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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2(개정판)
228쪽 | A5
ISBN-10 : 8984982733
ISBN-13 : 9788984982734
칼의 노래 2(개정판) 중고
저자 김훈 | 출판사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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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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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중급이라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책상태가 괜찮아서 다행이네요. 책방 스티커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ㅎ 5점 만점에 5점 yjin0***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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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아주 깨끗한 책으로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송도 아주 빠르구영.. 좋은 책으로 보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당.. 번창 하시옵소서. 5점 만점에 5점 nonomo*** 2020.10.08
335 상태무난하고 배봉도무난 5점 만점에 5점 junk*** 2020.09.30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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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의 몸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이자, 정치 모략에 희생되어 장렬히 전사한 명장 '이순신'의 생애를 다룬 소설이다. 저자는 당대의 사건들 속에서 '이순신'을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해 내며,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이야기한다. 또한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을 미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03년 12월에 출간된 개정판.

저자소개

지은이 - 김훈(金薰)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졸업하고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으며,
소설가이자 자전거레이서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문학기행1, 2』,『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강산무진』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삶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삶의 긍정을 내면에 깐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목차

물들이기
베어지지 않는 것들
국물
언어와 울음

아무 일도 없는 바다
노을과 화약 연기
사쿠라 꽃잎
비린 안개의 추억
더듬이
날개
달무리
옥수수 숲의 바람과 시간
백골과 백설
인후
적의 해, 적의 달
몸이여 이슬이여
소금
서늘한 중심
빈손
볏짚
들리지 않는 사랑 노래

인물지
나는「칼의 노래」를 이렇게 읽었다 - 김인환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시대와 역사 전체를 혼자서 책임져야 했던 한 남자의 한없는 경건성 우리 시대에 만나고픈 남성상의 원형, 이순신을 작렬하는 소설로 만난다 거짓없이, 죽음과 시대의 격랑을 거슬러 완성된 아름다운 비극의 일대기 지도자 이순신, 전무후무한 전략 전문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시대와 역사 전체를 혼자서 책임져야 했던 한 남자의 한없는 경건성
우리 시대에 만나고픈 남성상의 원형, 이순신을 작렬하는 소설로 만난다 거짓없이, 죽음과 시대의 격랑을 거슬러 완성된 아름다운 비극의 일대기 지도자 이순신, 전무후무한 전략 전문가, 이 시대에 그의 리더십이 그립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삼도수군통제사 신(臣) 이(李) 올림


소설 이순신, 그 영웅의 노래가 들린다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 한 남자의 일인 대 만인의 싸움 뒤엉킨 세상, 전쟁과 죽음, 칼을 든 자의 외로움. 문(文)은 칼보다 강한가?

김훈은 말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펜을 쥔 자들의 엄살이거나 자기 기만이기가 십상이라고. 이순신의 칼은 인문주의로 치장되기를 원치 않는 칼이었고, 정치적 대안을 설정하지 않는 칼이었다. 그의 칼은 다만 조국의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기' 위한 칼이었다. 그의 칼은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

이순신은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토록 자연사를 바랐던 그에게 죽음은 절벽처럼 확실했다. 모든 불가능이 확실했을 뿐. 그는 정치에는 아둔하였으나 적에게는 분명한 무인이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적과 무수한 개별적인 죽음 앞에서 그는 다만 무력할 수 있는 무인이기를 바란다고 되뇌인다.

그것은 마치 무(無)의 부정신학 같기도 하고, 무(武)의 비극적 낭만주의 같기도 하다. 혈육과 백성, 여자와 부하들을 향한 가여워 하는 마음과 임금을 정점으로 하는 사직이라는 헛것의 무내용 앞에서 이순신은 운명에 대한 전율에 식은땀을 흘리며 죽음을 향해 돌진한다.

절망을 긍정하는 죽음의 힘으로 무의미와 언어, 물살과 피의 아수라를 돌파하는 한 고독한 무인의 실존적 고투는 서럽도록 아름답다.김훈은 영웅된 자의 비극과 필부의 내면, 풍경의 안과 밖을 집중과 분 산된 문체로 벼려나간다. 감당할 수 없는 넓이로 아득한, 세상을 물들이는 소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베는 칼이자, 영웅이 아닌 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생의 탐닉이자 헌사이다.

