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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THE ROAD)(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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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54605907
ISBN-13 : 9788954605908
로드(THE ROAD)(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코맥 매카시 | 역자 정영목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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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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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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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이 일어난 황폐한 지구에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로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명이 파괴되고 거의 모든 생명이 멸종한 무채색의 땅. 작가는 지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시적인 언어로 우리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황폐함을 묘사하고 있다.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하늘을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은 보이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 먹는다. 그런 황폐한 땅에서,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희망을 찾아 길을 걷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왜 그곳으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버지는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담은 카트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으로 남겨둔 총알 두 알이 든 권총 한 자루가 전부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자는 더 큰 고통을 겪기 전에 아들을 죽이고 자신 역시 목숨을 끊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뇌에 휩싸인다. 하지만 온갖 역경과 회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남쪽으로 묵묵히 길을 나선다.

저자소개

저자 : 코맥 매카시
저자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윌리엄 포크너와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개성적인 인물 묘사, 시적인 문체, 대담한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코맥 매카시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1933년 7월 2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여섯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매카시는 1951년 테네시 대학교에 입학해 인문학을 공부했다. 1965년 첫 소설 『과수원지기』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바깥의 어둠』 『신의 아들』 『서트리』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매카시에게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1985년 작 『피의 자오선』이다. 이 작품은 [타임] 지에서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다. 서부를 모태로 한 국경 삼부작 『모든 멋진 말들』 『크로싱』 『평원의 도시들』을 발표하며 서부 장르소설을 고급문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매카시는 이후 『로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출간하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코맥 매카시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에서만 1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영화로 제작중이다.

역자 : 정영목
역자 정영목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책도둑』 『통조림공장 골목』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눈먼 자들의 도시』 『서재 결혼시키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불안』 『동물원에 가기』 『사자의 꿀』 『눈뜬 자들의 도시』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석류나무 그늘 아래』 『맛』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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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 아마존ㆍ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오프라 윈프리 클럽 선정 도서 *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 * 미국 현지에서 180만 부 판매 * 전 세계 37개국 출간 결정! 영화화 결정! * [워싱턴 포스트] [타임] [로스앤젤레스 ...

[출판사서평 더 보기]

* 아마존ㆍ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오프라 윈프리 클럽 선정 도서
*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
* 미국 현지에서 180만 부 판매
* 전 세계 37개국 출간 결정! 영화화 결정!
* [워싱턴 포스트] [타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피플] [보스턴 글로브] [빌리지 보이스] [덴버 포스트] [뉴욕] [록키 마운틴 뉴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아주 놀라운 책이다. 지금껏 북클럽에서 이런 작품을 골라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선정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말 매혹적인 책!”
- 오프라 윈프리

“단순하고 간결한 이 이야기는 매카시의 글이 도달한 가장 아름다운 성취를 보여준다. 나는 『로드』가 완벽한 내러티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 스티븐 킹


2007년 6월,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한 작가의 인터뷰가 방송되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작가 한 명이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뭐 그리 특별할 게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가가 ‘코맥 매카시’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부의 셰익스피어’ ‘포크너와 헤밍웨이의 계승자’ 라는 닉네임을 달고 다니는,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의 첫 TV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저명한 평론가 해럴드 블룸으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미국 작가 중 하나”라는 평을 들은 코맥 매카시는 1965년 첫 소설을 발표한 이래 40여 년간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은둔 작가’로 명성이 자자한 터였다.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기 전에 언론과 가진 인터뷰라고는 1992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포함, 단 두 번뿐이었다. 매카시의 TV 출연에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며 기사를 쏟아내고 오프라 윈프리에 대한 시샘 어린 인터뷰 논평들을 실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장의 귀환…
매카시를 모른다면 미국 현대문학을 논하지 말라!


