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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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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60516910
ISBN-13 : 9788960516915
진화의 배신 중고
저자 리 골드먼 | 역자 김희정 | 출판사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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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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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아주 만족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mukga2***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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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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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유전자들은 어째서 이토록 치명적인 독이 되어 버린 것일까?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진화의 배신』. 지구상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류를 위협한 가장 큰 문제는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이었다. 진화의 여정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어 두고, 소금을 간절히 원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지는 전략을 취하고, 신속하게 혈액을 응고시키는 보호 체계를 발달시켰다. 이런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1만 세대, 20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고 번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순조롭던 진화의 여정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인류를 굶주림과 탈수, 폭력과 출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유전자들이 단 10세대, 200년 만에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저자는 그것들이 어째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부르는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이고, 나아가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한다.

저자소개

저자 : 리 골드먼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로,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의학건강과학대학원 학장, 컬럼비아대학병원 원장 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의학 및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학교샌프란시스코병원,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예일뉴헤이븐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았다. 하버드의학대학원 의학 교수와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 전염병학 교수를 거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의학대학원 의학부 부학장과 임상학 학장을 지냈다. 미국의학원 회원이며 미국일반내과의사협회, 미국의사회, 미국의대교수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상을 수상했다. 흉부 통증 환자의 입원 여부 결정 기준으로 높이 평가받는 골드먼 표준(Goldman Criteria), 골드먼 지수(Goldman Index)로 대표되는 비심장 수술이 심장에 미치는 위험 예측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 교과서인 《골드먼-세실 의학 교과서(Goldman-Cecil Medicine)》의 수석 편집인이며, 지금까지 45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역자 : 김희정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간의 품격》 《채식의 배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견인 도시 연대기》(전 4권) 《랩걸》 《코드북》 《두 얼굴의 과학》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9

1부 인류를 생존시킨 네 가지 형질의 비밀

1장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만일 에이즈가 더 일찍 출현했다면 20 | 인간은 어디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24 | 자연 선택의 진화 메커니즘과 ‘적자’ 생존의 원리 30 | 자연 선택의 실제 사례 하나, 튼튼한 뼈 37 | 자연 선택의 실제 사례 둘, 유당 소화력 46 | 전염병에서 살아남기 53 | 수십만 년의 느린 변화와 산업 혁명 이후의 극적인 변화 61 |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66

2장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인체는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을 모른다 70 |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열량이 필요한가 73 | 구석기 시대의 음식과 열량 77 | 열량을 넘어서: 우리 몸에 필요한 다른 영양소들 85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하나, 허기와 포만감 90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둘, 입맛 92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셋, 소화와 흡수 101 | 아사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105 | 문명과 영양 공급 109 | 식사 시간, 열량, 운동의 관계 114 | 영양 상태의 시금석, 평균 신장 117 | 비만의 역사 123 | 체중은 왜 늘어날까 128 | 왜 비만에 신경 써야 할까 138 | 왜 당뇨병에 유의해야 할까 141 | 피마족의 교훈에서 배우기 145 | 현대인의 딜레마 154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죽음 162 | 탈수에서 살아남기 165 | 구석기 시대의 물과 끈기 또는 지구력 168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하나, 땀과 체온 171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둘, 물과 소금 175 | 탈수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182 | 문명 그리고 물과 소금 공급 192 | 조상들과 현대인의 나트륨 섭취 195 | 고혈압이란 무엇인가 198 | 무엇이 고혈압을 부르는가 202 | 고혈압이 끼치는 폐해 208 | 루스벨트의 고혈압 213 | 현대인의 딜레마 217

4장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제이슨 펨버턴의 역설 222 | 경쟁과 위험에서 살아남기 225 | 구석기 시대의 폭력과 비명횡사 227 | 살인과 진화의 메커니즘 232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기억과 두려움 238 | 공격과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43 | 위협에 너무 과하게 반응하기 248 | 비명횡사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259 | 문명과 폭력의 감소 264 | 과거와 현재의 살인율 270 | 현대 사회를 뒤덮은 불안과 우울증 274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다시 제이슨 펨버턴 이야기로 277 | 자살의 이유 281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로지 오도널과 ‘과부 제조기’ 292 | 출혈에서 살아남기 295 | 구석기 시대의 출혈 위험 299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혈액 순환 301 | 순조로운 피의 흐름과 응고 306 | 출산 시 출혈과 응고 사이의 균형 잡기 309 | 출혈 방지 체계가 고장 났을 때 316 | 출혈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319 | 문명과 의학의 발전 328 | 심장 마비와 뇌졸중의 역사 332 | 출혈 문제의 과거와 현재 336 | 심장 마비: 다시 로지 오도널 이야기로 340 | 뇌졸중에서 살아남기 345 | 정맥 혈전과 폐색전에서 살아남기 349

2부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몸 보호하기

6장 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우리 조상들의 자손 증식과 수명 356 | 현대인의 수명 연장과 창궐하는 현대병 361 | 현대병의 미래 366 | 유전자로 전세가 뒤집힐까: 비생산적 형질 제거하기 368 | 유전자로 전세가 뒤집힐까: 새 돌연변이 유전자 퍼뜨리기 372 | 환경은 우리를 더 빨리 변화시킬 수 있을까 386

7장 우리 행동 바꾸기
우리 의지가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398 | 다이어트로 먹는 본능 이기기 405 | 다시 오프라 윈프리와 요요 다이어트로 412 | 우리는 왜 살빼기에 실패할까 415 | 가끔 있는 대성공 사례와 좋은 소식 422 | 운동으로 과잉 보호 본능 상쇄하기 426 | 소금 섭취 줄이기 433 | 불안과 우울증 대처법 438 | 빅 브라더가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443 | 슬픈 진실 449

8장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현대 과학이라는 선택지 454 | 현대인이 할 수 있는 일, 약과 수술 457 | 과체중과 비만 치료법 461 | 운동 촉진제 476 | 고혈압 치료법 478 | 불안과 우울증 치료법 482 | 혈전 치료제 489 | 최첨단 기술들 502 | 미래의 전망 508

감사의 말 514

주 516 | 참고문헌 557

책 속으로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이 네 가지 유전 형질의 도움으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놀랍게도 바로 이 네 형질이 미국 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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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이 네 가지 유전 형질의 도움으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놀랍게도 바로 이 네 형질이 미국 내 사망자 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사망 원인 여덟 가지 중 네 가지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이 유전 형질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보다 죽는 사람의 숫자가 무려 여섯 배나 많아졌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왜 이제는 이토록 비생산적이 되었을까?
이러한 역설이야말로 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_12쪽, 머리말

