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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7.8 출시
[VORA]첫글만 남겨도 VORA가 쏩니다
[이북]sam7.8
숨겨진독립자금을찾아서
  • 교보손글쓰기대회 전시
  • 손글씨스타
  • 세이브더칠드런
  • 교보인문학석강
  • 손글씨풍경
눈물
352쪽 | 규격外
ISBN-10 : 8958662220
ISBN-13 : 9788958662228
눈물 중고
저자 최인호 | 출판사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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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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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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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작가로서 죽고자 한, 최인호의 고백. 최인호 유고집『눈물』은 작가 최인호의 마지막 비밀 원고를 공개한 책이다.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 최인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고, 이에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 자신의 고통과 정직하게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신의 기적을 바라보고 기록했다.

더불어 최인호의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와 오고간 정다운 편지들, 평생 동안 형과 아우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었던 배우 안성기의 추도사, 초등학교 때부터 평생을 함께해 온 죽마고우 이장호 감독의 작별인사 등을 비롯하여 작가 최인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고백하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가운데서도 감상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이 책은 죽음 앞에서, 그리고 신 앞에서 진실하게 슬퍼하고 진실하게 기뻐하는 한 작가의 내면 일기라 할 수 있다. 생명의 경이, 죽음의 신비, 영혼의 광채, 만남과 이별, 그리고 구원까지 날 것 그대로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작가 최인호가 걸어간 인간주의 문학의 가장 진실한 증명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최인호
저자 최인호는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에 단편「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했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으로서,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우리 역사에 천착하며 한민족의 원대한 이상에 접목하는 날카로운 상상력과 탐구로 풍성한 이야기 잔치를 열어왔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잠자는 신화』,『개미의 탑』,『위대한 유산』 등이 있으며, 『길없는 길』,『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상도』,『내마음의 풍차』, 『불새』, 『제4의 제국』,『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수필집으로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천국에서 온 편지』, 『인생』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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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쌓여진 책 더미 사이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고 200매! ‘고통의 축제’ 속에서 눈물로 기록한 ‘인간 최인호’의 내밀한 고백 최인호 유고집 『눈물』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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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진 책 더미 사이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고 200매!

‘고통의 축제’ 속에서 눈물로 기록한
‘인간 최인호’의 내밀한 고백

최인호 유고집 『눈물』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 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 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코올 솜으로 닦으면 영영 눈물 자국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알코올이 증발해 버리자 이내 눈물 자국이 다시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본문 중에서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 최인호는 세상과 단절한 채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다. 육신의 아픔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이러한 그의 열정을 파괴할 수 없었다.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서 그는 자신의 고통과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고독과 눈물, 그리고 사랑의 언어로.

□■■최인호의 비밀 원고―
“사랑하는 벗에게 띄우는 ‘인간 최인호’의 마지막 고백”


“2013년 9월 15일 최인호 베드로는 다시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9월 23일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마지막 병자성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최 베드로는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9월 23일 오후 딸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아니…” 그 다음 날 다시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아니…” 다음 날, 9월 25일 같은 시간에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 그리고 2013년 9월 25일 저녁 7시 02분, 작가 최인호는 선종하였습니다. 최 베드로가 주인공이었던 1인극 ‘고통의 축제’는 이로서 막을 내렸습니다.”
-본문 중에서

작가는 기나긴 ‘고통의 축제’를 마치고 홀연히 별들의 고향으로 떠났다. 문학을 넘어 우리나라 문화계 전체의 지형도를 바꾼 우리시대의 거인, 최인호. 그 불꽃같은 혼의 흔적이 포도송이 같은 하얀 눈물 자국으로 남았다. 그가 떠나간 작업실, 덩그러니 놓인 빈 탁상 위에 배어 있는 하얀 눈물 자국… 그리고 쌓여진 책 더미 사이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그의 육필 원고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가는 깊은 밤 홀로 깨어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는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벗이여’로 시작되는 인간 최인호의 고백인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자백, 『눈물』이다.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주님은 5년 동안 저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셨습니다. 오묘하게. 그러니 저를 죽음의 독침 손에 허락하시진 않으실 것입니다. 제게 글을 더 쓸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어 몇 년 뒤에 제가 수십 배, 수백 배로 이자를 붙여 갚아 주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눈물』은 작가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의 최인호, 그의 영적 고백이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인간의 아름다움과 곡진한 슬픔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신의 기적을 바라본다. 죽음과 마주한 고독한 영혼의 울림―『눈물』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최인호의 깊고 내밀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절대고독의 단독자가 된다. 어찌 외롭지 않았으랴. 어찌 두렵지 않았으랴. 그러나 작가 최인호는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애써 포장하려 들거나 그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정직하게 절망했고, 정직하게 다시, 일어섰다.