이 책을 올해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일컫는 것은 이 책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려라. 이 책을 읽고 감명받으라. 그냥 이 책을 읽어라, 너무 늦기 전에. (아마존 독자 리뷰)

2006년 9월, 코맥 매카시는 묵시록적 비전으로 가득한 신작 『로드』를 들고 돌아왔다. 그야말로 거장의 귀환이었다.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 평단과 언론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스타 레저]는 “이 작품을 통해 매카시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고 평했고, [뉴스위크]는 “매카시의 모든 작품 중 정점에 올라 있는 작품”이라 평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이 작품을 통해 매카시는 미국문학에서 구약성서적 예언자 같은 존재로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해 연말, 『로드』는 각종 언론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스티븐 킹, 데니스 루헤인, 마이클 카본 같은 유명 소설가들이 앞다투어 이 책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더니, 급기야 오프라 윈프리는 “이례적”이라는 말과 함께 『로드』를 ‘오프라 윈프리 클럽 도서’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한 『로드』는 이듬해인 2007년 퓰리처상 수상의 영광을 매카시에게 안긴다.
『로드』에 대한 열광적 환호는 단지 언론과 평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출간 직후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로드』는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에 머무르며 미국에서만 1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고,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중이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는 샤를리즈 테론도 참여하는데, 스스로 『로드』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 테론은 매우 작은 배역임에도 이 작품에 너무나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에 관한 가장 끔찍한 보고서이자 가장 아름다운 보고서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그곳에 한 남자와 한 소년이 있다. 지구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문명은 파괴되었고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은 멸종했다. 세상은 잿빛이다. 불에 탄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였고, 하늘 가득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고 한낮에도 흐리고 뿌연 빛만이 부유한다.
무채색의 황폐하고 고요한 땅, 신은 사라지고 신을 열렬히 찬미하던 이들도 사라진 땅, 그곳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길을 걷는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먹을 것을 찾아 텅 빈 집들과 상점들과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연명하기 위해 인육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트럭을 타고 다니며 인간을 사냥하는 무리도 있다.
남자와 소년은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한 여정에 있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왜 남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안간힘으로 남쪽을 향해 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들에게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남쪽을 향해가는 그들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얼마 안 되는 물품들을 담은 카트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으로 남겨둔 총알 두 알이 든 권총 한 자루가 전부다. 남자와 소년은 밤마다 추위에 떨었고, 거의 매일 굶주렸다. 식량은 늘 부족했고 숲에 만드는 잠자리는 춥고 불안했다. 수일을 굶다가 운 좋게 먹을거리를 만나면 그들은 주린 배와 카트를 채운다.
남자와 소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인간사냥꾼에게 잡힐 뻔하기도 한다. 결국 그 사냥꾼을 향해 남자는 아껴둔 총알 하나를 사용한다. 남자의 총에 맞아 죽은 그 사냥꾼의 시신은 나중에 껍질과 뼈만 그 자리에 남게 된다. 그의 무리들이 삶아먹은 것이다.
굶주림에 지친 남자와 소년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들어간 집에서는 지하실에 발가벗긴 채 갇힌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사냥꾼들의 ‘저장된 식량’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은 숲에 숨어 길을 살피던 남자와 소년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뜬다. 길을 걷는 남자 셋과 여자 하나였는데, 여자는 만삭의 몸으로 뒤뚱거리며 걷고 있었다. 남자와 소년은 그들이 지나간 한참 후에야 숲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걷는다. 한참 길을 걷던 소년은 숲에서 실낱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다. 남자는 한번 살펴보자며 총을 꺼내들고 숲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모닥불에는 고깃덩이 하나가 꼬챙이에 꿰어져 구워지고 있었는데, 머리를 떼어낸 갓난 아기였다. 아기를 굽던 무리들이 총을 들고 오는 남자를 발견하고 황급히 몸을 숨긴 것이었다.
“아기를 어디서 찾았을까요?”
소년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못한다.