식량 부족을 견디고, 가뭄을 이겨 내고, 위험한 상황을 인식해 피하고, 상처를 입었을 때 피가 응고되는 형질은 우리 조상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일으켜 온 급속한 환경 변화와 우리 유전자가 변화해 가는 느린 속도 사이의 불균형은, 산업화 이전 오랜 세월 동안 생존을 보장했던 유전 형질에 우리가 오히려 발목을 잡혀 버린 이유를 설명해 준다.
우리 유전자는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도와 발맞춰 돌연변이를 할 수 없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어 버린 병들이 우리가 자손을 퍼뜨린 다음에 우리 몸을 공격하고 그 아이들도 다시 똑같은 일을 겪게 되는 한, 자연 선택 과정은 그런 환경 변화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 결과 인류라는 생물 종을 그토록 효과적으로 잘 보호했던 생존 형질들은 이제 많은 경우 과잉 보호적이고 때로는 명백히 해롭기까지 한 요인이 되고 말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음식과 소금과 물이 너무 흔하고, 폭력 사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줄고, 피를 너무 흘려 죽는 일 또한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경구를 뒤집어 말하자면, 우리는 인류 생존이라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적응이라는 전투에서는 지고 있다. _66~67쪽, 1장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영양 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그러니 우리 몸이 음식?특히 몸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음식?을 원하고, 오염되거나 독이 든 음식은 먹고 병들거나 죽지 않도록 알아서 거부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허기와 입맛, 소화를 북돋고 제어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기관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_89쪽, 2장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1945년 당시만 해도 고혈압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 증상이 우리 조상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간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메커니즘 때문에 벌어진다는 것을 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더 많은 육체 활동을 해야 했으므로 우리보다 더 많은 열량이 필요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땀을 더 많이 흘렸다. 특히 원래 인류가 살던 아프리카라는 환경에서 활동적인 생활을 하는 데는 더 많은 양의 물과 소금이 필수적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현대인보다 안정적으로 물과 소금을 손에 넣을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미래의 부족에 대비해 물과 소금을 찾고 소비하고 충분히 몸속에 저장하도록 몸이 적응해야만 했다. 그리고 물과 소금이 부족해지면 다양한 호르몬이 동원되어 탈수로 인해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요컨대 루스벨트는 인류의 생존을 20만 년 동안 보장해 온 과잉 보호 형질과 호르몬들이 작동한 결과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_163~164쪽,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극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35세 이하에서는 5퍼센트인 고혈압 환자 수가 35~44세에서는 15퍼센트, 45~54세에서는 35퍼센트, 55~64세에서는 50퍼센트, 65~74세에서는 65퍼센트가 되고, 75세 이상 인구 중에서는 70퍼센트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이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고혈압이 심장 마비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의 원인 중 약 50퍼센트를 차지하며, 심부전과 신부전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고혈압은 매년 미국 내에서만도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700~800만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고혈압은 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이기도 하다. 이 병 치료에 드는 의료비와 이 병으로 인해 근무를 못 한 날의 비용을 모두 합치면 미국에서만 매년 무려 750억 달러를 웃돈다. (…)
약간 과잉 보호적인 체질을 갖는 데 대한 대가가 60대에 고혈압과 뇌졸중을 앓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면, 인류라는 종 전체로 봐서는 기꺼이 치르고도 남을 만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이제 물과 소금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심지어 정맥 주사까지 쉽게 맞을 수 있으니, 탈수증을 일으키기 쉬운 활동을 하며 살던 우리 조상들을 구했던 형질들을 온전한 축복으로만 볼 수는 없게 되었다. 미국 내 사망 원인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고혈압이 탈수증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_217~219쪽,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조상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 방어 또는 식량, 물, 배우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명예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도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죽음?살해나 다른 방법으로?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인간은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어떤 두려움은 타고나 우리의 반사적 행동 중 일부가 되고, 어떤 두려움은 경험을 통해 얻는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어떨 때는 맞서 싸우고, 어떨 때는 위험으로부터 도피하며, 또 어떨 때는 순종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방이 너무 심한 상처를 입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는지를 알고, 학습하고, 기억하도록 도운 바로 이 두려움에 기초한 극도의 경계 메커니즘은 상당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불안증, 공포증, 우울증,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점점 더 안전해지면서 혜택과 부작용 사이의 균형이 변화했다. 현대 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매년 4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살해당하거나 전투 중 사망하는 수의 두 배에 달한다.
구석기 시대에 우리를 보호했던 타고난 행동이 이제는 그 행동으로 대처하려 한 도전이 초래하는 죽음보다 더 많은 죽음을 낳는다는 사실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이 도전으로 넘쳐났던 공격적 환경에서 벗어나 문명 사회로 변화하면서 이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미묘해진 위협에 대해 치명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반응이 되어 버린 것이다. _223~224쪽, 4장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구석기 시대 조상들의 12퍼센트, 초기 농업 정착민의 25퍼센트가 살인과 치명적 부상으로 사망했다면, 죽지 않을 정도로 베이고 부딪히고 멍드는 일은 얼마나 빈번했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 (…)
선사 시대에는 부상도 큰 걱정이었지만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출산에 따른 출혈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 구석기 시대 여성이 평생 평균 10명의 아이를 낳고 이와 비슷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면 출산 중 또는 그 직후 출혈로 목숨을 잃을 확률은 평생 30분의 1이었을 것이다.
현대적인 산과 의료 서비스, 수혈, 외과 수술, 봉합 같은 치료의 도움 없이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현대의 우리 몸도 조상들과 같은 방식으로 피가 응고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_299~300쪽,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봉합술, 수혈, 줄어든 폭력, 그리고 향상된 산과 의료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 출혈로 죽을 위험이 가장 낮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혈액 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이므로, 그들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특징은 산업화 사회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들과 직접 연관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 마비,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 등?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외상, 살인, 자살, 출혈성 뇌졸중, 궤양 등 출혈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 많다. 그리고 이런 불균형을 초래하는 유전자는 계속해서 후세에 전달될 것이다. 혈전으로 인한 질병이 자손을 낳기 전에 발생해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_339쪽,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평범한 다형성이어서 인구의 약 10퍼센트에서 발견된다고 할지라도 5세대가 지나면 인구의 40퍼센트가 이 유전자를 지니게 된다. 5세대는 20만 년이라는 인류 역사에 비하면 눈 깜짝 할 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에이즈가 임상적 증상으로 처음 보고된 시점과 그 병에 대한 효과적인 약품이 개발된 시점 사이 기간인 1세대와 비교하면 다섯 배나 긴 시간이다.
따라서 흥분해서는 안 된다. 현재 규모의 인구에서는 1만 년 전에 비하면 유익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무작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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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류 진화의 역사로 밝혀 낸 현대병의 놀라운 비밀 아마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강력 추천 인간이 20만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멸종을 면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이로울 정도로 훌륭한 유전자 덕분이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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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의 역사로 밝혀 낸 현대병의 놀라운 비밀

아마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강력 추천

인간이 20만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멸종을 면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이로울 정도로 훌륭한 유전자 덕분이었다. 진화의 여정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어 두고, 소금을 간절히 원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지는 전략을 취하고, 신속하게 혈액을 응고시키는 보호 체계를 발달시켰다. 이런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인간은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형질들이 최근 겨우 2세기라는 짧은 기간 사이에 목숨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도리어 빼앗아 가는 주요 현대병의 원흉으로 돌변해 우리의 건강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어째서 오늘날 이토록 치명적인 독이 되어 버린 것일까?
저자는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이제 어째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부르는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인다. 나아가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한다.

인류의 생존은 뛰어난 뇌보다 위대한 유전자에 달려 있었다
호모 속 출현 후 230만 년, 호모 사피엔스 출현 후 20만 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견디고 인류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친 것만이 아니다. 4만 년 전부터는 유일하게 생존한 호모 종이 되어 찬란한 문명을 건설하고 말 그대로 지구를 정복했다.
지구상에 출현했던 생물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비율은 500종당 1종,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 인간은 포식자, 환경 재난, 전염병 등 온갖 재앙 속에서 어떻게 이 극한의 확률을 뚫고 지금과 같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을까? 가장 손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마 우리의 커다란 뇌, 그러니까 뛰어난 지능 덕분이라는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심장병 전문의 리 골드먼 박사는 뇌를 넘어서 더 근원적인 요인에 주목한다. “우리가 오늘날 여기 있는 것은 우리 뇌력의 궁극적인 승리 덕분이지만 우리의 생존은 언제나 우리 몸에 달려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생존하고 심지어 번성했던 것은 근육의 힘보다 생존을 가능케 한 타고난 형질들 덕분이라는 의미다. 예술, 과학, 철학, 테크놀로지 등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뇌의 힘은 우리 몸이 힘든 환경, 때로는 적대적인 환경을 버텨낼 만큼 강하지 않았으면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28쪽)
진화는 자연 선택과 적자 생존의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관건은 누가 ‘가장 적합한 유전 형질’을 가졌느냐다. 그런 특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하고, 그 자손들이 다시 더 많은 후손들을 낳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자연 선택은 느리지만 꾸준하고 거침없이 어떤 유전자가?그리고 거기에 따라 어떤 사람들이?지구상에 살아남을지를 결정해 왔다.”(35~36쪽)