최근에 저는 서너 차례에 걸쳐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아직도 병중에 있습니다. 며칠 전,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진과 말씀들을 엮은 『그래도 사랑하라』라는 책을 읽다가 어느 한 구절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추기경님의 고독’에 관한 고찬근(루카) 신부님의 증언이었습니다.

“2008년 5월 23일.
오늘은 좀 무거운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고 신부, 고독해 보았는가.’
‘나는 요즘 정말 힘든 고독을 느끼고 있네. 86년 동안 살면서 느껴 보지 못했던 그런 절대 고독이라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데도 모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느님마저 의심되는 고독 말일세. 모든 것이 끊어져 나가고 나는 아주 깜깜한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느낌일세. 세상 모든 것이 끊어지면 오직 하느님만이 남는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려고 그러시나 봐. 하느님 당신을 더 사랑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거겠지?”

감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깊은 고독’ 속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 고독이 ‘하느님께서 과연 계신 것일까 하는 악마적 의심’마저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 고독과 의심의 두려움은 제게 있어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 생명의 저녁에 나는 ‘빈 손’으로 당신 앞에 나아가겠나이다.”
-본문 중에서

병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작가의 정신은 더 맑고 깊어졌다. 작가 최인호는 신을 향해 ‘빈손’으로 나아가길 꿈꾸었다.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움으로써 작가 최인호는 신 앞에 벌거벗은 영혼으로 선다. 벌거벗은 영혼은 날것 그대로의 삶과 죽음을 본다. 생명의 경이, 죽음의 신비, 영혼의 광채, 만남과 이별, 그리고 구원… 『눈물』은 신 앞에 선 자가 보내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며, 동시에 그에 대한 응답이다.

작가 최인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마지막 편지를 띄우며 사랑하는 벗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벗이여.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억지로, 강제로 내 생명을 연장시키려
노력하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

2013. 1. 1. 잠들려 하기 전
-본문 중에서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 배우 안성기, 감독 이장호, 작가 오정희, 김홍신 등 최인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내온 감동의 편지

한국 문학의 큰 별 최인호가 떠나간 뒤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편지가 잇달아 도착했다. 『눈물』은 최인호의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와 오고간 정다운 편지들, 평생 동안 형과 아우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었던 배우 안성기의 추도사, 초등학교 때부터 평생을 함께해 온 죽마고우 이장호 감독의 친구를 향한 절절한 작별인사 등을 비롯하여, 김인중, 곽성민, 허영엽 신부, 시인 김형영, 정호승, 평론가 김주연, 권영민, 소설가 윤후명, 오정희, 김홍신, 그리고 하성란, 조경란, 김연수와 같은 젊은 후배 작가에 이르기까지, 작가 최인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고백하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특히 샘터사 고문이며 전 국회의장인 김재순 씨는 각별했던 작가와의 인연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가족』은 작가가 1975년 9월부터 잡지 ‘샘터’에 연재를 시작하여 2009년 10월호까지 34년 6개월간 총 402회 연재로 최장기 연재소설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최 군과의 인연은 참으로 길고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1970년 초, 을지로 5가에 있던 옛 샘터 사무실에서 최 군을 처음 만났으니 벌써 40년이 되었군요. 그때 나의 원고 청탁 제의를 받고 답한 최 군의 당당한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그만 쓰라고 할 때까지 샘터가 발행되는 한,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쓰겠습니다.”
갓 서른의 나이에 쓰기 시작한 ‘가족’의 원고 분량이 원고지로 8,000매가 넘었으니, 그야말로 ‘가족’은 대하소설 중의 대하소설입니다. 최 군의 부모님과 형제 누이는 물론, 황정숙 여사, 다혜, 도단, 사위 성민석, 자부 조세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손녀 정원이와 윤정이. 이들은 ‘가족’의 주인공들이자 우리 모두의 진정한 가족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인호가 타계한 지금, 젊은 시절 이후론 그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오랜 세월이 어느새 덧없이 지나갔음을 돌이켜보게 된다. 내가 가난에서 벗어났고 제법 자리를 잡아 최인호의 배려에서 벗어난 때문이었을까? 인호는 제멋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씁쓸한 심정은 아니었을까? 언제나 앞서갔던 최인호는 나보다 먼저 사후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제 내가 뒤따르는 순서가 되었다. 어느 날 어쩐지 꿈을 오래 꾸면서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날이 오면 최인호가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그리고 그곳에서도 선배와 후배로서 깊은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고마워!!! 인호야.
-본문 중에서, ‘이장호 감독이 친구 최인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대목’