왜 지금 이순신인가, 왜 지금 『칼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가
헛것과 적들에 둘러싸인 세상에서 정치란, 사내란, 운명이란 무엇인가. 사인화(私人化)한 권력과 생의 무의미를 돌파해가는 아름다운 의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신화, 이순신. 4백 년이 지난 지금 이순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선들 앞에 초라한 숫자의 배를 몰고 나가 세계 해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승을 낚아올린 명장,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의 몸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 사심없는 충의(忠義)로 이루어진 교훈적인 생의 화신, 정치 모략에 희생된 비극적인 인생유전,

영광의 정점에서 장렬히 전사함으로써 완결되는 영웅의 드라마로 알려져 있다. 그에 덧붙여 이순신의 승전의 비밀은 무엇인가, 과연 이순신은 전사했는가 아니면 자살했는가(의도된 전사인가 위장된 자살인가), 거북선의 비밀을 밝힌다 등등의 추리와 고증이 결합된 역사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계몽과 흥미의 언어 사이에 이순신이라는 실존은 사라지고 없다. 당대의 사건들 속에 이순신이라는 개인을 정위치하여 피와 살이 도는 존재로 표현한 이 소설은 '왜 지금 다시 이순신인가'라는 질문에 시의성 있는 대답을 제시하고자 진력한다.

우리가 다시 발견하는 이순신은 우선 칼의 삼엄함과 무(武)의 단순성이 최고도로 발현된 개념적 인간이다. '칼은 죽음을 내어주면서 죽음을 받아낸다. 생사의 쓰레기는 땅 위로 널리고, 칼에는 존망의 찌꺼기가 묻지 않는다'는 표현 그대로 생과 사, 공(攻)과 수(守)만을 염두에 둔 무인의 태도는 결백적일 정도로 순수하다.

'적의'를 숨기지 않고 무찔러 이기고자 준비하는 철저함, 공과 사의 엄정한 구별, 명령과 상벌의 확실함, 감추지 않는 적확한 판단력 등 이순신은 무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에 충실했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 보관된 이순신의 칼에 씌어진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는구나(一揮掃蕩 血染山河)'라는 검명은 수식을 불허하는 이순신의 무인관의 삼엄한 표현이다. 명량으로 나아가기 직전에 이순신은 이렇게 쓴다. '必死則生 必生則死'. 김훈은 이렇게 번역한다. '살 길과 죽을 길이 다르지 않다'고.

이 도저한 생의 모멸의 긍정. 사지로부터 회생한 자의 가엾은 결기. 그는 무인으로서 한계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군인이 지금 우리에게 몇이나 있겠는가.

이순신은 죽음 앞에서 엄숙했다. 그는 달아나는 부하들은 붙잡아놓고 그 대안 없음을 가르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권력 밑으로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이루며 집결한 가공할 군사력 전체를 적(敵)으로서 홀로 감당해야 했던 이순신은 언제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생명의 가엾음에 시달린다.

왜군이라는 주적과 정치라는 잠재적인 내부의 적들에 둘러싸여 그토록 자연사를 갈망했던 이순신은 자신 앞에서 떠다니는 시체들의 개별적인 죽음에 가없는 절망과 부정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죽음 이외의 대안을 설정하지는 않았다. 목베인 짐승의 잘려진 단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재차 확인하는 자의 심사는 때로는 자멸적 정서를 내보이면서도 대개는 극도로 차분한 순명의 의지를 보여준다.

적의 위치에 의하여 결정되는 무의 위치. 바다에서 이순신은 늘 머물 곳이 없었고, 쉼 없이 영(營)과 진(陣)과 전(戰 )의 길을 찾았다. 사인화(私人化)한 권력 앞에서 생의 무의미를 긍정으로 돌파해가는 이순신의 의지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순신의 정치성을 생각해보면 위의 태도가 갖는 의의가 더욱더 명확해진다. 그는 당대 현실 속에서 숨을 수 있는 정치적 여백이 없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할수록 정치적 생명은 물론 생물적 생명이 점점더 단축되는 모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밀고나간다.