우리 조상들은 굶주림과 탈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구상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류를 위협한 가장 큰 문제는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이었다.(10~12쪽) 이 위험을 극복하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나아가 우리 유전자들은 어떤 방어 체계를 마련해야 했을까?
먼저 굶주림에는 어떻게 대비했을까? 음식이 생길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배불리 먹어 두는 보호 전략을 취했다. 이를 위해 우리 몸은 20개가 넘는 분자와 호르몬이 허기와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고,(90쪽) 3가지 유전자가 좋아하는 단맛과 감칠맛을 감지하는 한편 25가지가 넘는 유전자가 위험한 쓴맛을 감지한다.(94쪽) 또 배, 허리, 둔부에 집중된 350억 개의 지방 세포는 약 13만 칼로리(비만일 경우 1400억 개, 100만 칼로리)의 열량 비축 능력을 자랑한다.(136쪽)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 조상들은 늘 아사의 위협에 직면해야만 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72쪽)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탈수를 피하는 것 역시 생존에 대단히 중요했다. 작고 약한 인간은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뒤쫓는 방법으로 먹이를 구했는데, 이때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 끈기 또는 지구력이었다.(168~169쪽) 사냥 시에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엄청난 열량을 소비하는 동시에 엄청난 땀을 흘렸다. 땀을 흘려 몸의 과열을 방지해야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땀 흘리는 능력, 인체의 냉각 능력은 너무나 탁월해 에어컨에 맞먹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174쪽) “땀을 흘리는 것이 인간에게 이토록 중요하므로 우리는 다른 포유류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 … 호르몬들은 갈증을 일으켜 필요한 만큼 물을 섭취하게 유도하고,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 소금을 섭취하게 한다. 또 신장을 제어해 소금과 물이 부족할 때는 보존하고 너무 많으면 배출하도록 한다.”(175쪽) 그리하여 우리 유전자는 심지어 “소금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입맛과 생존을 위한 과잉 보호 본능 때문에 짠 음식을 먹고 싶”(178쪽)게 하는 강력한 탈수 방어 기제를 만들어 냈다.

우리 조상들은 폭력과 출혈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폭력과 그로 인한 비명횡사는 우리 조상들에게 다반사였다. 한때 우리 조상들이 ‘온화한 야만인’이었다는 신화가 존재했지만 금방 허구로 판명 났다. 일례로 5000년 전 사람 ‘아이스맨 외치’와 9400년 전 사람 ‘케너윅맨’의 사체를 정밀 조사해 보니 폭력의 흔적이 역력했다.(227~228쪽) “이러한 사례를 놓고 볼 때, 선사 시대의 비명횡사는 거의 대부분이 동물의 공격이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보다 살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230쪽) 그렇다면 왜 인간은 1만 세대 동안 강한 살해 욕구를 가지고 살아왔을까? 그것이 진화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살인을 통해 식량과 물, 그리고 원하는 여성과 그녀의 자손 번식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230쪽) “살인자가 희생자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명백하다.”(232쪽)
그런데 이 살인 능력만큼이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이 살해당하지 않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비명횡사를 피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어떤 형질을 발달시켰을까? 한 가지는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싸우거나 도망칠 수 없을 때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슬퍼하면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힘센 다른 인간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는 과잉 경계심, 심지어 가끔 일으키는 공황조차 생존에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249쪽) 아울러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나 이길 수 없는 도전에 부닥쳤을 경우 순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 전략일 수 있다.”(250쪽) 불필요한 또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인 불안, 그리고 지나치고 끈질긴 슬픔인 우울은 진화가 낳은 탁월한 자기 방어법이었다.
원시 지구를 누비고 다닌 선사 시대 사람들에게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한 출혈은 심각한 문제였다. 한편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에서 볼 때 출산 시 출혈은 더 중대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 사람의 12퍼센트, 초기 농업 정착민의 25퍼센트가 살인과 치명적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되며(299쪽) 구석기 시대 여성이 출산 출혈로 사망할 확률은 30분의 1로 추산된다.(300쪽) “현대적인 산과 의료 서비스, 수혈, 외과 수술, 봉합 같은 치료의 도움 없이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300쪽) 이처럼 출혈로 목숨을 잃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두 가지 혈액 응고 신속 대응 경로를 갖추었다. 첫 번째는 혈소판에 기초한 체계다. 혈소판은 혈액 속을 떠돌다가 혈관 안쪽 세포 방어벽에 손상이 생기면 재빨리 가서 구멍을 막는다. 그리고 유인 물질을 분비해 다른 혈소판들에게 전투에 신속하게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두 번째는 열 가지가 넘는 혈액 응고 단백질이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일종의 섬유 그물망을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이 그물망은 혈관 벽의 더 큰 상처를 때우는 동시에 혈소판들이 와서 쌓일 수 있는 기본 구조물 역할을 한다.(306~307쪽)
이처럼 훌륭한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1만 세대, 20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고 번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순조롭던 진화의 여정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인류를 굶주림과 탈수, 폭력과 출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유전자들이 단 10세대, 200년 만에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20만 년간 우리를 지켜 주던 유전자가 죽음의 원흉으로 돌변했다
1988년 오프라 윈프리는 비만과 건강 문제를 염려해 체중 감량 작전에 들어가 95킬로그램에서 65킬로그램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들어 줄었던 체중이 금방 다시 불어나자 또 한 번 38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몸무게는 계속 늘어만 갔고 2005년 4개월간 거의 굶다시피 해서 72.5킬로그램으로 줄였다. 그렇지만 2008년 또다시 18킬로그램이 쪄 있었고, 그 뒤로 그녀의 체중은 요요처럼 오르내리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398쪽)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1921년 39세의 나이로 소아마비에 걸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고혈압을 앓았다는 것은 덜 알려져 있다.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지 약 25년 후인 63세에 그가 사망한 것은 소아마비와는 상관없는 질병, 뇌졸중 때문이었다. 극도로 높은 혈압이 뇌 속 작은 동맥을 터뜨리면서 머리 속에 엄청난 출혈을 야기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쓰러진 직후 그의 혈압은 300/190이었다.(162~163, 215쪽)
2012년 미육군 82공수사단의 일원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후 전역한 제이슨 펨버턴 하사는 자기 아파트에서 1년여 전 결혼한 아내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최전방 정찰병 임무를 맡았고 필요할 때는 저격수 역할까지 해내며 세 차례나 훈장을 받은 뛰어난 군인이었다.(222쪽)
오늘날 위와 같은 사례들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한 동시에 더 병들어 가고 있다. 살찌기는 쉬운 반면 살빼기는 너무나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혈압과 뇌졸중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살인 사망보다 자살사망이 두 배나 높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리 골드먼 박사는 정곡을 찌르는 진단을 내놓는다. 수십만 년간 인류를 존속하고 번성하게 해 준 생존 형질, 우리를 더욱더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 준 유전자에 그 답이 있다고.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던 과식 본능은 이제 비만과 당뇨병의 원흉이다. 치명적인 탈수를 예방해 주던 물과 소금 보존 본능은 고혈압이라는 직격탄을 날린다. 비명횡사당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며 두려워하고 순종하며 슬퍼하는 전략이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을 부추긴다.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는 신속한 혈액 응고 장치는 혈전을 형성해 혈관을 막거나 터뜨려 뇌졸중과 심장 질환을 부른다.
지난날 인류에게 그토록 유익했던 것들이 오늘날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2세기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우울증과 정신 질환, 심장 질환과 뇌졸중의 비율 역시 급등했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사망 원인 중에서 심장 마비는 1위, 뇌졸중은 4위에 올라 있으며 당뇨병은 9위, 자살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286, 366~367쪽)

