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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게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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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쪽 | A5
ISBN-10 : 899151040X
ISBN-13 : 9788991510401
선비답게 산다는 것 중고
저자 안대회 | 출판사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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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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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을 읽고 옛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옛글과 옛사람의 삶을 구수하게 풀어낸 <선비답게 산다는 것>. 스스로를 '호고벽(好古癖)'에 빠진 사람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옛글을 읽다가 발견한 선비 특유의 모습과 흥미로운 사유의 자취를 모아 정리한 책이다. 틀에 박히고 화석화된 존재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조선시대 선비의 모습을 저자 특유의 담백한 글 솜씨로 전해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선비들의 생활은 그동안 우리가 짐작했던 선비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오히려 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저자는 부지런히 읽고 모아둔 옛글들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뽑아내어 이 주제들을 풀어내고 그에 맞는 옛글과 옛사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출세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선비들의 일생을 들여다본다. 2부에서는 옛사람들의 취미생활과 삶에 대한 열정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사람 향기가 물씬 배어나는 옛 편지글들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4부에서는 공부와 서책을 통해 당시 교양의 흐름과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 짚어본다.

저자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인생과 내면
무덤 가는 이 길도 나쁘지 않군 - 스스로 쓴 선비들의 묘지명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애도하다ㆍ보통 넋에 불과하다ㆍ강세황의 자명 - 예술에 대해서만은 집념을 버리지 않았으니ㆍ내 알겠다, 그의 어리석음을

일기는 이 한 몸의 역사다 - 13년 동안 써내려간 일기 <흠영>
13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은 일기ㆍ사대부의 눈으로 바라본 18세기 역사ㆍ독서 경험과 사유의 기록ㆍ한 개인의 역사를 철저히 기록하려는 정신으로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 - 이경전과 김정국 식 여유
순수한 영혼들이 빚어내는 사연ㆍ눈썰매를 탄 이경전, 반나절 한가함을 얻다ㆍ여덟가지 넉넉한 것과 부족한 것ㆍ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 성호 이익의 절식 철학
고구려 절식 풍속ㆍ네 가지 조심할 일ㆍ천지간의 좀벌레 한 마리ㆍ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권세가와 선비의 갈림길 - 역사가 심판한 김안로, 역사가 평가한 유몽인
역사가 심판한 문인, 김안로ㆍ오명에 가려진 김안로의 글들ㆍ역사가 평가한 역적, 유몽인ㆍ뒤집힌 세상을 만나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2부 취미와 열정
나의 희한한 수집벽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 서화 소장가 김광수와 장서가 이하곤
벼슬대신 예술품 - 상고당 김광수ㆍ고서화 수집, 예술가의 안목을 키우다ㆍ만권 장서가 이하곤ㆍ자조 섞인 장서가의 자화상

그림을 아는 선비, 제발을 남기다 - 의원 김광국, 고증학자 성해응
그림을 아는 사람의 의미ㆍ운치 있는 사연들ㆍ인간미에서 배어나는 옛글의 멋

우아하고 점잖은 사치 - 벼루와 시전지 이야기
우아한 사치를 옹호하다ㆍ유득공이 벼루를 아낀 사연ㆍ벼루야! 벼루야ㆍ김용준의 동반자, 두꺼비 연적ㆍ시보다 아름다운 시전지ㆍ이덕무의 시전지, 탄호전

남몰래 예술가를 키운 명망가들 - 서평군 이요와 이정보
문예를 지원한 서평군이요ㆍ후원자를 넘어선 전문가ㆍ전설로 남은 예술가의 인생ㆍ악공을 후원한 시조 작가 이정보ㆍ가객 계섬과의 인연

산을 유람하는 것은 독서하는 것과 같다 - 산수의 멋을 즐긴 선비들
산을 유람한다는 것ㆍ도도한 백두산에 취하다ㆍ묘향산 단풍에 반하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문인들 - 시인 삼대와 천민 시인 홍세태
시인 삼대 - 이봉환, 이명오, 이만용ㆍ천민 시인 홍세태

3부 글과 영혼
편지로 운명을 위로하다 - 이규보의 <나에게 부치는 편지>와 선비들의 척독
선인을 대신하여 나에게 부치는 편지ㆍ척독, 수십 개 단어만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다ㆍ편지 조각에 담긴 호기와 인품ㆍ척독, 정취 있는 문학

