 거부만 하는 바틀비씨를 참아줄 인내는 금방 바닥나고 말았다.

     

      결국 바틀비씨를 두고 이사를 가야 할 지경으로 그의 태도는 심각해졌다. 필사까지 거부하자 해고를 했음에도 한 발짝도 떠나지 않는 바틀비씨를 어느 누가 용납하고 이해하겠는가. 이상하다 못해 무서워지기까지 한 바틀비씨를 피해 이사를 했을 때는 그쯤에서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건물에서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불가해한 타자' 일 뿐인 바틀비씨로 인해 한바탕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알고 싶었으나 그는 감옥에 끌려가면서도 어떠한 말로도 자신을 옹호하지 않음은 물론 피해만 주는 '불가해한 타자'란 인식만 깊이 심어 줄 뿐이었다.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를 몰아붙이면 잘못을 뉘우치거나 정신을 차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예상을 깨고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음식도 거부한 채 어떠한 말도 없이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갔다. 화자는 그가 죽은 뒤 몇 달이지나 진실인지 아닌지 들리는 소문을 얘기하며 의미심장하게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바틀비와 인류를 동시에 놓고 한탄할 정도로 그의 죽음과 삶은 베일에 싸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바틀비씨 같은 사람을 철저히 외면한 적이 있다고, '안 하는 편을 선택'하고 싶어도 당연한 듯이 하는 편을 선택하며 살았다고, 현재도 바틀비씨 같은 안타까운 삶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나를 향해 외쳐대는 것 같다.

     

      그래서 바틀비씨의 죽음이,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삶이 쓸쓸하다 못해 살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분명 감당할 수 없음에도 단칼에 떼어버릴 수도 없다는 사실이 착잡하게 다가온다. '필경사 바틀비'의 삶은 그냥 잊어버릴 수도 없는, 지나칠 수도 없는 무언가 걸림돌이 되는 이야기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걸림돌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느꼈던 불편함으로 연결해 보면 될 것이다. 그런 불편한 감정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바틀비씨가 아닌 자신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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