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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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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210*21mm
ISBN-10 : 1156121582
ISBN-13 : 9791156121589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중고
저자 윤춘호 | 출판사 푸른역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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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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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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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장에서 삶과 죽음이 엇갈린 매형 이승훈이 처남 정약용에게 던지는 통렬한 질문, 절절한 호소! 배교와 회개를 거듭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조선의 1호 신자이자 1호 신부 이승훈의 삶과 신앙을 통해 믿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18세기 후반 한양에서 태어나 과거를 준비하던 조선 사대부, 아버지를 따라 북경을 방문해 18세기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1호 천주교 신자였고, 조선 천주교회 설립의 주역이었으며 천주교 전파에 큰 기여를 했던 이승훈. 1801년 그의 나이 45세에 서학을 들여오고 이를 믿었다는 이유로 참수형을 당했다.

그의 삶의 이력과 마지막 모습을 보면 그는 전형적인 순교자였지만 그는 성인으로 추앙받지도, 복자의 지위에도 오르지도 못했다. 배교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배교는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공개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의 반복되는 배교와 회개 행위 때문에 그의 진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그의 45년의 삶은 배신과 상실, 추락의 과정이었다.

이 책은 조선 사회에서 선택 받은 자였고, 그 체제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았던 그가 왜 천주교라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했는지, 그에게 천주교란 어떤 의미를 갖는 종교였는지, 회개와 배교를 반복할 때 그의 심정은 어땠는지, 왜 마지막 순간에 회개하여 순교자와 영광을 택하지 않았을지, 그가 제대로 답하지 않았던 질문에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믿음이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소개

저자 : 윤춘호
달리기를 좋아한다. 서울대에서 서양사를 공부했고, 1991년부터 SBS 기자로 일하고 있다. 주로 정치부, 사회부에서 뉴스 현장을 취재했고 도쿄 특파원으로 3년 근무했다. 역사 속에서 잊히고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을 복원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 첫 결실로 《봉인된 역사-대장촌의 일본인 지주들과 조선 농민》이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근현대사, 한국 정치, 민족주의, 진보의 미래 등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목차

머리말-믿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01_여보게, 다산!
악연惡緣일까, 선연善緣일까?|넘치는 정조의 총애|신부도 되고 싶고 재상도 되고 싶고|믿는 일이 힘들었네

02_새로운 세상에 눈뜨다
노회한 여제-정순왕후|조선의 1호 신자|오지 중의 오지, 조선|자발적 선교사로 살다|서양과의 만남|신부님 신부님 나의 신부님|나의 베드로 형제에게-그라몽 신부의 답신

03_서른 살 청년 이승훈의 공생애
가족들의 압박, 첫 번째 배교|아아, 이벽 형님

04_화양연화 시절
조선에 내리는 믿음의 폭우|아니 되네 아니 되네 서학만은 아니 되네|두 번째 배교-“이것이 우리 당의 화근이 될 것입니다”|모든 것의 뿌리는 서학 책|유항검의 도전-“당신의 행위는 독성죄입니다”|조선에서, 1789년 북경 선교사들에게|이 책임을 면해 주소서|관직의 길, 십자가의 길|세 번째 배교, 최후의 배교

05_재판에서 드러난 민낯
네 아비에게 책임을 떠넘길 심산이냐|최창현과 대질하라|그가 나를 원수로 아니 나도 그를 원수로 압니다|국문장의 저승사자 정약용|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 정약종|저 자를 매우 쳐라|정헌 이가환 외숙을 지켜내다|외숙도 죽고, 스승도 죽고|정직한 배교자

06_정약용의 편지
제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우리는 늘 같은 편이었습니다|500권의 책으로 조각난 제 인생을 이어붙였습니다|서학의 믿음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제 삶에 대한 평가는 후대에 맡기렵니다|매형의 묘지명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저는 유학자로 남겠습니다

에필로그
참고문헌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신간을 알리는 어려움에 대하여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편집자의 토로 1. 도서출판 푸른역사의 편집자입니다. 출판사에서 일한 지 2년 남짓한 병아리 편집자죠. 그래서인지 담당했던 원고가 막 제본을 마친 책으로 사무실에 도착한...