우리 유전자가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살찌기보다 살빼기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체중이 감소할 경우 우리 몸에서는 입맛을 돋우는 최소 일곱 가지의 호르몬과 분자의 분비가 상승한다. 게다가 이 물질들의 분비 수준은 한번 높아지면 몇 년간 지속된다.(133쪽) 여기에 비만증의 ‘허용’ 인자라고 불리는 육체 활동량 감소와 고열량의 값싼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이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또 “현대인이 먹는 고기에는 수렵?채집인들이 먹었던 고기에 비해 지방이?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포화 지방산을 함유한 지방이?훨씬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우리 몸은 지방 저장 능력까지 탁월하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조상들이 겪었던 식량 부족을 평생 겪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전 형질은 마치 그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우리 몸을 작동시킨다.”(135~137쪽)
상황은 달라졌는데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것은 다른 유전 형질들도 매한가지다.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0.7그램의 나트륨만 섭취하고도 잘 살았다.(196쪽) 반면에 현대 미국 성인은 일일 평균 3.6그램, 세계적으로는 평균 5그램을 섭취한다.(179쪽) 사실 우리는 하루에 1.5그램 이상의 나트륨은 필요치 않다.(219쪽)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몸의 탈수 방지를 위한 과잉 보호 조절 장치는 어김없이 작동하고, 나트륨 보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고혈압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본태성 고혈압’이 발생한다.(204~205쪽)
현대 사회에서도 경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목숨을 건 폭력 투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제 육체적 폭력을 동원한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경쟁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위상을 확보한다.”(231쪽) 그럼에도 폭력과 비명횡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생존 본능은 두려움, 불안, 공포, 순종적인 태도, 슬픔, 우울함이라는 보호 전략을 변함없이 작동시킨다. 그리하여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가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해 원래 피하려 했던 폭력 자체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288~289쪽)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 출혈로 죽을 위험이 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봉합술, 수혈, 줄어든 폭력, 그리고 향상된 산과 의료 기술 덕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혈액 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인 탓에 그 유전적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고, 이는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과 직결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 마비,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 등?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외상, 살인, 자살, 출혈성 뇌졸중, 궤양 등 출혈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 많다.”(339쪽)
이 모든 역설적 상황이 빚어진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다시 한 번 예리한 진단을 내놓는다. “우리는 뇌를 사용해 환경에 대단한 변화를, 그것도 이전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와 방향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세대가 흘러도 이전 세대의 DNA를 ‘복사기로 복사하듯’ 완벽하게 반복하도록 만들어진 우리 신체는 계속해서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유전자가 현대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65쪽) 요컨대 우리는 “인류 생존이라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적응이라는 전투에서는 지고 있다.”(67쪽) 인류는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한 이 사태를 극복하고 또다시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병을 해결할 방법과 대안은 무엇인가
2030년에 이르면 고소득 국가의 평균 수명은 여성 85세, 남성 80세로 높아질 전망이지만, 주요 현대병은 더 한층 위세를 떨치며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리라 전망된다.(366~367쪽)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 골드먼 박사는 의지력에서부터 최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해법을 살피고 대안과 가능성을 모색한다.
먼저 과잉 보호 형질을 확산시키는 유전자가 문제라면 원인이 되는 그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로 그것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유전자라는 본성이 아니라 양육(후천적 학습)이라는 환경 적응 과정에서 타개책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몸 자체에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의지력(정신력)으로 우리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도 길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 운동, 소금 섭취 줄이기, 심리 치료, 공공 프로그램 등에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때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와 노력이 완전히 가망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부디 오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과 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는 대신 우리는 뇌를 써서 우리의 체질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꿔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451쪽)
그러므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현대 과학과 의학, 즉 약과 수술이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제로 공식 승인된 약이 다섯 가지 있으며,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또 빛으로 미각 세포를 속이거나 지방 세포를 조작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 속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조작 기술 같은 것도 있다. 그리고 ‘비만 대사 수술’은 병적 비만과 비만 관련 당뇨병에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463~475쪽) 나아가 최첨단 기술들의 성공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연 선택보다 더 빨리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유전자 치료법, 불리한 DNA와 RNA를 직접 수정?수선하는 방법, 유전자를 후성유전학적으로 변화시켜 기능을 바꾸는 방법 등이 그런 예다.(502~504쪽)
저자는 정밀 의학 시대의 도래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엿본다. 현대 생물학과 의학의 발달로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으며,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508~510쪽) 물론 맹신과 남용은 금물이다. “목표는 우리 모두가 약에 취한 좀비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와 있거나 미래에 개발될 치료법을 신중하게 활용해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가진 뛰어난 뇌를 십분 활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도 우리 뇌의 힘 때문이다. 그러니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헤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512~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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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과유불급 | ky**563 | 2019.08.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리가 추적 가능한 지구상 출현했던 수많은 생물종 중 몇 현재까지 살아남...

    우리가 추적 가능한 지구상 출현했던 수많은 생물종 중  현재까지 살아남았을까?

    답은 0.2퍼센트다 그러니깐 새로운 생물이 500종씩 출현할 때마다 1종 꼴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이런 엄청난 확률을 뚫고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 약 250만 년 전 현대 인류와 비슷한 '호모 속 - 종'이 출현하고 진화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생존' 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 우리의 뇌인가? 아니면 우리의 몸인가? 

    많은 사람들이 뇌를 정답으로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생존'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언제나 우리의 몸이었다. 지구의 정복자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뇌의 역할이 가장컸겠지만 250만 년간 급격한 기후변화와 각종 질병 그리고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서서히 환경에 맞춰 진화한 몸이 있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는 우리의 조상들이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육의 힘보다 생존을 가능케한 자연선택된 타고난 형질들 덕분이라 하는게 맞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유전형질들은 과학혁명을 거치고 과거 200년간 '우리뇌'의 힘을 이용해 사회를 급격히 발전시키며 이전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하는 환경의 속도를 더 이상 쫓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250만년가까이 생존에 도움을 준 고마운 우리의 유전형질은 비만,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심장마비 등 죽음의 위협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 이 책은 생존 전략에 가장 중요한 네 가지 형질에 초점을 맞춘다. 이 네 가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 머리말 中 -

    첫째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 비만, 당뇨병

    둘째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 고혈압

    셋째 싸울 때, 도망칠 때, 복종할 때를 판단하는 본능 -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넷째 출혈로 죽지 않도록 피를 응고시키는 능력 - 심장마비, 뇌졸중

    이런 네 가지 형질들이 어째서 방향을틀어 우리를 꿰뚫는 창이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자연선택의 매커니즘과 '적자'생존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 진화의 배신_00780 | j2**on1 | 2019.07.1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몇 만 년 동안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몸이 사용해 왔던 핵심 보호 전략들 중 일부가 현대 산업 사회에 만연한 주요...

    몇 만 년 동안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몸이 사용해 왔던 핵심 보호 전략들 중 일부가 현대 산업 사회에 만연한 주요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네 가지 핵심 보호 전략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①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초기 인류는 음식이 생길 때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배불리 먹는 것으로 굶주림에 대비했다. 오늘날 미국인의 35퍼센가 비만이며 그와 동시에 당뇨병, 심장 질환, 심지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몸에 필요한 것보다 더 먹는 이 타고난 성향 때문이다.