□■■영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눈물’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는 울음은 그저 슬픔일 것입니다. 그것은 고통을 나타내 보이는 몸짓이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해 보이는 투정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하나의 신호일 뿐입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慈悲心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작가 최인호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가운데서도 감상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눈물』은 죽음 앞에서, 그리고 신 앞에서 진실하게 슬퍼하고 진실하게 기뻐하는 한 작가의 내면 일기라 할 수 있다. 그의 탁상 위에 배인 포도송이 같은 눈물 자국… 그것은 영혼의 아픔의 흔적이며 작가 최인호가 걸어간 인간주의 문학의 가장 진실한 증명일 것이다.

괴테의 시 문구
‘산봉우리마다 휴식이 있으리라’처럼
나는 휴식을 취하였노라

절규하고 싶은 산골짜기
험준한 돌파구니 새로
나는 한줌 흙이 되어 휴식을 취하였노라

하늘은 마냥 힘찬 노래를 부르고
샘은 퍼런 심연深淵을 그리고 앉았는데
나는 내 님처럼 그윽한 곳에서
울며 크게 외치고 싶은 한줌의 황토흙이 된 채
내 여기 고요히 숨을 쉬노라

크게 소리를 지르면
그 산봉우리, 산봉우리 사이 퍼런 하늘은
사내다운 메아리를 주어서
나는 내 님처럼 고운 소리를 지르기는 싫노라!

허나
나는 결코 잠을 자지 않노라

하늘이 열리고 번개가 치는 날에
나는 내 이 시퍼런 감정들에게
하늘을 용트림 치며
날아다니라고 일러두리라

그 언제부터였던가
하늘은 열리려는 암시를 주고
번개는 아우성치려는 예측을 주었던 때가…

그때 나는
‘보라! 내 감정은 살아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하고 소리치리라
결코 나는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나는 잠을 자지 않노라

-1962년 서울고 1년 재학 시절 최인호가 쓴 시 「휴식」 중에서

최인호는 별들의 고향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산봉우리에 깃든 침묵’처럼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대와 나는 그 많은 별 중에서 내가 점찍은, 또한 그대의 별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나만을 점찍은 절대적인 만남의 존재’라고 『눈물』에서 노래한 것처럼, 최인호는 우리 내면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어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의 존재로서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의 눈물 자국처럼, 그가 남기고 간 깊고 향기로운 글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므로.

□■■2013년 10월 17일, 손녀의 편지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윤정이에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할아버지 생신이에요.
하늘나라에서 천사들하고 맛있는 생일 케이크를 드셨나요?
할아버지랑 같이 여행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워요.
하늘나라에서도 저를 기억해 주세요.
저도 항상 할아버지를 기억할게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우리 꿈에서 만나요.
잘 자요. 좋은 꿈꿔요. 내일 봐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본문 중에서, 손녀 윤정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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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평소 문인들이 본연의 직업에서 벗어나 활동하는 것을 탐탁찮게 여기는 편이다. 대부분은 그들의 명성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발휘하...

    평소 문인들이 본연의 직업에서 벗어나 활동하는 것을 탐탁찮게 여기는 편이다.

    대부분은 그들의 명성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시도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인들이 사회운동을 해도, 정치참여를 해도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무기인 글을 이용하면 더 그렇게 보였다.

     

    최인호는 누구나 공감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글쟁이다.

    어렵지 않고 대중친화적이어서 거부감이 없다.

    글을 써보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중들에게 그렇게 다가가기가 얼마다 어렵다는 것을...

    쉽게 쓰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최인호는 우리 보다 약 반 세대 앞선 사람이다.

    그의 많은 소설들은 우리가 문학적 감성이 있을 시기에 읽기에는 좋은 말로 조숙해야 했다.

    신문을 통해 읽은 그의 소설로는 <적도의 꽃>이 있다.

    장미희와 안성기가 주연한 영화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유림>도 보았다.

    쉽고 잘 넘어간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최인호가 세례를 받았다.

    이 책에 의하면 김홍신의 영혼 보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인호가 세례를 받는 순간 문인으로서는 끝이 났다고 생각을 했단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세례는 작가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이라고 본다.

