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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는 인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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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3*226*32mm
ISBN-10 : 8976964349
ISBN-13 : 9788976964342
증오하는 인간의 탄생 중고
저자 나인호 | 출판사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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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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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8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반 사이에 나타났던 서양의 여러 인종사관 및 인종의 역사철학을 각각의 정치·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다룬다. 이를 통해 인종주의가 근대적 사상체계 혹은 체계적인 이데올로기로서 성장하고 발전했던 과정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나치즘의 폭력적 인종정치와 제노사이드, 나아가 오늘날까지 지구 곳곳에서 발현된 인종 증오에 입각한 혐오표현(hate speech), 박해와 테러는 거의 예외 없이 우리가 살피고자 하는 인종사관 및 인종의 역사철학에서 그 이론적 자양분을 공급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주제가 갖는 궁극적 의미는 현대 세계를 특징짓는 인종 증오의 지적 기원을 밝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나인호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이자 이 대학 중앙박물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 입시보다는 전통을 강조하고, 지근거리에 있는 간송미술관에서 국보급 문화재 견학이라는 호사를 자주 누릴 수 있게 한 보성고등학교를 다닌 탓에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교(연세대 사학과)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이 시절에 철학, 독문학, 신학도 함께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광고대행사(제일기획)에서 PD일을 하다가,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독일 자유노조의 고용창출계획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다. 이후 독일에 유학하여 보훔대학교(Ruhr Univ. Bochum) 역사학부에서 독일제국 시기 사회개혁을 지향했던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미래관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사학회 회장으로 있으며, 한국독일사학회 회장, 대구대 언론출판문화원장,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 방문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협력교수, 대구대 교수회 부의장, 민교협 대구경북 지회장, 인천대 초빙교수, 서울대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Sozialreform oder Revolution』 ,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 , 『대중독재』 1~3(공저), 『역사주의: 역사와 철학의 대화』 (공저), 『21세기 역사학 길잡이』 (공저) 등이 있으며, 수십 편의 학술논문을 집필했다.

목차

프롤로그: 타자 증오의 이론적 원천으로서 인종주의 역사관

제1부 계몽사상과 인종 우월주의 세계사의 탄생: 크리스토프 마이너스를 중심으로
Intro|계몽사상과 인종주의의 양가적 관계
01 근대적 인종주의를 향하여: 개념사적 고찰을 중심으로
02 기독교 형이상학에서 인류학으로
03 인류학에서 세계사로
04 계몽사상가 마이너스
05 마이너스 인류사의 새로움: 인종박물관으로서 인류사
06 마이너스의 인류사와 인종 우월주의
07 19세기 인종주의의 선구자 마이너스

제2부 혁명의 시대와 염세적 인종주의 역사철학의 탄생: 아르튀르 고비노를 중심으로
Intro|반혁명 세력의 문명비판과 인종이론의 결합
01 고비노 역사철학의 개념사적 배경: 역사 용어로 정착한 ‘인종’
02 귀족주의, 염세주의, 인종주의 자장(磁場) 안의 고비노
03 프랑스 역사에 근거한 귀족의 인종주의
04 『인종불평등론』에 나타난 고비노의 역사철학
05 염세적 인종주의에서 인종 증오주의로

제3부 인종 증오주의와 ‘악마적 인종’의 발명 I: 유대인의 위험
Intro|급진적 민족주의의 적대 인종 담론: 반유대주의 담론과 황화론
01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 정치운동
02 ‘악마적 적대 인종’으로 개념화한 유대인
03 기독교 종말론을 차용한 인종투쟁 사관
04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의 확산
05 유대인 세계정부 음모론
06 헨리 포드의 유대인 음모론이 나치에게 미친 영향

제4부 인종 증오주의와 ‘악마적 인종’의 발명 II: 황인종의 위험
Intro|황화론 개괄
01 ‘황화’ 표어의 등장과 확산
02 황화론의 시작
03 황화론의 전개
04 종말론적 황화론과 인종투쟁의 역사관
05 가까이 닥친 위험에서 먼 미래의 위험으로
06 유대인종과 황인종

제5부 내적 인종 증오주의의 탄생: 민족주의에서 국가인종주의로
Intro|‘내부의 적’과의 전쟁 선포
01 19세기 전반기의 민족주의 담론: 국민/민족을 문화적 엘리트로 만들기
02 국가인종주의 담론: 국민/민족을 엘리트 인종으로 만들기
03 여러 국가인종주의 역사관
04 인종 증오주의와 시민계급의 도덕, 평화주의, 식민지 인종주의의 결합