    ②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우리 조상들은 치명적인 탈수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특히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탈수 위험이 커지므로 몸은 물과 소금을 보존하고, 이 두 가지를 항상 더 원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다. 이제 대다수 미국인이 필요한 양보다 많은 소금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처럼 과도하게 섭취한 소금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물과 소금 보존 호르몬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 질환의 위험을 눈에 띄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③ 싸울 때, 도망칠 때, 복종할 때를 판단하는 본능

    선사 시대 사회에서는 많게는 사망자의 25퍼센트가 폭력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따라서 늘 살해당할 가능성을 염려하며 극도로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세상이 점점 안전해지면서 폭력 사태는 줄어들었다. 현대 미국에서는 살인이나 동물의 공격보다 자살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왜일까? 지나치게 조심하고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우리의 오래된 성향이 불안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그리고 자살까지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④ 출혈로 죽지 않도록 응고시키는 능력

    외상과 출산으로 인한 출혈의 위험도가 높았던 초기 인류는 피를 재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응고시킬 필요가 있었다. 현대에는 반창고부터 수혈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오히려 혈액 응고로 사망할 확률이 더 커졌다. 대부분의 심장 마비와 뇌졸중은 심장과 뇌의 동맥을 따라 흐르는 피를 혈전이 막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거기에 더해 옛 조상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긴 자동차 여행과 비행기 여행 또한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혈전을 만들어 낸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이 네 가지 유전 형질의 도움으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놀랍게도 바로 이 네 형질이 미국 내 사망자 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사망 원인 여덟 가지 중 네 가지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이 유전 형질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보다 죽는 사람의 숫자가 무려 여섯 배나 많아졌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이제는 이토록 비생산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 1부 : 인류를 생존시킨 네 가지 형질의 비밀 >

    1장 :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2장 :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1칼로리는 물 1킬로그램의 온도를 섭씨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다.

    기초대사량은 여성이라면 1300칼로리, 남성이라면 1700칼로리 정도가 된다. 이 열량의 대부분은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데, 제일 열량을 만히 소비하는 기관은 뇌와 가니다. 그리고 10퍼센트 정도는 벽난로에 장작을 때듯 우리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들어간다. 이 기본 수치에다 활동량이 적은 현대인이 하루 일과를 수행하는 데 최소한으로 들어가는 열량으로 기초 대사량의 약 40퍼센트를 추가하면 여성은 1800칼로리 남성은 2400칼로리가 매일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존하는 수렵·채집인 중 가장 높은 '평균' 일일 열량 필요량을 기록한 사람들은 파라과이의 아체이족으로 하루에 평균 3600~3800칼로리다.

    어떤 육식동물도 순전히 단백질만 먹고는 살 수 없다. 실제로 우리는 섭취 열량의 40퍼센트 이상을 단백질에서 얻을 경우 생존할 수 없다. 간에서 지방과 단백질을 우리 몸에 필요한 당(탄수화물)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물 전체를 먹는 육식은 건강하다.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이다.

    비만과 당뇨의 원인 : 절약 유전형 가설thrifty genotype hypothesis

    다른 사람에 비히 더 적은 양의 열량으로 생존할 수 있는 체질을 선천적으로 가진 사람이 있다는 가설로, 이런 사람은 활동하지 않는 기관들을 유지하는 데 열량이 더 적게 필요하거나(낮은 기초 대사량), 근육이 더 효율적이어서 인체를 가동하는 데 열량이 더 적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더 많이 먹고 더 적게 운동한다.

    항상 불확실한 식량 공급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몸은 반복되는 아사의 위협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우리의 미뢰는 열량 밀도가 높은 지방, 당, 단백질을 원하도록 만들어졌다. 소장과 대장은 섭취한 음식, 특히 원래 형태에서 분해되어야 하는 음식에서 영양소를 최대한으로 흡수한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가능할 때마다 과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식량 부족에 대비해 지방을 저장한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너무 뚱뚱해지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무거운 사람은 가볍고 건강한 사람보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열량을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 세계의 비만증 확산은 우리가 갑자기 지금보다 훨씬 덜 먹고 훨씬 더 많이 운동을 하지 않는 한 금방 없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3장 :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우리는 순수한 물만으로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소변과 땀으로 소금도 잃기 때문에 염분을 섭취해야 한다. 신장은 몸안이 너무 싱겁거나 짜지 않도록 불필요한 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동시에 적절한 양의 소금을 배출한다. 한편 소금은 필요한 물, 또는 소량의 여유분 물을 몸속에 비축하도록 돕는다. 날마다 몸무게를 재는 사람들은 이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특히 짠 음식을 먹고나면 하루 이틀 정도 체중이 불어나는데 이는 소금과 균형을 맞추려고 임시로 몸에서 물을 더 품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물과 나트륨은 부족하기보다는 조금 남는 쪽이 더 유리하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으면 과잉 보호를 선택하는 쪽이 더 안전하다. 나트륨과 물의 경우 과잉보호가 주는 유리함은 간단하다. 몸에 나트륨과 물이 부족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나 몸 전체에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최저 수준 이하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지면 우리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이에 반해 나트륨과 물이 몸에 조금 더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하거나 한동안 물을 못 마시는 일이 있어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아도는 나트륨과 물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져 그 상태로 몇 년 동안 지속되더라도 몸이 견뎌낼 수 있다. 따라서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남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너무 없는 것을 걱정하는 쪽으로 몸의 미세 조정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합당하다.

    수많은 세대를 거치는 동안 물과 나트륨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탈수증을 겪지 않고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고, 그 이점을 후손인 우리에게 물려주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경쟁자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인 라이벌rival은 리발리스rivalis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는데 '다른 사람과 같은 하천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마크 쿨란스키가 역작 <소금: 세계사Salt: A World History>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조상들은 금보다 더 귀했던 소금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놀라운 수준의 공공 사업과 무역로를 개발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는 글자 그대로 '소금의 도시'라는 뜻이다. 월급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샐러리salary도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에 뿌리를 둔 것으로 로마 병사가 소금을 사기 위해 냈던 돈에 붙은 이름이었다. 샐러드salad라는 단어 역시 라틴어로 '소금을 뿌리다'라는 의미인데, 로마인이 이파리 채소에 소금을 뿌린 데서 나온 말로 추측된다. 로마인은 또 소금이 최음제라고 생각햇다. 아마 남성들이 방광이 꽉 찼을 때 더 쉽게 발기하고, 소금을 많이 먹은 후 정상적인 체내 염기를 보존하기 위해 물을 많이 먹으면 방광이 꽉 차곤했기 때문인 듯 하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부르는 증상을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은 정상 혈압을 가졌는데 진료실에서 의사와 간호사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비정상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증상이다.

    고혈압은 영어로 하이퍼텐션hypertension이라 부르지만 이 증상은 고도로hyper 긴장하는tense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평균적으로 볼 때 여유 있고 차분한 사람에 비해 초조하고 긴장을 잘하는 사람의 혈압이 만성적으로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나이에 따라 정상 혈압의 범위를 바꿔서는 안 된다.

    4장 :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퍼플하트Purple Heart 훈장 : 美, 군사 작전 중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군인에게 주는 훈장

    구석기 시대에 우리를 보호했던 타고난 행동이 이제는 그 행동으로 대처하려 한 도전이 초래하는 죽음보다 더 많은 죽음을 낳는다는 사실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이 도전으로 넘쳐났던 공격적 환경에서 벗어나 문명 사회로 변화하면서 이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모두는 살인자의 자손이다.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와 조슈와 던틀리는 살인을 저지르는 능력은 구석기 시대부터 보존되고 신장되어 온 진화의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살인자는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살인을 통해 식량과 물, 그리고 원하는 여성과 그녀의 자손 번식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살인은 또 사회적 위상율 유지, 신장하거나 명예를 지키는 수단인 동시에 주도권을 과시함으로써 거두는 이차적 혜택을 누리는 일을 가능케 했다.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은 조상이 싸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싸워서 이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살해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의 자손이다. 간혹 우리 조상들은 다른 방법에 의존해 살아남기도 했다. 도주하고, 협상하고, 그리고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는 방법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본성은 우리 DNA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구석기 시대에 주도권을 잡았던 사람들은 온유한 자들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온유한 자들의 자손이 이 땅을 물려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육체적 능력과 피살자가 되는 것을 피하는 데 필요한 방어 기제가, 법과 법 집행 기구가 존재하는 선진 사회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된 정도가 아니라 방해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 육체적 폭력을 동원한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경쟁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위상을 확보한다. 그 결과 우리가 가진 방어 기제의 많은 부분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 도전에 대처하는 데 부적절한 것이 되어 버렸다.