그에게 입각해야 할 현실 원칙은 바다일 뿐이었다. '내 어깨에는 적이 들어와 살았고, 허리와 무릎에는 임금이 들어와 살았다'고 말하는 이순신은 쉴 사이 없이 보채는 정치 권력에 복속되어 있었지만, 그 정치적 복속 관계가 외적을 무찌른다는 군사적 국면을 손상하지는 않았다. 군대 작전이나 진퇴, 또는 군대 운영이나 관리에 관한 한 그는 철저히도 탈정치적이었다.

그는 다만 아군의 사실과 적군의 사실에만 입각해 있었으며 정치적 목적으로 군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의주로 달아난 피난 정권 내부의 당쟁에 관한 정치적 견해를 발설하지 않았고,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다. 그의 충성은 당파성과의 관련 위에 설정된 것이 아니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전투를 포기하고 군대를 해산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명(明)나라의 굴욕적인 요청에 격렬하게 저항할 수 있었다. 이순신에게 있어 분노란 군사적인 것일 뿐이었다. 그가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 이것이 그의 비극의 근원이었다. 정치는 결국 그에게 손댈 수 없었다. 그는 기나긴 전쟁이 끝나던 날 적탄에 맞아 숨졌다.

이순신의 글은 영웅다운 호탕함이나 과장이 없고 무협의 장쾌함이 없다. 그는 꼼꼼하게도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비로운 지휘관이 아니었지만 무자비한 지휘관도 아니었다. 그는 초소이탈, 정보 유출, 투항 미수, 부녀자 강간, 영내 절도, 군수물자 횡령, 작전명령 불복종, 공문서 변조, 유언비어 유포, 허위 보고와 민간인의 개를 잡아먹은 부하 등 군율을 어긴 부하들을 목베고 가두고 때렸다.

또한 그는 전투에서 달아나 고향에 숨어 있는 자들은 그 은신처까지 형리를 보내서 기어코 목베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이순신은 냉정하게 기술한다. 악전고투 끝에 겨우겨우 승리를 얻어내는 그는 영웅 된 자의 비극을 진술할 때는 단호하게도 말을 아끼고, 온갖 정한(情恨)에 몸을 떠는 한 필부의 내면을 진술할 때는 말을 덜 아낀다.

또한 정치 권력의 정당성 여부와 그 원한에 관하여 끝끝내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바다의 사실에만 입각해 있었다. 매일매일 바다 날씨의 미세한 변화를 그는 기록했다. 그는 늘 병고에 신음했고, 슬픔과 기쁨에 몸을 적시는 정한의 인간이었다. 통제된 슬픔, 그러한 내면의 억눌림이 그의 외로운 전쟁을 버티어준 마음의 힘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이순신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비둘기 똥을 뒤바르고 있거나, TV 광고 이미지 속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유쾌, 통쾌, 상쾌'하게 웃고 있다. 혹자는 일본 교과서 파동 속에서 민족 영웅으로 이순신을 호출해낸다.

군사 정권 시절에는 권력의 정당성을 수호하는 상징물로, 상업 자본에게는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고유명사로, 파쇼에 가까운 민족주의자들에게는 충군애족의 표상으로 이순신은 아직도 숱한 전투를 치루고 있다. 이 소설의 내연을 이루고 있는 메시지들 즉,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대자적 존재로서 사회 안에서 개인이 구현할 수 있는 삶의 태도, 당대의 사건들과 조건 속에서 실존이 발현하는 의지의 힘, 인간이 생명을 이어가는 전쟁이라는 거룩하고도 비정한 논리,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의 먼지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 등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제기되는 질문이다.

소설로 만나는 이순신, 산문의 해전(海戰)!
눈에 불을 켠 염결한 산문가 김훈의 찬란한 미학적 전투
언어와 무기 사이의 거리를 채우는 불화살과도 같은 소설

기이한 소설 하나가 출전(出戰)한다. 이것은 세 겹의 갑옷을 입은 소설이다. 우선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그가 물러가는 적의 전면에 자신의 육신을 내던져 전사하기까지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당대의 사건들이 첫 번째 겹을 이룬다. 『난중일기』,『함경도일기』,『임진장초』,

이순신의 서간첩, 그의 사후에 나온 서지 등을 참조로 이순신과 그의 시대가 미시적으로 서술된다. 조선을 침탈한 왜적의 행보와 그에 응전하는 임금(사직)과 정치, 백성, 군대의 각기 다른 대응 방식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역사 동학과, 인간이라는 종족의 서글픈 '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두 번째로 김훈은 우리 역사가 가질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무오류의 영웅인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괘적을 실증적으로 복원하되, 신화로 남은 자의 내면의 전투까지도 형상화하려 애쓴다.

