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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344쪽 | 규격外
ISBN-10 : 1158511817
ISBN-13 : 9791158511814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중고
저자 이세라 | 출판사 나무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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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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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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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시기에 나를 구한 이 작품들이
이제 다른 이들에게도 힘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그림에, 화가에, 예술에 위로받고 치유되며
마음껏 행복했던 시간의 기록

KBS 기상캐스터로 7년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던 방송인 이세라가 마이크를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혹시 젊고 아리따운 여성 방송인의 아기자기한 일상 이야기, 사랑과 연애, 나만의 소확행 같은 달콤말랑한 내용을 짐작했다면, 그 생각은 잠시 내려놓자. 방송인 다음으로 이세라 작가가 선택한 행보는 바로 ‘미술 번역가’이다. “기상캐스터가 무슨 미술?”이라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는 KBS〈9시 뉴스〉기상캐스터로 일하던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을 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더불어 미술 감상을 좋아하고 즐겨온 미술 애호가이다. 지금도 짬짬이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작품 앞에서 감동하고, 영감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누구보다 캐스터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이었던 그가 KBS를 퇴사하고 결혼 소식을 전할 때 일각에서는 ‘역시 여자 방송인들은 결혼하면 일 그만둔다’라며 수근거렸지만, 그가 정든 직장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그림을 더 잘 알고, 많은 이들에게 자신만의 언어로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이세라 작가는 책에서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사는 동안 자주,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밝힌다. 고민의 상당 부분은 직업과 관련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숱하게 받았던 질문과 시선 때문에 하얗게 밤을 지새울 때 그에게 곁을 내주고 응원해주었던 건 사람이 아닌 그림, 그리고 예술가들이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도 끝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예술가들은 시대와 국적, 성별을 막론하고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예술가들이 온 삶을 바쳐 만들어낸 작품 앞에 설 때면 때로는 겸허해졌고, 때로는 주먹을 쥘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보는’ 나보다 ‘보이는’ 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행복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기준 삼아 살아갔다.
내 삶에 내가 빠진 채로 살아가는 허깨비 같은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나의 언어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첫 시도다.“
_프롤로그(7p)

이세라 작가는 이 책에서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날 때 자신을 구하고 위로해준 미술작품들을 소개한다. 깊은 밤에도 다시 기운을 내어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게 해준 작품들, 자신에게 충분히 역할을 해주었던 작품들이 이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첫 시도가,《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이다.

보여지는 사람이기보다 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타인에게 판단되고 규정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발화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세상의 정답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다면 올 여름, 이세라 작가가 소개하는 예술가와 작품들을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서툴고 부족해도 우직하게 자기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한껏 받을 수 있을 테니.

저자소개

저자 : 이세라
1987년 태어나 소설과 시를 질리도록 읽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안양예고 문예창작과와 동국대학교 국문과에서 시와 소설 비평을 공부하며 식민지문학 연구자가 되기를 꿈꾸다가, 대학 4학년 때 진로를 바꾸어 졸업을 2개월 남겨두고 방송인이 되었다.
기상청 기상캐스터로 6개월 일한 뒤 연합뉴스TV로 자리를 옮겨〈뉴스Y〉기상캐스터로 근무했다. 2012년 10월 KBS 공채에 합격했고 2년 6개월 뒤〈9시 뉴스〉기상캐스터로 발탁되었다. 정확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일만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작업에 애정이 많아서 2016년부터 약 3년 동안〈영화가 좋다〉를 진행했다.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살면서 자주,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의 상당 부분은 직업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매번 반박할 수 없어 복잡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그림과 전시물들이 곁을 내주었다. 사람에게 받지 못한 위로와 응원을 미술과 예술가들에게 받으며 살아갈 용기를 내다 보니, 어느새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 교육을 받은 일을 계기로, 다양한 미술 콘텐츠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전달하는 미술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 책을 쓴 것은 그 첫걸음이다. 미술 감상은 어려운, 고상한, 있어 보이는 무엇이라는 편견을 깨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많은 이들이 미술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9년 12월, 유튜브 ‘사적인 미술관’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seraweather