     

    이 책 <눈물>은 나의 성향으로 보면 그냥 사볼 성질의 책은 아니다.

    사순 영성서적 읽기 추천도서로 선정되어서이다.

    이 책은 아주 작정을 하고 최인호가 예수님께 신앙고백을 하는 책이다.

    그의 명성에 기대어 신자들에게 호소하는 듯도 하지만 나는 그 뒤의 추모글을 읽고 이는 그의 진심이라고 믿게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그토옥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지지를 받기가 힘들다.

    그를 향한 추모글을 보면 우리나라의 아주 괜찮은 사람을 우리는 보낸 것이다.

    사진이 많아 읽기도 수월하다.

    한번쯤 그의 이런 신앙고백을 읽으면 꼭 종교인이 아니라도 삶을 한번쯤은 성찰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작가로 살고 작가로 죽다 | qu**tz2 | 2014.06.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지난해 9월 25일. 동생의 생일을 맞이하여 옹기종기 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에게 텔레비...
    지난해 9월 25일. 동생의 생일을 맞이하여 옹기종기 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에게 텔레비전은 놀라운 소식 하나를 전해왔다. 작가 최인호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가 앓고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를 정도였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아니 했을지라도 많은 이들이 그를 알았다. 바보들의 행진, 고래 사냥, 별들의 고향 등은 기성세대에게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된 지 오래고, 2000년대 들어서는 드라마로도 사랑 받은 ‘상도’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꽤나 높은 인지도를 구축했던 그였다. 여느 작가의 부고를 접했을 때보다 파장이 컸다. 뒤늦게 그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1년이 채 지나지 아니한 시점에서 그의 유고집이라는 책을 접했다. 투병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그 와중에도 그는 글을 썼다. 대개의 글은 그의 신앙생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아픔이 그에게 단순함을 허락했다. 사실 그가 가톨릭에 귀의한 건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종교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표했다. 작품 세계가 편협해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신에 가까워진 삶을 살았다. 유고집을 통해 나는 진정으로 신을 믿는다는 게 무언지 깨닫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실 과학은 종교를 허락지 아니 한다. 인간이 죽음 이후 마주하게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을 걷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도 종교는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안하고도 외로운 존재다. 삶이 번잡하고 모두가 알아줄 정도로 잘 나갈 때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해서야 후회라는 것을 한다. 이미 그땐 늦었다. 특정 종교가 옳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고 해서도 아니 될 거다. 다만 절대자의 존재를 상정하고 흔들릴 때마다 그에 기댈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위안이다. 세상의 작디작은 존재에 불과한 나를 언제라도 붙잡아줄 수 있는 거대한 존재. 그것이 축복임을 잘 알기에 인간은 결코 신을 포기치 못한다.
    작가는 신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스스로도 신을 앎으로써 다시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본 책에서는 종교라는 안경을 착용한 채 그가 바라본 세상이 적혀 있었다. 직접적인 성경의 이야기가 인용된 경우도 있었고, 우리보다 앞서 생을 살다간 이들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어느 쪽이 됐건 인간의 완벽하지 못함을 이야기들은 보여줬다. 인간과 대비되는 축을 이루는 존재로 주님이 등장했다. 편견 없이 우리를 바라보는 선한 존재, 깊이 모를 가르침을 삶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그 분.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아마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입장에서도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이야기들은 스스로에게 용기를 부여하기 위함이 컸다. 죽음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생을 향한 의지를 포기할 순 없었다. 그는 글을 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글쓰기는 그를 그답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었다.
    2008년 여름, 암을 선고받은 이후로 그의 삶은 고통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고통을 ‘축제’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됐다. 고통 속에서도 그가 끊임없이 펜을 잡고 글을 쓰려 안간힘을 썼던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책의 어딘가에 씌어져 있던 이 문장 하나가 마음속에 콕 박혔다. 항암 치료의 후유증으로 손톱과 발톱이 빠져나갔지만, 고무골무를 끼운 채 통증을 참아가며 글을 썼다는 그의 모습은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작가로 모두에게 기억되고야 말았다. 그것은 1967년 등단한 이래 50년에 가까운 시간을 줄곧 작가로서 살아온 인물에게 어울리는 생이자 죽음이었다.
  • 최인호 유고집 | sy**seo | 2014.02.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70, 80년대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 최인호. 그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추...
     