철저한 이순신 자신의 1인칭 서술로 일관된 시점을 통해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무의미와 그것의 폭력성,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무장으로서의 고뇌,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꼼꼼한 전투 준비와 전투 와중의 급박한 상황, 풍경과 무기, 밥과 몸에 대한 사유 들이 채색된다. 그것들이 융합되어 만들어가는 이순신이라는 영웅의 아우라는 순결한 영혼의 노래이자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의 몸을 입은 표현이다.

여기에 겹쳐지는 세 번째 갑옷은 바로 김훈의 미려한 문체이다. "아름다운 한국어의 밭" 김훈의 문체는 이순신의 이미지와 필사적으로 대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언어의 날개를 펼친 듯한 학익진(鶴翼陣)의 문체로,

때로는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일자진(一字陣)의 문체로 극도로 통제되고 절제된 이순신의 생의 국면을 끌고가는 김훈의 문체는 그 실존적 사유의 밀도는 물론 집중력에 있어서 전범을 찾을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문장의 소실점 이면을 향해 꽂히는 김훈 육성의 화살은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이순신의 생과 더불어 끝을 두렵게 만든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독자들은 이순신과 김훈이 겹치는 아름다운 순간, 비감을 느끼게 되리라.

책 머리에
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

초야의 저녁들은 헐거웠다. 내 적막은 아주 못 견딜 만하지는 않았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마을의 길들은 끊어졌고 인기척이 없었다. 얼어붙은 세상의 빙판 위로 똥차들이 마구 달렸다. 나는 무서워서 겨우내 대문 밖을 나가지 못했다.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연민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나는 자주 아팠다.

눈이 녹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여러 번 갔었다. 거기에, 장군의 큰 칼이 걸려 있었다. 차가운 칼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장군의 칼을 들여다보다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그 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이 가난한 글은 그 칼의 전언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一字陣)으로 적을 맞으리.
다시, 만경강에 바친다.
2001년 봄 김훈


본문 중에서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한 옹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나는 임금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함대를 움직이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무인된 자의 마지막 사치로서, 나의 생애에서 이기고 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나는 다만 무력할 수 있는 무인이기를 바랐다. 바다에서, 나의 무(武)의 위치는 적의 위치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그러므로 나의 마지막 사치는 성립될 수 없었다. … 바다에서 나는 늘 머물 곳 없었고, 내가 몸 둘 곳 없어 뒤채는 밤에도 내 고단한 함대는 곤히 잠들었다.

나는 그 여자를 안듯이 그 여자를 베어주고 싶었다. 나는 내 몸을 그 여자의 몸 속으로 밀어넣듯이, 그렇게 칼날을 여자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여자를 안는 힘으로 세상의 적을 맞을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몸을 떨었다.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때 나는 무인이 아니었다.

그 저녁에도 나는 적에 의해 규정되는 나의 위치를 무의미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힘든 일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결국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지는 어느 날, 내 몸이 적의 창검에 베어지더라도 나의 죽음은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지는 풍경처럼, 애도될 일이 아닐 것이었다.

탯줄에 붙어서 여자의 배로 태어나는 인간이 혈육의 이마와 눈썹을 닮고, 시선까지도 닮는다는 씨내림의 운명을 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송장으로 뒤덮힌 이 쓰레기의 바다위에서 그 씨내림의 운명을 힘들어하는 내 슬픔의 하찮음이 나는 진실로 슬펐다.

임금은 울음과 언어로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언어와 울음이 임금의 권력이었고, 언어와 울음 사이에서 임금의 칼은 보이지 않았다. 임금의 전쟁과 나의 전쟁은 크게 달랐다. 임진년에 임금은 자주 울었고, 장려한 교서를 바다로 내려보냈으며 울음과 울음 사이에서 임금의 칼날은 번뜩였다.