제6부 범민족주의의 역사철학 I: 루드비히 볼트만의 인류학적 역사론
Intro|새로운 제국주의 기획으로서 범민족주의
01 외로운 낙오자의 세계관적 방황과 정치적 편력
02 역사·사회인류학에 기초한 볼트만의 역사철학
03 볼트만의 인류학적 역사론

제7부 범민족주의의 역사철학 II: 휴스턴 스튜어트 체임벌린의 인종투쟁의 문화사
01 과학적 인종주의를 넘어 인종 신비주의로
02 뿌리 뽑힌 영국인과 또 다른 잉여인간들: 체임벌린에서 나치 이데올로그까지
03 체임벌린의 생철학적 인종이론과 문화적 인종주의
04 인종투쟁의 문화사: 게르만 인종과 그 적들의 투쟁으로서의 역사
05 열광과 비판 사이의 『19세기의 기초』

보론: ‘독일 민족의 범게르만적 세계제국’ 프로젝트
에필로그: 인종주의 역사관의 특징과 20세기의 조망
미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증오의 핵심 이데올로기인 ‘인종주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역사학의 시선으로 살펴본 인종 증오의 지적 기원 21세기 한국에서는 피부색과 성별, 나이, 가치관 등 자신과 ‘다른’ 인간을 구별짓고 타자화하고 차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격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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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핵심 이데올로기인 ‘인종주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역사학의 시선으로 살펴본 인종 증오의 지적 기원

21세기 한국에서는 피부색과 성별, 나이, 가치관 등 자신과 ‘다른’ 인간을 구별짓고 타자화하고 차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격렬히 ‘증오’하는 행위들을 각종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타인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인간은 어디에서 어떻게 기인한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으니, 바로 인종 증오의 지적 기원을 역사학적 시선으로 탐구한 『증오하는 인간의 탄생』이다.
이 책은 ‘증오하는 인간’을 정당화하는 핵심 이데올로기로서 ‘인종주의’에 주목한다. ‘인종주의’는 그간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모호한 개념 중 하나다. 성격상 타자에 대한 ‘인종 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주의’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고대부터 존재해온 ‘자민족중심주의’나 ‘외국인(타민족)혐오’, ‘유럽중심주의’와도 결합돼 문화적·종교적 편견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또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근대에 형성된 ‘인종주의’는 이전 시기의 전통적인 타자 인식과는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전통적인 타자 인식은 이교도와 야만인을 ‘우리’와 다른 하등한 차별적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교화’와 ‘동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근대 ‘인종주의’ 시각에서는 ‘우리’와 다른 ‘타자’로 인식된 대상은 결코 ‘우리’와 동등해지거나 같아질 수 없는 ‘영원한 타자’로 인식하며, 또한 그렇기에 ‘열등한 타자’는 ‘우월한 우리’와 달리 ‘지배와 착취’의 대상이자 ‘배제되거나 말살’되어야 할 대상, 즉 ‘근절’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타자 인식을 토대로 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근대 시기에 만들어져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일종의 ‘서양의 문화상품’으로 보았다. 이 책은 이 ‘인종주의 문화상품’이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전 세계로 전파되어갔는지를 촘촘하게 추적해나간다. 특히 마이너스, 고비노, 볼트만, 체임벌린 등 당대를 대표하는 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의 역사관을 통해 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해석해왔는지를 면밀하게 고찰함으로써, 인종주의 이데올로기가 시기별로 인종 우월주의적 성격이 강한 ‘식민지 인종주의’에서 염세적이고 종말론적인 ‘귀족의 인종주의’를 거쳐 마침내 인종 증오주의적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 인종주의의 완결판인 ‘국가인종주의’로 변천해온 과정을 세밀하게 들려준다.
기존 인종주의 연구가 대부분 박물학(자연사), 생물학, 인류학, 사회진화론(사회다윈주의)과 우생학 등 당대의 과학적 연구 성과와의 상관관계에 집중한 것과 달리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인종 증오 이데올로기에 이론적 자양분을 제공해온 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의 역사관과 역사해석을 중심으로 인종주의의 변화상을 탐구하고 있다. 인종주의 담론을 만들어온 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의 인종사관과 역사철학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인종주의의 지적 기원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집단 무의식에 상식이란 이름으로 은연중에 퍼져 있는 다양한 인종주의 담론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인종주의 역사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학문적 성과를 성취했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학문으로서의 인종주의 연구에 머물지 않고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인종주의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게 함으로써 우리 일상에 인종주의 암세포가 더 이상 증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현실과 연계된 학문 연구의 모범적인 사례라 하겠다.