목차

프롤로그_ 5

1장 그림 앞에 서는 시간
내가 누구인지 누가 말해주는가_ 마리 크뢰위에르 16 | 애 없는 이모 마음_ 펠릭스 발로통 29 | 남자 없는 세상_ 존 윌리엄 고드워드 36 | 뒤러는 행복했을까_ 알브레히트 뒤러 46 |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다_ 조토 디 본도네 54 | 좁고 깊은 삶을 위해_ 조르조 모란디 61 | 내가 되고 싶은 어른 69 | 속물의 사랑을 말하다_ 잭 베트리아노 75 | 슬픈 르누아르_ 오귀스트 르누아르 86

2장 나의 모든 시작의 순간들
서울, 나의 도시 98 |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106 | 뒤돌지 않는 마음으로_ 잭슨 폴록 113 | 끝까지 살아남은 이는 누구였을까?_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123 | 더 이상 젊고 아름답지 않더라도_ 쿠엔틴 마시스 136 | 전쟁기념관을 거닐다 | 술이란 무엇인가_ 피터르 브뤼헐&에드가 드가 154 | 결국, 마지막은 사랑_ 마르크 샤갈 169 | 어떤 간절함에 대해_ 루치오 폰타나 178

3장 다시는 망설이지 않겠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188 | 내가 가장 예쁘게 웃던 날들_ 지나이다 세레브랴코바 195 |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며 204 | 오늘도 밤잠을 설칠 당신에게_ 쉬린 네샤트 210 | 잊지 마,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서_ 트레이시 에민 220 | 굳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_ 에리카 디만 232 | 아름답게 이별할 줄 아는 사람_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240 | 시다의 꿈 246 |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_ 테오도르 제리코 & 송상희 252

4장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라도 온다
이 여름 낡은 책과 연애하느니_ 호아킨 소로야 & 윈슬로 호머 264 | 남의 집 귀한 딸 272 | 그 남자를 멀리해 280 | 사랑하기에 적당한 거리_리카르드 베르그 & 앙리 마르탱 287 | 이혼도 이력이 되나요? 296 | 그날의 불꽃놀이_ 제임스 맥닐 휘슬러 & 야마시타 기요시 301 |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_ 카미유 코로 308 | 팝팝, 나의 캔디 앤디_ 앤디 워홀 318 | 결국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살 뿐_ 아쉴 고르키 332

책 속으로

프리랜서 여성 방송인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늘 나이를 의식하게 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이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까. 여기에 삼십대 초중반이라는 나이에도 은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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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여성 방송인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늘 나이를 의식하게 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이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까. 여기에 삼십대 초중반이라는 나이에도 은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기상캐스터 직종의 생리까지 더해지면 막막함과 억울함, 희미한 분노가 밀려왔다. 사회에서는 아직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 나이가 캐스터라는 직함을 달고 있을 땐 실제보다 급속도로 늙어버리는 기분이랄까. _6p

나는 캐스터로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끝은 더욱 아니라는 사실을 되뇌었다. 그러나 방송일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을 둘러싼 편견은 생각보다 견고했고, 그때마다 내 허약한 자존감은 휘청거렸다. 어떤 편견은 적당히 이용했고 때로는 적극 부정하고 해명하며 사는 동안 내게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입장이라는 게 생겼다. 그 누구도 나를, 내 삶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에 대해 말하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발언권은 오직 나에게 있어야 했다. _19p

고드워드에게 중요한 건 각 여성의 개별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옷을 입었나 벗었나, 보기 좋은가 아닌가.’ 결국 이게 핵심 아닌가 아님 내가 헐벗은 여자 그림을 지겹도록 보다 보니, 잠깐 시니컬해졌나
고드워드의 고대 세계는 표면적으로 남자 없는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실은 그 어떤 곳보다 남성의 힘이 우세한 세상이다. 작품에 되풀이되고 있는 밀실의 에로시티즘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누구의 시각에서 그려졌는지를 묻는다면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_42p

그러나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뒤러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종종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룬 성공신화 앞에서 어울리지 않게 애잔한 마음도 밀려온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자 했고 잘하려고 했을까. 뒤러는 평생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다.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욕망 혹은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그는 과연 얼마 만큼 행복했을까. _52p