제사를 올려 내 정신에게 사죄하다 - 문학의 신에게 바친 이옥의 제문
동짓날 제야에 인생의 전기를 꿈꾸다ㆍ불우한 문인의 영혼을 제 스스로 달래다ㆍ축원의 글, 희망 속에 절망을 숨기다

그리운 이에게 바치는 오마주 - 박제가와 조희룡의 회인시
박제가의 회인시 둘ㆍ불행에 빠졌을 때 정든 사람을 그리워하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 박엽과 목만중의 '동몽시'
어린이에게는 죽은것도 살아 움직인다ㆍ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보편성, 동심ㆍ이덕무, 동심을 지키는 것이 시인의 본분

도덕적 기준으로 남의 글을 재단하다 - 조선시대의 필화 사건
스스로 엄격한 검열에 나서다ㆍ낙발 시비를 낳은 율곡의 과거ㆍ1577년 조보 인출 사건

역사는 천하의 공언이다 - 역사 바로잡기와 뒤집어 보기
종계변정과 인조반정ㆍ종계변정과 명사변무ㆍ야사를 다듬어 역사로 - 김려ㆍ조선 역사 뒤집어 보기 - 김택영

4부 공부와 서책
일백 세대 뒤에 태어날 이와 벗 삼으리 - 박지원과 박규수의 옛 글 읽기
크나큰 인연, 크나큰 만남ㆍ차라리 천년 벗과 대화를 나누리ㆍ본받고 싶고, 친구 삼고 싶은 옛사람ㆍ박규수의 골패 독서법ㆍ옛글을 읽어 옛사람을 만나는 의미

선비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조선시대의 베스트셀러
조선시대의 명저와 베스트셀러ㆍ잠든 조선을 깨운 일본 책 《화한삼재도회》ㆍ외국에서 출간된 조선의 책ㆍ출판 공백을 메운 필사본

끊임없이 읽고 기록하라 - 공부하는 법, 글쓰는 법
중요한 글은 외어라ㆍ외우고 생각하라ㆍ그리고 늙도록 책을 읽어라ㆍ글쓰기를 위한 독서법 10가지ㆍ선비의 삶이 응축된 독서문화

지식에 앞서 학문하는 자세를 배우다 - 참스승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스승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배우다ㆍ지식에 앞서 학문하는 자세를 배우다ㆍ200년 전 스승에게서 잘 배운 제자ㆍ다산이 제시한 참된 공부법

선인과 범인이 다른 길을 가는 갈림길 - 과거를 포기하고 금강산으로 떠난 신광하
과거에 낙방하고 미쳐버린 선비 이야기ㆍ과거장의 살풍경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선비정신을 다시 살려야 | YO**G2 | 2009.08.1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웃나라에 무사도정신이 있다면 우리에겐 선비정신이 있다고들 한다.  사전에 찾아보니 선비란 '학식이 있고 ...

     이웃나라에 무사도정신이 있다면 우리에겐 선비정신이 있다고들 한다.  사전에 찾아보니 선비란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참으로 우리가 삶의 표상으로 삼고 자기를 비추어 보는 거울로 삼아야 할 참된 인간상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약간의 힌트가 느껴지지만 이 시대나 저 시대나 진정한 선비가 되기는 참으로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선비답게 살자고 했는지도 모른다. 선비의 참모습에선 참으로 고결한 고집이 느껴진다. 네 귀퉁이가 반듯한 서책과 책상의 모습이 어른 거리고 묵향이 느껴진다. 아마도 삶이 청정할수록  인품의 향기는 더 진하게 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삶과 죽음, 공부와 교제, 현실과 이상 속에서 고민했던 선비들의 모습을 그리며 책의 제목처럼 '오늘의 우리가 선비답게 살려면 어찌 해야 할 것인가?'하는 화두를 갖게 한다. 서기 2천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선비상을 가늠해 본다. 또'나는 선비인가, 선비일 수 있는가'하는 의문에 들어 본다. 