인종주의 역사학은 세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세 가지 유형의 인종주의와 각각의 역사관과 역사철학

이 책은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시기의 인종주의를 세 가지 이데올로기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을 대표하는 인종주의 역사학자와 이들의 인종사관과 역사철학을 탐구하다. 이를 통해 당대의 인종주의자들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면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며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왔는지 고찰한다.
첫 번째 유형은 근대 인종주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양인 일반의 ‘식민지 인종주의’다. 대항해시대 전 세계로 식민지를 개척한 서구인들은 인종 간 위계서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는데, 당시 칸트와 몽테스키외, 볼테르 등의 계몽사상가들 또한 이러한 인종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저자는 흑인노예와 식민지 원주민에 대한 백인종의 ‘우월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식민지 인종주의를 역사학적으로 형상화한 계몽사상가로 크리스토프 마이너스에 주목한다. 당시 계몽주의 역사학은 시대적 영향으로 시공간의 영역을 확장한 인류사와 세계사 서술을 특징으로 하는데, 특히 마이너스의 인류사는 백인종의 우월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를 유럽 내로 전위시켜 각 민족과 사회계급 간의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유대인과 여성처럼 사회 내 소수자들을 타자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종주의를 탄생시켰다. 이 점에 주목한 저자는 마이너스의 인류사를 ‘최초의 근대 인종주의 역사학’이라고 명명하며, 그를 진정한 의미의 ‘인종주의의 아버지’라고 평한다.(제1부 참조)
두 번째 유형은 프랑스혁명에서 1848년의 혁명의 시기에 형성된 ‘귀족의 인종주의’다. 그 자체로 인종 우월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귀족의 인종주의는 부르주아계급이 혁명이란 잘못된 길로 접어든 바람에 이후 유럽의 역사와 문명이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는 염세적이고 종말론적인 역사해석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대표하는 인종주의 역사학자는 레비스트로스가 ‘인종주의의 아버지’로 명명한 아르튀르 고비노다. 자신의 고결한 혈통에 집착한 그는 염세적인 인종결정론에 의거해 인간의 불평등을 제도화한 전통을 찬양하고 민주주의와 평등사상이 지배하는 혁명시기의 현실을 맹비난했다. 그의 역사관은 전체 인류사와 문명사를 인종 간 사회적 융합과 혼혈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이로 인해 지배 인종인 아리아인이 생물학적 퇴행과 지적 퇴보,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인종의 ‘퇴화’는 마침내 인류 역사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아리아 인종의 피의 순수성을 강조한 고비노를 앞선 세대의 인종 우월주의와 이후 세대의 인종 증오주의를 매개한 사상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제2부 참조)
세 번째 유형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와 결합한 ‘시민(부르주아)의 국가인종주의’로, 이는 국민국가 또는 민족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들과 내부의 적들에 대한 강한 증오심을 특징으로 하는 인종 증오의 이데올로기다. 이 단계에서는 국가 및 민족공동체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 ‘적대 인종’을 적극적으로 발명해 배제와 말살의 대상으로 삼는다. 사회다윈주의와 우생학의 언어를 빌려 우수한 인종인 유럽 인종, 즉 순수한 게르만 인종이 민족의 몰락이라는 위기 앞에 놓여 있다는 역사 내러티브를 강조한 이 국가인종주의는 역사발전이란 명목하에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인 ‘적대 인종’에 대해 박해, 배제, 인종청소를 폭력적으로 자행하는 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그뿐 아니라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월한 게르만 인종을 미화하는 허구의 신화를 역사 안으로 수용하는 역사 판타지, 역사 신비주의로 나아갔다. 이 책에서는 이 시기의 주요 역사학자로 범민족주의 역사철학을 설파한 루드비히 볼트만과 휴스턴 스튜어트 체임벌린을 비롯해 바세르 드 라푸즈, 드리스만스, 지크, 굼플로비치 등 다양한 국가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역사학과 역사해석이 당대에 미친 영향을 고찰한다. 특히 저자는 과학적 인종주의의 역사철학과 비합리적인 인종 신비주의 역사철학을 각각 대표하는 볼트만과 체임벌린의 역사철학이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모든 민족주의적, 국가인종주의적,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각자의 방식대로 종합했다는 공통점에 주목한다.(제5,6,7부 참조)

만들어진 ‘악마적 인종’은 어떻게 전 세계로 전파되었나?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와 황화론의 세계화 과정