[출판사서평 더 보기]

신간을 알리는 어려움에 대하여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편집자의 토로

1.
도서출판 푸른역사의 편집자입니다. 출판사에서 일한 지 2년 남짓한 병아리 편집자죠. 그래서인지 담당했던 원고가 막 제본을 마친 책으로 사무실에 도착한 걸 보면 여전히 벅차고 설렙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신생아실에서, 갓 태어난 자식을 보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스로 지은 책은 아니지만 대견합니다. 모든 편집자가 그렇듯이, 여느 책보다 내용은 뛰어나 보이고, 꾸밈새는 돋보이고……. 책의 저자에 버금가는 자부심과 애정은 솔직히 자아도취가 아닐까 자문하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 좋은 책을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죠. 마케팅까지 고심하는 것은 편집자의 몫이 아니긴 합니다. 책은 책 자체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말에도 수긍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책을 알리기 위해, 언론과 서점을 대상으로 한 보도자료 쓰는 일은 편집의 연장입니다. 그러니 보도자료를 쓸 때는 절로 긴장됩니다. 이 책이 지닌 가치와 의의를, 이 책의 재미를 어떻게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늘 색다른 보도자료를 쓰고 싶었습니다. 책의 특장을 정리하고, 책 내용을 발췌·소개하고, 저자를 알리는 이왕의 보도자료 틀이 ‘국화빵’처럼 여겨져서입니다. 일방적인 자랑 대신 지은이의 고심과 노력, 편집자의 진정을 진솔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해서 진정어린 편지를 택했습니다. 지난여름, 출판사로 날아든 원고를 접하고는 단숨에 후루룩 읽어냈을 때 편집자로서 느꼈던 여운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긴 합니다만.

2.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작가가 지어낸, 극적인 이야기가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18세기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였고, 조선 최초의 신부였지만 끝내는 배교자로 참수형을 당한 이승훈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지은이에 따르면 “그의 삶은 살아서는 처절했고 죽어서는 더욱 처참했던”(6쪽) 인물이지요. 하지만 이야기는 담담합니다.
글은 처형을 눈앞에 둔 이승훈이, 처남이자 신앙의 동지였던 다산 정약용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합니다. 국문장에서 교묘한 처신으로 목숨을 부지한 다산에 대한 서운함과 인간적 고심을 토로한 글입니다. 이어 시간을 돌려 이승훈이 북경에서 천주교에 입문하게 된 사연, 가족의 압박으로 처음 배교한 사연이 나오고 이승훈에게 세례를 준 그라몽 신부, 신부 서품을 둘러싼 유항검과의 갈등 등이 펼쳐집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분히 흘러 1822년 환갑을 맞은 다산이 세상을 떠난 매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자신의 삶을 회억回憶하는 것으로 책은 끝납니다.
그뿐입니다. 설핏 비치기는 하지만 권력다툼도, 음모도, 빼어난 영웅도, 철저한 악인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흔히 소설의 미덕으로 꼽히는 드마라틱한 이야기가 전개될 요소는 없습니다.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닙니다. 책 곳곳에 국문鞫問 기록 등 전거를 밝히는 각주가 달리고 등장인물도 하나같이 실재하지만, 그렇습니다. 지난 일을 있는 그대로 정리·복원한 게 아니라 기록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웠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승훈과 정약용의 편지는 지은이가 사실과 사실의 틈을 기워낸 겁니다. 각종 기록을 바탕으로 했을 법한 고백, 품었음직한 심사를 그려냈지만 사실史實이 아니란 점에서 이 책은 온전한 역사서를 벗어납니다.