    70, 80년대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 최인호. 그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한 자락을 남겨준 작가가 최인호라고 생각된다.
    1972년 조선일보 신문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은 책으로 출간된자 한국문학 사상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이장호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 되었는데 그 역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그이후 <별들의 고향> 속편, 3편, <고래사냥>, <영자의 전성시대>, <깊고 푸른 방>, <겨울 여자>등은 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인데 모두 흥행에 성공한다.
    그래서 최인호를 문단에서는 문학작품을 상업화하였다고 하여 비난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암울했던 70, 80년대에 그런 소설과 영화가 없었다면 청춘들의 탈출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최인호는 초기에는  대중성을 가진 소설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작가의 소설들 보다는 그의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최인호의 소설을 보면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와 같은 로맨스 소설과 < 깊고 푸른 밤>, <적도의 꽃>과 같은 도시적 성향이 짙은 소설들이 있는 반면에 <잃어버린 왕국>, <왕도의 비밀> 등과 같은 역사소설이 있다.
    나는 최인호의 대하소설 몇 편을 빼놓고는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 <잃어버린 왕국>, <왕도의 비밀>이다.
    <잃어버리 왕국>은 백제의 이야기를, <왕도의 비밀>은 광개토왕에서 장수왕에 이르는 시대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런 역사소설에는 광개토왕비, 칠지도, 토기 등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장보고의 이야기를 다룬 <해신>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밖에  <산중일기>는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스님들과의 교류로 얻게 된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 속에 담고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 이야기를 선문답 형식으로 엮은 에세이이고, , <최인호의 인연>, <최인호의 인생>은 그의 삶과 문학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이다.
    이런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젊은 시절 최인호에게 붙어 다니던 까칠한 (?) 성격은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연륜이 쌓인다는 것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인생을 알아 간다는 것임을 느끼게 해 준다.
    최인호의 유고집인 <눈물>을 접하니, 그의 마지막 글들이라는 생각에 그의 젊은 날에 쓴 작품들에서 투병중에 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머리속을 스쳐간다.
    <눈물>의 첫 부분에 그의 눈물 자국이 새겨진 탁상의 사진이 실려 있다. 묵주기도를 드릴 때마다 흘린 눈물자국이 그가 떠난 탁상 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어느날인가는 두 방울의 눈물을 알코올 솜으로 지워 보지만 아이 발자국처럼, 탐스러운 포도송이처럼 다시 흔적이 살아난다.
    무슨 기도를 그리도 간절히 드렸기에 눈물 자국이 흘러 내렸을까....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 (p. 13)
    이 책에는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괴테의 <파우스트>, 워즈워드의 <무지개>, 모파상의 <목걸이>, 로이드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 마스 캐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 '성가족 교회' 등의 문학작품, 예술작품, 건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작가의 신앙고백과 함께 어우러져서 한 편의 글들로 씌여졌다.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 작가를 끝까지 견딜 수 있게 해 준것은 신앙의 힘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2008년 여름 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하고, 완치되었다가 다시 암이 재발되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를 '고통의 축제'라고 말한다. 어찌 그 고통이 축제가 될 수 있겠느냐만은  그는 신앙의 힘으로 하루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이 책은 작가의 신앙고백이자 투병일기라고 할 수 있기에 천주교 신자가 아닐 경우에는 책을 읽는 것이 다소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꼭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삶과 죽음. 그리고 작가의 문학 이야기를 듣는다는 의미로 접하는 것이 읽기가 다소 편할 것이다.
    " 위로와 기쁨과 고통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래서 성인들이 고통이야말로 주님의 사랑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매순간을 주님과 일치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고통과 은총의 삶인 것입니다. " (p. 84)
    최인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그의 지인, 그를 존경하던 이들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면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우리곁을 떠난 후 책더미 속에서 발견된 그의 마지막 글들.
    내가 이 책을 읽은 날은 설연휴 중이었는데, 첫 장을 넘기는 그 순간 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을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감동을 주었던 최인호 작가님.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세요.
  • 입춘이라는데... | su**ell | 2014.02.0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추운 날이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춥다는 말을 먼저 하더군요.  입춘이라는데 이렇게 추울 수가 있...
    추운 날이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춥다는 말을 먼저 하더군요.  입춘이라는데 이렇게 추울 수가 있냐구 말이죠.  마치 누군가에게 떼를 쓰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강원도 두메 산골에서 보냈던 터라 어지간한 추위쯤이야 그럭저럭 잘 견딘다고 자신하지만 혹시 모르겠습니다.  그때보다 더한 추위가 있을 수도 있으니 저의 생각도 한낱 인간의 오만함에 불과한 것일지도요.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뭇하지만 아마 초등학교 몇 학년 때였나 봅니다.  어찌나 추웠던지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겨울이면 손과 발에 동상을 달고 살았었고, 손등이 터서 쩍쩍 갈라지곤 했었지만 그러려니 하며 지냈었는데 그날은 추워도 너무 추웠던 날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아랫목에 깔린 이불 속으로 꽁꽁 언 손과 발을 넣었을 때 어찌나 아리고 아프던지 엉엉 소리 내어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잘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저도 이따금 죽음에 대하여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무작정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이른 나이여도 편안한 죽음을 맞는 것이 더 행복한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을 하기 어렵지만 제게도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는 엄정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오늘 저는 최인호 작가의 유고집 <눈물>을 읽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그 고통을 같이 할 수 없겠지요.  그 절대 고독의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할 것인지, 허망한 인간 삶을 손에서 놓고나면 나는 그 무엇에 의지한 채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인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작가의 <산중일기>를 읽고 리뷰를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작가는 이미 우리 곁을 떠났고 남아 있는 우리들은 그의 유고집을 읽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삶과 죽음의 경계는 명확한 것이겠지요.  2008년에 침샘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웠던 고 최인호 작가는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인간이 갖는 숙명적인 나약함 앞에서 절규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 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 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코올 솜으로 닦으면 영영 눈물 자국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알코올이 증발해 버리자 이내 눈물 자국이 다시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p.13)
     