이 책은 인종 증오주의가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어낸 ‘악마적 인종’으로 유대인과 황인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대인의 경우 전통시대부터 신의 아들을 죽인 자들, 사탄의 동맹세력, 기독교도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악마의 후손, 고리대금업자, 수전노, 신의 없고 사악한 자들, 매부리코, 안짱다리 등 종교적·문화적이거나 사회적·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차별해왔는데, 근대에 들어서는 오로지 ‘유대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와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가 확산된다.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의 확산과 관련해 이 책은 특히 러시아인들이 만들어낸 위서(僞書)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과 이의 핵심 내용인 ‘유대인 세계지배 음모론’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음모론을 미국 전역으로 전파한 이는 ‘자동차의 왕’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 포드이며, 자본의 힘으로 무장한 그가 주간지까지 창간하며 미국 구석구석까지 이 음모론을 전파하고, 전 세계로 역수출함으로써 마침내 독일의 나치 정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일련의 과정을 들려준다. 유대인 세계지배 음모론의 내용을 접하는 순간, 독자들은 일종의 가짜뉴스인 ‘유대인 세계지배 음모론’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유대인이 유럽 내부의 적이라면 외부의 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황인종’이다. 19세기 후반 중국인의 대량 이민으로 촉발된 황화론(黃禍論), 즉 황인종의 위험 담론은 서구의 쇠퇴와 몰락에 대한 염려, 동양의 팽창에 대한 공포를 기반으로 하는데, 특히 파국이 머지않았다는 종말론과 결합해 ‘인종전쟁’에 대한 예견으로까지 극대화되었다. ‘황인종의 세계지배’라는 표상은 특히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더욱 구체화되었으며, ‘황색공포’와 ‘황색유령’ 등 다양한 표어로 나타났다. 황화론의 시작은 중국인의 과도한 이민 물결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영국령 인도, 미얀마, 중앙아시아 등이 공포로 떨고 있다고 주장한 고비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고비노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고 전파한 이는 독일의 낭만파 민족음악가인 리하르트 바그너와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다. 특히 빌헬름 2세는 황인종의 위험과 내부의 적을 막기 위한 유럽 열강의 단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가상의 적, 악마적 인종으로 만들어진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 담론과 황화론은 ‘최후의 그날이 머지않았다’는 종말론적 플롯의 인종투쟁 역사관과 결합함으로써 이후 인종주의가 폭력적인 증오의 이데올로기로 변모하는 데 크게 일조한다.(제3,4부 참조)

“인종주의적 반유대주의(Anti-Semitism) 담론과 황화론은 종말론적 플롯을 지닌 인종투쟁의 역사관과 결합되었다. (중략) 이에 의하면 역사는 인종투쟁의 역사이며, 현재는 적대 인종의 최종적 승리를 바로 목전에 둔 역사의 마지막 환란 단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종말론적 인종투쟁 사관은 ‘적대 인종’이 열등할 뿐만 아니라 악하고 위험한 존재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이 ‘적대 인종’에 대한 위기감과 적개심을 정당화시키며, 이 악하고 위험한 ‘타자’로부터 선하고 고결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행위는 올바른 것이라는 신념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종주의는 이전의 우월주의나 염세주의에서 벗어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증오의 이데올로기로 변모했다.” (제3부 중에서)

우리 안에 내재된 증오 인종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경계해야 할 증오 인종주의의 잔재들

이 책이 가장 크게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와 결합한 국가인종주의다. 볼트만과 체임벌린으로 대표되는 이들 범제국주의 역사철학은 20세기 중반 독일 나치의 인종청소 등으로 연결되는 비극을 초래한다. 서양 인종주의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된 나치 독일은 세계 최초로 유대인 및 집시 등에 대한 인종적 증오를 체계적인 제노사이드로 변화시켰는데, 바로 이 때문에 1945년 이후 인종주의가 공론의 장에서 퇴출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서양의 인종주의는 은밀한 인종주의로 변신한 채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네오나치, 네오파시스트, 스킨헤드 등과 여러 기독교적 인종종교 신봉자들이 만들어낸 견고하고 폐쇄적인 인종주의적 하위문화를 들 수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며, 특히 『환단고기』를 숭배하는 자칭 민족주의 역사가들, 그리고 역사와 허구 사이에서 짜깁기된 가짜뉴스·음모론에 환호하는 사람들 또한 이러한 증오 인종주의에 기반한 역사 판타지, 역사 신비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종주의라는 문화상품이 우리에게 어떻게 전파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독자들은 서구 유럽에서의 인종주의와 이를 둘러싼 역사해석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안에 무의식적으로 내재해 있는 증오 인종주의의 일면을 마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인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 한 인종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는 한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기대를 그럴듯하게 이어줄 온갖 악의적인 역사해석과 역사 이야기 또한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이다. (중략) 이성 자체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오늘날 낙관적인 전망은 미망에 사로잡힌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이성은 욕망의 민낯을 까발릴 수는 있다고 믿는다. 인종 증오의 지적 기원을 밝히고자 한 이 책이 인종주의라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용감한 사람들, 나아가 인간을 걱정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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