3.
그러나 이 책은 문학입니다. 지은이가 작가가 아니라 현역 언론인이지만, 그렇습니다. 정갈한 문장,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 차분한 시선에는 문학의 향취가 그윽합니다. “나의 죽음은 아무에게도 위로받지 못하는 죽음이 될 것이네. 역적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네”(43쪽)라 털어놓는 인간 이승훈을 어느 사료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평창 이씨 집안에 전승되어 온다는 이승훈의 절명시 “달은 떨어져도 하늘에 달려 있고 물이 치솟아도 연못에서 다한다月落在天 水上池盡”는 어떻습니까. 지은이는 이를 두고 “사후에라도 배교자라는 낙인을 지워주고 싶은,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할 것”(242쪽)이라고 말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섬세하고, 웅숭깊은 글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에 바탕한 건조한 글을 써왔을 지은이가 어쩌면 이런 글을 썼을까 싶어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역사입니다. 눈 밝은 이라면 소설답지 않은 책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챘을 겁니다. 여느 역사‘소설’-팩션이라고도 하지요-에는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가공의 인물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때로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요. 이 책은 다릅니다. 허구의 인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승훈과 정약용을 비롯한 등장인물 모두 실재했던 인물이며, 그들이 사실과 사실을 이어갑니다. 어머니 신주를 불태운 진산사건의 주역 윤지충에서, 신부 서품을 둘러싸고 이승훈과 갈등을 빚고 결국은 천주교를 믿었다 해서 패가망신한 유항검까지 하나같이 우리 역사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입니다. 비록 그 목소리,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지은이가 깁고 보탰지만 말입니다.
당대의 시대상을 충실히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이승훈의 행적을 통해 당시 일부 사대부 청년 지식인들이 왜 ‘서학’에 빠져들었는지, 어떻게 선교사 한 명 오지 않았음에도 조선에서 천주교가 발흥했는지 등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지은이는 “초기 조선 천주교는 박해 받는 자들의 신앙이었고,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지하 신앙이었다”(133쪽)고 정리하죠.
이 책은 도발입니다. 책에서 다뤄진 다산의 모습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목민심서》를 비롯한 명저를 여럿 남겨 오늘날 실학의 태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하지만 지은이가 그려낸 인간 정약용의 민낯은 다릅니다. 친구이자 동지이기 이전에 처남 매부 사이였던 이승훈을 등지고 구명에 성공합니다. 신유사옥 때 의금부 국문장에 선 다산은 저승사자였답니다. “그의 입에서 서학 관련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나올 때마다 죽을 사람들이 한 명씩 늘었고 …… 정약용은 자신이 알고 있거나 풍문으로 들은 내용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구체적인 천주교 소탕 방법까지 제시했다.”(216쪽)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다산이 천주교 신부였다는 주장에 이르면 책은 ‘다산 신화’에 대한 이의로 읽힙니다. 물론 이것은 보다 정치한 역사적 평가가 필요한 대목이긴 합니다만.
이 책은 묵직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승훈은 왜 천주교라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했을까? 그에게 천주교란 어떤 의미를 갖는 종교였을까? 회개와 배교를 반복할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불리는 것이 왜 좋았을까? 왜 마지막 순간에 회개하여 순교자의 영광을 택하지 않았을까?”(9쪽) 지은이는 이 같은 의문을 나름 찬찬히 파고들어 답을 찾습니다.
결국 질문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 던져집니다. 믿음이란 어떤 무게를 갖는 것인가, 신념을 지키려면 어떤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가, 인간 이승훈과 정약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등. 이런 철학적 물음에 대해선 독자들이 저마다 답할 일입니다.