     

     우리는 선비가 되어야 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선비가 되어야 한다. 옛 선비보다 더 많은 지식과 재물을 가진 이가 많지만 현대에 선비다운 이웃들이 없는 것은 아마도 이타정신과 행동력이 결여된 결과일 것이다.  가정을 잘 경영하고 이웃과 공동체에 대해서도 관심과 배려 그리고 의무감을 갖는 사람이야 말로 이 시대의 선비가 아닐까.    

  • 위의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발견해서 나누고자 올립니다.웰빙(참살이), 다이어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참으로 가슴에 ...
    위의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발견해서 나누고자 올립니다.

    웰빙(참살이), 다이어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시가 한 편 있어 올립니다.
    가슴 한 켠에 깊이 새겨 실천해 보심이 어떨지요.

    절식패명(節食牌銘)

                              이양연(李亮淵)

    적당히 먹으면 편안하고           適喫則安
    지나치게 먹으면 편치 않다.      適喫則否
    의젓한 너 천군이여!                 儼爾天君
    입의 유혹에 넘가가지 말라!      無爲口誘

    천군은 몸의 주재자인 마음을 비유한 말입니다. 젋은이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한 사람이 이 팻말을 두드리고 거기 적힌 글을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좌중의 사람들에게 과식하지 말 것을 경계했다고 합니다. 이 잠언은 다이어트하는 사람을 위한 표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자인 이양연은 조선 순조 연간의 저명한 시인이라고 하네요. 저는 잘 모르지만... *^^*

    성호 이익의 글에 조선 시대 사람들이 꽤 과식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우리에 비해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해 어떻게든 많이 먹으려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것은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옛선비들 중에는 많이 먹는 것을 죄악시해 식사량을 조절하려 애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성호는 자신을 좀벌레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책 읽을줄만 알고 베 한 올, 쌀 한 톨도 스스로 장만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 선비다운 삶, 아름다운 삶 | KK**OR | 2007.05.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나는 선비(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선비)에 관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선비는 언제나 나의 공부의...
     

      나는 선비(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선비)에 관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선비는 언제나 나의 공부의 중요한 한 화두이다. 선비. 어찌 보면 참 고루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한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고루한 이름은 선비 행세를 하는 얼치기나 가짜에게나 붙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꽤나 뒤쳐진 것으로 보이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자신이 태어난 시대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수양과 변신을 꾀한 이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불가사의한 사람들이었다. '팔방미인'은 아마 선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그들은 못하는 게 없었다.

     

      일례로 학자 군주였던 세종대왕이나 정조 선황제를 보자. 그들이 추구한 이상은 바로 선비였다. 그런데 이들은 어떠하던가. 도대체 못하는 게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내놓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업적들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그들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당시 선비라는 명함을 내놓을 수 있는 이들은 도대체 못하는 게 없었다. 과연 오늘날의 정치가들이, 오늘날의 지성인들이 이들의 그림자라도 흉내낼 수 있을지 나는 의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선비의 일상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과 세상의 이치 등에 관한 수많은 내용들을 읽고 쓰고 그렸다.

     

      과연 '선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기란 이 한 몸의 역사라 하여 끊임없이 써 나간 유만주, 벼슬에 미련을 두지 않고 만 권 장서를 갖추는 데 공을 들였던 이하곤처럼 그들의 삶에는 치열함과 열정이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른바 마니아 기질이라는 벽(癖), 미침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정계에서 축출당했어도 임금의 은혜로 산다며 삶의 절망을 기꺼이 기쁨으로 받아들인 김정국처럼 여유로움을 잃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사치에는 검소함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모든 것에 박학다식했다. 자연 속에서 겸허할 줄도 알았고, 자신의 내면을 깊게 성찰할 줄도 알았다.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길에서조차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차분하게, 담담하게, 아름답게, 맞이하고 있다. 그들 또한 삶에 대해 어찌 일말의 아쉬움이라도 없었으랴. 그러나 그들은 주어진 (한정된) 삶을 원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이는 오늘날 우리들 상당수가 지니고 있는 '우울한 자화상'과 무척 대조되는 부분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선비들의 고귀한 정신을 배운다. 우리가 그러한 정신을 배우는 목적이 그 때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물론 아니다. 그와 같은 선비 정신으로 자유와 평등이 서서히 정착되어 가는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풍요롭게 만들고자 함이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 선인들을 당당하게 대할 수 있는 길인지도 모른다.