남자는 매일 피가 섞여 나오는 기침을 하며 잠을 깬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는 아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 예기치 않은 공격, 위험한 상황에의 노출, 그리고 무엇보다 굶주림으로부터. 특히 다른 방랑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아들이 위험한 충동 때문에 아들의 신변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이미 사라진 문명에 대해 아들은 아는 바가 없다. 문명이 존재하던 “예전 사회”에 대한 어떤 기억도 지식도 체험도 아들에게는 없다. 살아남은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아버지와 그 사람들에 대해 다가가려 하고 도와주려 하고 껴안고자 하는 아들…

남자는 이제 죽음이 다가왔다고,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년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흐느끼곤 했다. 하지만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남자는 무엇 때문인지 잘 몰랐지만, 아마 아름다움이나 선(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본문 p.148)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자는 아들이 더 큰 고통을 겪기 전에 아들을 죽이고 자신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극도의 공포에 시달린다. 죽음 직전에 다시 살 길을 열어주는 행운을 만나게 돼도, 남자는 “진짜 행운이란 이런 게 아닐지 모른다”며 “죽은 자들을” 부러워한다(본문 p.260).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들 아버지와 아들에게는 최소한 서로가 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 날. 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 남자는 잠든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는 거야.
(본문 p.64)

실존에 대한 회의와 그들의 여행을 방해하는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 묵묵히 길에 나선다. 그들은 무사히 남쪽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구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들이 옮긴다는 불은 무엇일까?

살아남아라!
이 죽음의 세상에서, 이토록 황폐한 잿빛의 길에서!


매카시는 언제나 빛과 어둠 사이의 투쟁에 대해 글을 써왔다. 어둠이 세상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빛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배터리가 떨어져가는 펜 끝의 불빛처럼 가냘프기 그지없었다. 『로드』에서 그 불빛은 이제 거의 꺼진 것처럼 보인다. 온 세계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최후의 희망이 더더욱 충격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종래는 바랄 수 없을 것 같은 희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데니스 루헤인(소설가,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 저자)

몇 년 전 일흔이 넘은 매카시는 어린 아들(현재 아홉 살)과 함께 엘 파소로 여행을 떠났다. 낡은 호텔에 머무르던 어느 밤,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매카시는 창가로 가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에 가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직 기차 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그는 오십 년 혹은 백 년 후엔 이 마을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하다가, 산 위로 불길이 치솟고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옆에 잠들어 있는 어린 아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이를 종이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소설 『로드』가 탄생했다.

『로드』가 발표된 뒤, 많은 비평가와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이 책을 한 남자의 세상 방랑기라고 했고, 누군가는 “지옥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또하나의 단테의 『신곡』”(멘스 저널)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사무엘 베케트 식으로 다시 쓴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커커스 리뷰)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영혼의 여정을 다룬 소설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을 뒤로하고, 매카시는 이 작품을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떠나는 이야기”라고만 말했다(실제로 매카시는 이 작품을 어린 막내아들에게 헌정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아들에 대한 사랑 고백임을 숨기지 않았다.

고유명사가 사라진 완전한 흑백의 세계, 어설픈 구원이나 기쁨 같은 것들은 아예 들어설 자리조차 없어 보이는 『로드』의 세계에서 그래도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이 비치는 것은 이러한 소설의 탄생 배경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320페이지의 절망, 그리고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

코맥 매카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작가다. 그의 무시무시한 열번째 소설은 지금까지 써온 어떤 작품과도 다르다.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미래를 다루는 책이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에스콰이어)

저 멀리 미국의 9ㆍ11사태나 최근의 미얀마 사이클론 그리고 중국 쓰촨성 지진 사태를 보며, 사람들은 묵시록적 세계의 어떤 전조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안고 오늘을 살아간다. 『로드』가 그리는 세계가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매카시는 구체적인 묘사와 설명 대신 시적인 언어로 어렴풋하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황폐함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 세상이 온통 폐허가 되었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시점의 이동도 빈번하고, 현실과 기억이 중첩되기도 하고, 때때로 시간은 직선적인 흐름에서 벗어난다. 선문답 같은 대화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다 매카시는 우리가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한 걸음 더 깊숙이 나아간다. 이 가혹하고 악몽 같은 여정을 따라가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옛 세상의 기억을 간직한 생존자가 한편으론 그 기억을 견디고 한편으론 생존이라는 현실을 버텨야’ 하는 걸 지켜보면서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고 책장을 덮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끝에서 마주한 희망은 더욱 각별하다.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본문 p.303)

『로드』는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물음에 대한 대답과도 책이다. 메마른 잿더미 위에서 초연한 태도로,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며 서 있는 매카시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이, ‘이 땅 위에 아직 발 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닫기]

책 속 한 문장

  • 주선희 님 2010.04.05

    남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저 아이가 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신은 한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거야. - p.9

  • 최은석 님 2010.03.16

    있지도 않았던 세계나 오지도 않을 세계의 꿈을 꿔서 네가 다시 행복해진다면 그건 네가 포기했다는 뜻이야.