결국 나는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가장 인간적인 것, 살아 팔딱이는 감정, 슬픔과 기쁨을 느끼는 데 인색하지 않은 마음. 신과 천사에게도 사람의 마음, 인성을 부여한 조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_57p

모란디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끝에는 언제나 이런 질문이 남는다. 그는 정말 ‘병’을 그린 것일까 맞다. 그는 정말로 병을 그렸다.
그렇지만 나는 자꾸만 병 너머의 어떤 것을 본다. 회화의 주제를 한정시키고 삶의 관심사를 축소함으로써 역으로 더 깊어지고 노련해지는, 누군가의 일생을 지켜보는 것 같다. 그가 그린 1910년의 병과 1940년, 1950년, 1960년의 병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이동 중인 어떤 존재, 그런 삶에 대해 생각한다. _68p

확실히 잭 베트리아노는 돈에 관심이 많고 셈에도 빠른 사람이다. 지난 2015년에는 출판사를 설립해 화집과 포스터 등 출판, 인쇄 수입을 모두 직접 거둬들이고 있다. 끝없이 욕망하고 그 욕망을 결코 감추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와 그의 작품은 묘하게 겹쳐진다. 누군가 “예술가가 어떻게 그래”라고 묻는다면 잭 베트리아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당한 얼굴로 답할지도 모른다. “왜 그러면 안 돼” _84p

이십대에 나는 〈가을의 리듬: No.30〉을 보면서 혼란과 무질서를 떠올렸다. 엉킨 페인트는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꼬인 그물 같았다.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그의 작품은 뒤돌지 않으며 사는 사람이 남긴 흔적 같다. 얽히고설킨 색색의 실타래는 그때그때 판단에 따랐던 무수한 선택의 결과다. 폴록은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어딘가로 페인트를 내던지면, 그 절반은 우연의 몫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캔버스 위에서 한 번도 뒤를 돌아보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 _119~120p

나는 이런 식의 발화 행위, 개인의 고백들이 모이고 모이면 사회 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만들어져 결국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너무 순진한 믿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볼 땐 ‘작은 것들의 힘’을 믿지 않는 태도야말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순진하고 오만한 자세다. _125p

브뤼헐보다 300년 뒤에 태어나 근대의 삶을 경험했던 드가가 술의 효용을 그보다 잘 알고 있었듯, 당시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한 드가의 그림을 오늘을 사는 우리는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오래 마시려고’ 건강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은 특히 그렇다. 술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상대와는, 대체로 마음을 열 수 있다. 취한 내 모습을 보고 상대가 마음을 닫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술꾼의 운명이다. 어제의 실수는 최대한 빨리 잊고, 다시 오늘의 술에 몰입한다. 외로울 때도 사랑
할 때도, 술은 피로한 도시의 삶을 위로한다. _165~167p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날아오르는 샤갈의 연인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좋은 사랑을 못 혹은 안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마음
의 빗장을 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실패. 나는 이럴 때 과거가 결코 과거가 아님을, 아직도 나를 완전히 지
나가지 않았음을 느낀다. _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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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방이 막히고 인생이 꼬인 것 같을 때 만나는 그림, 그리고 예술가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6개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깊숙이 자리한 불안은 어쩔 수 없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고 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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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막히고 인생이 꼬인 것 같을 때 만나는
그림, 그리고 예술가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6개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깊숙이 자리한 불안은 어쩔 수 없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고 2차 대유행도 곧 시작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빠르게 현실이 되면서 급속도로 위축되는 경기, 더욱 심해진 취업난과 높아진 실업률, 간단한 모임조차 조심스러워진 일상을 생각하면 ‘이 시국에 미술 감상’은 달라진 현실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일부 사람들의 한가한 취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는 사람들, 성실한 근로자이자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 달라져버린 일상에도 어떻게든 나다움을 지키려는 사람들, 불안하고 두려워도 오늘 하루를 긍정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만의 장점과 고유한 감각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 현실이 팍팍해도 좋아하는 미술 한두 점 정도는 가슴에 품고 사는 여유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이세라 작가가 소개하는 그림과 예술가에게 눈길을 주어도 좋다.