     

     

    …… 조선시대 선비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던 모습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틀에 박히고 화석화된 존재가 아니라, 펄펄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연출해 내는 삶의 진정성이 글이라는 낡은 거죽을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었다.
      낡은 거죽을 벗겨내고 다가가 살펴보면 오히려 더 진지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품은 생각과 마음이 보이는 듯했다. 이 땅에 살았던 선비들의 인생과 글은 수백 년이란 시간을 초월하여 여전히 신선한 감동을 던지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 (안대회,『선비답게 산다는 것』, 푸른역사, 2007, 5∼6쪽)

     

     

    =======================================

     


    [追記]1 선비는 늘 나의 공부에서 중요한 화두이다. 이번에도 선비에 관한 좋은 책을 보고 어김없이 선택하여 읽었다. 늘 말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우리의 선입견들이 많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追記]2 이 책에는 정말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구절들이 많이 있다. 너무 많아서 그 가운데 앞에 있는 두 가지 정도만을 소개할까 한다.

     

    1)

     

    한평생 시름 속에 살아오느라
    밝은 달은 봐도 봐도 부족했었지
    이제부턴 만년토록 마주 볼테니
    무덤 가는 이 길도 나쁘진 않군
        - 이양연 -  (안대회, 위의 책, 2007, 16쪽)

     

      자찬묘지명! 그것은 죽음에 직면해 남의 시간을 빌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글이다. 죽음의 공포에 떨기보다는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자기 그려보는 일이다. 죽음에 앞서 자신의 죽음을 타자처럼 차분하게 응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기 싫어 몸부림치는 사람이나 죽기 두려워 신에게 애걸복걸하는 사람에 비해, 자찬묘지명을 쓰고 차분히 '죽을 준비'를 하는 사람이 훨씬 멋져 보이고 현대적이다. 요즘 말로 쿨하다.  (안대회, 위의 책, 2007, 23쪽)


    2)

     

      일어난 일을 날마다 기록하는 것은 고금이 다르지 않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일이 없지 않아 내 한 몸에 모여든 일이 언제고 그치지 않는다. 따라서 날이 다르고 달이 다르다. 무릇 사람의 일이란 가까우면 자세하게 기억하고 조금 멀어지면 헷갈리며, 아주 멀어지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일기를 쓴다면 가까운 일은 더욱 자세하게 기억하고, 조금 먼 일은 헷갈리지 않으며, 아주 먼 일도 잊지 않는다.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일은 일기로 인해 행하기에 좋고,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일기로 인해 조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기란 이 한 몸의 역사다.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으랴. ……   - 유만주 -  (안대회, 위의 책, 2007, 27쪽)

     

     『흠영』은 한 개인의 역사를 철저하게 기록하려는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 옛 일기에 보이는 철저한 기록 정신은 구한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런 옛 일기에 보이는 전통이 과연 존재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현대 우리 사회는 개인의 소소한 생활은 물론 국가의 중요한 문서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심지어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통치와 관련된 주요 문서를 불태워 없애고 물러난 일도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매일 일기를 썼던 선비들의 정신은 우리애개 새삼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안대회, 위의 책, 2007, 34∼35쪽)

     

     

    [追記] 3  선비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린다.

     

    정옥자, 오늘이 역사다, 현암사, 2004.

    정민, 미쳐야 미친다, 푸른역사, 2004.

    정옥자, 금장태, 이광표 외, 시대가 선비를 부른다, 효형출판, 1998.

  • 사람답게 산다는 것 | ei**w | 2007.04.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사람답게 산다는 것  법정스님께서는 매월 책을 하나씩 골라서 읽게 권해 주십니다. 4월의 읽을 책으로는 안대회...

    사람답게 산다는 것


     법정스님께서는 매월 책을 하나씩 골라서 읽게 권해 주십니다. 4월의 읽을 책으로는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을 권해주셨습니다. 책을 읽기 위해 바탕이 되는 조선정신이 무엇인가를 신봉승선생의 조선사나들이를 통해 잠깐 맛을 보았는데요. 놀라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조선은 세계역사에 유례없이 519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어온 유일무이한 나라였습니다. 선비가 무사를 숨도 못 쉬게 다스리고 오백년 동안의 방대한 기록 <조선왕조실록>을 고스란히 남긴 나라, 그 핵심에 선비정신이 있었습니다.