4.
편집자가 아닌 독자로서 이야기하자면, 물론 아쉬움이 있습니다. 당대 정치·사회상과 연결해 좀 더 폭넓은 그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게 그 첫째입니다. 이승훈과 정약용 말고 다른 인물들의 내면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두 번째 아쉬움입니다. 천주교 신도들의 모임 등 ‘지하 신앙’의 실상을 그려냈으면 초기 천주교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 세 번째입니다. 이 때문에 배경은 희미하고 인물만 도드라지는 그림자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는, 지은이가 망원경으로 초기 천구교사를 조망한 게 아니라 이승훈과 정약용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신앙의 의미와 무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또한 사실과 사료를 얼개로 삼되 상상력 발휘는 최소한으로 줄여 진지함으로 승부하려는 지은이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5.
책은 넉 달간 공을 들인 겁니다. 초고를 보고 감탄을 했지만 지은이와 상의해 세 번을 고쳐 썼습니다. 덕분에 말초적 재미 대신 진지한 의미와 생각거리가 담긴 책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부디 널리 알려져서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신앙과 신념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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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믿음의 무게 | ms**012 | 2019.12.0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조선 후기 천주교 전래사, 그중에서도 양반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인 역사는 설명할 수 없는 경이감과 함께 그만큼의 의문 역시 안겨준다. 조선은 좋게 말하면 ‘철학의 왕국’, 나쁘게 말하면 ‘관념국가’라 일컬어질 정도로 학문을 사랑했고, 진리를 향한 날선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당대의 지배이념인 성리학은 광대한 우주에서 개인의 내면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의 바람직한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혹자는 만인의 성인(聖人)됨을 긍정한 성리학이야말로 동아시아 근대성의 분기점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그 영향력은 넓고 깊었다. 그럼에도 조선의 양반들은 성리학을 버리고 서양의 낯선 가르침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누구보다 성리학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체제에 안주하며 충분히 영화롭고 안락하게 살 수 있었던 그들이 말이다. 대체 왜 양반집 도련님들은 비밀스럽고, 위험하며, 어딘가 중2병(!)스럽기까지 한 사이비 종교를 열렬히 사모했는가? 성리학이라는 정교하고 세련된 체계는 왜 그들의 갈망을 채워줄 수 없었는가? 형장의 이슬 되어 사라져가면서까지,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믿음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윤춘호의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이하 『믿는 일』)는 조선 양반들에게 믿음이란 무엇이었는가를 파고드는 훌륭한 팩션(Faction)이다. 역사 교양서와 소설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이 책은 때로는 꼼꼼한 사료독해로, 때로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의 전작 『봉인된 역사』와 마찬가지로 당대를 살아간 수많은 인물들의 다채로운 시선이 흥미롭게 교차하면서도, 이승훈의 삶과 믿음이라는 하나의 서사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정갈하고 유려한 문장 역시 독서의 즐거움을 돋운다.   ...

    조선 후기 천주교 전래사, 그중에서도 양반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인 역사는 설명할 수 없는 경이감과 함께 그만큼의 의문 역시 안겨준다. 조선은 좋게 말하면 철학의 왕국’, 나쁘게 말하면 관념국가라 일컬어질 정도로 학문을 사랑했고, 진리를 향한 날선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당대의 지배이념인 성리학은 광대한 우주에서 개인의 내면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의 바람직한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혹자는 만인의 성인(聖人)됨을 긍정한 성리학이야말로 동아시아 근대성의 분기점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그 영향력은 넓고 깊었다.

    그럼에도 조선의 양반들은 성리학을 버리고 서양의 낯선 가르침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누구보다 성리학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체제에 안주하며 충분히 영화롭고 안락하게 살 수 있었던 그들이 말이다. 대체 왜 양반집 도련님들은 비밀스럽고, 위험하며, 어딘가 중2(!)스럽기까지 한 사이비 종교를 열렬히 사모했는가? 성리학이라는 정교하고 세련된 체계는 왜 그들의 갈망을 채워줄 수 없었는가? 형장의 이슬 되어 사라져가면서까지,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믿음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윤춘호의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이하 믿는 일)는 조선 양반들에게 믿음이란 무엇이었는가를 파고드는 훌륭한 팩션(Faction)이다. 역사 교양서와 소설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이 책은 때로는 꼼꼼한 사료독해로, 때로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의 전작 봉인된 역사와 마찬가지로 당대를 살아간 수많은 인물들의 다채로운 시선이 흥미롭게 교차하면서도, 이승훈의 삶과 믿음이라는 하나의 서사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정갈하고 유려한 문장 역시 독서의 즐거움을 돋운다.

      <o:p></o:p>

    제목에 떡하니 다산을 박아놓아 착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정약용이 아니다.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고 초대교회를 이끌었으나, 믿음을 저버리고 종국에는 목숨마저 잃은 배교자 이승훈이다. (그럼에도 신문사 서평들은 하나같이 정약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퍽 안타깝다)

    왜 하필 이승훈인가? 성인이나 복자로 추앙받지도, 한국사의 위인으로 존경받지도 못하는 그를 구태여 무덤에서 불러낼 필요가 있는가?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세례명인 베드로처럼 세 번이나 배교했지만 끝내 회개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이승훈의 삶이야말로, 당시 조선에서 믿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가를 절절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승훈의 죽음은 이벽처럼 비극적이지도, 정약종처럼 비장하지도 않았다. 구차하고 처절했다. 바로 그 점이 우리로 하여금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끔 한다.