이세라 작가는 첫 책《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통해 서른한 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어떤 예술가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 한번쯤 접했던 익숙한 인물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기존 미술 에세이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설치미술에 심지어 ‘미술 에세이에 왜 이런 주제가……?’ 싶은 글들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예술가와 작품을 골랐을까? 코로나 현실을 살아가는 바로 오늘, 지금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과 작품이다. 처음 마주하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처럼 사방에서 날아오는 시련을 온몸으로 맞았던 예술가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기보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하려 애를 썼던 그들이 온 생을 바쳐 완성한 작품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뜨겁게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지켜냈던 예술가들이 결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 배경지식을 알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쯤 몰라도 그림 앞에서 울고 웃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미술은 우아하고 화려하고 어려운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세라 작가는, 인생은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도 이 책의 예술가들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전한다. 작가의 친절하고 다정한 안내로 한 작품 한 작품을 따라 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좀 더 단단하고 뜨거워진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귀한, ‘있어 보이는’ 특별한 취미가 아닌
평범한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미술 이야기

커피 한잔을 마셔도 인스타그램에 인증부터 하는, 바야흐로 ‘있어빌리티’의 시대이다. 취미를 일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남다른 취미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림 감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조금은 특별한 취미에 속한다. 예술사도 좀 알아야 할 것 같고, 미술관에 갈 때는 옷도 차려입고 행동도 평소와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유명한 작품이라니 일단 가서 보는데 ‘이게 왜?’ 하는 순간 머쓱해지기도 한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고 싶어도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급히 사진만 찍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문화생활, 미술관나들이, 전시회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업로드하지만, 뭘 보고 뭘 느꼈는지보다 좋아요를 몇 개나 받을지, 어떤 각도에 어떤 어플을 써야 사진이 예쁘게 보일지 고민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감상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에서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 상당수는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 등 소위 ‘예쁜 무엇’과는 거리가 멀다. 화사한 그림, 기분 좋아지는 그림이 가득한 예쁜 미술책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묵직한 이야기 앞에서 멈칫할 수도 있다. 이세라 작가가 나누고자 하는 미술은 ‘이게 정말 인간이 그린 거야?' 하는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예술가의 아내로 남고 싶지 않았던 마리 크뢰위에르, 쏟아지는 찬사에도 평생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몰랐던 알브레히트 뒤러, 평론가들의 비판과 조롱에도 꿋꿋하게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가감없이 조망한 잭 베트리아노,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화폭 앞에서도 직진만 했던 잭슨 폴록, 사랑받는 게 인생의 전부였던 과거로부터 용감하게 빠져나온 트레이시 에민,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아닌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이름을 남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이들의 삶은 결코 감탄할 만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보통 사람인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닮아 있다. 언젠가 인정받는 날, 행복한 날, 웃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 하나로 그리고 또 그리며 자신을 믿었던 예술가들은, 그래서 멀리 있지 않다. 작가가 소개하는 예술가들 중 내 마음을 사로잡는, 나와 닮은 인물 몇 명은 어렵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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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ϻ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작품과 예술가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의 일부일 뿐이다.

    가장 큰 매력은 책을 통해 소통하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저자가 먼저 미술 작품과 예술가를 통해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작품을 알아가면서도 더욱 와닿는 감정은

    저자와 저자의 삶을 소통해가는 것 같다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미술관이다.

    그렇지만 교양있게 지나가며 조용히 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작품을 보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도 되고, 자신의 삶을 작품에 반영하여 해석해도 되는 공간이다.

    진솔해도 좋고 때로는 상상해보아도 좋다.

    보이는 것을 보는 대로 말해도 좋고 보이는 것 이상으로 상상하거나 감정을 이입해도 좋다.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고 옛 추억에 기뻐하거나 슬퍼해도 좋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미술관이 있을까?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이 반짝이게 되는 이 공간에 저자가 나를 초대해준 듯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하며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저자를 만나고 작품을 만나고 예술가를 만나고 삶을 만나고 나를 만나는 그런 공간이 된다.