    그렇습니다.  작가는 1987년 6월에 세례성사를 받았고 2013년 9월에 세상을 마치기까지 그는 오직 하느님을 의지하여  살았던 듯합니다.  '최인호 베드로'로서 말입니다.  5년여의 투병기간을 작가는 '고통의 축제'라고 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작가는 그 축제를 온전히 즐겼다고 저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기에는 인간이 너무도 미약하고, 너무도 쉽게 절망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마주한 한 인간으로서의 작가는 그가 끝까지 믿고 의지했던 하느님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말합니다.  죽음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과 먼저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증거들을 말이죠.
     
    끝없이 이어지는 신앙고백에 읽는 독자에 따라 혹 불편하다 느끼실 분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닌 것이 우리 모두는 언젠가 작가처럼 죽음을 맞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고, 그때 우리들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자신이 믿는 신앙이든, 자신의 신념이든,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나 자책일지라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살아 있는 자는 그렇게 대물림하듯 배우는 것이겠지요.  예컨대 이런 구절에서 저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결국 인간의 용서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발견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똑같이 비를 맞고 똑같이 햇빛을 받는 용서받은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 인간이 할 수 있는 용서의 시작인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있어서는 이미 용서받은 자들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용서는 '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너'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너를 용서한다면 베드로처럼 일곱 번도 용서할 수 없겠지만 그 형제가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은 존재임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수만 번이라도 너를 용서할 수 있을 것입니다."    (p.210)
     
    참으로 재주가 많은 작가였습니다.  살아서의 작가는 누군가로부터 질시와 원망을 듣기도 했을 터이고, 인간으로서의 잘못도 많았을 줄로 압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과 함께 그 모든 것들도 서서히 잊혀지겠지요.  다만 그의 작품은 우리가 죽은 뒤에도 우리의 후손들에게 읽히고 또 읽혀질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그가 부여받은 재능을 다 펼치고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으로 그가 할 일은 다 한 것이 아닐까요?
     
    입춘이라는데 봄은 여전히 멀리 있다고 느끼셨나요?  바람이 휩쓸고 간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구름 한 점 없었던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봄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올 듯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오늘 우리는 각자의 삶을 또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눈물 / 최인호 | no**nd2 | 2014.01.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최인호 베드로께서 하느님과 벗들에게 보내는 편지.. ...
    최인호 베드로께서 하느님과 벗들에게 보내는 편지..
    최인호 선생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는 고백부터, 고통속에서 감사와 찬양… <행복한 왕자>, <황금의 머리를 가진 사나이> 작품을 사색하면서 예수님을 발견하고, 인생의 덧없음, 성서와 연관성을 밝혀낸다.
     
    작년에는 최인호 선생이 유림을 몇권 읽고 역사소설에 내재된 한계를 느꼈었다. 2011년에는 선생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읽고 복제인간의 등장으로 다소 실망한 기억은 나는데, 아마도 최인호 선생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읽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후배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는 최인호 선생을 만나 보지 못해 아쉽다.
     
     
    奇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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