  • 박기태 님 2010.02.05

    저 아이를 봤을 때 난 내가 죽은 줄 알았소. 천사인 줄 아셨나요? 뭔지는 몰랐소. 그냥 다시는 아이를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오.

회원리뷰

  • 로드 | y0**21man | 2019.03.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소설의 내용은 멸망의 흔적이 남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그들의 생존이 소설 특유의 덤덤한 ...

    소설의 내용은 멸망의 흔적이 남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그들의 생존이 소설 특유의 덤덤한 어조라도 꽤나 긴박하게 전개됩니다. 대개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를 찾는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하나 소설의 설명대로라면 소가 멸종했다는 언급으로 보아 이미 다른 동물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태로 소설의 중반쯤 식료품 남은 것을 찾기 위해 주인공 부자가 들어간 집에서는 창고에 식인종들이 식용으로 쓰기 위해 가둬둔 살아있는 인간들을 발견하거나 심지어 길가에서는 갓난아기가 잡아먹히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기까지 해요. 주인공 일행도 자칫하다가는 식인종들에게 잡힐 판이라 어쩔 수 없이 도망을 치는데, 이런 연유로 주인공 일행이 가장 피해야 할 대상은 바로 같은 사람인 판국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아이는 더욱 위험한지라 아버지가 경계를 많이 하게 되는데 실제로 소설 내에서도 일어나는 사고도 우연히 마주친 인간들과의 마찰이 대다수. 소설 속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리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실제로 사람을 잡아먹거나 다른 이들을 노예로 삼는 이들과 다르므로 멸망한 세상 속에서 그나마 이성적인 인물이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도 자신들의 물건을 훔치려던 도둑의 옷을 빼앗으려 하는 등 극에 달한 상황에서 냉정한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딱히 이런 상황에서 선악이나 시시비비를 판단할 상황은 아니란 생각은 들지만요.

  • 마지막 그 뒤 | ch**yong | 2017.08.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길은 가능성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들머리이다. 분명한 목적지가 있고 거기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길은 신...
     

    길은 가능성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들머리이다. 분명한 목적지가 있고 거기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길은 신명이다. 때로 예상하지 못한 고비가 있을 수 있지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이 그것을 이겨내게 한다. 오르막이더라도 내리막이 있다는 기대가 있어 힘들지 않다. 그리고 모든 길은 목적지에 지금보다 나은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아니, 희망이 있어야 길을 나아갈 수 있다. 오늘이 그 어떤 비참함보다 더 비참할지라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세계가 폐허가 되어버렸더라도 길 끝에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소설 속 배경이 바로 그렇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히고 있지만 않지만 문명은 완벽하게 파괴되었다. 불에 탄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였고, 하늘 가득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고 한낮에도 흐리고 뿌연 빛만이 부유한다. 무채색의 황폐하고 고요한 땅에서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길을 걷는다. 그들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남쪽을 향해 나아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인 관계로 그들은 길을 걷는다. 길 끝에 바다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둠. 이제 밤은 약간 덜 검을 뿐이다. 낮이면 추방당한 태양은 등불을 들고 슬퍼하는 어머니처럼 지구 주위를 돈다. (40쪽)


    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 날. 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 남자는 잠든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는 거야. (64쪽)


    남자는 이제 마침내 죽음이 다가왔다고,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년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흐느끼곤 했다. 하지만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남자는 무엇 때문인지 잘 몰랐지만, 아마 아름다움이나 선(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148쪽)