    이게 이 책의 강점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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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그 주제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별것 아닌 듯 느껴졌던 책이 상황이 맞물릴 때나 힘들 때에는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다시 다가오는 경험은 나도 여러 번 했다. 뉴스 기사를 읽은 후 그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의 나열일 뿐, 어떤 특별한 감정을 담고 있지 않기에 극히 드물지 않나 싶다.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자신이 위로를 받았던 명화를 소개하는 에세이이다. 칼럼처럼 자신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그와 접점이 있는 화가나 그림을 연결한다. 그리고 그에 관한 감상을 나누는 방식이다. al2.jpgal3.jpgal4.jpg


    나는 대개 역사나 미술처럼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야의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바쁠 때에는 가장 선호하지 않는 종류이다. 급하게 읽으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소설을 읽을 때에도 독서 노트에 감상을 적거나 정말 좋았던 부분은 필사를 하기에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지만, 지식을 얻기 위한 목적의 독서는 더욱 그렇다. 나와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바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꽤 추천할 만하다. 한 작품이나 화가에 관해 깊은 내용을 꾹꾹 눌러담은 전문적인 책은 아니다. 대신 다양한 작가들과 관련된 일화나 정보를 ‘1분 시사 상식’처럼 얕게 다루어 준다. 나는 미술을 좋아하면서도 지식이 많지 않아 우선 화가 라인업이 마음에 들었다. 잘 알려진 화가들이 많지 않아 얼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아직 명화가 어려운 사람, 차곡차곡 얕은 지식을 쌓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만 미술 사이사이에 영화가 끼어 있어 구성상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기에 2장 첫 글에서 <브루클린>이 소개되었을 때 조금 당황하면서도 ‘2장은 영화를 소개하는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이어지는 글은 다시 그림이었고, 그림 에세이 몇 편 뒤에 다시 영화 에세이가 등장하는 식이라 혼란스러웠다. 책에 소개된 영화 자체는 취향에 맞아 좋았다. 차라리 영화에 관련된 글들은 수가 비교적 적더라도 따로 모아 분리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는 무엇보다 여성 위주인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전쟁 기념관에 관한 의견이 흥미로웠다. 토레스의 작품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퀴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세상이 사라졌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삼백 쪽이 조금 넘는 종이 속에 담긴 화가들의 인생이 모두 사랑스러웠지만, 그중에서도 르누아르와 소로야의 그림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짧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울이 찾아오면 떨쳐내지 못하고 자주 가라앉는다. 이유 없는 우울은 몸을 바삐 움직이면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 있는 우울에 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세 시간 남짓한 독서 뒤에 예상치 못한 답변을 얻었다. 미술보다 인생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되어 조금 당혹스러우면서도 홀가분하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번에 만난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책의 이세라 저자님은

    기상청 기상캐스터로 근무하셨네요.

    그런데 직업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그녀의 많은 복잡한 고민들은

    그림과 전시물들로 위로를 받았고, 어느새 미술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미술 콘텐츠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전달하는 미술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면서 이번 책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저도 느낄 수 있는데,

    미술사학까지 공부하신 열정, 정말 멋지세요~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는 화가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상처를 들여다 봅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위안도 받고,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 돌아보죠,,

    화가가 그림을 그린 당시 그 장소를 상상하면서

    화가의 생각과 느낌에 공감해 나가면서 그림을 감상해보면 좋더라고요.

    이번 책에서도 19세기 화가 마리 트리에프케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마리는 타인이 대신 말해줄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들려준 사람입니다.

    남편이 그려준 마리의 초상과 자신이 그린 자화상은 많이 달랐는데요~

    남편 페터가 그린 마리의 초상은 항상 밝은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자신이 그린 자화상에서는 자신을 더없이 어둡고 울적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덴마크 최고의 화가라 칭송받던 남편의 명성때문인지, 지래 포기한 것인지,

    그 진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식기의 마리와 지난날의 열정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림으로 자신을 말하고 있는 마리. 그녀의 그림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그림으로 강하게 표현한 아르테미시아의 이야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그림은 본 적은 있었지만, 그 그림 속 그녀의 이야기는

    몰랐습니다. 강간이라는 일생의 사건으로 아르테미시아는 주변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더 잔혹하게 그림들을 표현한 것 같아요.

     

     작품들을 보면서 그 속에 숨겨져 있던 화가의 정신적 고통도 알 수 있었습니다.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렇게 저자님의 해석과 함께 감상하니

    더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 합니다.

    막연히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누군가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번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책에 담겨있는 그 풍성한 정보들을 하나씩
    꼭꼭 씹어 삼킨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미술감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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