    살인자와 피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살인자가 희생자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1장에서 살펴봤듯이 생존에 10퍼센트 더 유익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구 전체에 100퍼센트 확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세대, 약 3000년 정도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살인 유전자'라는 것을 식별하지는 못하지만 남성의 90퍼센트, 여성의 80퍼센트 이상이 추궁해 보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또렷이 한 경험이 있다고 실토한다. 상황이 충분히 절박해지면 거의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일 용의가 있다. 자기 방어 또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살인자 중 적어도 85퍼센트, 그리고 피살자 중 약 80퍼센트가 남성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살인 빈도가 남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현상을 문화적 영향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어릴 때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폭력적인 영화와 비디오 게임 등을 접하면서 자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난감, 영화, 텔레비전의 보급과 상관 없이 남성이 살인을 저지르는 비율은 모든 문화권에서 비슷하다.

    여성 살해와 유아 살해의 이유

    남성은 또 여성도 살해한다. 세계적으로 피살 여성의 3분의 1이 배우자나 애인의 손에 죽는데, 특히 가임 확률이 높은 나이에 살해당할 확률이 높다. 그중에서도 남성이 자기 짝인 여성을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드는 시점부터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 그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낳고 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확실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전까지 기간 동안에 벌어지는 경우가 두드러지게 많다. 이에 비해 죽음을 초래하지 않는 짝에 대한 폭력-결국은 살인으로 발전하는 전초전인 경우가 많지만-은 그 짝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동안 외도를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행위이다. 요컨대 죽지 않을 정도의 폭력으로 짝의 외도를 확실히 막을 수만 있다면 죽이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다.

    또 다른 살해 형태는 유아 살해다. 유아 살해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다른 아이들에게서 자원을 빼내 약한 아이에게 돌리지 않으려는 여성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 의한 유아 살해는 그 아이가 자기 핏줄이 아님을 알거나 아니라고 짐작되는 경우에 다른 사람의 유전자를 증식시키는 데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지 않아서 대부분 벌어진다. 이 현상은 '신데렐라 효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린이는 생물학적 부모보다 양부모에게 죽을 확률이 100배나 높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젊은 남성이 다른 젊은 남성고 위상과 명예를 놓고 싸우는 것은 성적 경쟁심 때문이다. 외도를 했다는 의심이 드는 짝을 상대로 폭력,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폭력까지 휘두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무리 안에서는 가임 여성 수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남성은 서로 경쟁하면서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 남성은 여성보다 살아남은 자녀를 더 많이 갖는 것이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자손을 못 남길 가능성도 여성보다 높다.

    선사 시대 이후 내내 살인은 전쟁 또는 심지어 집단 학살까지 악화되곤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승자 쪽은 여성들과 아이들까지 포함해 패자 쪽에 속한 모두를 살해했으며, 시체를 훼손하고 심지어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야만적이고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경 <민수기>를 떠올려 보자. 이스라엘인은 미디안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남자들을 죽이고 마을을 약탈하고 여자들과 아이들을 포로로 잡아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아마도 하늘로부터 내려왔을 지시에 따라 모세는 이스라엘인에게 미디안의 모든 남자 아이들과 처녀가 아닌 모든 여자들도 죽이라고 명령한다. 미디안 남성이 아닌 이스라엘 남성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었을까?

    블랙번과 그녀의 연구팀은 건강한 자녀를 둔 어머니들과 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돌보는 어미니들 사이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몸이 아픈 자녀의 간병인 역할을 오래 한 어머니들일수록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았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어머니들은 나이가 열 살 더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텔로미어 단축 현상을 보였다. 실험실에서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던 블랙번 연구팀은, 우리가 방금까지 이야기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의 활동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르티솔 수치, 칼슘 조절 장치, 그리고 텔로미어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보여 준다. 얼마간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은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과하거나 그것들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상당한 신체 기능 상실을 초래하며, 결국 사고와 행동에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킨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먹기를 중단하고 잠을 못 자며 자신을 고립시킨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두 배나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해 온 이래 여성은 항상 육체적으로 더 크고 주도적인 남성에게 의존해 왔고, 외도는 커녕 순종적이지 않다는 느낌만 줘도 신체에 심각한 해를 입을 가능성이 존재했다. 남성은 경쟁에서 졌을 경우에만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면 되었지만, 여성은 경쟁에 이겨도 원하는 목표-우두머리 수컷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성취해도 늘 자신의 성공에 순종적인 태도를 춘분히 섞어서 균형을 잡아야만 했다.

    잃을 것이 별로 없을 때 더 용감해진다.

    우리 모두는 잃을 것이 더 적다고 생각할 때 더 용감해지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부적절할 정도로 커지는 것은 그래서다. 이는 또 미국에서 평균 수명이 짧은 가난한 동네 출신이 더 부유한 동네 출신보다 폭력과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더 높은 현상에 대한 설명이 되기도 한다. 희망이 별로 없는 사람은 명망이나 돈, 동네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그리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목수을 잃거나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할 확률이 더 높다. 싸우지 않으면 자기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가질 확률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쟁, 공격, 방어, 기억, 두려움, 그리고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감정들은 항상 양날의 칼 역할을 해 왔다. 구석기 시대 우리 조상들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거나 너무 주저하면 생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전장을 피하거나 죽음을 당하지 않고 승자에게 순종하거나 해서 생존에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의 후손이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19세기 말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햇필드 가문과 켄터키주의 매코이 가문 간 갈등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벌어진 예다. 사냥과 자급 영농이 사업인 이 두 가문 사이의 유명한 갈등도 오랜 기간 싸우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먼 옛날에 벌어지곤 했던 폭력적 갈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외도한 배우자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규제하는 사회 규범은 다른 변화들보다 더 느리게 진행되었다. 일부 초기 사회에서는 결혼한 여성과 외간 남자 사이의 성적 관계를 범죄로 간주했다. 두 사람이 남편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작당한 것과 비슷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많은 수렵·채집 사회에서 남편은 바람을 피운 아내와 그녀가 관계를 가진 남성을 죽일 권리가 있었는데, 동일한 원칙이 고대 그리스 사회에도 존재했고 심지어 초기 연국 관습법에서조차 이 권리를 인정했다. 미국 텍사스주는 1974년까지 이런 이유의 살인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살인으로 이어진 갈등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명예나 위상, 잠재적 배우자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 시트콤 <해피 데이스Happy Days>를 기억할 것이다. 거기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우두머리 수컷인 폰지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의 여자 친구에게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물론 없다. 작가 티머시 베너키가 지적했듯이, 다른 사람의 매력적인 여자 친구를 원하는 데 따르는 폭력이나 부상의 위험은 그 여성을 묘사하기 위해 우리가 쓰는 표현에 잘 드러나 있다. 죽이게 예쁜 여성bombshell, 기절할 정도로 멋진 여성knockout,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만큼 매력적인 여성stirking, 한번 보면 그 자리에서 죽을 뻔한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drop-dead gorgeous, 옷맵시가 죽여주는 여성dressed to kill,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성femme fatale 등이 그런 예다.

    통계가 알려주는 사실은 간단하다. 아는 사람, 특히 아주 잘 아는 사이면서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사람 손에 살해당할 확률이 돈이나 다른 재물을 훔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 손에 살해당할 확률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높다.

    우울증의 기준은 매일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울하거나, 대부분의 일상 활동에 관심이 없어지거나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상태가 2주일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다음 증상 중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이 해당되어야 한다. 상당한 체중 감소 또는 증가, 거의 매일 겪는 불면이나 지나친 수면, 다른 사람이 분명히 알아차릴 정도로 느려진 행동과 사고, 거의 매일 느끼는 피로나 무기력,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의식, 우유부단함 또는 집중력 상실, 자꾸 되풀이하는 죽음이나 자살 생각.