    소년은 일어서서 담요를 모래에 내려놓더니 외투를 벗고 신발과 나머지 옷도 벗었다. 소년은 벌거벗고 서서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춤을 추더니 해변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새하얀 몸. 혹이 여러 개 튀어나온 듯한 등뼈. 면도날 같은 어깨뼈가 창백한 피부 밑에서 톱질을 하듯 움직였다. 소년을 벌거벗고 달려가다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밀려드는 파도에 뛰어들었다. (247쪽)


    아버지와 아들이 걷는 길은 위험한 순간의 연속이다. 굶주림과 추위와 싸워야 하고 똑같은 굶주림 추위에 떠는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 이미 굶주림과 추위가 인간의 한계 상황을 벗어나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벗어 던진 지 오래다. 그리하여 상대가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린 상황. 그 상황 속에서도 사라진 문명에 대한,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아들은 그이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번번이 아버지에 의해 아들의 선의는 꺾이고 그 덕분에 목숨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아들은 선의를 잃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도 아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합류한다.


    한때 산의 냇물에 송어가 있었다. 송어가 호박빛 물속에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느러미의 하얀 가장자리가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잔물결을 일으켰다. 손에 잡으면 이끼 냄새가 났다. 근육질에 윤기가 흘렀고 비트는 힘이 엄청났다. 등에는 벌레 먹은 자국 같은 문양이 있었다. 생성되어가는 세계의 지도였다. 지도와 미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다시는 바로 잡을 수 없는 것을 그린 지도.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렸다. (323쪽)

  • 로드, 어느날 갑자기 | wn**ldud | 2014.09.2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은 멸망해 버렸다. 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독자들이 ...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은 멸망해 버렸다. 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독자들이 추측해 내야할 뿐이다. 소년과 아버지만이 서로 의지해가며 살아간다. 아버지는 소년을 지켜야 한다. 둘이 가지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의 생필품이 담긴 카트와 배낭이다.

     

    밤이 되면, 그들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서로를 껴안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밖에 없다. 아버지와 소년은 끊임없이 걸어간다. 걷고 또 걷는다.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야할 곳은 남쪽이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번식지와 월동지를 옮겨 다니는 철새마냥 살기위해 걸어가야만 한다.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더 이상 따뜻한 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자기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한다. 세상이 세렝게티 초원처럼 야생으로 변한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된 것이다. 약탈자들에서 자신의 목숨과 아들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의 의지와 반대로 찌르면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비정한 세상은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살기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지나가는 길에 뭐라도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아버지 자신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사회를 경고하는 듯하다. 아들의 순수한 눈을 통해서 보여주는데, 남을 죽이고 빼앗아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것 같다.

     

    신마저 죽어버린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죽어가는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이 하지 못한 임무를 수행하길 바란다. 바로 불을 옮기는 것이다. 여기서 불이란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다. 점점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상징하는 것이 불인 것이다.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아버지는 죽어가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이 홀로 남아, 불을 운반하기 위해 투쟁할 것을 염려하며, 아들을 격려해 준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준 죄로 인해,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밤에는 쪼아 먹힌 간이 다시 생성되는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 그렇게 인간에게 준 불은 현대기술문명의 상징이 되었고,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소설에서는 멸망해버린 사회를 그린다. 그러한 사회에서 다시 꺼지지 않는 불을 옮기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에게 이 비정한 사회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

     

    p15

    뭣 좀 물어봐도 돼요? 소년이 물었다.

    그럼. 되고말고.

    우린 죽나요?

    언젠가는 죽지. 지금은 아니지만.

    계속 남쪽으로 가나요?

    .

    따뜻한 곳으로요?
    .

    알았어요.

    뭘 알았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알았다고요.

    자라.

    알았어요.

    불 끌게. 괜찮니?

    네 괜찮아요.

    한참 뒤 어둠 속에서. 뭣 좀 물어봐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

    제가 죽으면 어떡하실 거예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싶어.

    나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요?

    . 너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알았어요.

     

    p59

    아빠? 소년이 소곤거렸다. 저사람 왜 저래요?

    번개에 맞았어.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못해 못 도와줘.

    소년은 계속 남자의 외투를 잡아끌었다. 아빠?