     역사를 대할 때마다 감동이 밀려오는데요. 그 원인은 꼭 있어야할 자리에 꼭 있어야할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명 조식선생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뤄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좌 퇴계 우 남명이라 불릴 정도로 당대 최고의 성리학 대가였습니다. 퇴계 성리학이 이론적인데 반해, 조식의 남명학은 실행을 중시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등 다수의 의병장이 그의 문하생이었던 것만 봐도 그 사상의 실천성이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남명선생은,

     ‘언행은 신의 있게 하고 삼가며, 사악함을 막고 정성을 보존하라.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 움 돋는 봄날처럼 빛나고 빛나리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남명선생은 늘 허리춤에 방울과 칼을 차고 다녔습니다. 차고 다니는 방울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경계했고, 허리춤에 찬 작은 칼에는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이 경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의이다.’ 라는 패검명을 새겨 놓아 마음을 살피고 행동을 결단하는데 칼 같은 단호함을 갖추도록 스스로를 경책한 것입니다.

     선생은 혁대에 까지 경계의 글을 새겼습니다. “혀는 새는 것이요, 가죽은 묶는 것이니 살아있는 용을 묶어 깊은 곳에 감추라.” 이런 말인데요. 장부란 모름지기 세치 혀를 제대로 가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볍게 혀를 놀릴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용에 비유될만한 호연지기가 담긴 큰 뜻을 가슴속 깊이 새겨두라는 뜻이죠.

    지리산 유람 길에 선생 뵙기를 청했던 천하 명기 황진이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선비 남명 조식선생. 끊임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선생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면암 최익현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할 때, 73세였습니다. 아무 것 하지 않아도 누구도 말하지 않을 나이에 분연히 일어나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이것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면암선생과 함께 살았다고 해서, ‘천하동생天下同生’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이 살았다는 뜻이죠. 그러나 호남에서 싸울 때, 쳐들어 온 군대가 일본인이 아니고 조선인이라는 것을 안 선생은 무장해제를 하고 포로로 잡힙니다. 동족의 가슴에 총을 쏠 수 없다는 신념에서였지요. 포로가 된 선생은 대마도로 귀향을 갑니다. 부산 초량에서 떠났는데, 선생은 제자에게 물 한 동이를 길어오게 합니다. 그리곤 초량 길가에 앉아 버선발을 벗고는 버선 속에 초량의 흙을 집어넣었습니다. 이것은 비록 일본 땅에 잡혀가지만 일본 흙을 밟지 않겠다는 우국지사의 결연한 의지였습니다. 대마도로 유배 간 면암선생은 제자가 떠온 물밖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굶어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죽음을 놓고 세상 사람들은 다시 ‘천하동사天下同死’ 세상이 다 같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의 생을 놓고 천하가 함께 살았다고 했고,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천하가 함께 죽었다고 말한 것입니다. 조선 백성들의 가슴을 꽉 채운 면암 최익현선생.


     이런 선비들을 키운 조선시대의 학교와 가정의 일관적인 가르침은, 늘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배우고 익히며, 예절 바른 태도로 청렴결백해야 하고, 의로운 것을 택해 정의 편에 서는 것, 부끄러운 것을 알아야하는 선치와 도리를 배우며 배운 것을 실천하는 지행知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자학을 근본으로 하지만 지행합일知行合一을 행실의 으뜸으로 여겼습니다. ‘배운 바를 익혀 실천하는 나라’ 그것은 조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었습니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가난한 삶 속에서도 세계의 유례가 없는 조선을 일군 ‘힘’이었습니다.


     지행합일 하면 떠오르는 선비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다산정약용 선생이죠. 다산선생은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답게 정치·경제·역리·지리·문학·철학·의학·교육학·군사학·자연과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방대한 양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다산의 저술은 1922년에 문집에 넣기 위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한 자찬묘지명의 집중본(集中本)을 기준으로 할 때 육경사서의 연구서인 경학(經學)집 232권과 일표이서를 포함한 경세학서(經世學書) 138권에 시문집과 기타 저술을 포함한 문집 260권을 합하여 총 492권입니다.