    거의 20만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서로를 죽일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하고 죽음을 면하는 더 나은 방어 전략을 세우는 진정한 의미의 '군비 경쟁'을 해 왔다. 좋은 소식은 방어 쪽이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경쟁이 방어 쪽으로 너무 유리하게 기울어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가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해 원래 피하려 했던 폭력 자체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세상은 여전히 조심하는 편이 좋은 정도로는 위험하며, 따라서 우리가 가진 방어 기제 전체의 스위치를 몽땅 꺼 버리는 것은,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시기상조일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불안,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위험은 우리 조상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기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은 데 대해 우리가 계속 치러야 할 대가인 것이다.

    5장 :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호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수십 년 동안 의사들은 심장 동맥이 거의 막히는 이 증상을 '위도 메이커widow maker' 즉 '과부 제조기'라고 불러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 용어에는 또 여성보다 남성이 이 증상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그러나 관상 동맥 경화증은 미국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년 간 유일한 차이는 심장 마비를 겪는 시기가 여서잉 남성보다 평균 10년 쯤 늦다는 것뿐이다.

    아이스맨 외치 이야기

    현대적인 산과 의료 서비스, 수혈, 외과 수술, 봉합 같은 치료의 도움 없이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현대의 우리 몸도 조상들과 같은 방식으로 피가 응고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혈우병의 짧은 역사

    비정상적 출혈을 하는 남성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2000년 전 쓰인 <탈무드>다. <탈무드> 전통에 따라 할례를 받은 남자 아이가 출혈로 사망하면 그 아이의 동생들은 할례를 받지 않았다.

    1803년 필라델피아의 의사 존 오토는 여러 세대에 걸쳐 남성만 심한 출혈 증상을 보이고 여성은 전혀 그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 한 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자 곧바로 필라델피아에서부터 멀리 독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의사들이 여성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남성에게만 심각하게 또는 치명적으로 나타나는 출혈 증상을 보이는 가족들의 사례를 보고했다. 논리적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되는 이유로 이 병은 '헤모필리아hemophilia'라고 명명되었다. 문자 그대로 피에 대한 사랑, 혈우血友병이다.

    혈전으로 인한 사망이 출혈 사망의 네 배를 넘어서다

    봉합술, 수혈, 줄어든 폭력, 그리고 향상된 산과 의료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 출혈로 죽을 위험이 가장 낮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혈액 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이므로, 그들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특징은 산업화 사회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들과 직접 연관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바미,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 등-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외상, 살인, 자살, 출혈성 뇌졸중, 궤양 등 출혈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 많다. 그리고 이런 불균형을 초래하는 유전자는 계속해서 후세에 전달될 것이다. 혈전으로 인한 질병이 자손을 낳기 전에 발생해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피의 응고 기능이 필요하다. 심각한 부상뿐 아니라 분만과 일상 생활에서 생기는 자잘한 상처로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혈과 응고 사이를 미세 조정해 자연이 결정한 균형은 현대인 입장에서는 응고 쪽으로 너무 치우친 셈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출혈로 이한 모든 사망보다 과도한 응고로 인한 사망이 네 배 이상 많고 심장 마비와 뇌졸중이 4대 사망 원인에 포함된 것은 이 때문이다.

    < 2부: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몸 보호하기 >

    6장 : 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현대인에게 불리한 유전 형질은 자연 선택으로 제거될까

    자연선택을 통해 유익한 돌연변이는 확산되고 불리한 돌연변이는 제거된다면, 똑같은 원리로 현재의 과도하 보호 형질을 퍼뜨린 것과 동일한 과정을 통해 그 유전자들을 없앨 수 있을까? 또는 우리의 현재 조건에 더 맞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와서 이제는 불리해진 유전자들을 상쇄하거나 다시 균형을 잡아 줄까?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든 간에 이 해로운 형질들이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불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자연 선택 과정에서는 나이가 들면 불리해질지라도 젊었을 때 자손을 증식할 가능성이 높은 형질이 일단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바로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생긴다. 우리가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너무 지나치게 소금을 섭취하고 너무 슬퍼지고 쓸데없이 혈액을 응고시키도록 만드는 과잉 보호 유전들은, 현재로서는 우리를 젊어서 죽이지도 않고 배우자를 찾고 자식을 낳는 것을 막지도 않으며 그 자식들이 또 나이 들어 자기 자녀를 낳는 것을 막지도 않는다.

    자연 선택은 이제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유전자 자체의 변화뿐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변화 또한 자연 선택이 되면서 인류라는 생물 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산업 혁명 이후 우리의 생활 방식에 일어난 변화와 맞먹는 속도로, 혜택이 크고 범위가 넓은 변화가 인류에게 즉각 도래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자연 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하더라도-그리고 유전자 뿐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꼬리표까지 나서서 이 과정을 진행하더라도-자연 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 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음식과 소금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혈액이 너무 잘 응고하는 이 타고난 형질을 막거나 되돌리는 일을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는 믿고 맡겨 둘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과학'과 '의학'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7장 : 우리 행동 바꾸기

    지금까지 거론한 네 가지 생존 형질-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는 것,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소금을 간절히 원하는 것,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질 위험을 각오하고 사는 것, 혈액 응고가 너무나 잘 되는 것-은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뿌리 깊이 새겨져 있다.

    3대 청량음료 업체 : 코카콜라, 펩시, 닥터 페퍼 스네이플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이 형질들 모두가 각각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 것들로 우리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것은 완전히 가망 없는 일은 아니다. 우리의 행동이 산란기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듯 변화의 여지 없이 프로그래밍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유전자에 새겨진 성향을 극복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 목적에 가까이 다가서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런 사람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타고난 유전 형질이 환경으로 더욱 강화되어 그것을 거스르기에 역부족인 탓이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부디 오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과 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는 대신 우리는 뇌를 써서 우리의 체질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꿔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결국 산업 사회와 정보화 사회를 만들어 낸 것도 우리의 뇌가 아닌가.

    8장 :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2013년 미국의사협회AMA는 공식적으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일부 비판가들은 분명 나쁜 습관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인데 병으로 만들려 한닫고 비난했지만, 협회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했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운동을 적게 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선택한 데서 나온 결과라고 비만을 질병이라 하지 않는 것은, 폐암이 흡연이라는 생활 습관을 잘못 선택한 결과여서 질병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비만 대사 수술 치료법

    현재 병적 비만과 비만 관련 당뇨병에 가장 좋은 치료법이 '비만 대사 수술'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 수술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밴드로 묶어 위 크기를 줄이는 방법, 위 일부를 절제하는 방법, 위 상단부를 조금만 남기고 나머지 위와 분리한 뒤 소장 하단부와 연결함으로써 위 대부분과 소장 상단부를 건너뛰는 방법이 그것이다. 밴드 삽입 수술-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 위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 상단부를 벨트로 꽉 조여 맨 상태를 상상하면 된다-과 위 절제 수술은 배가 더 빨리 부르게 만드는 방법으로 효과를 낸다. 위 우회술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에서 더 적은 양의 열량을 흡수하도록 만든다. 밴드 삽입술과 위 우회술을 동시에 받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앓게 되는 질환 중 많은 수가 개인의 폭식이나 게으름 또는 정신적 나약함이 아니라 타고난 유전 형질 때문이어서, 어느 정도는 조절이 가능하지만 완벽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그런 시각에서 인식하고 나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고 아무리 의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유전자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덜 비판적일 필요가 있다. 모든 사소한 단점까지 의학적으로 교정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가진 유전적·행동적 한계를 상쇄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의학적 치료법이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진화의 배신 | ck**09 | 2019.03.0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1만 세대를 ...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1만 세대를 거치는 진화과정에서 바꿔온 자기 몸 속의 네 가지 유전형질(Genetic Character)의 도움으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놀랍게도 바로 이 네 형질이 미국 내 사망자 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사망 원인 여덟 가지 중 네 가지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이 유전 형질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보다 죽는 사람의 숫자가 무려 여섯 배나 많아졌다고 합니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왜 이제는 이토록 비생산적이 되었을까? 이 의문을 파헤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라 하겠습니다.