    그만 해라.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못해. 우린 못 도와줘.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없어.

     

    p146

    왜 그래? 남자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먹을 걸 찾을 거야. 언제나 찾았잖아.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소년을 지켜보았다.

    그것 때문이 아니구나, 그렇지?

    됐어요.

    말해봐.

    소년은 눈길을 돌려 길 아래쪽을 보았다.

    말해봐. 괜찮아.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날 봐. 남자가 말했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운 것 같았다.

    말해보라니까.

    우린 아무도 안 잡아먹을 거죠. 그죠?

    그래. 당연히 안 잡아먹지.

    우리가 굶더라도요.

    지금 굶고 있잖아.

    안 굶는다고 했잖아요.

    안 죽는다고 했지. 안 굶는다고는 하지 않았어.

    어쨌든 안 잡아먹을 거죠.

    무슨 일이 있어도요.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래.

    그리고 우리는 불을 운반하니까요.

    우리는 불을 운반하니까. 맞아.

    알았어요.

     

    p193

    남자가 노인을 지켜보았다. 자기가 지상에 마지막 남은 사람인 줄 어떻게 알죠?

    그걸 알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되는 거지.

    누구라도 그걸 알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달라질 게 뭐요. 자신이 죽으면 모두가 죽는 것과 똑같은데.

    신은 알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신은 없소.

    없다고요?

    신은 없고 우리는 신의 예언자들이오.

     

    p313 ~ 315

    남자가 소년의 손을 잡으며 씨근 거렸다. 넌 계속 가야 돼.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돼. 길을 따라가다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못 가요.

    괜찮다니까. 오래전부터 이렇게 될 거였어. 지금 이렇게 된 것뿐이야. 남쪽으로 계속 가.

    다 우리가 했던 대로 하면 돼.

    괜찮아 질거예요. 아빠 그래야 돼요.

    아냐 그렇지 않아. 항상 총을 갖고 다녀. 좋은 사람들을 찾아야 하지만 모험은 하지 마.

    절대 하면 안 돼. 듣고 있니?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돼.

    제발.

    안 돼. 너는 불을 운반해야 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

    모르긴 왜 몰라.

    그럼 진짜지.

    어디 있죠?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왜 몰라.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내 눈에는 보이는데.

    그냥 함께 데려가주세요. 제발.

    못해.

    제발. 아빠.

    못한다니까. 난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을 수가 없어.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가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절대 저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알아 미안하다. 내 온 마음은 너한테 있어. 늘 그랬어. 너는 가장 좋은 사람이야. 늘 그랬지.

    내가 여기 없어도 나한테 얘기 할 수는 있어. 너는 나한테 얘기할 수 있고 나도 너하고 이야기를 할 거야. 두고 봐.

    제가 들을 수 있나요?

    그래 들을 수 있지. 네가 상상하는 말처럼 만들어야 돼. 그럼 내 말을 듣게 될거야. 연습을 해야 돼. 포기하지마. 알았지?

    알았어요.

    그래.

    정말 무서워요. 아빠. 알아. 하지만 괜찮을거야. 너한테는 운이 따를 거야. 내가 잘 알아. 말을 그만 해야곘구나. 또 기침이 나오려고 해.

    괜찮아요, 아빠 말하실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http://blog.naver.com/young92022/220124800859