언젠가 임금이 몸보신하라고 보내준 쇠고기의 단면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 그 쇠고기의 단면에 목숨의 안쪽을 이루던 난해한 무늬들이 드러나 있었다. 쇠의 안쪽에도 저러한 무늬가 있었구나, 언젠가 내가 적의 칼을 받게 되면 저러한 쇠의 무늬가 내 목숨의 무늬를 건너가겠구나, 적의 칼의 쇠비린내에 내 피의 비린내가 묻어나겠구나, 나는 죽은 적의 칼을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바다에 떠서 진법훈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일자진에서 학일진으로 바꾸는 전환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북을 때리고 쇠나팔을 불어도 함대는 북의 박자에 따라오지 못했다. 북과 노 사이가 나의 현실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나는 집중된 중심을 비웠다. 중심은 가볍고 소슬했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적이 물러가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

…이 자를 여기서 베어야 하나, 허리에 찬 칼이 천근의 무게로 늘어졌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임진년에 총맞은 어깨죽지가 쑤셨다. 정유년에 형장에 으스러지던 아랫도리가 결려왔다. 나는 진린의 선실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서 이 자를 베어버리면, 아마도 사직은 끝장이 나고, 전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이 세계 전체를 적으로 맞아야 할 것이었다.

나는 안다. 총알은 깊다. 총알은 임진년의 총알보다 훨씬 더 깊이, 제자리를 찾아서 박혀 있었다. 오랫만에 갑옷을 벗은 몸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서늘함은 눈물겨웠다. 팔다리가 내 마음에서 멀어졌다. 몸은 희미했고 몸은 멀었고, 몸은 통제되지 않았다.
"북을… 계속… 울려라. 관음포… 멀었느냐?"


저자 소개
김 훈
1948년 서울 출생.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에세이집『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문학기행1,2』(공저)『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생각의 나무, 2000), 장편소설『빗살무늬 토기의 추억』등이 있으며, 외국 문학을 여러 권 번역했다.

그에게는 생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생의 긍정을 배면에 깐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이 따른다.

김훈은 52세의 나이에 풍륜(風輪)이라 이름 붙인 자전거를 타고서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을 누볐다. 안면도, 쌍계사, 여수, 선암사, 부석사, 섬진강, 태맥산맥 등 많은 여행지들에서 보고 느낀 김훈의 사유들이 이강빈의 사진과 함께 『자전거 여행』으로 묶여졌다.

오래전부터 이순신에 매료되었던 김훈은 이 여행의 도중 진도를 찾아간 자리에서 이순신이라는 신화를 산문으로 육화(肉化) 할 결심을 한다.『칼의 노래: 소설 이순신』이 바로 그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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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사실 이 책은 노대통령이 탄핵기간 중 읽어서 유명해지기 전대학때 매스컴의 이해라는 과목의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

     사실 이 책은 노대통령이 탄핵기간 중 읽어서 유명해지기 전
    대학때 매스컴의 이해라는 과목의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책이였다.
    그러다 2년 전쯤 미국출장가는 길에 비행기에서 빌려볼 수 있었다.
    아마 노대통령때문에 유명해져서 비행기에도 탑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마무리 부분만 제외하고 이미 읽어보았던 책이였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게되었다.

     

    그때는 한권이었던 책이 이제는 두 권으로 나뉘어져서 책을 마무리짓고자 2권 처음부터 읽기시작했다.
    지난번에는 도착시간 전까지 다 읽어봐야 한다는 것때문에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지못했는데
    이번엔 이순신 장군의 출정경로와 각 수영 위치를 실제 지도와 비교해보면서 읽어 좀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진도와 해남사이 울돌목이 바로 좌수영 위치였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

     

     전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조선의 3대 못난 임금이 선조,인조,고종인데
    그중에서 최고는 선조라는 얘기가 과연 헛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해주었다.

    이순신뿐만 아니라 김천일,곽재우와 같은 의병장들이 전쟁중에 나라를 구하는데 표창은 못할 망정,

    반역의 음모를 뒤집어 씌우지를 않나, 이순신을 백의종군시킨 이후에도 틈틈히 그를 의심하는 태도란... 그리고 피난만 다니던 조정은 과연 무얼 하고있었는지... 후에 피폐해진 나라를 구휼하느라 대동법을 시행하고 실리외교를 한 광해군과 같은 왕은 명과의 의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폭군으로 변질시키지를 않나 참 한심스럽다.