      <o:p></o:p>

    믿는 일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가상의 편지글, 그중에서도 이승훈과 북경의 예수회 사제 그라몽이 나눈 대화이다. 각기 다른 이유로 희망에 부풀어 오른 두 사람이 빚어내는 묘한 긴장과 불안이, 앞으로 펼쳐질 조선 천주교회의 험난한 앞날, 그리고 이승훈 개인이 겪을 고난과 좌절의 전조로 읽히는 탓이다.

      <o:p></o:p>

    1783, 이승훈은 28살 젊은이. 그는 아버지를 따라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가장 거대한 제국의 심장에 들른다. 그곳에서 선배 이벽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던 서양의 가르침을 접한다. 지금껏 알아온 성리학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우주를 접하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눈 푸르고 코 높은 노인에게 죽음 뒤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지,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통역을 거쳐 더듬더듬 배운다. 노인을 만난 이후, 이승훈은 자신이 새롭게 태어났다고 믿는다.

    서양의 앞선 문물에 대한 동경과 갈망 역시, 천주를 향한 사랑만큼이나 그의 마음을 뒤흔든다. 노인의 신묘한 재주, 견고하고 웅장한 북경의 북당(北堂)과 아름답게 울리는 파이프오르간,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헤아리는 놀라운 기계까지, 이 모든 게 가난하고 낙후한 조선 청년의 눈에 선명히 박힌다. 이승훈은 조선 역시 서양처럼 번영하기 위해서라도 천주를 믿어야겠다고 확신한다. 그에게 신앙과 진보는 떨어져있지 않다.

    무엇보다, 젊은이 특유의 치기와 열정, 공명심이 이승훈을 이끈다. 사실 노인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현란한 문물 역시 겉핥기로만 접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는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거기에 자신의 미래를 걸어보기로 한다.

      <o:p></o:p>

    이승훈을 맞이하는 그라몽 신부, 그는 나고 자란 프랑스를 떠나 머나먼 극동에 온지 20년이 되어가는 예수회 사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신부지만, 이제는 조금씩 지쳐간다고 느낀다.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의 군주들은 천주의 충직한 종을 자처하면서도 자꾸만 교회를 국가의 손 안에 두려한다. 교황의 사냥개라는 멸칭을 감수하면서까지 헌신해왔건만, 돌아온 건 예수회 해산이라는 청천벽력같은 명령이다. 아직까지 북경에 남아있는 건 지저분한 재산문제를 매듭짓지 못해서일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은자의 나라 코레에서 왔다는 한 젊은이가 난데없이 북당으로 들이닥친다. 부르주아에게 봉건적 신분질서의 수호자로 비난받는 사제를, 그는 만민평등의 사도로 받아들인다. 계몽주의자에게 미신과 야만의 총체로 조롱받는 천주교를, 그는 첨단을 달리는 진보의 총아로 동경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심지어 이 젊은이는 천주의 말씀을 잘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라몽 신부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젊은이에게 세례를 준다. 위대하신 신의 뜻을 한낱 인간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이유가 무엇이건 선교사를 파견한 적도 없는 미지의 나라에서 이렇게 천주를 알고자 찾아온 젊은이가 있지 않은가! 그라몽 신부는 젊은이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다만 젊은이의 치기와 야심이 못내 불안했던지, 신부는 그에게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내린다. 예수를 세 번이나 부정했지만 다시 주의 품으로 돌아온 베드로 성인의 힘을 빌어, 언제라도 날아갈 것 같은 그의 마음을 천주에 묶어두고자 한다. 이런 염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젊은이는 그저 교회의 반석이 될 기대에 부푼 듯 보이지만.

      <o:p></o:p>

    과연, 조선으로 돌아온 뒤 이승훈의 삶은 베드로를 빼다 박았다. 북경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스레 서학 집회를 가진 사실이 발각되어, 그는 아버지 앞에서 첫 번째 배교를 한다. 이 배교는, 역설적으로 이승훈의 설익은 믿음을 더욱 깊고 단단히 뿌리내리게 했다. 회개하고 다시 교회로 돌아온 1795년부터 1800년까지, 이승훈은 자신을 포함해 10명의 임시신부를 선출하고 교단을 정비하는 등 헌신적으로 교회 일에 임했다.