  • 로드 | so**zzy | 2014.07.06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320페이지의 절망, 그리고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던 소설!" ...
    "320페이지의 절망, 그리고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
    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던 소설!"
    이라는 문구에 호기심 한 번,
    오프라 윈프리의 극찬에 관심 두 번,
    그리고 무엇보다 쌓아두었던 포인트가 만 점이 넘어 공짜로 구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 세 번.
    기차를 타고 왕복 3시간 동안 읽어버린 우중충한 책.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잿빛"이다.
    지구의 적막 가운데 자신의 숨소리와 소년의 심장소리만 빼면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 되어버린 종말의 어느 날.
    몇 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며
    달을 추측하는 그 삶 속에서 느낀 것은.. 오직 절망뿐이었다.
    남자와 소년이 찾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남쪽으로 떠나는 그들의 희망과 목적은 단순한 이데아를 꿈꾸는 것일까?
    아니면 남자의 죽음을 통해 신의 숨이 그의 숨이고 그 숨은 세세토록 사람에서 사람에게 건네진다고 말한 그 희망의 메세지, 단 하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 메세지의 전달을 위해 322페이지까지 그렇게 나를 긴장시키고 우울하게 만들었으며, 안타깝게 하다니... 조금은 허탈하다.
    그리고, 너무 어렵다.
    함축적이지도 않은데, 단지 간결한 문장 뿐인데 그 의미를 이해하기엔
    나는 어려움이라는 현실을 덜 겪어 보았기 때문일까?
    아마 나는 더 세상의 파도에 깍여져야하나보다.
    문득, 기억에 남는 소절은 비가내리고 폭풍이 치는 바닷가
    '비는 모래사장에 보조개를 남긴다.'
    . . . .
    역시, 어렵다
  • “남자는 거의 매일 밤 어둠 속에 누워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다.”    
    죽은 자들을 부러워해야 할 만큼 현실은 너무 참혹했다. 한 남자와 아들의 끝없는 여정을 그린 <로드 The Road>는 말 그대로, 길 위에서 시작해서 길 위에서 끝나는 그런 소설이다.
    이미 수년전에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된 건, 사내 독서모임이 선택한 세 번째 책이었기 때문.
     
     
    남자와 아들은 어디로 가는지, 그곳에 가면 자신들이 생각했던 그런 곳이 나타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채 계속 길을 간다. 그들이 갖고 있는 거라곤 여러 가지 옷가지와 이불, 통조림 몇 개, 라이터 그리고 두 개의 총알이 장전되어 있는 총과 카트.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물건들을 이끌고 살아있는 생명체라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회색의 도시를 하염없이 걷는다. 그 도중에 낯선 사람들과 맞닥뜨리면서 이 책은 스릴러 장르 못지 않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과연 저 사람()은 선()일까 악()일까? 과연 저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일까? 아들은 그들의 존재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려 하지만, 아들을 지켜내 끝까지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남자는 모든 낯선 자들을 경계하고 제압하려 한다.  그것은 마치 이런 세상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연장자들의 채무의식인 걸까?
     
      
     
     
    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 날. 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 남자는 잠든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는 거야.
     
    그래, 소년은 남자에게 뿐만 아니라 내게도 천사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게 바뀌었다 하더라도 물들지 않은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
     
    우린 아무도 안 잡아먹을 거죠. 그죠?
    그래. 당연히 안 잡아먹지.
    우리가 굶더라도요.
    (중략)
    어쨌든 안 잡아먹을 거죠.
    그래. 안 잡아먹어.
    무슨 일이 있어도요.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래.
     
    그 상황에서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세상에 내 딸과 나만 남은 상황에서 배고파 죽을 지경일 때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선택의 순간을 이 책은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생각해봐. 넌 선이야, 악이야?
     
    마침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여기에는 죽음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고 죽음도 얼마 가지는 못할 거요. 죽음이 길에 나서도 할 일이 없겠지. 어떻게 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죽음은 이럴 거요. 다들 어디로 갔지? 그렇게 될 거요. 그게 뭐가 문제요? (길에서 만난 매우 시니컬한 노인이 남자에게 했던 말)
     
    코맥 매카시의 <로드>는 절대 친절한 소설책은 아니다.
    주인공이 가는 길을 따라 무기력하게 걷다보면 까무룩 졸기도 하고, 중간 중간 불쑥 끼어드는 낯선 상황들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이 없어 무슨 말인가 이해 못하고 넘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 볼 수밖에 없는 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제3자가 아니라 이들의 동행이 되는 묘한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 당신들이 무사할 수 있는지 그곳에서 당신들이 배를 채울 뭔가가 나타나는지 어떤지 꼭 확인하고 말거야, 하는 심정이 되버리는 것이다.
    그래, 마지막 장면에서 얼마나 안도 했는지. 결말이 비극이 아니어서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그나저나 깡통, 아니 통조림은 참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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