     

     언젠가 이순신 장군이 일부러 마지막 전투에서 삶을 마무리했다는 여러 증거를 본 적이 있는데,
    작가는 이를 책 전반에 걸쳐서 시종일관 장군이 고뇌하는 큰 줄기로 사용하고 내면 심리를 표현하고있다.
    울고싶어하는 칼과 마음속으로 울고있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 실제로 그 분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김훈의 소설은 소설이면서도 전기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소설속의 인물,사건들과 임진왜란/정유재란의 연대표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솔솔 했다.

     

    선조임금은 이순신 장군을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고, 권율 장군 또한 어렸을 때부터
    정형화되었던 행주산성의 충신에서 이미지가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그리고, 칠천량 전투의 참패로 내몬 인물이 바로 이 권율이였다니.
    왜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이 그리도 많은 건지.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도 그렇게 많은 친일파들이 임진왜란때라고 어찌 없었을 리가 있을까.

    그당시 고생했을 우리 조상들을 생각해보면 참 삶이 눈물겹다.

     

    임진왜란의 전황은 그동안 많은 매개체를 통해 어느정도 파악은 했는데,
    병자호란은 그렇지 못해 궁금했던 와중에 남한산성 이라는 책을 쓰셔서 조만간 읽어볼 작정이다.

     

  • 이순신의 재조명 | ma**oo006 | 2007.01.2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아들의 죽음. 그 속에 냉정함. 더욱 슬프기에 더욱 냉정하다. 슬픔속에 억매이면 그저 비련한   존재일 뿐......

    아들의 죽음. 그 속에 냉정함. 더욱 슬프기에 더욱 냉정하다. 슬픔속에 억매이면 그저 비련한

     

    존재일 뿐... 슬픔에서 나와 나의 적에게 냉정해지면 그때 비로서야 슬픔이 조금이나마 조용하고

     

    안락한 마음이 된다. 준비하는 자세에서 미래가 빛나고 죽기를 각오하면 살아나갈 수 있다.

     

    사람의 믿음이야 말로 숭고한 정신이 된다. 여전히 숭고한 충무공의 사상이 내 마음속에 남는다.

  • 충무공 이순신!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해군 제독이요, 청사에 길이 빛날 이름을 남긴 민족의 영웅이다. 특히나 해군 ...
    충무공 이순신!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해군 제독이요, 청사에 길이 빛날 이름을 남긴 민족의 영웅이다. 특히나 해군 장교출신인 나에게 있어서 그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막연히 신격화된 존재에 가까웠다. 그러나, 난중일기와 다른 역사 사료들을 바탕으로 픽션이 가미된 '칼의 노래'에서는 그러한 외면적 영웅의 치열한 내면적 투쟁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나는 '성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만났다. 국난 속에서 접해야 했던 온갖 답답한 상황과 끊임없는 음모, 그리고 나라의 환란을 접하고도 정쟁에 여념이 없었던 중앙정부의 작태를 보면서 아무리 충무공이라지만, 사람인 이상 어찌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을 모함한 원균에 대한 반감, 도원수 권율에 대한 거부감, 장대한 수사로 장식된 임금의 교서속에서 느끼는 절대 권자에 대한 두려움 섞인 반감, 전쟁통에 헐벗고 굶주린 백성에 대한 연민, 그러면서도 그들의 피폐를 책임져야만하는 관리로서의 책임에 대한 한없는 중압감, 그리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에대한 본능적 두려움... 이런 모든 것들이 조금은 투박한 언어속에서 묻어나면서 나는 '인간 이순신'에 조금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충무공이 충무공일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고뇌가 있었기 때문일거라는 역설적인 생각을 해 본다. 무인으로서 느끼는 본능적 살의(殺意)를 칼의 울림을 통해 느끼고, 그 살의를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 온 주군이 아닌 적에게 겨눔으로써 국가를 지탱해 낸 충의(忠義)는 범인의 한을 극복하는 방식을 초월하여 영웅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신에게는 아직 전선 열두척이 있으니 적들이 저를 업수이 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 장계를 통해 충무공은 현대의 나에게 말한다. '必死卽生 必生卽死이니 매사에 절박한 심정으로 정성을 다라여 살라. 이를 통해 너와 주변을 구하라.' 책을 덮으면서 머리속에서 온통 피비린내와 시체썩은 냄새가운데 언젠가 맡은 신선한 바다내음이 풍겨오는 듯한 느낌에 전율해 본다.
  • 대한민국의 역사 | co**vie | 2006.06.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첨에 참 진도가 안나가더라..언어가 범상치 않고 쉬운내용도 아닌데다가 내가 아는 이순신장군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에 대한 얘기였...
    첨에 참 진도가 안나가더라..언어가 범상치 않고 쉬운내용도 아닌데다가 내가 아는 이순신장군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에 대한 얘기였으니...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거부감도 들고,
    또 눈물도 나고,
    한반도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그렇게 역사속에 살아있던 것이었다.
    일본넘들도 그때부텀 참 그렇고,
    게다가
    마포나루도 등장한다..지금 내가 사는 이 아파트..여기쯤에 진린이 군사를 이끌고와 선종의 대접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자리이다..
    대한민국의 한. 이 '한'이라는 개념...참, 이땅과 함께 흐르는 설명할수 없는 한국인의 한.