     이 저술들은 대체로 6경4서 · 1표2서 · 시문잡저 등 3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교될 분입니다. 이런 분이 스승으로 모시고 깊이 흠모했던 분은 어느 분일까요? 그건 다름이 아닌 퇴계 이황선생입니다. 다산 선생은 퇴계 선생에게서 직접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퇴계 선생이 가신지 200년이 지난 1795년 (정조 19), 다산 선생의 연치 34세 때. 충청도 청양의 금정찰방金井察訪으로 좌천된 다산 선생은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퇴계 선생의 편지글을 한 편 읽고 독후감을 써서 모아 두었습니다. 이 글들은 훗날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이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수백 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스승이 남겨놓은 편지를 대하며, 마치 자신이 직접 퇴계 이황 선생에게 친절한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산 선생은 퇴계 선생이 1563년 이중구에게 답한 편지를 읽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쓴 <도산기>와 <도산잡영>이 그대의 책상 위에까지 올라갔다고 하니 너무도 땀이 나고 송구스럽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본디 지어서는 안 되지요. 산에 사는 사람에게 아무 일이 없다보니 그저 필묵으로 장난치며 즐길 것뿐입니다. 글상자에 감춰두고 아이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중략- 남이 모르게 하려면 차라리 짓지 않는 게 낫다고 합니다. 이미 짓고서 비밀로 부치는 짓은 옛사람이 비웃는 바인데 제가 이러한 경계를 범했습니다.


     자신이 쓴 시문이 남에게 읽힌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책하는 내용의 편지이죠. 퇴계 선생의  조심스런 성품이 배어나는 편지를 본 다산 선생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평소에 큰 병통이 있다. 무릇 생각한 것이 있으면 바로 글로 지어내고, 지은 것이 있으면 남에게 보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버릇이다. -중략- 요즘 와서 점검해 보니, 모두가 경천輕淺(가볍고 얕음) 두 글자가 빌미가 된 결과다. 이것은 덕을 숨기고 수양하는 공부에 크게 해로운 데 그치지 않는다. 비록 주장이 현란하고 글솜씨가 화려하다고 해도 차차로 천박하고 값싸져서 남에게 존중 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 선생의 말씀을 읽고 보니 느끼는 바가 한결 크다.

     선생은 성급하게 글을 쓰고 남에게 알리는 자신을 퇴계 선생의 편지를 읽고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200년 전의 스승을 마주 대하고 무릎을 꿇는 다산 선생이야말로 역사로부터 일깨움을 받을 줄 아는 진정한 선비였습니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말을 ‘사람답게 산다는 것’라고 바꿔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답다’는 ‘되다’는 말의 씨에서 나왔다죠?

  •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BGM으로 날라다녔던 NEXT 1집의 '도시인')   한시라도 가만히...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BGM으로 날라다녔던 NEXT 1집의 '도시인')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는 갓 두 돌이 된 아이를 보며 선비답게 사는 꼴을 보려니

    솔직히 열 받았다. 나도 저렇게 선비처럼 널널하게 책이나 볼 수 있으면

    저런 글 골백개라도 쓰겠네라는 독설까지 퍼부으면서 궁시렁댔으니,

    작가님 어지간히 귀가 간지러우셨겠군. 이라는 여유는 애가 잘 때만 나온다.

     

    예전처럼 땅이 있고 땅을 부쳐먹으면서, 여유로운 삶을 가진다면 모를까.

    하루하루 월급쟁이의 입장이나, 방학이나 쉴 시간 참 없는 주부의 일상으로는

    보면서 한숨도 절로 나온다. 음. 글만 읽는다는 걸 보면 고시생이라고 일단 가정해본다 해도,

    예전과 같은 낭만과 여유는 절대 나올수가 없으니 좀 아쉽달까.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여유도 좀 갖고, 평범한 것보다는 좀 뛰어난 글 재주를 가지고

    스스로 즐기면서 살아보자는 거 같은데, 너무 공감하기엔 힘든 사차원, 안드로메다임이 아쉽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긴 힘들고,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지 못한다고 하신다면야.

    그냥 나는 뱁새요. 참새인 채로 사는 것도 행복할 거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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