    하지만 성리학을 국교로 삼는 나라, 단 한 척의 무역선도 띄우지 않고 단 한 명의 외국인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에서 천주를 섬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교회의 지도자로 지내는 동안 이승훈은 이 어려움을 진지하고 정직하게 풀어나갔다. 임시성직제도가 독성죄라는 유향검의 문제제기를 깔아뭉개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지도자로서의 권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음에도 북경에 편지를 보내 답을 구하는 등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졌다.

    이 과정에서 이승훈은 천주에 대해, 믿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한다. 조정은 단 한 명의 선교사 파견도 허용치 않을 것이고, 목자 없는 양떼들은 천주를 믿음에도 구원받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제사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조상과 공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차리지 못하게 하는 서양 사제들의 불관용을 두고 볼 수 있는가? 명예는 최대한으로 누리려고 들면서, 책임은 어떻게든 피하려는 뻔뻔스런 교회 지도자들은 또 어떻고?

    고뇌 끝에, 이승훈은 믿음을 버리기로 한다. 아니, 정확히는 믿음의 무거움을 감당하지 못해 내려놓은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배교(1791)와 세 번째 배교(1795)가 이루어졌다. 베드로와 달리, 이승훈이 세 번째로 회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교회를 떠났고, 국가와 문중으로부터 버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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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던 이승훈에게, 마침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정조가 승하한 뒤 정권을 잡은 정순왕후와 벽파의 영수 심환지가 사학(邪學)을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천주교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벌인 것이다. 신유박해(1801)라 불린 이 파국을, 아무리 배교자라 한들 이승훈이 피해갈 도리는 없었다.

    국문장에서 그는 자신이 믿음을 버린 지 오래라고 항변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에서도 옛 동료들을 팔아넘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심문관 앞에서 동료는 물론이요, 친형 정약종의 이름까지 술술 불어버림으로써 기어코 살아날 구멍을 찾아낸 정약용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1801226, 이승훈은 서소문 앞에서 목이 잘려 죽었다. 조선 최초의 영세자였고, 한때는 사실상의 주교였던 만큼 당연한 결말이었다. 조선천주교회사를 쓴 달레의 말마따나, 이승훈은 참회한다는 한마디면 그 피할 수 없는 형벌을 승리로 바꿀 수 있었다.”(p.242.) 그럼에도 이승훈은 끝끝내 이를 거부하고 배교자로 죽었다.

    그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혹시 앞으로 더 큰 고통만을 남긴 채 자기 하나만 주의 곁으로 돌아가는 걸 죄스럽게 여겼던 건 아닐까. 막판에 회개하여 순교자로 남을 경우, 천주교회는 자신의 죽음을 거룩하게 포장하여 음지에서 세를 불려갈 것이다. 허나 앞으로도 조선 땅에서 천주교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 만일 순교자 이승훈에 이끌려 무고한 신자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든다면, 애꿎은 희생만 늘어날 뿐이다. 고로 이승훈은 추한 배교자로 남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내 시체를 보고 침을 뱉고 손가락질하도록, 그래서 믿음이라는 무거운 짐을 질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무의미한 죽음은 이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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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의 생각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역시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으나, 다산처럼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이승훈은 믿음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잘 알았고, 그로인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의 동학들도 마찬가지다. 도교의 신선술에 심취했던 괴짜 천재 이벽은, 천주교로부터 성리학이 결코 주지 못하는 내세에 대한 전망을 얻었다. 그는 죽음을 불사한 아버지의 반대 끝에 독방에 틀어박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천주교에서 만인이 평등한 이상사회를 보았던 정약종은 가혹한 고문에도 신념을 꺾지 않았고, 순교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들은 다르게 믿고, 다르게 죽었다. 하지만 믿음의 무게를 안다는 점에선 모두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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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을 보면서, 다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빼어난 재능으로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이. 하늘에서는 상제(上帝), 땅에서는 군주가 만물을 조화롭게 주재하는 세상을 꿈꾼 이. 선한 목자가 되고 싶었으나 결코 양과 목자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이. 그런 다산에게, 믿음의 무게는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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