    이순신은 임금의 칼이나 적의 칼에 의해 어째든 죽게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전사하였을까? 하필 그 마지막 전투에서....? 나의 독창적인 의구심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 믿는 심리가 자꾸 장군이 그때 죽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의 리더십을 닮고 싶다. 메모하는 습관도..

    전쟁이라는 것은 옛적이나 지금이나 인간을 그렇게 참혹하게 만든다. 그래도 이어지는 민족과 인간의 삶.


    나는 죽음으로써 죽음을 각오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각오되지 않는 죽음이 두려웠다.
    내 생물적 목숨의 끝장이 두려웠다기 보다는 죽어서 더 이상 이 무내용한 고통의 세상에 손댈 수 없게 되는 운명이 두려웠다.
    죽음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그것은 결국 같은 말일 것이었다. 나는 고쳐 쓴다. 나는 내 생물적 목숨의 끝장이 결국 두려웠다. 이러한 세상에서 죽어 없어져서, 캄캄한 바다 밑 뻘밭에 묻혀있을 내 백골의 허망을 나는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견딜 수 없는 세상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바다에서, 삶은 늘 죽음을 거스르고 죽음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만 가능했다. 내어줄 것은 목숨뿐이었으므로 나는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죽음을 가로지르 때, 나는 죽어지기 전까지는 죽음을 생각할 수 없었고 나는 늘 살아 있었다. 삶과 분리된 죽음은 죽음 그 자체만으로 각오되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삶을 버린 자가 죽음을 가로지를 수는 없을 것이었는데, 바다에서 그 경계는 늘 불분명했고 경계의 불분명함은 확실했다. 길고 가파른 전투가 끝나는 저녁 바다는 죽고 부서져서 물에 뜬 것들의 쓰레기로 덮였고 화약 연기에 노을이 스몄다. 그 노을 속에서 나는 늘 살아있었고, 살아서 기진맥진했다.

  • 민초들의 노래 | l9**729 | 2006.03.2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1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칼의노래 1,2권을 모두 읽었다. 1편을 보고나서는 이건 소설일 뿐이라는 자기암시를 끊임없이 되뇌이면...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칼의노래 1,2권을 모두 읽었다. 1편을 보고나서는 이건 소설일 뿐이라는 자기암시를 끊임없이 되뇌이면서도 영웅의 뒤편에 숨겨진 인간의 진솔한 내면의 모습에 빠져들고 말았다. 2편을 마저 다 보고나니 그외에 그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이 잔잔하게 그려져있는 모습이 조선시대 순박한 우리 백성들의 모습이 내 눈앞에 그림으로 그려지는듯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국민성인가? 짓밟이고 으깨지면서도 가녀린 심성을 버리지 못한채 잔잔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 이순신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작가는 작가자신이 주인공인듯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듯 써내려간 필체가 부담없이 읽을수있기도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잔잔한 정서가 내심금을 울린다. 영웅이기 이전에 한 조선의 백성이었고 명석한 판단력과 지략을 겸비했고 거기다 겸손하기까지 했으니 제 죽을 자리를 살피지 않을수 없었겠다는 생각이다. 그의 칼에 새겨진 검명의 뜻을 이젠 조금은 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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