     


    첫 번째 유전 형질은 ‘필요한 열량 이상 배불리 먹는’ 유전 형질입니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에 우리 조상들은 언제나 아사의 위협에 직면해야 했으므로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초기 인류는 음식이 생길 때마다 배불리 먹는 것으로 굶주림에 대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은 현대에 들어 비만과 당뇨병, 심장 질환, 암 발병 등의 부작용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주던 과식 본능이 이제는 질병과 죽음이라는 직격탄을 날리는 원흉이 돼버린 것이죠.


     


    두 번째로 지난 1만 세대 동안 인류는 살해되지 않으려면 살해해야 했으며 싸울 힘이 없을 때는 도망을 치거나 순종적인 태도를 취해야 했고 살인자가 희생자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이로써 비폭력 유전형질보다 더 많이 살아남은 유전 형질인 '폭력' 성향의 유전 형질이 많이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상은 점점 안전해지고 폭력 사태도 줄어들었으나 폭력과 그 두려움에 대한 본능은 유전자 속에 깊이 각이 되어 있습니다. 지나치게 조심하고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성향이 불안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물론 심지어 자살까지 초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살인이나 짐승의 공격보다 자살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는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선사시대 인들에게 부상과 출혈, 특히 출산의 출혈은 무리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이 때 신속한 응고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신속한 응고를 만드는 유전형질이 선택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대에서는 반창고 발명과 각종 수혈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정반대가 돼버렸죠.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오히려 혈액 응고로 사망할 확률이 더 커진 버린 것입니다. 즉 대부분의 심장 마비와 뇌졸중은 심장과 뇌의 동맥을 따라 흐르는 피를 혈전이 막아서 생기는 증상들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고 약한 인간은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 뒤를 쫓아야 했는데, 이때마다 치명적인 탈수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이 때문에 '탈수'를 피하는 유전 형질로 진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유전자는 소금이 필요치 않을 때도 입맛과 생존을 위한 과잉보호 본능 때문에 짠 음식을 먹고 싶게 하는 강력한 탈수 방어 기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몸의 움직임이 조상보다 크게 뒤지면서도 소금은 필요량보다 많이 소비함으로써 심장 질환, 뇌졸중, 신장 질환 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 유전자는 소금이 필요치 않을 때조차 입맛과 생존에 대한 과잉보호 본능대로 짠 음식을 먹고 싶게 하는 강력한 탈수 방어 기제를 여전히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유전자가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됨으로써, 지난 20만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율을 높이고 문화를 번창하게 했던 이들 네 가지 유전형질이 현대에 들어서는 우리 목숨을 위협하고 앗아가는 주범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진화의 배신'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예전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눈 먼 시계공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유전자를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도킨스의 결론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유전자가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으며, 이에 따른 현대병의 해법과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현대 진화론의 연구 성과가 담긴 이 책은 도킨스의 진화론을 확장하여 더 넓은 사고와 성찰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진화의 배신 | sh**sc21c | 2019.03.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비만, 고혈압, 우...

    비만, 고혈압, 우울증, 뇌졸중은 올바른 진화의 결과다! <진화의 배신>의 띠지에 눈에 확 띄게 돋보이는 글이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질병들이 진화에 적합하는 내용의 문장이 호기심을 자극하다 못해서 폭발하게 한다. 고혈압이 인류가 선택한 '진화'란 말인가? 그 호기심은 책을 읽는 동안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행복함으로 바뀌었다. 정말 행복함을 듬뿍 안겨준 책이다.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유전에 관한 이야기만을 만날 수 있었다면 이 책이 주는 행복함은 아마도 그리 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준 현대병 이야기는 의학, 심리학, 인류 진화학, 사회학 등 정말 폭넓은 분야를 포함하고 있어서 마치 현대병에 관한 백과사전을 들춰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렵고 지루한 진화라는 의학 이야기를 인류의 역사와 함께 흥미로운 예들을 곁들여 설명해주고 있어서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친절함에 감사할 따름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 리 골드만은 이 책<진화의 배신>을 통해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대병이라 불리는 질환들이 사실은 우리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선사시대부터 진화해 온 유전자에 의한 정당하고 올바른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는 각 질환이 어떤 까닭으로 또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그 결과 나타난 질환들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알려준다. 장말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인류를 생존시킨 네 가지 형질과 그 형질이 현대에 와서 어떤 질환을 발생하게 하고 있는 지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 비만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싸울때, 도망칠때, 복종할 때를 판단하는 본능 - 불안증,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출혈로 죽지 않도록 피를 응고시키는 능력 - 심장마비, 뇌졸중

     

    1부에서는 위 네 가지 특질들과 그 유전적 특질들이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질병들에 대한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제 에이즈가 감기와 비슷한 만성질환이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책 속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과 만날 수 있었다. 2부에는 현대병이라 불리는 여러 질환들 속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만나볼 수 있다. 요즘 책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자의 주장 즉 저자가 생각한 해결 방안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지식의 전달뿐만 아니라 의식의 전달도 함께 해주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

     

    P.512. 현대인이 역사적으로 생존에 필요했던 유전 형질이 주는 부작용을 상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의약품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P.512. 인류가 가진 뛰어난 뇌를 십분 활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 '동물원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의 용어인데, '너무도 평화로운 나머지 생명력이 위축됨으로써 생기...

    '동물원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의 용어인데, '너무도 평화로운 나머지 생명력이 위축됨으로써 생기는 병적 증세'를 가리킨다. 내가 '진화의 배신'이란 책제목과 마주했을 때 곧장 뇌리에 떠오른 용어이기도 하다. 진화의 배신도 분명 동물원 증후군과 무언가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드넓은 초원을 뛰놀던 인류가 비좁은 회색도시라는 동물원에 갇힌 꼴이니깐. 흠, 여기서 잠깐. 책을 다 읽어보니 맥락은 비슷하지만 주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진화의 배신이 야생의 부작용을 강조한다면, 동물원 증후군은 문명의 부작용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비만,고혈압, 우울증, 뇌졸중은 올바른 진화의 결과다!" 책 띠지에 쓰인 광고문구다.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이자 컬럼비아대학병원 원장인 리 골드먼은 현대인이 걸리는 생활습관병을 진화의 역설 측면에서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석기시대의 생존 프로그램이 현대 산업 사회에 만연한 주요 질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배고픔, 갈증, 두려움, 혈액 응고 능력 같은 생존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방어기제가 오늘날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인류 생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유전 형질로,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싸울 때, 도망칠 때, 복종할 때를 판단하는 본능', '출혈로 죽지 않도록 피를 응고시키는 능력'을 꼽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굶주림, 갈증(탈수), 두려움, 출혈에 대비하는 생물학적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20만 년 동안 인간의 생존을 가능케 한 생물학적 프로그램이 이제는 말썽쟁이가 되었다는 데 있다. 가령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즉 굶주림에 대한 대응책이 비만과 당뇨병, 심장 질환, 심지어 암에 걸릴 확률을 높였다.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즉 갈증과 탈수에 대한 대응책은 심장 질환, 뇌졸중, 신장 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였다. 싸울 때, 도망칠 때, 복종할 때를 판단하는 본능, 즉 두려움에 대한 대응책은 불안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지어 자살까지 야기시킨다. 그리고 출혈로 죽지 않도록 피를 응고시키는 능력, 즉 출혈에 대한 대응책은 현대인이 심장 마비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을 높였다. 이처럼 선조들의 생존 확률을 높인 생물학적 기제가 현대인이 심각한 질병에 휘둘리는 근본 원인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내 사망자의 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이 이 네 가지 유전 형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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